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처음 석 달 동안 관련 취재에 투입된 나는 브리핑을 통해 정은경 본부장을 매일 만났다. 정 본부장의 브리핑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하나는 투명함.
그는 자신이 아직 파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질문받았을 때, 대충 넘어가거나 숨기는 일이 없었다. 매번 "죄송하다. 정확하게 확인한 뒤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다음은 간명함.
그의 브리핑엔 '사족'이 없다. 질문이 몰아쳐도 자신의 언어로 정확히 정리한 뒤 핵심을 설명해나갔다.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거나 과장하는 수사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존중과 겸양.
초기 특정 종교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됐을 때, 그는 자신의 발언이 혹여나 차별의 도구로 사용되지 않도록 언어를 다듬고 골랐다. 혐오는 방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도 한결같이 강조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하지도 않았다.
방역, 백신 전문가 등을 초청해 가능한 한 더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전염병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의 첫 여성 수장인 그가 자신의 개인사를 인터뷰한 적은 없다. 다만 몇몇 일화를 통해 살펴봤을 때, 그는 리더십이 결코 '위계'와 '위력'만으론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잘 아는 듯했다.
내가 '어떻게 보일지'보다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집중하는 것. 재난,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가 갈구해왔던 리더의 모습이다.
글 박다해
《한겨레》 기자. 주로 여성, 젠더 이슈를 담당하고 있다. '세상에 원래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하며 살다가 기자가 됐다. 주체적으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여성의 목소리를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
우먼카인드 12호 변화를 마주할 용기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처음 석 달 동안 관련 취재에 투입된 나는 브리핑을 통해 정은경 본부장을 매일 만났다. 정 본부장의 브리핑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하나는 투명함.
그는 자신이 아직 파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질문받았을 때, 대충 넘어가거나 숨기는 일이 없었다. 매번 "죄송하다. 정확하게 확인한 뒤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다음은 간명함.
그의 브리핑엔 '사족'이 없다. 질문이 몰아쳐도 자신의 언어로 정확히 정리한 뒤 핵심을 설명해나갔다.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거나 과장하는 수사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존중과 겸양.
초기 특정 종교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됐을 때, 그는 자신의 발언이 혹여나 차별의 도구로 사용되지 않도록 언어를 다듬고 골랐다. 혐오는 방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도 한결같이 강조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하지도 않았다.
방역, 백신 전문가 등을 초청해 가능한 한 더 정확한 사실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전염병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의 첫 여성 수장인 그가 자신의 개인사를 인터뷰한 적은 없다. 다만 몇몇 일화를 통해 살펴봤을 때, 그는 리더십이 결코 '위계'와 '위력'만으론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잘 아는 듯했다.
내가 '어떻게 보일지'보다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집중하는 것. 재난,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가 갈구해왔던 리더의 모습이다.
글 박다해
《한겨레》 기자. 주로 여성, 젠더 이슈를 담당하고 있다. '세상에 원래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하며 살다가 기자가 됐다. 주체적으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여성의 목소리를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
우먼카인드 12호 변화를 마주할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