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많은 둘째언니'가 국회에 가기까지(장혜영 의원 인터뷰)




 장혜영 의원(정의당 미래정치특별위원장) 인터뷰

*이 인터뷰는 당선 전에 이루어졌습니다



장혜영은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버티며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이다. 18년 동안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지내던 동생을 데리고 나와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과 동명의 책을 통해 장애인 인권과 '탈시설'이라는 화두를 대중에게 알렸고, 유튜브 채널 〈생각많은 둘째언니〉를 운영하며 다양한 주제로 세상에 말을 걸어왔다.

봄이 깊어가던 어느 날, 정의당 비례대표 2번으로 선출돼 선거를 앞두고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장혜영을 만나 청년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고민과 꿈에 관해 들었다.

ㅡ글 최지은(기자)



Q. 정계 입문 후 알게 되신 게 있나요?

A. 여기에 와서 몸으로 깨달은 첫 번째가 '정치는 정보로 하는 거구나'였어요. 정보란 어떤 상황이나 사안에 대한 것만이 아니에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당하면 그게 곧 약점이 되고 실점할 가능성으로 이어진다는 걸 늘 염두에 두어야 해서, 자신을 적당히 감추는 방법을 배우는 게 중요했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보다 감정을 잘 숨길 수 있더라고요.


Q. 공적 자아 구축의 측면이겠군요.

A. 네, 입당 초반에는 벌거벗은 기분이었어요.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정치인 장혜영이 아니라 '생각많은 둘째언니'로 이 일의 자리에 서 있었던 거예요. '생각많은 둘째언니'였을 때는 저만을 대변하고 제 머릿속에서 생각한 걸 말해도 됐지만, 정치인 장혜영은 다른 사람을 대변해야 하고 여러 사람의 생각을 거쳐서 말해야 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 줄었어요. 특히 공적 감정 이외의 감정에 대해 말할 수 없어졌죠. 모든 감정 표현은 '연약함'으로 비추어질 위험이 있거든요.


Q. 여성 정치인은 어떤 자리에서든 유일하거나 소수로 존재하는데, 그로 인한 압력도 느끼시나요?

A. 늘 느끼죠. 그래서 모든 발화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나를 배제할 준비가 되어 있는 세계에서, 그런 권력이 이 순간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주시하고 생각하며 자리를 지켜요.


Q.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 발언하면서 대중을 내 편으로 만드는 일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A. 제가 정말 이 미션을 달성할 수 있는 삶인지 자기검열하다 보면 우울에 빠지기 쉬워요.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합니다. 읍소가 아니라 리더십을 증명하기 위해 발언하는 것. 제 이야기를 듣는 것이 모두에게 좋습니다,라는 확신을 갖고 노력합니다.


Q. 정치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고독'을 만나게 되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A. 심상정 대표님의 입당 권유를 받고 한 달 동안 고민한 끝에 수락했는데, 전화를 끊고 엉엉 울었어요. 말하자면 '순수성'을 의심받는 영역으로 가게 되었고, 이제 내가 누구인지 기억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라는 외로움 때문에요. 물론 그것이 정치인의 숙명이라 생각해요. 분명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서 권력을 가지게 됐지만 이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권력 자체가 목적이 되는 사람을 우리는 수없이 봤잖아요. 그러니까 '너는 왜 다를 거라고 얘기하니?'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되는 것도 타당할 테고요. 저 역시 스스로 계속 물어봐요. 권력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Q.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역설적이게도 감정이죠. 저는 평범한 사람이고 감정에 흔들리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그 사적인 감정을 공적인 감정으로 이어가기 위한 언어의 통로를, 아주 좁지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Q.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정치를 시작한 여성으로서 어떤 미래를 바라보고 계신가요?

A. 지금 이 순간의 의미는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에 깨달을 수 있을 거예요. 우리 사회에 너무나 많은 사건이 일어나는 동시에 2, 30대 여성 정치인들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현실 정치에 진입하려는 시기잖아요.

저는 한나 아렌트의 "권력은 땅바닥에 떨어져 있고, 그것을 언제 집어 들어야 할지 아는 사람이 혁명을 한다"는 말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동안 과소대표되었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에게 뭔가 돌아갈 것 같아요. 누가 그걸 잊지 않고 있는지가 오는 6월 국회 풍경을 결정할 겁니다.



우리에게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과 유튜브 채널 〈생각많은 둘째언니〉로 익숙한 장혜영 감독은 지난해 정의당에 입당, 미래정치특별위원장을 맡으며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2월 출사표를 던졌고,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되었지요. 그가 '생각 많은'에 그치지 않고 '권력지향형'으로 정체성을 탈바꿈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뭘까요? 엉망진창인 세상 속에서 그가 정치인으로서 지키고 싶은 품격은 무엇일까요?


당선 직전의 대화였던 만큼 좀 더 내밀하고 솔직한 이야기들이 이 인터뷰에 담겨 있습니다. 그가 정계에 출사표를 던진 계기에서부터 정치를 시작한 여성으로서의 결단과 포부에 이르기까지, 《우먼카인드》 11호를 통해 장혜영이 앞으로 펼쳐 보일 정치에 대한 밑그림을 확인해보세요.


우먼카인드 11호 정치하는 여성들이 가져올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