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폭력 운동 현장에는 늘 ‘오매’가 있다



“반성폭력 운동 현장에는 늘 ‘오매’가 있다”


직업으로서의 페미니스트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 (최지은 인터뷰·정리)

《우먼카인드》 Vol.10 ‘우리의 발자국이 만드는 길’


최근 몇 년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성폭력・성차별 사건 보도마다 거의 빠짐없이 등장했던 이 인물은 ‘오매’라는 활동명으로 더 알려진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다. 2005년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활동을 시작해 2011년부터 살림 의료생활협동조합과 은평구청소년문화의집에 몸담았다가 2017년 다시 상담소로 돌아온 김 부소장은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운동’,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운영위원회 활동과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 활동에도 참여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지나왔고 여전히 지나는 중이다.


지난 연말 《여성신문》에서는 김 부소장에게 ‘미래의 여성 지도자상’(이하 미지상)을 수여하며 그의 과거와 현재를 한 문장에 담았다. “반성폭력 운동 현장에는 늘 ‘오매’가 있다.” 언제나 싸움의 현장을 지키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바위처럼 단단해 보이는, 하지만 종종 ‘막연한 두려움’에 시달리곤 한다는 이 페미니스트가 꿈꾸는 미래는 무엇일까. 늘 그렇듯 쌓인 업무를 처리하다 황급히 달려온 ‘오매’와 마주 앉았다.




Q. 우선 ‘미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활동가로서 이 상은 어떤 의미였나요?

A. 사실 처음에는 상을 받으려면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고 해서, 안 받겠다고 담당 기자님께 말했어요. 할 일이 너무 많고 바쁘니 서류 낼 시간이 없다고…… 그래도 결국 받았죠.(웃음) 무대에 올라 수상하는 분들과 나란히 서서 객석에 앉아 계신 분들과 눈을 마주치니 좋더라고요. 상은 활동가가 공공재라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유용한 사회적 사탕 같아요.




Q. 활동가로서의 삶은 ‘오매’라는 활동명과 뗄 수 없을 것 같아요. 어떤 의미인가요?

A. 호주제 폐지 운동을 하면서 페미니스트들이 부모 성 함께 쓰기 운동을 했는데, 영페미 사이에서는 ‘아예 내 이름을 내가 짓자’는 취지로 별명을 사용하기도 했어요. 마침 ‘언니네’ 사이트가 생기면서 온라인 활동명을 쓰는 일도 많았고요. ‘오 매’는 ‘오매불망寤寐不忘’의 ‘깰 오’와 ‘잠잘 매’를 따온 말이에요. 수영을 좋아하는데, 물 안과 밖을 넘나들며 자고 깨는, 숨 쉬고 헤엄친다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Q. 미디어를 통해 비춰지는 활동가라는 직업은 대개 집회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모습이지만, 실은 훨씬 다양하고 전문적인 역량이 필요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A. 실제로 성폭력, 성차별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그로 인한 피해, 퇴행, 파괴, 악영향 같은 것에 대한 후속 작업이 필요해집니다. 활동가는 이를 위한 정책, 법, 제도, 예산, 지침 등의 현실 정치에 개입하려는 사람들이에요. 그 체계의 언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정책, 법안, 예산, 통계를 지속적으로 다루면서 자료를 축적하고, 이를 체화하기 위한 교육도 진행하죠.


오랫동안 여성주의 활동가로 살아온 김혜정 부소장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계실까요?《우먼카인드》 10호 ‘우리의 발자국이 만드는 길’을 통해 자세히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우먼카인드 10호 우리의 발자국이 만드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