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는 오픈주방 안쪽에 감춰진 폐쇄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이모는 뒷문으로 나가서 건물 계단의 공중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이모는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직원이었고, 요리사만 네 명인 가게에서 요리사를 비롯해 모든 직원들의 식사를 책임져야 하는 직원이었고, 다른 요리사가 매일 입고 던져놓은 셰프복을 세탁하고 다림질해놓아야 하는 직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리사 중에서 가장 적은 월급을 받는 직원이었다.
“실장님도 서빙부터 했다고 그랬는데요.”
실장은 몇 번이고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얘기해주었다. 몇 년 만에 주방장이 되었는지, 어떤 메뉴를 개발해서 그 식당을 일으켰는지. 입안 가득 캘리포니아롤을 씹고 있는 내 등짝을 이모는 후려쳤다.
너는 이모가 된다니까!
열아홉 살이었던 나는 이모와 함께 폐쇄주방에서 이모가 따로 챙겨둔 못생긴 음식들을 나누어 먹으며 이모에게 등짝을 맞는 시간들을 좋아했다. 폐쇄주방에는 빗자루와 대걸레, 바퀴벌레 약, 손님들이 사용한 물수건, 음식물 쓰레기. 다른 사람들이 보아서는 안 되는 것만 쌓아놓는 장소였다.
내가 아르바이트했던 가게에는 대부분 이모가 있었다.
‘중년 여성’이라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이 이모들은 수많은 가게에서 온갖 지저분한 일을 가장 안 보이는 영역에서 도맡고 있었다. 애정과 관심이 있어도 그걸 표현하는 게 도무지 어색한 나는 그 가게들에서 만난 많은 이모와 책을 나눠 읽었다.
가끔씩 이모에게 연락이 왔다. 연락을 먼저 하지 못해서 미안해하는 내 마음을 귀신같이 읽고서 이모는 내게 말했다. 우리는 연락이 끊긴 적이 없다고. 우리는 대화를 많이 한 사이라고. 그것은 영원한 거라고 했다.
임솔아
시와 소설을 쓴다.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 시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AYAF 우수작가 선정,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발견작품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최선의 삶》,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을 썼다.
우먼카인드 8호 여성 서사를 만드는 일
이모는 오픈주방 안쪽에 감춰진 폐쇄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이모는 뒷문으로 나가서 건물 계단의 공중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이모는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직원이었고, 요리사만 네 명인 가게에서 요리사를 비롯해 모든 직원들의 식사를 책임져야 하는 직원이었고, 다른 요리사가 매일 입고 던져놓은 셰프복을 세탁하고 다림질해놓아야 하는 직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리사 중에서 가장 적은 월급을 받는 직원이었다.
“실장님도 서빙부터 했다고 그랬는데요.”
실장은 몇 번이고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얘기해주었다. 몇 년 만에 주방장이 되었는지, 어떤 메뉴를 개발해서 그 식당을 일으켰는지. 입안 가득 캘리포니아롤을 씹고 있는 내 등짝을 이모는 후려쳤다.
열아홉 살이었던 나는 이모와 함께 폐쇄주방에서 이모가 따로 챙겨둔 못생긴 음식들을 나누어 먹으며 이모에게 등짝을 맞는 시간들을 좋아했다. 폐쇄주방에는 빗자루와 대걸레, 바퀴벌레 약, 손님들이 사용한 물수건, 음식물 쓰레기. 다른 사람들이 보아서는 안 되는 것만 쌓아놓는 장소였다.
‘중년 여성’이라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이 이모들은 수많은 가게에서 온갖 지저분한 일을 가장 안 보이는 영역에서 도맡고 있었다. 애정과 관심이 있어도 그걸 표현하는 게 도무지 어색한 나는 그 가게들에서 만난 많은 이모와 책을 나눠 읽었다.
가끔씩 이모에게 연락이 왔다. 연락을 먼저 하지 못해서 미안해하는 내 마음을 귀신같이 읽고서 이모는 내게 말했다. 우리는 연락이 끊긴 적이 없다고. 우리는 대화를 많이 한 사이라고. 그것은 영원한 거라고 했다.
임솔아
시와 소설을 쓴다.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 시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AYAF 우수작가 선정,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발견작품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최선의 삶》,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을 썼다.
우먼카인드 8호 여성 서사를 만드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