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는 내가 이 지구상에서 살기 위해 지불하는 임차료다



지난 3월 28일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Agnès Varda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녜스 바르다는 여성의 기본권을 주장하며 여성이 처한 모순적인 삶을 조명하고 

기억할 만한 여성 캐릭터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바르다가 1977년에 만든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는 여성의 재생산권, 자기 결정권을 정면으로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와 이런 아버지에게 순종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폴린은 성인이 되자마자 집을 떠나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살아가는 여성입니다.


친구 쉬잔은 아이들을 거의 홀로 키우며 힘겹게 살아가는 중에 또 임신하게 되어 절망에 빠져 있었죠. 그때 폴린은 돈을 끌어모아 쉬잔에게 낙태 수술비를 마련해줍니다. 그 후로 둘은 10년 동안 서로 다른 곳에서 각자의 삶을 살다가 우연히 낙태 합법화 시위 현장에서 재회하게 되지요. 폴린은 그 시위 현장에서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는 노래를 힘차고 흥겹게 부릅니다.


♪내 몸은 나의 것. 낳고 안 낳고는 내가 결정할 거야.

세상이 모나든 둥글든 아이 낳는 일은 내가 선택 할 거야. 내 몸은 나의 것.♬


한국의 낙태죄는 1953년 제정된 이후 여성의 자율적 성적 권리와 재생산 권리를 관리했습니다. 올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가 ‘헌법 불합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모든 일이 가능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나온 용기 있는 여성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분노와 두려움을 이기며 세상 밖으로 나와 힘찬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이 이 사회를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일곱 번째 《우먼카인드》에는 행동하는 여성들의 용기를 응원하고 그에 발맞추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먼카인드 7호 여성이 행동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