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 AI를 어떻게 통제하고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 UFO와 외계인을 향한 인류의 오랜 갈망을 회의주의의 잣대로 검증하는 추적. 하늘은 정말 움직이는가, 가장 익숙한 감각의 배신을 의심하는 과학의 첫걸음. 도파민과 신경가소성 같은 신경과학 용어의 범람에 대한 일침. ‘자연의 치료제’라는 환상이 부른 의료 현장의 위기. 생존과 번식을 위해 속고 속이는 자연의 기만 전략과 종이컵을 둘러싼 환경 담론의 모순. 사람을 죽이는 ‘음파 무기’ 괴담의 허실에서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실존적 무력감까지. 비판적 사고를 위한 지적 자극으로 가득한 스켑틱 46호.
▼ 커버스토리: AI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AI는 이제 과학 연구를 수행하고, 인간의 욕망과 편견을 증폭시키며, 전장의 판단과 공격까지 대신하기 시작했다. 생산과 노동의 질서를 재편하는 것은 물론 정치·경제·군사·정보 권력의 중심까지 바꾸고 있다. AI를 통제하고 소유하는 힘이 새로운 권력의 핵심이 되면서 세계는 이를 둘러싼 거대한 경쟁에 돌입했다. 기술이 점점 더 인간을 닮아갈수록 우리는 역설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다시 마주한다. 기계가 인간의 사고와 판단을 대신하는 시대, 인간에게 끝내 남을 능력과 책임은 무엇이며 우리는 AI와 어떤 질서를 만들어 가야 하는가. 46호 커버스토리는 도덕과 책임, 지식 생태계, 언어와 권력, 전쟁, 노동과 분배, 그리고 생태라는 여섯 갈래에서 이 질문을 입체적으로 파고든다.
AI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과학철학자 이상욱은 ‘AI는 도덕적일 수 있을까’에서 예측·생성을 넘어 스스로 세부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는 ‘에이전틱 AI’의 시대를 진단한다. 제한된 범위라도 자율적 결정 권한을 위임하는 순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의 일부를 AI에게 물어야 하는가라는 난제가 떠오른다. 그는 인간이 설정한 ‘가드레일’ 안에서만 AI가 작동하도록 만들기 전에 완전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얼마나 난해한지, 적어도 당분간 최종 목적 설정은 왜 인간의 몫으로 남아야 하는지를 짚는다.
기계가 내 자리에 앉아 있다면 어떨 것인가. AI로봇 연구자 엄태웅은 ‘AI 과학자의 등장, 변화하는 지식 생태계’에서 코드를 직접 짜는 대신 AI가 짠 코드를 검토하고, 논문을 직접 읽는 대신 AI가 요약·연결한 결과에서 빠진 맥락을 찾는 자신의 달라진 하루를 고백한다. 검색·도구 사용·실행·검증 루프가 결합되며 ‘환각’ 우려는 잦아들었지만 그 자리에 ‘내가 이 일에 기여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불안이 들어선다. 저자는 AI가 연구자의 일을 대신하기 시작한 지식 생태계의 변화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AI의 달콤한 거짓말에 맞서기. 응용언어학자 김성우는 ‘아첨하는 AI의 지배’에서 이솝 우화 〈여우와 까마귀〉를 끌어와 아첨의 심리를 해부한다. 사용자의 비위를 맞추도록 길들여진 AI의 ‘아첨’이 어떻게 우리의 판단을 무장 해제시키는지, 권력이 편재하는 곳에 늘 아첨이 따라붙는다는 통찰을 통해 진실을 회복하는 길을 묻는다.
전장의 두뇌가 된 AI는 지옥인가. AI 연구자 최재운은 ‘AI 자율 무기의 습격’에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시나리오로 글을 연다. 일상에서 글을 쓰고 질문을 던지는 데 쓰는 바로 그 AI가 전장의 표적 처리와 분배를 담당하며, 과거 수천 명이 필요했던 작업을 단 수십 명으로 줄여놓는다. 저자는 자율 무기가 전쟁의 속도와 윤리를 어떻게 바꾸는지, AI 기업의 ‘양심’과 국가의 군사적 요구가 충돌하는 지점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풍요의 약속을 의심하다. 경제학자 김공회는 ‘AI 자동화는 풍요를 약속하는가’에서 일론 머스크가 그리는 ‘지속 가능한 풍요’와 ‘보편적 고소득(UHI)’ 구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로봇이 생산에서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때 일에서 해방된 인간이 소득과 소비의 기반마저 잃는 역설을 짚으며, 자동화가 정말 모두의 풍요로 이어지는지 경제학의 언어로 따져 묻는다.
기술생태학자 이광석은 ‘인간과 함께하는 AI를 위하여’에서 AI를 무색무취의 청정한 기술로 추앙하는 통념을 뒤집는다. AI는 인간 노동에서 추출한 데이터뿐 아니라 에너지·토지·광물·냉각수·데이터센터·반도체 같은 물질·인프라 자원 없이는 한 줄의 연산도 수행할 수 없다. 데이터를 집중시켜 권력으로 전환하는 ‘AI 자본주의’의 불투명한 구조를 폭로하며, 인간과 공존하는 AI의 질서를 모색한다.
▼ 포커스: UFO에 관한 최신 증거를 검증하다
미확인 비행체의 목격담은 실재하는 진실의 파편일까, 교묘하게 설계된 집단적 착시일까. 우주를 향한 인류의 근원적 갈망은 왜 유독 ‘외계 지성체’에 대한 집착으로 귀결되는가. 최근 미 국방부의 UFO 보고서 공개와 화제의 다큐멘터리를 계기로 미확인 이상 현상(UAP)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호 포커스는 그 증거들이 남긴 의혹의 실체를 추적하는 한편, 외계인을 믿고 싶어 하는 인간 심연의 심리부터 태양계를 가로지른 성간 천체의 정체까지 낱낱이 파헤친다.
《스켑틱》 발행인 마이클 셔머는 ‘미확인 비행체를 설명하는 방법’에서 다큐멘터리 〈폭로의 시대〉가 CNN과 폭스 뉴스, 심지어 정부 수준에서까지 다뤄지며 한때 비주류였던 UFO 담론이 ‘UAP’라는 이름으로 주류에 편입된 과정을 짚는다. 대부분의 과학자와 언론인이 거친 영상·흐릿한 사진·하늘의 이상한 빛이라는 일화적 증거를 왜 거부하는지, 그 회의적 태도의 근거를 차분히 제시한다.
임상심리학자 브룩 로퍼는 ‘사람들은 왜 외계인을 믿고 싶어 할까’에서 50년 만에 열린 UFO 의회 청문회와 목격 보고 급증의 시점을 짚으며, 믿음을 만들어내는 인간 심리의 구조를 분석한다. 미 국방부 산하 기관이 1년여 사이 757건의 새로운 UAP 사례를 기록한 현실 속에서, 믿고 싶은 마음이 어떻게 증거를 압도하는지를 보여준다.
지질학자 마크 J. 디펀트는 ‘수수께끼 성간 천체의 방문’에서 오우무아무아(2017)·보리소프(2019)·아틀라스(2025)로 이어진 세 ‘성간 침입자’를 다룬다. 하버드대 천문학자 아비 로엡은 이들이 외계 기술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데이터와 상식으로 무장한 대다수 과학자는 이를 빠르게 움직이는 암석이나 특이한 조성의 혜성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 저자는 천체물리학에 스민 음모론적 상상력을 경계한다.
생물학자 헤슬리 마차도 실바는 ‘스마트폰 시대, 자취를 감춘 초자연 존재들’에서 흥미로운 역설을 제기한다. UFO와 빅풋, 정령과 기적, 빙의 같은 초자연 현상이 ‘영영 휴가를 떠난 듯’ 사라진 시점이, 인류가 초고화질 카메라를 손안에 쥐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과 정확히 맞물린다는 것이다. 믿음과 실제 현상을 구분하며, 기록 기술의 보편화가 초자연 목격담에 무엇을 했는지 추적한다.
▼ 집중연재 ‘의심하는 과학’: 세계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인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서울시립과학관장, 국립과천과학관장을 역임한 과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정모 펭귄각종과학관장이 ‘의심하는 과학’을 주제로 새 연재를 시작한다. 그 첫 주제는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믿어온 세계의 구조를 의심하는 순간이다. 별은 북쪽 하늘에서 하나의 중심을 기준으로 원을 그리고, 태양은 매일 동에서 서로 흐른다. 너무나 명확하고 일관되기에 의심하기 어려운 이 경험은 ‘우리는 정지해 있고 하늘이 움직인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감각의 배신과 과학의 도전’이라는 부제 아래, 가장 자연스러운 감각이 어떻게 가장 견고한 오해가 되는지를 따라간다.
▼ 자연은 속임수와 사기꾼의 천국
행동생태학자 강창구는 자연이 아름답고 조화로운 곳이라는 통념을 뒤집는다. 잘 짜인 속임수가 마술이듯, 자연 또한 만만치 않은 사기꾼이다. 후추나방의 의태처럼 생존과 번식을 둘러싼 기만의 전략이 숲과 바다 곳곳에서 펼쳐진다. 저자는 인간의 시각과 인지의 허점을 정확히 노리는 마술의 원리에 빗대어, 속고 속이며 살아가는 생물들의 치열한 생존 드라마를 안내한다.
▼ 우리는 왜 종이컵에 집착하는가 (〈오후의 모두 까기〉 마지막 회)
2021년 26호부터 세상의 온갖 믿음과 확신을 유머와 냉소로 비틀어온 칼럼니스트 오후의 연재 〈오후의 모두 까기〉가 이번 호로 막을 내린다. 마지막 회에서 저자는 텀블러를 챙기지 않아 ‘환경 파괴범’으로 조리돌림당한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다. 정작 그 비난을 앞장선 이가 자가용을 몰고 온 사람이었다는 아이러니를 지렛대 삼아, 종이컵과 텀블러를 둘러싼 환경 담론의 모순과 우리가 무엇을 왜 믿고 실천하는지를 특유의 시선으로 되짚는다.
▼ 자연의 치료제라는 환상
40년 경력의 내과 전문의 윌리엄 멜러는 ‘자연’과 ‘기적의 치료제’라는 수사가 부른 의료 현장의 위기를 진단한다. 규제가 풀린 실험적 펩타이드 화합물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직접 주사하다 호흡 곤란과 전신 두드러기로 진료실을 찾은 40세 환자의 사례를 통해, ‘미국인을 실험 대상 삼는 거대한 의학 실험’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검증되지 않은 ‘자연의 치료제’ 열풍에 회의론자의 날카로운 경고를 던진다.
▼ 이게 다 도파민 때문이라고?
신경과학자 토미 블랜처드는 소셜 미디어에 범람하는 신경과학 용어의 과잉을 비판한다. ‘도파민을 좇지 마라’, ‘신경계를 조절하라’, ‘뇌를 재배선한다’ 같은 표현은 자기 계발 구루와 생산성 코치의 단골 어휘가 되었지만, 정작 설명적 가치는 거의 없다. ‘산책이 신경계를 조절한다’는 말은 ‘산책이 스트레스를 줄인다’는 평범한 사실에 신경과학의 외피만 씌운 것일 뿐이다. 저자는 그럴듯한 용어가 어떻게 깊이를 가장하는지를 파헤친다.
그밖에 《스켑틱》 46호의 흥미로운 글들,
사회학자 로버트 E. 바살러뮤와 저널리스트 디에고 수니가는 ‘음파가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에서 적군을 피 토하게 만드는 ‘비밀 음파 무기’가 실재한다는 소셜 미디어발 주장과 자극적인 언론 보도의 허실을 검증하며, 공포가 어떻게 거짓을 사실로 둔갑시키는지 보여준다.
교육학자 데이나 홀은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들’에서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 앞에서 무력감에 빠지는 현대인의 심리를 들여다본다. 실망과 실패, 실존적 무력감이 그 어느 때보다 흔해진 시대에, 자책의 굴레에서 자신을 놓아주는 일의 의미를 묻는다.
■ 저자 소개
스켑틱 협회(The Skeptics Society)
스켑틱 협회는 초자연적 현상과 사이비과학, 유사과학, 그리고 모든 종류의 기이한 주장들을 검증하고,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며, 건전한 과학적 관점을 모색하는 비영리 과학 교육기관이다. 1992년 마이클 셔머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커, 샘 해리스, 레너드 서스킨드, 빌 나이, 닐 디그래스 타이슨 등 55,000명 이상의 회원이 협회에 소속되어 있다. 스켑틱 협회는 〈스켑틱〉과 〈e-스켑틱〉 등 과학 저술을 출간하고 무료 팟캐스트인 ‘스켑티컬리티’와 ‘몬스터톡’을 배포하는 한편, 매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과학, 심리학, 인류학 관련 학회를 개최하여 건전한 지적 문화의 확산을 이끌고 있다.
■ 목차
집중연재 의심하는 과학 1
세계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인가 – 이정모
Column
이게 다 도파민 때문이라고? - 토미 블랜처드
자연의 치료제라는 환상 - 윌리엄 멜러
Cover Story AI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AI는 도덕적일 수 있을까 - 이상욱
AI 과학자의 등장, 변화하는 지식 생태계 - 엄태웅
아첨하는 AI의 지배 - 김성우
AI 자율 무기의 습격 - 최재운
AI 자동화는 풍요를 약속하는가 - 김공회
인간과 함께하는 AI를 위하여 – 이광석
News & Issues
음파가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 로버트 E. 바살러뮤, 디에고 수니가
Focus UFO에 관한 최신 증거를 검증하다
미확인 비행체를 설명하는 방법 - 마이클 셔머
사람들은 왜 외계인을 믿고 싶어 할까 - 브룩 로퍼
수수께끼 성간 천체의 방문 - 마크 J. 디펀트
스마트폰 시대, 자취를 감춘 초자연 존재들 - 헤슬리 마차도 실바
Theme
자연은 속임수와 사기꾼의 천국 - 강창구
우리는 왜 종이컵에 집착하는가 – 오후
Agenda & Articles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들 - 데이나 홀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 AI를 어떻게 통제하고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 UFO와 외계인을 향한 인류의 오랜 갈망을 회의주의의 잣대로 검증하는 추적. 하늘은 정말 움직이는가, 가장 익숙한 감각의 배신을 의심하는 과학의 첫걸음. 도파민과 신경가소성 같은 신경과학 용어의 범람에 대한 일침. ‘자연의 치료제’라는 환상이 부른 의료 현장의 위기. 생존과 번식을 위해 속고 속이는 자연의 기만 전략과 종이컵을 둘러싼 환경 담론의 모순. 사람을 죽이는 ‘음파 무기’ 괴담의 허실에서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실존적 무력감까지. 비판적 사고를 위한 지적 자극으로 가득한 스켑틱 46호.
▼ 커버스토리: AI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AI는 이제 과학 연구를 수행하고, 인간의 욕망과 편견을 증폭시키며, 전장의 판단과 공격까지 대신하기 시작했다. 생산과 노동의 질서를 재편하는 것은 물론 정치·경제·군사·정보 권력의 중심까지 바꾸고 있다. AI를 통제하고 소유하는 힘이 새로운 권력의 핵심이 되면서 세계는 이를 둘러싼 거대한 경쟁에 돌입했다. 기술이 점점 더 인간을 닮아갈수록 우리는 역설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다시 마주한다. 기계가 인간의 사고와 판단을 대신하는 시대, 인간에게 끝내 남을 능력과 책임은 무엇이며 우리는 AI와 어떤 질서를 만들어 가야 하는가. 46호 커버스토리는 도덕과 책임, 지식 생태계, 언어와 권력, 전쟁, 노동과 분배, 그리고 생태라는 여섯 갈래에서 이 질문을 입체적으로 파고든다.
AI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과학철학자 이상욱은 ‘AI는 도덕적일 수 있을까’에서 예측·생성을 넘어 스스로 세부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는 ‘에이전틱 AI’의 시대를 진단한다. 제한된 범위라도 자율적 결정 권한을 위임하는 순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의 일부를 AI에게 물어야 하는가라는 난제가 떠오른다. 그는 인간이 설정한 ‘가드레일’ 안에서만 AI가 작동하도록 만들기 전에 완전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얼마나 난해한지, 적어도 당분간 최종 목적 설정은 왜 인간의 몫으로 남아야 하는지를 짚는다.
기계가 내 자리에 앉아 있다면 어떨 것인가. AI로봇 연구자 엄태웅은 ‘AI 과학자의 등장, 변화하는 지식 생태계’에서 코드를 직접 짜는 대신 AI가 짠 코드를 검토하고, 논문을 직접 읽는 대신 AI가 요약·연결한 결과에서 빠진 맥락을 찾는 자신의 달라진 하루를 고백한다. 검색·도구 사용·실행·검증 루프가 결합되며 ‘환각’ 우려는 잦아들었지만 그 자리에 ‘내가 이 일에 기여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불안이 들어선다. 저자는 AI가 연구자의 일을 대신하기 시작한 지식 생태계의 변화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AI의 달콤한 거짓말에 맞서기. 응용언어학자 김성우는 ‘아첨하는 AI의 지배’에서 이솝 우화 〈여우와 까마귀〉를 끌어와 아첨의 심리를 해부한다. 사용자의 비위를 맞추도록 길들여진 AI의 ‘아첨’이 어떻게 우리의 판단을 무장 해제시키는지, 권력이 편재하는 곳에 늘 아첨이 따라붙는다는 통찰을 통해 진실을 회복하는 길을 묻는다.
전장의 두뇌가 된 AI는 지옥인가. AI 연구자 최재운은 ‘AI 자율 무기의 습격’에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시나리오로 글을 연다. 일상에서 글을 쓰고 질문을 던지는 데 쓰는 바로 그 AI가 전장의 표적 처리와 분배를 담당하며, 과거 수천 명이 필요했던 작업을 단 수십 명으로 줄여놓는다. 저자는 자율 무기가 전쟁의 속도와 윤리를 어떻게 바꾸는지, AI 기업의 ‘양심’과 국가의 군사적 요구가 충돌하는 지점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풍요의 약속을 의심하다. 경제학자 김공회는 ‘AI 자동화는 풍요를 약속하는가’에서 일론 머스크가 그리는 ‘지속 가능한 풍요’와 ‘보편적 고소득(UHI)’ 구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로봇이 생산에서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때 일에서 해방된 인간이 소득과 소비의 기반마저 잃는 역설을 짚으며, 자동화가 정말 모두의 풍요로 이어지는지 경제학의 언어로 따져 묻는다.
기술생태학자 이광석은 ‘인간과 함께하는 AI를 위하여’에서 AI를 무색무취의 청정한 기술로 추앙하는 통념을 뒤집는다. AI는 인간 노동에서 추출한 데이터뿐 아니라 에너지·토지·광물·냉각수·데이터센터·반도체 같은 물질·인프라 자원 없이는 한 줄의 연산도 수행할 수 없다. 데이터를 집중시켜 권력으로 전환하는 ‘AI 자본주의’의 불투명한 구조를 폭로하며, 인간과 공존하는 AI의 질서를 모색한다.
▼ 포커스: UFO에 관한 최신 증거를 검증하다
미확인 비행체의 목격담은 실재하는 진실의 파편일까, 교묘하게 설계된 집단적 착시일까. 우주를 향한 인류의 근원적 갈망은 왜 유독 ‘외계 지성체’에 대한 집착으로 귀결되는가. 최근 미 국방부의 UFO 보고서 공개와 화제의 다큐멘터리를 계기로 미확인 이상 현상(UAP)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호 포커스는 그 증거들이 남긴 의혹의 실체를 추적하는 한편, 외계인을 믿고 싶어 하는 인간 심연의 심리부터 태양계를 가로지른 성간 천체의 정체까지 낱낱이 파헤친다.
《스켑틱》 발행인 마이클 셔머는 ‘미확인 비행체를 설명하는 방법’에서 다큐멘터리 〈폭로의 시대〉가 CNN과 폭스 뉴스, 심지어 정부 수준에서까지 다뤄지며 한때 비주류였던 UFO 담론이 ‘UAP’라는 이름으로 주류에 편입된 과정을 짚는다. 대부분의 과학자와 언론인이 거친 영상·흐릿한 사진·하늘의 이상한 빛이라는 일화적 증거를 왜 거부하는지, 그 회의적 태도의 근거를 차분히 제시한다.
임상심리학자 브룩 로퍼는 ‘사람들은 왜 외계인을 믿고 싶어 할까’에서 50년 만에 열린 UFO 의회 청문회와 목격 보고 급증의 시점을 짚으며, 믿음을 만들어내는 인간 심리의 구조를 분석한다. 미 국방부 산하 기관이 1년여 사이 757건의 새로운 UAP 사례를 기록한 현실 속에서, 믿고 싶은 마음이 어떻게 증거를 압도하는지를 보여준다.
지질학자 마크 J. 디펀트는 ‘수수께끼 성간 천체의 방문’에서 오우무아무아(2017)·보리소프(2019)·아틀라스(2025)로 이어진 세 ‘성간 침입자’를 다룬다. 하버드대 천문학자 아비 로엡은 이들이 외계 기술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데이터와 상식으로 무장한 대다수 과학자는 이를 빠르게 움직이는 암석이나 특이한 조성의 혜성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 저자는 천체물리학에 스민 음모론적 상상력을 경계한다.
생물학자 헤슬리 마차도 실바는 ‘스마트폰 시대, 자취를 감춘 초자연 존재들’에서 흥미로운 역설을 제기한다. UFO와 빅풋, 정령과 기적, 빙의 같은 초자연 현상이 ‘영영 휴가를 떠난 듯’ 사라진 시점이, 인류가 초고화질 카메라를 손안에 쥐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과 정확히 맞물린다는 것이다. 믿음과 실제 현상을 구분하며, 기록 기술의 보편화가 초자연 목격담에 무엇을 했는지 추적한다.
▼ 집중연재 ‘의심하는 과학’: 세계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인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서울시립과학관장, 국립과천과학관장을 역임한 과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정모 펭귄각종과학관장이 ‘의심하는 과학’을 주제로 새 연재를 시작한다. 그 첫 주제는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믿어온 세계의 구조를 의심하는 순간이다. 별은 북쪽 하늘에서 하나의 중심을 기준으로 원을 그리고, 태양은 매일 동에서 서로 흐른다. 너무나 명확하고 일관되기에 의심하기 어려운 이 경험은 ‘우리는 정지해 있고 하늘이 움직인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감각의 배신과 과학의 도전’이라는 부제 아래, 가장 자연스러운 감각이 어떻게 가장 견고한 오해가 되는지를 따라간다.
▼ 자연은 속임수와 사기꾼의 천국
행동생태학자 강창구는 자연이 아름답고 조화로운 곳이라는 통념을 뒤집는다. 잘 짜인 속임수가 마술이듯, 자연 또한 만만치 않은 사기꾼이다. 후추나방의 의태처럼 생존과 번식을 둘러싼 기만의 전략이 숲과 바다 곳곳에서 펼쳐진다. 저자는 인간의 시각과 인지의 허점을 정확히 노리는 마술의 원리에 빗대어, 속고 속이며 살아가는 생물들의 치열한 생존 드라마를 안내한다.
▼ 우리는 왜 종이컵에 집착하는가 (〈오후의 모두 까기〉 마지막 회)
2021년 26호부터 세상의 온갖 믿음과 확신을 유머와 냉소로 비틀어온 칼럼니스트 오후의 연재 〈오후의 모두 까기〉가 이번 호로 막을 내린다. 마지막 회에서 저자는 텀블러를 챙기지 않아 ‘환경 파괴범’으로 조리돌림당한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다. 정작 그 비난을 앞장선 이가 자가용을 몰고 온 사람이었다는 아이러니를 지렛대 삼아, 종이컵과 텀블러를 둘러싼 환경 담론의 모순과 우리가 무엇을 왜 믿고 실천하는지를 특유의 시선으로 되짚는다.
▼ 자연의 치료제라는 환상
40년 경력의 내과 전문의 윌리엄 멜러는 ‘자연’과 ‘기적의 치료제’라는 수사가 부른 의료 현장의 위기를 진단한다. 규제가 풀린 실험적 펩타이드 화합물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직접 주사하다 호흡 곤란과 전신 두드러기로 진료실을 찾은 40세 환자의 사례를 통해, ‘미국인을 실험 대상 삼는 거대한 의학 실험’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검증되지 않은 ‘자연의 치료제’ 열풍에 회의론자의 날카로운 경고를 던진다.
▼ 이게 다 도파민 때문이라고?
신경과학자 토미 블랜처드는 소셜 미디어에 범람하는 신경과학 용어의 과잉을 비판한다. ‘도파민을 좇지 마라’, ‘신경계를 조절하라’, ‘뇌를 재배선한다’ 같은 표현은 자기 계발 구루와 생산성 코치의 단골 어휘가 되었지만, 정작 설명적 가치는 거의 없다. ‘산책이 신경계를 조절한다’는 말은 ‘산책이 스트레스를 줄인다’는 평범한 사실에 신경과학의 외피만 씌운 것일 뿐이다. 저자는 그럴듯한 용어가 어떻게 깊이를 가장하는지를 파헤친다.
그밖에 《스켑틱》 46호의 흥미로운 글들,
사회학자 로버트 E. 바살러뮤와 저널리스트 디에고 수니가는 ‘음파가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에서 적군을 피 토하게 만드는 ‘비밀 음파 무기’가 실재한다는 소셜 미디어발 주장과 자극적인 언론 보도의 허실을 검증하며, 공포가 어떻게 거짓을 사실로 둔갑시키는지 보여준다.
교육학자 데이나 홀은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들’에서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 앞에서 무력감에 빠지는 현대인의 심리를 들여다본다. 실망과 실패, 실존적 무력감이 그 어느 때보다 흔해진 시대에, 자책의 굴레에서 자신을 놓아주는 일의 의미를 묻는다.
■ 저자 소개
스켑틱 협회(The Skeptics Society)
스켑틱 협회는 초자연적 현상과 사이비과학, 유사과학, 그리고 모든 종류의 기이한 주장들을 검증하고,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며, 건전한 과학적 관점을 모색하는 비영리 과학 교육기관이다. 1992년 마이클 셔머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커, 샘 해리스, 레너드 서스킨드, 빌 나이, 닐 디그래스 타이슨 등 55,000명 이상의 회원이 협회에 소속되어 있다. 스켑틱 협회는 〈스켑틱〉과 〈e-스켑틱〉 등 과학 저술을 출간하고 무료 팟캐스트인 ‘스켑티컬리티’와 ‘몬스터톡’을 배포하는 한편, 매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과학, 심리학, 인류학 관련 학회를 개최하여 건전한 지적 문화의 확산을 이끌고 있다.
■ 목차
집중연재 의심하는 과학 1
세계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인가 – 이정모
Column
이게 다 도파민 때문이라고? - 토미 블랜처드
자연의 치료제라는 환상 - 윌리엄 멜러
Cover Story AI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AI는 도덕적일 수 있을까 - 이상욱
AI 과학자의 등장, 변화하는 지식 생태계 - 엄태웅
아첨하는 AI의 지배 - 김성우
AI 자율 무기의 습격 - 최재운
AI 자동화는 풍요를 약속하는가 - 김공회
인간과 함께하는 AI를 위하여 – 이광석
News & Issues
음파가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 로버트 E. 바살러뮤, 디에고 수니가
Focus UFO에 관한 최신 증거를 검증하다
미확인 비행체를 설명하는 방법 - 마이클 셔머
사람들은 왜 외계인을 믿고 싶어 할까 - 브룩 로퍼
수수께끼 성간 천체의 방문 - 마크 J. 디펀트
스마트폰 시대, 자취를 감춘 초자연 존재들 - 헤슬리 마차도 실바
Theme
자연은 속임수와 사기꾼의 천국 - 강창구
우리는 왜 종이컵에 집착하는가 – 오후
Agenda & Articles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들 - 데이나 홀
간편결제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