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켑틱 SKEPTIC 39호
▶ 갈릴레오의 위대한 사고실험
▶ 아인슈타인 기적의 해, 기적의 사고실험
▶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살았을까, 죽었을까
▶ SF는 사고실험이다
▶ 핸콕의 대안 고고학과 그에 대한 비판
▶ 조선 후기 민란의 시대와 화산 폭발
▶ AI는 어떻게 예술가를 위협하는가
▶ 꿀잠에 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 비잔티움에서 스리랑카까지, 정체성 정치의 위험
상상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생성형 AI의 시대, 인간으로서 생존하기 위해 요구되는 창의력의 조건은 무엇인가? 전설적인 과학자들의 사고실험을 통해 살펴보는 상상의 힘. 핸콕의 끝나지 않는 잃어버린 문명에 대한 집착. 핸콕의 대재앙 가설은 어떤 문제가 있는가? 홍경래의 난 등 조선 후기 민란의 배후에는 화산 폭발이 있었다? 기후로 보는 한국사. 세상과 몸을 잇는 통증에 대한 새로운 시선. 예술가를 위협하는 생성형 AI. 비잔티움뿐 아니라 스리랑카까지, 정체성 정치는 어떻게 사회의 위협이 되는가? 등 흥미로운 기사로 가득한 스켑틱 39호.
▼ 커버스토리: 상상이 세상을 바꾸다, 세상을 바꾼 사고실험 – 물리편
기술이 지배하는 사회, 과연 상상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앞으로 인간은 이미 확립된 지식 체계 안에서 최적의 결과물을 산출하는 능력에 있어 AI를 따라가기 힘들 것이다. 생성형 AI의 등장과 함께 인간 지능의 핵심이 창의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이럴 때일수록 인류의 결정적 진보는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틀을 확립하며 이뤄졌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 실제 이런 생각은 과학사의 수많은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과학의 진보에는 늘 과학자들의 자유로운 사고실험이 있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에서는 물리학 거인들의 생각법을 살펴보며 실제 상상이 어떻게 세상을 바꿔왔는지 살펴본다. 수학적으로 엄밀한 논리로만 이뤄질 거 같다는 인상과 달리 물리학의 거인들은 오히려 비유를 활용해 문제의 본질을 다각도에서 자유롭게 고찰하였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전차, 진공 속의 포탄 등 물리학자의 사고실험은 기존에 받아들여지던 생각들을 비틀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였다. 실로 상상이 세상을 바꿨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갈릴레오에서 맥스웰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바꾼 물리 거인들의 생각 실험실을 살펴본다. 더불어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SF도 사고실험의 맥락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 포커스: 사라진 문명에 대한 끝나지 않는 집착
2022년 11월 넷플릭스에 <고대의 아포칼립스>가 공개됐다. 《신의 지문》으로 유명한 그레이엄 핸콕이 연출하고 출연한 이 시리즈는 세계 곳곳의 장엄한 고대 유적지를 배경으로 한 멋진 영상과 고대 선진 문명의 존재, 이들을 일순간에 멸망시킨 혜성 충돌이라는 매력적인 가설로 시청자를 매혹한다. 핸콕은 주류 고고학계가 자신의 가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불평하며 시리즈를 통해 자신의 가설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 화려한 영상을 통해 시청자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평소 핸콕을 비판한 마이클 셔머도 이 시리즈를 보고 영상에 반해 두 번이나 연달아 시리즈를 시청했을 정도다. 영상 속 핸콕의 주장은 그럴 듯 해 보인다. 수렵채집민이 만들었다고 보기에 촐룰라의 대피라미드나 인도네시아의 구눙 파당과 고대 건축물은 너무도 장엄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의 주장을 텍스트로 놓고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 근거가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드러난다. 세계 곳곳의 고대 유적지가 모두 잃어버린 문명 아틀란티스의 생존자가 남긴 흔적이라는 핸콕의 주장에는 너무도 허점이 많다. 이번 포커스에서는 화려한 영상미로 시청자를 오도하는 핸콕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신의 지문》에서 시작된 사라진 아틀란티스에 대한 그 오랜 집착을 이제는 끝낼 때가 됐다.
▼ 홍경래의 난이 화산 폭발 때문이라고?
“호남의 기근은 을병대기근 때가 가장 극심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노인들에게 들으니 모두들 금년의 상황이 을병년보다 더 나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는 진실로 100년 동안 없었던 것입니다. 어미는 자식을 버리고 남편은 아내와 결별하였으므로 길바닥에는 쓰러져 죽은 시체가 잇따르고 떠도는 걸인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들이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다면 반드시 흩어져 사방으로 갈 것입니다만, 다른 곳도 기근은 마찬가지니 어딜 간들 목숨을 연장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는 《순조실록》에 기록된 광주 목사 송지렴이 1809년 겨울에 왕에게 올린 상소문이다.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가뭄이었다. 대기근이 전국을 휩쓸었다. 이런 흐름은 1811년까지 계속됐고, 결국 홍경래의 난으로 이어졌다. 서울대 지리학과의 박정재 교수는 소빙기의 낮은 기온과 정부의 부패만으로는 홍경래의 난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그 이면에 정체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상의 화산 폭발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여러모로 순조는 기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1815년에는 그 유명한 탐보라 화산이 폭발했다. 탐보라 화산의 폭발 역시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번에는 가뭄이 아니라 홍수로 이어졌다. 저자는 화산 폭발이 조선 후기 민란의 시대에 미친 영향을 세부적으로 고찰하며 각각이 어떤 다른 결과를 가져왔는지 살펴본다. 그는 최근 온난화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하얀 하늘’이 조선 후기 화산 폭발 사례로 볼 때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비판적으로 살핀다.
▼ 비잔티움에서 스리랑카까지, 정체성 정치의 위험
6세기 비잔티움은 거리뿐 아니라 교회에서도 서로를 악랄하게 공격할 정도로 분열된 도시였다. 그리고 이런 분열은 3만 명이 사망한 523년 ‘니카 폭동’으로 절정에 달했다. 니카 폭동은 우리가 상상하는 지금과 같은 인종 폭동이 아니었다. 문제는 전차 경주였다. 각 전차 팀을 대표하는 파랑 팀과 초록 팀은 각 팀을 대표하는 옷을 자랑스럽게 입고 다녔다. 각 팀은 모두 자신의 파벌과 색에 대한 충성심이 강했다. 하지만 둘 사이의 경쟁은 오랜 시간 지속되었다. 둘 간에 갈등은 있었지만 오랫동안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저자 젠스 커트 헤이케는 그 문제가 ‘정체성 정치’에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 인간은 본성적으로 아주 작은 집단 간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본성은 차이를 강조하고 보상을 통해 이를 강화하는 정책 혹은 정치로 극단에 이를 수 있다. 저자는 그 사례가 바로 나카 폭등이며, 나카 폭등은 역사를 통해 시기와 장소를 달리하며 변주해 왔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스리랑카의 정체성 정치를 추적하며 집단 간의 단순한 차이가 정치를 통해 어떻게 극단에 이를 수 있는 보여준다.
▼ 마녀사냥은 끝나지 않았다
‘마녀사냥’하면 우리는 대개 중세를 떠올린다. 종교적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라는 인식이다. 그런데 마녀사냥이 현재 진행형이라면? 2024년 1월 1일, 말라위의 회의론자 원더풀 음쿠체가 2023년 12월 28일에 발생한 마녀사냥 사건의 동영상을 공유했다. 현지 폭도들이 한 노인을 매장하는 장면이었다. 이 여성은 전날 세상을 떠난 가족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는 가족들이 점술가와 만나고 발생한 일이었다. 지역 자경단이 여성을 납치했고 친척을 죽인 마녀라는 이유로 여성을 생매장하려던 것이었다. 하는 현재 아프리카 지역에서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마녀사냥의 한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인권 운동을 벌이고 있는 레오 이그웨가 아프리카 마녀사냥의 현주소를 고발하며 왜 회의주의 운동이 필요한지 이야기한다.
그 밖에 《스켑틱》 39호
- 심리치료사이자 심리학자인 김현 교수가 ‘꿀잠에 관한 7가지 오해와 진실’에서 최신 연구에 근거해 숙면을 위해 필요한 조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 좌우대칭동물은 본래 뇌를 가진 가문이었을까, 아니면 후에 좌우대칭동물의 후손들이 수렴 진화한 것일까? 진화유전학자 이대한 교수가 ‘잃어버린 뇌 기원의 첫 가문을 찾아서’에서 최근 좌우대칭동물 가문 연구에 일어난 혁신을 검토한다.
- 음악가 케이트 브루노츠는 ‘AI는 어떻게 예술가를 위협하는가’에서 실제 음악 현장에서 AI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이야기하며 어떤 방식으로 AI가 예술가의 삶을 위협하는지 분석한다.
■ 저자 소개
스켑틱 협회(The Skeptics Society)
스켑틱 협회는 초자연적 현상과 사이비과학, 유사과학, 그리고 모든 종류의 기이한 주장들을 검증하고,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며, 건전한 과학적 관점을 모색하는 비영리 과학 교육기관이다. 1992년 마이클 셔머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커, 샘 해리스, 레너드 서스킨드, 빌 나이, 닐 디그래스 타이슨 등 55,000명 이상의 회원이 협회에 소속되어 있다. 스켑틱 협회는 <스켑틱>과 <e-스켑틱> 등 과학 저술을 출간하고 무료 팟캐스트인 ‘스켑티컬리티’와 ‘몬스터톡’을 배포하는 한편, 매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과학, 심리학, 인류학 관련 학회를 개최하여 건전한 지적 문화의 확산을 이끌고 있다.
■ 목차
Column
무엇이든 마음대로 믿을 권리는 없다 – 대니얼 더니컬라
꿀잠에 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 김현
Theme
조선 후기 민란의 시대와 화산 폭발 – 박정재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 오후
Cover Story 상상이 세상을 바꾸다: 세상을 바꾼 사고실험 - 물리편
갈릴레오의 위대한 사고실험 – 김범준
아인슈타인 기적의 해, 기적의 사고실험 – 김찬주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살았을까, 죽었을까 – 이강영
맥스웰의 악마 사고실험의 기원과 함의 – 김재영
SF는 사고실험이다 – 홍성욱
News&Issues
AI는 어떻게 예술가를 위협하는가 – 케이트 브루노츠
마녀사냥은 현재 진행형이다 – 레오 이그웨
집중연재
잃어버린 뇌 기원의 첫 가문을 찾아서 - 이대한
Focus 사라진 문명에 대한 끝나지 않는 집착
핸콕의 대안 고고학과 그에 대한 비판 – 마이클 셔머
아틀란티스는 허구일 뿐이다 – 마크 디팬트
소행성 충돌이 영거 드라이아스를 촉발했다고? - 마크 보슬라우
Agenda&Articles
비잔티움에서 스리랑카까지, 정체성 정치의 위험 – 젠스 커트 헤이케
통증은 세계와의 상호 작용이다 – 우충완
한국 스켑틱 SKEPTIC 39호
▶ 갈릴레오의 위대한 사고실험
▶ 아인슈타인 기적의 해, 기적의 사고실험
▶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살았을까, 죽었을까
▶ SF는 사고실험이다
▶ 핸콕의 대안 고고학과 그에 대한 비판
▶ 조선 후기 민란의 시대와 화산 폭발
▶ AI는 어떻게 예술가를 위협하는가
▶ 꿀잠에 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 비잔티움에서 스리랑카까지, 정체성 정치의 위험
상상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생성형 AI의 시대, 인간으로서 생존하기 위해 요구되는 창의력의 조건은 무엇인가? 전설적인 과학자들의 사고실험을 통해 살펴보는 상상의 힘. 핸콕의 끝나지 않는 잃어버린 문명에 대한 집착. 핸콕의 대재앙 가설은 어떤 문제가 있는가? 홍경래의 난 등 조선 후기 민란의 배후에는 화산 폭발이 있었다? 기후로 보는 한국사. 세상과 몸을 잇는 통증에 대한 새로운 시선. 예술가를 위협하는 생성형 AI. 비잔티움뿐 아니라 스리랑카까지, 정체성 정치는 어떻게 사회의 위협이 되는가? 등 흥미로운 기사로 가득한 스켑틱 39호.
▼ 커버스토리: 상상이 세상을 바꾸다, 세상을 바꾼 사고실험 – 물리편
기술이 지배하는 사회, 과연 상상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앞으로 인간은 이미 확립된 지식 체계 안에서 최적의 결과물을 산출하는 능력에 있어 AI를 따라가기 힘들 것이다. 생성형 AI의 등장과 함께 인간 지능의 핵심이 창의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이럴 때일수록 인류의 결정적 진보는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틀을 확립하며 이뤄졌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 실제 이런 생각은 과학사의 수많은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과학의 진보에는 늘 과학자들의 자유로운 사고실험이 있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에서는 물리학 거인들의 생각법을 살펴보며 실제 상상이 어떻게 세상을 바꿔왔는지 살펴본다. 수학적으로 엄밀한 논리로만 이뤄질 거 같다는 인상과 달리 물리학의 거인들은 오히려 비유를 활용해 문제의 본질을 다각도에서 자유롭게 고찰하였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전차, 진공 속의 포탄 등 물리학자의 사고실험은 기존에 받아들여지던 생각들을 비틀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였다. 실로 상상이 세상을 바꿨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갈릴레오에서 맥스웰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바꾼 물리 거인들의 생각 실험실을 살펴본다. 더불어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SF도 사고실험의 맥락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 포커스: 사라진 문명에 대한 끝나지 않는 집착
2022년 11월 넷플릭스에 <고대의 아포칼립스>가 공개됐다. 《신의 지문》으로 유명한 그레이엄 핸콕이 연출하고 출연한 이 시리즈는 세계 곳곳의 장엄한 고대 유적지를 배경으로 한 멋진 영상과 고대 선진 문명의 존재, 이들을 일순간에 멸망시킨 혜성 충돌이라는 매력적인 가설로 시청자를 매혹한다. 핸콕은 주류 고고학계가 자신의 가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불평하며 시리즈를 통해 자신의 가설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 화려한 영상을 통해 시청자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평소 핸콕을 비판한 마이클 셔머도 이 시리즈를 보고 영상에 반해 두 번이나 연달아 시리즈를 시청했을 정도다. 영상 속 핸콕의 주장은 그럴 듯 해 보인다. 수렵채집민이 만들었다고 보기에 촐룰라의 대피라미드나 인도네시아의 구눙 파당과 고대 건축물은 너무도 장엄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의 주장을 텍스트로 놓고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 근거가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드러난다. 세계 곳곳의 고대 유적지가 모두 잃어버린 문명 아틀란티스의 생존자가 남긴 흔적이라는 핸콕의 주장에는 너무도 허점이 많다. 이번 포커스에서는 화려한 영상미로 시청자를 오도하는 핸콕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신의 지문》에서 시작된 사라진 아틀란티스에 대한 그 오랜 집착을 이제는 끝낼 때가 됐다.
▼ 홍경래의 난이 화산 폭발 때문이라고?
“호남의 기근은 을병대기근 때가 가장 극심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노인들에게 들으니 모두들 금년의 상황이 을병년보다 더 나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는 진실로 100년 동안 없었던 것입니다. 어미는 자식을 버리고 남편은 아내와 결별하였으므로 길바닥에는 쓰러져 죽은 시체가 잇따르고 떠도는 걸인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들이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다면 반드시 흩어져 사방으로 갈 것입니다만, 다른 곳도 기근은 마찬가지니 어딜 간들 목숨을 연장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는 《순조실록》에 기록된 광주 목사 송지렴이 1809년 겨울에 왕에게 올린 상소문이다.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가뭄이었다. 대기근이 전국을 휩쓸었다. 이런 흐름은 1811년까지 계속됐고, 결국 홍경래의 난으로 이어졌다. 서울대 지리학과의 박정재 교수는 소빙기의 낮은 기온과 정부의 부패만으로는 홍경래의 난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그 이면에 정체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상의 화산 폭발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여러모로 순조는 기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1815년에는 그 유명한 탐보라 화산이 폭발했다. 탐보라 화산의 폭발 역시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번에는 가뭄이 아니라 홍수로 이어졌다. 저자는 화산 폭발이 조선 후기 민란의 시대에 미친 영향을 세부적으로 고찰하며 각각이 어떤 다른 결과를 가져왔는지 살펴본다. 그는 최근 온난화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하얀 하늘’이 조선 후기 화산 폭발 사례로 볼 때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비판적으로 살핀다.
▼ 비잔티움에서 스리랑카까지, 정체성 정치의 위험
6세기 비잔티움은 거리뿐 아니라 교회에서도 서로를 악랄하게 공격할 정도로 분열된 도시였다. 그리고 이런 분열은 3만 명이 사망한 523년 ‘니카 폭동’으로 절정에 달했다. 니카 폭동은 우리가 상상하는 지금과 같은 인종 폭동이 아니었다. 문제는 전차 경주였다. 각 전차 팀을 대표하는 파랑 팀과 초록 팀은 각 팀을 대표하는 옷을 자랑스럽게 입고 다녔다. 각 팀은 모두 자신의 파벌과 색에 대한 충성심이 강했다. 하지만 둘 사이의 경쟁은 오랜 시간 지속되었다. 둘 간에 갈등은 있었지만 오랫동안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저자 젠스 커트 헤이케는 그 문제가 ‘정체성 정치’에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 인간은 본성적으로 아주 작은 집단 간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본성은 차이를 강조하고 보상을 통해 이를 강화하는 정책 혹은 정치로 극단에 이를 수 있다. 저자는 그 사례가 바로 나카 폭등이며, 나카 폭등은 역사를 통해 시기와 장소를 달리하며 변주해 왔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스리랑카의 정체성 정치를 추적하며 집단 간의 단순한 차이가 정치를 통해 어떻게 극단에 이를 수 있는 보여준다.
▼ 마녀사냥은 끝나지 않았다
‘마녀사냥’하면 우리는 대개 중세를 떠올린다. 종교적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라는 인식이다. 그런데 마녀사냥이 현재 진행형이라면? 2024년 1월 1일, 말라위의 회의론자 원더풀 음쿠체가 2023년 12월 28일에 발생한 마녀사냥 사건의 동영상을 공유했다. 현지 폭도들이 한 노인을 매장하는 장면이었다. 이 여성은 전날 세상을 떠난 가족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는 가족들이 점술가와 만나고 발생한 일이었다. 지역 자경단이 여성을 납치했고 친척을 죽인 마녀라는 이유로 여성을 생매장하려던 것이었다. 하는 현재 아프리카 지역에서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마녀사냥의 한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인권 운동을 벌이고 있는 레오 이그웨가 아프리카 마녀사냥의 현주소를 고발하며 왜 회의주의 운동이 필요한지 이야기한다.
그 밖에 《스켑틱》 39호
- 심리치료사이자 심리학자인 김현 교수가 ‘꿀잠에 관한 7가지 오해와 진실’에서 최신 연구에 근거해 숙면을 위해 필요한 조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 좌우대칭동물은 본래 뇌를 가진 가문이었을까, 아니면 후에 좌우대칭동물의 후손들이 수렴 진화한 것일까? 진화유전학자 이대한 교수가 ‘잃어버린 뇌 기원의 첫 가문을 찾아서’에서 최근 좌우대칭동물 가문 연구에 일어난 혁신을 검토한다.
- 음악가 케이트 브루노츠는 ‘AI는 어떻게 예술가를 위협하는가’에서 실제 음악 현장에서 AI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이야기하며 어떤 방식으로 AI가 예술가의 삶을 위협하는지 분석한다.
■ 저자 소개
스켑틱 협회(The Skeptics Society)
스켑틱 협회는 초자연적 현상과 사이비과학, 유사과학, 그리고 모든 종류의 기이한 주장들을 검증하고,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며, 건전한 과학적 관점을 모색하는 비영리 과학 교육기관이다. 1992년 마이클 셔머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커, 샘 해리스, 레너드 서스킨드, 빌 나이, 닐 디그래스 타이슨 등 55,000명 이상의 회원이 협회에 소속되어 있다. 스켑틱 협회는 <스켑틱>과 <e-스켑틱> 등 과학 저술을 출간하고 무료 팟캐스트인 ‘스켑티컬리티’와 ‘몬스터톡’을 배포하는 한편, 매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과학, 심리학, 인류학 관련 학회를 개최하여 건전한 지적 문화의 확산을 이끌고 있다.
■ 목차
Column
무엇이든 마음대로 믿을 권리는 없다 – 대니얼 더니컬라
꿀잠에 관한 7가지 오해와 진실 – 김현
Theme
조선 후기 민란의 시대와 화산 폭발 – 박정재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 오후
Cover Story 상상이 세상을 바꾸다: 세상을 바꾼 사고실험 - 물리편
갈릴레오의 위대한 사고실험 – 김범준
아인슈타인 기적의 해, 기적의 사고실험 – 김찬주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살았을까, 죽었을까 – 이강영
맥스웰의 악마 사고실험의 기원과 함의 – 김재영
SF는 사고실험이다 – 홍성욱
News&Issues
AI는 어떻게 예술가를 위협하는가 – 케이트 브루노츠
마녀사냥은 현재 진행형이다 – 레오 이그웨
집중연재
잃어버린 뇌 기원의 첫 가문을 찾아서 - 이대한
Focus 사라진 문명에 대한 끝나지 않는 집착
핸콕의 대안 고고학과 그에 대한 비판 – 마이클 셔머
아틀란티스는 허구일 뿐이다 – 마크 디팬트
소행성 충돌이 영거 드라이아스를 촉발했다고? - 마크 보슬라우
Agenda&Articles
비잔티움에서 스리랑카까지, 정체성 정치의 위험 – 젠스 커트 헤이케
통증은 세계와의 상호 작용이다 – 우충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