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는 어떻게 시민을 속이는가 : 담론을 모호하게 만드는 다섯 가지 속임수


















2016년의 미 대통령 선거는 이전의 선거와 마찬가지로 어떻게 공직자들이 ‘애매한 비교’, ‘평균의 오용’, ‘공포감 조성’, ‘일화 증거’, ‘완곡어법과 위악어법 사용’의 다섯 가지 기술을 이용해 담론을 모호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실례를 제공했다.

이 글의 의도는 시민들에게 그와 같은 속임수를 알아보고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1. 애매한 비교

애매한 비교와 마주쳤을 때 우리는 항상 “무엇과 비교한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허위 정보의 세계에서 진실 찾기UnSpun: Finding Facts in a World of Disinformation》의 공저자 브룩스 잭슨Brooks Jackson과 캐슬린 홀 제이미슨Katheleen Hall Jamieson에 따르면 애매한 비교는 “두 개의 대상을 비교하는 용어, 즉 ‘더 높은’, ‘더 좋은’, ‘더 빠른’, ‘더 많이’ 같은 말이 비교 대상이 없는 상태로 사용될 때 생긴다.”1

2004년에 조지 부시George Bush 선거진영의 TV 광고는 “존 케리John Kerry가 더 높은 세금제를 지지한 회수는 350번이 넘는다.”라고 주장했다.2 이 주장은 케리가 수차례나 현행 세율을 높이자는 데 투표했다고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더 높은’이라는 말이 애매한 비교임에 주목하라. 이와 같이 애 매한 비교를 이용하여 부시 대통령은 케리 상원의원이 세율을 현 행대로 유지하거나 심지어 현행세율보다 낮추는 방안에 찬성 투표 한 사례들을 ‘더 높은 세금’을 지지한 증거로 삼았다.


존 케리가 세율을 20%에서 10%로 내리는 공화당의 제안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생각해보자. 그는 ‘더 높은 세금’에 찬성한 것일 까? 이는 그의 투표를 공화당의 제안과 비교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 의 세율과 비교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현행 20%의 세율을 유지하는 안에 대한 케리의 찬성을 10%로 세율을 내리자는 공화당 안과 비교한다면, 그가 ‘더 높은 세금’을 지지했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존 세율과 비교할 경우 케리는 결코 ‘더 높은 세금’을 지 지한 것이 아니다. 단지 기존 20% 세율을 유지하는 것에 찬성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기존 20%의 세율을 15%로 내리는 대안 을 제시했다고 생각해보자. 케리가 민주당 안에 찬성했다면 ‘더 높 은 세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일까? 이 역시 기존의 세율과 공화당 의 제안 중 어느 것과 비교하는가에 달려 있다. 기존의 세율 20%와 비교하면 케리는 명백히 15%로 감세하는 방안에 찬성한 것이다. 그러나 부시의 선거진영은 실제로 케리가 공화당이 제안한 10%라 는 더 낮은 세율에 찬성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이 유로 그가 ‘더 높은 세금’을 지지한 것으로 규정했다.

물론 진실에 혼란을 주기 위해서 애매모호한 비교를 이용하는 것은 공화당만의 전매품이 아니다. 2001년에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물잔을 든 어린 소녀가 “엄마, 물에 비소 좀 더 넣어주실 수 있어 요?”라고 묻는 TV 광고를 만들었다.3 이 광고가 전하는 메시지는 부시 대통령이 기존의 허용기준보다 ‘더 많은 비소’를 식수에 넣으려한다는 것이었다.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여기에서도 ‘더 많은’이라는 말은 애매한 비유다. 다시 한번 “무엇과 비교한 것인가?”


비소는 19세기에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독살범들이 즐겨 사용하면서 유명해진 독극물이다. 하지만 지구 지각에 천연상태로 존재하는 비소도 식수에 스며들어 건강에 해로운 여러 가지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4 1942년 이후로 공공 급수시스템에 대한 비소의 최대 허용기준은 50ppb(parts per billion, 10억 분의 1)으로 규정되었다. 2001년에 클린턴 대통령은 식수에 포함된 비소의 허용기준을 10ppb로 낮추는 새로운 법안을 제안했다. 새로운 기준은 2006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차기 대통령으로 취임한 조지 부시는 식수에 포함된 비소를 20ppb로 제한할 것을 수정 제안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은 후에 클린턴 행정부에서 입안한 비소 기준을 채택하기로 결정했다.5

그렇다면 부시 대통령은 당초에 정말로 ‘더 많은 비소’를 포함한 식수를 원했던 것일까? 이는 부시의 제안을 기존의 비소 기준과 비교할 것인지, 아니면 아직 시행되지 않은 클린턴 대통령의 제안과 비교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클린턴의 제안과 비교하면 부시는 10ppb 더 높은 비소 기준을 지지한 것이 된다. 그러나 기존의 규정과 비교하면 부시는 사실상 음용수에 포함된 비소를 60% 감축하려 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모호한 비교는 비소를 감축하려고 했던 제안을 ‘더 많은 비소’를 지지하는 제안으로 바꾸어놓았다.

잭슨과 제이미슨은 이런 사례에서 볼 수 있는 양당의 주장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부시의 선거진영과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정직한 주장 대신에” 대중으로 하여금 “명백한 과장을 받아들이도록 했다.”라고 지적했다.6 우리가 세율이나 식수의 비소 허용기준과 같이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는 데 이와 같은 속임수가 사용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사실에 기초하지 못한 논의는 잘못된 방향으로 탈선할 수 있으며, 모호한 비교는 진실을 가릴 수 있다.







2. 평균

평균이라는 용어와 마주쳤을 때 우리는 “이 경우의 평균이 대표성 을 뜻하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대럴 허프Darrell Huff는 자신의 책 《새빨간 거짓말 통계How to Lie with Statistics》에서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나는 당 신이 상류층을 동경하는 속물이 아닐 것이라 믿으며, 내가 부동산 업자가 아님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당신이 속물이고 내가 부동산업 자이며 당신이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상황을 생각해보자.”7

허프가 당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가구당 평균소득이 연간 24만 달러라는 사실을 말해주었다고 해보자. 당신은 이런 말에 넘어가서 그 동네에 있는 집을 구입한다. 그리고 얼마 후 두 사람은 다시 만난다. 허프는 당신에게 재산세 감세를 요구하는 청원에 서명을 부탁한다. 그는 이 동네의 가구당 평균소 득이 연간 5만 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에 세금 감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허프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단지 그는 수학적으로 다른 형태의 평균이 있다는 사실을 이용했을 뿐이다. 그림1에 나타 난 것처럼 처음에 허프가 말한 평균은 가구당 연간 소득의 평균값 mean이었던 반면에 나중에 말한 평균은 중앙값median이었다.

두 가지 평균 모두 통계학에서 정식으로 사용되는 개념이긴 하지만, 두 값이 나타내는 것이 동일하진 않다. 그림1을 보면 소득이 백만 달러인 가구 하나, 즉 마을의 다른 가구들과 큰 차이가 나는 특이한 표본이 하나 있음으로 인해 평균값이 왜곡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경우의 산술평균은 수학적 의미에서의 평균이기는 하지만 전형적이거나 빈도가 높다는 의미에서의 평균은 아니다.































문제는 평균이 대표성을 의미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권자는 실제로는 특이적인 산술 평균값임에도 정치인이 언급하는 평균값을 ‘대표적인 값’으로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지 부시 대통령이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사용한 방법을 생각해보자. 그는 2003년 2월에 조지아 주 유권자들에게 세금에 관한 자신의 계획이 법제화되면 미국의 납세자들은 “평균 1,083달러의 감세 혜택”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8

대통령은 감세액의 산술평균을 말하면서 평균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며, 실제로 그의 계획에 따른 감세액은 평균 1,000달러가 넘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 평균값은 상위 1%의 납세자가 받게 되는 평균 24,100달러의 감세액 때문에 왜곡된 수치였다.9 이와 같은 평균 감세액은 수학적 의미에서는 평균이었지만 대표성을 띄는 값 은 아니었다. 세제연구소Tax Policy Center에 따르면 실제 감세액의 중앙값은 256달러에 불과했으며 80% 이상의 납세자가 받을 수 있는 감세액은 부시 대통령이 약속한 1,083달러보다 적었다.10

이와 비슷하게,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은 2015년 6월에 선 거자금 모금현황을 연방선거위원회에 보고할 기한이 다가오자 지지자들에게 1달러씩 기부할 것을 요청했고 이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았다.11 그런 요청이 모금액을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님은 명백했 다. 그렇다면 왜 그랬을까?


클린턴의 선거본부는 제출서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기부금 의 대부분이 고액으로 간주되는 200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임을 깨 달았다. 이는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진영의 선거자금의 70% 가 소액기부자(이제는 유명해진 ‘1인당 27달러’)의 기부금에서 나온다는 보고와 현저한 대조를 이루는 것이었다. 클린턴 캠프는 자기 진영에 광범위한 풀뿌리 지원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을 우려했다.12 따라서 선거본부는 1달러 기부를 요청하여 기부금의 평균값을 낮춤으로써 이와 같은 비판에 대처하기로 결정했던 것이 다. 이 경우에도 역시 평균 기부액이 수학적 의미의 평균은 되겠지 만 대표값이 될 수는 없었다. 정치감시센터The 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에 따르면 실제로 해당 분기에 클린턴 진영이 모금한 선거자 금의 83%가 고액 기부자로부터 나온 것이었다.13

여기서 “거짓말에는 세 종류가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는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재담을 떠올리게 된다. 진실을 오도하기 위해서 통계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텍사스 오스틴 대학의 수학교수 마이클 스타버드Michael Starbird는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통계를 가지고 거짓말을 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중략) 통계 없이 거짓말하기는 더 쉽다.”

문제는 평균이 대표성을 나타내지 못하는 상황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니다. 평균을 기만적인 목적을 가지고 고의로 오용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따라서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평균’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유권자들은 일단 의심을 품고 “이 경우의 평균이 대표성을 뜻하는가?”를 자문해보아야 한다.





3. 공포감 조성

유권자들은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려는 메시지를 접했을 때 “무섭게 느껴지면 경계하라.”는 격언을 떠올려야 한다.


옥스퍼드 사전은 ‘공포fear’를 “어떤 사물이나 사람이 위험하거나, 위협적이거나, 고통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믿음에서 생기는 불쾌한 감정”이라고 정의한다. 미국의 정치는 공포의 이용에 대하여 오래되고 수치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1800년 대선 당시 <코네티컷 일보Conneticut Courant>는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살인, 강도, 강간, 간통, 근친상간이 공공연히 가르쳐지고 행해질 것이며, 비탄의 울부짖음이 허공을 가르고 피가 땅을 적실 것”이라고 주장 했다. 공포심 조성은 결코 과거의 유산에 그치지 않는다. 1964년 에 린든 존슨Lyndon Johnson 대통령은 공화당의 배리 골드워터Barry Goldwater가 대통령이 되면 핵전쟁에 의한 파멸이 일어날 것임을 암 시하면서 골드워터를 공격하는, 이제는 유명해진 ‘데이지Daisy’ 광고를 만들었다.


보다 최근인 2004년에는 조지 부시의 선거진영이 이리떼가 등장하는 TV 광고를 제작했다. 야수들이 숲속을 배회하는 동안 위협 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미국에 대한 첫 번째 테러리스트 공격 이 있은 후에 존 케리는 (중략) 미국의 정보예산을 60억 달러 삭감 하는 법안에 찬성했습니다.” 해설자는 이어서 그와 같이 대폭적인 예산 삭감은 “미국의 방위능력을 약화시킬 것이며”, “미국에 해를 끼치려 준비하고 있는 자들”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리 떼가 카메라를 향해 돌진하는 이 무시무시한 경고는 아마도 전국 의 시청자에게 이리떼가 자기 집 거실로 뛰어드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14 잭슨과 제이미슨에 따르면 ‘이리떼’ 광고의 효과는 놀라웠다. 실제로 미국인 대부분이 2001년 9월 11일 테러공격 이후에 케리가 정보예산 삭감에 찬성했다고 믿게 된 것이다. 그러나 케리는 9·11 이후에 정보예산의 삭감이 아니라 증액에 찬성했다.15

자세히 살펴보면 ‘이리떼’ 광고는 9·11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기 때문에 케리가 9·11 이후에 정보예산 삭감에 찬성했다 고 주장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대신에 이 광고는 케리가 “미국에 대한 첫 번째 테러리스트 공격”이 있은 후에 정보예산 삭감에 찬성했다고 주장한다. 부시 선거진영에 따르면 이 첫 번째 공격은 1993년에 세계무역센터 지하주차장에서 폭발한 트럭폭탄을 말하는 것이었다.16


그런 의미에서 ‘이리떼’ 광고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실제로 케리 상원의원은 1994년에 정보예산을 3.7% 삭감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광고의 목적은 시청자를 오도하는 것이었다. 잭슨과 제이미슨은 “많은 시청자가 ‘테러리스트 공격’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자동적으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2001년 9월 11일의 참사를 떠올리고” 그에 따른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17

2011년에 폴 라이언Paul Ryan 하원의원은 노인의료보험 제도를 개혁하는 법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에 ‘어젠다 프로젝트Agenda Project’라는 진보단체는 이 법안을 비난하는 광고를 제작했다. 이 광고에는 ‘아름다운 미국America the Beautiful’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휠체어에 앉아 미소를 짓고 있는 할머니와 그 휠체어를 밀고 있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 사람은 라이 언 의원을 나타낸 것이다. 그런데 라이언 의원은 갑자기 경로를 이 탈해서 절벽 위로 올라간다. 할머니는 휠체어를 멈추려하지만 소용 이 없다. 라이언이 할머니를 절벽 아래로 밀어버리는 순간 화면에는 “노인의료보험이 없이도 미국이 아름다운가?”라는 텍스트가 나타난다. 18

이 역시 시청자를 오도하는 광고였다. 공화당의 법안이 노인의료보험을 민영화하려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프로그램은 여전히 정부의 보조금을 받도록 되어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이가 55세 이상인 사람들에게는 이런 변화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즉, 당시에 노인의료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거나 향후 10년 동안에 해당자가 될 사람들에게는 영향이 없었던 것이다. 할머니를 절벽에서 밀어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폴리티팩트PolitiFact>에 따르면 이 광고는 “건강관리비용 부담에 대한 노인층의 우려”를 파고들었다.19


정치적 광고에서 두려움을 이용하는 것은 두려움의 감정이 두 뇌의 편도체amygdala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특히 문제가 된다. 이 부 분을 자극하면 자기억제 및 복합적 사고와 관련되는 전전두피질 prefrontal cortex의 활동이 억제되어, “생각하고, 결정하고, 문제를 해 결하는” 능력을 상당히 약화시킬 수 있다. 20

물론 이런 것이 흔히 공포심을 조장하는 목적이다. 정치인은 유권자를 불안하게 만들어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 그리고 진실을 왜곡할 수 있는 정치인은 나중에 후회하게 될 정책을 지지하도록 사람들을 동원할 수 있다. 영국의 시인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Samuel Taylor Coleridge가 말한 대로 “정치에서 두려움으로 시작된 것은 바보짓으로 끝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4. 일화Anecdotes

유권자들은 일화를 증거로 이용하려는 정치적 메시지와 마주쳤을 때 ‘일화적 증거’라는 말 자체에 모순이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1998년에 앤드류 웨이크필드Andrew Wakefield는 영국의 권위 있는 의학지 <랜싯Lancet>에 자신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웨이크필드는 이 논문에서 홍역·볼거리·풍진MMR 백신 접종이 자폐증 발병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사기였으며, 2006년에는 웨이크필드가 데이터를 조작했으며 연구결과를 발표하기 직전에 MMR 백신 대체제에 관한 특허를 출원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랜싯>은 논문의 게재를 철회했고 웨이크필드의 의사면허는 취소되었다.21


그러나 MMR 백신과 자폐증 간에 관련성이 있다는 믿음은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실제로 이런 믿음은 제니 매카시Jenny McCarthy와 같은 유명 인사, 정치인, 부모들의 개인적 증언과 더불어 백신접종 반대운동의 확산에 기여했다. 2007년에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한 매카시는 “자신의 아기에게 백신을 접종한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눈물겹게 회상했다. 매카시는 간호사가 “주사를 놓고 나서 얼마 후에 (오!) 아기의 눈에서 영혼이 사라진” 과정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2015년의 공화당 예비선거에서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백신을 접종한 아동이 돌아와서 (중략) 고열이 나고 대단히 아픈 상태를 겪은 후에 자폐증에 빠진 사례가 매우 많다.”라고 주장했다.22

그러나 이와 같은 증언들은 일화적인 것이며, 일화는 증거가 아니다. 일화는 “특정한 사건에 대한 설명”이다. 하지만 증거는 “어 떤 믿음이나 명제가 타당한지를 밝히는 사실의 집합”으로 정의된 다. “특정한 사건”은 “사실의 집합”과는 다르기 때문에 일화가 증 거로 제시될 수는 없다. 일화는 그 정의상 수가 한정적이다. 따라서 일화만 가지고는 어떤 사건이 전형적이라거나 가능하다는 것을 입 증할 수 없다. 증거를 얻기 위해서는 모든 사례는 아니더라도 대표 적인 표본의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증거는 적절한 방식으로 수행된 과학적 연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다행히도 MMR 백신과 자폐증의 관련성에 대한 주장을 검증 하는 연구가 수행된 결과,24 미국의학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와 질병통제및예방센터Center for Disease Control, 의학연구소Institute of Medicine, 세계보건기구WHO에서 MMR 백신과 자폐증 간에는 관련성이 없다는 폭넓은 의견일치가 이루어졌다.

일화는 또한 부담 적정 보험법ACA: Affordable Care Act 또는 오바마케어Obamacare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단골손님이었다. 2014년 에 행한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여러 개인적 증언을 포함하여 ACA를 언급했다. 예컨대 오바마는 연간 의료보험료가 ‘3만 달러 이상에서 9천 달러 이하로’ 대폭 감액된 한 캘리포니아 주민의 사 례를 언급했다. 그는 또한 ACA 때문에 의료보험의 혜택을 입게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난소암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펜실베이니아 주의 한 바텐더’의 사례를 이야기했다.25

마찬가지로 공화당 하원의원들도 2015년에 사람들의 오바마 케어에 대한 개인적 증언을 소개했다. 그들이 대통령과 다른 관점 을 제시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예를 들면 한 캘리포니아 주민은 자신의 월간 보험료가 “650달러에서 1300달러로 두 배 올랐다.”라고 했으며 조지아 주의 한 여성은 남편이 사망한 후 “의료보험 혜택을 완전히 잃었다.”라고 했다.26


이와 같은 증언 중 어떤 것도 오바마케어의 성공이나 실패의 증거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이들은 단지 일화일 뿐이며 적절한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어느 이야기에 대표성이 있으며 어떤 증언이 이례적인 것인지를 가려낼 수 없다.

일화가 강력한 수사적 도구임은 확실하다. 개인적 증언을 이용하면 가장 복잡하고 추상적인 문제까지도 단순화시키고 몸에 와 닿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일화의 설득력이 정확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5. 완곡어법과 위악어법

유권자는 완곡어법euphemism이나 위악어법dysphemism을 사용한 정치적 캠페인을 접했을 때 캠페인의 이름만 보고 그것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1946년에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이제는 고전이 된 책 《정치와 언어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를 출간했다. 이 책은 언어는 감정을 일깨울 수 있고 감정의 유무는 사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언어는… 사고를 그르칠 수 있다.”라는 심원한 경고로 유명하다.

‘완곡어법’은 “불쾌한 대상을 언급할 때 너무 거칠거나 직설적이라고 생각되는 말 대신에 사용하는 부드럽거나 간접적인 용어 및 표현”을 말한다. 예를 들면 미국 헌법은 노예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other persons’이라고 지칭한다. 나치Nazis는 유럽에서 유대인을 말살하려는 계획을 ‘최종 해결책Final Solution’이라 불렀으며, 군에서는 우발적인 민간인 살상을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라 부른다. ‘위악어법’은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용어 대신 경멸적이거나 불쾌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사망자의 유산이 상속자들에게 분배되기 전의 순자산가치에 대하여 부과되는 세금”인 연방상속세federal estate tax를 생각해보자. 1992년 당시에는 미국의 부유층 중 상위 1.3%에만 연방상속세가 적용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스 캔디Mars Candy’와 ‘갈로 와인Gallo wine’ 기업의 상속자들은 세금의 전면적 폐지를 위한 연 합전선을 구축했다. 그들은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연방 상속세를 ‘사망세death tax’라고 부르기 시작했다.27

정치 여론조사원인 프랭크 런츠Frank Luntz의 설명처럼 “일반 대중은 ‘상속’이라는 말에서 부유층을 떠올리기 때문에 연방상속세에 대한 반대 청원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사망세’라고 부르면, “똑같은 세금임에도 불구하고, (중략) 실제로 상속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자신이 죽었을 때 세금 이 부과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확실히 안다.”28

이 캠페인은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브라이언 샤프너 Brian Shaffner와 메리 레이튼 앳킨슨Mary Layton Atkinson은 2010년 에 수행한 연구논문 <사망세인가, 상속세인가: 프레임이 시민의 이슈에 대한 믿음에 영향을 줄 때Taxing Death or Estates: When Frames Influence Citizen’s Issue Beliefs>에서 ‘사망세’라는 용어의 사용이 특히 미 상원 및 하원에서 급격히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더 중요한 점으로 샤프너와 앳킨슨은 이 같은 수사법의 변화로 미국의 가족 대부분에 연방상속세가 적용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게 된 사람의 수 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29 이는 당시 총 납세자의 0.5% 미만의 사람들에게만 이 세금이 부과되었다는 사실에 비추어보면 놀 랄 만한 결과였다.30


‘사망세’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부정확한 믿음을 가 진 사람들이 이 세금의 극히 제한적인 적용 범위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사람들보다 세금의 폐지를 지지하는 경향이 강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조지워싱턴 대학교의 존 사이즈John Sides 교수는 진실을 알게 된 대부분의 응답자가 ‘사망세’ 반대에서 ‘사망세’ 지지로 돌아섰다는 것을 밝혔다.31

오웰은 옳았다. 언어는 상황에 따라 사고의 오류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특정한 이슈를 자신의 견해에 유리한 틀에 끼워 맞추려는 수사법을 동원하게 된다. 그들은 우리의 감정을 북돋거나 누그러뜨려서 판단을 흐리게 하고 대중적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완곡어법이나 위악어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잭슨과 제이미슨이 지적하듯이 “모든 이슈에는 단지 이름이나 구호가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내용이 있다. 문제를… 그것의 명칭으로…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따라서 스스로에게 말해야 한다. ‘좋아, 그들은 내가 이렇게 생각하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그 이면에 있는 아직 듣지 못한 이야기는 무엇인가?’”



공직자들을 책임 있는 자세로 유도하기

<연방주의자 63Federalist 63>이라는 글에서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은 사람들이 “이해관계자들의 교묘하고 잘못된 해석에 오도되어 나중에 한탄과 비난의 대상이 될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앞에서 살펴본 교훈을 활용함으로써 교활한 공직자들이 자신의 수사법에 책임을 지도록 만들고, 매디슨이 피할 수 없다고 믿었던 한탄을 방지할 수 있다. 이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참여하는 시민의 책무이기도 하다.







스켑틱 9호 우주탐사시대의 우주론



Reference

1 Jackson, B. and Jamieson, K.H. 2007. UnSpun: Finding Facts in a World of Disinformation. New York: Random House.

2 Ibid.

3 Ibid.

4 World Health Organization. 2016. Arsenic Fact Sheethttp://www.who.int/ mediacentre/factsheets/fs372/en/

5 Seelye, K. 2001. “EPA to Adopt Clinton Arsenic Standard.” New York Times. November.

6 Jackson, B. and Jamieson, op. cit.

7 Huff, D. 1993. How to Lie with Statistics. New York: W.W. Norton & Company.

8 Editorial Board. 2003. “Law of Averages.” Washington Post. February 21, A26.

9 Ibid.

10 Ibid.

11 Schultz, M. 2015. “Clinton Seeks $1 Donations in Advance of Fundraising Deadline.” New York Post. June 29.

12 Jacobson, L. 2016. “Clinton Claim on Small Donors is Mostly False,’ Politifact Finds.” NBCNews.com. March 21.

13 Kurtzleben, D. 2015. “Five Things We’ve Learned About 2016 Presidential Fundraising.” NPR.org. July 16.

14 http://www.livingroomcandidate.org/commercials/2004

15 Jackson, B. and Jamieson, op. cit.

16 Ibid.

17 Ibid.

18 Drobnic Holán, A. and Jacobson, L. 2011. “Throw-Grannyfrom-the-Cliff Ad Asks What the U.S. Would be ‘Without Medicare’?” PolitiFact. May 25.

19 Ibid.

20 Jung, N., Wranke, C., Hamburger, K., & Knauff, M. 2014. “How emotions affect logical reasoning: evidence from experiments with mood-manipulated participants, spider phobics, and people with exam anxiety.” Frontiers in Psychology, 5, 570.

21 Barglow, R. and Schaefer, M. 2016. “Winning the Vaccination War in California.” Skeptic. Vol. 21, No.l. pp. 32-39.

22 Hochschild, J. and Einstein, K. L. 2012. Do Facts Matter? Information and Misinformation in American Politics. Oklahoma: University of Oklahoma Press: Norman.

23 Greenberg, S. 2014. “State of Confusion: One-Third of American Parents Continue to Link Vaccines and Autism.” Huffington Post. June 28.

24 Jain A, Marshall J, Buikema A, Bancroft T, Kelly JP, Newschaffer CJ. “Autism Occurrence by MMR Vaccine Status Among U.S. Children With Older Siblings with and without Autism.” JAMA. 2015; 313(15):1534-1540.

25 https://www.whitehouse.gov/the-press-office/2014/04/01/remarks-president-affordable-care-act.

26 https://www.gop.gov/5-years-of-broken-promises-canceled-plans/

27 Jackson, B. and Jamieson, op. cit.

28 Ibid.

29 Schaffner, B.F. and Atkinson, M.L. 2009. “Taxing Death or Estates? When Frames Influence Citizens’ Issue Beliefs.” In Winning with Words. Routledge Press.

30 Sherman, E. 2011. “Estate Tax Victims are Only the 0.3%.” CBSNews.com. November 23.

31 Sides, J. 2011. “Stories, Science, and Public Opinion about the Estate Tax.” http://home.gwu.edu/~jsides/estatetax.pdf


 티머시 레드먼드 Timothy J. Redmond

뉴욕 버팔로 주립대에서 정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먼 컬리지(Daemon College) 에서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잭슨센터(Jackson Center) 연구원으로, 버팔로의 인권 및 대량 학살 연구소에서 부감독을 맡고 있다. <오로라 어드버타이저(Aurora Advertiser)> 지 에 ‘시험된 삶(The Examined Life)’라는 제목의 칼럼을 정기적으로 연재하고 있다. 

  

번역 장영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졸업 후 충남대에서 물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바른번역 소속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