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이 발견으로 우리 인류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랍고
새로운 진리에 대한 탐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 킵 손(Kip Thorne)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명예교수




2015년 9월 14일. 드디어 중력파 검출에 성공했다. 100년 만에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예측했던 중력파의 존재가 실험적으로 직접 증명됐다. 드디어 우리는 우주를 보는 새로운 눈을 얻었다. 중력파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번 스켑틱에서는 이 역사적인 순간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하고자 한다.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중력파가 무엇인지 그리고 중력파 검출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종합적으로 다룬다. 또한 이론적 접근에 더해 스켑틱은 중력파 검출에 참여한 한국인 과학자를 직접 만나 
그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노력하였다.



2016년 2월 12일 중력파 관측 성공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은 중력파가 뭔지 그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소식은 과학자들의 작은 울타리를 넘어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이제 사람들은 중력파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중력파란 무엇인가? LIGO는 무엇인가? 그리고 중력파는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약속하는가?

중력파 발견의 의미에 대해 논하기 위해 LIGO 중력파 검출 실험에 참여했던 한국의 연구원 강궁원, 김정리, 오정근 박사가 좌담을 나누었다. 이들은 실제 연구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중력파 발견의 과정을 되짚는 동시에 대중들이 궁금해 하는 다양한 질문거리에도 답해주었다. 대담의 진행은 한국천문연구원의 안상현 박사가 맡았다.


대담 진행 │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대담 │ 강궁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선임연구원
김정리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박사후연구원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안녕하세요? 먼저 이번에 중력파 검출에 성공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박사님들께서는 오랫동안 중력파 검출 연구에 힘써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인터뷰에 앞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의 대변인이신 강궁원 박사님께서 협력단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시죠.

강궁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선임연구원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이하 KGWG)은 길게 보면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중력파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연구를 행해오다, 2008년 8월에 LIGO의 대변인인 가브리엘라 곤살레스Gabriela González 교수가 강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이후 협력단을 구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2009년 9월에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의 이름으로 LIGO연구협력단에 가입 신청을 했습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의 이형목 교수님이 처음부터 단장을 맡아주셨죠. 현재는 7개 대학(서울대, 한양대, 부산대, 인제대, 고려대, 서강대, 명지대), 2개 출연 연구소(국가수리과학연구소,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교수, 연구원, 학생들을 포함해서 25~30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안상현 여기 계신 분들이 KGWG에서 어떤 일을 하셨는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정리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박사후연구원 KGWG는 크게 보아 4개의 연구그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선 강궁원 박사님이 속한 그룹은 가장 수학적인 연구, 즉 중력에 의해서 블랙홀이 어떻게 가까워져서 충돌하는지에 대해서 연구하고, 오정근 박사님 그룹은 검출기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신호 중에서 어떤 것이 신호이고 잡음인지 구분하는 일을 하고, 제가 속한 그룹은 이렇게 걸러진 깨끗한 데이터를 보고 중력파 신호를 방출한 천체가 블랙홀인가, 중성자별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중력파 검출, 왜 중요한가

안상현 이제 중력파 검출 성공의 의의에 대해 말해보죠. 중력파의 존재는 간접적으로는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직접 관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죠.

강궁원 먼저 많이 보도되었듯이 이번 중력파 검출로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예측했던 바가 확인되었습니다. 즉 일반 상대성 이론의 검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지금까지 예측만 되고 관측하진 못했던 블랙홀 쌍성계를 처음으로 관측했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이번 관측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이제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새로운 창을 얻게 된 거죠. 중력파 천문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사람들은 지금 검출의 성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사실 이것이 새로운 망원경이란 점도 강조해야 합니다. 전자기파가 아닌 다른 방식의 망원경을 만들고, 이 망원경으로만 볼 수 있는 대상을 실제로 본 것입니다.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만들고 이를 통해 목성의 위성을 발견했던 것처럼요. 이런 기기를 만들면 블랙홀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직접 만들어 봤더니 정말로 블랙홀이 “보인 거죠”. 이 새로운 개념의 망원경이 잘 작동한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한 것입니다.

김정리 한 가지 덧붙이자면, 우리는 지금까지 빛으로 관측했기 때문에 관련된 용어가 이에 맞춰져 있어요. 관측이란 단어도 볼 관觀 자를 사용하잖아요? 눈으로 보고 측정한다는 의미에요.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중력파 관측을 지칭하는 새로운 용어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중력파 망원경은 우리의 오감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말이죠.

안상현 물론 과학자들은 관측 용어에 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겠지만 과학철학자들에겐 민감한 주제인 것 같군요. (웃음)

김정리 영어에서 ‘observation’은 시각 외에도 모든 감각에 대한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시각, 청각 등을 사용한 관찰 경험을 구분하는 말이 존재하니까요. 오 박사님 설명에 부연하자면 LIGO는 엑스선에 비유할 수 있어요. 엑스선은 사람의 몸을 가르지 않고도 그 내부를 볼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도구죠. 게자리 성운을 가시광선으로 보면 게 모양으로 보이지만 엑스선으로 보면 그 안에 있는 중성자별이 보입니다. 이처럼 가시광선으로 보는 우주와 엑스선으로 보는 우주가 많이 다릅니다. 중력파로 우주를 관
찰하면, 우주가 어떻게 보일까요. 이번에 발견된 블랙홀 쌍성계의 경우처럼, 강한 중력파원 중에는 빛과 중성자로는 직접적인 관측이 불가능하고, 오직 중력파로만 관측이 가능한 천체들이 있습니다.


※ SKEPTIC vol.5 "중력파는 우리에게 무엇인가"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스켑틱 5호 중력파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