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가짜 사망설과 부활 신화
마이클 모런(스탠드업 코미디언)
이 글은 스켑틱 25호 '인권과 도덕성은 자연계의 일부인가' 에서 일부 발췌한 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부에서 널리 악명을 떨치던 무법자 윌리엄 보니William H. Bonney의 마지막 말은 스페인어로 “거기 누구냐?”였다. 그는 본명인 헨리 매카티Henry McCarty보다 ‘빌리 더 키드Billy the Kid’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거기 누구냐?”는 1881년 7월 14일 저녁, 그가 옛 친구이자 새로 부임한 보안관 팻 개럿Pat Garrett의 총에 맞아 죽기 직전에 남긴 최후의 말이다.
빌리 더 키드 생전 모습, 오른쪽 상단 삽입된 사진은 키드를 살해한 팻 개럿 보안관이다.
빌리 더 키드의 죽음 이후 한 세기하고도 절반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그의 무덤을 바라보며 “거기 누구냐?”라고 묻는다. 그의 죽음을 놓고 거의 140년 동안 뉴멕시코와 텍사스의 주민들 그리고 주 정부는 격렬한 논쟁을 하고 있다. 논란이 된 것은 그가 생전에 저질렀던 소 절도나 부패 정치인 암살 문제가 아니다. 그 무덤에 묻힌 사람이 정말로 빌리 더 키드가 맞느냐는 거였다. 지난 20여 년간 여러 건의 고발, 중상모략, 법정 소송이 이어지면서 뉴멕시코와 텍사스의 납세자들은 수억 원의 혈세를 낭비해야 했다. 그의 뼈를 파헤치네 마네 하는 다툼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살인 사건 상담 전문가로 빌리 더 키드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저술한 하버드 대학교 출신 정신과 의사 게일 쿠퍼Gale Cooper는 이 사건이 “법의학 역사상 가장 치밀한 사기”라고 단정한다. 쿠퍼는 빌리 더 키드의 유골을 파내려는 값비싼 수고가 귀중한 역사적 사실을 발견하거나 미국의 과거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1950년에 자신이 빌리 더 키드라고 한 어느 노인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문제의 사기꾼은 친구들 사이에서 올리 로버츠Ollie P. Roberts 또는 ‘브러시 빌Brushy Bill’로 불리던 신사였다. 로버츠의 이야기는 젊은 무법자를 둘러싼 무수한 미스터리 중에서 단연 돋보이며, 뉴멕시코의 역사가들이 빌리 더 키드의 정체에 대해 논의할 때도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이 사건은 발생 당시에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무법자 보니가 진정한 열풍을 일으킨 것은 월터 노블 번스Walter Noble Burns가 쓴 《빌리 더 키드의 모험The Saga of Billy the Kid》이 출간된 1926년부터였다. 그 이후로 빌리는 여러 소설책과 영화, 심지어 발레에도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정체가 불분명한 무법자에 대해 새로운 관심이 모이면서 그의 생존설에도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스스로 빌리라고 주장하는 노인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났다. DNA 검사가 불가능하던 시절에는 누구든 유명인 사칭이 가능했으므로 사실 이런 현상이 드물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브러시 빌 이야기는 여러 권의 책과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Unsolved Mysteries〉, 〈브래드 멜처의 암호 해독Brad Meltzer’s Decoded〉등의 가짜 역사 프로그램, 1990년에 개봉한 장편 영화 〈영 건즈 IIYoung Guns 2〉, 최근에는 정치 전문가이자 서부 시대 마니아 빌 오라일리Bill O’Reilly의 《전설과 거짓말Legends and Lies》이라는 책13과 TV 방송을 통해 계속해서 주목을 받았다.
가짜 사망설이란 현상
가짜 사망설이라는 현상은 수천 년 전에도 있었다. 많은 신학자가 폭군 네로 황제가 자살을 가장하고 은둔을 시작했다는, 당시의 유명한 소문을 암시하는 신약 성서 내용을 믿었다. 지금까지 적어도 세 명의 사기꾼이 네로를 사칭했다.
1400년대에는 본인이 잔 다르크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여럿 나타나 다른 죄수가 본인 대신 처형당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잔 다르크 사칭에 가장 성공한 클로드 데 아르모아즈Claude des Armoises는 한동안 잔 다르크의 실제 형제자매에게 진짜 잔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가짜 잔이 어리석은 숭배자들에게 받은 선물로 그들을 놀고먹게 해주자 의심을 거둬들인 모양이다.
세상을 떠난 마다가스카르의 통치자 라다마 2세가 1860년대에 다시 나타났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그런 소문을 퍼트리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부과하거나 사형을 내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실시된 한 여론 조사에서는 미국인 대부분이 아돌프 히틀러가 아직 살아서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제 유명인의 가짜 사망설은 인터넷에서 클릭을 유도하는 확실한 미끼가 되었다. 타락한 힙합 거물 수지 나이트Suge Knight와 그의 아들은 투팍 샤커Tupac Shakur•가 아직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즐긴다. 앤디 카우프만Andy Kaufman••의 형은 자신의 죽음을 가장한 채 농담을 즐기고 있다며 동생을 지금껏 이용하고 있다. 마이클 잭슨의 목격담을 공유하는 인기 웹사이트에는 팝의 황제가 여전히 우리 곁에서 춤추고 있음을 증명하는 유튜브 영상과 사진이 가득하다.
왜 사람들은 영웅의 부활에 열광하는가
수십 년, 수백 년이 흘러도 가짜 사망설은 사람들을 끊임없이 매료시킨다. 왜일까? 가짜 사망설이 진실로 밝혀지는 사례는 극히 드문데도 왜 사람들은 수백, 수천 년 된 무덤을 파헤치려 들 만큼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일까? 합리적이고 지적인 성인들이 확실한 증거도 없이 사기꾼을 덥석 믿고서 사체 발굴과 DNA 검사를 진행할 법적 권리를 얻기 위해 기꺼이 돈을 펑펑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관광객 유치, 책 판매, TV 출연 등 속이 훤히 보이는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유인책이 성공하려면 일단 이 희한한 현상을 믿고자 하는 강한 심리적 욕구가 있어야 한다.
이 현상이 민간 전설과 종교에 반복하여 나타나는 ‘부활’ 또는 ‘환생’이라는 고대 신화와 관계가 있다는 좀 더 근본적인 설명도 있다.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 이야기를 비롯해, 고대 이집트의 오시리스, 히타이트의 텔리피누, 인도네시아의 데마 신 등을 둘러싼 신화에서도 비슷한 전개를 찾아볼 수 있다.
현대를 사는 우리가 과거의 초자연적 우상에 따라붙는 전형적인 신화를 세속적인 유명인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의 가짜 사망설은 불멸의 존재에 대한 고대의 전설과 동일한 욕구를 충족시킬까? 미국판 《스켑틱》의 1993년 특집호에서 다루었던 ‘부활 신화’ 기사에서 스티븐 해리스Steven B. Harris는 ‘불멸이라는 능력을 찾아나서는 필멸의 신성한 영웅의 이야기’를 분석하면서 “부활한 영웅의 이야기는 모든 문화권에서 찾아볼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로마 가톨릭교회가 신세계에 진출한 16세기 당시 원주민들이 믿고 있던 몇몇 부활 신화는 기독교의 부활 신화와 흡사해서 예수회 사람들은 그것이 악마의 소행이라고확신할 정도였다.” 물론 융 심리학에서는 그런 유사성이 인간의 집단 무의식에 깊이 각인된 원형을 반영한다고 본다.
뉴욕 웨일 코넬 의과대학의 심리학 교수 존 루카스John Lucas 박사에 따르면 유명인 숭배 문화는 종교가 더 이상 영감을 주지 못하는 현대 사회에서 종교를 대신해 영향력을 미치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문화라고 한다.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유명인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은 우리의 삶을 파고드는 고통스러운 공허감을 채운다. 종교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사람에 대한 갈망이 커지면서 스타들의 행적과 기벽, 사랑과 이별은 흥밋거리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는 또 이렇게 덧붙인다. “종교는 휘청거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마술적 사고로 어린애 같은 소망을 충족하려 애쓰고 있다. 이때 스타는 불멸과 무적의 존재로 인식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죽으면 충격에 빠진다.”
빌리 더 키드를 연구한 역사학자 드류 곰버Drew Gomber는 이렇게 표현했다. “가짜 사망설은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영웅이 죽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스켑틱 25호 인권과 도덕성은 자연계의 일부인가
글 마이크 모런 Mike Moran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스켑틱》, 《스켑티컬 인콰이러》에 종종 글을 기고해왔으며 락밴드와 팟캐스트 활동을 겸하고 있다.
번역 김효정
사라지지 않는 가짜 사망설과 부활 신화
마이클 모런(스탠드업 코미디언)
이 글은 스켑틱 25호 '인권과 도덕성은 자연계의 일부인가' 에서 일부 발췌한 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부에서 널리 악명을 떨치던 무법자 윌리엄 보니William H. Bonney의 마지막 말은 스페인어로 “거기 누구냐?”였다. 그는 본명인 헨리 매카티Henry McCarty보다 ‘빌리 더 키드Billy the Kid’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거기 누구냐?”는 1881년 7월 14일 저녁, 그가 옛 친구이자 새로 부임한 보안관 팻 개럿Pat Garrett의 총에 맞아 죽기 직전에 남긴 최후의 말이다.
빌리 더 키드 생전 모습, 오른쪽 상단 삽입된 사진은 키드를 살해한 팻 개럿 보안관이다.
빌리 더 키드의 죽음 이후 한 세기하고도 절반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그의 무덤을 바라보며 “거기 누구냐?”라고 묻는다. 그의 죽음을 놓고 거의 140년 동안 뉴멕시코와 텍사스의 주민들 그리고 주 정부는 격렬한 논쟁을 하고 있다. 논란이 된 것은 그가 생전에 저질렀던 소 절도나 부패 정치인 암살 문제가 아니다. 그 무덤에 묻힌 사람이 정말로 빌리 더 키드가 맞느냐는 거였다. 지난 20여 년간 여러 건의 고발, 중상모략, 법정 소송이 이어지면서 뉴멕시코와 텍사스의 납세자들은 수억 원의 혈세를 낭비해야 했다. 그의 뼈를 파헤치네 마네 하는 다툼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살인 사건 상담 전문가로 빌리 더 키드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저술한 하버드 대학교 출신 정신과 의사 게일 쿠퍼Gale Cooper는 이 사건이 “법의학 역사상 가장 치밀한 사기”라고 단정한다. 쿠퍼는 빌리 더 키드의 유골을 파내려는 값비싼 수고가 귀중한 역사적 사실을 발견하거나 미국의 과거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1950년에 자신이 빌리 더 키드라고 한 어느 노인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문제의 사기꾼은 친구들 사이에서 올리 로버츠Ollie P. Roberts 또는 ‘브러시 빌Brushy Bill’로 불리던 신사였다. 로버츠의 이야기는 젊은 무법자를 둘러싼 무수한 미스터리 중에서 단연 돋보이며, 뉴멕시코의 역사가들이 빌리 더 키드의 정체에 대해 논의할 때도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이 사건은 발생 당시에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무법자 보니가 진정한 열풍을 일으킨 것은 월터 노블 번스Walter Noble Burns가 쓴 《빌리 더 키드의 모험The Saga of Billy the Kid》이 출간된 1926년부터였다. 그 이후로 빌리는 여러 소설책과 영화, 심지어 발레에도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정체가 불분명한 무법자에 대해 새로운 관심이 모이면서 그의 생존설에도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스스로 빌리라고 주장하는 노인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났다. DNA 검사가 불가능하던 시절에는 누구든 유명인 사칭이 가능했으므로 사실 이런 현상이 드물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브러시 빌 이야기는 여러 권의 책과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Unsolved Mysteries〉, 〈브래드 멜처의 암호 해독Brad Meltzer’s Decoded〉등의 가짜 역사 프로그램, 1990년에 개봉한 장편 영화 〈영 건즈 IIYoung Guns 2〉, 최근에는 정치 전문가이자 서부 시대 마니아 빌 오라일리Bill O’Reilly의 《전설과 거짓말Legends and Lies》이라는 책13과 TV 방송을 통해 계속해서 주목을 받았다.
가짜 사망설이란 현상
가짜 사망설이라는 현상은 수천 년 전에도 있었다. 많은 신학자가 폭군 네로 황제가 자살을 가장하고 은둔을 시작했다는, 당시의 유명한 소문을 암시하는 신약 성서 내용을 믿었다. 지금까지 적어도 세 명의 사기꾼이 네로를 사칭했다.
1400년대에는 본인이 잔 다르크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여럿 나타나 다른 죄수가 본인 대신 처형당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잔 다르크 사칭에 가장 성공한 클로드 데 아르모아즈Claude des Armoises는 한동안 잔 다르크의 실제 형제자매에게 진짜 잔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가짜 잔이 어리석은 숭배자들에게 받은 선물로 그들을 놀고먹게 해주자 의심을 거둬들인 모양이다.
세상을 떠난 마다가스카르의 통치자 라다마 2세가 1860년대에 다시 나타났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그런 소문을 퍼트리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부과하거나 사형을 내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실시된 한 여론 조사에서는 미국인 대부분이 아돌프 히틀러가 아직 살아서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이제 유명인의 가짜 사망설은 인터넷에서 클릭을 유도하는 확실한 미끼가 되었다. 타락한 힙합 거물 수지 나이트Suge Knight와 그의 아들은 투팍 샤커Tupac Shakur•가 아직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즐긴다. 앤디 카우프만Andy Kaufman••의 형은 자신의 죽음을 가장한 채 농담을 즐기고 있다며 동생을 지금껏 이용하고 있다. 마이클 잭슨의 목격담을 공유하는 인기 웹사이트에는 팝의 황제가 여전히 우리 곁에서 춤추고 있음을 증명하는 유튜브 영상과 사진이 가득하다.
왜 사람들은 영웅의 부활에 열광하는가
수십 년, 수백 년이 흘러도 가짜 사망설은 사람들을 끊임없이 매료시킨다. 왜일까? 가짜 사망설이 진실로 밝혀지는 사례는 극히 드문데도 왜 사람들은 수백, 수천 년 된 무덤을 파헤치려 들 만큼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일까? 합리적이고 지적인 성인들이 확실한 증거도 없이 사기꾼을 덥석 믿고서 사체 발굴과 DNA 검사를 진행할 법적 권리를 얻기 위해 기꺼이 돈을 펑펑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관광객 유치, 책 판매, TV 출연 등 속이 훤히 보이는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유인책이 성공하려면 일단 이 희한한 현상을 믿고자 하는 강한 심리적 욕구가 있어야 한다.
이 현상이 민간 전설과 종교에 반복하여 나타나는 ‘부활’ 또는 ‘환생’이라는 고대 신화와 관계가 있다는 좀 더 근본적인 설명도 있다.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 이야기를 비롯해, 고대 이집트의 오시리스, 히타이트의 텔리피누, 인도네시아의 데마 신 등을 둘러싼 신화에서도 비슷한 전개를 찾아볼 수 있다.
현대를 사는 우리가 과거의 초자연적 우상에 따라붙는 전형적인 신화를 세속적인 유명인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의 가짜 사망설은 불멸의 존재에 대한 고대의 전설과 동일한 욕구를 충족시킬까? 미국판 《스켑틱》의 1993년 특집호에서 다루었던 ‘부활 신화’ 기사에서 스티븐 해리스Steven B. Harris는 ‘불멸이라는 능력을 찾아나서는 필멸의 신성한 영웅의 이야기’를 분석하면서 “부활한 영웅의 이야기는 모든 문화권에서 찾아볼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로마 가톨릭교회가 신세계에 진출한 16세기 당시 원주민들이 믿고 있던 몇몇 부활 신화는 기독교의 부활 신화와 흡사해서 예수회 사람들은 그것이 악마의 소행이라고확신할 정도였다.” 물론 융 심리학에서는 그런 유사성이 인간의 집단 무의식에 깊이 각인된 원형을 반영한다고 본다.
뉴욕 웨일 코넬 의과대학의 심리학 교수 존 루카스John Lucas 박사에 따르면 유명인 숭배 문화는 종교가 더 이상 영감을 주지 못하는 현대 사회에서 종교를 대신해 영향력을 미치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문화라고 한다.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유명인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은 우리의 삶을 파고드는 고통스러운 공허감을 채운다. 종교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사람에 대한 갈망이 커지면서 스타들의 행적과 기벽, 사랑과 이별은 흥밋거리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는 또 이렇게 덧붙인다. “종교는 휘청거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마술적 사고로 어린애 같은 소망을 충족하려 애쓰고 있다. 이때 스타는 불멸과 무적의 존재로 인식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죽으면 충격에 빠진다.”
빌리 더 키드를 연구한 역사학자 드류 곰버Drew Gomber는 이렇게 표현했다. “가짜 사망설은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영웅이 죽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스켑틱 25호 인권과 도덕성은 자연계의 일부인가
글 마이크 모런 Mike Moran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스켑틱》, 《스켑티컬 인콰이러》에 종종 글을 기고해왔으며 락밴드와 팟캐스트 활동을 겸하고 있다.
번역 김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