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이 말하는 다양성의 가치


댄 루니 Dan Rooney 는 2017년 4월, 8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아일랜드 대사를 역임한 그는 미식축구팀 피츠버그 스틸러스 Pittsburgh Steelers 의 구단주로 더 잘 알려졌다. 그는 또한 ‘루니 규칙 Rooney Rule ’으로도 알려져 있었는데, 이는 미식 축구팀에서 새로운 감독을 영입할 경우, 면접에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소수인종 후보자를 포함해야 한다는 규칙이다. 이 규칙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더욱 잘 반영할 수 있는 리그의 공정한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그 근거는 명료했다. 루니는 감독들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일이 도덕적으로 올바른 길이라고 믿었다. 미식축구리그 외에도 수많은 조직에서 공정성과 정의의 실현을 위해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학교, 공공기관, 직장 내의 다양성과 포용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를 어디서든 들을 수 있다.



미식축구팀의 새로운 감독을 영입할 때 인종적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인 '루니 규칙'의 댄 루니.


이러한 요구들은 대부분 도덕적 논거에 근거하고 있다. 도덕적 논거 외에 학교와 직장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다양성을 높여야 할 과학적 근거는 없을까? 실제로 다양성은 우리 공동체에 이득이 된다. 우리는 구성원이 다양한 집단에서 학습하거나 일을 할 때 유리 하다는 상당한 증거들을 이미 가지고 있다.1  또한 다양성을 존중하는 환경에서 학생들의 성취도가 더 높고,2  배심원의 다양성이 높을수록 판사들은 사건을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심리하며,3  회사에서 영업팀의 구성원이 다양할수록 상품 가치에 대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린다.4  일반적인 근무 환경에서는 다양성이 존중되고 포용력이 높은 환경일수록 노동자들은 일과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5  테네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데버라 웰시 Deborah Welsh  박사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다양성이 높은 집단의 사람들은 서로 관점이 다르고, 이런 다양한 관점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해결책을 도출하므로, 그 공동체는 훌륭하게 기능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다양성의 혜택을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 개체군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까? 이처럼 다름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뇌가 발달한 인간뿐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다양성의 혜택은 자명한 진리기 때문에 우리와 더불어 사는 다른 동물 종도 그 혜택을 입고 있는 것일까? 이에 관한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최근 발표된 많은 연구가 동물 개체군 내의 다양성에 적응적 이점이 있음을 시사 한다. 이런 연구들은 우리 사회에서 더 많은 다양성을 독려하는 과학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진화한 동물이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영장류에서도 이런 증거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은 그리 놀랍지 않다. 일례로 캠벨원숭이 Campbell’s monkeys 와 다이애나원숭이 Diana monkeys 는 섞여 다니면서 효율적으로 먹이를 찾고 포식자를 피한다.6  하지만 다양성의 이점은 영장류에 비해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새와 벌에서도 발견된다.




우선 벌부터 이야기해보자 . 꿀벌 군집의 여왕벌은 보통 여러 수컷을 거느린다. 여왕벌의 짝이 여럿인 군집은 여왕벌의 짝이 하나인 군집보다 개체들의 유전적 다양성이 높다. 꿀벌이 유전적 다양성이 높아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 중 하나는 벌집의 온도를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벌집의 최적 온도 범위는 한정되어 있지만 벌집 외부의 온도는 하루 중에도 크게 변한다. 벌들은 벌집 내부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개체 밀도를 변화시키거나 날갯짓을 한다. 시드니대학교의 줄리아 존스 Julia Jones  박사는 벌집 외부 온도를 다양하게 설정한 실험에서 유전적으로 단일한 벌집보다 유전적으로 다양한 벌집이 내부 온도를 효율적으로 조절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7


하지만 벌만이 예외적으로 다양성의 이점을 누리는 것은 아닐까? 벌은 짝짓기 체계가 독특한 동물로 개체 간 유전자를 공유 할 확률인 유전적 근연도 genetic relatedness 가 상대적으로 높다. 각 개체보다는 개체군의 이익을 추구하는 초개체 superorganism 의 유전적 특성을 가진 벌은 다양성의 이점에 대한 좋은 예가 아닐지 모른다.





그렇다면 새는 어떨까? 바베이도스 Barbados 에 사는 제나이다 비둘기 Zenaida doves 는 카리브 찌르레기 Carib grackle 를 포함해 여러 종의 새들과 같이 다니면서 혜택을 얻는다. 이처럼 여러 종이 섞인 무리와 함께하는 비둘기들은 포식자를 경계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지 않아도 된다. 무리에 있는 찌르레기가 포식자가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행동하기 때문에 비둘기들은 더 많은 시간을 먹이를 찾는 데 쓸 수 있는 것이다.8

이처럼 다양한 종의 새가 무리를 이루는 현상은 흔히 발견된다. 북미에서는 다른 종과 무리를 이루는 가장 일반적인 종으로 박새, 댕기박새, 동고비를 들 수 있다. 최근 한 연구는 다양한 종으로 구성된 새의 무리가 실제로 이점을 가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 을 진행했다. 연구자들은(필자도 그중 하나였다) 다양한 새의 무리가 모이는 곳에 생소한 모이통을 설치한 후 새들이 미지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모이를 얻을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보았다.

실험 결과, 문제를 해결한 무리는 해결하지 못한 무리보다 집단 구성원의 다양성이 높았다.9  또한 박새 무리의 경우, 종 다양성이 높을수록 생소한 모이통에서 많은 양의 모이를 얻었다. 다른 연구에서 관찰된 것처럼 새의 무리가 크다고 해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았다.10  성공 가능성은 분명 무리의 다양성에 따라 결정되었다.

이러한 모든 증거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부분은 매우 비슷한 사람끼리 이루어진 동질적인 무리 안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생활한다. 또한 우리 중 다수는 다양성과 포용력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특히 주류문화 구성원의 경우 더욱 그렇다. 그럴 이 유가 있을까? 다양성은 누구에게나 혜택을 줄 수 있다. 미시건대학교의 스콧 페이지 Scott Page  교수는 집단 구성원들이 관심사를 공유하고 서로 효과적으로 소통하기만 해도, 그 집단은 다양성에서 오는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11  이러한 주장에 대해 데버라 웰시 박사는 다양성이 높은 집단이 지닌 창발성 emergent properties 을 지적한다. 여기에서 창발성이란 부분의 합보다 전체가 크다는 개념이다.





당신은 당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을 정립하고 이를 통해 당신의 관점을 세웠을 것이다. 내가 그런 당신의 생각을 듣는다면, 난 새로운 생각을 얻게 될 것이며, 또한 내 경험과 이해 그리고 관점을 통해 우리는 각자로는 불가능했을 더 좋은 생각과 더 나은 결과를 함께 도출하여 훨씬 강해질 수 있다.



우리가 새와 벌을 더 잘 이해한다면, 다양성이 주는 이익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다. SKEPTIC



※ 이 기사는 스켑틱 15호 '생물학이 말하는 다양성의 가치'를 발췌한 글입니다. 


스켑틱 15호 무신론의 시대 



  토드 M. 프리버그 Todd M. Freeberg

테네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동물 행동 및 의사소통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특히 동물들의 음성을 통한 의사소통에 관심이 있으며, 음성 신호의 진화, 발달, 기능에 대한 다수의 연구 논문들을 발표하였다.


번역  하인해



References

1 Page, S. E. 2007. The Difference: How the Power of Diversity Creates Better Groups, Firms, Schools, and Societies. Princeton University Press, Princeton NJ.

2 Gurin, P., E. L. Dey, S. Hurtado, and G. Gurin. 2002. “Diversity and Higher Education: Theory and Impact on Educational Outcomes.” Harvard Educational Review, 72: 330-366.

3 Sommers, S. R. 2006. “On Racial Diversity and Group Decision Making: Identifying Multiple Effects of Racial Composition on Jury Deliberation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0: 597-612.

4 Levine, S. S., E. P. Apfelbaum, M. Bernard, V. L. Bartelt, E. J. Zajac, and D. Stark. 2014. “Ethnic Diversity Deflates Price Bubble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1: 18524-18529.

5 Downey, S. N., L. van der Werff, K. M. Thomas, and V. C. Plaut. 2015. “The Role of Diversity Practices and Inclusion in Promoting Trust and Employee Engagement.” Journal of Applied Social Psychology, 45:35-44.

6 Wolters, S. and K. Zuberbühler. 2003. “Mixedspecies Associations of Diana and Campbell’s Monkeys: the Costs and Benefits of a Forest Phenomenon.” Behaviour, 140: 371-385.

7 Jones, J. C., M. R. Myerscough, S. Graham, and B. P. Oldroyd. 2004. “Honey Bee Nest Thermoregulation: Diversity Promotes Stability.” Science, 305: 402-404.

8 Griffin, A. S., R. S. Savani, K. Hausmanis, and L. Lefebvre. 2005. “Mixed-species Aggregations in Birds: Zenaida Doves, Zenaida Aurita, Respond to the Alarm Calls of Carib Grackles, Quiscalus lugubris.” Animal Behaviour, 70: 507-515.

9 Freeberg, T. M., S. K. Eppert, K. E. Sieving, and J. R. Lucas. 2017. “Diversity in Mixed Species Groups Improves Success in a Novel Feeder Test in a Wild Songbird Community.” Scientific Reports, 7:43014. DOI: 10.1038/srep43014.

10 Morand-Ferron, J. and J. L. Quinn. 2011. “Larger Groups of Passerines are More Efficient Problem Solvers in the Wild.”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8: 15898–15903.

11 Page, 2007, op c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