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사람의 혈액형과 성격이 관련되어 있다는 믿음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1 사람들은 오랫동안 사람의 ‘피’가 성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믿어왔다. 기원전 400년경 그리스인들은 사람에게 4가지 ‘체액’ 중 하나가 너무 많거나 부족하면 그 사람의 건강과 성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했다. 히포크라테스 의학에 나오는 4가지 체액은 흑담즙, 황담즙, 점액, 혈액으로 이들은 각각 오래 전부터 사람의 네 가지 기질 중 하나를 결정하는 것으로 여겨져왔다. 예를 들어 낙천적이고 용감하며 꿈이 많고 사교적인 사람은 다른 체액보다 혈액이 과도하게 많다고 생각했다. 2
지나치게 많은 혈액이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은 사라졌지만 혈액과 성격이 관련돼 있다는 관념은 아직까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혈액형별 식이요법’이 많은 관심을 모았다. 자연 요법 전문의 3 제임스 디아다모 James D’Adamo 가 개발하고 아들인 피터 J. 디아다모 Peter J. D’Adamo 가 상업화한 이 식이요법에서는 혈액형에 따라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 4 . 5 . 6 그러나 그들이 소개한 식이요법은 혈액형에 관계없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건강하고 균형 잡힌 방법처럼 보인다. 몇몇 식이요법이 성공했다고 해서 특정 식이요법과 특정 혈액형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혈액형별 식이요법을 소개하는 피터 디아모의 강연
피터 디아다모는 저서 《혈액형별 올바른 식습관 Eat Right 4 Your Type 》에서 혈액형별 식이요법에 대한 객관적인 대조 연구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이와 관련해 벨기에 연구진도 동료 심사를 거친 객관적인 혈액형별 식이요법 연구를 전혀 찾지 못했다 7 ). 유감스럽게도 어떤 사람들은 식이요법을 넘어 다른 것에도 혈액형이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한다. 그 예로 일각에서는 혈액형이 의학적 증상의 치료뿐만 아니라 궁합, 직업 선택, 성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5 . 6 . 8
한 가지 체액의 단편적인 측면이 어떻게 한 사람과 그의 행동에 그토록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일까? 이런 생각은 성격 이 여러 환경적(문화) 요인과 신체적(유전) 요인에 의해 다면적으로 형성된다고 가르치는 심리학적 연구와는 크게 상반된다. 그런데도 ‘혈액형 지지자’들은 사람의 성격이 혈액형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그들이 유전적 특징이 아니라 오로지 혈액형만을 고려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개인의 성격이 혈액형이라는 하나의 요인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생각은 지나친 억지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이 문제를 더 철저히 조사해보기로 했다.
혈액형 성격론의 기원
‘혈액형 성격론’은 1927년 일본의 후루카와 다케지 古川竹二 의 연구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다케지는 특정한 성격을 지닌 시험 참가자들이 특정 혈액형을 갖고 있음을 관찰했다. 예를 들면 A형은 수줍음을 많이 타고 내성적인 반면, B형은 활달하고 친절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1936년 G. N. 톰프슨 G. N. Thompson 은 다케지의 연구를 강하게 비판했다. 표본의 크기가 작고 부적절한 통계적 분석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톰프슨은 직접 연구를 실시했지만 혈액형과 성격 사이에 어떤 연관성도 밝혀낼 수 없었다. 9
혈액형 성격론 지지자들의 주장을 자세히 파헤친 결과 우리는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대부분 모호하고 검증 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피터 디아다모는 “책임감을 심하게 느끼는 리더 역할에는 A형보다 O형이 잘 맞는다.”고 말했지만 이 주장에 대한 출처나 증거는 제공하지 않았다. 10 몇몇 지지자들이 자료를 제시하긴 했지만 대부분 미심쩍어 보였다. 그중에는 표본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실험 대상자를 다 합쳐봐야 MBA 학생 45명밖에 안 되는 연구도 있었고 11 , 가족이나 친구처럼 모집이 용이한 표본을 사용한 연구도 있었다. 6 더 심각한 점은 일부 표본은 그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일례로 한 연구에서는 그 숫자도 특징도 모르는 응답자들을 표본으로 사용했는데, 이 응답자들은 극장 밖에서 단 두 가지 질문만을 받았다고 한다. 8 혈액형 지지자들의 보고 방식에는 빠진 부분이 더 있다. 스티븐 바이스베르크 Steven Weissberg 와 요제프 크리스티아노 Joseph Christiano 는 《혈액형이 답이다 The Answer is in Your Bloodtype 》에서 그들이 실시한 분석의 통계적 유의성에 대해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수많은 일화와 표들을 제시함으로써 자신들의 주장을 강화하고 자신들이 ‘과학적’ 접근법을 사용했음을 보이고자 했다. 12 그 예로 혈액형이 궁합과도 관련이 있음을 주장하기 위해 부부들(연구진의 가족과 친구 포함)의 혈액형별 비율을 제시했다(둘 다 O형인 경우 35.6%, A형인 경우 30.9%, B형인 경우 5.7%, AB형인 경우 2.1%). 두 사람은 이 자료가 혈액형이 같은 부부는 그렇지 않은 부부보다 궁합이 더 잘 맞다는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말한다.
혈액형 성격론은 다양한 인구 집단이 혈액형을 따라 네 부류의 성격 유형으로 나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들은 “AB형과 B형은 (중략) 인구 비율이 낮기 때문에, (중략) 이렇게 높은 비율이 나타나는 것은 평균의 법칙에 의거해 극 히 어려운 일로 보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의 표본 크기에서 (우연히) 이런 결과를 얻을 확률이 어떤 식으로 계산된 것인지, 혹은 정말 계산은 해본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이와 같이 명확하지 못한 보고 방식은 바이스베르크와 크리스티아노가 그 외에 어떤 영향들을 고려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그들이 혈액형의 빈도가 인종마다 다르다는 것을 고려했는지 알지 못한다. 13 두 사람이 무엇을 고려해 계산했는지 모른다는 점을 제쳐두더라도, 그들이 처음에 펼친 주장은 논리적으로 건전하지 않다. 혈액형이 같은 부부의 비율이 높다는 결과가 관계가 만족스럽다거나 궁합이 좋다는 뜻과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혈액형 지지자들의 주장은 읽으면 읽을수록 더 큰 우려만 나을 뿐이다. 계속 드러나는 그들의 모순점은 다음과 같다. 노미 도시타카 能見俊賢 와 알렉산더 베셔 Alexander Besher 는 각 혈액형의 장단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O형은 ‘현실적’이지만 ‘문제에 직면하면 현실을 도피’할 수도 있다. 도대체 어느 쪽이 맞는 걸까? A형은 ‘내향적’이고 ‘좋은 동반자’이자 ‘반대 의견에도 협조적’이지만, 동시에 ‘무대 체질’이며 ‘외도를 할 확률이 높고’ ‘고집이 센’ 정반대의 특성도 지니고 있다고 한다. 8 그들은 혈액형의 장단점을 모두 제시함으로써 만반의 준비를 한 셈이다. 어떻게 ‘반대 의견에 협조적’이면서 동시에 ‘고집이 셀’ 수 있겠는가? 이는 사람들이 불일치보다 일치를 바라고 또 더 잘 기억하는 경향—확증 편향 14 —을 이용한 것이다. 이것은 혈액형 과학보다는 혈액형 점성술에 훨씬 더 가까워 보인다.
혈액형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모순점이 발견된다. 예를 들면 바이스베르크와 크리스티아노는 AB형을 ‘호감형’이라고 말한 반면 노미와 베셔는 AB형을 사람들이 ‘제발 입 좀 다물고 사라져 주길’ 바라는 ‘트집쟁이’라고 표현한다. 트집쟁이 AB형은 ‘호감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O형(우연히도 우리는 둘 다 O형이다)이 카리스마 있고 6 낙천적이며 ‘터무니없이 큰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 한다거나 ‘낯선 환경에 속수무책’이라는 몇몇 설명 8 은 우리 둘 중 누구에게도 해당되지 않았다. 의심스러운 점이 점점 많아지자 우리는 혈액형에 관한 주장을 조금이라도 뒷받침할 수 있는 보다 과학적인 연구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증거가 조금이라도 있을까?
과학적 증거를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혈액형이 성격과 관련된다는 믿음이 일본에서 발전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주된 연구자는 노미 마사히코 能見正比古 와 그의 아들 노미 도시타카였다. 노미 도시타카는 그의 아버지가 초창기에 실시한 성격 및 혈액형 연구를 기반으로 혈액형 인간학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의 설립으로 일본인들은 이 주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노미 도시타카와 알렉산더 베셔는 공동 저서인 《혈액형이 바로 당신이다 You are Your Blood Type 》에서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연구’에 대해 자주 언급하지만, 언급된 연구에 대한 명확한 세부 설명은 하나도 제공하지 않는다. 15
가망이 없어 보였지만, 우리는 동료 심사를 받은 몇 개의 관련 연구를 어렵게 발견해냈다. 그중 하나는 유명한 성격심리학자인 한스 J. 아이젱크 Hans J. Eysenck 의 리뷰 논문이다. 아이젱크는 외향성과 신경증적 경향(또는 정서적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2-요인 two-dimensional 성격 모델로 유명하다. 아이젱크의 이론은 오늘날까지 건재하며 현재는 이 모델에 정신증적 경향성 psychoticism 이라는 제3의 요인이 추가되었다. 16 1982년 아이젱크는 몇몇 연구들을 검토했는데, 그 연구들은 여러 나라에서 B형 인구의 비율이 높을수록 신경증적 경향도 비례하여 증가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여기에 사용된 분석들은 다소 주관적이었고 심지어 저자도 ‘연구 결과가 다소 모호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17 아이젱크는 자신의 성격 모델에 집중하느라 혈액형과 신경증적 경향 사이에 아무런 관계도 발견하지 못한 커텔 Cattell , 보툴린 영 Boutourline-Young , 헌들비 Hundleby 의 1964년 연구는 제외시켰다. 18 동료 심사를 받아 발표된 다른 몇몇 논문에서는 혈액형과 성격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19 . 20 . 21 BBC 뉴스 같 은 매체에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도하고 있지만 22 , 대중 잡지들은 아직도 관련 기사들을 다루고 있어 ‘혈액형 성격론’은 여전히 대중적인 오해로 남아 있는 것 같다. 23
이상에서 볼 수 있듯이, 혈액형과 성격의 연관성을 찾았다고 주장하는 극소수의 연구들은 다음의 문제점이 있다.
1–(가족 구성원을 표본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간편함에 기대어 확증 편향에 빠지기 쉬운 자료수집법을 쓴다.
2–통계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부적절한 통계적 기준이 적용되었다(즉, 제1종 오류[존재하지 않는 효과를 발견할 가능성]가 높아짐).
3–표본의 크기가 작아서 효과가 정말 존재하더라도 감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즉, 제2종 오류). 24
혈액형 성격론 지지자들이 내놓은 불충분한—혹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증거와 과학계에서 내놓은 엇갈린 연구 결과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독자적인 연구를 수행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의 연구
성격의 5요인 모형. 이 모형은 대부분의 성격 특성을 포괄하는 성격의 다섯 영역(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우호성, 신경증적 성향)이 존재하며, 이 영역들이 모든 특성 너머에 있는 성격의 기본 구조를 표상한다고 가정한다. 1961년 어니스트 튜프스Ernest Tupes와 레이먼드 크리스탈 Raymond Cristal에 의해 제안되고, 1990년 J. M. 디그먼J. M. Digman에 의해 정립된 이후 독 립적으로 진행된 여러 연구에 의해 발전되었다.
우리는 심리학 분야에서 두루 통용되고 있으며 최근 ‘혈액형 성격론’ 연구에도 자주 사용된 모델인 5-요인 모델 five-factor model 을 사용하여 성격을 조사했다. 25 이 모델은 개인의 성격을 포괄적으로 기술하는 다섯 가지 일반적 특성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서 다섯 가지 특성이란 신경증적 경향성, 외향성, 개방성, 친화성, 성실성을 말한다. 우리는 자기 보고 self-report 자료에 의존해 자신의 실제 혈액형을 알고 있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미국 루이지애나 북부와 미시간 남부의 혈액 기증 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원자(혈액 기증자)들은 성격 평가 질문지 26 를 작성하고 자신의 혈액형, 연령, 성별을 기재했다. 성격은 성별 및 연령과도 관련이 있다는 전제 하에 19 . 20 . 27 , 이 변수들의 영향을 통계적으로 통제하려고 했다. 28
연구 결과
182명의 지원자들(남성 97명, 여성 85명) 29 의 혈액형 분포는 O형이 56.0%, A형이 30.2%, B형이 10.4%, AB형이 3.8%로 나왔는데 30 , 이는 미국의 혈액형 분포를 대표할 수 있는 적절한 결과였다. 분석(다변량 분산 분석) 31 결과 다섯 가지 일반적인 성격 특성과 혈액형 사이에는 전반적인 연관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32 그러므로 이 연구 결과는 혈액형이 성격과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혈액형이 성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확신에 차서 밀어붙이는 사람들은 뭔가 잘못된 정보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좋게 말하면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 내털리 요제프 Natalie Joseph 는 “혈액형은 새로운 특성을 배우고 사람의 특정 행동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재미난 방법에 불과하다. 그것으로 무언가를 얻어내겠다며 혈액형 성격론을 믿을 필요는 없다. 재미로만 즐기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는데, 우리는 그러한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33
혈액형에 대한 믿음과 그것에 뒤따르는 추론은 믿는 정도에 따라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A형이 리더 역할에 어울 리지 않는다’는 식의 근거 없는 주장을 접한 A형들이 단지 ‘피가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임원이 되려는 꿈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혈액형을 자신의 나쁜 행동에 대한 핑계로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염려된다. 일례로 일본의 정치가 마쓰모토 류 松本龍 는 대지진의 피해를 입은 두 지역의 도지사에게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한 일로 부흥담당상에서 물러났다. 그때 마쓰모토는 자신의 행동을 혈액형 탓으로 돌리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B형이라 신경질적이고 충동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제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34
결국 우리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과학적’ 증거라는 미명하에 이처럼 근거 없는 믿음을 끊임없 이 조장함으로써 이득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회의주의자로서 우리는 이 같은 정보들을 검증하여 잘못된 점을 밝혀내고, 다른 사람들이 그 증거를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북돋우며, 그들이 근거 없는 주장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피가 사람의 성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물론이다.
그러나 이는 유전 때문이지 혈액형 때문은 아니다! SKEPTIC
※ 이 기사는 스켑틱 1호 '당신의 혈액형에 당신은 없다'를 발췌한 글입니다.
스켑틱 1호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글
레베카 앤더스 버크너 R ebecca Anders Buckner
응용심리학자로 학습과 발달을 주로 연구한다. 디트로이트 머시 대학에서 산업 및 조직 심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존 버크너 5세 D r. John Buckner V.
응용심리학자로, 직원 고용 및 평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루이지애나 공과대학에서 산업 및 조직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직장에서의 감정과 건강, 성격, 기술의 관계에 대해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번역 김영미
References
1 Tu, Yung-Hsiang, Leung, Chering-Yee, Wu, Chih-Fu, &Hsu, Tung-Yen. 2007. “The Observations on the Relationships between Blood Type and Performance in Meetings.”
2 Kalat, James. W. 1999. “Personality.” In Introduction to Psychology. (5th Ed.) California: Wadsworth.
3 자연요법 전문의는 ‘천연’ 약물을 중심으로 한 4년제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취득할 수 있다. 자연요법 전문의를 취득한 후에는 바로 의료 활동을 시작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엔 몇 년 정도 외래 진료실에서 수습 과정을 밟는다. 이에 반해 의학 박사는 자격을 취득한 후 3~6년 동안 전문의 훈련 과정을 거쳐야 의료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다음 논문을 참고하라: Barrett, Stephen. 2001. “A Close Look at Naturopathy.” Quackwatch. 26, November. http://www.quackwatch.com/01QuackeryRelatedTopics/ Naturopathy/naturopathy.html. 12, January 2013.
4 D’Adamo, Peter. J., &Whitney, Catherine. 2002. Eat Right for Your Type: Complete Blood Type Encyclopedia. New York: Riverhead books.
5 D’Adamo, Peter.J., &Whitney, Catherine. 1996. Eat Right 4 Your Type: The Individualized Diet Solution to Staying Healthy, Living Longer and Achieving Your Ideal Weight. New York: G.P. Putnam’s Sons.
6 Weissberg, Steven M., &Christiano Joseph. 1999. The Answer is in Your Bloodtype. Lake Mary, Florida: Personal Nutrition USA, Inc.
7 Doyle, Kathryn. “No Science Behind Bloodtype Diets.” Reuters. 30, May 2013. http://www.reuters.com/a rticle/2013/05/30/us-blood-t ype-dietsidUSBRE94T0XD20130530. 12, January 2013.
8 Nomi, Toshitaka &Besher, Alexander. 1983. You are Your Blood Type. New York: Pocket books.
9 Thompson, G. N., Jr. 1936. “Blood Type as Related to Intelligence, Emotions, and Personality.”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20, 785-789. 흥미롭게도 톰프슨은 지능, 감정과 혈액형 사이의 관계를 찾는 데도 실패했다.
10 D’Adamo and Whitney 1996. p. 142.
11 피터 디아다모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O형’과 혈액형별 식습관의 관계에 대한 글 (http://www.dadamo.com/bloodtype_O.html)을 참고하였다.
12 그러나 그들은 과학 용어와 사례를 건전한 논리보다는 잘못된 사고 방식을 지지하기 위해 사용했다.
13 적십자 사(Red Cross Blood) 웹사이트에 따르면, 민족마다 혈액형의 출현 빈도에 차이가 있다(http://www.redcrossblood.org/learn-aboutblood/blood-types). 또한 많은 사람들이 다른 인종보다 같은 인종의 이성을 배우자로 삼는다. 이런 점을 볼 때 부부 간에는 같은 혈액형을 가질 확률이 더 높다고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바이스베르크와 크리스티아노는 이런 요인이나 부부의 혈액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3의 변수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4 Shermer, Michael. 1997. Why People Believe Weird Things: Pseudoscience, Superstition, and Other Confusions of Our Time. New York: Times Books.
15 《혈액형이 바로 당신이다(You are Your Blood Type)》는 다른 사람의 혈액형을 맞히는 방법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에 더 가깝기 때문에, 노미와 베셔는 이 책에서 그들이 인용한 연구에 관해 기술적인 정보를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16 Passer, Michael W., &Smith. Ronald E. 2003. Psychology: The Science of Mind and Behavior (2nd Ed.). New York: McGraw-Hill.
17 Eysenck, Hans J, 1982. “The Biological Basis of Cross-cultural Differences in Personality: Blood Group Antigens.” Psychological Reports, 51, 531-540.
18 Cattell, Raymond, Young, H.B., &Hundleby, J. 1964. “Blood Groups and Personality Traits.” 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 16 (4), 397-402.
19 Cramer, Kenneth M., &Imaike, Eiko. 2002. “Personality, Blood Type, and the Five Factor Model.”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32, 621-626.
20 Rogers,Mary, &Glendon, A. Ian. 2003. “Blood Type and Personality.”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34, 1099-1113.
21 Wu, Kunher, Lindsted, Kristian D., &Lee, Jerry W. 2005. “Blood Type and the Five Factors of Personality in Asia.”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38, 797-808.
22 Evans, Ruth. “Japan and Blood Types: Does it Determine Personality.” BBC News Magazine. 4, November 2012. http://www.bbc.co.uk/news/magazine-20170787 12, January 2014.
23 아래 매거진들은 혈액형별 식이요법, 혈액형 성격론 등에 대한 기사를 싣고 있다: Men’s Fitness(http://www.mensfitness.com/nutrition/eat-according-to-your-bloodtype), People magazine (http://www.people.com/people/article/0,,20325740,00.html, http://www.people.com/people/article/0,20314174,00.html), Self Magazine (http:// www.self.com/blogs/flash/2007/11/selected-qa-10111021.html).
24 사용하기 간편한 자료는 연구의 건전성뿐만 아니라 그 결과의 일반화 가능성에도 영향을 준다. 또한 이전 연구들에서 이루어진 성격 검사가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이 연구를 다른 연구 결과와 비교하기도 어렵다.
25 McCrae, Robert R., Costa, Paul T. 2008. “The Five-Factor Theory of Personality.” In: O.P. John, R.W. Robins, L.A. Pervin(Eds.) Handbook of Personality: Theory and Research (3rd ed.), Guilford Press, New York, 182-207. 5-요인 모델은 포괄적 성격 모형으로, 가장 넓게 받아들여지는 성격 모형 중 하나다.
26 여기서 우리는 국제 성격 문항 모음(International Personality Item Pool: IPIP)의 50개의 질문지를 사용했다.
27 Terracciano, Antonio, McCrae, Robert R., Brant, Larry J., &Costa, Paul T. 2005. “Hierarchical Linear Modeling Analysis of NEO-PIR Scales in the Baltimore Longitudinal Study of Aging.” Psychological Aging, 20(3), 493-506.
28 연령과 개방성은 관련이 있는 것(r=-.29, p=.01)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덜 개방적임을 의미한다(이전 연구들과도 부합한다). 성격과 성별 사이에는 관련이 없다(p =.09).
29 이전 연구들을 기초로 했을 때, 지원자의 수는 기대 효과를 측정하는 데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적절한 유효 크기).
30 미국의 전형적인 혈액형 분포는 다양한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다음 사이트를 참조했다: http://blood center.stanford.edu/about_blood/blood_types.html.
31 다변량 분산 분석의 결과는 F(15,522)=1.48, p=.1132 이다.
32 우리는 공변량의 동등성을 측정하기 위해 박스 테스트(Box’s Test)를 사용했으며 그 결과 혈액형과 다섯 가지 성격 요인 사이의 관련성에 아무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
33 Josef, Natalie. 2010. “Can Blood Type Determine Your Personality?” 이 기사는 여러 매체와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 사이트에서도 읽을 수 있다: http://www. divinecaroline.com/self/horoscopes/can-blood-type-determine-your-personality
34 Lies, Elaine. 2011. 2013. “Blame it on My Blood: Disgraced Japan Politician Says.” Reuters. 6, July. http://www.reuters.com/article/2011/07/06/usjapan-politics-bloodidUSTRE7651QK20110706 12, January.
“우리 사회에는 사람의 혈액형과 성격이 관련되어 있다는 믿음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1 사람들은 오랫동안 사람의 ‘피’가 성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믿어왔다. 기원전 400년경 그리스인들은 사람에게 4가지 ‘체액’ 중 하나가 너무 많거나 부족하면 그 사람의 건강과 성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했다. 히포크라테스 의학에 나오는 4가지 체액은 흑담즙, 황담즙, 점액, 혈액으로 이들은 각각 오래 전부터 사람의 네 가지 기질 중 하나를 결정하는 것으로 여겨져왔다. 예를 들어 낙천적이고 용감하며 꿈이 많고 사교적인 사람은 다른 체액보다 혈액이 과도하게 많다고 생각했다. 2
지나치게 많은 혈액이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은 사라졌지만 혈액과 성격이 관련돼 있다는 관념은 아직까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혈액형별 식이요법’이 많은 관심을 모았다. 자연 요법 전문의 3 제임스 디아다모 James D’Adamo 가 개발하고 아들인 피터 J. 디아다모 Peter J. D’Adamo 가 상업화한 이 식이요법에서는 혈액형에 따라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 4 . 5 . 6 그러나 그들이 소개한 식이요법은 혈액형에 관계없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건강하고 균형 잡힌 방법처럼 보인다. 몇몇 식이요법이 성공했다고 해서 특정 식이요법과 특정 혈액형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혈액형별 식이요법을 소개하는 피터 디아모의 강연
피터 디아다모는 저서 《혈액형별 올바른 식습관 Eat Right 4 Your Type 》에서 혈액형별 식이요법에 대한 객관적인 대조 연구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이와 관련해 벨기에 연구진도 동료 심사를 거친 객관적인 혈액형별 식이요법 연구를 전혀 찾지 못했다 7 ). 유감스럽게도 어떤 사람들은 식이요법을 넘어 다른 것에도 혈액형이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한다. 그 예로 일각에서는 혈액형이 의학적 증상의 치료뿐만 아니라 궁합, 직업 선택, 성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5 . 6 . 8
한 가지 체액의 단편적인 측면이 어떻게 한 사람과 그의 행동에 그토록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일까? 이런 생각은 성격 이 여러 환경적(문화) 요인과 신체적(유전) 요인에 의해 다면적으로 형성된다고 가르치는 심리학적 연구와는 크게 상반된다. 그런데도 ‘혈액형 지지자’들은 사람의 성격이 혈액형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그들이 유전적 특징이 아니라 오로지 혈액형만을 고려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개인의 성격이 혈액형이라는 하나의 요인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생각은 지나친 억지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이 문제를 더 철저히 조사해보기로 했다.
혈액형 성격론의 기원
‘혈액형 성격론’은 1927년 일본의 후루카와 다케지 古川竹二 의 연구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다케지는 특정한 성격을 지닌 시험 참가자들이 특정 혈액형을 갖고 있음을 관찰했다. 예를 들면 A형은 수줍음을 많이 타고 내성적인 반면, B형은 활달하고 친절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1936년 G. N. 톰프슨 G. N. Thompson 은 다케지의 연구를 강하게 비판했다. 표본의 크기가 작고 부적절한 통계적 분석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톰프슨은 직접 연구를 실시했지만 혈액형과 성격 사이에 어떤 연관성도 밝혀낼 수 없었다. 9
혈액형 성격론 지지자들의 주장을 자세히 파헤친 결과 우리는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대부분 모호하고 검증 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피터 디아다모는 “책임감을 심하게 느끼는 리더 역할에는 A형보다 O형이 잘 맞는다.”고 말했지만 이 주장에 대한 출처나 증거는 제공하지 않았다. 10 몇몇 지지자들이 자료를 제시하긴 했지만 대부분 미심쩍어 보였다. 그중에는 표본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실험 대상자를 다 합쳐봐야 MBA 학생 45명밖에 안 되는 연구도 있었고 11 , 가족이나 친구처럼 모집이 용이한 표본을 사용한 연구도 있었다. 6 더 심각한 점은 일부 표본은 그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일례로 한 연구에서는 그 숫자도 특징도 모르는 응답자들을 표본으로 사용했는데, 이 응답자들은 극장 밖에서 단 두 가지 질문만을 받았다고 한다. 8 혈액형 지지자들의 보고 방식에는 빠진 부분이 더 있다. 스티븐 바이스베르크 Steven Weissberg 와 요제프 크리스티아노 Joseph Christiano 는 《혈액형이 답이다 The Answer is in Your Bloodtype 》에서 그들이 실시한 분석의 통계적 유의성에 대해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수많은 일화와 표들을 제시함으로써 자신들의 주장을 강화하고 자신들이 ‘과학적’ 접근법을 사용했음을 보이고자 했다. 12 그 예로 혈액형이 궁합과도 관련이 있음을 주장하기 위해 부부들(연구진의 가족과 친구 포함)의 혈액형별 비율을 제시했다(둘 다 O형인 경우 35.6%, A형인 경우 30.9%, B형인 경우 5.7%, AB형인 경우 2.1%). 두 사람은 이 자료가 혈액형이 같은 부부는 그렇지 않은 부부보다 궁합이 더 잘 맞다는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말한다.
혈액형 성격론은 다양한 인구 집단이 혈액형을 따라 네 부류의 성격 유형으로 나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들은 “AB형과 B형은 (중략) 인구 비율이 낮기 때문에, (중략) 이렇게 높은 비율이 나타나는 것은 평균의 법칙에 의거해 극 히 어려운 일로 보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의 표본 크기에서 (우연히) 이런 결과를 얻을 확률이 어떤 식으로 계산된 것인지, 혹은 정말 계산은 해본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이와 같이 명확하지 못한 보고 방식은 바이스베르크와 크리스티아노가 그 외에 어떤 영향들을 고려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그들이 혈액형의 빈도가 인종마다 다르다는 것을 고려했는지 알지 못한다. 13 두 사람이 무엇을 고려해 계산했는지 모른다는 점을 제쳐두더라도, 그들이 처음에 펼친 주장은 논리적으로 건전하지 않다. 혈액형이 같은 부부의 비율이 높다는 결과가 관계가 만족스럽다거나 궁합이 좋다는 뜻과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혈액형 지지자들의 주장은 읽으면 읽을수록 더 큰 우려만 나을 뿐이다. 계속 드러나는 그들의 모순점은 다음과 같다. 노미 도시타카 能見俊賢 와 알렉산더 베셔 Alexander Besher 는 각 혈액형의 장단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O형은 ‘현실적’이지만 ‘문제에 직면하면 현실을 도피’할 수도 있다. 도대체 어느 쪽이 맞는 걸까? A형은 ‘내향적’이고 ‘좋은 동반자’이자 ‘반대 의견에도 협조적’이지만, 동시에 ‘무대 체질’이며 ‘외도를 할 확률이 높고’ ‘고집이 센’ 정반대의 특성도 지니고 있다고 한다. 8 그들은 혈액형의 장단점을 모두 제시함으로써 만반의 준비를 한 셈이다. 어떻게 ‘반대 의견에 협조적’이면서 동시에 ‘고집이 셀’ 수 있겠는가? 이는 사람들이 불일치보다 일치를 바라고 또 더 잘 기억하는 경향—확증 편향 14 —을 이용한 것이다. 이것은 혈액형 과학보다는 혈액형 점성술에 훨씬 더 가까워 보인다.
혈액형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모순점이 발견된다. 예를 들면 바이스베르크와 크리스티아노는 AB형을 ‘호감형’이라고 말한 반면 노미와 베셔는 AB형을 사람들이 ‘제발 입 좀 다물고 사라져 주길’ 바라는 ‘트집쟁이’라고 표현한다. 트집쟁이 AB형은 ‘호감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O형(우연히도 우리는 둘 다 O형이다)이 카리스마 있고 6 낙천적이며 ‘터무니없이 큰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 한다거나 ‘낯선 환경에 속수무책’이라는 몇몇 설명 8 은 우리 둘 중 누구에게도 해당되지 않았다. 의심스러운 점이 점점 많아지자 우리는 혈액형에 관한 주장을 조금이라도 뒷받침할 수 있는 보다 과학적인 연구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증거가 조금이라도 있을까?
과학적 증거를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혈액형이 성격과 관련된다는 믿음이 일본에서 발전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주된 연구자는 노미 마사히코 能見正比古 와 그의 아들 노미 도시타카였다. 노미 도시타카는 그의 아버지가 초창기에 실시한 성격 및 혈액형 연구를 기반으로 혈액형 인간학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의 설립으로 일본인들은 이 주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노미 도시타카와 알렉산더 베셔는 공동 저서인 《혈액형이 바로 당신이다 You are Your Blood Type 》에서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연구’에 대해 자주 언급하지만, 언급된 연구에 대한 명확한 세부 설명은 하나도 제공하지 않는다. 15
가망이 없어 보였지만, 우리는 동료 심사를 받은 몇 개의 관련 연구를 어렵게 발견해냈다. 그중 하나는 유명한 성격심리학자인 한스 J. 아이젱크 Hans J. Eysenck 의 리뷰 논문이다. 아이젱크는 외향성과 신경증적 경향(또는 정서적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2-요인 two-dimensional 성격 모델로 유명하다. 아이젱크의 이론은 오늘날까지 건재하며 현재는 이 모델에 정신증적 경향성 psychoticism 이라는 제3의 요인이 추가되었다. 16 1982년 아이젱크는 몇몇 연구들을 검토했는데, 그 연구들은 여러 나라에서 B형 인구의 비율이 높을수록 신경증적 경향도 비례하여 증가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여기에 사용된 분석들은 다소 주관적이었고 심지어 저자도 ‘연구 결과가 다소 모호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17 아이젱크는 자신의 성격 모델에 집중하느라 혈액형과 신경증적 경향 사이에 아무런 관계도 발견하지 못한 커텔 Cattell , 보툴린 영 Boutourline-Young , 헌들비 Hundleby 의 1964년 연구는 제외시켰다. 18 동료 심사를 받아 발표된 다른 몇몇 논문에서는 혈액형과 성격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19 . 20 . 21 BBC 뉴스 같 은 매체에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도하고 있지만 22 , 대중 잡지들은 아직도 관련 기사들을 다루고 있어 ‘혈액형 성격론’은 여전히 대중적인 오해로 남아 있는 것 같다. 23
이상에서 볼 수 있듯이, 혈액형과 성격의 연관성을 찾았다고 주장하는 극소수의 연구들은 다음의 문제점이 있다.
1–(가족 구성원을 표본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간편함에 기대어 확증 편향에 빠지기 쉬운 자료수집법을 쓴다.
2–통계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부적절한 통계적 기준이 적용되었다(즉, 제1종 오류[존재하지 않는 효과를 발견할 가능성]가 높아짐).
3–표본의 크기가 작아서 효과가 정말 존재하더라도 감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즉, 제2종 오류). 24
혈액형 성격론 지지자들이 내놓은 불충분한—혹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증거와 과학계에서 내놓은 엇갈린 연구 결과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독자적인 연구를 수행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의 연구
성격의 5요인 모형. 이 모형은 대부분의 성격 특성을 포괄하는 성격의 다섯 영역(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우호성, 신경증적 성향)이 존재하며, 이 영역들이 모든 특성 너머에 있는 성격의 기본 구조를 표상한다고 가정한다. 1961년 어니스트 튜프스Ernest Tupes와 레이먼드 크리스탈 Raymond Cristal에 의해 제안되고, 1990년 J. M. 디그먼J. M. Digman에 의해 정립된 이후 독 립적으로 진행된 여러 연구에 의해 발전되었다.
우리는 심리학 분야에서 두루 통용되고 있으며 최근 ‘혈액형 성격론’ 연구에도 자주 사용된 모델인 5-요인 모델 five-factor model 을 사용하여 성격을 조사했다. 25 이 모델은 개인의 성격을 포괄적으로 기술하는 다섯 가지 일반적 특성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서 다섯 가지 특성이란 신경증적 경향성, 외향성, 개방성, 친화성, 성실성을 말한다. 우리는 자기 보고 self-report 자료에 의존해 자신의 실제 혈액형을 알고 있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미국 루이지애나 북부와 미시간 남부의 혈액 기증 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원자(혈액 기증자)들은 성격 평가 질문지 26 를 작성하고 자신의 혈액형, 연령, 성별을 기재했다. 성격은 성별 및 연령과도 관련이 있다는 전제 하에 19 . 20 . 27 , 이 변수들의 영향을 통계적으로 통제하려고 했다. 28
연구 결과
182명의 지원자들(남성 97명, 여성 85명) 29 의 혈액형 분포는 O형이 56.0%, A형이 30.2%, B형이 10.4%, AB형이 3.8%로 나왔는데 30 , 이는 미국의 혈액형 분포를 대표할 수 있는 적절한 결과였다. 분석(다변량 분산 분석) 31 결과 다섯 가지 일반적인 성격 특성과 혈액형 사이에는 전반적인 연관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32 그러므로 이 연구 결과는 혈액형이 성격과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혈액형이 성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확신에 차서 밀어붙이는 사람들은 뭔가 잘못된 정보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좋게 말하면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 내털리 요제프 Natalie Joseph 는 “혈액형은 새로운 특성을 배우고 사람의 특정 행동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재미난 방법에 불과하다. 그것으로 무언가를 얻어내겠다며 혈액형 성격론을 믿을 필요는 없다. 재미로만 즐기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는데, 우리는 그러한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33
혈액형에 대한 믿음과 그것에 뒤따르는 추론은 믿는 정도에 따라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A형이 리더 역할에 어울 리지 않는다’는 식의 근거 없는 주장을 접한 A형들이 단지 ‘피가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임원이 되려는 꿈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혈액형을 자신의 나쁜 행동에 대한 핑계로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염려된다. 일례로 일본의 정치가 마쓰모토 류 松本龍 는 대지진의 피해를 입은 두 지역의 도지사에게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한 일로 부흥담당상에서 물러났다. 그때 마쓰모토는 자신의 행동을 혈액형 탓으로 돌리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B형이라 신경질적이고 충동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제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34
결국 우리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과학적’ 증거라는 미명하에 이처럼 근거 없는 믿음을 끊임없 이 조장함으로써 이득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회의주의자로서 우리는 이 같은 정보들을 검증하여 잘못된 점을 밝혀내고, 다른 사람들이 그 증거를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북돋우며, 그들이 근거 없는 주장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피가 사람의 성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물론이다.
그러나 이는 유전 때문이지 혈액형 때문은 아니다! SKEPTIC
※ 이 기사는 스켑틱 1호 '당신의 혈액형에 당신은 없다'를 발췌한 글입니다.
스켑틱 1호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글
레베카 앤더스 버크너 R ebecca Anders Buckner
응용심리학자로 학습과 발달을 주로 연구한다. 디트로이트 머시 대학에서 산업 및 조직 심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존 버크너 5세 D r. John Buckner V.
응용심리학자로, 직원 고용 및 평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루이지애나 공과대학에서 산업 및 조직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직장에서의 감정과 건강, 성격, 기술의 관계에 대해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번역 김영미
References
1 Tu, Yung-Hsiang, Leung, Chering-Yee, Wu, Chih-Fu, &Hsu, Tung-Yen. 2007. “The Observations on the Relationships between Blood Type and Performance in Meetings.”
2 Kalat, James. W. 1999. “Personality.” In Introduction to Psychology. (5th Ed.) California: Wadsworth.
3 자연요법 전문의는 ‘천연’ 약물을 중심으로 한 4년제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취득할 수 있다. 자연요법 전문의를 취득한 후에는 바로 의료 활동을 시작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엔 몇 년 정도 외래 진료실에서 수습 과정을 밟는다. 이에 반해 의학 박사는 자격을 취득한 후 3~6년 동안 전문의 훈련 과정을 거쳐야 의료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다음 논문을 참고하라: Barrett, Stephen. 2001. “A Close Look at Naturopathy.” Quackwatch. 26, November. http://www.quackwatch.com/01QuackeryRelatedTopics/ Naturopathy/naturopathy.html. 12, January 2013.
4 D’Adamo, Peter. J., &Whitney, Catherine. 2002. Eat Right for Your Type: Complete Blood Type Encyclopedia. New York: Riverhead books.
5 D’Adamo, Peter.J., &Whitney, Catherine. 1996. Eat Right 4 Your Type: The Individualized Diet Solution to Staying Healthy, Living Longer and Achieving Your Ideal Weight. New York: G.P. Putnam’s Sons.
6 Weissberg, Steven M., &Christiano Joseph. 1999. The Answer is in Your Bloodtype. Lake Mary, Florida: Personal Nutrition USA, Inc.
7 Doyle, Kathryn. “No Science Behind Bloodtype Diets.” Reuters. 30, May 2013. http://www.reuters.com/a rticle/2013/05/30/us-blood-t ype-dietsidUSBRE94T0XD20130530. 12, January 2013.
8 Nomi, Toshitaka &Besher, Alexander. 1983. You are Your Blood Type. New York: Pocket books.
9 Thompson, G. N., Jr. 1936. “Blood Type as Related to Intelligence, Emotions, and Personality.”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20, 785-789. 흥미롭게도 톰프슨은 지능, 감정과 혈액형 사이의 관계를 찾는 데도 실패했다.
10 D’Adamo and Whitney 1996. p. 142.
11 피터 디아다모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O형’과 혈액형별 식습관의 관계에 대한 글 (http://www.dadamo.com/bloodtype_O.html)을 참고하였다.
12 그러나 그들은 과학 용어와 사례를 건전한 논리보다는 잘못된 사고 방식을 지지하기 위해 사용했다.
13 적십자 사(Red Cross Blood) 웹사이트에 따르면, 민족마다 혈액형의 출현 빈도에 차이가 있다(http://www.redcrossblood.org/learn-aboutblood/blood-types). 또한 많은 사람들이 다른 인종보다 같은 인종의 이성을 배우자로 삼는다. 이런 점을 볼 때 부부 간에는 같은 혈액형을 가질 확률이 더 높다고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바이스베르크와 크리스티아노는 이런 요인이나 부부의 혈액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3의 변수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4 Shermer, Michael. 1997. Why People Believe Weird Things: Pseudoscience, Superstition, and Other Confusions of Our Time. New York: Times Books.
15 《혈액형이 바로 당신이다(You are Your Blood Type)》는 다른 사람의 혈액형을 맞히는 방법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에 더 가깝기 때문에, 노미와 베셔는 이 책에서 그들이 인용한 연구에 관해 기술적인 정보를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16 Passer, Michael W., &Smith. Ronald E. 2003. Psychology: The Science of Mind and Behavior (2nd Ed.). New York: McGraw-Hill.
17 Eysenck, Hans J, 1982. “The Biological Basis of Cross-cultural Differences in Personality: Blood Group Antigens.” Psychological Reports, 51, 531-540.
18 Cattell, Raymond, Young, H.B., &Hundleby, J. 1964. “Blood Groups and Personality Traits.” 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 16 (4), 397-402.
19 Cramer, Kenneth M., &Imaike, Eiko. 2002. “Personality, Blood Type, and the Five Factor Model.”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32, 621-626.
20 Rogers,Mary, &Glendon, A. Ian. 2003. “Blood Type and Personality.”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34, 1099-1113.
21 Wu, Kunher, Lindsted, Kristian D., &Lee, Jerry W. 2005. “Blood Type and the Five Factors of Personality in Asia.”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38, 797-808.
22 Evans, Ruth. “Japan and Blood Types: Does it Determine Personality.” BBC News Magazine. 4, November 2012. http://www.bbc.co.uk/news/magazine-20170787 12, January 2014.
23 아래 매거진들은 혈액형별 식이요법, 혈액형 성격론 등에 대한 기사를 싣고 있다: Men’s Fitness(http://www.mensfitness.com/nutrition/eat-according-to-your-bloodtype), People magazine (http://www.people.com/people/article/0,,20325740,00.html, http://www.people.com/people/article/0,20314174,00.html), Self Magazine (http:// www.self.com/blogs/flash/2007/11/selected-qa-10111021.html).
24 사용하기 간편한 자료는 연구의 건전성뿐만 아니라 그 결과의 일반화 가능성에도 영향을 준다. 또한 이전 연구들에서 이루어진 성격 검사가 일관성이 없기 때문에 이 연구를 다른 연구 결과와 비교하기도 어렵다.
25 McCrae, Robert R., Costa, Paul T. 2008. “The Five-Factor Theory of Personality.” In: O.P. John, R.W. Robins, L.A. Pervin(Eds.) Handbook of Personality: Theory and Research (3rd ed.), Guilford Press, New York, 182-207. 5-요인 모델은 포괄적 성격 모형으로, 가장 넓게 받아들여지는 성격 모형 중 하나다.
26 여기서 우리는 국제 성격 문항 모음(International Personality Item Pool: IPIP)의 50개의 질문지를 사용했다.
27 Terracciano, Antonio, McCrae, Robert R., Brant, Larry J., &Costa, Paul T. 2005. “Hierarchical Linear Modeling Analysis of NEO-PIR Scales in the Baltimore Longitudinal Study of Aging.” Psychological Aging, 20(3), 493-506.
28 연령과 개방성은 관련이 있는 것(r=-.29, p=.01)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덜 개방적임을 의미한다(이전 연구들과도 부합한다). 성격과 성별 사이에는 관련이 없다(p =.09).
29 이전 연구들을 기초로 했을 때, 지원자의 수는 기대 효과를 측정하는 데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적절한 유효 크기).
30 미국의 전형적인 혈액형 분포는 다양한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다음 사이트를 참조했다: http://blood center.stanford.edu/about_blood/blood_types.html.
31 다변량 분산 분석의 결과는 F(15,522)=1.48, p=.1132 이다.
32 우리는 공변량의 동등성을 측정하기 위해 박스 테스트(Box’s Test)를 사용했으며 그 결과 혈액형과 다섯 가지 성격 요인 사이의 관련성에 아무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
33 Josef, Natalie. 2010. “Can Blood Type Determine Your Personality?” 이 기사는 여러 매체와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 사이트에서도 읽을 수 있다: http://www. divinecaroline.com/self/horoscopes/can-blood-type-determine-your-personality
34 Lies, Elaine. 2011. 2013. “Blame it on My Blood: Disgraced Japan Politician Says.” Reuters. 6, July. http://www.reuters.com/article/2011/07/06/usjapan-politics-bloodidUSTRE7651QK20110706 12, Janu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