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자리는 이타적이다? 점성술에 대한 실증적 검증


당신의 성욕은 별자리에 좌우된다. 적어도 위의 온라인 점성술 사이트(astrology-online)에 따르면 그렇다. 이 웹사이트에서는 양자리들은 “성욕이 대체로 높고”, 사자자리들은 “성욕을 주체하기 어려우며”, 황소자리들은 “평균 이상으로 색을 밝힌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처녀자리들은 섹스를 할 때 “테크닉의 완성도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어, “지나치게 열정적인” 파트너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물고기자리들은 “대체로 성적 능력이 떨어지며, 육체적 관계보다는 정신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상대를 원한다.”라고 한다. 이에 필자는 미국인 5만3천 명을 대표표본representative sample으로 사용해 점성술과 별자리에 관한 속설들의 타당성을 검증해보려 한다.





종합사회조사

별자리와 관련한 점성술의 주장들을 검증하는 데 사용할 데이터는 1972년~2008년 사이에 매년 또는 격년 주기로 실시한 종합사회조사GSS; General Social Survey에서 가져왔다. GSS는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의 지원을 받아 시카고 대학의 부속 기관인 전국여론조사센터National Opinion Research Center가 실시한다. 1972년부터 1974년까지는 할당표본추출법quota sampling으로 표본 을 추출했다. 1975년과 1976년에는 할당추출법과 무작위추출법을 모두 적용했다. 1977년부터는 표본을 무작위로 선택했다. 초기에는 데이터를 수집할 때 한 번에 약 1 천5백 명을 면담했다. 최근에는 한 번에 조사하는 표본의 크기가 2천 명에서 4천5백 명 사이로 매번 달랐다. 모든 해를 통틀어 GSS는 미국 성인 5만3천 명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GSS는 표본의 기본적인 인구통계학적 특성(별자리 포함)부터 총기 규제 논쟁이나 낙태 문제처럼 첨예한 논란이 있는 사회문제 에 대한 의견까지 수백 개의 질문을 조사한다. GSS가 조사하는 질문 중에는 조사 때마다 등장하는 질문(고정 질문이라고 한다)도 있고, 주기적으로 나가는 질문(순환 질문이라고 한다)도 있다. 그리고 일부 질문들(임시 질문)은 특정 회차에 한 번만 등장하기도 한다. 응답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작위로 선택된 일부 표본 집단에게만 제 시되는 질문들도 있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내용은 그동안 누적된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다. GSS 데이터세트는 품질이 우수하고 접근이 용이하며 포괄 범위가 넓기 때문에 상호 심사 학술지에 인용된 횟수만도 수백 건이 넘는다.



별자리별 특성에 대한 설명은 다음 네 개의 웹사이트에서 인용했다.

(A) = www.astrology.com

(D) = www.dellhoroscope.com/learn

(L) = www.llevellynencyclopedia.com

(O) = www.astrology-online.com/persn.htm

설명 문구의 출처는 위에 적힌 대로 A, D, L, O로 표시했다. 괄호 안에 A, D, L, O처럼 볼드체로 표시한 경우 인용문의 출처를 의미한다. 괄호 속 문자가 볼드체가 아닌 경우에는 당해 웹사이트에 게재된 설명이 당해 문구와 같은 취지임을가리킨다.



정치 성향

별자리별 특징을 묘사한 내용에 따르면 서로 다른 별자리를 타고난 사람들은 정치적 성향에서 차이를 보인다. 별자리 웹사이트에 서는 별자리에 따라 다음의 특성을 나타낸다고 설명한다.



• 황소자리 황소자리들은 ‘보수적인 기질을 타고 난다.’ (A)(L)

• 처녀자리 처녀자리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모든 면에서 보수적인 성향을 보인다.’ (O)

• 천칭자리 천칭자리들은 양극단을 싫어하고 ‘중도의 의견을 지 닌다.’ (O)

• 전갈자리 전갈자리를 타고난 사람들은 관습에 저항하고 ‘정치 적 극단주의’를 추구한다. (O)

• 사수자리 사수자리들은 ‘어느 정도 보수적인’ 성향이 있다. (L)



GSS에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에서 진보 사이의 어디쯤에 해 당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다. 그 대답과 응답자의 별자리가 아래 표에 정리되어 있다. 이는 응답자 40,637명의 데이터를 근거로 했다.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응답자의 별자리에 따라 자신이 진보, 중도, 보수에 해당한다고 보는 비율은 각각 25~27%, 38~41%, 33~36% 범위를 나타낸다. 앞서 제시한 별자리별 특성을 바탕으로 예측할 수 있는 차이 중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는 전혀 없다. 황소자리, 처녀자리, 천칭자리, 전갈자리, 사수자리에 해당하는 응답자들의 진보, 중도, 보수 성향은 평균과 비교해 우연에 기대할 수 있는 정도 이상으로 더하거나 덜하지 않았다.



이기심과 별자리

서로 다른 별자리에 속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만 생각하거나 남들에게 관심을 갖는 정도에도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점성술에서 제시하는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천징자리 사람들은 모두 이타적일까?


• 양자리들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다. (D)(A)

• 게자리들은 ‘남들을 기꺼이 돕는다.’ (A)

• 처녀자리들은 ‘천성적으로 남들을 잘 보살피고’, ‘공익을 위해 노력한다.’ (A)

• 천칭자리들은 ‘모든 이에게 가장 유익한 행동을 추구 한다.’ (A)

• 물병자리 태생은 ‘인도주의적이고 박애주의적이며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큰 관심을 갖는다.’ (A)

• 물고기자리들은 ‘자신보다 남을 더 우선시한다.’ (A)


GSS에는 응답자들에게 다음 진술에 동의하는지, 동의하지 않는지 를 묻는 항목이 있다.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챙겨야 하고, 그런 후에도 여유가 있다면 남들을 돌봐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 변과 별자리를 교차분석한 결과는 아래 표에 정리되어 있다. 응답자 3,004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했다.



위 표에서 하나의 값만 제외하고 나머지 수치들은 평균과 비교할 때 우연에 의한 것 이상의 차이가 없다. 우연에 기대할 수 있는 것보다 차이가 큰 한 항목은 별자리에 대한 설명과 모순된다. 점성술에 따르면 물고기자리들은 ‘자신보다 남을 더 우선시한다’고 하 지만, GSS의 물고기자리 응답자들이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챙겨야 한다’에 동의하지 않은 비율은 평균보다 낮았다. 그러나 그 결과도 통계학자들이 ‘제1종 오류(실제로는 옳은 가설을 옳지 않다고 판단하여 기각시키는 오류)’라 부르는 것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모집단에서 물고기자리 태생들은 다른 별자리 태생들에 비해 남을 도울 가능성이 높지도 낮지도 않은 듯하다. 위 표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가 있다 해도 이것은 단순히 다양한 대상을 비교할 때 나타날 수 있는 통계상의 우연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표의 결과는 위에 묘사된 자기중심성에 대한 별자리별 특성을 뒷받침하지 못한다.



직접 테스트 해보자

다양한 별자리 태생의 특징을 소개하는 점성술 웹사이트나 책은 얼마든지 있으며 이는 GSS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검증할 수 있다. 나는 여기서 소개한 내용 외에도 많은 별자리별 특성들을 추가로 확인해보았지만 그것들을 유의하게 지지하는 증거는 전혀 찾지 못했다. 독자 여러분들도 직접 원하는 주제들에 대해 조사해볼 수 있다.

GSS 데이터세트의 가장 큰 장점은 손쉬운 접근성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제작한 컴퓨터조사프로그램CSM; Computer Assisted Survey Methods Program은 웹상의 GSS 데이터를 이용하고 분석할 수 있는 통계 인터페이스로서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조사기록과 분석SDA; Survey Documentation and Analysis’이라는 이 인터페이스는 사용이 매우 간편하다. 예를 들어 이 기사에 실린 표들은 UC 버클리 웹 사이트에 들어가서 교차분석 대상인 두 가지 변인을 입력하고 엔터키를 치는 것만으로 얻은 것들이다.



결론

점성술의 예측을 평가하려는 목적으로 실시된 연구는 적지 않다. 컬버와 아이애나Culver and Ianna(1988), 그룸Groome(2001), 하인즈 Hines(2003), 호가트와 허친슨Hoggart and Hutchinson(1995) 등도 점성 술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실시했다. 점성술의 실증적 검증에 대한 논란이 없지는 않지만, 공정한 검증에 따르면 점성술로는 개인의 특성을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이 글에 소개된 결과 역시 이런 결론과 일맥상통한다. 현재의 조사 결과들은 서로 다른 별자리에 속하는 사람들이 타고나는 특성을 뒷받침하기보다는 반박하는 증거가 더 많다.

점성술 연구 가운데는 내가 이번 조사에서 사용한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표본을 채택한 사례들도 있다. 호가트와 허친슨(1995)의 경우 영국 내 230만 노동자의 전수조사자료를 이용해 별자리와 직업 사이의 관계를 검증하는 연구를 실시했다. 본 연구 역시 점성 술 연구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상당히 큰 규모의 표 본을 활용했다. 아마도 본 연구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접근이 용이하고 풍부한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는 데이터세트를 이용했다 는 점일 것이다.

본 연구는 점성술과 관련해 몇 가지의 변인만을 검증해보는 데 그쳤지만, GSS 데이터세트에는 그밖에도 점성술사들의 주장을 평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변인들이 수백 가지는 더 있다. 점성술사 또한 이 데이터를 사용해 개인의 성격이 별자리에 근거하고 있다는 그들의 주장을 검증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검증 결과 데이터가 그들의 예측과 다르게 나온다면, 그들은 별자리를 바탕으로 각 개인의 성격을 유의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 본 글은 스켑틱 13호 '물고기 자리는 이타적이다?'에서 부분 발췌하였습니다.  


스켑틱 13호 무엇이 과학적 사고를 가로막는가 






찰스 S. 레이카트 Charles S. Reichardt

덴버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로, 통계학 및 연구방법론, 프로그램 개발, 인과관계 평가법을 연구하고 있다. 프로그램 평가와 관련해 세 권의 책을 출간했다. 연방기금의 지원을 받는 수십 건의 연구에 통계학 자문을 맡았으며, 통계 및 연구 설계 워크샵을 개최하기도 했다. 미국평가협회(American Evaluation Association)의 이사진이며 미국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Society)의 회원이다. 미국평가협회로부터 퍼로프 상(Perloff award)을 수상했으며, 다변량실험심리학회에서 다나카 상을 수상했다.


번역 김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