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질병과 마케팅 사이


1960년대 미국인들은 정신에 영향을 주는 약물을 개발했다. 이 약물은 그들 자신이 취하기 위한 것으로 조제는 물론 복용도 불법이었다. 그러다 1990년대가 되자 이번에는 아이들을 위한 합법적 약물을 내놓았다. 물론 이 약은 의사의 처방 없이 복용할 경우 불법인, 언론과 사법기관이 예의 주시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하지만 의사의 지시에 따라 이 약물을 복용하는 아동의 수는 계속해서 증가해왔다.

어떤 약일까? 바로 리탈린Ritalin이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 아동 중 리탈린이나 이와 비슷한 약물을 복용하는 수는 300만에서 500만에 이른다.1 또한 전 세계 리탈린 생산량 중 90퍼센트를 미국 아동이 복용한다.2 리탈린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진단을 받은 아동에게 처방할 수 있는 약이다. 이제는 학교를 비롯한 특정 환경에서 아동의 성격과 행동을 개선할 목적으로 리탈린을 처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이 만연하게 된 것은 과학보다는 마케팅의 역할이 더 컸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ADHD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연구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마찬가지로 제약회사 마케팅 부서들 역시 수백만 달러를 들여 리탈린을 홍보했다. 하지만 이들이 거둔 성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그동안 ADHD에 대한 과학 연구는 더디게 진행되었으며 ADHD의 과학적 근거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ADHD 전문가들의 주장을 입증할 연구 결과는 단 한 건도 발표되지 않았고, 그다지 의미 없는 연구만 수없이 나왔다. 하지만 보잘 것 없는 연구라도 그 수가 늘어나자, ADHD에 대한 유의한 발견이 이루어졌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ADHD 관련 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 중 하나는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소아질환’이지만, ADHD와 관련해 제시되고 있는 과학적 증거는 리탈린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분비를 증가시켜 과잉행동 아동에게 단기적으로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리탈린은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여 과잉행동장애를 완화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리탈린 옹호자들은 이러한 사실로부터 과잉행동장애의 근본 원인이 도파민 부족이라는 주장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논거는 옳지 않다. 아스피린은 이런 논리로 효과를 설명하지 않는다. 아스피린이 두통을 경감시키지만, 그렇다고 아스피린이 부족해서 두통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3,4 ADHD는 가장 많 은 연구가 이루어진 소아질환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결정적인 신경병리학적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정신과 의사에게 ADHD와 리탈린의 관계를 물으면 그는 ADHD를 당뇨와 비교하며 두 질환 모두 화학물질 분비량 부족이 원인이라고 답할 공산이 크다. 당뇨는 인슐린이 부족해 혈당이 높아지는 질병으로 인슐린을 주입하면 혈당을 낮출 수 있다. 마찬가지로 ADHD 아동이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는 도파민 부족 때문이므로, 리탈린을 처방하면 도파민 수치가 증가하여 정상적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비유의 문제점은, 당뇨병의 경우는 혈액검사로 당 수치 이상을 판단할 수 있는 반면, ADHD는 도파민 부족을 판단할 생물학적 검사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당뇨병은 인슐린이 주입된 후 혈액검사로 약효를 측정할 수 있지만, 리탈린은 이 같은 방식으로 효과를 측정할 수 없다. ADHD 자녀를 둔 일부 부모들은 리탈린이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해 방학 동안에는 아이들에게 리탈린을 먹이지 않는다. 이 기간을 ‘약 쉬는 날drug holiday’로 부르기도 한다.5 당뇨병은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인슐린 투약을 중단할 수 없으므로 당연히 ‘약 쉬는 날’이 없다. 비판적 사고능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과학자라면 ADHD를 당뇨에 비유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음을 알 것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정신질환을 당뇨병과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6,7 이에 더해 ADHD 주창자들은 리탈린을 안경에 비유하기도 한다. 미국 국립정신보건원NIMH; National Institutes of Mental Health은 “아이들이 약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부모와 교사가 도울 수 있습니다. 약을 안경에 비유하십시오. 약은 단지 집중을 돕는 도구일 뿐이라고 설명하십시오.”라고 말한다.8 하지만 리탈린을 안경과 비교하는 것은 번개를 손전등에 비교하는 격이다.



뇌 스캔을 믿을 수 있을까?

ADHD 연구의 성배는 환자가 실제로 ADHD인지 알려줄 수 있는 진단시험을 발견하는 것이다. 수년 동안 과학자들은 ADHD 진단에 신빙성을 부여할 수 있는 적절한 생물학적 표지를 찾고 있다. 종종 과학자들은 양전자방출 단층촬영술PET; Positron Emission Tomography로 ADHD 아동의 뇌를 정상 아동의 뇌와 비교한다. 리탈린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앨런 자메킨Alan Zametkin 박사는 ADHD 아동의 뇌에서 생물학적 이상을 찾는 PET 기법의 선구자다. 그는 ADHD 환자들을 정상인 대조군과 비교하는 뇌 스캔 실험을 두 차례에 걸쳐 수행했다. 1990년에 실시된 첫 번째 실험에서 그는 성인의 뇌를 측정했다.9 자메킨 박사의 말을 빌리면, “우리 연 구진은 ADHD 성인과 일반 성인 사이에서 분명하고 정량 가능한 주요 신경병리학적 차이를 규명한 연구를 최초로 발표해”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10 자메킨 박사의 연구가 지닌 문제 중 하나는 두 집단에서 포도당 대사는 8퍼센트 차이가 났지만 이후 이어진 작업검사에서는 차이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앨런 자메킨Alan Zametkin 박사


두 번째 중요한 문제점은 자메킨 박사의 실험에는 여성과 남성이 모두 참여했지만 ADHD 남성들을 대조군 남성들과 비교하면 두 집단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통계적으로 유 의한 차이가 나타나는 유일한 경우는 남성과 여성을 한 집단으로 묶을 때이다. 이후 다른 연구자들이 자메킨 박사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대조군 남성들과 대조군 여성들을 비교한 결과, 정상 남성과 정상 여성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11 자메킨 박사의 논리대로 대사능력의 차이에 따라 복용을 결정해야 한다면, 정상 남성이나 정상 여성 역시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차이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질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993년 자메킨은 자신의 ‘성공적인’ 첫 번째 연구를 바탕으로 ADHD 청소년들을 정상 청소년들과 비교하는 연구를 발표했는데,12 이 연구에서는 뇌 대사에 전반적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자메킨 박사는 종설논문에서 이 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 다. “ADHD 청소년과 정상 청소년 사이에서 전반적인 뇌 대사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 현상은 여러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청 소년 대조군은 성인 연구에 참여한 대조군처럼 순수하지 않았다. 정상 청소년 중 63퍼센트가 직계가족 중 ADHD인 사람이 있었던 반면 정상 성인 중에는 가족 중 ADHD를 겪은 경우가 없었다. 둘째, ADHD 청소년 중 75퍼센트가 흥분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지만, ADHD 성인들은 흥분제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다. 셋째, 나이가 ADHD 환자의 뇌 이상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13 자메킨 박사가 간과했을 가능성 중 하나는 그의 연구가 오히려 ADHD 환자들의 뇌와 대조군의 뇌가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는 사실 아닐까?

놀랍게도 자메킨 박사는 그러한 가능성을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최소한 활자로는). 두 번째 연구 결과가 부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약회사의 ADHD 마케팅 부서들은 PET 스캔 연구를 마치 ADHD가 신경생물학적 질환이 분명하다는 증거인 듯 대중에게 제시한다. ‘주의력결핍장애 아동과 성인을 위한 단체CHADD: Children and Adults with Attention Deficit Disorders’는 ADHD가 신경생물학적 질환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으며, 리탈린을 생산하는 제약회사들로부터 백만 달러에 가까운 지원을 받는다. CHADD는 그림1의 뇌 스캔 사진을 근거로 ADHD가 신경생물학적 질환이라고 주장한다. 비과학자의 눈에는 뇌 스캔 연구가 중대한 생물학적 결함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이 같은 사진은 성별 간 차이를 설명하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다.



그림1. ADHD의 생물학적 근거에 관한 홍보 자료용 뇌 스캔 비교 사진. 이 사진은 주의력결핍 장애 아동 및 성인을 위한 국가 단체인 CHADD가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프레젠테이션에서 사용한 자료다. 자료에는 사진과 함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정말로 존재한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뇌 스캔 사진은 강렬하면서도 단순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훌륭한 홍보 수단으로 사용되곤 한다. 안타깝게도 이 홍보 자료는 사진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지 않았다. 위 두 개의 사진은 기억력 검사를 하는 피험자 뇌의 포도당 수치(활성 지표)를 나타낸다. 왼쪽 일반인의 뇌는 오른쪽 ADHD 환자의 뇌보다 포도당 사용량이 많아 색이 밝다. 리탈린 옹호자들은 이 같은 활성 차이가 ADHD가 약물 복용이 필요한 질병이라는 증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작업수행능력 검사에서 ADHD 환자들과 정상인들 사이에는 차이가 없었다. ADHD 환자의 뇌가 더 적은 에너지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진화적 이점일 수 있다. 또한 ADHD 환자의 뇌와 일반인 뇌의 포도당 수치 차이는 8퍼센트였지만, 일반인 여성과 남성의 뇌 역시 5퍼센트의 차이를 보였다


뇌 스캔 사진은 마케팅 집단들이 과학적 근거가 매우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약을 먹이도록 부추기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두 개의 자료를 비교해보자. 우선, NIMH에 ADHD 관련 정보를 요청하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라는 제목의 팸플릿을 보내준다(NIMH 자료번호 94-3572). 이 팸플릿은 분명 자녀의 리탈린 복용을 고민하는 부모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홍보자료다. 아래는 ADHD의 원인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ADHD가 가정환경이 아닌 생물학적 원인에 기인한다는 증거가 계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가정환경과 ADHD 사이에는 명확한 관계가 없습니다. 불안정한 결손 가정의 아이라고 해서 모두 ADHD 는 아닙니다.15


위와 같은 언급으로 가득한 ADHD 관련 홍보물과 달리, ADHD 전문 자료의 어조는 훨씬 모호하다. 1998년 열린 NIMH의 ADHD 학회를 예로 들어보자. 학회의 최종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경고했 다. “독립적으로 유효한 ADHD 검사는 없다. 따라서 ADHD를 뇌 질환으로 확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정신자극제의 사용이 남용의 위험을 높일지 아니면 낮출지에 대해 기존 연구 들은 상반된 결론을 내놓고 있다. 우리는 수년간 ADHD에 대해 임상연구를 수행하고 경험을 쌓았지만 ADHD의 원인(또는 원인들)에 대한 지식은 여전히 전반적으로 추측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16 자녀의 리탈린 복용을 고민하는 부모 중 이 보고서를 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 본 글은 스켑틱 14호 'ADHD, 질병과 마케팅 사이'에서 부분 발췌한 글입니다.


스켑틱 14호 정신질환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References

1 DEA. 1995. “Methylphenidate (A background paper).” Drug and Chemical Evaluation Section, Office of Diversion Control: Washington D.C.

2 UN. 1995. Report of the United Nations International Narcotics Control Board. New York: UN Publications.

3 Diller, L.H. 1998. Running on Ritalin. New York: Bantam.

4 Pam, A. 1995. “Biological Psychiatry: Science or Pseudoscience?” in Pseudoscience in Biological Psychiatry (C.A. Ross, and Pam, A., Eds.) New York: John Wiley, 7-35.

5 Garber, S.G., M.D. 1996. Beyond Ritalin. New York: Harper Collins.

6 Andreasen, N.C. 1984. The Broken Brain. New York: Harper and Row.

7 Valenstein, E.S. 1998. Blaming the Brain. New York: Simon and Schuster Inc.

8 NIMH. 1994.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Washington DC: US Government Printing Office. 1-42.

9 Zametkin, A.J., Nordahl, T.E., Gross, M., King, A.C., Semple, W.E., Rumsey, J., Hamburger, M.S., and Cohen, R.M. 1990. “Cerebral Glucose Metabolism in Adults with Hyperactivity of Childhood Onset.”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23(20): 1361-1367.

10 Ernst, M., and Zametkin, A. 1995. “The Interface of Genetics, Neuroimaging, and Neurochemistry in Attention-Deficit Disorder,” in Psychopharmacology (F.E. Bloom, and Kupfer, D.J., Eds.) Raven Press, 1643-1652.

11 Reid, R.T., Maag, J.W., and Vasa, S.F. 1993.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s a Disability Category: A Critique.” Exceptional Children, 60(3): 198-214.

12 Zametkin, A.J., Liebenauer, L.L., Fitzgerald, G.A., King, A.C., Minkunas, D.V., Herscovith, P., Yamada, E.M., and Cohen, R.M. 1993. “Brain Metabolism in Teenagers with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rch Gen Psychiatry, 50: 333-340. 13 Ernst and Zametkin, 1995.

14 Zametkin et al. 1990.

15 NINH, 1994.

16 NIH. 1998. “Diagnosis and Treatment of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in Consensus Development Conference.


  조너선 리오 Jonathan Leo

아이오와대학교에서 해부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웨스턴대학교에서 육안해부학과 신경해부학을 가르쳤다. 현재는 링컨메모리얼대학교에서 해부학과 교수로 있다. 〈미국의 의학(Mad in America)〉 블로그에 정신질환의 화학적 기반, 조현병의 유전학 이론 등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ADHD에 대한 재고찰: 뇌에서 문화까지(Rethinking ADHD: From Brain to Culture)》를 엮었다.


번역  하인해

인하대학교 화학공학부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 정부기관과 법무법인에서 통번역사로 근무했다. 《헤어》, 《찻잔 속의 태풍》(출간예정)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