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통해 본 백신 접종에 대한 집단적 불안
로버트 E. 바솔로뮤 Robert E. Bartholomew
케이트 맥크릴 Kate Mackrill
뉴스 매체는 충분한 수의 사람이 접종을 받아 바이러스가 타인에게 전파되지 않는 수준인 ‘집단 면역’에 도달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집단 면역이라는 전환점에 도달하면 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훨씬 낮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의 면역학자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 박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이 집단 면역의 초기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아마 이런 파우치의 예측이 실현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WHO가 ‘백신 거부vaccine hesitancy’라 칭하는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성향일 것이다. WHO는 코로나19팬데믹 이전부터 백신 거부가 세계인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백신들의 안전성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의료 분야 종사자들의 백신 접종 직후에 보고된 알레르기 반응이다. 최초의 보고는 영국에서 나왔으며 알레르기 반응 전력이 있던 두 사람과 관련되었다. 최근에는 알래스카에서 환자 두 명이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보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 당국은 재빨리 이들 사례 중 어느 것도 생명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례들이 백신을 맞을지 말지에 대한 결정을 다소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은 확실하다. 지금까지 화이자-바이오엔테크Pfizer-BioNtech의 임상 시험에서 4명, 모더나Moderna의 임상 시험에서 3명이 일시적 안면 마비나 안면 근육 무력증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벨 마비Bell’s palsy로 알려진 이런 증세는 생각보다 흔히 나타나는데, 회복에 수주 또는 드물게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지만, 심각하지는 않은 것이 보통이다. 보통 얼굴 한쪽 근육 수축을 조절하는 신경에 발생하는 문제 때문에 이런 증세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계에는 대규모 접종이 진행되는 동안 몇몇 사람이 개인적인 불안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졸도, 현기증, 메스꺼움, 호흡 곤란 등이 있다. 이보다 덜 알려진 것은 집단적 불안 사태의 가능성이다. 일반적으로 ‘집단적 심인성 질환mass psychogenic illness’이라 불리는 이러한 사태가 과거에 예방 접종이 진행되는 동안에 발발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92년 이래로 의학 저널에 기록된 주요 사례만 12건이 넘었다.
그런 사태가 일어난다면, 언론 매체는 신중하게 대응해야 하며 선정적인 제목과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 하지만 언론은 그런 태도를 취하지 않을 것이다. 뉴스 매체는 클릭과 조회 수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비즈니스 모델에 주도되기 때문이다. 피가 흥건한 자극적인 보도가 대중의 관심을 끈다. 당국이 직면한 또 하나의 문제는 이와 유사한 사태에 대해 역사적으로 드러난 대중의 분노와 불신이다.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지금의 시대에는 작은 심인성 불안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해칠 수 있다.
집단적 심인성 질환은 극적이며 오랫동안 지속되는 예상 밖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2007년 5월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의 한 학교에서는 소녀 720명이 인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HPV백신 접종을 받았다. 총 3회 접종 중 이는 첫 번째 접종이었다. 접종 후 두 시간이 지나고 학교의 양호 교사는 26명이 메스꺼움, 두통, 현기증, 심장의 두근거림, 근육 무력감, 과호흡증, 졸도 등의 증세를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그중 4명은 인근의 아동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었으며, 그곳에서 빠르게 회복되었다.
그 원인이 심리적 특성에 있었다는 점이 빠르게 밝혀졌지만, 이 사건의 충격은 빠르게 확산되었다. 먼저 ‘수수께끼의 질환’에 관한 보도가 빠르게 퍼지자 해당 HPV 백신을 제조한 기업의 시장 가치가 약 10억 달러 하락했다. 다음으로 이 사건은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를 촉발했고 백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잠식했다. 멜버른의 한 신문사인 《에이지The Age》의 해설 기사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는 왜 소녀들에게 약물을 실험하는가?” 그 결과 연이어 유사한 심인성 질환이 이어졌고, 백신 접종을 희망하는 소녀의 수가 대폭 감소하는 사태가 초래되면서 그들을 자궁경부암의 위험에 빠뜨렸다.
채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신속하게 만들어낸 일은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학자들의 분석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는 현상 때문에 집단 면역에 도달하려는 노력이 훼손되고 논란이 계속된다면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
스켑틱 26호 우주를 이루는 근본 힘들에 대하여
글 로버트 E. 바솔로뮤 Robert E. Bartholomew
미국의 의료 사회학자로 집단적 심인성 질환, 집단 히스테리 분야의 전문가이자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교 정신 의학부의 명예 수석 강사다. 지은 책으로는 《하바나 신드롬(Havana Syndrome)》 《미국인의 무관용(American Intolerance)》 등이 있다.
글 케이트 맥크릴 Kate Mackrill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교 건강 심리학과에서 박사 과정 연구자로 노시보 효과의 영향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번역 장영재
공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글밥아카데미’수료 후 현재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및 《스켑틱》 번역에 참여하는 등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남자다움의 사회학》 《한국, 한국인》 《워터4.0》 등이 있다
역사를 통해 본 백신 접종에 대한 집단적 불안
로버트 E. 바솔로뮤 Robert E. Bartholomew
케이트 맥크릴 Kate Mackrill
뉴스 매체는 충분한 수의 사람이 접종을 받아 바이러스가 타인에게 전파되지 않는 수준인 ‘집단 면역’에 도달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집단 면역이라는 전환점에 도달하면 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훨씬 낮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의 면역학자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 박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이 집단 면역의 초기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아마 이런 파우치의 예측이 실현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WHO가 ‘백신 거부vaccine hesitancy’라 칭하는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성향일 것이다. WHO는 코로나19팬데믹 이전부터 백신 거부가 세계인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백신들의 안전성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의료 분야 종사자들의 백신 접종 직후에 보고된 알레르기 반응이다. 최초의 보고는 영국에서 나왔으며 알레르기 반응 전력이 있던 두 사람과 관련되었다. 최근에는 알래스카에서 환자 두 명이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보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 당국은 재빨리 이들 사례 중 어느 것도 생명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례들이 백신을 맞을지 말지에 대한 결정을 다소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은 확실하다. 지금까지 화이자-바이오엔테크Pfizer-BioNtech의 임상 시험에서 4명, 모더나Moderna의 임상 시험에서 3명이 일시적 안면 마비나 안면 근육 무력증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벨 마비Bell’s palsy로 알려진 이런 증세는 생각보다 흔히 나타나는데, 회복에 수주 또는 드물게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지만, 심각하지는 않은 것이 보통이다. 보통 얼굴 한쪽 근육 수축을 조절하는 신경에 발생하는 문제 때문에 이런 증세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계에는 대규모 접종이 진행되는 동안 몇몇 사람이 개인적인 불안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졸도, 현기증, 메스꺼움, 호흡 곤란 등이 있다. 이보다 덜 알려진 것은 집단적 불안 사태의 가능성이다. 일반적으로 ‘집단적 심인성 질환mass psychogenic illness’이라 불리는 이러한 사태가 과거에 예방 접종이 진행되는 동안에 발발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92년 이래로 의학 저널에 기록된 주요 사례만 12건이 넘었다.
그런 사태가 일어난다면, 언론 매체는 신중하게 대응해야 하며 선정적인 제목과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 하지만 언론은 그런 태도를 취하지 않을 것이다. 뉴스 매체는 클릭과 조회 수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비즈니스 모델에 주도되기 때문이다. 피가 흥건한 자극적인 보도가 대중의 관심을 끈다. 당국이 직면한 또 하나의 문제는 이와 유사한 사태에 대해 역사적으로 드러난 대중의 분노와 불신이다.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지금의 시대에는 작은 심인성 불안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해칠 수 있다.
집단적 심인성 질환은 극적이며 오랫동안 지속되는 예상 밖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2007년 5월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의 한 학교에서는 소녀 720명이 인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HPV백신 접종을 받았다. 총 3회 접종 중 이는 첫 번째 접종이었다. 접종 후 두 시간이 지나고 학교의 양호 교사는 26명이 메스꺼움, 두통, 현기증, 심장의 두근거림, 근육 무력감, 과호흡증, 졸도 등의 증세를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그중 4명은 인근의 아동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었으며, 그곳에서 빠르게 회복되었다.
그 원인이 심리적 특성에 있었다는 점이 빠르게 밝혀졌지만, 이 사건의 충격은 빠르게 확산되었다. 먼저 ‘수수께끼의 질환’에 관한 보도가 빠르게 퍼지자 해당 HPV 백신을 제조한 기업의 시장 가치가 약 10억 달러 하락했다. 다음으로 이 사건은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를 촉발했고 백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잠식했다. 멜버른의 한 신문사인 《에이지The Age》의 해설 기사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는 왜 소녀들에게 약물을 실험하는가?” 그 결과 연이어 유사한 심인성 질환이 이어졌고, 백신 접종을 희망하는 소녀의 수가 대폭 감소하는 사태가 초래되면서 그들을 자궁경부암의 위험에 빠뜨렸다.
채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신속하게 만들어낸 일은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학자들의 분석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는 현상 때문에 집단 면역에 도달하려는 노력이 훼손되고 논란이 계속된다면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
스켑틱 26호 우주를 이루는 근본 힘들에 대하여
글 로버트 E. 바솔로뮤 Robert E. Bartholomew
미국의 의료 사회학자로 집단적 심인성 질환, 집단 히스테리 분야의 전문가이자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교 정신 의학부의 명예 수석 강사다. 지은 책으로는 《하바나 신드롬(Havana Syndrome)》 《미국인의 무관용(American Intolerance)》 등이 있다.
글 케이트 맥크릴 Kate Mackrill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교 건강 심리학과에서 박사 과정 연구자로 노시보 효과의 영향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번역 장영재
공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글밥아카데미’수료 후 현재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및 《스켑틱》 번역에 참여하는 등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남자다움의 사회학》 《한국, 한국인》 《워터4.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