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가 아이들만큼 지적이라고?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종의 까마귀가 시험관 속 물 위에 떠 있는 먹이를 먹기 위해 그곳에 조약돌을 집어넣어 수면을 상승시키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마치 까마귀들이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최선의 해결책을 숙고하여 실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실험들은 조류가 영장류와 비슷한 수준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로 제시되고 있으며, 심지어 조류의 지능이 5~7세 아동의 지능에 비견할 만하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스톡홀름대학교의 새로운 분석은 이들의 주장이 재고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실험들은 고대 그리스 작가 이솝의 물 항아리를 찾는 목마른 까마귀 우화를 따라 ‘이솝우화 실험’이라 불린다. 우화에서 까마귀는 수면을 상승시키기 위해 항아리에 조약돌을 집어넣어 물을 먹는 데 성공한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창의성과 끈기는 결국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창의성과 끈기는 까마귀 과科의 인지능력을 시험하기 위하여 비슷한 실험을 수행하는 과학자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실험은 떼까마귀rooks, 어치European jays, 뉴칼레도니아 까마귀New Caledonian crows 등 다양한 까마귀들을 대상으로 행해졌다. 문제는 이솝우화와 유사하게 물이 채워진 시험관이 있는 실험 상황에서 까마귀가 보통 조약돌을 시험관에 집어넣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맛있는 먹이가 물 위에 떠 있는 경우에도 말이다.

단서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실제 까마귀들은 해결책을 찾기 전에 목마름이나 굶주림으로 죽고 말 것이다. 조약돌을 이용해 수면을 상승시키는 행동은 까마귀의 본능적 행동이 아니다. 까마귀들이 이런 문제들을 풀 수 있는지 시험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결책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만 한다. 즉, ‘훈련’을 시켜야 하는 것이다.

훈련을 통해서 우리는 동물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칠 수 있다. 최근 보상을 얻기 위해서 끈을 잡아당기도록 호박벌을 훈련시킨 사례를 들 수 있다. 연구자들은 우선 조화造花에서 먹이를 찾도록 호박벌을 훈련시켰다. 호박벌이 이를 학습하자 연구자들은 조화를 유리판 아래에 위치시켰다. 이후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호박벌들이 끈을 당겨 조화를 꺼내는 행동을 보였다.


호박벌이 꽃의 중심에 있는 꿀을 먹으려고 유리판 밑에 있는 조화에 연결된 끈을 당기고 있다.


비슷한 방식으로 까마귀들도 물이 차 있는 시험관에 조약돌을 집어넣는 훈련을 받는다. 처음에는 본능적인 행동에 보상을 한다. 예를 들어 뉴칼레도니아 까마귀는 구멍 안을 탐색하기 위해 막대기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 다음 까마귀들은 조약돌을 시험관에 집어넣는 행동을 적절한 보상을 통해 배운다. 이런 방식의 훈련은 조약돌을 시험관에 집어넣는 행동에 ‘자체적 가치’를 부여한다. 그 후에는 조약돌 네 개를 집어넣을 때까지 보상을 지연하는 식으로 훈련을 이어간다.

따라서 실험에 참가하는 까마귀들은 이미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다. 물론 사전 훈련을 거친 까마귀들은 실제 실험에서는 다른 과업들을 수행하게 된다. 예를 들면 새가 조약돌의 크기 변화에 따른 결과나 속이 차 있는 물체와 비어 있는 물체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지, 시험관에 물 대신 모래가 차 있으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등을 시험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까마귀들이 이와 같은 실험조건들을 구별하며 행동하는 것일까?

까마귀들이 이러한 차이를 구별할 수 있다는 결론이 오랫동안 받아들여졌다. 예를 들어 20번 이상 시험을 실시한 실험에서 까마귀들이 정확한 답을 찾아낸 경우가 70퍼센트 이상이었다는 결과가 제시되기도 했다. 즉, 까마귀들이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결론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까마귀들이 실제로 차이를 이해했다면, 항상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확한 답의 빈도가 높아지는 데 20회 이상의 시험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실험자들의 주장대로 새들이 상황을 ‘고찰’하고 정확한 ‘해결책’을 생각해내는 것이라면 첫 번째 시험부터 정확한 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다.


여기서 스톡홀름대학교의 새로운 분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테파노 기를란다Stefano Ghirlanda와 요한 린드Johan Lind는 2017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까마귀들이 첫 번째 시험에서 보여주는 행동만을 기준으로 하면 실험 결과가 완전히 무작위적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대신 이들은 까마귀들이 실험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학습을 한다고 제안한다(<동물 행동Animal Behavior> 123: 239-247).

결국 모든 ‘이솝우화 실험’은 까마귀들을 극도로 복잡한 행동을 하도록 훈련시킬 수 있다는 것과 단지 실험이라는 이유로 까마귀들이 학습을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줄 뿐이다(까마귀들이 실험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겠는가?). 6세 이상의 아동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해보면, 아이들은 즉각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항상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조류의 지능을 5~7세 아동에 비할 수 있다는 주장은 대단히 과장된 것이다.

최근 제안된 까마귀가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는 주장도 동물이 훈련을 통해 보상이 주어진 행동이나 물건에 대해 자체적 가치를 부여한다는 설명으로 적절하게 반박할 수 있다. 이 주장의 근거로 제시된 실험에서 까마귀들은 돌을 이용해 작은 공을 미로 상자 밖으로 밀어내는 훈련을 받았다. 다음날 까마귀에게 공을 밀어내는 데 쓸 수 없는 물건과 돌 중 하나를 선택하는 상황을 부여했다. 훈련을 받은 까마귀들은 거의 80퍼센트에 달하는 빈도로 돌을 선택했다. 보상과 교환할 수 있는 징표token를 이용해 유사한 실험을 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훈련이 돌과 징표에 자체적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이런 결과는 전혀 놀라울 것이 없다. 동물이 이전에 보상과 연관되었던 물건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이 조류가 유인원이나 원숭이보다 지능이 떨어진다는 의미일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그저 까마귀들이 일반 종generalist이며 다른 모든 일반 종과 마찬가지로 행동의 레퍼토리가 다양하다는 사실이다. 또한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까마귀도 학습할 수 있다. 그들은 일반 종이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성향이 있으며, 따라서 보상이 주어지는 행동도 특화 종specialist보다 많이 경험하게 된다. 그러므로 ‘많은 시도를 해보고 많은 해답을 찾는 것’으로 ‘지능’을 의미한다면 까마귀는 ‘지능적’이다. 그런 정의를 따른다면 까마귀는 심지어 유인원만큼 지능적일 수 있다.

그러나 까마귀가 인과관계를 고려해서 답을 찾아낼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오’인 것 같다. 인간의 경우 생각할 시간이 충분할 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는 하지만, 다른 동물에서는 이와 비교할 수 있는 결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답을 그려볼 수 있는 능력이 이들에게 없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이를 시험할 적절한 실험이 아직 행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이제 이솝우화 실험들이 아무런 단서도 제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본 글은 <스켑틱 16호>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스켑틱 16호 길러진 본능인가 타고난 학습인가



글  파트리크 린덴포르스 Patrik Lindenfors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 문화진화연구센터의 교수로 인간의 진화를 주요 주제로 연구 중에 있다. 저서로는 최근작 《누구에게 이익인가?: 인간 협력의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 진화(For Whose Benefit? The Biological and Cultural Evolution of Human Cooperation)》와 8개의 언어로 번역된 《아마도 신은 존재하지 않을 거야(God Probably Doesn’t Exist)》, 《협력(Samarbete)》이 있다.


번역  장영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