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이를 위해 독감 백신을 맞으세요



독감 백신에 대한 오해와 진실


백신은 과학이 일군 최고의 업적 중 하나다. 백신은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고, 천연두를 영원히 박멸하기도 했다. 하지만 백신에 대한 반대 역시 백신 그 자체만큼이나 오래됐다. 이런 반대 의견 중에는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는 것들도 있다. 이를테면 질병과 죽음도 신이 세운 계획 중 일부이니 인간은 신의 뜻을 거스르려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나, 균은 질병을 야기하지 않는다는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의 주장 따위다. 하지만 특정 백신에 대한 몇몇 반대 의견들은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 의견들은 예방접종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는 전문가들과 증거를 다르게 해석한다.


백신중에서도 특히 독감 백신(독감 예방접종)이 가장 많은 비난 을 받는다. 독감 백신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독감 백신은 백신 중 가장 효과가 떨어진다. 독감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고, 매년 그해 백신에 어떤 균주를 이용 할 것인지 결정할 때, 추측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그 선택이 근거하고 있는 연구들 중에는 결함이 있는 것도 있다.


코크란 연합Cochrane Collaboration의 백신 분야 단체장인 톰 제 퍼슨Tom Jefferson은 독감 백신에 대해 제일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 는 사람 중 하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독감 연구자들은 독감 백신이 자료에서 제시된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1 이 점은 그가 백번 옳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모든 연구 자료를 ‘쓰레기’로 취급해버린 것은 분명 지나친 처사다. 미국 국립 알레르기 및 전염병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 소장 앤서니 포시Anthony Fauci는 좀 더 신중하다. “어느 정도 보호 작용을 한다는 점에서 독감 백신이 효과가 있다는 점은 전혀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른 관점들은 소수 의견일 뿐이죠.”


독감 백신 연구에는 어려움이 있다. 독감 비슷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중 무려 절반 정도가 실제로는 독감에 감염된 것이 아니다. 동일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200가지가 넘는 병원체가 있다. 독감의 위험성은 유행하는 균주의 발병률에 따라 해마다 달라진다. 유행하는 균주와 백신 속에 들어 있는 균주가 서로 일치 하지 않을 때도 많다. 그리고 많은 수의 독감 연구는 임상 사례를 통한 효과 검증보다는 항체 수치 측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잘못 측정될 수 있다. 독감은 폐렴과 같은 합병증을 일으켜 간접적으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독감에 걸리지 않았다면 폐렴으로 죽지 않았을 것이다. 제퍼슨은 이렇게 말한다. “노인이 독감 비슷한 질병에 걸렸다가 호흡부전으로 사망하면 거의 항상 독감으로 인한 사망으로 분류됩니다.” 물론 독감 진단이 검사실에서 확인되지 않는 한 이것은 정확한 분류가 아니다. 하지만 동일한 논리로 심장 발작이나 폐렴으로 분류된 사망이 실제로는 독감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제퍼슨은 위약 대조군 실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 의 전문가는 이것을 비윤리적이라는 이유로 거부한다. 독감 백신이 처음으로 시장에 나오기 전에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시행한 위약 대조군 실험에서는 백신에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효과가 확인이 된 상태에서 위약 대조군이 백신의 예방 효과를 누릴 수 없게 한다면 그것은 비윤리적인 행위가 된다.


독감 백신이 사망률을 50% 정도 줄여준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임이 거의 분명하다. 하지만 독감 백신이 효과가 있다는 거부하기 힘든 증거가 존재한다. 한 실험에서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들에게 백신의 균주와 일치하는 독감 바이러스를 감염시키자 96%의 예방률이 나왔다.2


과학중심의학 블로그Science-Based Medicine blog의 감염성 질환 전문가 마크 크리슬립Mark Crislip은 제퍼슨이 검토했던 것과 똑같 은 증거 자료들을 검토했는데,3 제퍼슨과는 완전히 다른 의견을 내 놓았다. 독감 백신이 전원인 사망률all-cause mortality을 줄이지 못 한다는 것은 제퍼슨의 말이 옳다고 하더라도, 인구 집단 수준에서 독감 감염률과 독감 관련 사망률을 줄여준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 가 존재한다. 인구 집단이 받는 혜택은 백신을 맞는 개인에 의존한다.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개인적으로는 혜택을 받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공동체 안에서 독감의 전파 속도를 낮추어 집단 면역성herd immunity을 높이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타인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독감에 특히나 취약해서 독감에 걸리면 사망 위험이 더 커지는 사람들이 있다. 너무 어려서 예방접종을 못하는 유아, 면역계가 약화된 사람(질병에 의한 것이든, 면역억제제로 인한 것이 든), 임산부, 노인 등이 그렇다. 노인의 경우 백신의 예방 효과를 크게 누리지 못한다. 젊은 사람들처럼 항체 수치가 높게 발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지금은 항원이 네 배 강화된 고용량 독감 백신이 나와 있다. 이 백신은 만 65세 이상의 사람들에게 권장되며, 그 연령대 인구 집단에서 독감의 발생률을 낮춰주는 것이 입증됐다.


크리슬립은 이렇게 결론 내린다. “독감 백신은 이로운 것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독감 백신을 맞을수록 모두에게 더욱 큰 혜택이 돌아갑니다.” 그래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할머니를 위해 독감 백신을 맞으세요.”



사람들이 독감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잘못된 이유 중 몇 가지를 여기 소개한다.



1. 독감 백신에는 치메로살thimerosal의 형태로 신경독소인 수은 이 함유되어 있다

치메로살은 다회 투여 용량 바이알에만 보존제로 들어 있다. 이것이 걱정되면 단일 투여 용량 버전으로 맞으면 된다. 어쨌거나 치메로살은 자폐증을 유발하지도 않고,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다.


2. 난 독감에 걸려본 적이 없으니까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는 그랬는지 몰라도 앞으로도 걸리지 않으리라는 보장 은 없다. 한 번도 불이 난 적이 없다고 해서 화재보험을 들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3. 오히려 백신을 맞아서 독감에 걸린 적이 있다

불가능한 일이다. 주사용 백신에는 살아 있는 바이러스가 전혀 없다. 그리고 비강 스프레이 백신의 경우 너무 약해 독감을 유발할 수 없는 바이러스가 희석되어 들어가 있다.


4. 독감 백신은 효과가 없다. 나는 예방접종을 받았는데도 독감에 걸린 적이 있다

독감이 아니라 그와 비슷한 다른 병에 걸렸을지도 모르고, 자기가 접종한 백신으로는 예방이 되지 않는 다른 균주에 감염됐을 수도 있다. 아마도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그보다 심하게 앓았을 것이다.


5. 위험한 부작용이 있다

대부분의 부작용은 가볍고 일시적이다. 심각한 부작용은 지극히 드물다. 백신에 비하면 독감으로 인한 위험이 훨씬 더 크다. 주사를 맞은 팔이 며칠 욱신거리는 정도로 당신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질병을 피할 수 있다면 이는 감당할 가치가 충분하다.


6. 에키네이셔Echinacea, 에어본 비타민Airborne, 비타민 D, 그리고 다른 천연 예방 성분을 복용하면 자연 치유력으로 나를 보호할 수 있다

꿈 깨시길!


7. 독감도 그렇게 끔찍하지는 않다

끔찍하다! 사망에 이를 수도 있고, 병원에 입원할 수도 있으며, 끔찍한 고통을 가져오는 증 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8.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독감 백신은 시장 판매 전에 안정성을 테스트하고, 계속해서 검증을 받는다. 펍메드PubMed에서 검색해보면 독감 백신의 안전성에 관한 참고문헌이 1,342건 이나 나온다.


9. 이런 데 돈 쓰고 싶지 않다

독감 예방접종보다는 장례식이나 입원비에 훨씬 큰돈이 들어간다.


10. 건강보조식품 제조업체 ‘닥터 머콜라Dr. Mercola’에서는 이렇게 광고한다. “유기체를 당신의 몸에 주입하는 일은 자연에 반하 는 일입니다.”

원래 자연은 사람을 죽이려 든다. 의료란 자연 이 사람을 해치지 못하게 막으려는 노력일 뿐이다. 독감의 경우에는 ‘자연에 반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11. 독감 백신이 기면증을 유발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2009년에 기면증과 판뎀릭스Pandemrix라는 특정 브랜드의 독감 백신 사 이에 관련성이 있다는 보고들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몇몇 국가에 한정되었으며 그 국가들을 제외한 나라에서는 그와 같은 보고가 없었다. 상관관계correlation가 인과관계causation는 아니 며, 그 백신이 기면증 발생의 원인이었는지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 백신과 다른 브랜드의 독감 백신이 기면증과 관련되었다는 보고는 전혀 없으며, 판뎀릭스는 미국에서 판매 허가가 나지 않았다.


12. 매년 독감으로 사망하는 아동은 100명이 안 된다

독감 예방 접종의 목표가 사망을 방지하는 것만은 아니다. 아동은 독감 감염률이 가장 높아 전체 아동 중 10~40%가 매년 독감에 걸 리고 그중 1%가 입원한다. 아동은 인구 집단 전체로 독감이 전파되는 주요 경로다. 그리고 예방 가능한 사건이 단 한 건이 라도 아이에게서 일어나는 것은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13. 백신에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가 들어가 있다

제조 과정에 서는 포름알데히드가 사용되지만, 설사 최종 생산품에 남아 있다 해도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미량만 남는다. 우리 몸에 는 이미 자연적인 대사 과정에서 생산된 포름알데히드가 백신에 들어 있을 수 있는 최고 추정치보다 백만 배 더 많이 들어 있다.



보건 의료 종사자들이 독감 예방접종을 받으면 환자들의 사망률이 감소한다. 일부 고용주는 보건 의료 종사자들에게 독감 예방접종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런 의무 조항 때문에 수많은 논란이 야기됐다. 한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보건 의료 종사자들을 통해 독감이 전 파되고 있고, 독감 예방접종을 통해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이런 일을 강요하는 것은 대단히 비도덕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강제로 예방접종을 받을 필요는 없다. 보건 의료 종사자들은 예방접종을 거부할 권리가 있고, 그에 따라 고용주가 부가하는 결과를 감당하면 된다. 병원은 취약한 환자들을 보호할 의무를 가진다. 환자들 이 독감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의료의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리석고 무책임한 행동의 자유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독감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남성과 이메일로 장문의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그는 독감 예방접종을 받지 않아야 할 이유를 하나하나씩 들었고, 나는 그 반대 증거들을 차례로 제시하였다. 그는 결국 내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고 인정했지만, 그래도 자기는 주사 바늘이 무서워 독감 예방접종은 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몇십 년째 정기적으로 매년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그리고 독감에 걸린 적이 한 번도 없다. 하지만 독감이 일으킬 수 있는 피해를 목격해왔고, 그런 해를 입지 않도록 조심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지역에 사는 다른 사람들도 보호하기를 원한다.


미국에서만 매년 36,000명의 사람이 독감으로 사망한다. 그중 몇 명이라도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백신은 그만큼 가치가 있는 것 이 아닐까? 만약 독감 예방접종이 어린 유아, 노인, 면역력이 약화된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다면, 우리가 그들의 안전을 위해서 예방 접종을 받는 이타심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Reference

1 http://theatln.tc/234PkR5

2 http://1.usa.gov/1JOS1je

3 http://bit.ly/1RTJVac



글 해리엇 홀 Harriet Hall

가정의학의로, 워싱턴 주 퓨알럽에 거주하며 대체 의학, 의사과학, 사기 의료 행위, 비 판적 사고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스켑틱>과 <스켑티컬 인콰이러(Skeptical Inquirer)>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며, ‘돌팔이 감시(Quackwatch)’ 사이트에 자문 위원으로 참여한다. 저서로는 《날 수 없을 것 같던 여자: 여성 외과의의 회고록(Women Aren’t Supposed to Fly: The Memoirs of a Female Surgeon)》이 있다. 그녀의 웹사이트(www.skepdoc.info)를 방문하면 더 많은 글을 읽을 수 있다.


번역 김성훈

경희대 치과대학을 졸업 후 치과의사의 길을 걷다가 번역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 《우주 의 통찰》, 《정리하는 뇌》 등 40여 권의 과학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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