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철학잡지 《뉴필로소퍼》
vol. 28 : 좋은 삶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라는 질문 앞에 자신 있게 한 마디로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각자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좋은 삶의 조건은 천차만별 다를 것이고, 한 개인이라 할지라도 인생의 시기마다 스스로 정의하는 ‘좋은 삶’의 내용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뉴필로소퍼》 28호는 마치 신기루처럼 멀리서는 보이는 듯하나 결코 잡히지 않는 ‘좋은 삶’의 다양한 해석들을 들어본다. 누군가에겐 ‘번영하는’ 삶으로, 누군가는 ‘행복’이란 단어로, 누군가에게는 ’어제보다 더 나아진 삶‘으로 풀이될 수 있는, 그렇게 각자의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인지 되짚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삶의 형태’ 가설이 가르쳐주는 것
_ 행복한 순간인가, 행복한 결말인가?
좋은 삶을 이루는 조건이 무엇이냐 물으면 사람들은 지금 자신에게 절실한 것을 가장 먼저 최선의 조건으로 말할 것이다. 빈곤한 이들은 각자가 원하는 얼마만큼의 돈이 주어진다면 행복해질 것이라 말할 테고, 지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은 치유와 건강만 주어진다면 바랄 게 없을 거라 말할 것이다. 외로운 이들은 친구가 있는 삶, 종교가 있는 사람은 자신이 바라보는 신, 그리고 가족이 화목한 것을 최고의 좋은 삶으로 꼽는 사람도 있겠다.
《뉴필로소퍼》는 ‘좋은 삶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라는 타이틀로, 사람마다 천차만별 다를 수밖에 없는 ‘좋은 삶’의 의미와, 이것이 실제적으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여러 각도를 통해 들여다본다. 특히 디킨대학교 철학과 패트릭 스톡스 교수는 ‘삶의 형태’ 가설을 설명하면서 두 배우의 인생을 비교하는 사례를 들고 있다. 한 배우는 데뷔하자마자 스타가 되어 부와 인기를 누리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예전만 못한 위상에 점차 배역도 줄어들며 쓸쓸히 늙어간다. 또 한 배우는 배우 인생의 초반에는 무명으로 보내야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각종 영화에 주연을 맡으며 큰 상을 받게 되는 등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다.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행복한 사람인가? 누가 더 좋은 삶을 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의 인물에게 손을 들어줄 것이다. 인간은 좋았다가 후퇴하는 것보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점차 번영하는 삶을 환호하기 때문이다. 스톡스 교수는 이런 특징에서 ‘삶의 형태shape of a life’ 가설을 이야기한다. 즉 우리의 인생은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마구잡이로 섞이는 바구니가 아니라, 인생의 유형, 즉 좋은 일과 나쁜 일을 올바른 순서로 맞이하게 되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누군가에겐 ‘행복한 순간’으로 좋은 삶을 느낄 수도 있지만, ‘행복한 결말’이야말로 인류 보편의 좋은 삶이자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좋은 삶을 산다는 것은 단순히 좋은 경험과 즐거운 사건을 만나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 일을 올바른 순서로 맞이하게 되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다시 말해 재료를 알맞게 갖추는 정도로는 부족하며, 이 재료를 알맞게 배치해야 한다는 얘기다. 가구가 그렇지 않은가. 멋진 소파 두 개와 커피 테이블을 갖췄다 해도 공간을 어떻게 꾸몄는지 역시 중요하다. (본문 42쪽)
“단 하나의 목적만 추구하는 건 좋은 삶일까?”
_ 나의 행복은 남의 행복과 다르다
《뉴필로소퍼》 필자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적어간 좋은 삶의 정체와 조건은 독자들에게 잊고 있었던 일상의 크고 작은 현상들을 다시금 되짚어보게 만든다. 크고 원대한 단일한 목적 하나만을 좇고 사는 사람들이 감히 이루지 못하는 ‘좋은 삶’은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까?
어린 자녀를 데리고 일본 여행을 떠났던 철학자 톰 챗필드는 멋드러진 경치나 관광물이 아닌, 손님 쪽을 향해 끊임없이 인사하는 기차 차장의 진정성 있는 의례에 감탄한다. 그러면서 크던 작던 자신이 무언가 가치 있는 일을 하며 거기서 일의 보람을 느끼는 일본의 ‘이키가이’라는 정서에서 유럽의 인간 번영 문화와의 접점을 찾는다. 일의 규모나 영향력은 중요치 않다. 자발적이고 상대에 대한 동경과 우직함을 표하는 작은 의례들에서 개인의, 더 나아가 사회의 행복을 발견한 것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불우했던 성장기와 청년 시절과는 달리 점점 나이가 들수록 삶의 만족감과 행복감이 충만해졌는데, 스스로 그 이유를 추적해보니 ‘예전보다 나 자신에게 덜 몰두하게 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아에 몰입하고, 자신의 비극적 처지에 지쳐 있던 과거에는 온통 우울과 불행뿐이었지만, 학문에 탐닉하고, 주변 사람들을 살피고, 취미활동과 각종 자선사업에 신경을 쓰니 나이가 들수록 만족스런 삶이 된 것이다. “더 많은 것에 관심을 둘수록 행복의 가능성은 커지고 운명에 덜 휘둘리게 된다”라는 그의 고백은 더 이상 내 만족에 집착하지 않는 삶의 전환을 통해 ‘좋은 삶’에 당당히 들어선 표본이 되었다.
“더 많은 것에 관심을 둘수록 행복의 가능성은 커지고 운명에 덜 휘둘리게 된다. 만일 한 가지를 잃더라도 다른 무언가에 기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모든 것에 관심을 두기에 너무나도 짧지만, 하루하루를 채울 만큼 여러 가지에 관심을 두는 것은 좋은 일이다.” (본문 34쪽)
‘구경꾼의 정서’로 사는 청년들에게
- 권투하는 철학자 황진규 인터뷰
이번 호에는 두 명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한 사람은 아일랜드 출신의 저술가 마이클 폴리이며, 또 한 사람은 철학서를 쓰는 작가 황진규이다. 두 사람 모두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그러나 누구보다도 세상의 이치를 진지하게 공부하는 철학 작가들이다. 마이클 폴리는 ‘번영하는 삶’이 유난히 쉬워보이는 것은 큰 노력없이도 매혹적으로 살고 있는 유명인들의 모습을 수시로 봐야하는 현 세태 때문이라 진단하며, 세상은 여전히 각종 불평등과 무책임으로 둘러싸인 부조리의 장이라 본다. 다만 “삶은 부조리다. 하지만 신성한 부조리다”라는 한 마디 말로, 즉 세상에 분노하기보다 한층 앞선 열정으로 세상의 부조리를 즐기거나 혹은 딛고 일어서길 당부하고 있다.
국내 인물 인터뷰를 새롭게 시작하며, 그 첫 주인공으로 프로복서이면서 철학하며 글을 쓰는 황진규 작가를 만난다. 한 집안의 가장이자 멀쩡히 다니던 대기업에 사표를 던지고 서른 후반으로 접어드는 나이에 프로 권투선수로의 도전을 시작하고, 마침내 프로복서로 데뷔를 한 이후엔 자신에게 흘러온 두 번째 욕망, 즉 철학하며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인생을 시작했다. 공격적으로 책을 쓰고, 동료 제자들과 철학을 토론하는 지금의 삶에 행복을 느끼는 그는, 특히 청년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스마트폰 동영상을 보며 뭐든지 간접체험으로 인생을 시각화하는 현 세태를 ‘구경꾼의 정서’라 진단하며, 어느 정도의 노력과 위험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온몸으로 체화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드라마를 시청하며 남의 연애를 보고, 먹방을 시청하며 자신의 미각을 시각으로 대치하고, 여행 유튜브로 세상을 구경하며 머무른다면 점차 현대인들은 구경꾼의 정서로 살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이는 곧 무기력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본문 131쪽)
목차
8 _News from Nowhere
16 _ Intro _ 번영, 허상과 실체 사이 _ 잔 보그
18 _ Worth _ 당신의 ‘이키가이’는 무엇인가? _ 톰 챗필드
24 _ Generation _ 현재의 기쁨을 뒤로 미루는 기술에 대하여 _ 마리나 벤저민
30 _ Opinion _ 더 이상 내 만족에 집착하지 않을 때 _ 안토니아 케이스
36 _ Comic _ 행복할 마지막 기회 _ 코리 몰러
38 _ Experience _ 행복한 순간인가, 행복한 결말인가 _ 패트릭 스톡스
48 _ Sympathy _ 교감과 공명이 이루어지는 시간 _ 마리아나 알레산드리
54 _ Philosophy _ 고통 받는 자아는 실재하는가 _ 앙드레 다오
62 _ Wisdom _ 생각, 또 생각하는 당신에게 _ 나이젤 워버튼
70 _ Interview _ 기꺼이 즐기겠다, 이 부조리한 세상을 _ 마이클 폴리
84 _ Money _ 무에서 창조되는 돈의 권력 _ 데이비드 S. 오더버그
92 _ Travel _ 떠나온 곳을 비로소 알게 하는 여행 _ 안토니아 케이스
106 _ Artist _ 번영의 핵심은 ‘끊임없이’에 있다 _ 제임스 오웬
118 _ Flourish _ 나의 행복은 남의 행복과 다르다 _ 안토니아 케이스
130 _ Interview _ 맞을 수 없으면, 때릴 수 없다 _ 황진규
148 _ Thinking in pictures _ 휘휘파파, 서로의 숨을 전하며 _ 박보나
154 _ 공간이랑 _ 오늘 밤 나의 집은 어디입니까? _ 임이랑
162 _ Our Library
164 _ 13 questions
생활철학잡지 《뉴필로소퍼》
vol. 28 : 좋은 삶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라는 질문 앞에 자신 있게 한 마디로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각자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좋은 삶의 조건은 천차만별 다를 것이고, 한 개인이라 할지라도 인생의 시기마다 스스로 정의하는 ‘좋은 삶’의 내용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뉴필로소퍼》 28호는 마치 신기루처럼 멀리서는 보이는 듯하나 결코 잡히지 않는 ‘좋은 삶’의 다양한 해석들을 들어본다. 누군가에겐 ‘번영하는’ 삶으로, 누군가는 ‘행복’이란 단어로, 누군가에게는 ’어제보다 더 나아진 삶‘으로 풀이될 수 있는, 그렇게 각자의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인지 되짚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삶의 형태’ 가설이 가르쳐주는 것
_ 행복한 순간인가, 행복한 결말인가?
좋은 삶을 이루는 조건이 무엇이냐 물으면 사람들은 지금 자신에게 절실한 것을 가장 먼저 최선의 조건으로 말할 것이다. 빈곤한 이들은 각자가 원하는 얼마만큼의 돈이 주어진다면 행복해질 것이라 말할 테고, 지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은 치유와 건강만 주어진다면 바랄 게 없을 거라 말할 것이다. 외로운 이들은 친구가 있는 삶, 종교가 있는 사람은 자신이 바라보는 신, 그리고 가족이 화목한 것을 최고의 좋은 삶으로 꼽는 사람도 있겠다.
《뉴필로소퍼》는 ‘좋은 삶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라는 타이틀로, 사람마다 천차만별 다를 수밖에 없는 ‘좋은 삶’의 의미와, 이것이 실제적으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여러 각도를 통해 들여다본다. 특히 디킨대학교 철학과 패트릭 스톡스 교수는 ‘삶의 형태’ 가설을 설명하면서 두 배우의 인생을 비교하는 사례를 들고 있다. 한 배우는 데뷔하자마자 스타가 되어 부와 인기를 누리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예전만 못한 위상에 점차 배역도 줄어들며 쓸쓸히 늙어간다. 또 한 배우는 배우 인생의 초반에는 무명으로 보내야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각종 영화에 주연을 맡으며 큰 상을 받게 되는 등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다.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행복한 사람인가? 누가 더 좋은 삶을 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의 인물에게 손을 들어줄 것이다. 인간은 좋았다가 후퇴하는 것보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점차 번영하는 삶을 환호하기 때문이다. 스톡스 교수는 이런 특징에서 ‘삶의 형태shape of a life’ 가설을 이야기한다. 즉 우리의 인생은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마구잡이로 섞이는 바구니가 아니라, 인생의 유형, 즉 좋은 일과 나쁜 일을 올바른 순서로 맞이하게 되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누군가에겐 ‘행복한 순간’으로 좋은 삶을 느낄 수도 있지만, ‘행복한 결말’이야말로 인류 보편의 좋은 삶이자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좋은 삶을 산다는 것은 단순히 좋은 경험과 즐거운 사건을 만나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 일을 올바른 순서로 맞이하게 되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다시 말해 재료를 알맞게 갖추는 정도로는 부족하며, 이 재료를 알맞게 배치해야 한다는 얘기다. 가구가 그렇지 않은가. 멋진 소파 두 개와 커피 테이블을 갖췄다 해도 공간을 어떻게 꾸몄는지 역시 중요하다. (본문 42쪽)
“단 하나의 목적만 추구하는 건 좋은 삶일까?”
_ 나의 행복은 남의 행복과 다르다
《뉴필로소퍼》 필자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적어간 좋은 삶의 정체와 조건은 독자들에게 잊고 있었던 일상의 크고 작은 현상들을 다시금 되짚어보게 만든다. 크고 원대한 단일한 목적 하나만을 좇고 사는 사람들이 감히 이루지 못하는 ‘좋은 삶’은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까?
어린 자녀를 데리고 일본 여행을 떠났던 철학자 톰 챗필드는 멋드러진 경치나 관광물이 아닌, 손님 쪽을 향해 끊임없이 인사하는 기차 차장의 진정성 있는 의례에 감탄한다. 그러면서 크던 작던 자신이 무언가 가치 있는 일을 하며 거기서 일의 보람을 느끼는 일본의 ‘이키가이’라는 정서에서 유럽의 인간 번영 문화와의 접점을 찾는다. 일의 규모나 영향력은 중요치 않다. 자발적이고 상대에 대한 동경과 우직함을 표하는 작은 의례들에서 개인의, 더 나아가 사회의 행복을 발견한 것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불우했던 성장기와 청년 시절과는 달리 점점 나이가 들수록 삶의 만족감과 행복감이 충만해졌는데, 스스로 그 이유를 추적해보니 ‘예전보다 나 자신에게 덜 몰두하게 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아에 몰입하고, 자신의 비극적 처지에 지쳐 있던 과거에는 온통 우울과 불행뿐이었지만, 학문에 탐닉하고, 주변 사람들을 살피고, 취미활동과 각종 자선사업에 신경을 쓰니 나이가 들수록 만족스런 삶이 된 것이다. “더 많은 것에 관심을 둘수록 행복의 가능성은 커지고 운명에 덜 휘둘리게 된다”라는 그의 고백은 더 이상 내 만족에 집착하지 않는 삶의 전환을 통해 ‘좋은 삶’에 당당히 들어선 표본이 되었다.
“더 많은 것에 관심을 둘수록 행복의 가능성은 커지고 운명에 덜 휘둘리게 된다. 만일 한 가지를 잃더라도 다른 무언가에 기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모든 것에 관심을 두기에 너무나도 짧지만, 하루하루를 채울 만큼 여러 가지에 관심을 두는 것은 좋은 일이다.” (본문 34쪽)
‘구경꾼의 정서’로 사는 청년들에게
- 권투하는 철학자 황진규 인터뷰
이번 호에는 두 명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한 사람은 아일랜드 출신의 저술가 마이클 폴리이며, 또 한 사람은 철학서를 쓰는 작가 황진규이다. 두 사람 모두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그러나 누구보다도 세상의 이치를 진지하게 공부하는 철학 작가들이다. 마이클 폴리는 ‘번영하는 삶’이 유난히 쉬워보이는 것은 큰 노력없이도 매혹적으로 살고 있는 유명인들의 모습을 수시로 봐야하는 현 세태 때문이라 진단하며, 세상은 여전히 각종 불평등과 무책임으로 둘러싸인 부조리의 장이라 본다. 다만 “삶은 부조리다. 하지만 신성한 부조리다”라는 한 마디 말로, 즉 세상에 분노하기보다 한층 앞선 열정으로 세상의 부조리를 즐기거나 혹은 딛고 일어서길 당부하고 있다.
국내 인물 인터뷰를 새롭게 시작하며, 그 첫 주인공으로 프로복서이면서 철학하며 글을 쓰는 황진규 작가를 만난다. 한 집안의 가장이자 멀쩡히 다니던 대기업에 사표를 던지고 서른 후반으로 접어드는 나이에 프로 권투선수로의 도전을 시작하고, 마침내 프로복서로 데뷔를 한 이후엔 자신에게 흘러온 두 번째 욕망, 즉 철학하며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인생을 시작했다. 공격적으로 책을 쓰고, 동료 제자들과 철학을 토론하는 지금의 삶에 행복을 느끼는 그는, 특히 청년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스마트폰 동영상을 보며 뭐든지 간접체험으로 인생을 시각화하는 현 세태를 ‘구경꾼의 정서’라 진단하며, 어느 정도의 노력과 위험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온몸으로 체화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드라마를 시청하며 남의 연애를 보고, 먹방을 시청하며 자신의 미각을 시각으로 대치하고, 여행 유튜브로 세상을 구경하며 머무른다면 점차 현대인들은 구경꾼의 정서로 살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이는 곧 무기력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본문 131쪽)
목차
8 _News from Nowhere
16 _ Intro _ 번영, 허상과 실체 사이 _ 잔 보그
18 _ Worth _ 당신의 ‘이키가이’는 무엇인가? _ 톰 챗필드
24 _ Generation _ 현재의 기쁨을 뒤로 미루는 기술에 대하여 _ 마리나 벤저민
30 _ Opinion _ 더 이상 내 만족에 집착하지 않을 때 _ 안토니아 케이스
36 _ Comic _ 행복할 마지막 기회 _ 코리 몰러
38 _ Experience _ 행복한 순간인가, 행복한 결말인가 _ 패트릭 스톡스
48 _ Sympathy _ 교감과 공명이 이루어지는 시간 _ 마리아나 알레산드리
54 _ Philosophy _ 고통 받는 자아는 실재하는가 _ 앙드레 다오
62 _ Wisdom _ 생각, 또 생각하는 당신에게 _ 나이젤 워버튼
70 _ Interview _ 기꺼이 즐기겠다, 이 부조리한 세상을 _ 마이클 폴리
84 _ Money _ 무에서 창조되는 돈의 권력 _ 데이비드 S. 오더버그
92 _ Travel _ 떠나온 곳을 비로소 알게 하는 여행 _ 안토니아 케이스
106 _ Artist _ 번영의 핵심은 ‘끊임없이’에 있다 _ 제임스 오웬
118 _ Flourish _ 나의 행복은 남의 행복과 다르다 _ 안토니아 케이스
130 _ Interview _ 맞을 수 없으면, 때릴 수 없다 _ 황진규
148 _ Thinking in pictures _ 휘휘파파, 서로의 숨을 전하며 _ 박보나
154 _ 공간이랑 _ 오늘 밤 나의 집은 어디입니까? _ 임이랑
162 _ Our Library
164 _ 13 ques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