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읽기 : 벽 안의 문



뉴필로소퍼 14호 인식의 세계, 인식 너머의 세계

※ 이 글은 허버트 조지 웰스 단편선 <벽 안의 문>을 일부 발췌한 것입니다.



아직 석 달이 채 지나지 않은,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던 어느 날 저녁, 라이어닐 월리스는 내게 ‘벽에 붙어 있던 문’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그것이 그가 직접 겪은 일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에두르지 않고 단도직입으로 털어놓는 그의 고백에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지만, 집으로 돌아와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나는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침대에 누운 채로 나는 지난밤 그가 내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한 그의 느릿한 말투와 어둠을 뚫고 탁자 위를 비추던 등불, 그를 둘러싸고 있던 음산한 기운과는 대조적으로 화사한 물건들,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 먹었던 디저트와 유리잔, 테이블보, 그것들이 만들어 낸 밝고 환한 조그만 세계는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현실을 완전히 지워버린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보았던 그 모든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 친구는 뭔가에 홀려 있었던 거야!”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기가 막힌 연기였어!…… 누구도 그 친구처럼 잘 해낼 순 없을 거야.”


그러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차를 찔끔찔끔 마시면서 나는 전날의 그 믿기 힘든 기억들 속에서 그래도 뭔가 현실성 있는 것을 찾아보려고 애썼다. 그 기억들은 내게 뭔가를 말하려는 듯했지만 그게 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건 말로는 설명 불가능한 경험일지도 몰랐다.


그래, 지금은 설명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제대로 설명을 하자면, 자꾸만 앞을 가로막는 의심이란 놈을 말끔히 걷어 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얘기를 털어놓던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나는 여전히 월리스가 자신의 비밀을 내게 숨김없이 털어놓았다는 것을 믿는다. 하지만 그가 정말 제 눈으로 보았던 것인지, 아니면 단지 보았다고 생각할 뿐인지, 그리고 그가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지, 아니면 단지 환각의 희생자였을 뿐인지, 나는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더구나 그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지금, 내게 남겨진 의혹들은 영원히 어둠에 갇혀 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판단은 독자들 몫으로 남겨둘 수밖에 없다.


한 과묵한 사내가 어떤 이유로 자신의 비밀을 내게 털어놓으려 했는지, 그리고 왜 내게서 충고나 비판 따위를 구하려 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자신이 수행하고 있던 공직과 관련해서 내가 자신에게 실망했을 거라고 여겨서 어떻게든 그것에 대해 변명 같은 걸 하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그가 불쑥 꺼낸 얘기는 뭔가 달랐다.


“긴요한 일이 하나 있는데…….”

그는 얘기를 하다 말고 담뱃재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아. 이건…… 분명한 건, 유령이나 허깨비 같은 건 아니란 거야. 하지만 말하기가 참 거북하군. 레드먼드, 난 말이야, 뭔가에 사로잡혀 있다네. 무언가로부터 나온 빛에 갇혔다고 할 수도 있고, 어떤 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내 가슴이 가득 채워져 있는 것 같기도…….”


거기서 그는 다시 말을 끊었는데, 그건 감동을 받거나 혹은 엄숙하거나 아름다운 뭔가를 보고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려 할 때 언급을 자제하는 전형적인 영국인의 태도였다.

“자넨 줄곧 성 아셀스탄 재단의 학교들을 다녔지…….”

그는 한동안 본론과 별 상관없어 보이는 얘기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는 다시 말을 끊었다. 그러고는 마침내 자신의 삶에 대해 그동안 숨겨두었던 얘기들을, 처음엔 좀 주저하는 듯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편안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것은 모든 세속적인 흥미와 관심거리들을 지루하고 공허하고 허무하게 느끼도록 만든, 아름답고 행복이 충만한 어떤 추억과 관련된 것이었다.


지금 내가 하려는 이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단서는 당시 그의 얼굴에 그대로 쓰여 있었다. 그것은 초연한 표정으로 찍힌, 명암이 또렷한 한 장의 사진과 같다. 그리고 그것은 언젠가 그에 관해 해주었던 어떤 여자의 말을 생각나게 한다. 그녀는 그를 무척이나 사랑한 여자였다.

“갑작스런 일이었어요. 그 사람은 모든 일에 흥미를 잃어버렸죠. 당신조차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설사 당신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해도 전혀 상관하지 않았을 거예요.”


무슨 일에든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건 그에겐 흔한 일이 아니었다. 월리스는 어떤 일에 집중하면 반드시 그것을 완벽하게 이루어 내는 사람이었다. 그 친구만큼 성공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은 없었다. 이미 오래전에 그는 나로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인물이 되어 버렸다. 그는 내 머리 위로 한참이나 솟구쳐 올라서,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도달할 수 없는 위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아직 마흔 살이 되려면 한 해가 남았고, 살아 있었다면 자신의 부서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건 물론이고, 새로 구성될 정부 내각에 입각할 수도 있는 능력의 소유자였다.


학창 시절의 그는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성적은 늘 나보다 위였는데, 이를테면 그건 선천적인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웨스트 켄징턴에 있는 성 아셀스탄의 단과대학을 함께 다녔는데, 입학 당시엔 그저 동급생에 불과했지만 그는 곧 장학금이라는 광휘와 뛰어난 성적을 앞세운 채 나를 멀찍이 앞서 나갔다. 그에 비한다면 나는 그저 평균 정도의 성적을 내는 학생에 불과했다. 그런 내가 그로부터 ‘벽 안의 문’에 대해 맨 처음 얘기를 들은 건 대학 시절이었고, 그가 세상을 떠나기 불과 한 달 전에 그 얘기를 다시 듣게 되었던 것이다.

 

 



벽 안의 문은 적어도 그에게만큼은 불멸의 세계로 들어가는, 실제로 존재하는 문이었다. 그것만큼은 지금도 확신할 수가 있다. 처음 그 문이 그의 삶에 나타난 것은 대여섯 살 정도의 어린 시절이었다고 했다. 가만히 앉은 채로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으며 정확히 날짜를 짚어 내던, 엄숙함이 깃든 그의 느릿한 목소리를 나는 또렷이 기억한다.



“담벼락엔 붉게 물든 담쟁이덩굴이 붙어 있었네. 진노랑의 밝은 햇빛이 비치고 있던 하얀 벽 위의 그 담쟁이덩굴은 마치 붉은색 유니폼처럼 빛나고 있었지. 내게 어떻게 그 일이 일어난 건지는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그 장면만큼은 아주 인상적이었다네. 초록색 문밖의 깨끗하게 포장된 도로 위엔 마로니에 잎들이 떨어져 뒹굴고 있었지. 그 잎들은 아직 갈색으로 변하지 않고 황록색을 띠고 있었는데, 떨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게 분명했어. 그건 그때가 아직 시월이라는 얘기지. 해마다 그 무렵이 되면 난 마로니에 잎들을 주우러 다녔으니까.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때 내 나이는 다섯 살하고 4개월째였을 거야.”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무척 조숙한 아이였다. 이상하리만치 어린 나이에 말문이 트였던 그는 무척 조리가 있어서 사람들로부터 심지어 ‘애어른’이란 소리까지 들었다고 했다. 일고여덟 살짜리에게도 거의 주어지지 않는 발언의 기회까지 얻을 정도였다. 태어나고 곧바로 모친이 세상을 떠났으므로 그는 보모의 손에서 자랐는데, 덕분에 까다롭거나 엄격한 분위기는 비교적 덜했다. 변호사 일에 충실했던 그의 부친은 자식에겐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지만 아이에 대한 기대만큼은 무척 컸다. 어린 시절 그의 생활은 겉으로 보기엔 밝은 분위기였지만 실제로는 무미건조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무작정 길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를 떠돌도록 만든 게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웨스트 켄징턴의 어떤 길들을 헤매고 다녔는지에 대해서는 그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마치 기억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듯 그 모든 것들이 희미해져 버렸다고 했다. 그에 비한다면 그 하얀 벽과 초록색 문만은 너무도 또렷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어린 시절 겪었던 일들에 대한 기억이 멀리 달아나버리긴 했지만, 처음 그 문을 보았을 때의 특별했던 인상과 매혹적인 자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던 열망이 얼마나 간절했는지는 정확히 기억할 수 있었다. 또한 그런 유혹에 빠져드는 것이 현명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것이라는 분명한 확신도 함께 갖고 있었다. 기억이 만들어 낸 속임수에 놀아나는 것이 아니라면, 처음 그 문을 발견했을 때 그것은 잠겨 있지 않았으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노라고 그는 주장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욕망과 싸우고 있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아른거린다. 소년은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요령 있게 설명할 자신이 없었지만, 만약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면 아버지가 무척 화를 내시리라는 것을.


월리스는 문 앞에서 머뭇거리던 당시의 정황들을 아주 자세하게 들려주었다. 그는 두 손을 주머니에 찌른 채 소년 특유의 어색한 휘파람을 불며 문 앞으로 다가가서는 다시 오른쪽 벽이 끝나는 곳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그는 길거리에 늘어서 있던 초라하고 누추한 가게들, 배관공과 도배장이들, 그리고 먼지가 잔뜩 낀 토관土管과 납으로 된 부구판*, 책으로 묶어 놓은 벽지 견본과 에나멜 깡통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모습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 것들에 짐짓 관심이라도 있는 듯 살펴보는 척하며 서 있긴 했지만, 소년 월리스가 미칠 듯 갈망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초록색의 문이었다.

* 수조의 물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조절하는 장치


그는 당시 자신의 가슴에 열망의 폭풍 같은 것이 일고 있었노라고 말했다. 그는 서둘러 상가들을 벗어나, 또다시 주저하는 마음에 붙들리지 않기 위해 문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녹색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뒤편에서 문이 쾅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려온 그 순간, 그는 그 후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사로잡히게 되는 그 미지의 정원 속으로 들어와 버린 것이었다.

 

그가 들어섰던 정원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았었는지 온전히 표현한다는 건 월리스로선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그곳에는 마음을 달뜨게 만드는 어떤 기운들이 있었는데, 비유를 하자면 어떤 경쾌함이라든가 막연히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 혹은 행복감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도드라져 보이는 색깔들은 그 정원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을 또렷하고 완전하게, 그리고 아주 섬세하게 빛나도록 만들었다. 정원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의 가슴은 기쁨으로 가득 차올랐는데, 단지 그런 곳을 아직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세상에 대해 그저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그만큼 그 정원 안의 모든 것들이 아름다웠던 것인데…….


깊이 생각에 잠겼다가 월리스가 입을 뗐다.

“자네도 알겠지만…….”

믿기 힘든 사실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그 역시 명확하지 않은 어투로 얘기를 이어 나갔다.


“그 정원엔 덩치가 큰 흑표범 두 마리가 있었는데…… 그래, 분명히 점무늬를 가진 표범이었어. 그런데 왠지 난 무섭지가 않았다네. 양쪽으로 대리석 화단이 늘어서 있고 그 가운데에 한 줄기 길고 널따란 길이 펼쳐져 있었는데, 바로 그 길 위에 벨벳처럼 부드러운 털을 가진 두 마리의 짐승이 공 하나를 가지고 장난을 치며 놀고 있었지. 그중 한 마리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가 싶더니 내게로 다가오더군. 곧장 내게로 걸어온 녀석에게로 내가 손을 뻗자 녀석은 갸르릉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둥그렇고 보드라운 귀를 내 조그만 손에다 대고는 문지르는 거야. 얼마나 부드러웠는지 모른다네. 정말이지, 매혹적인 정원이었어. 크기가 얼마나 되었는지 궁금하지? 아, 정말이지 넓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했다네. 멀리 작은 산들이라도 있을 것 같더군. 웨스트 켄징턴에 갑자기 천국이 들어섰다면 대체 누가 믿겠나. 비로소 ‘집’이라는 곳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네.


내 뒤편에서 문이 닫히던 그 순간, 난 마로니에 잎들이 떨어져 있던 거리를, 마차와 장사꾼들의 수레가 지나가던 그 거리를 까맣게 잊어버렸다네. 그때 난, 머지않아 다시 규율과 복종 속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지. 나는 모든 머뭇거림과 두려움을 잊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것도 잊고, 어쨌든 삶의 근원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까지 완전히 잊어버렸지. 나는 내가 살던 세상과는 또 다른 세계에 사는, 기쁨과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 행복한 꼬마가 되어 있었던 거야. 내가 도달한 세계는 우리의 세계와는 질적으로 달랐다네. 빛은 훨씬 따스하고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웠고, 공기 속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정겨운 기쁨이 가득 퍼져 있었지. 푸른 하늘엔 햇볕에 그을린 구름들이 떠 있었고. 내 눈앞에 펼쳐진 길고 널따란 길 양쪽에는 잡초 하나 없는, 일부러 가꾼 것 같지 않았지만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화단이 놓여 있었다네. 그리고 두 마리의 커다란 흑표범이 있었지.

 


내 조그만 두 손은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표범의 부드러운 털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둥그런 귀를 어루만지며 놀았는데, 그건 마치 녀석들이 나를 그들의 ‘집’으로 온 걸 환영하는 것 같았다네.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온전히 느끼고 있던 그때, 문득 키가 크고 해맑은 표정의 한 소녀가 나를 맞이하기 위해 길을 따라 걸어오는 게 보였다네. 그녀는 내게로 다가와 미소를 띠면서 ‘안녕’하고 말하더니 내 얼굴을 들어 입을 맞춘 뒤 내 손을 잡고 어딘가로 이끌었다네. 왠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이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 그러면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만이 들었네. 낯선 길 너머로 짙은 청색의 첨탑이 보이더군. 그 사이로 폭이 넓은 계단들이 이어졌는데, 그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길 양쪽에는 어두운 빛깔의 오래된 나무들이 서 있었지. 껍질이 터진 붉은 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기품 어린 조각들이 새겨져 있는 대리석 의자가 놓여 있었고, 그리고 길이 잘든 정겨운 흰 비둘기들도 보였다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난 그곳에서 친구들을 만났던 거라네. 내게 딱 어울리는 친구들. 난 외롭고 조그만 아이였으니까. 그들은 꽃으로 수놓은 해시계가 있는, 유리가 깔린 마당에서 즐겁게 게임을 하며 놀고 있었어. 그리고 놀이를 하듯 사랑을 하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말이야, 내 기억에서 뭔가 빠져 버린 거 같아. 우리가 했던 그 게임들이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 아무리 해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고. 어렸을 땐 눈물까지 흘려 가며 기억하려고 애썼다네. 그때의 행복했던 순간을 다시금 맛보기 위해서 말이야. 나는 우리 집 놀이방에서 혼자 그 모든 게임을 할 수 있기를 원했었지. 젠장!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건 마냥 행복했었다는 느낌, 그리고 두 명의 다정한 친구들이 나와 놀아 주었다는 것뿐이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