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크라테스 시대 이전의 철학자인 헤라클레이토스는 상당 부분 수수께끼 같은 말로 이뤄진 격언들을 많이 남겼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그의 글 가운데 이런 내용이 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한다.
그 어떤 것도 멈춰 있지 않는다.
이 문구는 훗날 플라톤의 《크라튈로스》에 인용되기도 했다. 이 생각에 공감하지 않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말할 필요도 없이 모든 것은 변한다. 이것은 헤라클레이토스의 또 다른 격언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변하는 것은 흘러가는 강물뿐만이 아니다. 강에 발을 담그는 사람 또한 변한다. 발을 다시 담그는 순간의 그는 세포의 변화로 인해 생리학적으로 달라진 사람이 되어 있고, 단 몇 초라도 더 나이를 먹은 그 시간만큼 조금이라도 더 현명해진 상태이다(어쩌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당신은 이 글을 읽기 시작했던 시점의 당신과 미묘하게 다르며, 나 또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던 시점과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인간이 겪는 곤경 또한 불가피한 변화 중 하나다. 그리고 불가피한 변화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우리 자신의 죽음, 즉 우리가 생명이 있는 존재이기를 멈추고 재 혹은 비료가 되거나, 시체 안치소로 들어가는 그 시점이다. 어쩌면 이러한 현실이야말로 종교 사상가들이 우리의 일상 밖에 불변의 신이 있다거나, 인간의 내면에 어떤 안정적인 본질이 있다거나, 영원불변의 영혼이 있다고 믿는 이유일 것이다. 이런 믿음에는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옳은 것은 헤라클레이토스 쪽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영원한 것도, 고정된 것도, 안정된 것도 없다.
자신이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것, 즉 영원함을 추구하는 것은 종교인들뿐만이 아니다. 명성이나 권력, 부를 좇는 사람들은 가진 것을 뽐내는 태도와 별개로 모든 것이 변하는 이 세상에서 영원히 지속되는 무언가를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이런 이들을 볼 때마다 말한다.
그런 것에 기대지 마세요.
오지만디아스Ozymandias*를 기억하세요.
* 고대 이집트 제19왕조 제3대 파라오 람세스 2세의 그리스어 명칭이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퍼시 셸리가 인생의 유한함과 무상함을 상징하는 시 <오지만디아스>를 쓰면서 유명해졌다.
하지만 예방할 수도, 피할 수도 없이 우리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거울을 보면 이 표현이 말 그대로 진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변화의 속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지금 이 상황이 길든 짧든 그대로 유지될 것처럼 행동한다. 변화는 피할 수 없다. 이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노화는 상당히 느린 과정이고, 사람이 변하는 과정도 느리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사회는 변하겠지만, 그렇게 빨리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내 상황은 바뀌겠지만, 지금부터 미래를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다. 기후는 변하겠지만 그 변화 폭이 지나치게 크지는 않을 것이며, 잘 하면 우리와 아이들 세대까지도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은 닥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싶어 한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어쩌면 이러한 태도는 옳지 못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변화가 도처에 깔려 있다는 사실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열린 마음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변화가 우리 인생 전체와 연결된 특징이라는, 어떤 관점에서는 너무나 명백해 보이는 이 사실을 새삼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헤라클레이토스가 남긴 지혜의 의미다.
그러나 토머스 하디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의 지속”이라고 묘사한 ‘예기치 못한 변화’는 고려하기가 더욱 어렵다. 예기치 못한 변화는 말 그대로 예측할 수 없는 변화다. 예기치 못한 변화의 성질이나 규모를 미리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쩌면 그것은 디지털 기술 혹은 인터넷 같은 새로운 발명이 만들어낸 사회 변화처럼 극적인 모습일 수도 있다. 복권을 구입하고 실제로 당첨되는 것과 같이 지극히 일어나기 힘든 확률을 뚫고 어떤 일이 일어난 상황일 수도 있다.
만약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해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면, 지구의 환경은 10년 안에 재앙의 임계점을 넘어설 것이다. 하지만 우리 중 대부분에게 이것은 예기치 못한 변화가 아니다. 이미 멈출 수 없어 보이는 어떤 사태가 예상보다 조금 빠르게 진행된 것뿐이다. 그러나 다섯 개의 팔과 녹색 피부, 엄청난 지적 능력을 지닌 외계인 무리가 다른 은하계로부터 날아와서 인간 고기의 맛에 푹 빠지고, 한때 소를 키우던 축사에서 인간을 키우고, 인간 햄을 올린 토스트를 즐기게 된다면 그것은 인간의 삶에 찾아온 예기치 못한 변화가 될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그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는 사람이 많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2002년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던 도널드 럼스펠드는 한 뉴스 브리핑에서 이 세상의 사실들을 ‘알려진 사실’과 ‘알려진 미지’로 나누었다. 이어서 그는 ‘알려지지 않은 미지’, 다시 말해서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의 존재를 언급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자유 국가들의 역사를 살펴본다면, 이 마지막 영역에 속한 것이야말로 진짜 어려운 문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럼스펠드 장관의 발언은 심오한 척하는 허세라며 조롱받았다. 하지만 나를 비롯하여 그의 주장을 보다 면밀히 검토한 많은 사람들은 뒤늦게나마 그의 직관이 정확하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알려지지 않은 미지는 예기치 못한 변화의 원천이다. 우리가 다른 은하계로부터 온 초록 외계인의 토스트 토핑으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은 지극히 적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 순간에는 상황을 예상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예기치 못한 변화에 대비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태도는 그런 변화가 일어난 순간 상황을 인지하는 것, 그리고 생존을 위해 자신을 재빨리 바꾸는 것 정도일 것이다.
뉴필로소퍼 10호 변화는 예고 없이 온다
소크라테스 시대 이전의 철학자인 헤라클레이토스는 상당 부분 수수께끼 같은 말로 이뤄진 격언들을 많이 남겼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그의 글 가운데 이런 내용이 있다.
이 문구는 훗날 플라톤의 《크라튈로스》에 인용되기도 했다. 이 생각에 공감하지 않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말할 필요도 없이 모든 것은 변한다. 이것은 헤라클레이토스의 또 다른 격언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변하는 것은 흘러가는 강물뿐만이 아니다. 강에 발을 담그는 사람 또한 변한다. 발을 다시 담그는 순간의 그는 세포의 변화로 인해 생리학적으로 달라진 사람이 되어 있고, 단 몇 초라도 더 나이를 먹은 그 시간만큼 조금이라도 더 현명해진 상태이다(어쩌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당신은 이 글을 읽기 시작했던 시점의 당신과 미묘하게 다르며, 나 또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던 시점과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인간이 겪는 곤경 또한 불가피한 변화 중 하나다. 그리고 불가피한 변화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우리 자신의 죽음, 즉 우리가 생명이 있는 존재이기를 멈추고 재 혹은 비료가 되거나, 시체 안치소로 들어가는 그 시점이다. 어쩌면 이러한 현실이야말로 종교 사상가들이 우리의 일상 밖에 불변의 신이 있다거나, 인간의 내면에 어떤 안정적인 본질이 있다거나, 영원불변의 영혼이 있다고 믿는 이유일 것이다. 이런 믿음에는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옳은 것은 헤라클레이토스 쪽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영원한 것도, 고정된 것도, 안정된 것도 없다.
자신이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것, 즉 영원함을 추구하는 것은 종교인들뿐만이 아니다. 명성이나 권력, 부를 좇는 사람들은 가진 것을 뽐내는 태도와 별개로 모든 것이 변하는 이 세상에서 영원히 지속되는 무언가를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이런 이들을 볼 때마다 말한다.
* 고대 이집트 제19왕조 제3대 파라오 람세스 2세의 그리스어 명칭이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퍼시 셸리가 인생의 유한함과 무상함을 상징하는 시 <오지만디아스>를 쓰면서 유명해졌다.
하지만 예방할 수도, 피할 수도 없이 우리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거울을 보면 이 표현이 말 그대로 진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변화의 속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지금 이 상황이 길든 짧든 그대로 유지될 것처럼 행동한다. 변화는 피할 수 없다. 이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노화는 상당히 느린 과정이고, 사람이 변하는 과정도 느리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사회는 변하겠지만, 그렇게 빨리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내 상황은 바뀌겠지만, 지금부터 미래를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다. 기후는 변하겠지만 그 변화 폭이 지나치게 크지는 않을 것이며, 잘 하면 우리와 아이들 세대까지도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은 닥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싶어 한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어쩌면 이러한 태도는 옳지 못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변화가 도처에 깔려 있다는 사실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열린 마음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변화가 우리 인생 전체와 연결된 특징이라는, 어떤 관점에서는 너무나 명백해 보이는 이 사실을 새삼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헤라클레이토스가 남긴 지혜의 의미다.
그러나 토머스 하디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의 지속”이라고 묘사한 ‘예기치 못한 변화’는 고려하기가 더욱 어렵다. 예기치 못한 변화는 말 그대로 예측할 수 없는 변화다. 예기치 못한 변화의 성질이나 규모를 미리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쩌면 그것은 디지털 기술 혹은 인터넷 같은 새로운 발명이 만들어낸 사회 변화처럼 극적인 모습일 수도 있다. 복권을 구입하고 실제로 당첨되는 것과 같이 지극히 일어나기 힘든 확률을 뚫고 어떤 일이 일어난 상황일 수도 있다.
만약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해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면, 지구의 환경은 10년 안에 재앙의 임계점을 넘어설 것이다. 하지만 우리 중 대부분에게 이것은 예기치 못한 변화가 아니다. 이미 멈출 수 없어 보이는 어떤 사태가 예상보다 조금 빠르게 진행된 것뿐이다. 그러나 다섯 개의 팔과 녹색 피부, 엄청난 지적 능력을 지닌 외계인 무리가 다른 은하계로부터 날아와서 인간 고기의 맛에 푹 빠지고, 한때 소를 키우던 축사에서 인간을 키우고, 인간 햄을 올린 토스트를 즐기게 된다면 그것은 인간의 삶에 찾아온 예기치 못한 변화가 될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그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는 사람이 많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2002년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던 도널드 럼스펠드는 한 뉴스 브리핑에서 이 세상의 사실들을 ‘알려진 사실’과 ‘알려진 미지’로 나누었다. 이어서 그는 ‘알려지지 않은 미지’, 다시 말해서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의 존재를 언급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자유 국가들의 역사를 살펴본다면, 이 마지막 영역에 속한 것이야말로 진짜 어려운 문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럼스펠드 장관의 발언은 심오한 척하는 허세라며 조롱받았다. 하지만 나를 비롯하여 그의 주장을 보다 면밀히 검토한 많은 사람들은 뒤늦게나마 그의 직관이 정확하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알려지지 않은 미지는 예기치 못한 변화의 원천이다. 우리가 다른 은하계로부터 온 초록 외계인의 토스트 토핑으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은 지극히 적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 순간에는 상황을 예상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예기치 못한 변화에 대비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태도는 그런 변화가 일어난 순간 상황을 인지하는 것, 그리고 생존을 위해 자신을 재빨리 바꾸는 것 정도일 것이다.
뉴필로소퍼 10호 변화는 예고 없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