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마음들의 시대

  20여 년 동안 매일같이 환자를 만나온 정신과 전문의최강 선생님의 책아픈 마음들의 시대》가 출간되었습니다. 최근 우울증조현병을 앓았던 이들의 회고록이나 정신과 전문의의 조언을 담은 책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조금 차이가 있다면 이 책은 힐링과 위로라는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독자 스스로 자신의 혼잡한 마음혹은 질환스스로 직시할 수 있게 질환의 객관적 인과관계를 조곤조곤 밝혀내는 화자 특유의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내용으로 보면 조현병우울증사회 불안 장애 등 10여 가지 정신질환 각각의 개요를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그리고 화자 특유의 소탈함과 솔직함이 군데군데 묻어 있다는 점또 최근 정신의학에 새로운 통찰을 주고 있는 뇌 과학의 연구성과들을 꼼꼼하게 보여 주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읽다 보면 나도 이러이러한 마음의 병에 가깝기도 하구나가늠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뇌 과학은 다학제적인 특성이 강하다고 하지만 보통 신경생물학 등을 통칭하고 있는데요기능성 자기공명영상 등의 뇌 영상 방법으로 뇌의 특정 부위 활성화와 감정의 인과관계를 밝혀내고 있다고 합니다저자 선생님은 사람의 성격과 정신을 광기로 규정하는 우려 지점에 대한 반정신의학의 주장을 이해는 하지만 현장 임상의 시점에서 당장의 고통을 덜어주는 현실적인 도구로써 뇌 영상을 이용한 정신의학의 힘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이와 동시에 공황 장애조울증 등의 정신질환은 면담과 약물치료만으로 부족하다잠시 호전되어도 환자를 둘러싼 환경이 변하지 않는다면 병은 재발한다그 역경을 극복하는 환경은 교과서적인 답일지 몰라도 응원과 지지로 이뤄진 사회적 관계이다라는 주장이 핵심 주장으로 책의 전반을 관통하고 있습니다이것은 사회 정신의학이라는 개념이기도 한데요프롤로그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또한 정신질환의 근본적 치료를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는 사회적 관계, ‘회복 탄력성(리질리언스)’이 중요하다는 코어 주장을 먼저 보시고 싶으시다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르 먼저 살펴보시는 독서법을 추천드립니다:)
  책에서도 보실 수 있지만 저자 선생님은 타이레놀이 불안한 마음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떠오르면 퍼뜩 복용해 보고데자뷰를 느끼면 뇌 과학 실험 논문을모르는 척하는 지인에게 당황할 때면 안면 인식에 관한 문헌을 뒤지며 일상에서 인간을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롤러코스터를 타듯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환자들을 꿋꿋하게 직시해온 의사 특유의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정신과의 문턱을 낮추고 환자들과 진심으로 교감하고 싶어 하는 저자 특유의 소탈하고 담담한 필치가 온 문장에 묻어 있기도 하고요이는 언택트 시대선 긋고 거리 두는 우리에게 필요한 포스트 관계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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