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대니얼 멘델슨(Daniel Mendelsohn)
문학평론가. 미국 뉴욕에 위치한 바드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친다. 버지니아 대학과 프린스턴 대학원에서 그리스 비극을 전공한 고전학자로, 대학원생 시절부터 《뉴욕타임스》 등에 문화비평, 에세이를 기고했다. 문화 칼럼, 서평 등 다양한 영역의 글을 쓰고 있는데, 2018년 프린스턴 대학이 수여하는 ‘제임스 매디슨 메달’을 받은 바 있다. 저서로 그리스 비극 연구서 《Gender and the City in Euripides’ Political Plays》, 홀로코스트를 다룬 논픽션 《The Lost: A Search for Six of Six Million》, 2008년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올해의 책’으로 뽑힌 문화평론집 《How Beautiful It Is And How Easily It Can Be Broken》 등이 있다.
옮긴이 : 민국홍
서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러큐스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다. 《한국일보》와 《중앙일보》에서 정치부·경제부 기자로 일했다. 언론계를 떠난 후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전무, 벤처기업·스포츠 마케팅 회사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현재 보광그룹 고문으로 재직하며 《중앙일보》에 골프와 음식에 관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디지털 단식》이 있다.
저자소개
지은이 : 대니얼 멘델슨(Daniel Mendelsohn)
옮긴이 : 민국홍
책정보 및 내용요약
고전학자 아들과 완고하지만 속 깊은 81세 아버지,
《오디세이》를 통해 지혜를 길어내고 화해에 이르는 삶의 여로
2011년, 고전학자 대니얼 멘델슨의 아버지 제이 멘델슨은 아들의 고전학 강좌 청강을 신청한다. 81세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아버지는 고교 시절 중도에 포기한 그리스 고전 《오디세이》를 원문으로 읽어보겠다는 일념으로 아들 대니얼 멘델슨의 <오디세이 세미나>에 참석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강의실 동료들은 많아야 만18세 정도의 대학 신입생들인데도 말이다.
16주간의 강좌가 끝난 후 부자는 《오디세이》의 발자취를 더듬는 유람선 여행을 함께 떠났고 서로의 삶과 생각을 좀 더 깊이 공감하게 된다. 이후 사소한 사고로 아버지는 병석에 눕고, 상태는 계속 악화되었다. 그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저자 대니얼 멘델슨은 그리스 고전 《오디세이》에 대한 지적 탐사와 가족사를 더듬는 시간 여행, 그리스 현지를 찾는 유람선 기행을 정교하게 엮어 화해와 치유 그리고 지혜에 이르는 이야기를 펼쳐낸다.
미국의 문학평론가이자 고전학자 대니얼 멘델슨의 《오디세이 세미나》는 고전 《오디세이》를 기반으로, 완고한 아버지가 고전학자 아들의 강의를 청강하면서, 또한 오디세우스의 발자취를 좇는 여행을 함께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 한 편의 장중한 에세이다. 그러면서도 오디세우스의 드라마틱한 모험을 새롭게 풀어주는 고전해설서이며, 아버지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웅숭깊은 부정(父情)을 추억하는 회고록이다. 한편으로는 강의실에서 지중해 유람선에서 무르익은 삶의 지혜를 길어낸 인생지침서이자 지성의 씨줄과 감성의 날줄로 엮어내 그리스 원형(圓形) 작문법의 진수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목차
TELEMACHY 텔레마키: 어렵지 않으면 해볼 만한 것이 아니다 _ 65
APOLOGOI 모험담: 죽은 자들의 왕보다 살아있는 농노가 낫다 _ 193
NOSTOS 귀향: 세상은 험난하다. 강인해져야 한다 _ 281
ANAGNORISIS 인정: 진정한 성인은 책임을 인정하는 사람 _ 331
SÊMA 무덤 또는 표지: 자신의 인생을 그린 시인 _ 385
감사의 말 _ 419
옮긴이의 말 _ 423
편집자 추천글
§ 영국 베일리 기포드 상(Baillie Gifford Prize) 최종 후보 _ 최고의 논픽션에 수여하는 영국 최고 권위의 논픽션 상
§ 미국 북매거진 커커스(Kirkus) 선정 2017년 올해의 회고록
§ 프랑스 메디테라네 상(The Prix Méditerranée) 수상 _ 프랑스어로 번역된 작품에 수여하는 문학상
인생을 항해하는 데는 나침반이 필요하다!
고전학자 아들과 완고하지만 속 깊은 81세 아버지,
《오디세이》를 통해 지혜를 길어내고 화해에 이르는 삶의 여로
아버지는 “A는 A다”라고 믿는 완고한 사람이었다. 컴퓨터공학 관련 회사에서 일했고, 늦게 한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다. 60년 가까운 결혼 생활 동안 한 집에 살면서 자녀들을 키워낸, 말 그대로 전형적인 사람이었다. 아들은 아버지와는 달랐다. 청소년기 시작된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그리스 고전을 공부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다.
16주간의 강좌가 끝난 후 부자는 《오디세이》의 발자취를 더듬는 유람선 여행을 함께 떠났고 서로의 삶과 생각을 좀 더 깊이 공감하게 된다. 이후 사소한 사고로 아버지는 병석에 눕고, 상태는 계속 악화되었다. 그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저자 대니얼 멘델슨은 그리스 고전 《오디세이》에 대한 지적 탐사와 가족사를 더듬는 시간 여행, 그리스 현지를 찾는 유람선 기행을 정교하게 엮어 화해와 치유 그리고 지혜에 이르는 이야기를 펼쳐낸다.
미국의 문학평론가이자 고전학자 대니얼 멘델슨의 《오디세이 세미나》는 고전 《오디세이》를 기반으로, 완고한 아버지가 고전학자 아들의 강의를 청강하면서, 또한 오디세우스의 발자취를 좇는 여행을 함께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 한 편의 장중한 에세이다. 그러면서도 오디세우스의 드라마틱한 모험을 새롭게 풀어주는 고전해설서이며, 아버지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웅숭깊은 부정(父情)을 추억하는 회고록이다. 한편으로는 강의실에서 지중해 유람선에서 무르익은 삶의 지혜를 길어낸 인생지침서이자 지성의 씨줄과 감성의 날줄로 엮어내 그리스 원형(圓形) 작문법의 진수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고대부터 많은 학자와 일반 독자들은 《오디세이》의 첫 4권에 대해 성장 이야기라고 보았다. 독일인들이 이를 ‘성장소설Bildungsroman’이라고 불렀는데 《오디세이》는 이런 장르의 처음은 아니지만 초창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성장소설’이란 한 젊은이의 윤리적, 도덕적 성장을 그린 이야기란 뜻이다. 이 용어는 19세기 독일의 문학 대가 요한 카를 지몬 모르겐슈테른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 (153쪽)
❝나는 그가 그런 히어로(영웅)로 대접받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는 칼립소와 잠을 잤으니 아내한테 부정을 저지른 것이다. 그는 부하를 모두 잃고 형편없는 대장이 되었다. 그는 우울증에 빠져 있고 징징대고 있다. 그는 그저 앉아서 죽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세칭 고전이어서 무조건 칭송할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80평생을 살아온 아버지의 경험담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디세이 세미나》는 고전의 원문 전부를 담지 않았음에도 우리로 하여금 고전을 새롭게 ‘발견’하도록 이끌기에 충분하다.
아버지와 아들, 그 웅숭깊은 사랑 이야기
대부분의 아들은 아버지와 불화의 시기를 겪는다. 일종의 성장통이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다. 배움이 달랐고, 성격이 다른 탓이다. 문학을 전공한 아들은 과학자 출신의 자수성가한 아버지를 어떻게 봤을까.
❝아버지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단어는 ‘완고한’이란 것이었다. 어린 시절은 물론 10대, 20대의 젊은이 시절에도 완고하다는 생각에 아버지를 무서워했다. 가족 중 누군가는 아버지가 매정한 양반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로 사실상 모든 것에 대해 엄격한 기준이 있었다. 우리 어린이들의 경우라면 성적이 기준이었다. 그러나 다른 기준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나는 성장하면서 아버지가 일반적인 사람과 전적으로 다른 평가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그가 들이대는 기준은 엄정함, 내구성을 비롯해 진정성이라는 단어였다❞ (51쪽)
하지만 세미나와 유람선 여행을 통해 부자는 오디세우스와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그랬듯이, 서로를 이해하고 손을 내민다. 문자 그대로다. 유람선 여행에서 폐소공포증이 있는 저자가 동굴로 내려가길 겁내자 아버지가 아들의 손을 잡는다. 어렸을 때 이후 아버지가 이런 일을 한 적이 없었다. 아버지의 손은 가볍고 가는 데다 메말라 있었다. 그런 아버지가 아들에게 정다운 말을 건넨다.
❝가는 걸음마다 함께 있으마. 정 싫으면 우리가 같이 그만두고 돌아가자❞ (226쪽).
무뚝뚝한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는 아들을 마음으로부터 사랑했고, 깊은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다음 문장은 뭉클하기까지 하다.
❝아버지가 〈이타카〉 강의에 대해 나에게 말하던 것이 생각났다. 내가 소년이었을 때 아버지로부터 듣고 싶어 했지만 듣지 못했던 말이다.
❛너 참 잘했다, 댄❜❞ (404쪽).
세미나가 끝난 후 부자는 오디세우스의 항로를 더듬어가는 유람선 여행을 함께 한다. 트로이성은 물론 고대인들이 죽은 자들의 나라 하데스로 가는 입구라고 믿었던 나폴리 근처 캄파니아 해안의 한 황량한 곳도 가보게 된다. 두 사람이 아름다운 풍광을 즐겼는데, “옅은 푸른 빛 바다는 때로 너무 투명해서 맨 밑바닥의 성게를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알이 잔뜩 밴 가시투성이의 성게들은 마치 어떤 명분을 위해 누가 싸웠는지도 모르는 전쟁에서 잔해로 남게 된 기뢰처럼 보였다. 또 어떤 때는 우리는 보통 붉은 와인 색깔이라고 부르지만 그리스인들은 새까맣다고 하는 불투명한 보랏빛을 띠기도” 하는 바다 위에서 흥겨운 파티를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유람선은 뜻하지 않게 최종 목적지에 가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자 고전학자인 저자가 동승자들을 위해 선상에서 그리스 시인 카바피스의 시 〈이타카〉를 해설해준다.
❝항상 당신 마음에 이타카를 유념하라/ 그곳에 도착하는 것이 너의 최종 목적이라네/ 그러나 어쨌든 여행을 서두르지는 말게/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오/ 이타카가 당신을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고/ 도중에 획득한 것으로 풍요로운 노인이 되어/ 그 섬에 닻을 내리는 것이 나을지 모르오❞라는 구절을 들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여행 그 자체가 우리 삶에서 중요하다고 알려준다.
저자는 《오디세이》를 뼈대로 고전 탐사, 가족사 여행, 유람선 기행 세 가지 이야기를 정교하게 녹여낸다. 과거와 현재, 문학과 가족, 아버지와 그 친구들 등을 자유롭게 오가는 서술 방식은 현란하면서도 정돈되어 있다. 바로 호메로스가 《오디세이》에서 사용한 원형(圓形) 작문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서술자가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한숨을 돌린 다음 언급하고자 하는 개인사나 가족사 등 이야기의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초기 시절로 되돌아간다. 그다음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 좀 더 옛날로 돌아가 어떤 초창기 시절이나 물건 그리고 사건 등을 서술하기도 하면서 점차 굽이돌아 배경설명을 하기 위해 떠났던 현재의 서술 시점으로 되돌아오는❞ (48쪽) 방식이다. 언뜻 보면 본궤도에서의 이탈한 것처럼 보이지만, 과거와 현재 그리고 심지어 미래까지 총망라해서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개하는 방식이다. 단 한 번의 서술, 단 한 번의 순간에 관한 것이라도 등장인물의 전기(傳記)를 포함할 수 있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울림이 깊은 글쓰기 방법이다. 어쩌면 귀향하기 위해 10년 동안 바다를 떠돌았던 오디세우스, 굽이굽이 돌아야 했던 저자와 아버지의 애증을 그리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어울리는 서술기법을 찾기 어려울지 모른다. 미래로 나가려면 과거와 화해해야 하고, 어떤 이야기는 말하려면 오래 걸리며 모든 여행이란 시작된 곳에서 끝을 보니 말이다.
《오디세이 세미나》는 고전 《오디세이》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서이며, 아버지에 대한 따뜻한 헌사이자 추억담이다. 그런가 하면 속내 깊은 아버지의 삶의 궤적을 통해 지혜를 담은 인생지침서이기도 하다. “좋은 책이란 무엇인가를 좀 더 바라게 만든다”는 아버지의 말처럼, 고전 읽기의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기에 충분한 책임에 틀림없다.
§ 책속으로
모든 고전 서사시는 학자들이 프로엠(서시序詩)이라 부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독자들에게 서사시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알려주는 도입부이다. 서사시에 나오는 활동의 범위, 주인공들의 정체, 주제의 본질 등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다. 이 ‘프로엠’은 이어지는 이야기에 비해 형식적이고 아마도 좀 더 딱딱하기는 하나 결코 그리 길지는 않다. _ 20쪽
아버지는 내게 “아버지는 아버지”라고 말했다. 아버지의 말투 중 대부분이 “A는 A다”라는 투였다. 말하자면 A가 B나 C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은 그의 세계관과 사고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었다. “우수한 것은 우수한 것으로 그것이 전부다. 똑똑한 것은 똑똑한 것이지 똑똑한데 시험을 잘못 보는 사람이 있을 수 없다”는 식이다. 그러니 아버지는 아버지라는 말이다. _ 33쪽
‘고통’이라는 뜻의 odyne란 그리스어 단어가 오디세우스란 이름은 물론 이 서사시의 뿌리다. 이 방대한 여행(voyage-journey-travel) 이야기의 영웅은 문자 그대로 ‘고통의 인간’이란 뜻이다. 그는 여행하는 사람이자 고통받는 사람이다. _ 37쪽
내가 게이라서 소심하게 산 것은 아니었다. …… 나는 아버지의 완고함이 싫었고, 쉽지 않아야 기준을 넘어선 양질의 것이며 즐거운 것은 일단 의심해보아야 하며, 노력하는 게 가치 있는 일이라는 그의 주장에 반감을 갖고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모순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무엇보다 내가 서양 고전학에 빠진 것은 바로 이런 기준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_ 53쪽
“나는 라틴어로 오비디우스의 시를 읽었지 …… 발췌문이긴 해도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읽었다. 그래서 나는 전문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 아버지가 밭은 숨을 쉬며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는 말을 꺼냈다.
“이것을 말해줘야겠다. 배우는 데는 나이 제한이 없단다.” _ 109쪽
“좋은 선생님이란 단지 무엇을 할지, 무엇을 생각할지를 말하는 사람이 아니지. 좋은 선생이란 어떻게, 무엇인가를 설명해주는 사람이란다. 선생이라는 것은 너의 주변에서 대장 노릇을 하는 게 아니라 네가 스스로 결론에 도달하도록 도와줘야 한단 말이다.” _ 126쪽
결국 모든 여행이라는 것이 시작한 곳에서 끝을 보는 것이다. 어떻게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고 엄청난 거리를 갈 수 있는가? 원을 돌고 도는 것이다. _ 254쪽
“내가 나이가 들어보니 가만히 있지 말고 실패하더라도 무엇인가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구나. 우리는 적어도 움직여야 한다. 최악의 것은 정체되어 있어 썩어나가는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끝장이다.” _ 273쪽
아버지는 자신뿐 아니라 우리와 그의 친구들에게 정직함은 물론 지적인 성취에 대해 엄격한 수준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강인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이라는 것이 적당히 타협하지 않는데 여러분이 왜 그래야 하는가, 라는 지적이다. _ 304쪽
“아들이 자기 잘못이라고 인정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구나. 그는 슬며시 궁지에서 빠져나와 책임을 회피하고 오디세우스가 하인의 잘못으로 여기도록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자인했다. 아마도 이 대목이 그에 대한 교육의 대단원인지 모른다. 그는 책임을 지겠다고 함으로써 성인이 됐음을 입증했다.” _ 340쪽
“아빠!” 나는 다시 불러보았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 오랜 세월 아버지에게 숨겨왔다고 여겼지만 아버지가 내내 알고 있던 것을 모두 떠올렸다. 글쎄 그럴 수도 있겠지. 아버지가 나를 만들었으니까. 아버지라면 그의 육체와 마음으로 아들을 만들고 그의 야망과 꿈 그리고 냉정함과 실패를 통해 아들의 모습을 만들어간다. 그러나 아들은 비록 아버지로부터 나왔지만 아버지를 모두 알 수는 없다. 아버지가 먼저 세상에 나왔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아들보다 이미 훨씬 오래 살았기 때문에 아들은 그를 따라잡을 수 없고 모든 것을 알 수 없는 것이다. _ 4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