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다나베 세이코
일본 문단을 대표하는 소설가, 수필가.
1928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그곳을 근거지로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1958년 《꽃사냥》으로 데뷔했고, 1964년 《감상여행》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그 후 여자의 마음을 확 사로잡는 연애소설을 중심으로 작품 세계를 만들어 갔다. 소설 외에도 사회풍자적 에세이를 정력적으로 썼으며, 《겐지 모노가타리》를 현대어로 풀어내는 등 고전문학 번역에서 평전 집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 야마다 에이미, 에쿠니 가오리, 오가와 요코, 와타야 리사 등 후배 작가들과 여성 독자들로부터 두터운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남녀의 습성에 대한 집요한 통찰력과 폭넓은 지성을 유머러스한 문체로 승화하는 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서른 넘어 함박눈》 《딸기를 으깨며》 《아주 사적인 시간》 《감상여행》 《침대의 목적》 《고독한 밤의 코코아》 등 여성의 심리와 생리를 일상의 언어로 섬세하고도 생생하게 그려 낸 소설이 주로 소개되었다. 에세이집으로 《여자는 허벅지》 《하기 힘든 아내》가 있다.
옮긴이 : 조찬희
고려대학교 대학원 중일어문학과에서 일본문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출판사에서 일본 도서를 한국에 소개하는 일을 했고, 현재는 일본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아내와 함께한 마지막 열흘》 《침대의 목적》 《사실은 외로워서 그랬던 거야》 등이 있다.
저자소개
지은이 : 다나베 세이코
1928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그곳을 근거지로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1958년 《꽃사냥》으로 데뷔했고, 1964년 《감상여행》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그 후 여자의 마음을 확 사로잡는 연애소설을 중심으로 작품 세계를 만들어 갔다. 소설 외에도 사회풍자적 에세이를 정력적으로 썼으며, 《겐지 모노가타리》를 현대어로 풀어내는 등 고전문학 번역에서 평전 집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 야마다 에이미, 에쿠니 가오리, 오가와 요코, 와타야 리사 등 후배 작가들과 여성 독자들로부터 두터운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남녀의 습성에 대한 집요한 통찰력과 폭넓은 지성을 유머러스한 문체로 승화하는 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서른 넘어 함박눈》 《딸기를 으깨며》 《아주 사적인 시간》 《감상여행》 《침대의 목적》 《고독한 밤의 코코아》 등 여성의 심리와 생리를 일상의 언어로 섬세하고도 생생하게 그려 낸 소설이 주로 소개되었다. 에세이집으로 《여자는 허벅지》 《하기 힘든 아내》가 있다.
옮긴이 : 조찬희
책정보 및 내용요약
그는 《인생은 설렁설렁》에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진한 수다를 늘어 놓고, 거기에서 느낀 상념들을 아포리즘으로 표현한다. 결혼, 가정, 남녀관계, 일, 어른이 된다는 것, 늙는다는 것 등에 대해 자기만의 연륜으로, 절묘한 언어로 풀어낸다.
여든을 앞둔 노년의 소설가가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은 사람들을 격려한다.
목차
011 금속피로
029 달관
028 좋은 남자
036 가정의 운영
045 품위
055 미워할 수 없는 남자
063 늙으면
072 남자와 개
081 두 마음
090 어른의 사랑
099 피는 물보다 묽다
108 그럼
117 결혼은 외교
126 궁극의 가련함
132 반하다
141 우정과 사랑
150 버리다
158 남과 살다
166 어른의 정도
174 속마음
182 그렇구나
191 프로 인간
199 이별
208 옮긴이의 말
편집자 추천글
노년의 소설가가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은 사람들을 격려하는 법
소설가 다나베 세이코는 연애소설의 대가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서른 넘어 함박눈》 《아주 사적인 시간》 등 주로 여성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들을 써왔다. 다나베 세이코가 연애소설을 많이 쓰긴 했지만 소설 외에도 에세이를 정력적으로 썼고, 《겐지 이야기》를 현대어로 풀어내는 등 고전문학 번역에서 평전 집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 특히 장르 불문하고 남녀 습성에 대한 집요한 통찰과 폭넓은 지성을 유머러스한 문체로 승화하는 데 뛰어나다.
1928년생인 이 노년의 작가는 한창 젊을 때부터 “아포리즘 없는 연애소설은 김빠진 맥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소설뿐만 아니라 글을 쓸 때마다 새로운 아포리즘 혹은 그에 버금가는 경구를 만들기 위해 기를 썼다고 한다. 왜냐하면 좋은 아포리즘은 사람을 “미소 짓게 하고 웃음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다나베 세이코가 라로슈푸코의 《잠언과 성찰》 같은 책에 심취해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다.
다나베 세이코는 《인생은 설렁설렁》에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진한 수다를 늘어놓은 끝에 느낀 ‘상념’들을 아포리즘으로 표현한다. 결혼, 가정, 남녀관계, 일,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것, 늙는다는 것 등에 대해 자기만의 연륜으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절묘한 언어로 풀어낸다. 다나베 세이코 스타일의 ‘인생 철학’이랄까. 《인생은 설렁설렁》은 그가 여든을 앞두고 집필한 글들로 채워진 만큼 인생에 대한 진솔한 깨달음이 담겨 있다.
“인생은 설렁설렁 사는 거야. 아등바등하다가 제한 시간 끝나 버려요.”
자연의 순리에 따라 어깨 힘 빼고, 느슨하고 헐렁하게, 적당히
예전에 나는 “인생은 설렁설렁 사는 것”이라는 문장을 쓴 적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꽤 인생적 완력이 요구되는 행위다. 말하자면 이는 노년 인생의 마음가짐이다. 중년, 초로가 되면 ‘그럭저럭’ 어울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_〈어른의 정도〉에서(173쪽)
다나베 세이코는 아포리즘을 통해 지혜와 성찰을 주려는 게 아니라, 마치 입속에 사탕 하나를 넣고 이리저리 굴리듯 세상사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놓는다. 읽는 이가 거기에 공감하고 미소 지을 수 있다면 그만인 것이다. 이를테면,
“달관이란, 마음속으로 ‘인생이 다 그런 거지’라고 중얼거리는 것이다.”_〈달관〉
“좋은 남자란 귀염성 있는 남자다.”_〈좋은 남자〉
“냄새나는 것에는 뚜껑을. 그것이 가정의 행복이다.”_〈가정의 운영〉
“돋보기와 지팡이만 있다면 늙는 것도 무섭지 않다. 노화는 나쁜 게 아니다.”_〈늙으면〉
“남자는 개와 비슷하다. 덩치는 산만 해서 자리만 차지하는 데 비해, 속은 어리광쟁이라서 챙겨 주지 않으면 외로워하고 딸꾹질을 한다.”_〈남자와 개〉
“호색한은 남자든 여자든 즐거운 인생을 산다.”_〈어른의 사랑〉
“결혼은 외교다. 즉, 상술과 모략이 난무한다.”_〈결혼은 외교〉
“여자는 내가 반한 남자는 잊어도, 나에게 반한 남자는 잊지 못한다.”_〈반하다〉
“하나씩 버리는 것에 인생의 묘미가 있고 버리는 시기에도 그 묘미가 있다.”_〈버리다〉
“부부 사이는 되도록 늦게 ‘정신’이 드는 편이 낫다.”_〈남과 살다〉
“속마음을 들킨다는 건 슬픈 일이다. 상대방에게 많은 걸 바라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_〈속마음〉
“되도록 화내지 마라. 화를 내면 인생의 저금이 줄어든다.”_〈프로 인간〉
위와 같은 구절은 거창하지도 않고 언뜻 과격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 안의 의미를 들여다보면 유머와 해학이 넘치고, 세상과 인간을 향한 작가의 다정함이 느껴진다.
다나베 세이코는 인간은 이 세상에 객으로 왔다가 객으로 가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래서 다들 피곤하게 산다고. 인생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적당히 즐겁게 사는 법’을 알아가야 한다는 게 이 노작가의 인생관이다. 그래야 진정한 ‘프로 인간’이라는 것.
다나베 세이코는 이 책을 집필할 당시 일흔을 훌쩍 넘긴 상태였고, 책을 쓰는 중에 남편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작가는 남편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처럼 친한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변함없이 삶을 이어간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탓하지 않고 어설픈 동정을 바라지 않는 태도로 말이다. 결국 작가는 ‘그저 하고 싶은 걸 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자연의 순리에 따라 설렁설렁 살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것이 다나베 세이코 인생의 가장 핵심적인 아포리즘이다.
다나베 세이코의 말들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허둥지둥하는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그건 노년의 소설가가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은 사람들을 격려하는 방법이다.
책 속에서
“인간도 금속피로가 생기고 나서 진정한 인간이 된다.”
이건 내가 최근에 만든 아포리즘인데, 나 자신도 이 문장을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 특히 ‘인간도’의 ‘도’에 대해서 설명하기가 어렵다. ‘인간은’이라고 하는 게 맞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면 일률적으로 단정해 버리는 꼴이 된다. 이 세상 모든 일은 일도양단해서는 안 된다. _〈금속피로〉(11쪽)
“달관이란, 마음속으로 ‘인생이 다 그런 거지’라고 중얼거리는 것이다.”
인간은 나약하지만 그 안에 아직 개발되지 않은 뛰어난 능력이 잠재돼 있다. 생각해 볼만한 다양한 징후를 요즘 세상에서도 몇몇 엿볼 수 있다. 사랑과 유머도 그 징후 중 하나지만, ‘달관’은 그중 에서도 꽤 크고 뛰어난 능력일 것이다. _〈달관〉(24쪽)
“냄새나는 것에는 뚜껑을. 그것이 가정의 행복이다.”
“가정의 행복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 다자이 오사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아포리즘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사람들은 이 문장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다자이는 가정의 행복이란 이기심의 결정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건 그렇고, 타인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행복한 가정이 요즘 세상에도 있을까. _〈가정의 운영〉(36쪽)
“‘또 전화할게’는 최고의 작별 인사다.”
사람은 누군가와 헤어질 때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나도 껄끄럽지 않도록 좋게 헤어져야 한다. 세상은 넓다. 본인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지인이나 친구가 어디에서 어떻게 인연이 닿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세상이 재미있고도 무서운 것이다. _〈그럼〉(115쪽)
그러고 보면 인생은 어떻게 ‘버리느냐’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진다. 적어도 삶에서 ‘버린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버린 ‘그것’이 없는 삶을 견디고 그에 적응해야 한다. 그래서 마지막 아포리즘은 이렇다.
“인생의 상실감에서도 멋이 배어나는 법이다.” _〈버리다〉(157쪽)
악행을 저지르지 않지만 존재만으로 아내에게 해가 되는 남편은 어떤 남편일까.
“아내에게 부처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남자는 악부다.”
마누라에게만 의지하는 남자. 이 사람, 나 없으면 어떻게 되는 거 아닐까. 외모도 그저 그렇고,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머리도 아주 평범하다. 본인 스스로도 그걸 잘 알기에 툭하면 내 의견을 묻고 다른 사람한테 가서는 자신이 하는 말처럼 거들먹거리며 떠든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가 그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그 점이 참 귀엽다.
아차, 나도 모르게 귀엽다는 단어를 써 버렸잖아. 이 단어가 튀어나오면 안 되는데. 감당이 안 된단 말이야. 아아, 어쩔 수 없지. 그래, 내가 이 사람을 ‘돌봐 줘야지’ 어쩌겠어. 이렇게 여자는 그런 남자를 ‘돌봐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자에게 부처님 마음은 금물이다. 상대방에게 안 좋다기보다 여자 자신에게 좋지 않다. 몸이 축나다 못해 결국 자멸의 길을 가게 되기 때문이다. 부처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살다 보니 자신이 기대했던 삶은 모조리 허망한 꿈으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문득 정신이 들었을 때는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_〈남과 살다〉(159-160쪽)
‘잘 굴러가는 부부’에게는 인생 비결이 있다. 그걸 아포리즘으로 풀면
“살다 보면 ‘그럭저럭’ 마무리해야 할 때가 있다. 이 ‘그럭저럭’ 정도가 일치하는 부부가 사이좋은 부부다.”
‘그럭저럭’이란 말은 안 좋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어떤 문제를 엄격하게 처리하지 않고 적당한 대책을 들고 와서 안이하게 타협하고 고집도 부리며 경우에 따라서는 흑을 백이라고 상대를 구워삶아 마음속으로 유야무야 넘긴다는 이미지가 있다. 악덕 정치가나 이권만 채우려는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말 같지만, 남편과 아내라는 인생 파트너 사이에 놓고 볼 때, ‘그럭저럭’은 하나의 현명한 규준이 될 때가 많다. _〈어른의 정도〉(170쪽)
“되도록 화내지 마라. 화를 내면 인생의 저금이 줄어든다.”
이제까지 살아온 과거를 되돌아보며 화를 낸다는 것은 대단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게다가 지혜 혹은 돈까지 필요할 때도 있다. 화를 낸 뒤에 누군가 뒤처리를 떠맡아 준다면야 좋겠지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건 속 시원한 일이다. 살면서 한두 번쯤 상상해 보면 신이 나지만 뒷수습은 어떻게 하나. _〈프로 인간〉(1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