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추천글
문화인류학자 이희수 교수가 안내하는 역사도시, 문화도시 기행
이 책의 저자 이희수 교수는 1978년부터 30년 동안 매해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세계 각지에서 현장 연구를 수행한 문화인류학자이다. 여행지에서 수천 통이 넘는 슬라이드를 찍고, 터키 한 곳만 100여 번을 여행할 정도로 열정적인 학자이자 여행가이기도 한 저자가 세계 수십 도시 중에서 특별히 인상 깊은 도시들을 골라 그곳 사람들의 삶의 풍경과 오랜 역사와 문화 등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희수 교수는 이른바 미술관, 박물관, 왕궁, 신전들로만 이어지는 ‘눈도장 코스’만으로는 도시의 깊이를 느끼고 그 진정한 속살을 들여다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연 깊은 유적지와 박물관은 물론 어느 도시의 뒷골목과 카페까지 도시 곳곳에서 만나는 유래와 일화, 세월을 관통하는 맥락 등을 따라가는 저자의 여행에는 가히 ‘세계 도시 견문록’이라 할 만한 깊이와 통찰이 느껴진다.
이 식견 높은 인류학자의 친절한 가이드에 취해 도시의 매력 속에 푹 빠져 보자. 한비야가 ‘이론과 실전을 모두 갖춘 훌륭한 길잡이’라고 칭했을 만한 내공이 오롯이 녹은 글 속에서 리스본의 아우구스타 거리와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 페스의 중세 도시를 그대로 간직한 구시가, 아비뇽의 교황청, 이집트의 룩소르 신전 등 멋진 드라마를 담고 있는 역사와 문화의 현장이 생생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희수 교수의 여행 3색(三色)
이희수 교수의 도시 기행에는 특별한 3색이 담겨 있다.
첫째, 오감으로 느끼는 ‘오감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세계 여러 도시를 두루 여행하면서 그만의 방법들로 곳곳을 알아가고 느껴 왔다. 그는 ‘도시를 처음 만나는 순간 오감을 열고 그곳의 색, 향기, 소리에 가까이 가려 한다. 이것은 시간이 쌓아 놓은 한 도시의 깊은 역사를 이해해 보려는 과정의 일부분이다. 수천 년의 인연을 이어 주는 로마 시대의 돌길, 왁자지껄한 시장 바닥을 채우는 억센 방언과 소음 같은 소리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호흡과 때로는 모든 것을 잊고 멍하니 바라보는 무표정, 코를 자극하는 독특한 음식 냄새에 이르기까지…….’ 를 느끼는 여행을 하곤 한다.
둘째, ‘뒷골목 여행’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도시 곳곳,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는 여행이다. 주요 유적지와 궁전, 박물관만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 시장인 바자르, 적어도 100년 이상 된 전통 식당, 공중목욕탕, 고서점가, 사연이 있는 카페, 뒷골목의 갤러리, 장인들의 공방을 반드시 둘러보며 진정한 역사․문화 들여다보기를 해 왔던 것이다. 그러기에 그냥 스쳐지나가는 여행객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현지 사람들의 삶과 사고방식, 뒷골목에 서린 사연까지도 놓치지 않고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셋째, 문화인류학자의 식견이 고스란히 녹아 문화와 역사가 함께하는 ‘문명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안다고 했는데, 그 말의 참뜻이 무엇인지가 글 속에서 느껴진다. 이 책에는 각 도시의 면면을 제대로 아는 사람만이 느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 설명과 지식들로 가득해서 명소의 겉만 훑는 간단한 여행이나 관광에서는 맛볼 수 없는 깊이 있는 문명 기행으로서 손색이 없다.
저자는 지난 30년간 이런 식으로 행해졌던 여행 중 가장 특별하고 마음이 끌리는 도시들에 대한 기록을 재생하여, 이 책 속에 담았다. 특히 해마다 수차례의 해외 문화 탐방을 기획하고, 일반인과도 여러 번 함께 여행한 경험을 살려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지만, 결코 얄팍하지 않은 내용으로 역사와 문화에 대한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했다.
도시 중의 도시......그 숨겨진 이야기들
저자는 마음속에 특히 강한 인상을 남긴 서른두 곳의 도시를 뽑아내고 그중 역사적 색채가 강한 곳과 문화적 색채가 강한 곳을 나누어 두 권의 책 속에 묶었다. 역사도시는 리스본, 그라나다, 페스, 알렉산드리아, 다마스커스, 페트라, 코냐, 이스파한, 상트페테르부르크, 크라코프, 탈린, 울란바토르, 사마르칸트, 잔지바르, 치첸이트사, 쿠스코 등으로 이 유서 깊은 도시들에 얽힌 역사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들을 수 있다. 살아가는 동안 언젠가는 꼭 한 번 가 보고 싶은 보석 같은 이 도시들에서 맛볼 수 있는 매력의 깊이는 그곳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도 할 수 있는데, 저자는 그 매력을 잘 짚어 주어 도시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를 테면 리스본 발견 기념탑에 얽힌 엔리케 왕자의 탐험담, 아름다운 알함브라 궁전을 적에게 내준 보압딜 왕의 항복에 목 놓아 운 그라나다의 어느 시인 이야기, 한 스위스 청년이 요르단 사막 어딘가에 있을 ‘장밋빛 붉은 도시’를 찾아 헤매다 페트라를 발견하게 된 사연 등 각 도시에 얽힌 역사적인 사건들을 쉬운 설명과 진솔한 필체로 써냈다.
한편 문화도시로는 포르투, 마요르카 섬, 아비뇽, 밀라노, 피렌체, 크레타 섬, 프라하, 안탈리아, 룩소르, 알제, 앙코르 와트, 라호르, 이르쿠츠크, 비슈케크, 밴쿠버, 시애틀 등을 꼽고 있다. 저자는 세계의 수많은 도시들 중 단연 이 도시들이 가장 풍성한 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문화적 매력이 가득하다고 손꼽는다. 그래서 이 도시들은 때로는 지치고,. 그래서 때로는 새로운 기운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있다. 사색과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면 포르투에, 일상을 잊고 나를 찾고 싶다면 마요르카 섬으로 갈 것을 권한다.
이처럼 이희수 교수는 세계 도시 구석구석을 돌며 그동안 어떤 여행자도 들려주지 못했던 숨겨진 역사와 문화 이야기들을 찾아내는 것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대로 시간을 거슬러가 역사의 한 장면들을 만나다보면 인류의 역사를 바라보는 학자의 혜안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그곳들에서 직접 카메라에 담아 온 사진들도 맛볼 수 있어, 마치 어느 품격 있는 문화해설가에게 도시의 면면을 소개받는 듯한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책 속의 한 구절]
‣마음이 머무는 도시, 그 매혹의 이야기{문화도시}
인도의 마지막 통일 왕조인 무굴 제국의 중심 도시로 널리 이름을 떨쳤던 파키스탄의 라호르. 그렇기에 “라호르를 보지 않으면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라호르는 갖가지 문화 유적과 예술품 등 볼거리로 가득하다. …… 무굴 제국 전성시대의 문화유산들이 가장 많이 보존된어 있는 도시가 바로 라호르다.
아이스크림의 달콤한 맛을 음미하면서 시민들이 즐겨 찾는 무굴시대의 정원인 샬리마르로 향했다. 입구에서 시작된 기다란 수로와 화단은 3단으로 꾸며져 있는데, 점점 높이가 낮아지면서 침소에까지 다다르게 설계되어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은 참으로 평온했다. 이슬람 사람들은 정원을 꾸밀 때, 항상 천국을 생각한다. 그리하여 꽃과 나무에 새와 나비가 날고, 풍성한 과일이 열리며, 분수에서는 물이 뿜어져 나와야 한다. 외관의 투박함과 내부의 화려함, 이것이 이슬람 건축 철학의 기본이다. 바깥은 속세이고 내부는 천국인 것이다.
포르투 거리를 걷다 보면, 수백 년이나 된 호수인 아졸레 호를 만나게 된다. 아졸레 호가 뿜어내는 은은하고 낡은 빛은 우리에게 정감을 더하고, 오래된 건물 처마 밑에 앉아 있다 힘차게 날갯짓하는 비둘기들은 감춰진 긴긴 전설을 전하는 듯했다. …… 포르투와 친해지고 싶어 동 루이스 1세 다리 밑에서부터 강변길을 따라 무작정 걷기로 했다. 포르투의 상징인 동 루이스 1세 다리는 하나의 아치에 두 개 층의 철교가 연결되어 있는, 높이 70미터의 우아하고 현대적인 건축물이다.
세속과 쾌락이 꿈틀거리는 해변을 잠시 벗어나, 마요르카 섬의 중심 도시인 팔마의 구시가 골목으로 들어섰다. 순박하고 보수적인 서민들의 삶, 그곳에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야채 가게와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꼬치구이 집들, 마요르카의 특산품인 진주를 파는 자그마한 가게가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 마을의 중심에는 팔마 대성당이 우뚝 서 있었다.
무엇보다 아부 심벨 신전에 더욱 애착이 가는 것은 물속에 잠겨 있어야 할 위대한 인류의 축조물이 지상에 남아 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관개 사업을 통한 농업 혁명을 내세우며, 이집트 정부가 아스완 댐을 건설했을 때, 아부 심벨도 나일 강가에 있는 무수한 신전과 함께 수몰될 운명에 놓였다.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하는 문명 세계는 이 위대한 인류 유산을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인류 사회는 막대한 돈을 투자하여 원래의 높이보다 60미터나 높은 현재의 위치에 원형을 옮겨 놓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하지만 조각조각 잘린 람세스의 근엄한 얼굴에는 현대인의 무지를 꾸짖는 뼈아픈 충고가 서려 있는 듯했다.
저자소개
지은이 : 이희수
저자는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국립이스탄불대학교 최초의 한국 유학생으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0년 동안 터키, 튀니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슬람 문화를 연구했다. 또한 터키 이스탄불 마르마라대 조교수, OIC 이슬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원, 튀니지사회경제연구소(CERES) 연구원을 거쳐 현재는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한국중동학회 회장, 한국-터키친선협회 사무총장 등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이슬람》과 《어린이 이슬람》, 《세계 문화 기행》, 《지중해 문화 기행》, 《이스탄불》 등 다수가 있으며, 주요 텔레비전 책 프로그램의 고정 패널로서, 주요 일간지 서평을 통해 독서의 의미와 인문학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이희수 교수가 발로 쓴 세계 도시 견문록
《문화도시》도시, 그리고 매혹…… 마음이 머물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서린 르네상스의 향기, 피아노의 시인 쇼팽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아름다운 섬 마요르카에서 펼쳐진 사랑이야기, 아비뇽에서 해마다 열리는 세계적인 연극 축제의 진풍경, 지중해의 푸른 바다에 자리한 그리스 신화의 고향 크레타 섬 등등 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도시 곳곳을 둘러보는 사이, 마음을 사로잡는 도시의 매혹적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목차
편집자 추천글
이 책의 저자 이희수 교수는 1978년부터 30년 동안 매해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세계 각지에서 현장 연구를 수행한 문화인류학자이다. 여행지에서 수천 통이 넘는 슬라이드를 찍고, 터키 한 곳만 100여 번을 여행할 정도로 열정적인 학자이자 여행가이기도 한 저자가 세계 수십 도시 중에서 특별히 인상 깊은 도시들을 골라 그곳 사람들의 삶의 풍경과 오랜 역사와 문화 등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희수 교수는 이른바 미술관, 박물관, 왕궁, 신전들로만 이어지는 ‘눈도장 코스’만으로는 도시의 깊이를 느끼고 그 진정한 속살을 들여다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연 깊은 유적지와 박물관은 물론 어느 도시의 뒷골목과 카페까지 도시 곳곳에서 만나는 유래와 일화, 세월을 관통하는 맥락 등을 따라가는 저자의 여행에는 가히 ‘세계 도시 견문록’이라 할 만한 깊이와 통찰이 느껴진다.
이 식견 높은 인류학자의 친절한 가이드에 취해 도시의 매력 속에 푹 빠져 보자. 한비야가 ‘이론과 실전을 모두 갖춘 훌륭한 길잡이’라고 칭했을 만한 내공이 오롯이 녹은 글 속에서 리스본의 아우구스타 거리와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 페스의 중세 도시를 그대로 간직한 구시가, 아비뇽의 교황청, 이집트의 룩소르 신전 등 멋진 드라마를 담고 있는 역사와 문화의 현장이 생생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희수 교수의 여행 3색(三色)
이희수 교수의 도시 기행에는 특별한 3색이 담겨 있다.
첫째, 오감으로 느끼는 ‘오감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세계 여러 도시를 두루 여행하면서 그만의 방법들로 곳곳을 알아가고 느껴 왔다. 그는 ‘도시를 처음 만나는 순간 오감을 열고 그곳의 색, 향기, 소리에 가까이 가려 한다. 이것은 시간이 쌓아 놓은 한 도시의 깊은 역사를 이해해 보려는 과정의 일부분이다. 수천 년의 인연을 이어 주는 로마 시대의 돌길, 왁자지껄한 시장 바닥을 채우는 억센 방언과 소음 같은 소리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호흡과 때로는 모든 것을 잊고 멍하니 바라보는 무표정, 코를 자극하는 독특한 음식 냄새에 이르기까지…….’ 를 느끼는 여행을 하곤 한다.
둘째, ‘뒷골목 여행’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도시 곳곳,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는 여행이다. 주요 유적지와 궁전, 박물관만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 시장인 바자르, 적어도 100년 이상 된 전통 식당, 공중목욕탕, 고서점가, 사연이 있는 카페, 뒷골목의 갤러리, 장인들의 공방을 반드시 둘러보며 진정한 역사․문화 들여다보기를 해 왔던 것이다. 그러기에 그냥 스쳐지나가는 여행객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현지 사람들의 삶과 사고방식, 뒷골목에 서린 사연까지도 놓치지 않고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셋째, 문화인류학자의 식견이 고스란히 녹아 문화와 역사가 함께하는 ‘문명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안다고 했는데, 그 말의 참뜻이 무엇인지가 글 속에서 느껴진다. 이 책에는 각 도시의 면면을 제대로 아는 사람만이 느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 설명과 지식들로 가득해서 명소의 겉만 훑는 간단한 여행이나 관광에서는 맛볼 수 없는 깊이 있는 문명 기행으로서 손색이 없다.
저자는 지난 30년간 이런 식으로 행해졌던 여행 중 가장 특별하고 마음이 끌리는 도시들에 대한 기록을 재생하여, 이 책 속에 담았다. 특히 해마다 수차례의 해외 문화 탐방을 기획하고, 일반인과도 여러 번 함께 여행한 경험을 살려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지만, 결코 얄팍하지 않은 내용으로 역사와 문화에 대한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했다.
도시 중의 도시......그 숨겨진 이야기들
저자는 마음속에 특히 강한 인상을 남긴 서른두 곳의 도시를 뽑아내고 그중 역사적 색채가 강한 곳과 문화적 색채가 강한 곳을 나누어 두 권의 책 속에 묶었다. 역사도시는 리스본, 그라나다, 페스, 알렉산드리아, 다마스커스, 페트라, 코냐, 이스파한, 상트페테르부르크, 크라코프, 탈린, 울란바토르, 사마르칸트, 잔지바르, 치첸이트사, 쿠스코 등으로 이 유서 깊은 도시들에 얽힌 역사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들을 수 있다. 살아가는 동안 언젠가는 꼭 한 번 가 보고 싶은 보석 같은 이 도시들에서 맛볼 수 있는 매력의 깊이는 그곳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도 할 수 있는데, 저자는 그 매력을 잘 짚어 주어 도시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를 테면 리스본 발견 기념탑에 얽힌 엔리케 왕자의 탐험담, 아름다운 알함브라 궁전을 적에게 내준 보압딜 왕의 항복에 목 놓아 운 그라나다의 어느 시인 이야기, 한 스위스 청년이 요르단 사막 어딘가에 있을 ‘장밋빛 붉은 도시’를 찾아 헤매다 페트라를 발견하게 된 사연 등 각 도시에 얽힌 역사적인 사건들을 쉬운 설명과 진솔한 필체로 써냈다.
한편 문화도시로는 포르투, 마요르카 섬, 아비뇽, 밀라노, 피렌체, 크레타 섬, 프라하, 안탈리아, 룩소르, 알제, 앙코르 와트, 라호르, 이르쿠츠크, 비슈케크, 밴쿠버, 시애틀 등을 꼽고 있다. 저자는 세계의 수많은 도시들 중 단연 이 도시들이 가장 풍성한 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문화적 매력이 가득하다고 손꼽는다. 그래서 이 도시들은 때로는 지치고,. 그래서 때로는 새로운 기운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있다. 사색과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면 포르투에, 일상을 잊고 나를 찾고 싶다면 마요르카 섬으로 갈 것을 권한다.
이처럼 이희수 교수는 세계 도시 구석구석을 돌며 그동안 어떤 여행자도 들려주지 못했던 숨겨진 역사와 문화 이야기들을 찾아내는 것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대로 시간을 거슬러가 역사의 한 장면들을 만나다보면 인류의 역사를 바라보는 학자의 혜안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그곳들에서 직접 카메라에 담아 온 사진들도 맛볼 수 있어, 마치 어느 품격 있는 문화해설가에게 도시의 면면을 소개받는 듯한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책 속의 한 구절]
‣마음이 머무는 도시, 그 매혹의 이야기{문화도시}
인도의 마지막 통일 왕조인 무굴 제국의 중심 도시로 널리 이름을 떨쳤던 파키스탄의 라호르. 그렇기에 “라호르를 보지 않으면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것과 같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라호르는 갖가지 문화 유적과 예술품 등 볼거리로 가득하다. …… 무굴 제국 전성시대의 문화유산들이 가장 많이 보존된어 있는 도시가 바로 라호르다.
아이스크림의 달콤한 맛을 음미하면서 시민들이 즐겨 찾는 무굴시대의 정원인 샬리마르로 향했다. 입구에서 시작된 기다란 수로와 화단은 3단으로 꾸며져 있는데, 점점 높이가 낮아지면서 침소에까지 다다르게 설계되어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은 참으로 평온했다. 이슬람 사람들은 정원을 꾸밀 때, 항상 천국을 생각한다. 그리하여 꽃과 나무에 새와 나비가 날고, 풍성한 과일이 열리며, 분수에서는 물이 뿜어져 나와야 한다. 외관의 투박함과 내부의 화려함, 이것이 이슬람 건축 철학의 기본이다. 바깥은 속세이고 내부는 천국인 것이다.
포르투 거리를 걷다 보면, 수백 년이나 된 호수인 아졸레 호를 만나게 된다. 아졸레 호가 뿜어내는 은은하고 낡은 빛은 우리에게 정감을 더하고, 오래된 건물 처마 밑에 앉아 있다 힘차게 날갯짓하는 비둘기들은 감춰진 긴긴 전설을 전하는 듯했다. …… 포르투와 친해지고 싶어 동 루이스 1세 다리 밑에서부터 강변길을 따라 무작정 걷기로 했다. 포르투의 상징인 동 루이스 1세 다리는 하나의 아치에 두 개 층의 철교가 연결되어 있는, 높이 70미터의 우아하고 현대적인 건축물이다.
세속과 쾌락이 꿈틀거리는 해변을 잠시 벗어나, 마요르카 섬의 중심 도시인 팔마의 구시가 골목으로 들어섰다. 순박하고 보수적인 서민들의 삶, 그곳에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야채 가게와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꼬치구이 집들, 마요르카의 특산품인 진주를 파는 자그마한 가게가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 마을의 중심에는 팔마 대성당이 우뚝 서 있었다.
무엇보다 아부 심벨 신전에 더욱 애착이 가는 것은 물속에 잠겨 있어야 할 위대한 인류의 축조물이 지상에 남아 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관개 사업을 통한 농업 혁명을 내세우며, 이집트 정부가 아스완 댐을 건설했을 때, 아부 심벨도 나일 강가에 있는 무수한 신전과 함께 수몰될 운명에 놓였다.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하는 문명 세계는 이 위대한 인류 유산을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인류 사회는 막대한 돈을 투자하여 원래의 높이보다 60미터나 높은 현재의 위치에 원형을 옮겨 놓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하지만 조각조각 잘린 람세스의 근엄한 얼굴에는 현대인의 무지를 꾸짖는 뼈아픈 충고가 서려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