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추천글
문화인류학자 이희수 교수가 안내하는 역사도시, 문화도시 기행
이 책의 저자 이희수 교수는 1978년부터 30년 동안 매해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세계 각지에서 현장 연구를 수행한 문화인류학자이다. 여행지에서 수천 통이 넘는 슬라이드를 찍고, 터키 한 곳만 100여 번을 여행할 정도로 열정적인 학자이자 여행가이기도 한 저자가 세계 수십 도시 중에서 특별히 인상 깊은 도시들을 골라 그곳 사람들의 삶의 풍경과 오랜 역사와 문화 등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희수 교수는 이른바 미술관, 박물관, 왕궁, 신전들로만 이어지는 ‘눈도장 코스’만으로는 도시의 깊이를 느끼고 그 진정한 속살을 들여다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연 깊은 유적지와 박물관은 물론 어느 도시의 뒷골목과 카페까지 도시 곳곳에서 만나는 유래와 일화, 세월을 관통하는 맥락 등을 따라가는 저자의 여행에는 가히 ‘세계 도시 견문록’이라 할 만한 깊이와 통찰이 느껴진다.
이 식견 높은 인류학자의 친절한 가이드에 취해 도시의 매력 속에 푹 빠져 보자. 한비야가 ‘이론과 실전을 모두 갖춘 훌륭한 길잡이’라고 칭했을 만한 내공이 오롯이 녹은 글 속에서 리스본의 아우구스타 거리와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 페스의 중세 도시를 그대로 간직한 구시가, 아비뇽의 교황청, 이집트의 룩소르 신전 등 멋진 드라마를 담고 있는 역사와 문화의 현장이 생생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희수 교수의 여행 3색(三色)
이희수 교수의 도시 기행에는 특별한 3색이 담겨 있다.
첫째, 오감으로 느끼는 ‘오감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세계 여러 도시를 두루 여행하면서 그만의 방법들로 곳곳을 알아가고 느껴 왔다. 그는 ‘도시를 처음 만나는 순간 오감을 열고 그곳의 색, 향기, 소리에 가까이 가려 한다. 이것은 시간이 쌓아 놓은 한 도시의 깊은 역사를 이해해 보려는 과정의 일부분이다. 수천 년의 인연을 이어 주는 로마 시대의 돌길, 왁자지껄한 시장 바닥을 채우는 억센 방언과 소음 같은 소리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호흡과 때로는 모든 것을 잊고 멍하니 바라보는 무표정, 코를 자극하는 독특한 음식 냄새에 이르기까지…….’ 를 느끼는 여행을 하곤 한다.
둘째, ‘뒷골목 여행’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도시 곳곳,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는 여행이다. 주요 유적지와 궁전, 박물관만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 시장인 바자르, 적어도 100년 이상 된 전통 식당, 공중목욕탕, 고서점가, 사연이 있는 카페, 뒷골목의 갤러리, 장인들의 공방을 반드시 둘러보며 진정한 역사․문화 들여다보기를 해 왔던 것이다. 그러기에 그냥 스쳐지나가는 여행객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현지 사람들의 삶과 사고방식, 뒷골목에 서린 사연까지도 놓치지 않고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셋째, 문화인류학자의 식견이 고스란히 녹아 문화와 역사가 함께하는 ‘문명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안다고 했는데, 그 말의 참뜻이 무엇인지가 글 속에서 느껴진다. 이 책에는 각 도시의 면면을 제대로 아는 사람만이 느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 설명과 지식들로 가득해서 명소의 겉만 훑는 간단한 여행이나 관광에서는 맛볼 수 없는 깊이 있는 문명 기행으로서 손색이 없다.
저자는 지난 30년간 이런 식으로 행해졌던 여행 중 가장 특별하고 마음이 끌리는 도시들에 대한 기록을 재생하여, 이 책 속에 담았다. 특히 해마다 수차례의 해외 문화 탐방을 기획하고, 일반인과도 여러 번 함께 여행한 경험을 살려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지만, 결코 얄팍하지 않은 내용으로 역사와 문화에 대한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했다.
도시 중의 도시......그 숨겨진 이야기들
저자는 마음속에 특히 강한 인상을 남긴 서른두 곳의 도시를 뽑아내고 그중 역사적 색채가 강한 곳과 문화적 색채가 강한 곳을 나누어 두 권의 책 속에 묶었다. 역사도시는 리스본, 그라나다, 페스, 알렉산드리아, 다마스커스, 페트라, 코냐, 이스파한, 상트페테르부르크, 크라코프, 탈린, 울란바토르, 사마르칸트, 잔지바르, 치첸이트사, 쿠스코 등으로 이 유서 깊은 도시들에 얽힌 역사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들을 수 있다. 살아가는 동안 언젠가는 꼭 한 번 가 보고 싶은 보석 같은 이 도시들에서 맛볼 수 있는 매력의 깊이는 그곳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도 할 수 있는데, 저자는 그 매력을 잘 짚어 주어 도시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를 테면 리스본 발견 기념탑에 얽힌 엔리케 왕자의 탐험담, 아름다운 알함브라 궁전을 적에게 내준 보압딜 왕의 항복에 목 놓아 운 그라나다의 어느 시인 이야기, 한 스위스 청년이 요르단 사막 어딘가에 있을 ‘장밋빛 붉은 도시’를 찾아 헤매다 페트라를 발견하게 된 사연 등 각 도시에 얽힌 역사적인 사건들을 쉬운 설명과 진솔한 필체로 써냈다.
한편 문화도시로는 포르투, 마요르카 섬, 아비뇽, 밀라노, 피렌체, 크레타 섬, 프라하, 안탈리아, 룩소르, 알제, 앙코르 와트, 라호르, 이르쿠츠크, 비슈케크, 밴쿠버, 시애틀 등을 꼽고 있다. 저자는 세계의 수많은 도시들 중 단연 이 도시들이 가장 풍성한 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문화적 매력이 가득하다고 손꼽는다. 그래서 이 도시들은 때로는 지치고,. 그래서 때로는 새로운 기운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있다. 사색과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면 포르투에, 일상을 잊고 나를 찾고 싶다면 마요르카 섬으로 갈 것을 권한다.
이처럼 이희수 교수는 세계 도시 구석구석을 돌며 그동안 어떤 여행자도 들려주지 못했던 숨겨진 역사와 문화 이야기들을 찾아내는 것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대로 시간을 거슬러가 역사의 한 장면들을 만나다보면 인류의 역사를 바라보는 학자의 혜안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그곳들에서 직접 카메라에 담아 온 사진들도 맛볼 수 있어, 마치 어느 품격 있는 문화해설가에게 도시의 면면을 소개받는 듯한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책 속의 한 구절]
‣시간이 머무는 도시, 그 깊은 이야기{역사도시}
이슬람 왕조가 멸망하고 새로운 주인을 맞이할 무렵, 에스파냐 병사들은 이곳 시민들의 안전을 보호해 주겠다는 약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닥치는 대로 약탈하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잔혹한 살육을 저질렀다. 이교도를 소탕하고 신성한 하느님의 땅을 새로이 세운다는 그들의 종교적 사명 앞에 한 문명이 무참히 짓밟힌 것이다. 그렇다고 이슬람 사람들이 순순히 무릎을 꿇은 것은 아니다. 이교도의 지배를 받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은 처참한 역사를 후세에 남기기 위해 그들의 피를 곳곳에 뿌렸다. 그 피는 하얀 벽면을 붉게 물들였고, 아직도 군데군데 그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과거로의 여행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마친 뒤, 페스의 진정한 모습을 만나러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구시가인 페스 엘 발리에서 여행을 시작했다. 그곳에는 《아라비안나이트》에서나 볼 수 있었던 풍경과 삶이, 도저히 현실이라고 믿기 힘든 아랍 도시의 고풍스러움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옛 건축물들이 즐비한 대로가 시작되는 밥부즐루드라는 문을 통해 도시 안으로 들어섰다. 곧바로 두 개의 황홀한 미나레트가 나타났다.
기원전 4세기경,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수도였던 알렉산드리아에는 종합적인 학문의 전당 무세이온과 70만 권의 장서를 갖춘 세계 최대의 도서관이 건립되었다. 이곳은 그리스 문헌을 모으는 것은 물론, 지중해․중동․인도 등지의 모든 언어를 그리스 어로 번역해 보전했던 고대 지식의 총본부였다. 파피루스에 모든 것을 기록했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양피지에 기록했던 소아시아 페르가몬의 도서관과
지식 경쟁을 하면서 그리스‧로마 문화를 꽃피우는 모체가 되었다. 그리고 이는 뒷날 아랍 학문의 기초가 되었다.
‘중동 지역에서 이만큼 매력적인 곳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웅장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도시, 페트라. 흔히 ‘사막의 붉은 도시’라 불리는 이곳은 다채로운 바위 색깔과 절벽을 깎아 만든 건축물로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거기다 거대한 바위 계곡을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유적과 동굴을 활용해 만든 왕가의 무덤 등은 과연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이 현실 세계인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시장 한구석에서 풍겨 오는 양고기 굽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코냐의 명물인 프른 케밥을 만드는 모양이다. ‘꼬챙이에 끼워 불에 구운 고기’라는 뜻의 케밥은 중국‧프랑스 요리와 함께 세계 3대 요리의 하나로 꼽힌다. 특히 프른 케밥은 조리법이 독특하고 맛이 좋아, 이것을 먹기 위해 일부러 멀리에서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나 역시 프른 케밥의 향에 이끌려 한 접시를 비우고 나자, 허기가 가시는 동시에 농축된 터키 역사를 온몸으로 체험한 듯한 기쁨이 전해져 오는 것만 같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심장부를 가로지르는 역사의 숨결 같은 네바 강을 따라 양옆에는 궁전과 요새, 관공서들이 고색창연한 모습으로 들어서 있다. 강과 운하, 늪으로 이루어진 이 도시에 이토록 훌륭한 석조 건물들이 많은 연유가 언뜻 이해되지 않았다. 도대체 이 많은 돌은 어디서 났을까? 수수께끼의 해답은 이렇다. 이 도시가 건설될 무렵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통행세로 큰 돌 두 개를 바치도록 했고, 주변 도시에는 석조 건물이 들어서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 도시를 ’네바 강변에 꽃 핀 돌의 향연’이라 표현한다.
저자소개
지은이 : 이희수
저자는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국립이스탄불대학교 최초의 한국 유학생으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0년 동안 터키, 튀니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슬람 문화를 연구했다. 또한 터키 이스탄불 마르마라대 조교수, OIC 이슬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원, 튀니지사회경제연구소(CERES) 연구원을 거쳐 현재는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한국중동학회 회장, 한국-터키친선협회 사무총장 등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이슬람》과 《어린이 이슬람》, 《세계 문화 기행》, 《지중해 문화 기행》, 《이스탄불》 등 다수가 있으며, 주요 텔레비전 책 프로그램의 고정 패널로서, 주요 일간지 서평을 통해 독서의 의미와 인문학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이희수 교수가 발로 쓴 세계 도시 견문록
《역사도시》 도시, 그리고 기억…… 시간이 머물다
리스본 발견 기념탑에 얽힌 엔리케 왕자의 탐험담, 아름다운 알함브라 궁전을 적에게 내준 보압딜 왕의 항복에 목 놓아 운 그라나다의 어느 시인 이야기, 한 스위스 청년이 요르단 사막 어딘가에 있을 ‘장밋빛 붉은 도시’를 찾아 헤매다 페트라를 발견하게 된 사연 등등 각 도시에 얽힌 역사적인 사건들을 만나면, 도시가 품고 있는 깊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목차
편집자 추천글
이 책의 저자 이희수 교수는 1978년부터 30년 동안 매해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세계 각지에서 현장 연구를 수행한 문화인류학자이다. 여행지에서 수천 통이 넘는 슬라이드를 찍고, 터키 한 곳만 100여 번을 여행할 정도로 열정적인 학자이자 여행가이기도 한 저자가 세계 수십 도시 중에서 특별히 인상 깊은 도시들을 골라 그곳 사람들의 삶의 풍경과 오랜 역사와 문화 등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희수 교수는 이른바 미술관, 박물관, 왕궁, 신전들로만 이어지는 ‘눈도장 코스’만으로는 도시의 깊이를 느끼고 그 진정한 속살을 들여다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연 깊은 유적지와 박물관은 물론 어느 도시의 뒷골목과 카페까지 도시 곳곳에서 만나는 유래와 일화, 세월을 관통하는 맥락 등을 따라가는 저자의 여행에는 가히 ‘세계 도시 견문록’이라 할 만한 깊이와 통찰이 느껴진다.
이 식견 높은 인류학자의 친절한 가이드에 취해 도시의 매력 속에 푹 빠져 보자. 한비야가 ‘이론과 실전을 모두 갖춘 훌륭한 길잡이’라고 칭했을 만한 내공이 오롯이 녹은 글 속에서 리스본의 아우구스타 거리와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 페스의 중세 도시를 그대로 간직한 구시가, 아비뇽의 교황청, 이집트의 룩소르 신전 등 멋진 드라마를 담고 있는 역사와 문화의 현장이 생생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희수 교수의 여행 3색(三色)
이희수 교수의 도시 기행에는 특별한 3색이 담겨 있다.
첫째, 오감으로 느끼는 ‘오감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세계 여러 도시를 두루 여행하면서 그만의 방법들로 곳곳을 알아가고 느껴 왔다. 그는 ‘도시를 처음 만나는 순간 오감을 열고 그곳의 색, 향기, 소리에 가까이 가려 한다. 이것은 시간이 쌓아 놓은 한 도시의 깊은 역사를 이해해 보려는 과정의 일부분이다. 수천 년의 인연을 이어 주는 로마 시대의 돌길, 왁자지껄한 시장 바닥을 채우는 억센 방언과 소음 같은 소리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호흡과 때로는 모든 것을 잊고 멍하니 바라보는 무표정, 코를 자극하는 독특한 음식 냄새에 이르기까지…….’ 를 느끼는 여행을 하곤 한다.
둘째, ‘뒷골목 여행’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도시 곳곳,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는 여행이다. 주요 유적지와 궁전, 박물관만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 시장인 바자르, 적어도 100년 이상 된 전통 식당, 공중목욕탕, 고서점가, 사연이 있는 카페, 뒷골목의 갤러리, 장인들의 공방을 반드시 둘러보며 진정한 역사․문화 들여다보기를 해 왔던 것이다. 그러기에 그냥 스쳐지나가는 여행객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현지 사람들의 삶과 사고방식, 뒷골목에 서린 사연까지도 놓치지 않고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셋째, 문화인류학자의 식견이 고스란히 녹아 문화와 역사가 함께하는 ‘문명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안다고 했는데, 그 말의 참뜻이 무엇인지가 글 속에서 느껴진다. 이 책에는 각 도시의 면면을 제대로 아는 사람만이 느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 설명과 지식들로 가득해서 명소의 겉만 훑는 간단한 여행이나 관광에서는 맛볼 수 없는 깊이 있는 문명 기행으로서 손색이 없다.
저자는 지난 30년간 이런 식으로 행해졌던 여행 중 가장 특별하고 마음이 끌리는 도시들에 대한 기록을 재생하여, 이 책 속에 담았다. 특히 해마다 수차례의 해외 문화 탐방을 기획하고, 일반인과도 여러 번 함께 여행한 경험을 살려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지만, 결코 얄팍하지 않은 내용으로 역사와 문화에 대한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했다.
도시 중의 도시......그 숨겨진 이야기들
저자는 마음속에 특히 강한 인상을 남긴 서른두 곳의 도시를 뽑아내고 그중 역사적 색채가 강한 곳과 문화적 색채가 강한 곳을 나누어 두 권의 책 속에 묶었다. 역사도시는 리스본, 그라나다, 페스, 알렉산드리아, 다마스커스, 페트라, 코냐, 이스파한, 상트페테르부르크, 크라코프, 탈린, 울란바토르, 사마르칸트, 잔지바르, 치첸이트사, 쿠스코 등으로 이 유서 깊은 도시들에 얽힌 역사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들을 수 있다. 살아가는 동안 언젠가는 꼭 한 번 가 보고 싶은 보석 같은 이 도시들에서 맛볼 수 있는 매력의 깊이는 그곳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도 할 수 있는데, 저자는 그 매력을 잘 짚어 주어 도시의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를 테면 리스본 발견 기념탑에 얽힌 엔리케 왕자의 탐험담, 아름다운 알함브라 궁전을 적에게 내준 보압딜 왕의 항복에 목 놓아 운 그라나다의 어느 시인 이야기, 한 스위스 청년이 요르단 사막 어딘가에 있을 ‘장밋빛 붉은 도시’를 찾아 헤매다 페트라를 발견하게 된 사연 등 각 도시에 얽힌 역사적인 사건들을 쉬운 설명과 진솔한 필체로 써냈다.
한편 문화도시로는 포르투, 마요르카 섬, 아비뇽, 밀라노, 피렌체, 크레타 섬, 프라하, 안탈리아, 룩소르, 알제, 앙코르 와트, 라호르, 이르쿠츠크, 비슈케크, 밴쿠버, 시애틀 등을 꼽고 있다. 저자는 세계의 수많은 도시들 중 단연 이 도시들이 가장 풍성한 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문화적 매력이 가득하다고 손꼽는다. 그래서 이 도시들은 때로는 지치고,. 그래서 때로는 새로운 기운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있다. 사색과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면 포르투에, 일상을 잊고 나를 찾고 싶다면 마요르카 섬으로 갈 것을 권한다.
이처럼 이희수 교수는 세계 도시 구석구석을 돌며 그동안 어떤 여행자도 들려주지 못했던 숨겨진 역사와 문화 이야기들을 찾아내는 것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대로 시간을 거슬러가 역사의 한 장면들을 만나다보면 인류의 역사를 바라보는 학자의 혜안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그곳들에서 직접 카메라에 담아 온 사진들도 맛볼 수 있어, 마치 어느 품격 있는 문화해설가에게 도시의 면면을 소개받는 듯한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책 속의 한 구절]
‣시간이 머무는 도시, 그 깊은 이야기{역사도시}
이슬람 왕조가 멸망하고 새로운 주인을 맞이할 무렵, 에스파냐 병사들은 이곳 시민들의 안전을 보호해 주겠다는 약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닥치는 대로 약탈하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잔혹한 살육을 저질렀다. 이교도를 소탕하고 신성한 하느님의 땅을 새로이 세운다는 그들의 종교적 사명 앞에 한 문명이 무참히 짓밟힌 것이다. 그렇다고 이슬람 사람들이 순순히 무릎을 꿇은 것은 아니다. 이교도의 지배를 받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은 처참한 역사를 후세에 남기기 위해 그들의 피를 곳곳에 뿌렸다. 그 피는 하얀 벽면을 붉게 물들였고, 아직도 군데군데 그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과거로의 여행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마친 뒤, 페스의 진정한 모습을 만나러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구시가인 페스 엘 발리에서 여행을 시작했다. 그곳에는 《아라비안나이트》에서나 볼 수 있었던 풍경과 삶이, 도저히 현실이라고 믿기 힘든 아랍 도시의 고풍스러움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옛 건축물들이 즐비한 대로가 시작되는 밥부즐루드라는 문을 통해 도시 안으로 들어섰다. 곧바로 두 개의 황홀한 미나레트가 나타났다.
기원전 4세기경,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수도였던 알렉산드리아에는 종합적인 학문의 전당 무세이온과 70만 권의 장서를 갖춘 세계 최대의 도서관이 건립되었다. 이곳은 그리스 문헌을 모으는 것은 물론, 지중해․중동․인도 등지의 모든 언어를 그리스 어로 번역해 보전했던 고대 지식의 총본부였다. 파피루스에 모든 것을 기록했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양피지에 기록했던 소아시아 페르가몬의 도서관과
지식 경쟁을 하면서 그리스‧로마 문화를 꽃피우는 모체가 되었다. 그리고 이는 뒷날 아랍 학문의 기초가 되었다.
‘중동 지역에서 이만큼 매력적인 곳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웅장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도시, 페트라. 흔히 ‘사막의 붉은 도시’라 불리는 이곳은 다채로운 바위 색깔과 절벽을 깎아 만든 건축물로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거기다 거대한 바위 계곡을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유적과 동굴을 활용해 만든 왕가의 무덤 등은 과연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이 현실 세계인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시장 한구석에서 풍겨 오는 양고기 굽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코냐의 명물인 프른 케밥을 만드는 모양이다. ‘꼬챙이에 끼워 불에 구운 고기’라는 뜻의 케밥은 중국‧프랑스 요리와 함께 세계 3대 요리의 하나로 꼽힌다. 특히 프른 케밥은 조리법이 독특하고 맛이 좋아, 이것을 먹기 위해 일부러 멀리에서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나 역시 프른 케밥의 향에 이끌려 한 접시를 비우고 나자, 허기가 가시는 동시에 농축된 터키 역사를 온몸으로 체험한 듯한 기쁨이 전해져 오는 것만 같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심장부를 가로지르는 역사의 숨결 같은 네바 강을 따라 양옆에는 궁전과 요새, 관공서들이 고색창연한 모습으로 들어서 있다. 강과 운하, 늪으로 이루어진 이 도시에 이토록 훌륭한 석조 건물들이 많은 연유가 언뜻 이해되지 않았다. 도대체 이 많은 돌은 어디서 났을까? 수수께끼의 해답은 이렇다. 이 도시가 건설될 무렵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통행세로 큰 돌 두 개를 바치도록 했고, 주변 도시에는 석조 건물이 들어서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 도시를 ’네바 강변에 꽃 핀 돌의 향연’이라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