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정보 및 내용요약
세상 모든 보이는 것의 ‘뿌리’를 탐구한 비주얼 에세이!
“보이는 것의 황홀경, 그 쾌락의 기원을 묻다”
……
★ 철도의 발명은 왜 추상이라는 새로운 지각적 발견을 낳았는가?
★ 히틀러는 식인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는 나선의 만취감을 어떻게 이용했는가?
★ 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는 어떻게 미국이나 프랑스 국기에 등장할 수 있었는가?
★ 20세기를 대표하는 ‘섞는’ 문화는 어떻게 혼합 혐오의 가치관을 전복시켰는가?
★ 선과 연속이라는 개념은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에서 어떻게 형상화되는가?
★ 중세 그리스도 마니아와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어떤 관계인가?
……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파블로 피카소, 마르셀 뒤샹 등 역사상 가장 창조적인 순간을 빛내 온 인물들의 지적인 사고 과정을 추적하는 책들은 여전히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사람들은 상상력과 직관을 통해 창조적인 통찰을 얻은 이들의 번뜩이는 사고에서 한 수 배워 보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눈의 황홀》은 그 많은 발상가들이 생각의 도구로 사용한 ‘개념’이나 ‘형태’, ‘방법’ 등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기원을 탐색한 책이다. 다양한 ‘개념’, ‘형태’, ‘방법’ 중에서도 쌍[對]이라는 관념, 속도, 원근법, 나선, 추상 표현, 스트라이프, 콜라주, 레디메이드, 데포르메, 오브제 등 인간의 눈을 현혹해 온 18가지 테마의 기원과 변천을 묻는다. 이 과정에서 마쓰다 유키마사는 비주얼 문화에 대한 심오한 통찰과 인류 가치관의 변천이 갖고 있는 놀라운 반전들을 보여 준다.
세계적인 그래픽디자이너 스기우라 고헤이에 견줄 만큼 현재 일본 디자인의 지성을 대표하는 마쓰다 유키마사는 이 한 권의 책으로 비주얼 문화사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개념들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세월의 흐름 속에서 어떤 형태로 변해 왔는지를, 마치 현미경으로 곤충을 관찰하듯 꼼꼼히 살핀다. 무엇보다 사실의 비약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야기를 종횡무진 전개해 가는 전방위적 발상이 흥미를 자극한다. 그의 이런 작업은 인문학은 물론 거의 모든 장르의 사상과 예술을 섭렵한 후 그 안에 숨겨진 사고와 의미를 자유자재로 통합하고 해석해 내는 지적 내공으로 든든하게 뒷받침되어 있다.
미술, 건축, 언어, 역사, 문자, 음악, 영화, 만화 등 다양한 장르를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만만치 않은 깊이를 드러내며 드라마틱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480점의 도판은 그 자체만으로도 거대한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함을 자랑한다. 이 도판들은 동서고금의 회화, 고대 벽화,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포스터, 공예, 문자 등 다채롭다. ‘비주얼로 보는 문화사’의 또 다른 경지를 보여 주는 이 책은, 사려 깊은 텍스트와 황홀한 이미지의 조합으로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을 것이다.
편집자 추천글
세상 모든 보이는 것의 ‘뿌리’를 탐구한 비주얼 에세이!
“보이는 것의 황홀경, 그 쾌락의 기원을 묻다”
……
★ 철도의 발명은 왜 추상이라는 새로운 지각적 발견을 낳았는가?
★ 히틀러는 식인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는 나선의 만취감을 어떻게 이용했는가?
★ 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는 어떻게 미국이나 프랑스 국기에 등장할 수 있었는가?
★ 20세기를 대표하는 ‘섞는’ 문화는 어떻게 혼합 혐오의 가치관을 전복시켰는가?
★ 선과 연속이라는 개념은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에서 어떻게 형상화되는가?
★ 중세 그리스도 마니아와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어떤 관계인가?
……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파블로 피카소, 마르셀 뒤샹 등 역사상 가장 창조적인 순간을 빛내 온 인물들의 지적인 사고 과정을 추적하는 책들은 여전히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사람들은 상상력과 직관을 통해 창조적인 통찰을 얻은 이들의 번뜩이는 사고에서 한 수 배워 보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눈의 황홀》은 그 많은 발상가들이 생각의 도구로 사용한 ‘개념’이나 ‘형태’, ‘방법’ 등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기원을 탐색한 책이다. 다양한 ‘개념’, ‘형태’, ‘방법’ 중에서도 쌍[對]이라는 관념, 속도, 원근법, 나선, 추상 표현, 스트라이프, 콜라주, 레디메이드, 데포르메, 오브제 등 인간의 눈을 현혹해 온 18가지 테마의 기원과 변천을 묻는다. 이 과정에서 마쓰다 유키마사는 비주얼 문화에 대한 심오한 통찰과 인류 가치관의 변천이 갖고 있는 놀라운 반전들을 보여 준다.
세계적인 그래픽디자이너 스기우라 고헤이에 견줄 만큼 현재 일본 디자인의 지성을 대표하는 마쓰다 유키마사는 이 한 권의 책으로 비주얼 문화사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개념들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세월의 흐름 속에서 어떤 형태로 변해 왔는지를, 마치 현미경으로 곤충을 관찰하듯 꼼꼼히 살핀다. 무엇보다 사실의 비약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야기를 종횡무진 전개해 가는 전방위적 발상이 흥미를 자극한다. 그의 이런 작업은 인문학은 물론 거의 모든 장르의 사상과 예술을 섭렵한 후 그 안에 숨겨진 사고와 의미를 자유자재로 통합하고 해석해 내는 지적 내공으로 든든하게 뒷받침되어 있다.
미술, 건축, 언어, 역사, 문자, 음악, 영화, 만화 등 다양한 장르를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만만치 않은 깊이를 드러내며 드라마틱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480점의 도판은 그 자체만으로도 거대한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함을 자랑한다. 이 도판들은 동서고금의 회화, 고대 벽화,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포스터, 공예, 문자 등 다채롭다. ‘비주얼로 보는 문화사’의 또 다른 경지를 보여 주는 이 책은, 사려 깊은 텍스트와 황홀한 이미지의 조합으로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을 것이다.
비주얼로 보는 문화사이자 방대한 이미지의 박물관!
눈을 둘러싼 이미지 역사의 변천과 반전에 관한 이야기
마쓰다 유키마사가 비주얼 문화의 루트인 개념과 형태의 기원을 탐구하면서도 특히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영겁의 세월 동안 인간의 눈을 거쳐 온 이미지의 ‘변천’과 ‘반전’에 관한 이야기다. 그가 다양한 장르의 지식을 섭렵하면서 알게 된 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가치관의 변천이 보여 주는 재미인데, 예컨대 하나의 이미지가 사회의 변화와 함께 완전히 정반대의 의미로 탈바꿈해 버리는 것이다. 긍정적인 기호가 부정적인 기호가 되고, 부정적인 기호가 긍정적인 기호가 된다. 이러한 플러스-마이너스 부호의 반전에 대한 이야기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의 기원과 변천에 대한 접근을 한결 용이하게 한다.
기원을 탐색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이러한 변천과 반전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사물에 그때까지는 생각도 못했던 다른 이미지가 더해짐으로써 그 의미가 팽창하기도 하고 역전되기도 하는 과정에서 흥미진진해진다. 하나의 비주얼에서 시작해서 서로 관련이 있는 과거를 추적할 수 있는 재미와 거기에서 파생되는 사고의 확장을 이 책에서 경험할 수 있다.
〈책 속으로〉
★ 철도의 발명은 왜 추상이라는 새로운 지각적 발견을 낳았는가?
‘속도’를 동경했던 인간은 동물보다 빨리 달리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철도를 발명했다. 마차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속도로 달려가는 기차 여행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지각을 가져다주었다. 바로 ‘추상’이다. 본다는 것이 단지 신의 영역이었던 중세 그리스도교 문화는 르네상스 이후 드디어 신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자유로운 표현을 모색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400년 후 철도의 탄생과 함께 인간의 지각은 해방을 맞았다. 인간은 속도에서 운동 표현의 욕망과 함께 미래의 기운을 느꼈다. 속도에 대한 동경은 풍경이 구상에서 추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고, 추상의 본질이 속도라는 듯이 20세기에 접어들어 미래파가 등장하고 모더니즘이 시작되었다._2장 ‘속도에 대한 동경’, 7장 ‘추상 표현의 시작’에서
★ 히틀러는 식인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는 나선의 만취감을 어떻게 이용했는가?
사람은 기아로 인한 것이든 죽은 자를 애도하기 위한 것이든 오래전부터 식인을 해왔다. 고대인이 처음으로 인육을 먹었을 때 목격한 것은 고불고불 구부러진 내장이었다. 이것이 인류가 처음으로 체내에서 발견한 ‘나선’ 무늬다. 인류는 동굴벽화, 바벨탑, 단테의 지옥, 켈트 문양, 나바호 인디언의 모래 그림 만다라 등 나선을 다양하게 그려 왔다. 나선은 눈이 도는 것 같은 쾌감과 함께 만취감을 불러일으킨다. 히틀러도 나선의 이러한 만취감을 이용했다. 거꾸로 된 만卍자 모양을 45도 기울이면 만자는 회전하기 시작한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배상 문제와 늘어난 실업 등으로 고생을 겪던 독일 민중을 세계 재패라는 과격한 꿈에 취하게 한 계기 중의 하나가 바로 거꾸로 된 만자 모양이었다._6장 ‘나선과 만취감’에서
★ 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는 어떻게 미국이나 프랑스 국기에 등장할 수 있었는가?
중세 유럽 사회에서 스트라이프 무늬는 너무 눈에 띈다는 점에서도 이단이었지만, 이슬람교도가 몸에 걸치는 무늬라는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었다. 사막이라는 공간에서 생활하는 이슬람교도에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했던 반면, 그리스도교 사회에서는 눈에 띄는 것이 죄였던 것이다. 그래서 하층민들에게 이 무늬가 들어간 옷을 강제로 입혔고, 차별은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스트라이프는 귀족들이 열광하는 무늬로 바뀌었고, 실내 장식에도 사용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결국 미국독립전쟁이나 프랑스혁명 때 혁명을 상징하는 무늬로 변모했다. 완전히 긍정적인 기호가 된 것이다._8장 ‘반전하는 이미지’에서
★ 20세기를 대표하는 ‘섞는’ 문화는 어떻게 혼합 혐오의 가치관을 전복시켰는가?
서양에는 ‘섞는’ 것을 철저하게 혐오한 역사가 있다. 섞고 싶지 않은 것에는 이교도와 인종이 있었다. 그리스도교가 혐오한 것은 이슬람교도와 유대인, 그리고 흑인이다. 레콘키스타, 링컨의 노예해방, 히틀러가 꿈꾼 유대인 전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등은 섞(이)는 것에 대한 서양의 두려움을 보여 주는 예다. 그러나 15세기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하면서 ‘섞는’ 일이 공공연해졌다. 17세기 말 런던에 커피하우스가 생기고 사람들이 그곳에서 신문이나 정기간행물을 읽었다. 신문이야말로 의식적으로 ‘섞는’ 것을 행한 최초의 미디어였다. 포스터 또한 섞는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마니에리슴 화가 아르침볼도는 이것저것 그러모으는 방식으로 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에도시대 말기에는 요세에寄せ繪가 유행했다. 19세기 후반 쇠라의 점묘 기법으로 섞는 문화는 아방가르드한 수법으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이후 브라크와 피카소가 파피에콜레와 콜라주라는 행위를 내세워 섞는 문화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이밖에도 몽타주, 컷 업, 그리고 샘플링에 이르기까지 섞는 문화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문화가 되었다._10장 ‘섞는다는 행위’, 17장 ‘데포르메’에서
★ 선과 연속이라는 개념은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에서 어떻게 형상화되는가?
철도는 추상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각과 사고를 크게 뒤흔들었다. 기차가 두 개의 레일 위를 달리기 위해서는 직선이야말로 최대의 안전책이었다. 여기에서 (직)선의 역사가 본격화되었다. 기차의 차창, 두 개의 레일과 그것과 교차하는 듯 늘어선 침목, 여러 개의 차륜을 가진 차량 등으로 ‘연속’의 이미지도 수반되었다. 철도, 영화, 타자기, 콜트45, 재봉틀, 잔디깎이 등은 선이라는 생각을 중심에 둠으로써 연속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이다. 이것을 대량생산으로 이미지화한 사람이 헨리 포드다. 포드주의란 차 한 대의 조립 공정을 세분화하여 단순한 노동으로 분해하고,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조립되는 부품이 한 명의 노동자에게 머무는 시간을 될수록 짧게 해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채플린은 〈모던 타임스〉에서 항상 감시를 받으며 컨베이어 벨트 옆에 서서 조립된 부품의 나사를 조이는 노동자의 모습을 묘사했다. 이후 직선이 권력의 상징이라도 되는 듯 무솔리니와 히틀러는 건축에 축선軸線을 많이 사용했다._4장 ‘직선의 발견과 사각형의 탄생’, 9장 ‘선과 연속이라는 개념’에서
★ 중세 그리스도 마니아와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어떤 관계인가?
사물의 본래 기능과 용도를 없애 버린다는 의미에서 보면, 뒤샹이야말로 레디메이드의 위대한 창시자다. 그러나 기능과 용도를 다른 것으로 치환하는 것도 레디메이드의 범주에 든다면 그 역사는 좀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중세 그리스도교도들은 그리스도와 일체가 되기 위해 영성체를 들고 나왔고, 빵과 포도주에 그리스도의 육체와 피라는 상징성을 부여했다. 일본 차[茶]의 명인 센 리큐는 원래 차제구가 아닌 것을 차제구로 사용한 걸로 유명하다. 표주박을 작은 꽃병으로 쓴다거나 약사발을 찻종으로 쓰는 데서 새로운 미를 창조했다. ‘빅뱅’은 프레드 호일이 정상 우주론에 대한 대항 이론인 역학 진화 모델을 경멸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었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적절한 이름을 붙임으로써 어렵기만 하던 우주론이 단숨에 친숙한 것이 되었다.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유인원이 치켜 올리는 동물의 뼈는 단순한 뼈가 아닌 흉기가 되며, 《매스터 키튼》에서 주인공은 전화기, 탁상시계, 신발 등 주변에 있는 물건이 진짜 무기에 대항할 수 있는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다._16장 ‘레디메이드’, 18장 ‘오브제’에서
“책은 하나의 우주”, 오브제적 성격이 돋보이는 책
마쓰다 유키마사는 ‘책에 대한 구도자’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18장 ‘오브제’를 보면, 글을 쓰고 책을 만든다는 것에 대한 그의 철학을 감지할 수 있다. 그는 어느 순간 알게 된 사실이 ‘몽상’이 되어 사물을 오브제로 만든다고 말한다. 책에 대한 그의 몽상은 스기우라 고헤이가 30년 전부터 계속해서 말하고 있는 “책은 하나의 우주”라는 것이다. 그것은 텍스트의 내용을 넘어선, 책이라는 형태 자체를 말한다. 한 권의 책을 오브제로 탄생시키는 작업은 마쓰다 유키마사에게 상당히 중요하다. 현재 그는 집필 이외에도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출판사에서 ‘오브제로서의 책’ 만들기에 매진하고 있다.
이 책의 배 부분과 속표지를 살펴보자. 보이는 것에 대한 마쓰다 유키마사의 섬세함과 예민함은 텍스트를 둘러싼 책의 겉모양에서도 드러난다. 먼저 배 부분을 보면 두 개의 눈이 있다. 하나는 15세기 프랑스의 궁정 화가 장 푸케가 그린 〈페라라 궁전의 어릿광대 고네라의 초상〉의 일부이고, 또 하나는 15세기 이탈리아의 파르미자니노가 그린 〈안테아〉의 일부이다. 마쓰다 유키마사는 형태를 엿보는 시선의 쾌감과 더불어 지금까지 간과되었던 시점의 탐색이 이 책의 주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두 개의 눈을 넣었다고 한다. 책의 배를 엄지손가락으로 48밀리미터쯤 펼쳤을 때, 그림이 제대로 보인다. 그리고 속표지에 있는 규칙적인 점들은 지각심리학자 데이비드 마의 〈유사에 의한 군화群化〉라는 그림을 고쳐 만든 것이다. 무늬를 보다 보면, 서로 이웃한 점들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여기저기에 원이 생기게 된다.
저자소개
지은이 : 마쓰다 유키마사松田行正
편집자의 이성과 디자이너의 감성을 습득한 후, 1985년 우시와카마루牛若丸라는 출판사를 설립해서 기획․집필․편집․디자인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마쓰다 유키마사는 지금의 책이 매우 빠른 속도로 소비되고 버려지는 상황에 반해, 마치 어른들을 위한 ‘완구’처럼 주변에 놓고 계속 볼 수 있는 책을 만든다. 더불어 책에 대한 자긍심과 고집으로 지금도 “일 년에 한 권 출간”이라는 처음의 목표를 지키고 있다. 책 만들기 이외에도 역사 다이어그램을 만들거나 시각문화에 대한 에세이를 쓰면서 ‘디자인의 지성’에 대한 강한 의식을 보여 주고 있다.
그동안 잡지 <디자인의 현장>
옮긴이 : 송태욱
《탐구1》《윤리21》《일본정신의 기원》《트랜스크리틱》《번역과 번역가들》《형태의 탄생》《포스트콜로니얼》《천천히 읽기를 권함》《움베르토 에코를 둘러싼 번역이야기》《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사랑의 갈증》《비틀거리는 여인》《세설》《만년》《연애의 불가능성에 대하여》《은빛 송어》《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보이는 것의 황홀경, 그 쾌락의 기원을 묻다”
……
★ 철도의 발명은 왜 추상이라는 새로운 지각적 발견을 낳았는가?
★ 히틀러는 식인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는 나선의 만취감을 어떻게 이용했는가?
★ 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는 어떻게 미국이나 프랑스 국기에 등장할 수 있었는가?
★ 20세기를 대표하는 ‘섞는’ 문화는 어떻게 혼합 혐오의 가치관을 전복시켰는가?
★ 선과 연속이라는 개념은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에서 어떻게 형상화되는가?
★ 중세 그리스도 마니아와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어떤 관계인가?
……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파블로 피카소, 마르셀 뒤샹 등 역사상 가장 창조적인 순간을 빛내 온 인물들의 지적인 사고 과정을 추적하는 책들은 여전히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사람들은 상상력과 직관을 통해 창조적인 통찰을 얻은 이들의 번뜩이는 사고에서 한 수 배워 보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눈의 황홀》은 그 많은 발상가들이 생각의 도구로 사용한 ‘개념’이나 ‘형태’, ‘방법’ 등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기원을 탐색한 책이다. 다양한 ‘개념’, ‘형태’, ‘방법’ 중에서도 쌍[對]이라는 관념, 속도, 원근법, 나선, 추상 표현, 스트라이프, 콜라주, 레디메이드, 데포르메, 오브제 등 인간의 눈을 현혹해 온 18가지 테마의 기원과 변천을 묻는다. 이 과정에서 마쓰다 유키마사는 비주얼 문화에 대한 심오한 통찰과 인류 가치관의 변천이 갖고 있는 놀라운 반전들을 보여 준다.
세계적인 그래픽디자이너 스기우라 고헤이에 견줄 만큼 현재 일본 디자인의 지성을 대표하는 마쓰다 유키마사는 이 한 권의 책으로 비주얼 문화사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개념들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세월의 흐름 속에서 어떤 형태로 변해 왔는지를, 마치 현미경으로 곤충을 관찰하듯 꼼꼼히 살핀다. 무엇보다 사실의 비약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야기를 종횡무진 전개해 가는 전방위적 발상이 흥미를 자극한다. 그의 이런 작업은 인문학은 물론 거의 모든 장르의 사상과 예술을 섭렵한 후 그 안에 숨겨진 사고와 의미를 자유자재로 통합하고 해석해 내는 지적 내공으로 든든하게 뒷받침되어 있다.
미술, 건축, 언어, 역사, 문자, 음악, 영화, 만화 등 다양한 장르를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만만치 않은 깊이를 드러내며 드라마틱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480점의 도판은 그 자체만으로도 거대한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함을 자랑한다. 이 도판들은 동서고금의 회화, 고대 벽화,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포스터, 공예, 문자 등 다채롭다. ‘비주얼로 보는 문화사’의 또 다른 경지를 보여 주는 이 책은, 사려 깊은 텍스트와 황홀한 이미지의 조합으로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을 것이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004
들어가며 010
1장 쌍이라는 관념 015
깨끗함과 더러움 / 그리스도교의 좌우관 / 조로아스터교의 빛과 어둠 / 자유와 구속 / 음과 양 / 정의와 악
2장 속도에 대한 동경 029
빨리 달리는 것과 하늘을 나는 것 / 기술ㆍ동력ㆍ교통혁명 / 철도와 환경 파괴 / 운동 표현의 역사 / 운동의 정착 / 미래파와 속도 / 운동과 대륙 / 움직이는 프라모델
3장 원근법과 깊이감의 발견 049
‘여기와 저기’의 발견 / 세로로 긴 서양의 종교 건축 / 가로로 긴 일본의 종교 건축 / 일본의 좌식 문화 / 동서 종교관의 차이 / 원근법의 탄생
4장 직선의 발견과 사각형의 탄생 063
사각형의 성립 / 질서와 프레임의 탄생
5장 마방진과 격자무늬 075
3마방진과 격자무늬 / 바둑과 격자무늬 / 지도와 격자무늬 / 메르카토르와 격자무늬
6장 나선과 만취감 093
식인과 나선 / 나선과 만취감 / 떨림과 나선 / 나치스 영화 속 나치스 마크
7장 추상 표현의 시작 117
철도와 추상 / 조감과 추상 / 검은 사각형 / 켈트의 추상
8장 반전하는 이미지 133
‘人’이라는 한자의 반전 / 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 / 배경에 동화되는 스트라이프 / 각광 받은 스트라이프 / 공포의 표시, 스트라이프 / 순수한 스트라이프 / 죄수복과 스트라이프 / 짧게 자른 머리와 이발소 표시등
9장 선과 연속이라는 개념 153
선과 연속 / 포드주의 / 라인 살인 사건 / 건축과 축선
10장 ‘섞는다’는 행위 175
혼합 혐오 / 한자와 영어 / 신문과 포스터 / 붙이다 / 파피에콜레와 콜라주 / 몽타주 / 아상블라주 / 컷업과 샘플링 / 혼합 거부
11장 감각의 치환 199
원근법적 감각의 서열 / 문자의 역할 / 문자와 문신 / 청각의 시각화, 악보 / 그래픽스코어와 무용보 / 도레미의 시작 / 청각의 시각화, 속기 / 시각의 촉각화, 점자
12장 가독성에 대한 추구 215
음독과 두루마리 / 발음에 따른 표기 / 묵독과 책자본 / ‘가독성’을 가속화하다 / 필사하기 쉬운 서체 / 윌리엄 모리스의 서식 규칙 / 검색법의 모색
13장 변화와 리듬을 주다 231
리듬과 강약 / 구두점과 강약 / 알파벳과 강약 / 일본어의 구두점 / 네 박자와 세 박자 / 일본어 록
14장 풍요로운 단순함 245
창조설과 진화설 / 일본의 단순함 / 읽기 쉬움에서 어수선함으로 / 서체 미학의 발생 / 레이아웃의 충격 / 단순함과 타이포그래피 / 단순함과 복잡함의 융합
15장 가둔다는 것 267
목숨을 가둔 토기 / 시간을 가둔 달력 / 신의 힘을 가둔 한자 / 문자를 가둔 종이와 인쇄 / 물건을 가둔 자동판매기 / 지구를 가둔 지도 / 소리를 가둔 풍경과 악보 / 산업혁명 이후의 가두기 / 가두어지는 것에 대한 러스킨의 공포 / 실제로 가두어진 블랑키
16장 레디메이드 285
그리스도교의 레디메이드 / 뒤샹과 레디메이드 / 레디메이드 신화 / 케플러와 레디메이드 / 리큐와 레디메이드 / 촉각 미의 발견 / 흉기와 레디메이드
17장 데포르메 305
데포르메와 상징 / 반원근법으로서의 데포르메 / 원에서 타원으로 / 수치의 시각화 / 일본 요괴의 변천사 / 일신교라는 왜곡 / 서양의 괴물 / 오늘날의 요괴
18장 오브제 333
분위기를 교란하는 오브제 / 몽상과 오브제 / 숫자와 오브제 / 몽상과 주술 / 상징과 오브제 / 책과 오브제 / 물질화된 몽상
지은이 후기 352
옮긴이의 글 354
참고문헌 358
편집자 추천글
“보이는 것의 황홀경, 그 쾌락의 기원을 묻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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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틀러는 식인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는 나선의 만취감을 어떻게 이용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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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과 연속이라는 개념은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에서 어떻게 형상화되는가?
★ 중세 그리스도 마니아와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어떤 관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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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파블로 피카소, 마르셀 뒤샹 등 역사상 가장 창조적인 순간을 빛내 온 인물들의 지적인 사고 과정을 추적하는 책들은 여전히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사람들은 상상력과 직관을 통해 창조적인 통찰을 얻은 이들의 번뜩이는 사고에서 한 수 배워 보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눈의 황홀》은 그 많은 발상가들이 생각의 도구로 사용한 ‘개념’이나 ‘형태’, ‘방법’ 등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기원을 탐색한 책이다. 다양한 ‘개념’, ‘형태’, ‘방법’ 중에서도 쌍[對]이라는 관념, 속도, 원근법, 나선, 추상 표현, 스트라이프, 콜라주, 레디메이드, 데포르메, 오브제 등 인간의 눈을 현혹해 온 18가지 테마의 기원과 변천을 묻는다. 이 과정에서 마쓰다 유키마사는 비주얼 문화에 대한 심오한 통찰과 인류 가치관의 변천이 갖고 있는 놀라운 반전들을 보여 준다.
세계적인 그래픽디자이너 스기우라 고헤이에 견줄 만큼 현재 일본 디자인의 지성을 대표하는 마쓰다 유키마사는 이 한 권의 책으로 비주얼 문화사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개념들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세월의 흐름 속에서 어떤 형태로 변해 왔는지를, 마치 현미경으로 곤충을 관찰하듯 꼼꼼히 살핀다. 무엇보다 사실의 비약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야기를 종횡무진 전개해 가는 전방위적 발상이 흥미를 자극한다. 그의 이런 작업은 인문학은 물론 거의 모든 장르의 사상과 예술을 섭렵한 후 그 안에 숨겨진 사고와 의미를 자유자재로 통합하고 해석해 내는 지적 내공으로 든든하게 뒷받침되어 있다.
미술, 건축, 언어, 역사, 문자, 음악, 영화, 만화 등 다양한 장르를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만만치 않은 깊이를 드러내며 드라마틱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480점의 도판은 그 자체만으로도 거대한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함을 자랑한다. 이 도판들은 동서고금의 회화, 고대 벽화,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포스터, 공예, 문자 등 다채롭다. ‘비주얼로 보는 문화사’의 또 다른 경지를 보여 주는 이 책은, 사려 깊은 텍스트와 황홀한 이미지의 조합으로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을 것이다.
비주얼로 보는 문화사이자 방대한 이미지의 박물관!
눈을 둘러싼 이미지 역사의 변천과 반전에 관한 이야기
마쓰다 유키마사가 비주얼 문화의 루트인 개념과 형태의 기원을 탐구하면서도 특히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영겁의 세월 동안 인간의 눈을 거쳐 온 이미지의 ‘변천’과 ‘반전’에 관한 이야기다. 그가 다양한 장르의 지식을 섭렵하면서 알게 된 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가치관의 변천이 보여 주는 재미인데, 예컨대 하나의 이미지가 사회의 변화와 함께 완전히 정반대의 의미로 탈바꿈해 버리는 것이다. 긍정적인 기호가 부정적인 기호가 되고, 부정적인 기호가 긍정적인 기호가 된다. 이러한 플러스-마이너스 부호의 반전에 대한 이야기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의 기원과 변천에 대한 접근을 한결 용이하게 한다.
기원을 탐색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이러한 변천과 반전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사물에 그때까지는 생각도 못했던 다른 이미지가 더해짐으로써 그 의미가 팽창하기도 하고 역전되기도 하는 과정에서 흥미진진해진다. 하나의 비주얼에서 시작해서 서로 관련이 있는 과거를 추적할 수 있는 재미와 거기에서 파생되는 사고의 확장을 이 책에서 경험할 수 있다.
〈책 속으로〉
★ 철도의 발명은 왜 추상이라는 새로운 지각적 발견을 낳았는가?
‘속도’를 동경했던 인간은 동물보다 빨리 달리고 싶다는 염원을 담아 철도를 발명했다. 마차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속도로 달려가는 기차 여행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지각을 가져다주었다. 바로 ‘추상’이다. 본다는 것이 단지 신의 영역이었던 중세 그리스도교 문화는 르네상스 이후 드디어 신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자유로운 표현을 모색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400년 후 철도의 탄생과 함께 인간의 지각은 해방을 맞았다. 인간은 속도에서 운동 표현의 욕망과 함께 미래의 기운을 느꼈다. 속도에 대한 동경은 풍경이 구상에서 추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고, 추상의 본질이 속도라는 듯이 20세기에 접어들어 미래파가 등장하고 모더니즘이 시작되었다._2장 ‘속도에 대한 동경’, 7장 ‘추상 표현의 시작’에서
★ 히틀러는 식인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는 나선의 만취감을 어떻게 이용했는가?
사람은 기아로 인한 것이든 죽은 자를 애도하기 위한 것이든 오래전부터 식인을 해왔다. 고대인이 처음으로 인육을 먹었을 때 목격한 것은 고불고불 구부러진 내장이었다. 이것이 인류가 처음으로 체내에서 발견한 ‘나선’ 무늬다. 인류는 동굴벽화, 바벨탑, 단테의 지옥, 켈트 문양, 나바호 인디언의 모래 그림 만다라 등 나선을 다양하게 그려 왔다. 나선은 눈이 도는 것 같은 쾌감과 함께 만취감을 불러일으킨다. 히틀러도 나선의 이러한 만취감을 이용했다. 거꾸로 된 만卍자 모양을 45도 기울이면 만자는 회전하기 시작한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배상 문제와 늘어난 실업 등으로 고생을 겪던 독일 민중을 세계 재패라는 과격한 꿈에 취하게 한 계기 중의 하나가 바로 거꾸로 된 만자 모양이었다._6장 ‘나선과 만취감’에서
★ 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는 어떻게 미국이나 프랑스 국기에 등장할 수 있었는가?
중세 유럽 사회에서 스트라이프 무늬는 너무 눈에 띈다는 점에서도 이단이었지만, 이슬람교도가 몸에 걸치는 무늬라는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었다. 사막이라는 공간에서 생활하는 이슬람교도에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했던 반면, 그리스도교 사회에서는 눈에 띄는 것이 죄였던 것이다. 그래서 하층민들에게 이 무늬가 들어간 옷을 강제로 입혔고, 차별은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스트라이프는 귀족들이 열광하는 무늬로 바뀌었고, 실내 장식에도 사용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결국 미국독립전쟁이나 프랑스혁명 때 혁명을 상징하는 무늬로 변모했다. 완전히 긍정적인 기호가 된 것이다._8장 ‘반전하는 이미지’에서
★ 20세기를 대표하는 ‘섞는’ 문화는 어떻게 혼합 혐오의 가치관을 전복시켰는가?
서양에는 ‘섞는’ 것을 철저하게 혐오한 역사가 있다. 섞고 싶지 않은 것에는 이교도와 인종이 있었다. 그리스도교가 혐오한 것은 이슬람교도와 유대인, 그리고 흑인이다. 레콘키스타, 링컨의 노예해방, 히틀러가 꿈꾼 유대인 전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등은 섞(이)는 것에 대한 서양의 두려움을 보여 주는 예다. 그러나 15세기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하면서 ‘섞는’ 일이 공공연해졌다. 17세기 말 런던에 커피하우스가 생기고 사람들이 그곳에서 신문이나 정기간행물을 읽었다. 신문이야말로 의식적으로 ‘섞는’ 것을 행한 최초의 미디어였다. 포스터 또한 섞는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마니에리슴 화가 아르침볼도는 이것저것 그러모으는 방식으로 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에도시대 말기에는 요세에寄せ繪가 유행했다. 19세기 후반 쇠라의 점묘 기법으로 섞는 문화는 아방가르드한 수법으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이후 브라크와 피카소가 파피에콜레와 콜라주라는 행위를 내세워 섞는 문화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이밖에도 몽타주, 컷 업, 그리고 샘플링에 이르기까지 섞는 문화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문화가 되었다._10장 ‘섞는다는 행위’, 17장 ‘데포르메’에서
★ 선과 연속이라는 개념은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에서 어떻게 형상화되는가?
철도는 추상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각과 사고를 크게 뒤흔들었다. 기차가 두 개의 레일 위를 달리기 위해서는 직선이야말로 최대의 안전책이었다. 여기에서 (직)선의 역사가 본격화되었다. 기차의 차창, 두 개의 레일과 그것과 교차하는 듯 늘어선 침목, 여러 개의 차륜을 가진 차량 등으로 ‘연속’의 이미지도 수반되었다. 철도, 영화, 타자기, 콜트45, 재봉틀, 잔디깎이 등은 선이라는 생각을 중심에 둠으로써 연속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이다. 이것을 대량생산으로 이미지화한 사람이 헨리 포드다. 포드주의란 차 한 대의 조립 공정을 세분화하여 단순한 노동으로 분해하고,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조립되는 부품이 한 명의 노동자에게 머무는 시간을 될수록 짧게 해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채플린은 〈모던 타임스〉에서 항상 감시를 받으며 컨베이어 벨트 옆에 서서 조립된 부품의 나사를 조이는 노동자의 모습을 묘사했다. 이후 직선이 권력의 상징이라도 되는 듯 무솔리니와 히틀러는 건축에 축선軸線을 많이 사용했다._4장 ‘직선의 발견과 사각형의 탄생’, 9장 ‘선과 연속이라는 개념’에서
★ 중세 그리스도 마니아와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어떤 관계인가?
사물의 본래 기능과 용도를 없애 버린다는 의미에서 보면, 뒤샹이야말로 레디메이드의 위대한 창시자다. 그러나 기능과 용도를 다른 것으로 치환하는 것도 레디메이드의 범주에 든다면 그 역사는 좀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중세 그리스도교도들은 그리스도와 일체가 되기 위해 영성체를 들고 나왔고, 빵과 포도주에 그리스도의 육체와 피라는 상징성을 부여했다. 일본 차[茶]의 명인 센 리큐는 원래 차제구가 아닌 것을 차제구로 사용한 걸로 유명하다. 표주박을 작은 꽃병으로 쓴다거나 약사발을 찻종으로 쓰는 데서 새로운 미를 창조했다. ‘빅뱅’은 프레드 호일이 정상 우주론에 대한 대항 이론인 역학 진화 모델을 경멸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었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적절한 이름을 붙임으로써 어렵기만 하던 우주론이 단숨에 친숙한 것이 되었다.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유인원이 치켜 올리는 동물의 뼈는 단순한 뼈가 아닌 흉기가 되며, 《매스터 키튼》에서 주인공은 전화기, 탁상시계, 신발 등 주변에 있는 물건이 진짜 무기에 대항할 수 있는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다._16장 ‘레디메이드’, 18장 ‘오브제’에서
“책은 하나의 우주”, 오브제적 성격이 돋보이는 책
마쓰다 유키마사는 ‘책에 대한 구도자’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18장 ‘오브제’를 보면, 글을 쓰고 책을 만든다는 것에 대한 그의 철학을 감지할 수 있다. 그는 어느 순간 알게 된 사실이 ‘몽상’이 되어 사물을 오브제로 만든다고 말한다. 책에 대한 그의 몽상은 스기우라 고헤이가 30년 전부터 계속해서 말하고 있는 “책은 하나의 우주”라는 것이다. 그것은 텍스트의 내용을 넘어선, 책이라는 형태 자체를 말한다. 한 권의 책을 오브제로 탄생시키는 작업은 마쓰다 유키마사에게 상당히 중요하다. 현재 그는 집필 이외에도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출판사에서 ‘오브제로서의 책’ 만들기에 매진하고 있다.
이 책의 배 부분과 속표지를 살펴보자. 보이는 것에 대한 마쓰다 유키마사의 섬세함과 예민함은 텍스트를 둘러싼 책의 겉모양에서도 드러난다. 먼저 배 부분을 보면 두 개의 눈이 있다. 하나는 15세기 프랑스의 궁정 화가 장 푸케가 그린 〈페라라 궁전의 어릿광대 고네라의 초상〉의 일부이고, 또 하나는 15세기 이탈리아의 파르미자니노가 그린 〈안테아〉의 일부이다. 마쓰다 유키마사는 형태를 엿보는 시선의 쾌감과 더불어 지금까지 간과되었던 시점의 탐색이 이 책의 주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두 개의 눈을 넣었다고 한다. 책의 배를 엄지손가락으로 48밀리미터쯤 펼쳤을 때, 그림이 제대로 보인다. 그리고 속표지에 있는 규칙적인 점들은 지각심리학자 데이비드 마의 〈유사에 의한 군화群化〉라는 그림을 고쳐 만든 것이다. 무늬를 보다 보면, 서로 이웃한 점들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여기저기에 원이 생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