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소개
지은이 : 데이브 리Dave Reay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 자연환경조사위원회 연구교수이며, 해수면 상승에도 걱정 없는 고지대에서 아내와 함께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연구하기 위해 남극해에 몸을 담그기도 하고, 냄새나는 하수구에 코를 박기도 했다. 이 책을 쓰는 동안 우리 생활의 모든 면을 에너지로, 나아가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환산하는 강박에 걸려 버렸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는지를 밝히기 위해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파고든 그의 집요함의 결정체이다.
1972년에 영국 햄프셔에서 태어나 리버풀 대학교에서 해양 생물학을 공부하고, 에섹스 대학교에서 수온 변화에 따른 남극해 해조류와 박테리아의 행동 반응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부터 에든버러 대학교 기후·환경과학연구소 자연환경조사위원회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기후변화에 관한 웹사이트 www.ghgonline.org를 운영하고 있다.
옮긴이 : 이한중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주로 자연과 생태, 환경과학 분야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울지 않는 늑대》,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 왔다》, 《동물원의 탄생》, 《지구를 입양하다》, 《핸드 메이드 라이프》,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 등 지금까지 20여 권의 책을 번역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더 이상 “창백한 푸른 점”일 수 없는 너무 더운 지구,“타오르는 붉은 점”
미국의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보이저 2호가 보내온 사진을 보고 지구가 마치 우주라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과 같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해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늘어나고 있고, 울창한 숲이 사막화되어 가고 있는 지구는 이제 “타오르는 붉은 점Burning Red Dot”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기후변화는 21세기에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위협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한 지구의 온도는 21세기 안에 2도에서 5도 정도 오를 것이라고 한다.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이것이 불러올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지난 100년 동안 남극의 빙하가 녹는 바람에 해수면이 이미 15센티미터 상승했으며, 앞으로 30년 동안 18센티미터 더 상승할 것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해수면은 2100년까지 88센티미터가 높아질 것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400만 제곱킬로미터의 땅이 물에 잠겼고, 투발루를 비롯한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은 50년 안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편집자 추천글
카본 씨 가족을 소개합니다
미국 앨라배마 주에 사는 존 카본John Carbone 씨는 새로 장만한 SUV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주변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커다란 자동차 안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의 기분은 말 그대로 “끝내준다.” 지금 살고 있는 큰 집도 그렇고, 아내가 가꾸는 아기자기한 정원, 아이들과 티격태격하는 쇼핑,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름휴가도, 종종 피곤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아내의 8인승 승합차로 주말마다 대형 할인점에서 장을 보는 카본 씨 가족은 오늘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30킬로그램이 넘는 음식들을 냉장고에 구겨 넣는다. 작은아이 조지는 에어컨부터 켜더니 텔레비전 앞에 자리를 잡고, 큰아들 헨리는 제 방으로 뛰어 올라가 켜져 있던 컴퓨터의 마우스를 흔든 뒤 온라인게임에 다시 접속한다.
그리고 몰리. 아홉 살인 이 개는 가족의 양말에 별난 취미가 있고, 아침마다 산책을 가자며 낑낑거린다. 결국 카본 부인이 이 녀석을 차에 태우고 매일 공원에 나가 산책을 해야 하는데(집 앞 도로는 너무 위험하다), 이 때문에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도 만만치 않다.
카본 씨, 「교토의정서」는 가정에서부터!
카본 씨 가족은 그저 평범한 미국의 중산층이다. 남들보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물론 제3세계 국가와 비교할 순 없지만) 소비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두 대의 큰 차를 모는 카본 가족의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자동차다. 존 카본 씨가 출퇴근할 때 타고 다니는 SUV뿐 아니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강아지 산책을 시키고, 장을 보러 다니는 아내의 승합차까지 이 가족은 자동차로 한해 18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그리고 출장을 가거나 여름휴가를 떠날 때 이용하는 비행기까지 포함하면 교통수단으로만 매년 20.5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또 계절을 잊게 만드는 냉난방, 불필요한 대기 전력과 쓰레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어마어마하다.
이들의 온실가스 배출 항목을 정리해 보자. 대형 할인점에서 장을 보는 데 4.5톤, 큼직한 엔진이 달린 차로 출퇴근하는 데 12톤, 학교에 아이들을 태워 주는 데 600킬로그램, 강아지 산책을 시키러 공원에 다녀오는 데 3톤, 비행기를 타고 여름휴가를 다녀오는 데 2.5톤, 플러그를 뽑지 않고 대기 전력을 소모하는 데 280킬로그램, 냉방과 난방을 하는 데 13톤, 그 외 이런저런 생활에서 4톤, 이 가족이 한 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무려 39톤이 넘는다!!!
카본 씨가 나름대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절전형 전구를 쓰고, 무턱대고 컴퓨터를 켜 놓는 조지와 헨리에게 잔소리를 퍼부어도 이들이 줄이는 온실가스는 고작 3퍼센트.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60퍼센트 감축은 어림없고, 「교토의정서」에서 정한 5.2퍼센트 감축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기 전력이라는 망령
헨리와 조지는 전기로 움직이는 장난감과 컴퓨터들을 쓰지 않을 때도 그냥 켜 두는 버릇이 있다. 이 때문에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각각 160킬로그램과 120킬로그램이나 된다. 조용한 사무실이나 집에 있다면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자. 어디선가 끊임없이 윙윙하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대기 전력이다. 대기 전력은 가전제품의 전원만 끈 채 플러그를 뽑지 않아 소모되는 전력을 말한다. 우리는 그런 빨간 불빛을 텔레비전, 비디오카세트리코더(VCR), 스테레오, 셋톱박스에서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에 그것들이 에너지를 서서히 잡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도 쉽게 잊어버린다.
조용히 윙윙거리며 돌아가는 가전제품은 대기 상태로만 두어도 가정 내 전력의 10퍼센트 이상을 잡아먹는다. 시동을 거는 데만 1분이 걸리는 컴퓨터는 잠시 자리를 비우더라도 끄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모니터라도 꺼두면 컴퓨터의 에너지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절전 모드sleep mode를 이용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80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다. 보통 가정에서 매년 이런 식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만 4분의 3톤은 된다. 이것을 모두 합치면 어떻게 될까?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대기 전력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은 매년 5백만 톤 이상이며, 미국은 3천만 톤 가까이 된다. 전부 그 조그맣고 빨간 불빛 때문이다.
수만 킬로미터를 날아온 딸기
“푸드 마일Food Miles”이란 어떤 식품이 원산지를 떠나 우리의 식탁에까지 오르는 거리를 말한다. 문제는 이 유통 과정에서 비행기나 배, 기차, 트럭 등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고, 또 그만큼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에 사는 저자의 냉장고에서 먹을거리 여섯 가지를 꺼내 보았다. 스페인산 셀러리(2000킬로미터), 프랑스산 브리 치즈(700킬로미터), 온두라스산 멜론(10000킬로미터), 뉴질랜드산 와인(23000킬로미터), 캘리포니아산 딸기(5000킬로미터), 덴마크산 버터(1500킬로미터). 비단 저자뿐 아니라 많은 가정의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도 이와 같을 것이다. 이 음식들이 원산지를 떠나 저자의 냉장고까지 이동한 거리는 모두 4만 킬로미터가 넘는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가급적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나는 먹을거리를 구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대형 할인점보다는 동네 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영국산 골파를 보자. 이 골파는 분명 영국에서 난 것이지만, 멀리 케냐까지 가 사람 손에 한 단씩 묶인 뒤 다시 영국으로 건너온다. 이렇게 해서 총 14,000킬로미터를 이동하여, 20그램짜리 한 단에 온실가스 1킬로그램을 유발한다.
카본 부인은 뒷마당에 텃밭을 일구었다. 한두 해 실패도 했지만, 이제 사과나무도 심고, 당근, 콩, 호박 등 몇몇 채소를 직접 길러 먹고 있다. 또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쓰면서 쓰레기 배출량도 획기적으로 줄이게 되었다. 그리고 가급적 대형 할인점보다는 동네 상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차를 타고 쇼핑을 하는 데 해마다 4.5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2,800톤을 감축하고 12만 파운드를 절약한 <가디언>
직장에서의 권력 서열을 따라 올라갈수록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커진다. 어느덧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지사장으로 승진한 카본 씨는 자전거 출퇴근을 권장하고 회사 소유의 차를 연비가 더 좋은 것으로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재생 가능 전기를 택한다거나 사무실의 분리수거에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식으로 조금씩 회사를 바꾸어 나갔다. 이런 일들을 통해 카본 씨는 직장에서 매년 150톤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을 막았다. 직원 한 사람당 약 1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막은 셈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본부에 있는 카본 씨의 고용주도 기뻐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매년 3만 달러 이상의 전기요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의 신문사 <가디언>은 해마다 영국 탄소재단The Carbon Trust의 환경 감사를 받고 있다. 그 때문에 처음에는 아주 불쾌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무실 공간 1제곱미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매년 418킬로그램이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탄소재단의 제안에 따라 불필요하게 가동되는 전자제품의 플러그를 뽑아 대기 전력을 최소화하고, 종이를 아끼고, 회사 차량을 소형으로 바꾸었고,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1제곱미터당 95킬로그램으로 줄였다. 이는 신문사 전체로 볼 때 거의 80퍼센트 ― 매년 온실가스 2,800톤 수준 ― 의 절감을 뜻한다. 이러한 변화는 동시에 놀라운 경제적 효과까지 불러왔다. 매년 절약하게 된 돈이 12만 파운드나 된 것이다.
저자소개
지은이 : 데이브 리Dave Reay
1972년에 영국 햄프셔에서 태어나 리버풀 대학교에서 해양 생물학을 공부하고, 에섹스 대학교에서 수온 변화에 따른 남극해 해조류와 박테리아의 행동 반응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부터 에든버러 대학교 기후·환경과학연구소 자연환경조사위원회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기후변화에 관한 웹사이트 www.ghgonline.org를 운영하고 있다.
옮긴이 : 이한중
책정보 및 내용요약
미국의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보이저 2호가 보내온 사진을 보고 지구가 마치 우주라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과 같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해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늘어나고 있고, 울창한 숲이 사막화되어 가고 있는 지구는 이제 “타오르는 붉은 점Burning Red Dot”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기후변화는 21세기에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위협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한 지구의 온도는 21세기 안에 2도에서 5도 정도 오를 것이라고 한다.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이것이 불러올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지난 100년 동안 남극의 빙하가 녹는 바람에 해수면이 이미 15센티미터 상승했으며, 앞으로 30년 동안 18센티미터 더 상승할 것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해수면은 2100년까지 88센티미터가 높아질 것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400만 제곱킬로미터의 땅이 물에 잠겼고, 투발루를 비롯한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은 50년 안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편집자 추천글
미국 앨라배마 주에 사는 존 카본John Carbone 씨는 새로 장만한 SUV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주변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커다란 자동차 안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의 기분은 말 그대로 “끝내준다.” 지금 살고 있는 큰 집도 그렇고, 아내가 가꾸는 아기자기한 정원, 아이들과 티격태격하는 쇼핑,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름휴가도, 종종 피곤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아내의 8인승 승합차로 주말마다 대형 할인점에서 장을 보는 카본 씨 가족은 오늘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30킬로그램이 넘는 음식들을 냉장고에 구겨 넣는다. 작은아이 조지는 에어컨부터 켜더니 텔레비전 앞에 자리를 잡고, 큰아들 헨리는 제 방으로 뛰어 올라가 켜져 있던 컴퓨터의 마우스를 흔든 뒤 온라인게임에 다시 접속한다.
그리고 몰리. 아홉 살인 이 개는 가족의 양말에 별난 취미가 있고, 아침마다 산책을 가자며 낑낑거린다. 결국 카본 부인이 이 녀석을 차에 태우고 매일 공원에 나가 산책을 해야 하는데(집 앞 도로는 너무 위험하다), 이 때문에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도 만만치 않다.
카본 씨, 「교토의정서」는 가정에서부터!
카본 씨 가족은 그저 평범한 미국의 중산층이다. 남들보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물론 제3세계 국가와 비교할 순 없지만) 소비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두 대의 큰 차를 모는 카본 가족의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자동차다. 존 카본 씨가 출퇴근할 때 타고 다니는 SUV뿐 아니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강아지 산책을 시키고, 장을 보러 다니는 아내의 승합차까지 이 가족은 자동차로 한해 18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그리고 출장을 가거나 여름휴가를 떠날 때 이용하는 비행기까지 포함하면 교통수단으로만 매년 20.5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또 계절을 잊게 만드는 냉난방, 불필요한 대기 전력과 쓰레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어마어마하다.
이들의 온실가스 배출 항목을 정리해 보자. 대형 할인점에서 장을 보는 데 4.5톤, 큼직한 엔진이 달린 차로 출퇴근하는 데 12톤, 학교에 아이들을 태워 주는 데 600킬로그램, 강아지 산책을 시키러 공원에 다녀오는 데 3톤, 비행기를 타고 여름휴가를 다녀오는 데 2.5톤, 플러그를 뽑지 않고 대기 전력을 소모하는 데 280킬로그램, 냉방과 난방을 하는 데 13톤, 그 외 이런저런 생활에서 4톤, 이 가족이 한 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무려 39톤이 넘는다!!!
카본 씨가 나름대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절전형 전구를 쓰고, 무턱대고 컴퓨터를 켜 놓는 조지와 헨리에게 잔소리를 퍼부어도 이들이 줄이는 온실가스는 고작 3퍼센트. 과학자들이 주장하는 60퍼센트 감축은 어림없고, 「교토의정서」에서 정한 5.2퍼센트 감축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기 전력이라는 망령
헨리와 조지는 전기로 움직이는 장난감과 컴퓨터들을 쓰지 않을 때도 그냥 켜 두는 버릇이 있다. 이 때문에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각각 160킬로그램과 120킬로그램이나 된다. 조용한 사무실이나 집에 있다면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자. 어디선가 끊임없이 윙윙하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대기 전력이다. 대기 전력은 가전제품의 전원만 끈 채 플러그를 뽑지 않아 소모되는 전력을 말한다. 우리는 그런 빨간 불빛을 텔레비전, 비디오카세트리코더(VCR), 스테레오, 셋톱박스에서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에 그것들이 에너지를 서서히 잡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도 쉽게 잊어버린다.
조용히 윙윙거리며 돌아가는 가전제품은 대기 상태로만 두어도 가정 내 전력의 10퍼센트 이상을 잡아먹는다. 시동을 거는 데만 1분이 걸리는 컴퓨터는 잠시 자리를 비우더라도 끄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모니터라도 꺼두면 컴퓨터의 에너지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절전 모드sleep mode를 이용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80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다. 보통 가정에서 매년 이런 식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만 4분의 3톤은 된다. 이것을 모두 합치면 어떻게 될까?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대기 전력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은 매년 5백만 톤 이상이며, 미국은 3천만 톤 가까이 된다. 전부 그 조그맣고 빨간 불빛 때문이다.
수만 킬로미터를 날아온 딸기
“푸드 마일Food Miles”이란 어떤 식품이 원산지를 떠나 우리의 식탁에까지 오르는 거리를 말한다. 문제는 이 유통 과정에서 비행기나 배, 기차, 트럭 등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고, 또 그만큼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에 사는 저자의 냉장고에서 먹을거리 여섯 가지를 꺼내 보았다. 스페인산 셀러리(2000킬로미터), 프랑스산 브리 치즈(700킬로미터), 온두라스산 멜론(10000킬로미터), 뉴질랜드산 와인(23000킬로미터), 캘리포니아산 딸기(5000킬로미터), 덴마크산 버터(1500킬로미터). 비단 저자뿐 아니라 많은 가정의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도 이와 같을 것이다. 이 음식들이 원산지를 떠나 저자의 냉장고까지 이동한 거리는 모두 4만 킬로미터가 넘는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가급적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나는 먹을거리를 구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대형 할인점보다는 동네 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영국산 골파를 보자. 이 골파는 분명 영국에서 난 것이지만, 멀리 케냐까지 가 사람 손에 한 단씩 묶인 뒤 다시 영국으로 건너온다. 이렇게 해서 총 14,000킬로미터를 이동하여, 20그램짜리 한 단에 온실가스 1킬로그램을 유발한다.
카본 부인은 뒷마당에 텃밭을 일구었다. 한두 해 실패도 했지만, 이제 사과나무도 심고, 당근, 콩, 호박 등 몇몇 채소를 직접 길러 먹고 있다. 또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쓰면서 쓰레기 배출량도 획기적으로 줄이게 되었다. 그리고 가급적 대형 할인점보다는 동네 상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차를 타고 쇼핑을 하는 데 해마다 4.5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2,800톤을 감축하고 12만 파운드를 절약한 <가디언>
직장에서의 권력 서열을 따라 올라갈수록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커진다. 어느덧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지사장으로 승진한 카본 씨는 자전거 출퇴근을 권장하고 회사 소유의 차를 연비가 더 좋은 것으로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재생 가능 전기를 택한다거나 사무실의 분리수거에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식으로 조금씩 회사를 바꾸어 나갔다. 이런 일들을 통해 카본 씨는 직장에서 매년 150톤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을 막았다. 직원 한 사람당 약 1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막은 셈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본부에 있는 카본 씨의 고용주도 기뻐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매년 3만 달러 이상의 전기요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의 신문사 <가디언>은 해마다 영국 탄소재단The Carbon Trust의 환경 감사를 받고 있다. 그 때문에 처음에는 아주 불쾌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무실 공간 1제곱미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매년 418킬로그램이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탄소재단의 제안에 따라 불필요하게 가동되는 전자제품의 플러그를 뽑아 대기 전력을 최소화하고, 종이를 아끼고, 회사 차량을 소형으로 바꾸었고,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1제곱미터당 95킬로그램으로 줄였다. 이는 신문사 전체로 볼 때 거의 80퍼센트 ― 매년 온실가스 2,800톤 수준 ― 의 절감을 뜻한다. 이러한 변화는 동시에 놀라운 경제적 효과까지 불러왔다. 매년 절약하게 된 돈이 12만 파운드나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