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소개
지은이 : 폴 에크먼Paul Ekman
비언어 의사소통 전문가 폴 에크먼은 얼굴의 움직임을 체계적으로 묘사한 ‘최초의 얼굴 지도’를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얼굴의 움직임이 어떤 근육 때문에 생겨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 자신이 피부 속에 직접 바늘을 꽂아 전기 자극을 줘서 표정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1978년에 얼굴 움직임 해독법(FACS: Facial Action Coding System)이 만들어졌고, 현재 얼굴 움직임을 연구하는 전 세계의 수많은 학자들이 이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그는 40년 넘게 주로 표정에 초점을 맞춘 감정을 연구하면서, 세계 각국의 정신과 환자들, 정상인, 성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과민 반응, 둔한 반응, 적절한 반응을 보일 때, 거짓말할 때, 진실을 말할 때 등 다양한 상황을 실험하고 있다.
지금은 샌프란시스코 의과대 심리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판사, 경찰, 변호사, FBI, CIA, 주류·담배·화기 단속국 등 주로 심리와 표정 관련 조언이 필요한 곳에서 자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거짓말하기』를 포함하여 네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옮긴이 : 이민아
이화여대 중문과를 졸업했다. 영어로 된 책과 중국어로 된 책을 읽거나 우리말로 옮기며, 새로운 책을 궁리한다. 옮긴 책으로는 『즉흥연기』 『허울뿐인 세계화』 『해석에 반대한다』 『채링크로스 84번지』 등이 있다.
편집자 추천글
인간의 표정을 통한 인간 읽기 안내서
우리는 보스의 썰렁한 농담에 예의상 웃어줄 수는 있지만 진짜 웃음은 지을 수 없다. 진짜 웃음은 눈을 둘러싼 근육인 눈둘레근과 큰광대근이 함께 수축해 만들어진다. 이때 큰광대근은 의지에 복종하지만 눈둘레근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웃지 않는 표정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어린아이에게서도 나타난다. 10개월 된 아이에게 낯선 사람이 다가가면 아이는 눈 주위 근육을 움직이지 않고 웃는다. 그러나 어머니가 다가가면 눈을 둘러싼 근육이 움직인다. 행복한 부부는 퇴근길에 다시 만나 웃음을 주고받을 때 눈둘레근을 움직이지만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는 이 근육을 쓰지 않는다. 우리의 얼굴에 있는 수십 개의 조그마한 근육들이 적절한 순서로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자연스러운 웃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얼굴의 심리학』(원제: Emotions Revealed)은 이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인간의 표정을 통해 표정 이면의 인간을 들여다보는 ‘특별한’ 인간 읽기 안내서이다. 기쁠 때 짓는 표정, 걱정이 있을 때 나타나는 표정 등 인간의 표정은 나이, 성별, 인종을 떠나서 누구에게나 보편적이다. 책의 저자인 폴 에크먼은 심리학자이면서 40여 년간 표정에 초점을 맞춘 감정을 연구해온 비언어 의사소통 분야의 전문가다. 그는 인간의 얼굴은 2개의 근육만으로 300가지 표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3개 근육으로는 4,000가지, 5개 근육을 서로 달리 조합하면 1만 개 이상의 표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토록 다양한 조합 중에서 특별히 유의미한 표정을 골라내면 3,000개 정도가 된다. 거기 쓰인 근육에 번호를 붙여나가면 바로 얼굴 지도가 된다. 이를 통해 폴 에크먼은 세계 최초로 얼굴 지도를 만들었다.
표정 연구의 대가가 완성한 최초의 얼굴 움직임 해독법(FACS)
비언어 의사소통 전문가 폴 에크먼은 얼굴의 움직임을 체계적으로 묘사한 최초의 얼굴 지도를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세계 각국의 정신과 환자들, 정상인, 성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과민 반응, 둔한 반응, 적절한 반응을 보일 때, 거짓말할 때, 진실을 말할 때 등 다양한 상황을 실험하고 있으며, FBI, CIA, 주류·담배·화기 단속국 등 주로 심리와 표정 관련 조언이 필요한 곳에서 자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각각의 표정을 만들어내는 근육을 알아내기 위해 자신의 얼굴에 바늘을 꽂고 전기 자극을 주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1978년에 ‘얼굴 움직임 해독법Facial Action Coding System(FACS)’이 만들어졌고, 지금은 얼굴 움직임을 연구하는 전 세계 수많은 학자들이 이용하고 있을 만큼 독보적인 시스템으로 인정받고 있다.
에크먼의 얼굴 움직임 해독법은 거짓말 탐지기보다 정확하다. 그가 ‘미세 표정’이라고 이름 붙인 거짓말 폭로 표정은 15분의 1초 이하밖에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면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표정은 숨길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얼마든지 교육을 통해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저자는 FBI나 CIA 등 표정 관련 조언이 필요한 곳에서 자문가로 활동한다.
이 책은 표정이 얼굴 근육의 조합임을 과학적 연구를 통해 밝힌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동양에서 인상이 좋다, 나쁘다로 구분하여 관상학 영역으로 표정 연구가 이루어져 왔던 것과 비교되는 점이기도 하다.
얼굴 움직임 해독법Facial Action Coding System(FACS)
‘얼굴 움직임 해독법’을 에크먼 시스템이라고도 부르는데 만화영화 <슈렉>이나 <토이 스토리>를 만들면서 주인공의 자연스러운 표정을 만들어내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
미국 교통안전국에서는 폴 에크먼의 도움을 받아 승객의 표정이나 행동 등으로 나쁜 의도가 있는지 여부를 파악, 의심스런 승객들에 대해 면밀한 검색을 실시해 테러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활용한다.
슬픔, 괴로움, 분노, 놀라움, 두려움, 역겨움, 업신여김, 기분 좋은 감정 등 여덟 가지 표정으로 인간 내면 읽기
폴 에크먼은 인간이 표정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만 인간이 왜 그토록 다양한 표정을 짓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표정은 언어보다 상대방의 이해나 반응을 신속하게 끌어낸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직접 그 사람의 입을 통해 기분 상태를 듣지 않더라도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저자는 표정은 시간을 절약해주며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는 훌륭한 의사소통 도구로 발전해왔다는 데 주목한다. 우리는 저 멀리 맹수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순간 자신도 모르게 공포 표정을 떠올리게 된다. 이때 공포 표정은 소리를 내지 않고도(맹수의 주의를 끌지 않고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불러온다. 이때 표정은 인간에게 있어 자신뿐만 아니라 집단에게도 유리한 생존 장치인 셈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는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제공하는 최소한의 정보를 표정을 통해 드러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날 표정 연구는 1차적으로 감정 연구에서 시작한다. 표정은 감정의 자연스러운 드러남이라는 점에서 표정과 감정은 한가지로 설명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슬픔, 괴로움, 분노, 놀라움, 두려움, 역겨움, 업신여김, 기분 좋은 감정 등 여덟 가지 감정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보편적인 감정이자 표정이다. 저자는 이들 각각의 감정에 대해서 언제, 왜 이 감정들이 일어나는지 설명하며, 표정을 통해 이 감정들을 읽어내는 법을 소개한다.
이 책에 수록된 사진들은 어떤 감정이 막 시작되었을 때, 혹은 감정을 억눌렀을 때 나타나기 때문에 아주 미미하여 놓치기 쉬운 표정들이다. 부록에 실린 저자의 딸 이브의 다양한 표정은 타인의 감정 읽기 연습용으로, 저자는 책을 읽기 전에 타인의 표정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테스트해 볼 것을 권한다.
인간의 표정은 문화에 따라 다른가 같은가?
표정이 나라나 인종에 상관없이 보편적이라는 사실이 학계의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1901~1978)가 살았던 당시만 해도 표정은 후천적으로 형성되며 습득된다고 믿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서 대부분의 학자들은 표정이 인류 초기에 형성되었으며, 배우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기 때문에 바꿀 수 없다는 진화론적 관점을 지지한다. 그렇다는 뜻으로 고개를 흔들거나 아니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 최고를 뜻하는 손짓 등 상징적인 몸짓은 문화권별로 다르다는 점에서는 미드를 위시하여 대부분의 행동과학자들이 옳았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얼굴 표정에 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다윈은 『사람과 동물의 감정 표현』이라는 책을 통해 최초로 인간의 표정이 보편적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인류학자 버드위스텔(마거릿 미드의 문하생)은 많은 문화권 사람들이 기분이 나쁠 때 미소를 짓는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다윈의 주장을 폐기했다고 썼다. 그 후 폴 에크먼에 이르러서 다윈 이래로 표정 연구는 한층 발전할 수 있었다. 그는 현재 표정 연구의 대가이자 표정의 진화론을 주장한 선구자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그는 영화도 텔레비전도 잡지도 보지 않으며, 외부인들과의 접촉도 거의 없는, 시각적으로 완전히 고립된 포레족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포레족은 그가 가져간 사진을 보여주며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 사람이 이 표정을 짓기 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말해보세요.”라고 묻는 질문에 미국의 대학생과 일치하는 대답을 했던 것이다. 또 표정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면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슬프고 기쁘고 놀라운 표정을 그럴싸하게 지으며 다른 사람과 똑같은 감정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
표정이 인류 보편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사람들은 흥분했다. 그것은 인간의 정신까지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뇌과학처럼 이제 표정 연구를 통해서도 인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표정 연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전 세계에서 표정을 연구하는 학자가 손꼽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수천 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누군가의 얼굴에서 읽어낸 어떤 표정 정보를 적용할 만한 일반적인 지침이 있는 것은 아니다. 표정은 호르몬의 작용이 아니라 근육의 움직임으로 만들어지며 사람마다 자주 쓰는 근육 역시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표정은 자신도 모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상대방의 표정을 못 본 척하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상대방이 자신만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느끼면 불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표정을 다스릴 수 있는가?
왜 나는 무시로 짜증 섞인 표정을 짓는가. 처음 만난 사람에게 늘 두려운 표정을 짓지는 않는가. 이 질문들을 다음과 같이 달리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왜 나는 화가 나는가, 슬픔을 느끼는가, 역겨움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는가. 표정이 감정의 자연스러운 드러남이라는 것에 주목한다면, 감정에 대한 연구를 통해 표정까지 연구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점에 착안해, 먼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들여다본다. 이 책 역시 감정 읽기가 우선인 이유가 여기 있다.
저자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들을 소개하면서, 먼저 이 감정들이 진화의 원동력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화는 다른 사람의 설명을 요구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감정이다. 아내가 갑자기 딸을 데리러 학교에 가지 못하겠으니 남편더러 대신 가달라고 말했다고 해보자. 이때 남편은 자연스럽게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무슨 소리야?”라고 화를 낼 것이다. 이때 화난 감정은 자연스럽게 아내의 설명을 끌어내게 된다.
또 같은 맥락에서 슬픔이나 절망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불러올 수 있다. 심지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끄고 싶어 하는 분노도 도움이 된다. 이 반응은 하고자 하는 일이 방해받았음을 다른 사람과 자기 자신에게 경고한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사회 정의를 위해서 싸우게 만든다. 또 역겨움 역시 몸에 나쁜 음식을 먹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역설적이게도 굶주린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
때로 감정은 말썽을 일으키기도 한다. 사내 연애는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금세 들통이 나고, 순간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해 폭언으로 정신적 상처를 입히는가 하면, 그럴싸하게 돌아설 수 있는 남녀 간의 이별 장면을 눈물로 장식해서 후회하게 만든다.
여기서 해답은 일종의 자각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자신이 감정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많은 시간이 지나기 전에 스스로 깨닫는 능력이다. 저자는 이것을 “자신의 감정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행위”라고 표현한다. 어떤 감정이 일어났을 때 몸 안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함으로써 그 변화를 자각하는 훈련을 통해 감정적이 될 때면 그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감정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두려움이나 화, 역겨움, 슬픔, 괴로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이런 감정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이 책은 이런 감정과 함께 어떻게 더 잘살 것이냐를 고민하게 하며, 타인의 표정에서 감정을 더 잘 읽고 적절하게 반응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권한다.
어떻게 타인의 감정과 우리 자신의 감정을 읽어내고 감정생활을 더 윤택하게 할 수 있을까? 이것은 우리 자신에 대한 비밀의 열쇠를 엿보는 일이기도 하다.
저자소개
지은이 : 폴 에크먼Paul Ekman
그는 40년 넘게 주로 표정에 초점을 맞춘 감정을 연구하면서, 세계 각국의 정신과 환자들, 정상인, 성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과민 반응, 둔한 반응, 적절한 반응을 보일 때, 거짓말할 때, 진실을 말할 때 등 다양한 상황을 실험하고 있다.
지금은 샌프란시스코 의과대 심리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판사, 경찰, 변호사, FBI, CIA, 주류·담배·화기 단속국 등 주로 심리와 표정 관련 조언이 필요한 곳에서 자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거짓말하기』를 포함하여 네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옮긴이 : 이민아
책정보 및 내용요약
우리는 괴로운지, 언짢은지, 노발대발했는지 타인에게 어떻게 신호를 보내는가?
누군가 슬픈 표정을 짓는다면 위로해줘야 하는가, 못 본 척 덮어줘야 하는가?
표정만으로 예의상 웃는 웃음과 진짜 웃음을 구분할 수 있는가?
목차
1 문화를 초월한 감정
2 우리는 언제 감정적이 되는가?
3 감정적인 반응 변화시키기
4 감정에 따라 행동하기
5 슬픔과 괴로움
6 무엇이 나를 분노하게 하는가?
7 놀라움과 두려움
8 역겨움과 업신여김
9 기분 좋은 감정들
결론: 감정과 함께 살아가기
후기
부록: 표정 읽기 테스트
편집자 추천글
우리는 보스의 썰렁한 농담에 예의상 웃어줄 수는 있지만 진짜 웃음은 지을 수 없다. 진짜 웃음은 눈을 둘러싼 근육인 눈둘레근과 큰광대근이 함께 수축해 만들어진다. 이때 큰광대근은 의지에 복종하지만 눈둘레근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웃지 않는 표정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어린아이에게서도 나타난다. 10개월 된 아이에게 낯선 사람이 다가가면 아이는 눈 주위 근육을 움직이지 않고 웃는다. 그러나 어머니가 다가가면 눈을 둘러싼 근육이 움직인다. 행복한 부부는 퇴근길에 다시 만나 웃음을 주고받을 때 눈둘레근을 움직이지만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는 이 근육을 쓰지 않는다. 우리의 얼굴에 있는 수십 개의 조그마한 근육들이 적절한 순서로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자연스러운 웃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얼굴의 심리학』(원제: Emotions Revealed)은 이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인간의 표정을 통해 표정 이면의 인간을 들여다보는 ‘특별한’ 인간 읽기 안내서이다. 기쁠 때 짓는 표정, 걱정이 있을 때 나타나는 표정 등 인간의 표정은 나이, 성별, 인종을 떠나서 누구에게나 보편적이다. 책의 저자인 폴 에크먼은 심리학자이면서 40여 년간 표정에 초점을 맞춘 감정을 연구해온 비언어 의사소통 분야의 전문가다. 그는 인간의 얼굴은 2개의 근육만으로 300가지 표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3개 근육으로는 4,000가지, 5개 근육을 서로 달리 조합하면 1만 개 이상의 표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토록 다양한 조합 중에서 특별히 유의미한 표정을 골라내면 3,000개 정도가 된다. 거기 쓰인 근육에 번호를 붙여나가면 바로 얼굴 지도가 된다. 이를 통해 폴 에크먼은 세계 최초로 얼굴 지도를 만들었다.
표정 연구의 대가가 완성한 최초의 얼굴 움직임 해독법(FACS)
비언어 의사소통 전문가 폴 에크먼은 얼굴의 움직임을 체계적으로 묘사한 최초의 얼굴 지도를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세계 각국의 정신과 환자들, 정상인, 성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과민 반응, 둔한 반응, 적절한 반응을 보일 때, 거짓말할 때, 진실을 말할 때 등 다양한 상황을 실험하고 있으며, FBI, CIA, 주류·담배·화기 단속국 등 주로 심리와 표정 관련 조언이 필요한 곳에서 자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각각의 표정을 만들어내는 근육을 알아내기 위해 자신의 얼굴에 바늘을 꽂고 전기 자극을 주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1978년에 ‘얼굴 움직임 해독법Facial Action Coding System(FACS)’이 만들어졌고, 지금은 얼굴 움직임을 연구하는 전 세계 수많은 학자들이 이용하고 있을 만큼 독보적인 시스템으로 인정받고 있다.
에크먼의 얼굴 움직임 해독법은 거짓말 탐지기보다 정확하다. 그가 ‘미세 표정’이라고 이름 붙인 거짓말 폭로 표정은 15분의 1초 이하밖에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면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표정은 숨길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얼마든지 교육을 통해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저자는 FBI나 CIA 등 표정 관련 조언이 필요한 곳에서 자문가로 활동한다.
이 책은 표정이 얼굴 근육의 조합임을 과학적 연구를 통해 밝힌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동양에서 인상이 좋다, 나쁘다로 구분하여 관상학 영역으로 표정 연구가 이루어져 왔던 것과 비교되는 점이기도 하다.
얼굴 움직임 해독법Facial Action Coding System(FACS)
‘얼굴 움직임 해독법’을 에크먼 시스템이라고도 부르는데 만화영화 <슈렉>이나 <토이 스토리>를 만들면서 주인공의 자연스러운 표정을 만들어내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
미국 교통안전국에서는 폴 에크먼의 도움을 받아 승객의 표정이나 행동 등으로 나쁜 의도가 있는지 여부를 파악, 의심스런 승객들에 대해 면밀한 검색을 실시해 테러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활용한다.
슬픔, 괴로움, 분노, 놀라움, 두려움, 역겨움, 업신여김, 기분 좋은 감정 등 여덟 가지 표정으로 인간 내면 읽기
폴 에크먼은 인간이 표정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만 인간이 왜 그토록 다양한 표정을 짓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표정은 언어보다 상대방의 이해나 반응을 신속하게 끌어낸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직접 그 사람의 입을 통해 기분 상태를 듣지 않더라도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저자는 표정은 시간을 절약해주며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는 훌륭한 의사소통 도구로 발전해왔다는 데 주목한다. 우리는 저 멀리 맹수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순간 자신도 모르게 공포 표정을 떠올리게 된다. 이때 공포 표정은 소리를 내지 않고도(맹수의 주의를 끌지 않고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불러온다. 이때 표정은 인간에게 있어 자신뿐만 아니라 집단에게도 유리한 생존 장치인 셈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는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제공하는 최소한의 정보를 표정을 통해 드러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날 표정 연구는 1차적으로 감정 연구에서 시작한다. 표정은 감정의 자연스러운 드러남이라는 점에서 표정과 감정은 한가지로 설명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슬픔, 괴로움, 분노, 놀라움, 두려움, 역겨움, 업신여김, 기분 좋은 감정 등 여덟 가지 감정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보편적인 감정이자 표정이다. 저자는 이들 각각의 감정에 대해서 언제, 왜 이 감정들이 일어나는지 설명하며, 표정을 통해 이 감정들을 읽어내는 법을 소개한다.
이 책에 수록된 사진들은 어떤 감정이 막 시작되었을 때, 혹은 감정을 억눌렀을 때 나타나기 때문에 아주 미미하여 놓치기 쉬운 표정들이다. 부록에 실린 저자의 딸 이브의 다양한 표정은 타인의 감정 읽기 연습용으로, 저자는 책을 읽기 전에 타인의 표정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테스트해 볼 것을 권한다.
인간의 표정은 문화에 따라 다른가 같은가?
표정이 나라나 인종에 상관없이 보편적이라는 사실이 학계의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1901~1978)가 살았던 당시만 해도 표정은 후천적으로 형성되며 습득된다고 믿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서 대부분의 학자들은 표정이 인류 초기에 형성되었으며, 배우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기 때문에 바꿀 수 없다는 진화론적 관점을 지지한다. 그렇다는 뜻으로 고개를 흔들거나 아니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 최고를 뜻하는 손짓 등 상징적인 몸짓은 문화권별로 다르다는 점에서는 미드를 위시하여 대부분의 행동과학자들이 옳았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얼굴 표정에 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다윈은 『사람과 동물의 감정 표현』이라는 책을 통해 최초로 인간의 표정이 보편적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인류학자 버드위스텔(마거릿 미드의 문하생)은 많은 문화권 사람들이 기분이 나쁠 때 미소를 짓는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다윈의 주장을 폐기했다고 썼다. 그 후 폴 에크먼에 이르러서 다윈 이래로 표정 연구는 한층 발전할 수 있었다. 그는 현재 표정 연구의 대가이자 표정의 진화론을 주장한 선구자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그는 영화도 텔레비전도 잡지도 보지 않으며, 외부인들과의 접촉도 거의 없는, 시각적으로 완전히 고립된 포레족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포레족은 그가 가져간 사진을 보여주며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 사람이 이 표정을 짓기 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말해보세요.”라고 묻는 질문에 미국의 대학생과 일치하는 대답을 했던 것이다. 또 표정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면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슬프고 기쁘고 놀라운 표정을 그럴싸하게 지으며 다른 사람과 똑같은 감정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
표정이 인류 보편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사람들은 흥분했다. 그것은 인간의 정신까지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뇌과학처럼 이제 표정 연구를 통해서도 인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표정 연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전 세계에서 표정을 연구하는 학자가 손꼽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수천 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누군가의 얼굴에서 읽어낸 어떤 표정 정보를 적용할 만한 일반적인 지침이 있는 것은 아니다. 표정은 호르몬의 작용이 아니라 근육의 움직임으로 만들어지며 사람마다 자주 쓰는 근육 역시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표정은 자신도 모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상대방의 표정을 못 본 척하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상대방이 자신만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느끼면 불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표정을 다스릴 수 있는가?
왜 나는 무시로 짜증 섞인 표정을 짓는가. 처음 만난 사람에게 늘 두려운 표정을 짓지는 않는가. 이 질문들을 다음과 같이 달리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왜 나는 화가 나는가, 슬픔을 느끼는가, 역겨움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는가. 표정이 감정의 자연스러운 드러남이라는 것에 주목한다면, 감정에 대한 연구를 통해 표정까지 연구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점에 착안해, 먼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들여다본다. 이 책 역시 감정 읽기가 우선인 이유가 여기 있다.
저자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들을 소개하면서, 먼저 이 감정들이 진화의 원동력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화는 다른 사람의 설명을 요구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감정이다. 아내가 갑자기 딸을 데리러 학교에 가지 못하겠으니 남편더러 대신 가달라고 말했다고 해보자. 이때 남편은 자연스럽게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무슨 소리야?”라고 화를 낼 것이다. 이때 화난 감정은 자연스럽게 아내의 설명을 끌어내게 된다.
또 같은 맥락에서 슬픔이나 절망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불러올 수 있다. 심지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끄고 싶어 하는 분노도 도움이 된다. 이 반응은 하고자 하는 일이 방해받았음을 다른 사람과 자기 자신에게 경고한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사회 정의를 위해서 싸우게 만든다. 또 역겨움 역시 몸에 나쁜 음식을 먹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역설적이게도 굶주린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
때로 감정은 말썽을 일으키기도 한다. 사내 연애는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금세 들통이 나고, 순간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해 폭언으로 정신적 상처를 입히는가 하면, 그럴싸하게 돌아설 수 있는 남녀 간의 이별 장면을 눈물로 장식해서 후회하게 만든다.
여기서 해답은 일종의 자각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자신이 감정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많은 시간이 지나기 전에 스스로 깨닫는 능력이다. 저자는 이것을 “자신의 감정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행위”라고 표현한다. 어떤 감정이 일어났을 때 몸 안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함으로써 그 변화를 자각하는 훈련을 통해 감정적이 될 때면 그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감정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두려움이나 화, 역겨움, 슬픔, 괴로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이런 감정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이 책은 이런 감정과 함께 어떻게 더 잘살 것이냐를 고민하게 하며, 타인의 표정에서 감정을 더 잘 읽고 적절하게 반응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권한다.
어떻게 타인의 감정과 우리 자신의 감정을 읽어내고 감정생활을 더 윤택하게 할 수 있을까? 이것은 우리 자신에 대한 비밀의 열쇠를 엿보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