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정보 및 내용요약
낚싯대로 건져 올린 인간, 진화
그리고 심리학 이야기
인간 진화 목록에는 ‘낚시하는 인간’이라는 이름은 들어 있지 않다. 그러나 ‘낚시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때 인간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하는 못 말리는 낚시꾼이 있다. 자신은 스스로 ‘미친 낚시꾼’이라고 말한다. 그는 물고기에게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배운다. 책의 서문 역시 배고픈 독자에게 던지는 첫 캐스팅이다. 그럴듯한 미끼에 물고기가 유혹 당하듯 훌륭한 서문은 독자의 코를 꿸 것이기 때문이다. 1년에 80일을 낚시를 하면서 주변에 낚시하기에 좋은 호수가 50군데나 된다는 이유로 시골에 산다. 이 훌륭한 낚시꾼에게는 낚시와 물고기로 통하지 않는 비유가 없다.
바로 『다윈은 어떻게 프로이트에게 낚시를 가르쳤는가?』(원제: Darwin's Bass, 부제는 ‘낚시꾼의 진화심리학The Evolutionary of Fishing Man’이다)의 저자 폴 퀸네트가 그 주인공이다. 퀸네트는 2004년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바다출판사)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 그는 뛰어난 에세이 작가가 갖추어야 할 조건인 유머와 통찰력을 겸비했다. 이 둘을 기막히게 잘 조화시켜 독자들을 책의 마지막 페이지인 그물까지 끌고 가는 능력 역시 탁월하다.
그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말은 ‘50여 년간의 낚시 경험을 가진 베테랑 낚시꾼’이다. 이런 배경 안에서 임상심리학자, 자살방지연구소장으로서의 경험을 자연스레 녹여내 에세이를 쓴다. 자살, 성, 사랑, 가정불화, 이혼, 공포증, 죽음 등 현대인을 괴롭히는 다양한 문제들은 그의 낚싯대에 걸려드는 단골 메뉴다.
앞서 출간된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에서 낚시터에서 깨달은 유쾌한 인생독본을 들려주었던 그가 이번에는 물에서 뭍으로 진화를 거쳐 ‘낚시하는 인간’으로 진화해온 인류와 낚시꾼의 경험담에 대해 전해준다.
생명은 우연히 시작되었을까, 우리는 어떻게 낚시꾼이 되었을까, 낚시꾼이 낚시터에서 느끼는 기쁨과 해방감, 기대감, 그리고 희망의 실체는 무엇일까. 왜 그토록 다양한 물고기와 낚시도구들이 있을까. 낚시꾼들은 왜 물고기를 보면 가슴이 뛸까.
이런 의문들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인간과 낚시, 그리고 자연계에서 우리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 사이의 연관관계에 대해 통찰한다. 그리하여 이 책을 덮을 때쯤 우리 자신이 “살아남은 위대한 물고기”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도록 한다. 저자는 이런 깨달음 뒤에야 비로소 우리가 자연과 더불어 여행을 떠날 자격을 갖추게 된다고 말한다.
편집자 추천글
낚시꾼이 들려주는 진화 이야기
“우리 모두는 살아남은 위대한 물고기다”
퀸네트에 의하면 우리 모두는 살아남은 위대한 다윈의 배스이다. 그가 말하는 다윈의 배스란 무얼까.
그가 어느 날 낚시터에 앉아 물고기를 낚고 있을 때 배스에게 쫓긴 물고기 몇 마리가 뭍으로 올라왔다. 몇몇 숨을 참지 못한 물고기들이 곧바로 물로 돌아가 배스의 먹잇감이 되었지만 소수의 물고기들은 조금 더 버텼다. 그렇게 조금 더 오래 견딘 물고기들은 후손을 남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점점 더 포식자들을 따돌리는 데 능숙하도록 진화할 것이다. 뭍 위를 걷는 메기들과 작은 흰 쥐들, 인간이 뭍에 오르게 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것이 바로 폴 퀸네트식 진화론이다. 그의 주장이 굳이 과학적이지 않다고 탓할 필요는 없다. 그는 과학과 비과학, 물고기와 인간의 경계를 무색하게 한다. 폴 퀸네트의 세계관에서는 인간이 생명체의 꼭대기에 있다는 오만함은 설 자리가 없다. 왜냐하면 인간을 포함해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 자기 나름의 재주를 가지고 여행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은 약삭빠르기에서, 어떤 것은 힘에서, 어떤 것은 속임수 쓰기에서 다른 것보다 뛰어나며, 어떤 것은 같은 종족을 잡아먹거나 같은 종족에 잡아먹히고, 위대한 종족번식 체계를 통해서 그 손실을 벌충해나간다. 녹조류는 10억 년 동안 지속되어왔으니 ‘수명 적합성’ 상을 받아야 마땅하며, 송어들의 은신처인 돌멩이 역시 형태가 변하지 않으니 ‘적응 적합성’ 상을 받을 만하다. 수백만 종들이 이 위대한 생명의 여행에 올랐다가 사라져버렸으니 아직까지 남아 있는 종은 대단히 운이 좋은 셈이다. 공룡이 지배하던 당시 포유류는 공룡의 후식용으로나 적당했을 것이다. 다행히 6,500만 년 전 공룡을 멸종시켰던 거대한 소행성 덕분에 우리는 번식하고 더 큰 몸집과 더 현명한 두뇌를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살아남은 우리 낚시꾼들은 이 생명의 커다란 그물망 안에 있는 생명체들은 모두 똑같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우리가 배스 낚시에 쓰려고 지렁이를 잡지만, 내일은 지렁이가 우리를 잡을지 누가 알겠는가.
이 낚시꾼의 진화 이론, 생물학 이론, 적응 이론은 이렇게 자연계뿐만 아니라 인간의 위치를 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유머와 진취적인 철학으로 우리의 코를 꿴다. 베테랑 낚시꾼 저자의 열정과 생물학․심리학․인간의 진화에 관한 종합적인 지식이 씨줄과 날줄로 얼키설키 엮여 있다. 이 두 줄이 짜놓은 촘촘한 그물망 위에서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펄떡인다. 행간에서 느껴지는 묘한 깨달음과 유머러스함은 때로는 수면에서 반짝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깊은 심해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낚시꾼의 심리학
물고기에게 배우는 유쾌한 심리학
낚시꾼이 인생을 두 번 산다면 몰라도 한 번의 인생으로는 결코 자신이 원하는 모든 종류의 송어 낚싯대를 손에 쥐어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그토록 다양한 낚시도구들을 만들었을까. 낚싯줄을 던질 때 우리 뇌는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되어 신경과 화학물질, 근육 하나하나에 대해서 정확히 똑같은 순간에 꼭 필요한 일을 정확하게 하도록 명령한다. 1,000분의 1초만 느리거나 빨라도 공들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 물고기도, 짐승도, 훈제 청어도 아닌 ‘호모 사피엔스’가 미늘 있는 낚싯바늘과 흑연 낚싯대와 같은 재치 있는 물건들을 발명해내게 된 데는 어떤 필연이 있을까. 돌멩이를 던지던 단순한 기술이 달을 향해 로켓을 발사하는 행위로 발전해오는 동안 인간의 뇌는 비약적으로 발달한 것이 아닐까. 정확한 캐스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엄지손가락은 진화의 자연스러운 소산물이 아닐까.
이렇게 낚시와 관련된 재미있고도 매혹적인 에세이를 모아놓은 이 책에서 저자는 이 모든 질문에 대해 “우리 인간이 원했던 것은 한결같이 바로 어제의 것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낚싯대였다.”고 말한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산티아고 노인에서부터 지렁이에게 침을 뱉으면 죽는다는 말을 들은 후로 살아 있는 지렁이에게 침을 뱉지 않았다는 세계 역사에 손꼽히는 다윈, 남성 여성을 통틀어 스포츠 낚시를 한 역사상 최초의 인물인 일본의 진구 황후, 물고기가 없었으면 우리는 어쩌면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유명한 낚시꾼 폴 퀸네트에 이르기까지 우리 ‘낚시하는 인간’은 조금 더 간편하면서도 조금 더 튼튼한 낚싯대를 갖기 위해 진화해왔던 것은 아닐까.
저자는 이렇게 낚시도구를 발명해온 인류의 역사와 진화의 역사를 동일시한다. 인간은 지능의 대부분을 낚싯대를 만드는 데 쓴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이런 ‘낚시 적합’ 상을 받기에 충분한 우리들은 한층 더 발전했다. 자세히 보면 낚싯대와 낚싯줄, 낚싯바늘 역시 인간의 길고 바싹 야윈 팔, 구부러진 손가락, 날카로운 손톱에 다름 아니다. 만일 우리가 더 좋은 낚시도구를 만들 때 쏟아 붓는 것과 똑같은 지혜와 열정으로 다른 모든 문제들을 다룰 수만 있다면, 인류의 미래는 훨씬 더 밝아질지도 모른다.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 저자의 이런 유쾌한 비유는 낚시에 중독된 사람은 물론 낚시에 중독되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코를 꿴다. 어쩌면 우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물고기와 공통점이 많을 것이다.
낚싯대로 건져 올린 인생 이야기
“날마다 낚시하라. 그리고 영원히 살아라.”
야생의 물고기가 자신의 선조들이 진화하던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댐에 갇혀 새로운 적과 싸우고 있듯이 우리 인간들도 선조들이 진화하던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사무실에 갇혀 있는 신세다. 물고기도, 인간도 이 놀라운 신세계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는가.
30년 넘게 환자들을 치료했고, 동시에 자살 방지 전문가인 퀸네트는 오래 살고 싶으면 희망도 버리지 말고 낚시도 중단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우리를 보다 나은 인생으로 인도하는 안내서인 이 책에는 이렇게 더 오래, 더 행복하게,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퀸네트식 의학적인 충고가 가득 실려 있다.
퀸네트는 인생을 살다 보면 하루하루 늙어가지만, 어떻게 늙느냐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것은 마지막이 가까워졌을 때, 죽음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씨익 웃으면서 “예끼 이놈, 나는 낚시를 열심히 한 사람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이것은 전 권(『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에서 자신의 장례식장에 “나 때문에 슬퍼하지 마시오, 신나게 낚시했으니!”라고 써 붙이겠다고 했던 말과 일맥상통한다. 퀸네트는 죽음, 늙음, 이혼, 뱀에 이르는 갖가지 공포가 현대인을 괴롭히지만 벗어나려는 노력보다는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삶과 죽음에 대한 낙관적인 자세가 된다는 사실도 일깨워준다.
이 책에는 결혼식 날 근심에 빠져 있는 한 남자 이야기가 소개돼 있다. 그는 결혼식장 계단에서 자신을 기다려야 할 신부가 방수장화를 신고 플라이를 던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신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남자에게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해치(곤충이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변화는 과정. 물고기의 입질이 잦아 낚시하기에 좋은 시기다) 후에 하자고, 해치 후에!” 부부상담 전문가인 퀸네트는 행복한 부부관계에는 최상의 원칙이 있다고 귀띔한다. 그것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또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것은 낚시일 수 있고, 아니면 연극이거나 그림, 골동품 수집, 독서일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낚시애호가들에게는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눈뜨게 하는 한편, 사랑하는 이를 낚시에 빼앗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랑하는 이를 물가로 내보내야겠다는 생각이 용솟음치게 만드는 지혜가 가득하다.
낚시꾼들은 누구나 낚시하는 하루는 결코 자신의 인생에서 사라지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날마다 낚시하라. 그리고 영원히 살아라.”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이다.
저자소개
지은이 : 폴 퀸네트
국내에는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와 『다윈은 어떻게 프로이트에게 낚시를 가르쳤는가?』 두 권이 소개되었고 『파블로프의 송어』가 바다출판사에서 후속작으로 번역 중이다.
그는 1970년 워싱턴 주립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35년간 임상진료에 전력하다가 최근에 은퇴했다. 그의 전문 분야는 부부상담, 스트레스 관리이며, 노스웨스트 벽지의 경찰서 자문역도 맡고 있다. 그는 플라이 낚시에 대한 상담료는 받지 않는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그리고 심리학 이야기
인간 진화 목록에는 ‘낚시하는 인간’이라는 이름은 들어 있지 않다. 그러나 ‘낚시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때 인간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하는 못 말리는 낚시꾼이 있다. 자신은 스스로 ‘미친 낚시꾼’이라고 말한다. 그는 물고기에게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배운다. 책의 서문 역시 배고픈 독자에게 던지는 첫 캐스팅이다. 그럴듯한 미끼에 물고기가 유혹 당하듯 훌륭한 서문은 독자의 코를 꿸 것이기 때문이다. 1년에 80일을 낚시를 하면서 주변에 낚시하기에 좋은 호수가 50군데나 된다는 이유로 시골에 산다. 이 훌륭한 낚시꾼에게는 낚시와 물고기로 통하지 않는 비유가 없다.
바로 『다윈은 어떻게 프로이트에게 낚시를 가르쳤는가?』(원제: Darwin's Bass, 부제는 ‘낚시꾼의 진화심리학The Evolutionary of Fishing Man’이다)의 저자 폴 퀸네트가 그 주인공이다. 퀸네트는 2004년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바다출판사)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 그는 뛰어난 에세이 작가가 갖추어야 할 조건인 유머와 통찰력을 겸비했다. 이 둘을 기막히게 잘 조화시켜 독자들을 책의 마지막 페이지인 그물까지 끌고 가는 능력 역시 탁월하다.
그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말은 ‘50여 년간의 낚시 경험을 가진 베테랑 낚시꾼’이다. 이런 배경 안에서 임상심리학자, 자살방지연구소장으로서의 경험을 자연스레 녹여내 에세이를 쓴다. 자살, 성, 사랑, 가정불화, 이혼, 공포증, 죽음 등 현대인을 괴롭히는 다양한 문제들은 그의 낚싯대에 걸려드는 단골 메뉴다.
앞서 출간된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에서 낚시터에서 깨달은 유쾌한 인생독본을 들려주었던 그가 이번에는 물에서 뭍으로 진화를 거쳐 ‘낚시하는 인간’으로 진화해온 인류와 낚시꾼의 경험담에 대해 전해준다.
생명은 우연히 시작되었을까, 우리는 어떻게 낚시꾼이 되었을까, 낚시꾼이 낚시터에서 느끼는 기쁨과 해방감, 기대감, 그리고 희망의 실체는 무엇일까. 왜 그토록 다양한 물고기와 낚시도구들이 있을까. 낚시꾼들은 왜 물고기를 보면 가슴이 뛸까.
이런 의문들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인간과 낚시, 그리고 자연계에서 우리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 사이의 연관관계에 대해 통찰한다. 그리하여 이 책을 덮을 때쯤 우리 자신이 “살아남은 위대한 물고기”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도록 한다. 저자는 이런 깨달음 뒤에야 비로소 우리가 자연과 더불어 여행을 떠날 자격을 갖추게 된다고 말한다.
편집자 추천글
“우리 모두는 살아남은 위대한 물고기다”
퀸네트에 의하면 우리 모두는 살아남은 위대한 다윈의 배스이다. 그가 말하는 다윈의 배스란 무얼까.
그가 어느 날 낚시터에 앉아 물고기를 낚고 있을 때 배스에게 쫓긴 물고기 몇 마리가 뭍으로 올라왔다. 몇몇 숨을 참지 못한 물고기들이 곧바로 물로 돌아가 배스의 먹잇감이 되었지만 소수의 물고기들은 조금 더 버텼다. 그렇게 조금 더 오래 견딘 물고기들은 후손을 남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점점 더 포식자들을 따돌리는 데 능숙하도록 진화할 것이다. 뭍 위를 걷는 메기들과 작은 흰 쥐들, 인간이 뭍에 오르게 된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것이 바로 폴 퀸네트식 진화론이다. 그의 주장이 굳이 과학적이지 않다고 탓할 필요는 없다. 그는 과학과 비과학, 물고기와 인간의 경계를 무색하게 한다. 폴 퀸네트의 세계관에서는 인간이 생명체의 꼭대기에 있다는 오만함은 설 자리가 없다. 왜냐하면 인간을 포함해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 자기 나름의 재주를 가지고 여행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은 약삭빠르기에서, 어떤 것은 힘에서, 어떤 것은 속임수 쓰기에서 다른 것보다 뛰어나며, 어떤 것은 같은 종족을 잡아먹거나 같은 종족에 잡아먹히고, 위대한 종족번식 체계를 통해서 그 손실을 벌충해나간다. 녹조류는 10억 년 동안 지속되어왔으니 ‘수명 적합성’ 상을 받아야 마땅하며, 송어들의 은신처인 돌멩이 역시 형태가 변하지 않으니 ‘적응 적합성’ 상을 받을 만하다. 수백만 종들이 이 위대한 생명의 여행에 올랐다가 사라져버렸으니 아직까지 남아 있는 종은 대단히 운이 좋은 셈이다. 공룡이 지배하던 당시 포유류는 공룡의 후식용으로나 적당했을 것이다. 다행히 6,500만 년 전 공룡을 멸종시켰던 거대한 소행성 덕분에 우리는 번식하고 더 큰 몸집과 더 현명한 두뇌를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살아남은 우리 낚시꾼들은 이 생명의 커다란 그물망 안에 있는 생명체들은 모두 똑같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우리가 배스 낚시에 쓰려고 지렁이를 잡지만, 내일은 지렁이가 우리를 잡을지 누가 알겠는가.
이 낚시꾼의 진화 이론, 생물학 이론, 적응 이론은 이렇게 자연계뿐만 아니라 인간의 위치를 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유머와 진취적인 철학으로 우리의 코를 꿴다. 베테랑 낚시꾼 저자의 열정과 생물학․심리학․인간의 진화에 관한 종합적인 지식이 씨줄과 날줄로 얼키설키 엮여 있다. 이 두 줄이 짜놓은 촘촘한 그물망 위에서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펄떡인다. 행간에서 느껴지는 묘한 깨달음과 유머러스함은 때로는 수면에서 반짝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깊은 심해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낚시꾼의 심리학
물고기에게 배우는 유쾌한 심리학
낚시꾼이 인생을 두 번 산다면 몰라도 한 번의 인생으로는 결코 자신이 원하는 모든 종류의 송어 낚싯대를 손에 쥐어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그토록 다양한 낚시도구들을 만들었을까. 낚싯줄을 던질 때 우리 뇌는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되어 신경과 화학물질, 근육 하나하나에 대해서 정확히 똑같은 순간에 꼭 필요한 일을 정확하게 하도록 명령한다. 1,000분의 1초만 느리거나 빨라도 공들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 물고기도, 짐승도, 훈제 청어도 아닌 ‘호모 사피엔스’가 미늘 있는 낚싯바늘과 흑연 낚싯대와 같은 재치 있는 물건들을 발명해내게 된 데는 어떤 필연이 있을까. 돌멩이를 던지던 단순한 기술이 달을 향해 로켓을 발사하는 행위로 발전해오는 동안 인간의 뇌는 비약적으로 발달한 것이 아닐까. 정확한 캐스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엄지손가락은 진화의 자연스러운 소산물이 아닐까.
이렇게 낚시와 관련된 재미있고도 매혹적인 에세이를 모아놓은 이 책에서 저자는 이 모든 질문에 대해 “우리 인간이 원했던 것은 한결같이 바로 어제의 것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낚싯대였다.”고 말한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산티아고 노인에서부터 지렁이에게 침을 뱉으면 죽는다는 말을 들은 후로 살아 있는 지렁이에게 침을 뱉지 않았다는 세계 역사에 손꼽히는 다윈, 남성 여성을 통틀어 스포츠 낚시를 한 역사상 최초의 인물인 일본의 진구 황후, 물고기가 없었으면 우리는 어쩌면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유명한 낚시꾼 폴 퀸네트에 이르기까지 우리 ‘낚시하는 인간’은 조금 더 간편하면서도 조금 더 튼튼한 낚싯대를 갖기 위해 진화해왔던 것은 아닐까.
저자는 이렇게 낚시도구를 발명해온 인류의 역사와 진화의 역사를 동일시한다. 인간은 지능의 대부분을 낚싯대를 만드는 데 쓴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이런 ‘낚시 적합’ 상을 받기에 충분한 우리들은 한층 더 발전했다. 자세히 보면 낚싯대와 낚싯줄, 낚싯바늘 역시 인간의 길고 바싹 야윈 팔, 구부러진 손가락, 날카로운 손톱에 다름 아니다. 만일 우리가 더 좋은 낚시도구를 만들 때 쏟아 붓는 것과 똑같은 지혜와 열정으로 다른 모든 문제들을 다룰 수만 있다면, 인류의 미래는 훨씬 더 밝아질지도 모른다.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 저자의 이런 유쾌한 비유는 낚시에 중독된 사람은 물론 낚시에 중독되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코를 꿴다. 어쩌면 우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물고기와 공통점이 많을 것이다.
낚싯대로 건져 올린 인생 이야기
“날마다 낚시하라. 그리고 영원히 살아라.”
야생의 물고기가 자신의 선조들이 진화하던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댐에 갇혀 새로운 적과 싸우고 있듯이 우리 인간들도 선조들이 진화하던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사무실에 갇혀 있는 신세다. 물고기도, 인간도 이 놀라운 신세계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는가.
30년 넘게 환자들을 치료했고, 동시에 자살 방지 전문가인 퀸네트는 오래 살고 싶으면 희망도 버리지 말고 낚시도 중단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우리를 보다 나은 인생으로 인도하는 안내서인 이 책에는 이렇게 더 오래, 더 행복하게,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퀸네트식 의학적인 충고가 가득 실려 있다.
퀸네트는 인생을 살다 보면 하루하루 늙어가지만, 어떻게 늙느냐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것은 마지막이 가까워졌을 때, 죽음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씨익 웃으면서 “예끼 이놈, 나는 낚시를 열심히 한 사람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이것은 전 권(『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에서 자신의 장례식장에 “나 때문에 슬퍼하지 마시오, 신나게 낚시했으니!”라고 써 붙이겠다고 했던 말과 일맥상통한다. 퀸네트는 죽음, 늙음, 이혼, 뱀에 이르는 갖가지 공포가 현대인을 괴롭히지만 벗어나려는 노력보다는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삶과 죽음에 대한 낙관적인 자세가 된다는 사실도 일깨워준다.
이 책에는 결혼식 날 근심에 빠져 있는 한 남자 이야기가 소개돼 있다. 그는 결혼식장 계단에서 자신을 기다려야 할 신부가 방수장화를 신고 플라이를 던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신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남자에게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해치(곤충이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변화는 과정. 물고기의 입질이 잦아 낚시하기에 좋은 시기다) 후에 하자고, 해치 후에!” 부부상담 전문가인 퀸네트는 행복한 부부관계에는 최상의 원칙이 있다고 귀띔한다. 그것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또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것은 낚시일 수 있고, 아니면 연극이거나 그림, 골동품 수집, 독서일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낚시애호가들에게는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눈뜨게 하는 한편, 사랑하는 이를 낚시에 빼앗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랑하는 이를 물가로 내보내야겠다는 생각이 용솟음치게 만드는 지혜가 가득하다.
낚시꾼들은 누구나 낚시하는 하루는 결코 자신의 인생에서 사라지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날마다 낚시하라. 그리고 영원히 살아라.”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