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인형, 그 오랜 교감의 순간을 찾아서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또 하나의 ‘몸’ 인형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외곽의 한 곳에는 세계인형박물관이 있다. ‘인형의 첫 시작은 무엇이었을까?’라는 궁금증을 시작으로 김진경 세계인형박물관 부관장은 인형의 시작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인형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서를 품고 있다. 《인형의 시간들》은 《갖고 싶은 세계의 인형》(바다출판사, 2013년)과 시리즈인 도서로 인형에 담긴 인류의 역사, 문화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문화예술 안내서이다.
인형의 첫 시작으로 여겨지는 구석기 시대 비너스부터 사후세계에 대한 신념을 담은 다양한 이집트 인형들, 인형이 장난감으로 발전하는 그리스 · 로마 시대를 거쳐 현대의 인형들이 어떻게 우리 곁으로 오게 되었는지를 이 책은 차근차근 안내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서양 인형들뿐만 아니라 동양의 역사를 품은 그림자 인형과 인형을 ‘부적’이나 ‘기원’의 도구로 쓰는 아프리카, 아메리카 부족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인형들을 통해 그 나라의 정서를 만나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형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인류가 생활을 시작한 이래 인형이 있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에 있는 재료라면 무엇이든 인형으로 만들었다. 인형을 만든 소재들을 살펴보면 ‘이렇게까지 인형을 만들었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인형을 향한 인류의 오랜 갈구에서는 어떤 절박감마저 느껴진다. 소꿉놀이 기구나 장난감과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인형’에게는 있다. 바로 우리,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인형은 또 다른 인간세계
인형을 보면 그 나라의 시대상이 보인다!
예술은 작품을 통해 그 시대의 상황을 고스란히 담는다. 인류의 아픈 역사를 담기도 하고, 세월의 흐름과 변화를 담기도 한다. 인형도 그러하다.
탑시 터비 인형(Topsy Turvy doll)은 하나의 몸에 두 개의 인형이 붙어 있는 형태로 한 인형의 치마를 뒤집었을 때 완전히 다른 인형이 된다. 1825년 톰의 파란 많은 삶을 다룬 《톰 아저씨의 오두막》의 인기와 함께 등장한 이 인형은 소설 속 주인공 탑시와 에바의 우정을 상징했다. 하지만, 흑인 노예의 현실을 고발하는 작품이 발표되고 이를 도화선으로 발발한 미국 남북전쟁 이후 다른 상징이 된다. 인종의 구분을 뚜렷이 드러내는 인형이었기 때문이다. 탑시 터비 인형은 의도치 않게 흑인 차별을 떠올리게 했고 그렇게 이 인형은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갔다. 하지만 1920년대에 탑시 터비 인형이 부활하게 되는데, 인기 있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상반된 캐릭터들을 적용하여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었다. 선과 악이 분명한 디즈니 캐릭터들이 탑시 터비 인형의 조합으로 즐겨 활용되며 지금도 다양한 애니메이션과 영화 속 주인공들을 소재로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인형은 인간의 생활상과 지혜를 그대로 보여주는 매개이기도 하다. 캐나다 북부에 사는 이누족의 차(茶) 인형은 실제로 ‘찻잎 운반용’으로 만들어졌다. 이누족은 순록 사냥을 위해 유목 생활을 해야 했다. 이동 중에 차가 떨어져 여분의 찻잎이 필요할 때면 인형 속에 있는 찻잎을 이용해 따뜻한 차를 마실 수 있게 했다. 혹한의 추위에 움직여야 하는 이누족에게 차는 단순한 기호품 이상이다. 차를 마시며 몸을 데우고 식량이 부족할 때는 허기를 달랜다. 찻잎이 없어져 형체가 꺼진 인형은 이끼를 채워 다시 인형의 모양을 맞춘 뒤 아이의 장난감으로 준다. 아이들은 차 인형을 통해 공동체 모두에게 필요한 차를 운반하며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구성원으로서 어엿한 역할을 담당하고 공동체 문화를 스스로 배운다.
이렇듯 인형은 그 시대에 발맞춰 변하기도 하고 서서히 사라지기도 하지만 인류의 긴 역사 속 한편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인형의 시간들》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인형을 통해 인류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속삭인다. 어쩌면 우리 방 한구석에 고이 놓인 인형도 긴 시간과 역사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책 속으로
“인형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인류가 생활을 시작한 이래 인형이 있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주변에 있는 재료라면 무엇이든 인형으로 만들었다. 인형을 만든 소재들을 살펴보면 ‘이렇게까지 인형을 만들었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인형을 향한 인류의 오랜 갈구에서는 어떤 절박감마저 느껴진다. 소꿉놀이 기구나 장난감과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인형’에게는 있다. 바로 우리,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 프로롤그 : 인류의 오랜 친구, 인형 중에서 (9쪽)
“‘최초의 인형은 무엇일까?’라는 탐색에서 시작됐지만, 이 시기에 광범위하게 나타난 비너스 상들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다산과 풍요의 기원을 상징한다’는 해석 이상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 신비함을 경험하게 된다. 이 비너스 상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손에 쥘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크기다. 구석기 시대의 인류는 이 상들을 이동 중에 휴대했을 것이란 추측을 하게 한다. 정확한 목적을 알 수는 없지만, 당시 인류는 절박하게 이런 비너스 상을 만들어야 했을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당시의 자연환경에서 그 해답을 유추할 수 있다. 구석기 시대 후기에 최악의 빙하기가 찾아왔다. … 인류는 이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인류를 낳고 먹이는 여성의 몸은 그래서 더 신성하게 여겨졌을 터. 인류의 생존에 대한 절박한 기원은 이렇게 ‘여신’ 숭배로 이어졌다. 인형의 시작에 대한 기준이 엇갈린다 해도 그 시작이 간절한, 그래서 더욱 엄중한 기원에서 비롯됐다는 추측은 설득력이 있다. 인형과 인간의 관계에서 꽤나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 1부. 인형의 시작을 찾아서, 1장 중에서 (20~21쪽)
“로마에서 인형의 발전은 놀랍다. 1~2세기 인형들은 현대의 인형이라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정교하다. 상아로 만든 관절 인형은 인체의 비율을 벗어나지 않는다. 관절의 자연스러운 연결도 눈에 띈다. 손가락을 하나하나 표현했는가 하면 얼굴 표정과 머리카락의 모양까지 섬세하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인형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크게 발전했다. 그리스는 인형 그 자체의 외형적 요소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와 인형을 좀 더 사람에 가까운 모습으로 만들었다. 로마는 인형을 인류 문화의 중심으로 끌어와 즐기면서 현대 인형 문화의 토대를 완성했다.”
- 1부. 인형의 시작을 찾아서 3장 중에서 (42쪽)
“자연을 경외하며 공존하는 존재로 여기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주변의 재료로 인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인형을 다양한 형식으로 아이들의 교육에 활용했다.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명령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인형을 통해 공동체의 규범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곳에서 인형은 아이들의 친구이자 어른이고 선생님이다.”
- 2부. 세계의 인형은 어떻게 발전했을까? 6장 중에서 (82~83쪽)
저자소개
지은이 : 김진경
책정보 및 내용요약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또 하나의 ‘몸’ 인형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외곽의 한 곳에는 세계인형박물관이 있다. ‘인형의 첫 시작은 무엇이었을까?’라는 궁금증을 시작으로 김진경 세계인형박물관 부관장은 인형의 시작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인형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서를 품고 있다. 《인형의 시간들》은 《갖고 싶은 세계의 인형》(바다출판사, 2013년)과 시리즈인 도서로 인형에 담긴 인류의 역사, 문화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문화예술 안내서이다.
인형의 첫 시작으로 여겨지는 구석기 시대 비너스부터 사후세계에 대한 신념을 담은 다양한 이집트 인형들, 인형이 장난감으로 발전하는 그리스 · 로마 시대를 거쳐 현대의 인형들이 어떻게 우리 곁으로 오게 되었는지를 이 책은 차근차근 안내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서양 인형들뿐만 아니라 동양의 역사를 품은 그림자 인형과 인형을 ‘부적’이나 ‘기원’의 도구로 쓰는 아프리카, 아메리카 부족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인형들을 통해 그 나라의 정서를 만나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목차
1부. 인형의 시작을 찾아서
1장. 최초의 인형 이상의 경이│비너스 - 14
2장. 죽은 뒤를 대비하다│고대 이집트 시대 - 22
3장. 인형, 장난감이 되다│그리스 · 로마 시대 - 32
4장. 동양을 밝힌 빛의 마법│그림자 인형 – 44
2부. 세계의 인형은 어떻게 발전했을까?
5장. 기원하고 기원하다│아프리카 대륙 – 58
6장. 자연에의 경외와 공존│아메리카 대륙 – 72
7장. 불행을 없애고 행운을 빌어주는 친구│일본 – 84
8장. 인형의 새 시대를 알리다│영국 – 104
9장. 패션과 기술을 입다│프랑스
10장. 포슬린 인형, 정점을 찍다│독일 – 138
11장. 새롭고 다양하게… 인형을 모두의 것으로│미국 – 152
특별부록│특이한 인형들 - 170
에필로그│인형의 시간들 - 186
저자의 말 -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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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또 하나의 ‘몸’ 인형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외곽의 한 곳에는 세계인형박물관이 있다. ‘인형의 첫 시작은 무엇이었을까?’라는 궁금증을 시작으로 김진경 세계인형박물관 부관장은 인형의 시작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인형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서를 품고 있다. 《인형의 시간들》은 《갖고 싶은 세계의 인형》(바다출판사, 2013년)과 시리즈인 도서로 인형에 담긴 인류의 역사, 문화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문화예술 안내서이다.
인형의 첫 시작으로 여겨지는 구석기 시대 비너스부터 사후세계에 대한 신념을 담은 다양한 이집트 인형들, 인형이 장난감으로 발전하는 그리스 · 로마 시대를 거쳐 현대의 인형들이 어떻게 우리 곁으로 오게 되었는지를 이 책은 차근차근 안내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서양 인형들뿐만 아니라 동양의 역사를 품은 그림자 인형과 인형을 ‘부적’이나 ‘기원’의 도구로 쓰는 아프리카, 아메리카 부족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인형들을 통해 그 나라의 정서를 만나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형은 또 다른 인간세계
인형을 보면 그 나라의 시대상이 보인다!
예술은 작품을 통해 그 시대의 상황을 고스란히 담는다. 인류의 아픈 역사를 담기도 하고, 세월의 흐름과 변화를 담기도 한다. 인형도 그러하다.
탑시 터비 인형(Topsy Turvy doll)은 하나의 몸에 두 개의 인형이 붙어 있는 형태로 한 인형의 치마를 뒤집었을 때 완전히 다른 인형이 된다. 1825년 톰의 파란 많은 삶을 다룬 《톰 아저씨의 오두막》의 인기와 함께 등장한 이 인형은 소설 속 주인공 탑시와 에바의 우정을 상징했다. 하지만, 흑인 노예의 현실을 고발하는 작품이 발표되고 이를 도화선으로 발발한 미국 남북전쟁 이후 다른 상징이 된다. 인종의 구분을 뚜렷이 드러내는 인형이었기 때문이다. 탑시 터비 인형은 의도치 않게 흑인 차별을 떠올리게 했고 그렇게 이 인형은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갔다. 하지만 1920년대에 탑시 터비 인형이 부활하게 되는데, 인기 있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상반된 캐릭터들을 적용하여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었다. 선과 악이 분명한 디즈니 캐릭터들이 탑시 터비 인형의 조합으로 즐겨 활용되며 지금도 다양한 애니메이션과 영화 속 주인공들을 소재로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인형은 인간의 생활상과 지혜를 그대로 보여주는 매개이기도 하다. 캐나다 북부에 사는 이누족의 차(茶) 인형은 실제로 ‘찻잎 운반용’으로 만들어졌다. 이누족은 순록 사냥을 위해 유목 생활을 해야 했다. 이동 중에 차가 떨어져 여분의 찻잎이 필요할 때면 인형 속에 있는 찻잎을 이용해 따뜻한 차를 마실 수 있게 했다. 혹한의 추위에 움직여야 하는 이누족에게 차는 단순한 기호품 이상이다. 차를 마시며 몸을 데우고 식량이 부족할 때는 허기를 달랜다. 찻잎이 없어져 형체가 꺼진 인형은 이끼를 채워 다시 인형의 모양을 맞춘 뒤 아이의 장난감으로 준다. 아이들은 차 인형을 통해 공동체 모두에게 필요한 차를 운반하며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구성원으로서 어엿한 역할을 담당하고 공동체 문화를 스스로 배운다.
이렇듯 인형은 그 시대에 발맞춰 변하기도 하고 서서히 사라지기도 하지만 인류의 긴 역사 속 한편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인형의 시간들》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인형을 통해 인류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속삭인다. 어쩌면 우리 방 한구석에 고이 놓인 인형도 긴 시간과 역사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책 속으로
“인형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인류가 생활을 시작한 이래 인형이 있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주변에 있는 재료라면 무엇이든 인형으로 만들었다. 인형을 만든 소재들을 살펴보면 ‘이렇게까지 인형을 만들었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인형을 향한 인류의 오랜 갈구에서는 어떤 절박감마저 느껴진다. 소꿉놀이 기구나 장난감과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인형’에게는 있다. 바로 우리,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최초의 인형은 무엇일까?’라는 탐색에서 시작됐지만, 이 시기에 광범위하게 나타난 비너스 상들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다산과 풍요의 기원을 상징한다’는 해석 이상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 신비함을 경험하게 된다. 이 비너스 상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손에 쥘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크기다. 구석기 시대의 인류는 이 상들을 이동 중에 휴대했을 것이란 추측을 하게 한다. 정확한 목적을 알 수는 없지만, 당시 인류는 절박하게 이런 비너스 상을 만들어야 했을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당시의 자연환경에서 그 해답을 유추할 수 있다. 구석기 시대 후기에 최악의 빙하기가 찾아왔다. … 인류는 이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인류를 낳고 먹이는 여성의 몸은 그래서 더 신성하게 여겨졌을 터. 인류의 생존에 대한 절박한 기원은 이렇게 ‘여신’ 숭배로 이어졌다. 인형의 시작에 대한 기준이 엇갈린다 해도 그 시작이 간절한, 그래서 더욱 엄중한 기원에서 비롯됐다는 추측은 설득력이 있다. 인형과 인간의 관계에서 꽤나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로마에서 인형의 발전은 놀랍다. 1~2세기 인형들은 현대의 인형이라고 해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정교하다. 상아로 만든 관절 인형은 인체의 비율을 벗어나지 않는다. 관절의 자연스러운 연결도 눈에 띈다. 손가락을 하나하나 표현했는가 하면 얼굴 표정과 머리카락의 모양까지 섬세하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인형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크게 발전했다. 그리스는 인형 그 자체의 외형적 요소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와 인형을 좀 더 사람에 가까운 모습으로 만들었다. 로마는 인형을 인류 문화의 중심으로 끌어와 즐기면서 현대 인형 문화의 토대를 완성했다.”
“자연을 경외하며 공존하는 존재로 여기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주변의 재료로 인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인형을 다양한 형식으로 아이들의 교육에 활용했다.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명령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인형을 통해 공동체의 규범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곳에서 인형은 아이들의 친구이자 어른이고 선생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