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바로 지금 젠더 평등 혁명에 뛰어들어야 한다”
화이트 리본 캠페인(여성 폭력 반대 운동) 공동 설립자
마이클 코프먼이 제안하는 ‘변화하는 남성’의 미래
《남성은 여성에 대한 전쟁을 멈출 수 있다》는 화이트 리본 캠페인(White Ribbon Campaign)의 공동 설립자 마이클 코프먼이 쓴 책이다. 화이트 리본 캠페인은 여성 폭력에 반대하는 운동이다. 여성 폭력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이를 근절하는 것을 목표로, 1991년 남성이 주체가 되어 시작한 국제적인 여권 보호 운동이다. 마이클 코프먼은 ‘남성 페미니스트 앨라이(지지자)’로서 1970년대부터 가부장제와 페미니즘에 관한 글을 썼고, 그동안 교육자, 고문, 활동가, 작가로 활동하며 젠더 평등이 남성 삶에 어떤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는지 알리는 데 힘썼다.
코프먼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간단하다. 남성들이 젠더 평등 혁명(Gender Equality Rovolution)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젠더 평등 문제를 여성이 도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코프먼은 왜 남성이 젠더 평등을 위해 여성과 함께 싸워야 하는지, 왜 이 혁명에 동참하는 일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젠더 평등이라는 가치가 왜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에게 중요한 사상이자 실현해야 할 목적인지 쉽고 간결한 언어로 설명한다. 특히 남성이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 남성 권력의 역설, 저항하고 변화하는 남성의 미래, 젠더 평등한 경제 구조를 위한 노력, 부성의 변화, 그리고 여성 폭력 근절에 대해 심도 있게 들여다본다.
이 책에는 페미니즘 이슈가 지금처럼 주목받지 못했을 때부터 젠더 평등을 위한 지속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벌여온 저자의 통찰과 경험이 매우 생생하게 담겨 있다. 특히 지금의 젠더 평등 운동에 왜 남성의 지지와 참여가 필요한지 국제적인 사례와 통계들을 근거로 설명할뿐더러 더 많은 남성이 젠더 평등 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코프먼의 목소리는 젠더 평등 이슈가 낯설거나 불편한 남성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것이다.
“일단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남성이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면?
여성에게 귀를 기울이면 보이는 불평등과 불균형
그렇다면 남성이 어떻게 젠더 평등 혁명에 참여할 수 있을까? 남성은 어떻게 ‘페미니스트 앨라이’가 될 수 있을까? 마이클 코프먼은 우선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모든 것에 동의할 필요는 없다. 일단 들어야 한다. 이것은 젠더 평등을 받아들이려는 모든 남자가 실천에 옮겨야 하는 강령에 가깝다. 어떤 남성은 “나는 그런 남자가 아니야”라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코프먼은 그조차도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말할 차례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남성은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남성이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무엇을 알게 될까? 남성이 젠더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면 무엇을 보게 될까? “여성과 남성 사이의 끈질긴 소득 격차, 일부 (저소득) 직종으로의 여성 쏠림 현상, 여전히 대기업 여성의 승진을 가로막고 있는 유리천장, 여성에게 눈곱만큼 주어진 공직과 법관직, 수많은 여성이 경험하는 성적․신체적․정서적 폭력, 맞벌이지만 여성이 가사와 육아에 할애하는 시간과 남성이 할애하는 시간 사이의 깊은 간극, 질 높은 육아 서비스와 육아 휴가의 부재, 더 높은 여성 빈곤율, 여러 종교 내에서 여성이 경험하는 2등 교인 대우, 정치적․종교적 영향력을 이용해 피임과 임신 중지에 대한 접근을 막음으로써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는 남자들, 다수의 국가에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 교육 장벽” 등 아마도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을 비로소 볼 수 있을 것이다.
남성이 여성의 눈으로, 젠더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남성 지배 사회의 본질과 남성의 특권이다. 이 특권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매우 여러 겹일뿐더러 8천 년에서 길게는 1만 년간 공기처럼 누려온 탓에 그게 특권이라는 사실조차 모를 수도 있다. 코프먼은 여성이 직면한 차별, 편견, 폭력 그리고 노골적인 억압의 대가를 남성이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이는 여성이 느끼는 분노를 이해하고, 더 안전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지만, 우리가 남성성을 정의하는 방식, 남성이 사회에서 더 큰 권력을 가지도록 설계된 삶 속에서 남성이 치러야 하는 끔찍한 대가의 역설을 드러내기 위함이기도 하다. 코프먼은 젠더 평등 혁명은 남성의 삶 또한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게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젠더가 평등하지 못한 경제 구조”
임금 불평등은 무엇을 의미할까?
여성이 직장에서 맞닥뜨리는 장벽들
마이클 코프먼은 이 모든 문제가 젠더가 평등하지 못한 경제 구조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지적한다. 동일하지 못한 임금, 젠더에 따른 직종의 제한, 일과 생활의 불균형, 육아 휴직의 부재 혹은 부족, 승진과 출세를 가로막는 장벽, 여성을 억압하고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직장 내 성적 괴롭힘 등. 단순히 직장 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들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세계 경제가 돌아가게 돕는 규칙과 제도도 그러하며, 우리가 정밀하게 측정하지 않는 가사 노동과 양육도 엄연히 경제 구조에 속한다. 코프먼은 우리 경제에는 여성의 참여를, 특히 정규직으로서의 참여를 대대적으로 축소해온 여러 장벽을 언급한다.
무엇이 임금 불평등과 시간제 여성 근로자의 편중 현상을 낳았을까? 암묵적이거나 노골적인 장벽, 제도적이거나 편견에 따른 장벽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여성은 집안일을 돌보고 육아를 맡아야 한다는 요구에 시달려 왔다. 집안일과 육아를 하는 한 여성은 정규직을 얻거나 승진을 하거나 추가 근무를 하기 힘들다. 여기에 가치가 높은 일은 남성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더해지면서 여성은 더욱 가난한 시민의 자리로 가게 된다. 여성의 저하된 경제 능력은 삶의 불행으로 직결되기 쉽고, 이 불행은 폭력적인 관계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현대 페미니즘 운동 이후 젠더 평등을 위한 놀라운 진전이 있었지만, 직장은 여전히 여성에게 불리하다. 실제로 여성은 기업에서 경력직으로 고용되거나 승진하는 데 특히 불리하다. 미국에서도 CEO나 CFO 같은 최고 임원직의 19퍼센트만이 여성이다. 한국은 어떨까? 지난해 매출액 500대 기업 중 여성 임원의 비율은 단 3.6%였다.
코프먼은 여성이 단순히 임금 불균형의 장벽뿐만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장벽과 마주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성 능력의 평가 절하, 사교 모임으로부터의 소외, 여성은 무엇보다 어머니라는 생각, 승진에 도움이 되는 활동(출장 등)에서의 배제, 가정친화적인 정책의 부재, 가정 폭력에 의한 결근 등이다. 또한 직장 내 성적 괴롭힘은 여성이 지속적으로 경시되는 사내 문화를 강화하기 때문에 직장 내 젠더 평등을 가로막는 중요한 장벽이다. 코프먼은 경제 전반이 변화하려면 강력한 정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개별 기업에서든 정부에서든 행동에 나서려면 남성이 강력하게 동참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말한다.
“남성이 육아의 절반을 맡는 세상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육아가 남성에게 중요한 이유
새로운 아버지상이 가져다줄 이득
마이클 코프먼은 화이트 리본 캠페인 외에도 남성의 육아(돌봄 노동)와 가사 노동 참여를 독려하고 젠더 평등을 촉진하는 비영리 단체 프로문도(Promundo)에서 고문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프로문도에서 활동하며 지난 10년간 방문한 모든 국가의 남자들이 ‘아버지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바꾸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목격했다. 코프먼은 남성이 양육과 가사 노동의 절반을 맡는 것이 젠더 평등을 앞당기고 남성의 삶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장 본격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것을 ‘아빠의 변화(Dad Shift)’라고 부른다.
하지만 여전히 장벽은 높다. 부성에 대한 꽉 막힌 생각들을 뒷받침하는 확고부동한 규범들이 여전히 건재하고, 이런 규범을 없애거나 바꾸는 일은 개인의 힘만으론 쉽지 않다. 코프먼은 많은 남성에게 육아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 그보다 사회적 지원, 유급휴가, 직장에서 육아를 권장하는 분위기 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코프먼은 남성이 ‘절반의 육아’를 맡는 세상을 더 빨리, 더 확고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변화야말로 젠더 평등한 사회를 앞당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반드시, 어김없이, 남성이 육아의 절반을 분담하는 세상으로 꾸준히 전진해야 할까? 코프먼은 여성이 아이를 낳고 엄청난 경제적인 타격을 입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성의 소득이 낮은 주요 원인은 가사 노동, 즉 여성의 육아 책임이 더 크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편중된 육아 책임은 일터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의 사회적 권력에도 영향을 끼친다. 코프먼은 남성이 육아를 비롯한 집안일을 공평하게 분담할 때 동일 임금을 향한 움직임이 더욱 추진력을 얻을 수 있고, 여성의 건강이 향상된다고 말한다.
코프먼이 ‘남성의 절반 육아’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것이 결국 여성과 아이들에게 유익함을 물론, 남성 자신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엄청난 혜택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코프먼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남성은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사회적 교류가 늘어나며, 무엇보다 새로운 공감 능력이 증대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이와의 애정 어린 관계라는 맥락에서 생기는 정서적 상호 의존 상태와 놀이 활동의 공유는 남성 자신의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젠더 평등으로 남성이 더 나은 삶을 사는 길은 ‘아빠의 변화’를 선택하는 것이다.
“남성에 의한 폭력을 멈추려면 남성의 침묵을 깨라”
남성 지배 사회는 젠더를 바탕으로 한 폭력을 낳는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권력과 통제, 허용의 문제
마이클 코프먼이 다른 남성 두 명과 함께 화이트 리본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건 1989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페미니즘과 여권 신장에 분노한 어느 남성에 의해 여대생 14명이 살해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선한 의도를 가진 소수의 남성이 단지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화이트 리본 캠페인의 성과는 여성만의 문제라고 치부되었던 젠더 평등에 대해 남성이 발언하고 이 혁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코프먼은 그동안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이 얼마나 경이적인 규모인지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코프먼은 폭력을 저지르는 남성에 대한 분석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를 거쳐 결국 남성 지배 사회의 젠더 불평등 문제에 다다른다. 폭력은 불평등을 유지할 종국의 수단이다. 무엇보다 코프먼은 남성이 지배적인 관념을 형성할 권력을 가진 사회에서 여성에 대해 행사하는 폭력의 허용 문화를 문제시한다. 많은 경우 이 허용은 직접적이고, 명시적이고, 암묵적이다. 코프먼은 이런 폭력의 허용을 끝내는 일이 남성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방식이라고 말한다.
코프먼은 남성에 의한 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해결책으로 다시 한 번 ‘부성의 변화’를 언급한다. 남성이 젠더 평등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었던 부성의 변화는 마찬가지로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을 줄이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코프먼은 공감 능력과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의 연관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남을 보살피는 행위는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데, 더 많은 남성이 더 많은 공감 능력을 가진다면 남성이 여성과 아이에게 저지르는 폭력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남성이 돌봄 노동의 절반을 맡는 행위는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을 근절하는 데 고유하고 장기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젠더가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어쩌면 상상하기 힘든 규모일 수 있다. 하지만 이 혁명에 남성을 참여시키고, 젠더 평등이 남성과 여성의 개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이 책은 젠더가 평등한 사회만이 결국 모두의 삶이 존중받을 수 있음을 믿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그 가치를 일깨워줌과 동시에, 전통적인 남성상을 거부하고 새로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남성들에게 젠더 평등의 필요성을 충실하게 전달한다.
추천의 말
30년 전 자유와 평등을 위해 함께 싸웠고 차별을 단호하게 반대했던 남자사람 친구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친구들 생각을 했다. 같이 페미니즘을 공부했고 여성 인권 문제에 분개했던 시간을 기억하고 있을까. 대부분 가능한 한 양심적으로 살고자 하고 유해한 남성문화로부터 거리를 두며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것으로 충분할까? 이 책은 성차별에 반대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할 생각은 하지 않았던 남자들에게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정확하게 알려준다. 최악의 남자들과 비교하여 괜찮은 남자가 되는 데 만족하지 말고, 서로의 알리바이가 되어주는 것을 더 이상 의리라고 부르지 말고, 남성을 더 인간답게 만들 수 있는 기회에 동참하라는 저자의 권유를 그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우리는 지금 당장의 변화가 필요하다.
―권김현영(여성주의 연구활동가)
내가 뭇 남성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점 하나는 ‘어째서 그토록 페미니즘을 적대시하는가?’라는 문제다. 페미니즘이 여러분을 욕하고, 때리고, 희롱하고, 목에 칼을 겨누고, 여러분의 일자리를 빼앗으려 드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실은 반대로 우리가 더는 그런 짓들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려는 것이다.
거짓말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남성에게도 도움이 된다. 일단 버거운 가부장제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고, 위험을 무릅쓰고 강하게 보여야 하는 ‘남자다움’을 강요받지 않을 수 있다. 더러운 폭력에 손을 담그지 않을 수 있고, 육아 휴직을 받고 아내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기쁨을 누릴 수도 있다. 여러모로 더 나은 인간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다. 여성해방이 아니라 남성해방이라고 말하는 쪽이 맞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남성이 왜, 어떻게 페미니즘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차근차근 일러주는 안내서다. 저자 코프먼은 걸음마를 떼는 아이의 두 손을 잡아주듯이 친절하게 알려준다. 삶의 여러 처소에 전염병처럼 만연한 여성혐오의 풍경들을 보여주고, 그것이 왜 여성혐오인지, 왜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 또 젠더란 무엇인지 등등 페미니즘의 여러 관심 주제를 쉽고 명료하게 설명한다. 남성을 동맹군이라 여기는 남성이 건네는 이 진심 어린 조언이 뭇 남성들에게 닿기를 바란다.
오늘날 크고 작은 모든 변화들이 가까운 미래에는 페미니즘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상식이 될 것임을 예시하고 있다. 우리의 눈앞에 있는 건 싸워야 할 적이 아니라 붙잡아야 할 마지막 기회다. 바로 지금이다. 그 기회를 잡아라.
―송승언(시인)
‘남성 페미니스트 앨라이’란 존재할 수 있는가? 이것은 관념적이기보단 실증적인 문제다. 중요한 건 페미니스트 앨라이임을 주장하는 남성의 진정성이 아니라, 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쓸모’다. 여기엔 자신의 기득권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동료 남성 시민들에 대한 설득 혹은 논쟁의 과정뿐 아니라, 이를 통한 실질적 개선의 경험까지가 포함된다. 한국의 남성 페미니스트 앨라이에게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이러한 개선의 경험, ‘쓸모’의 증명이다. 지금 이곳에서 코프먼의 이 책이 유의미한 롤모델이 될 수 있는 건 그래서다. 그가 이야기하는 방법론과 덕목이 완벽한 정답은 아닐지라도, 남성으로서 이 불평등한 세상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유의미한 개선의 경험은 한국 남성들에게도 좋은 영감과 에너지, 생산적 논의의 토대를 제공한다. 다시, ‘남성 페미니스트 앨라이’란 존재할 수 있는가? 알 수 없다. 다만 그것의 가능성을 실천으로 증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만큼은 명백하다. 바로 지금.
―위근우(대중문화비평가)
젠더 평등은 여성 문제가 아니다. 사회 문제이고 경제 문제이고 모두의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카티아 아이버슨(위민 딜리버Women Deliver 회장)
코프먼은 남성에게 주어진 새로운 가능성을 따라가면서 온정, 그리고 진실에 대한 타협 없는 헌신을 몸소 보여준다.
―마이클 C. 라이커트(《어떻게 남자아이를 키워야 하는가How to Raise a Boy》 저자)
《남성은 여성에 한 전쟁을 멈출 수 있다》는 여성의, 그리고 저항하는 남성의 세계를 바꾸고 삶을 바꿀 것이다.―개리 바커(UN 사무총장 산하 남성 지도자 네트워크 위원)
나는 이 책이 새로운 파도를 일으켜 여성의 몫인 만큼 남성의 몫이기도 한 투쟁에 남성과 남자아이들이 적극 참여하게 되기를 빈다.
―로라 베이츠(《일상 속의 성차별Everyday Sexism》 저자)
이 책은 역사에 대한 책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책이고 그 미래에 어떻게 도달하는지에 관한 책이다.
―앤디 던(남성 의류점 보노보스 공동 설립자)
젠더 역할을 다시 생각하고 다시 정의해볼 수 있는,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알리네 산토스(유니레버 글로벌 마케팅 부사장)
본문에서
“여성 인권의 향상, 그리고 여성 혁명에서 시작된 우리 시대의 거대한 변화는 이미 남성과 이 세계에 엄청난 이득을 가져오고 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가 하면, 앞으로 설명하겠지만 페미니즘은 남성에게 주어진 가장 위대한 선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공짜는 아니다. 불평등에, 그리고 자신에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 주변에 있는 다른 남성의 믿음과 행동에 문제를 제기해야 할 때도 많을 것이다.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우리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남성으로서 누렸던 권력과 특혜의 다양한 형태를 직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나는 남성이 젠더가 평등한 미래를 위해 노력한다면 남성의 삶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고 확신한다.”
―1장 ‘바로 지금이다’에서(34쪽)
“듣기 고통스럽겠지만 우리 남성은 귀 기울여야 한다. 친구와 직장 동료, 팀원, 아들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다. 여전히 여성의 권리 신장에 반대하거나 우리가 이제 포스트페미니즘 유토피아에 들어섰다고 생각하는 남자들(그리고 여자들)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서다. 남자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문제의 일부일 수 있는 우리 자신의 편견과 태도, 행위를 진정성을 가지고 검토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젠더 평등에 어울리는 태도와 행위를 강화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우리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하기 위해서다.”
―2장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에서(53-54쪽)
“남성 지배 사회는 실제로 인류의 절반에게 엄청난 보상을 가져왔지만 우리가 남성 권력의 세계를 정의한 바로 그 방식이 남성에게는 죽음의 덫이다. 남성 지배 사회는 그 보상을 남자들 사이에서 매우 불공평하게 분배했다. 젠더 불평등의 세상을 끝장내는 일은 남성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3장 ‘남성 지배적인 세계에서 살아가는 남자들’에서(74-75쪽)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재 너무 많은 남성이 자신을 ‘선택된 자’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갑자기 여성과 자원을 나누거나 여성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명백한 손해라고 여긴다. 따지고 보면 가부장제는 8천 년 동안 이어진 남성 우선 할당제였다. 페미니즘은 이 제도를 없애자고 제안하고 있다.”
―4장 ‘근로 시간의 재정의: 젠더가 평등한 경제 구조를 위한 노력’에서(92쪽)
“여성에게 페미니즘이 가져다준 혜택을 남성은 아버지상의 변화를 통해 누리게 될 것이다. 아버지상의 변화는 우리 삶을 강력하고,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5장 ‘아빠의 변화: 젠더 평등이 가져온 부성이라는 혜택’에서(127쪽)
“1970년대와 80년대 페미니즘 이론가와 활동가들이 남성 폭력에 대해 내린 혁신적인 통찰은 일부 남성의 폭력 사용을 남녀 간의 불균등한 권력 배분에 기초한 사회 구조와 연결 지었다. (……) 페미니스트들은 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좋은 법을 만들어야 할 뿐 아니라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는 남성의 역할이 핵심적이다. 여성이 남성에 의한 폭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남성은 제도권 내에서, 현 경제, 종교, 문화권 내에서, 그리고 가정 내에서 평등을 위해 싸워야 한다. 그리고 평등을 촉진하는 크고 작은 정책을 지지해야 한다.”
―6장 ‘남성은 여성에 대한 전쟁을 멈출 수 있다’에서(188-189쪽)
저자소개
지은이 : 마이클 코프먼
화이트 리본 캠페인(White Ribbon Campaign) 공동설립자이다. 화이트 리본 캠페인은 여성 폭력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이를 근절하는 것을 목표로 남성이 시작한 국제적인 여권 보호 운동이다. 1991년 잭 레이튼, 론 슬루저와 함께 화이트 리본 캠페인을 만들었다.
지은 책으로 《남성을 위한 페미니즘 가이드(The Guy’s Guide to Feminism)》(2011)가 있다.
옮긴이 : 이다희
책정보 및 내용요약
여성 폭력 반대 운동 '화이트 리본 캠페인'의 공동 설립자
마이클 코프먼이 제안하는 '변화하는 남성'의 미래
목차
추천의 말(권김현영․송승언․위근우)・8
1 바로 지금이다 ・15
2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41
3 남성 지배적인 세계에서 살아가는 남자들 ・55
4 근로 시간의 재정의: 젠더가 평등한 경제 구조를 위한 노력 ・83
5 아빠의 변화: 젠더 평등이 가져온 부성이라는 혜택 ・119
6 남성은 여성에 대한 전쟁을 멈출 수 있다 ・169
7 젠더 평등을 넘어서 ・219
덧붙이는 말 ・245
1 남성 참여를 위한 행동 지침
2 남성을 참여시키기 위한 운동이 여성의 이익에 반하지 않을까?
3 빨간 불, 파란 불: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
감사의 말 ・263
옮긴이의 말 ・266
주 ・270
편집자 추천글
화이트 리본 캠페인(여성 폭력 반대 운동) 공동 설립자
마이클 코프먼이 제안하는 ‘변화하는 남성’의 미래
《남성은 여성에 대한 전쟁을 멈출 수 있다》는 화이트 리본 캠페인(White Ribbon Campaign)의 공동 설립자 마이클 코프먼이 쓴 책이다. 화이트 리본 캠페인은 여성 폭력에 반대하는 운동이다. 여성 폭력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이를 근절하는 것을 목표로, 1991년 남성이 주체가 되어 시작한 국제적인 여권 보호 운동이다. 마이클 코프먼은 ‘남성 페미니스트 앨라이(지지자)’로서 1970년대부터 가부장제와 페미니즘에 관한 글을 썼고, 그동안 교육자, 고문, 활동가, 작가로 활동하며 젠더 평등이 남성 삶에 어떤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는지 알리는 데 힘썼다.
코프먼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간단하다. 남성들이 젠더 평등 혁명(Gender Equality Rovolution)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젠더 평등 문제를 여성이 도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코프먼은 왜 남성이 젠더 평등을 위해 여성과 함께 싸워야 하는지, 왜 이 혁명에 동참하는 일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젠더 평등이라는 가치가 왜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에게 중요한 사상이자 실현해야 할 목적인지 쉽고 간결한 언어로 설명한다. 특히 남성이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 남성 권력의 역설, 저항하고 변화하는 남성의 미래, 젠더 평등한 경제 구조를 위한 노력, 부성의 변화, 그리고 여성 폭력 근절에 대해 심도 있게 들여다본다.
이 책에는 페미니즘 이슈가 지금처럼 주목받지 못했을 때부터 젠더 평등을 위한 지속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벌여온 저자의 통찰과 경험이 매우 생생하게 담겨 있다. 특히 지금의 젠더 평등 운동에 왜 남성의 지지와 참여가 필요한지 국제적인 사례와 통계들을 근거로 설명할뿐더러 더 많은 남성이 젠더 평등 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코프먼의 목소리는 젠더 평등 이슈가 낯설거나 불편한 남성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것이다.
“일단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남성이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면?
여성에게 귀를 기울이면 보이는 불평등과 불균형
그렇다면 남성이 어떻게 젠더 평등 혁명에 참여할 수 있을까? 남성은 어떻게 ‘페미니스트 앨라이’가 될 수 있을까? 마이클 코프먼은 우선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모든 것에 동의할 필요는 없다. 일단 들어야 한다. 이것은 젠더 평등을 받아들이려는 모든 남자가 실천에 옮겨야 하는 강령에 가깝다. 어떤 남성은 “나는 그런 남자가 아니야”라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코프먼은 그조차도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말할 차례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남성은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남성이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무엇을 알게 될까? 남성이 젠더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면 무엇을 보게 될까? “여성과 남성 사이의 끈질긴 소득 격차, 일부 (저소득) 직종으로의 여성 쏠림 현상, 여전히 대기업 여성의 승진을 가로막고 있는 유리천장, 여성에게 눈곱만큼 주어진 공직과 법관직, 수많은 여성이 경험하는 성적․신체적․정서적 폭력, 맞벌이지만 여성이 가사와 육아에 할애하는 시간과 남성이 할애하는 시간 사이의 깊은 간극, 질 높은 육아 서비스와 육아 휴가의 부재, 더 높은 여성 빈곤율, 여러 종교 내에서 여성이 경험하는 2등 교인 대우, 정치적․종교적 영향력을 이용해 피임과 임신 중지에 대한 접근을 막음으로써 여성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는 남자들, 다수의 국가에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 교육 장벽” 등 아마도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을 비로소 볼 수 있을 것이다.
남성이 여성의 눈으로, 젠더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남성 지배 사회의 본질과 남성의 특권이다. 이 특권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매우 여러 겹일뿐더러 8천 년에서 길게는 1만 년간 공기처럼 누려온 탓에 그게 특권이라는 사실조차 모를 수도 있다. 코프먼은 여성이 직면한 차별, 편견, 폭력 그리고 노골적인 억압의 대가를 남성이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이는 여성이 느끼는 분노를 이해하고, 더 안전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지만, 우리가 남성성을 정의하는 방식, 남성이 사회에서 더 큰 권력을 가지도록 설계된 삶 속에서 남성이 치러야 하는 끔찍한 대가의 역설을 드러내기 위함이기도 하다. 코프먼은 젠더 평등 혁명은 남성의 삶 또한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게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젠더가 평등하지 못한 경제 구조”
임금 불평등은 무엇을 의미할까?
여성이 직장에서 맞닥뜨리는 장벽들
마이클 코프먼은 이 모든 문제가 젠더가 평등하지 못한 경제 구조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지적한다. 동일하지 못한 임금, 젠더에 따른 직종의 제한, 일과 생활의 불균형, 육아 휴직의 부재 혹은 부족, 승진과 출세를 가로막는 장벽, 여성을 억압하고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직장 내 성적 괴롭힘 등. 단순히 직장 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들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세계 경제가 돌아가게 돕는 규칙과 제도도 그러하며, 우리가 정밀하게 측정하지 않는 가사 노동과 양육도 엄연히 경제 구조에 속한다. 코프먼은 우리 경제에는 여성의 참여를, 특히 정규직으로서의 참여를 대대적으로 축소해온 여러 장벽을 언급한다.
무엇이 임금 불평등과 시간제 여성 근로자의 편중 현상을 낳았을까? 암묵적이거나 노골적인 장벽, 제도적이거나 편견에 따른 장벽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여성은 집안일을 돌보고 육아를 맡아야 한다는 요구에 시달려 왔다. 집안일과 육아를 하는 한 여성은 정규직을 얻거나 승진을 하거나 추가 근무를 하기 힘들다. 여기에 가치가 높은 일은 남성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더해지면서 여성은 더욱 가난한 시민의 자리로 가게 된다. 여성의 저하된 경제 능력은 삶의 불행으로 직결되기 쉽고, 이 불행은 폭력적인 관계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현대 페미니즘 운동 이후 젠더 평등을 위한 놀라운 진전이 있었지만, 직장은 여전히 여성에게 불리하다. 실제로 여성은 기업에서 경력직으로 고용되거나 승진하는 데 특히 불리하다. 미국에서도 CEO나 CFO 같은 최고 임원직의 19퍼센트만이 여성이다. 한국은 어떨까? 지난해 매출액 500대 기업 중 여성 임원의 비율은 단 3.6%였다.
코프먼은 여성이 단순히 임금 불균형의 장벽뿐만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장벽과 마주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성 능력의 평가 절하, 사교 모임으로부터의 소외, 여성은 무엇보다 어머니라는 생각, 승진에 도움이 되는 활동(출장 등)에서의 배제, 가정친화적인 정책의 부재, 가정 폭력에 의한 결근 등이다. 또한 직장 내 성적 괴롭힘은 여성이 지속적으로 경시되는 사내 문화를 강화하기 때문에 직장 내 젠더 평등을 가로막는 중요한 장벽이다. 코프먼은 경제 전반이 변화하려면 강력한 정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개별 기업에서든 정부에서든 행동에 나서려면 남성이 강력하게 동참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말한다.
“남성이 육아의 절반을 맡는 세상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
육아가 남성에게 중요한 이유
새로운 아버지상이 가져다줄 이득
마이클 코프먼은 화이트 리본 캠페인 외에도 남성의 육아(돌봄 노동)와 가사 노동 참여를 독려하고 젠더 평등을 촉진하는 비영리 단체 프로문도(Promundo)에서 고문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프로문도에서 활동하며 지난 10년간 방문한 모든 국가의 남자들이 ‘아버지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바꾸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목격했다. 코프먼은 남성이 양육과 가사 노동의 절반을 맡는 것이 젠더 평등을 앞당기고 남성의 삶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장 본격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것을 ‘아빠의 변화(Dad Shift)’라고 부른다.
하지만 여전히 장벽은 높다. 부성에 대한 꽉 막힌 생각들을 뒷받침하는 확고부동한 규범들이 여전히 건재하고, 이런 규범을 없애거나 바꾸는 일은 개인의 힘만으론 쉽지 않다. 코프먼은 많은 남성에게 육아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 그보다 사회적 지원, 유급휴가, 직장에서 육아를 권장하는 분위기 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코프먼은 남성이 ‘절반의 육아’를 맡는 세상을 더 빨리, 더 확고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변화야말로 젠더 평등한 사회를 앞당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반드시, 어김없이, 남성이 육아의 절반을 분담하는 세상으로 꾸준히 전진해야 할까? 코프먼은 여성이 아이를 낳고 엄청난 경제적인 타격을 입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성의 소득이 낮은 주요 원인은 가사 노동, 즉 여성의 육아 책임이 더 크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편중된 육아 책임은 일터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의 사회적 권력에도 영향을 끼친다. 코프먼은 남성이 육아를 비롯한 집안일을 공평하게 분담할 때 동일 임금을 향한 움직임이 더욱 추진력을 얻을 수 있고, 여성의 건강이 향상된다고 말한다.
코프먼이 ‘남성의 절반 육아’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것이 결국 여성과 아이들에게 유익함을 물론, 남성 자신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엄청난 혜택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코프먼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남성은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사회적 교류가 늘어나며, 무엇보다 새로운 공감 능력이 증대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이와의 애정 어린 관계라는 맥락에서 생기는 정서적 상호 의존 상태와 놀이 활동의 공유는 남성 자신의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젠더 평등으로 남성이 더 나은 삶을 사는 길은 ‘아빠의 변화’를 선택하는 것이다.
“남성에 의한 폭력을 멈추려면 남성의 침묵을 깨라”
남성 지배 사회는 젠더를 바탕으로 한 폭력을 낳는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권력과 통제, 허용의 문제
마이클 코프먼이 다른 남성 두 명과 함께 화이트 리본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건 1989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페미니즘과 여권 신장에 분노한 어느 남성에 의해 여대생 14명이 살해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선한 의도를 가진 소수의 남성이 단지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화이트 리본 캠페인의 성과는 여성만의 문제라고 치부되었던 젠더 평등에 대해 남성이 발언하고 이 혁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코프먼은 그동안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이 얼마나 경이적인 규모인지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코프먼은 폭력을 저지르는 남성에 대한 분석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를 거쳐 결국 남성 지배 사회의 젠더 불평등 문제에 다다른다. 폭력은 불평등을 유지할 종국의 수단이다. 무엇보다 코프먼은 남성이 지배적인 관념을 형성할 권력을 가진 사회에서 여성에 대해 행사하는 폭력의 허용 문화를 문제시한다. 많은 경우 이 허용은 직접적이고, 명시적이고, 암묵적이다. 코프먼은 이런 폭력의 허용을 끝내는 일이 남성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방식이라고 말한다.
코프먼은 남성에 의한 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해결책으로 다시 한 번 ‘부성의 변화’를 언급한다. 남성이 젠더 평등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었던 부성의 변화는 마찬가지로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을 줄이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코프먼은 공감 능력과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의 연관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남을 보살피는 행위는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데, 더 많은 남성이 더 많은 공감 능력을 가진다면 남성이 여성과 아이에게 저지르는 폭력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남성이 돌봄 노동의 절반을 맡는 행위는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을 근절하는 데 고유하고 장기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젠더가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어쩌면 상상하기 힘든 규모일 수 있다. 하지만 이 혁명에 남성을 참여시키고, 젠더 평등이 남성과 여성의 개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이 책은 젠더가 평등한 사회만이 결국 모두의 삶이 존중받을 수 있음을 믿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그 가치를 일깨워줌과 동시에, 전통적인 남성상을 거부하고 새로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남성들에게 젠더 평등의 필요성을 충실하게 전달한다.
추천의 말
30년 전 자유와 평등을 위해 함께 싸웠고 차별을 단호하게 반대했던 남자사람 친구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친구들 생각을 했다. 같이 페미니즘을 공부했고 여성 인권 문제에 분개했던 시간을 기억하고 있을까. 대부분 가능한 한 양심적으로 살고자 하고 유해한 남성문화로부터 거리를 두며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것으로 충분할까? 이 책은 성차별에 반대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할 생각은 하지 않았던 남자들에게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정확하게 알려준다. 최악의 남자들과 비교하여 괜찮은 남자가 되는 데 만족하지 말고, 서로의 알리바이가 되어주는 것을 더 이상 의리라고 부르지 말고, 남성을 더 인간답게 만들 수 있는 기회에 동참하라는 저자의 권유를 그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우리는 지금 당장의 변화가 필요하다.
―권김현영(여성주의 연구활동가)
내가 뭇 남성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점 하나는 ‘어째서 그토록 페미니즘을 적대시하는가?’라는 문제다. 페미니즘이 여러분을 욕하고, 때리고, 희롱하고, 목에 칼을 겨누고, 여러분의 일자리를 빼앗으려 드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실은 반대로 우리가 더는 그런 짓들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려는 것이다.
거짓말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남성에게도 도움이 된다. 일단 버거운 가부장제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고, 위험을 무릅쓰고 강하게 보여야 하는 ‘남자다움’을 강요받지 않을 수 있다. 더러운 폭력에 손을 담그지 않을 수 있고, 육아 휴직을 받고 아내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기쁨을 누릴 수도 있다. 여러모로 더 나은 인간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다. 여성해방이 아니라 남성해방이라고 말하는 쪽이 맞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남성이 왜, 어떻게 페미니즘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차근차근 일러주는 안내서다. 저자 코프먼은 걸음마를 떼는 아이의 두 손을 잡아주듯이 친절하게 알려준다. 삶의 여러 처소에 전염병처럼 만연한 여성혐오의 풍경들을 보여주고, 그것이 왜 여성혐오인지, 왜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 또 젠더란 무엇인지 등등 페미니즘의 여러 관심 주제를 쉽고 명료하게 설명한다. 남성을 동맹군이라 여기는 남성이 건네는 이 진심 어린 조언이 뭇 남성들에게 닿기를 바란다.
오늘날 크고 작은 모든 변화들이 가까운 미래에는 페미니즘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상식이 될 것임을 예시하고 있다. 우리의 눈앞에 있는 건 싸워야 할 적이 아니라 붙잡아야 할 마지막 기회다. 바로 지금이다. 그 기회를 잡아라.
―송승언(시인)
‘남성 페미니스트 앨라이’란 존재할 수 있는가? 이것은 관념적이기보단 실증적인 문제다. 중요한 건 페미니스트 앨라이임을 주장하는 남성의 진정성이 아니라, 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쓸모’다. 여기엔 자신의 기득권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동료 남성 시민들에 대한 설득 혹은 논쟁의 과정뿐 아니라, 이를 통한 실질적 개선의 경험까지가 포함된다. 한국의 남성 페미니스트 앨라이에게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이러한 개선의 경험, ‘쓸모’의 증명이다. 지금 이곳에서 코프먼의 이 책이 유의미한 롤모델이 될 수 있는 건 그래서다. 그가 이야기하는 방법론과 덕목이 완벽한 정답은 아닐지라도, 남성으로서 이 불평등한 세상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유의미한 개선의 경험은 한국 남성들에게도 좋은 영감과 에너지, 생산적 논의의 토대를 제공한다. 다시, ‘남성 페미니스트 앨라이’란 존재할 수 있는가? 알 수 없다. 다만 그것의 가능성을 실천으로 증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만큼은 명백하다. 바로 지금.
―위근우(대중문화비평가)
젠더 평등은 여성 문제가 아니다. 사회 문제이고 경제 문제이고 모두의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카티아 아이버슨(위민 딜리버Women Deliver 회장)
코프먼은 남성에게 주어진 새로운 가능성을 따라가면서 온정, 그리고 진실에 대한 타협 없는 헌신을 몸소 보여준다.
―마이클 C. 라이커트(《어떻게 남자아이를 키워야 하는가How to Raise a Boy》 저자)
《남성은 여성에 한 전쟁을 멈출 수 있다》는 여성의, 그리고 저항하는 남성의 세계를 바꾸고 삶을 바꿀 것이다.―개리 바커(UN 사무총장 산하 남성 지도자 네트워크 위원)
나는 이 책이 새로운 파도를 일으켜 여성의 몫인 만큼 남성의 몫이기도 한 투쟁에 남성과 남자아이들이 적극 참여하게 되기를 빈다.
―로라 베이츠(《일상 속의 성차별Everyday Sexism》 저자)
이 책은 역사에 대한 책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책이고 그 미래에 어떻게 도달하는지에 관한 책이다.
―앤디 던(남성 의류점 보노보스 공동 설립자)
젠더 역할을 다시 생각하고 다시 정의해볼 수 있는,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알리네 산토스(유니레버 글로벌 마케팅 부사장)
본문에서
“여성 인권의 향상, 그리고 여성 혁명에서 시작된 우리 시대의 거대한 변화는 이미 남성과 이 세계에 엄청난 이득을 가져오고 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가 하면, 앞으로 설명하겠지만 페미니즘은 남성에게 주어진 가장 위대한 선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공짜는 아니다. 불평등에, 그리고 자신에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 주변에 있는 다른 남성의 믿음과 행동에 문제를 제기해야 할 때도 많을 것이다.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우리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남성으로서 누렸던 권력과 특혜의 다양한 형태를 직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나는 남성이 젠더가 평등한 미래를 위해 노력한다면 남성의 삶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고 확신한다.”
―1장 ‘바로 지금이다’에서(34쪽)
“듣기 고통스럽겠지만 우리 남성은 귀 기울여야 한다. 친구와 직장 동료, 팀원, 아들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다. 여전히 여성의 권리 신장에 반대하거나 우리가 이제 포스트페미니즘 유토피아에 들어섰다고 생각하는 남자들(그리고 여자들)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서다. 남자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문제의 일부일 수 있는 우리 자신의 편견과 태도, 행위를 진정성을 가지고 검토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젠더 평등에 어울리는 태도와 행위를 강화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우리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하기 위해서다.”
―2장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에서(53-54쪽)
“남성 지배 사회는 실제로 인류의 절반에게 엄청난 보상을 가져왔지만 우리가 남성 권력의 세계를 정의한 바로 그 방식이 남성에게는 죽음의 덫이다. 남성 지배 사회는 그 보상을 남자들 사이에서 매우 불공평하게 분배했다. 젠더 불평등의 세상을 끝장내는 일은 남성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3장 ‘남성 지배적인 세계에서 살아가는 남자들’에서(74-75쪽)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재 너무 많은 남성이 자신을 ‘선택된 자’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갑자기 여성과 자원을 나누거나 여성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명백한 손해라고 여긴다. 따지고 보면 가부장제는 8천 년 동안 이어진 남성 우선 할당제였다. 페미니즘은 이 제도를 없애자고 제안하고 있다.”
―4장 ‘근로 시간의 재정의: 젠더가 평등한 경제 구조를 위한 노력’에서(92쪽)
“여성에게 페미니즘이 가져다준 혜택을 남성은 아버지상의 변화를 통해 누리게 될 것이다. 아버지상의 변화는 우리 삶을 강력하고,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5장 ‘아빠의 변화: 젠더 평등이 가져온 부성이라는 혜택’에서(127쪽)
“1970년대와 80년대 페미니즘 이론가와 활동가들이 남성 폭력에 대해 내린 혁신적인 통찰은 일부 남성의 폭력 사용을 남녀 간의 불균등한 권력 배분에 기초한 사회 구조와 연결 지었다. (……) 페미니스트들은 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좋은 법을 만들어야 할 뿐 아니라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는 남성의 역할이 핵심적이다. 여성이 남성에 의한 폭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남성은 제도권 내에서, 현 경제, 종교, 문화권 내에서, 그리고 가정 내에서 평등을 위해 싸워야 한다. 그리고 평등을 촉진하는 크고 작은 정책을 지지해야 한다.”
―6장 ‘남성은 여성에 대한 전쟁을 멈출 수 있다’에서(188-1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