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론을 알아야 나의 경제관념이 달라진다.”
세상을 움직이는 핵심 경제이론 33가지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 등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재테크를 생각하고 있거나 막 시작한 초심자들이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고 개념을 잡으려 할 때 주요 경제이론을 공부하는 것만큼 유용한 것은 없다. 《게임이론에서 피케티까지 나의 첫 경제 공부》는 이러한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심플한 경제교양서다. 복잡하고 어려운 경제이론들의 핵심만을 명쾌하게 해설하여 경제이론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나 다시 체계적으로 정리하려는 사람 모두에게 알맞은 알기 쉬운 경제 입문서다.
이 책이 다루는 경제이론은 리처드 세일러의 ‘넛지 이론’, 대니얼 카너먼의 ‘전망 이론’, 쉬나 아이엔가의 ‘상품 선택의 법칙’ 등 요즘 각광받는 행동경제학의 주요 이론들은 물론이고 게임이론, 현대 화폐 이론(MMT),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까지 꼭 알아야 할 최신 경제이론을 망라하고 있다. 또한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케인스의 유효수요론, 슘페터의 경기순환론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경제이론들이 어떻게 발전해오며 세계를 변화시켰는지도 살펴본다.
다년간 일본 국세청에서 일한 저자는 ‘경제 현장’에서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이론이 현실과 얼마나 잘 들어맞는지 혹은 어긋나는지도 이야기한다. 상속재산 탈세 밀고의 다수가 친족에게서 나온다는 내부정보를 통해 최후통첩 게임(‘인간은 손해를 보더라도 타인의 이익을 방해하려 한다’ ‘인간의 질투심은 손익계산을 넘어선다’) 이론을 설명하고, 세금을 덜 내기 위한 경영자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지켜본 전문가로서 카너먼의 ‘전망 이론’(‘사람은 이익보다 손실을 중시한다’)이 참임을 확인해주는가 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 불황을 겪은 당사자로서 슘페터의 경기순환론(‘불황은 호경기의 준비단계다’)의 비현실성을 비판하기도 한다.
세상을 움직이는 33가지 경제이론의 핵심 생각을 알기 쉽게 설명한 이 책은 통화와 금융, 재정과 실업 같은 거대한 경제문제들을 폭넓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뿐 아니라 ‘도어 인 더 페이스 테크닉’(거절 후 양보 전략), ‘풋 인 더 도어 테크닉’(단계적 요청법), ‘후광 효과’ 등 인간 심리를 마케팅과 협상에 활용하는 실용적 기법들도 알려준다. 이 책이 다루는 다양한 경제이론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죄수의 딜레마와 ‘무제한’의 게임
게임이론은 다양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전략적 행동을 탐구한다. 게임이론 중 가장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수사당국은 공범인 두 죄수에게 유죄협상 제의를 한다. 둘 다 묵비권을 행사할 경우 징역 1년, 둘 다 자백할 경우 징역 3년, 어느 한쪽만 자백할 경우 자백한 사람은 무죄이고 다른 쪽은 징역 5년이라는 조건이다. 최선의 선택은 둘 다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실험에서 두 죄수는 모두 자백하는 결과를 보인다. 이것은 서로 협력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아도, 상대방이 배신할 경우 자신이 큰 손해를 보게 된다면 우리는 먼저 배신하는 쪽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죄수의 딜레마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만일 이 게임을 무한히 반복한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자백할 경우 다음번에는 상대방도 자백하여 보복을 받게 되므로, 결국 둘 다 묵비권을 행사하는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된다. 즉 한 번뿐인 게임에서는 자기 자신만 생각하지만, 게임이 무제한으로 반복되면 상대방과 협력하게 된다.
도시 사람들은 차갑고 시골 사람들은 따뜻하다는 흔한 말도 이 ‘무제한’의 게임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도시인에게 이웃은 언제 이사 갈지 모르는 존재로, 관계 형성으로 이득을 얻을 가능성이 낮다. 말하자면 ‘한 번뿐인 게임’이기에 자신에게 유리한 행동만 하게 된다. 반면에 시골 사람들은 이웃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고, 그들과 협력해야 내게 이득인 상황에 놓여 있다. 즉 ‘무한히 반복되는 게임’이기에 상대방에게 친절을 베풀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매우 공격적이 되고 막말을 내뱉는 것도 같은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인터넷의 익명 게시판은 ‘한 번뿐인 죄수의 딜레마’의 극단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사회에서 서로 만날 가능성, 인터넷상의 발언이 실생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믿기에, “남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든, 보는 사람들을 얼마나 불쾌하게 하든, 나만 기분 좋으면 된다”라는 식의 극도로 이기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넛지 이론, 심리적 회계, 상품 선택의 법칙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언제나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주류 경제학의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작되었다. 행동경제학을 세상에 널리 알린 리처드 세일러는 소비자가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항상 자신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것을 선택하지는 않으며, 자주 틀린 선택을 한다고 말한다. 이때 소비자에게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팔꿈치로 옆구리를 슬쩍 찌르듯’ 작은 제안을 하여 현명한 선택을 스스로 깨닫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부드러운 개입이 셰일러의 ‘넛지 이론’의 핵심이다. 최근 본격적인 코로나 예방접종을 앞두고 백신에 대한 잘못된 공포가 부풀려진 상황에서 방역당국은 잔여백신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예약 경쟁을 통한 긍정적인 입소문을 유도했는데, 이러한 정책도 넛지 이론을 활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 행동과 심리를 연구한다. ‘공연장에 도착해서 고가의 예매 티켓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았을 때 티켓을 다시 구입하시겠습니까?’ 세일러가 이렇게 질문했을 때 90%의 사람들은 다시 구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공연장에 도착해서 티켓값만큼의 현금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았을 때 티켓을 구입하시겠습니까?’라고 묻자 90%의 사람들은 신용카드 등으로 구입하겠다고 답했다. 표를 잃고 다시 표를 사는 것은 마치 표에 돈을 두 배로 지불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후자의 경우는 표를 잃은 것은 아니므로 그렇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세일러는 해석한다. 같은 물건이라도 사람의 마음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이러한 현상을 세일러는 ‘심리적 회계’라고 불렀다.
컬럼비아대학교의 쉬나 아이엔가 교수는 마트에 잼을 24종류 진열했을 때와 6종류 진열했을 때 어느 쪽이 더 잘 팔리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선택지가 많아야 매출이 높아진다’는 기존 경제학의 예상과 달리 상품 종류가 적을 때 판매가 10배 이상 많았다. 이 실험을 바탕으로 아이엔가는 상품의 종류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매출이 감소하고, 매출을 높이기 위해 상품의 종류를 압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상품 선택의 법칙’을 밝혔다. 우리는 대개 여러 선택지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고르는 일을 어려워한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틀린 선택을 할까 봐 정신적 부담을 느껴 더 신중해지기 때문이다.
넛지 이론, 심리적 회계, 상품 선택의 법칙 등 행동경제학 이론들은 경제학과 심리학을 결합하여 기존 경제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보완하고 있다.
애덤 스미스와 케인스 경제이론에 대한 오해
애덤 스미스의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 개념은 ‘경제는 전적으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라는 의미이며, 《국부론》은 ‘경제의 자유방임주의를 설파한 책’이라고 흔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해석이 스미스의 본래 취지와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당시 유럽 정부들은 동인도회사 같은 특정 기업에게 독점 무역권을 주어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특정 기업에만 국가의 부가 편중될 뿐 국가 전체의 생산성 향상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손’은 스미스가 이러한 독점을 절대 악이라고 비판하며 국가가 특정 기업에 독점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 국가가 경제 활동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말한 것이지, 무엇이든 자유롭게 방치하면 다 잘될 것이라는 의미로 주장한 게 아니었다.
본래 윤리학자였던 애덤 스미스는 경제 활동의 자유를 옹호하면서도 그 대전제로서 ‘최소한의 도덕’이 지켜져야 한다고 보았고, “경영자는 노동자가 아내와 자녀 두 명을 부양할 수 있을 만큼 최소한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라는 구체적 기준까지 제시했다. 또한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생활필수품에 대한 과세는 서민 생활에 타격을 준다며 사치품에 대해서 과세할 것을 주장했다. 저자는 이제 모든 나라의 표준이 된 이 과세 원칙과 달리, 다이아몬드나 쌀이 거의 같은 소비세율을 매기는 세계적으로 드문 일본의 세제를 비판하며, 이러한 어리석은 간접세가 버블경제 붕괴 이후 일본 경제에 지속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불황일 때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지출로 고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케인스의 ‘유효수요론’은 세계 대공황 때 미국 뉴딜정책의 기초 이론이 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전 세계 경제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계속해서 적극적인 재정 투자를 해도 경기가 나아지지 않고 재정 적자만 불어나자 1980년대 들어 많은 서구 국가들은 케인스 이론의 실패를 거론하며, 재정 투자를 줄이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시각은 틀렸다고 반박한다. 케인스는 ‘불황일 때’ 적극적으로 재정을 지출하라고(그리고 호황이 되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흑자 재정으로 전환하라고) 했지, 끊임없이 재정을 투자하라고 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영국 등은 ‘만성적 불황’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거액의 재정 투자를 하면 경기 부양 효과는 없고 재정만 악화될 것이 뻔하다.
저자는 또한 일본에서 벌인 대대적인 공공사업이 별 효과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케인스가 틀렸다고 말하는 경제학자들에게도 반론한다. 첫째, 영국에서는 실업수당을 국가가 지불하므로 공공사업을 벌이고 실업자를 고용해 실업수당 대신 임금으로 지불하는 편이 사회에 더 이득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실업수당은 노동자와 기업이 적립한 돈에서 지출되므로, 영국에서처럼 ‘어차피 지출할 돈이라면 공공사업으로 쓰는 편이 낫다’는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 둘째, 케인스는 ‘불경기일 때’에 한해 ‘사회에 유익한 사업’을 실시하라고 했지, ‘항시적으로’ ‘불필요한 공공사업’을 무작정 실시하라고 하지 않았다. 1980~90년대 일본의 공공사업은 아무도 다니지 않는 불필요한 도로, 다리, 비행장을 무턱대고 건설하는 식이었고, 지역 정치가와 토목사업자의 이권으로 이어지기 쉬웠다.
현대 금융 체계의 본질과 피케티의 경제이론
우리가 이용하는 돈은 어떻게 사회에 들어오는 것일까? 정답은 ‘빚’이다. 중앙은행이 돈을 발행하면 일반은행들은 대출의 형태로 돈을 받아와 다시 대출의 형태로 기업이나 개인에게 돈을 공급한다. 사회에 돈이 나오는 경로는 놀랍게도 오직 이 한 가지뿐이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모든 돈의 근원을 추적해보면 결국 누군가의 빚인 것이다. 하지만 빚은 원금은 물론이고 이자까지 쳐서 갚아야 한다. 빚의 연쇄 고리를 하나하나 따라가면 사회 전체는 은행에 원금보다 더 많은 돈을 갚아야 하고, 따라서 파산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사회는 실제로 파산하지 않을까? 그것은 계속 누군가가 새롭게 빚을 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계속 빚을 확대재생산하지 않으면(즉 사회 전체가 계속 생산과 소비를 늘려가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통화 체계는 붕괴하고 만다. 세계적 환경 파괴를 고려할 때, 이러한 근원적 모순을 안고 있는 현 체계가 반드시 인류에게 유익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랜덜 레이 등이 1990년대부터 주장한 현대 화폐 이론(MMT)은 자국 통화로 국채를 발행하는 미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는 재정 적자를 신경 쓰지 않고 국채의 발행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존 경제학자들은 이를 황당무계하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오늘날의 통화가 금은으로 태환되지 않는 종잇조각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현대 통화 체계가 ‘빚을 계속 늘리지 않으면 세상의 돈의 흐름이 멈추고 만다’는 자체 모순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MMT를 그저 황당무계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저자는 MMT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불완전한 이론이기는 하지만 MMT가 주장하는 또 다른 제안, 즉 공공투자를 통해 모든 구직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창설하자는 제안은 ‘정부가 직접 모든 실업자를 고용한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서 효율적인 실업 대책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토마 피케티는 지난 300년에 걸친 유럽 국가들의 데이터를 이용해서 부의 편중과 소득 격차의 추이를 연구했고, 1980년대 후반부터 세계적으로 급격히 빈부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발표해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90년을 전후로 공산주의권이 붕괴하자 세계는 통화주의(신자유주의)의 기치 아래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한없이 자유를 주고 편의를 봐주는 정책을 실시했다. 공산주의 진영이 건재했을 때는 자본주의의 폭주를 신경 쓰며 부의 편중을 해소하는 정책을 폈지만, 이제 더이상 눈치를 볼 필요가 없게 되자 전 세계는 단숨에 머니 게임으로 치달았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이후 소득세는 40% 넘게, 상속세는 30% 넘게 감소했다.
저자는 여기에 서방 정치가와 경제인들의 큰 착각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공산주의는 원래 자본주의가 낳은 극단적 빈부 격차의 해결책으로 등장한 사상이었다. 따라서 공산주의권의 붕괴는 공산주의가 자본주의의 문제 해결에 적합하지 않다는 뜻일 뿐이며, 자본주의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문제를 방치하는 한 공산주의 등장 이전의 상태, ‘극도의 격차 사회’로 돌아갈 것은 불 보듯 뻔했다(그리고 공산주의권은 평등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 국가들보다 더 빈부 격차가 심했기 때문에 붕괴했다). 피케티가 빈부 격차의 해결책으로 제안하는 방법은 ‘소득세와 상속세의 누진성 강화’ 그리고 ‘자산세의 세계적인 강화’다. 좀처럼 실현되기 어려운 방안이지만, 최근 미국의 주도 아래 다국적 기업의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한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이 추진되어 앞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책 속으로
“소비자는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항상 자신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것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자주 틀린 선택을 한다.” 이것은 넛지 이론(nudge theory)이라는 경제이론의 가장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다. 넛지 이론은 시카고대학교 교수인 리처드 세일러가 주장한 이론이다. 리처드 세일러는 젊은 시절부터 기존의 경제학이 ‘사람은 시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라는 전제하에 구성된 데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고 한다. …… 넛지 이론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소비자에게 작은 제안을 함으로써 현명한 선택을 촉구한다는 내용이다. '넛지'란 팔꿈치로 쿡 찌른다는 뜻이다. 현명한 제안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깨닫도록 하는 방법으로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공연을 보기 위해 극장에 갔습니다. 그런데 미리 예매했던 160달러짜리 표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입장 전에 깨달았습니다. 이때 표를 다시 구입하겠습니까?” 이 질문에 대해 여성들 중 90%가 표를 다시 구입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 “공연을 보기 위해 극장에 갔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160달러짜리 표를 구입하려는데 지갑에서 160달러가 없어졌음을 발견했습니다. 여전히 표를 구입하겠습니까?” 이 질문에 대해 여성들 중 90%가 카드 등을 사용해서 표를 구입하겠다고 대답했다. 공연 입장권과 관련해서 160달러를 잃어버린 것은 마찬가지인데도, 상황이 조금 달라진 것만으로 대응 방법이 정반대가 된다. 첫 번째 경우는 표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표를 다시 사면 ‘표에 돈을 두 배로 지불하는’ 것과 같이 느껴지지만, 두 번째 경우는 표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기에 표에 돈을 두 배로 쓴다고 인식되지는 않는 것이라고 세일러는 결론 내렸다. 세일러는 이 실험을 통해 ‘사람에게는 심리적 회계가 있어서 특수한 방법으로 금전 계산을 한다’라고 주장했다. 똑같은 물건(또는 서비스)이라도 때와 장소에 따라서 비싸다고 느끼기도 하고 싸다고 느끼기도 한다는 뜻이다.
- <제2장 경제이론 08. 심리적 회계> 중에서
어느 금세공인이 금 보관증과 관련해서 커다란 발견을 했다. ‘금을 맡긴 고객 중 대부분은 금을 찾으러 오지 않는다.’ 보관증을 가지고 금을 되찾으러 오는 고객은 전체 중 몇 분의 일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금은 금세공인에게 맡겨진 상태로 방치되었다. 금을 사고팔 때에도 금 자체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금의 보관증만 주고받는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금세공인이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어차피 고객 중 일부만 금을 찾으러 오니, 보관한 금보다 보관증을 더 많이 발행해도 되지 않을까?” 발행한 보관증 중 몇 분의 일만 실제로 금과 교환된다. 그러므로 보관 중인 금보다 보관증을 몇 배 더 많이 발행해도 업무에는 지장이 없다. 그리고 여분의 보관증을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쳐서 받으면 돈을 벌 수 있다. 이 생각을 해낸 금세공인은 자신이 보관하는 금보다 몇 배 많은 보관증을 발행해서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장사를 시작했다. 이 사업은 눈 깜짝할 사이에 퍼져나갔다. 이것이 현재 사용되는 ‘지폐(은행권)’의 시작이다. 금 보관증을 골드스미스 노트(goldsmith’s note)라고 불렀기 때문에 이 이론을 ‘골드스미스 노트 이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제5장 경제이론 27. 골드스미스 노트 이론> 중에서
밀턴 프리드먼의 통화주의는 겉보기에는 화폐론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규제를 철폐하고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긴다는 시장원리주의라고도 할 수 있는 경제이론이었다. 프리드먼은 철저한 시장원리주의자로 정부의 모든 규제에 반대했다. 의약품 안전 규제마저 반대했을 정도였다. 프리드먼의 통화주의는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경제이론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었다. 신자유주의란 간단히 말하면 ‘경제는 모두 자유롭게 방임해야 한다’ ‘빈부 격차가 발생해도 부자들이 돈을 벌면 그 돈이 빈곤층에도 도달해 사회 전체가 풍요로워진다’라는 사고방식이다. 이 주장을 '낙수효과'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통화주의 경제 정책을 실행한 국가들에 심각한 빈부 격차가 발생해, 낙수효과는 점점 부정되고 있다.
- <제5장 경제이론 30. 통화주의 이론> 중에서
“자국 통화로 국채를 발행하는 나라는 재정 적자를 신경 쓰지 않고 국채의 발행을 늘릴 수 있다. 국채의 발행량을 적절히 조절하면 비정상적인 인플레이션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MMT(현대 화폐 이론, Modern Monetary Theory)라는 경제이론이다. 미국의 바드대학교 교수인 랜덜 레이 등이 1990년대부터 주장한 이론이다. …… 현대 화폐 이론은 기존의 경제학자들에게 황당무계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국채 잔고를 신경 쓰지 않고 국채를 발행해도 된다는 주장은 얼토당토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 현대 통화의 구조는 면밀히 설계된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맞춰서 조금씩 형성된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통화 구조가 정답이다’라고는 누구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현대의 통화는 ‘누군가 빚을 지지 않으면 사회에 통화가 유입되지 않는다’ ‘빚이 계속 늘어나지 않으면 세상의 돈의 흐름이 멈추고 만다’라는 거대한 모순을 안고 있다. MMT는 그 모순을 해소하기 위한 커다란 힌트를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 제5장 경제이론 31. MMT 현대 화폐 이론> 중에서
피케티는 ‘1990년을 계기로 빈부 격차가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는데, 1990년 전후로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검증해보면 해답은 간단하다. 바로 소련과 동유럽의 공산주의권 붕괴다. …… 그 후 세계는 단숨에 머니 게임의 방향으로 기울었다. 마치 ‘자본주의야말로 옳다’라는 듯 기업과 투자가들에게 한없는 자유를 주고 편의를 봐주는 정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소련과 공산주의 진영이 건재했을 때 서방 국가들은 이렇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폭주에 나름대로 신경을 썼던 것이다. 상속세와 누진소득세 등으로 부유층에서 확실히 세금을 걷었다. 극단적인 부의 편중이 일어나지 않도록 빈곤층을 나름대로 배려해서, 사회에 불만이 만연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실시했다. 그러나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이 붕괴한 후 상속세는 점차 축소되거나 폐지되었고 누진소득세도 약해졌다.
- 제5장 경제이론 33. 피케티의 경제이론> 중에서
저자소개
지은이 : 오무라 오지로(大村大次郞)
일본 국세청에서 다년간 법인세 담당 조사관으로 근무했으며, 퇴직 후 세금 및 회계 관련 노하우를 알려주는 자유기고가가 되어 단행본 집필, 잡지 기고는 물론 〈마루사!! 도쿄국세국감찰부〉 〈나사케의 여자〉 등 국세청 직원들의 활약을 그린 인기 TV 드라마의 감수를 맡았다.
저서로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 《모든 영수증은 경비 처리가 가능하다》와 일본 아마존 역사 분야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돈의 흐름으로 읽는 세계사》 외에도 《쉽게 풀어쓴 국부론》 《탈세의 세계사》 《돈의 흐름으로 읽는 일본사》 《돈의 흐름으로 읽는 현대권력사》 등 30여 권이 있다.
옮긴이 : 이정미
책정보 및 내용요약
핵심 경제이론부터 알아야 한다!
《게임이론에서 피케티까지 나의 첫 경제 공부》는 세상을 움직이는 33가지 핵심 경제이론을 깔끔하게 정리한 경제 입문서다. 리처드 세일러의 ‘넛지 이론’, 대니얼 카너먼의 ‘전망 이론’, 쉬나 아이엔가의 ‘상품 선택의 법칙’ 등 행동경제학과 게임이론에서부터 현대 화폐 이론(MMT)과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까지 꼭 알아야 할 최신 경제이론을 한 권에 담았다. 또한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케인스의 유효수요론, 슘페터의 경기순환론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경제이론들이 어떻게 발전해오며 세계를 변화시켰는지 살펴본다. 경제이론과 실물 경제가 어떤 지점에서 어긋나는지, 경제이론의 한계도 지적한다. 이 책은 세상을 움직이는 경제의 원리를 쉽지만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가이드가 될 것이다.
목차
제1장 오늘부터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경제이론
No.01 콩코드의 오류 · 15
큰 프로젝트는 도중에 중단할 수 없다
No.02 상호성의 법칙 · 21
사람에게는 보답하려는 심리가 있다
No.03 풋 인 더 도어 테크닉 · 27
작은 부탁에서 서서히 키워나가는 ‘단계적 요청법’
No.04 죄수의 딜레마 · 31
인간은 배신의 위험이 있으면 협력하지 않는다
No.05 ‘무제한’의 게임 · 36
왜 도시 사람들은 차갑고 시골 사람들은 친절할까?
No.06 최후통첩 게임 · 40
인간의 질투심은 손익계산도 넘어선다
제2장 고객의 심리를 읽어내는 경제이론
No.07 넛지 이론 · 47
소비자가 항상 현명하지는 않다
No.08 심리적 회계 · 53
물건의 가치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
No.09 자신감 과잉의 법칙 · 57
인간은 거의 누구나 자신감 과잉이다
No.10 아이엔가 상품 선택의 법칙 · 60
상품 종류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매출이 감소한다
No.11 전망 이론 · 66
인간은 이익보다 손실을 중시한다
No.12 후광 효과 · 70
처음의 강렬한 인상으로 전체의 인상이 결정된다
제3장 역사를 바꾼 경제이론
No.13 애덤 스미스의 경제이론 1 · 77
‘보이지 않는 손’의 진짜 의미
No.14 애덤 스미스의 경제이론 2 · 84
최하층 사람들이 풍족한 사회가 최선의 사회
No.15 애덤 스미스의 경제이론 3 · 89
세금은 각자의 능력에 따라 부담해야 한다
No.16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 93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 자유로운 경제 활동
No.17 마르크스 자본론 · 97
노동자는 반드시 자본가에게 착취당한다
No.18 케인스의 경제이론 1 · 104
불황일 때는 정부가 공공투자를 해야 한다
No.19 케인스의 경제이론 2 · 114
불경기일 때는 금리를 낮춰야 한다
제4장 필수 교양으로 알아두어야 할 경제이론
No.20 그레셤의 법칙 · 123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No.21 맬서스의 인구론 · 127
식량 생산은 인구 증가를 따라잡지 못한다
No.22 리카도의 비교우위 이론 · 132
다른 나라보다 우위인 상품을 수출하라
No.23 샤흐트의 경제이론 1 · 138
모든 상황에 통용되는 경제 법칙은 없다
No.24 샤흐트의 경제이론 2 · 144
경제에서 혼자서만 승리할 수는 없다
No.25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도덕경제합일설 · 149
장사와 공익은 일치해야 한다
No.26 슘페터의 경제이론 · 156
호경기는 기술 혁신을 통해 찾아온다
제5장 현대 세계를 움직이는 경제이론
No.27 골드스미스 노트 이론 · 167
돈을 만들어내는 근본 이론
No.28 불환지폐 체제 · 171
왜 현대의 지폐는 귀금속과 태환되지 않을까?
No.29 현대의 기본 금융 체제 · 176
우리는 확대재생산의 의무를 지고 있다?
No.30 통화주의 이론 · 180
시장에 개입하지 말고 돈의 공급량만 조절하라
No.31 MMT 현대 화폐 이론 · 186
정부는 재정 적자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No.32 비트코인 이론 · 194
인류를 위한 새로운 화폐의 형태?
No.33 피케티의 경제이론 · 200
1990년대 이후 세계의 빈부 격차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마치며 · 207
주요 참고문헌 · 210
편집자 추천글
세상을 움직이는 핵심 경제이론 33가지
이 책이 다루는 경제이론은 리처드 세일러의 ‘넛지 이론’, 대니얼 카너먼의 ‘전망 이론’, 쉬나 아이엔가의 ‘상품 선택의 법칙’ 등 요즘 각광받는 행동경제학의 주요 이론들은 물론이고 게임이론, 현대 화폐 이론(MMT),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까지 꼭 알아야 할 최신 경제이론을 망라하고 있다. 또한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케인스의 유효수요론, 슘페터의 경기순환론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경제이론들이 어떻게 발전해오며 세계를 변화시켰는지도 살펴본다.
다년간 일본 국세청에서 일한 저자는 ‘경제 현장’에서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이론이 현실과 얼마나 잘 들어맞는지 혹은 어긋나는지도 이야기한다. 상속재산 탈세 밀고의 다수가 친족에게서 나온다는 내부정보를 통해 최후통첩 게임(‘인간은 손해를 보더라도 타인의 이익을 방해하려 한다’ ‘인간의 질투심은 손익계산을 넘어선다’) 이론을 설명하고, 세금을 덜 내기 위한 경영자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지켜본 전문가로서 카너먼의 ‘전망 이론’(‘사람은 이익보다 손실을 중시한다’)이 참임을 확인해주는가 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 불황을 겪은 당사자로서 슘페터의 경기순환론(‘불황은 호경기의 준비단계다’)의 비현실성을 비판하기도 한다.
세상을 움직이는 33가지 경제이론의 핵심 생각을 알기 쉽게 설명한 이 책은 통화와 금융, 재정과 실업 같은 거대한 경제문제들을 폭넓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뿐 아니라 ‘도어 인 더 페이스 테크닉’(거절 후 양보 전략), ‘풋 인 더 도어 테크닉’(단계적 요청법), ‘후광 효과’ 등 인간 심리를 마케팅과 협상에 활용하는 실용적 기법들도 알려준다. 이 책이 다루는 다양한 경제이론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죄수의 딜레마와 ‘무제한’의 게임
게임이론은 다양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전략적 행동을 탐구한다. 게임이론 중 가장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수사당국은 공범인 두 죄수에게 유죄협상 제의를 한다. 둘 다 묵비권을 행사할 경우 징역 1년, 둘 다 자백할 경우 징역 3년, 어느 한쪽만 자백할 경우 자백한 사람은 무죄이고 다른 쪽은 징역 5년이라는 조건이다. 최선의 선택은 둘 다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실험에서 두 죄수는 모두 자백하는 결과를 보인다. 이것은 서로 협력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아도, 상대방이 배신할 경우 자신이 큰 손해를 보게 된다면 우리는 먼저 배신하는 쪽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죄수의 딜레마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만일 이 게임을 무한히 반복한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자백할 경우 다음번에는 상대방도 자백하여 보복을 받게 되므로, 결국 둘 다 묵비권을 행사하는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된다. 즉 한 번뿐인 게임에서는 자기 자신만 생각하지만, 게임이 무제한으로 반복되면 상대방과 협력하게 된다.
도시 사람들은 차갑고 시골 사람들은 따뜻하다는 흔한 말도 이 ‘무제한’의 게임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도시인에게 이웃은 언제 이사 갈지 모르는 존재로, 관계 형성으로 이득을 얻을 가능성이 낮다. 말하자면 ‘한 번뿐인 게임’이기에 자신에게 유리한 행동만 하게 된다. 반면에 시골 사람들은 이웃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고, 그들과 협력해야 내게 이득인 상황에 놓여 있다. 즉 ‘무한히 반복되는 게임’이기에 상대방에게 친절을 베풀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매우 공격적이 되고 막말을 내뱉는 것도 같은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인터넷의 익명 게시판은 ‘한 번뿐인 죄수의 딜레마’의 극단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사회에서 서로 만날 가능성, 인터넷상의 발언이 실생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믿기에, “남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든, 보는 사람들을 얼마나 불쾌하게 하든, 나만 기분 좋으면 된다”라는 식의 극도로 이기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넛지 이론, 심리적 회계, 상품 선택의 법칙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언제나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주류 경제학의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작되었다. 행동경제학을 세상에 널리 알린 리처드 세일러는 소비자가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항상 자신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것을 선택하지는 않으며, 자주 틀린 선택을 한다고 말한다. 이때 소비자에게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팔꿈치로 옆구리를 슬쩍 찌르듯’ 작은 제안을 하여 현명한 선택을 스스로 깨닫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부드러운 개입이 셰일러의 ‘넛지 이론’의 핵심이다. 최근 본격적인 코로나 예방접종을 앞두고 백신에 대한 잘못된 공포가 부풀려진 상황에서 방역당국은 잔여백신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예약 경쟁을 통한 긍정적인 입소문을 유도했는데, 이러한 정책도 넛지 이론을 활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 행동과 심리를 연구한다. ‘공연장에 도착해서 고가의 예매 티켓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았을 때 티켓을 다시 구입하시겠습니까?’ 세일러가 이렇게 질문했을 때 90%의 사람들은 다시 구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공연장에 도착해서 티켓값만큼의 현금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았을 때 티켓을 구입하시겠습니까?’라고 묻자 90%의 사람들은 신용카드 등으로 구입하겠다고 답했다. 표를 잃고 다시 표를 사는 것은 마치 표에 돈을 두 배로 지불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후자의 경우는 표를 잃은 것은 아니므로 그렇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세일러는 해석한다. 같은 물건이라도 사람의 마음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이러한 현상을 세일러는 ‘심리적 회계’라고 불렀다.
컬럼비아대학교의 쉬나 아이엔가 교수는 마트에 잼을 24종류 진열했을 때와 6종류 진열했을 때 어느 쪽이 더 잘 팔리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선택지가 많아야 매출이 높아진다’는 기존 경제학의 예상과 달리 상품 종류가 적을 때 판매가 10배 이상 많았다. 이 실험을 바탕으로 아이엔가는 상품의 종류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매출이 감소하고, 매출을 높이기 위해 상품의 종류를 압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상품 선택의 법칙’을 밝혔다. 우리는 대개 여러 선택지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고르는 일을 어려워한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틀린 선택을 할까 봐 정신적 부담을 느껴 더 신중해지기 때문이다.
넛지 이론, 심리적 회계, 상품 선택의 법칙 등 행동경제학 이론들은 경제학과 심리학을 결합하여 기존 경제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보완하고 있다.
애덤 스미스와 케인스 경제이론에 대한 오해
애덤 스미스의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 개념은 ‘경제는 전적으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라는 의미이며, 《국부론》은 ‘경제의 자유방임주의를 설파한 책’이라고 흔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해석이 스미스의 본래 취지와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당시 유럽 정부들은 동인도회사 같은 특정 기업에게 독점 무역권을 주어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특정 기업에만 국가의 부가 편중될 뿐 국가 전체의 생산성 향상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손’은 스미스가 이러한 독점을 절대 악이라고 비판하며 국가가 특정 기업에 독점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 국가가 경제 활동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말한 것이지, 무엇이든 자유롭게 방치하면 다 잘될 것이라는 의미로 주장한 게 아니었다.
본래 윤리학자였던 애덤 스미스는 경제 활동의 자유를 옹호하면서도 그 대전제로서 ‘최소한의 도덕’이 지켜져야 한다고 보았고, “경영자는 노동자가 아내와 자녀 두 명을 부양할 수 있을 만큼 최소한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라는 구체적 기준까지 제시했다. 또한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생활필수품에 대한 과세는 서민 생활에 타격을 준다며 사치품에 대해서 과세할 것을 주장했다. 저자는 이제 모든 나라의 표준이 된 이 과세 원칙과 달리, 다이아몬드나 쌀이 거의 같은 소비세율을 매기는 세계적으로 드문 일본의 세제를 비판하며, 이러한 어리석은 간접세가 버블경제 붕괴 이후 일본 경제에 지속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불황일 때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지출로 고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케인스의 ‘유효수요론’은 세계 대공황 때 미국 뉴딜정책의 기초 이론이 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전 세계 경제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계속해서 적극적인 재정 투자를 해도 경기가 나아지지 않고 재정 적자만 불어나자 1980년대 들어 많은 서구 국가들은 케인스 이론의 실패를 거론하며, 재정 투자를 줄이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시각은 틀렸다고 반박한다. 케인스는 ‘불황일 때’ 적극적으로 재정을 지출하라고(그리고 호황이 되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흑자 재정으로 전환하라고) 했지, 끊임없이 재정을 투자하라고 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영국 등은 ‘만성적 불황’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거액의 재정 투자를 하면 경기 부양 효과는 없고 재정만 악화될 것이 뻔하다.
저자는 또한 일본에서 벌인 대대적인 공공사업이 별 효과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케인스가 틀렸다고 말하는 경제학자들에게도 반론한다. 첫째, 영국에서는 실업수당을 국가가 지불하므로 공공사업을 벌이고 실업자를 고용해 실업수당 대신 임금으로 지불하는 편이 사회에 더 이득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실업수당은 노동자와 기업이 적립한 돈에서 지출되므로, 영국에서처럼 ‘어차피 지출할 돈이라면 공공사업으로 쓰는 편이 낫다’는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 둘째, 케인스는 ‘불경기일 때’에 한해 ‘사회에 유익한 사업’을 실시하라고 했지, ‘항시적으로’ ‘불필요한 공공사업’을 무작정 실시하라고 하지 않았다. 1980~90년대 일본의 공공사업은 아무도 다니지 않는 불필요한 도로, 다리, 비행장을 무턱대고 건설하는 식이었고, 지역 정치가와 토목사업자의 이권으로 이어지기 쉬웠다.
현대 금융 체계의 본질과 피케티의 경제이론
우리가 이용하는 돈은 어떻게 사회에 들어오는 것일까? 정답은 ‘빚’이다. 중앙은행이 돈을 발행하면 일반은행들은 대출의 형태로 돈을 받아와 다시 대출의 형태로 기업이나 개인에게 돈을 공급한다. 사회에 돈이 나오는 경로는 놀랍게도 오직 이 한 가지뿐이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모든 돈의 근원을 추적해보면 결국 누군가의 빚인 것이다. 하지만 빚은 원금은 물론이고 이자까지 쳐서 갚아야 한다. 빚의 연쇄 고리를 하나하나 따라가면 사회 전체는 은행에 원금보다 더 많은 돈을 갚아야 하고, 따라서 파산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사회는 실제로 파산하지 않을까? 그것은 계속 누군가가 새롭게 빚을 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계속 빚을 확대재생산하지 않으면(즉 사회 전체가 계속 생산과 소비를 늘려가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통화 체계는 붕괴하고 만다. 세계적 환경 파괴를 고려할 때, 이러한 근원적 모순을 안고 있는 현 체계가 반드시 인류에게 유익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랜덜 레이 등이 1990년대부터 주장한 현대 화폐 이론(MMT)은 자국 통화로 국채를 발행하는 미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는 재정 적자를 신경 쓰지 않고 국채의 발행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존 경제학자들은 이를 황당무계하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오늘날의 통화가 금은으로 태환되지 않는 종잇조각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현대 통화 체계가 ‘빚을 계속 늘리지 않으면 세상의 돈의 흐름이 멈추고 만다’는 자체 모순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MMT를 그저 황당무계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저자는 MMT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불완전한 이론이기는 하지만 MMT가 주장하는 또 다른 제안, 즉 공공투자를 통해 모든 구직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창설하자는 제안은 ‘정부가 직접 모든 실업자를 고용한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서 효율적인 실업 대책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토마 피케티는 지난 300년에 걸친 유럽 국가들의 데이터를 이용해서 부의 편중과 소득 격차의 추이를 연구했고, 1980년대 후반부터 세계적으로 급격히 빈부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발표해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90년을 전후로 공산주의권이 붕괴하자 세계는 통화주의(신자유주의)의 기치 아래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한없이 자유를 주고 편의를 봐주는 정책을 실시했다. 공산주의 진영이 건재했을 때는 자본주의의 폭주를 신경 쓰며 부의 편중을 해소하는 정책을 폈지만, 이제 더이상 눈치를 볼 필요가 없게 되자 전 세계는 단숨에 머니 게임으로 치달았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이후 소득세는 40% 넘게, 상속세는 30% 넘게 감소했다.
저자는 여기에 서방 정치가와 경제인들의 큰 착각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공산주의는 원래 자본주의가 낳은 극단적 빈부 격차의 해결책으로 등장한 사상이었다. 따라서 공산주의권의 붕괴는 공산주의가 자본주의의 문제 해결에 적합하지 않다는 뜻일 뿐이며, 자본주의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문제를 방치하는 한 공산주의 등장 이전의 상태, ‘극도의 격차 사회’로 돌아갈 것은 불 보듯 뻔했다(그리고 공산주의권은 평등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 국가들보다 더 빈부 격차가 심했기 때문에 붕괴했다). 피케티가 빈부 격차의 해결책으로 제안하는 방법은 ‘소득세와 상속세의 누진성 강화’ 그리고 ‘자산세의 세계적인 강화’다. 좀처럼 실현되기 어려운 방안이지만, 최근 미국의 주도 아래 다국적 기업의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한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이 추진되어 앞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소비자는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항상 자신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것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자주 틀린 선택을 한다.” 이것은 넛지 이론(nudge theory)이라는 경제이론의 가장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다. 넛지 이론은 시카고대학교 교수인 리처드 세일러가 주장한 이론이다. 리처드 세일러는 젊은 시절부터 기존의 경제학이 ‘사람은 시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라는 전제하에 구성된 데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고 한다. …… 넛지 이론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소비자에게 작은 제안을 함으로써 현명한 선택을 촉구한다는 내용이다. '넛지'란 팔꿈치로 쿡 찌른다는 뜻이다. 현명한 제안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깨닫도록 하는 방법으로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공연을 보기 위해 극장에 갔습니다. 그런데 미리 예매했던 160달러짜리 표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입장 전에 깨달았습니다. 이때 표를 다시 구입하겠습니까?” 이 질문에 대해 여성들 중 90%가 표를 다시 구입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 “공연을 보기 위해 극장에 갔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160달러짜리 표를 구입하려는데 지갑에서 160달러가 없어졌음을 발견했습니다. 여전히 표를 구입하겠습니까?” 이 질문에 대해 여성들 중 90%가 카드 등을 사용해서 표를 구입하겠다고 대답했다. 공연 입장권과 관련해서 160달러를 잃어버린 것은 마찬가지인데도, 상황이 조금 달라진 것만으로 대응 방법이 정반대가 된다. 첫 번째 경우는 표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표를 다시 사면 ‘표에 돈을 두 배로 지불하는’ 것과 같이 느껴지지만, 두 번째 경우는 표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기에 표에 돈을 두 배로 쓴다고 인식되지는 않는 것이라고 세일러는 결론 내렸다. 세일러는 이 실험을 통해 ‘사람에게는 심리적 회계가 있어서 특수한 방법으로 금전 계산을 한다’라고 주장했다. 똑같은 물건(또는 서비스)이라도 때와 장소에 따라서 비싸다고 느끼기도 하고 싸다고 느끼기도 한다는 뜻이다.
어느 금세공인이 금 보관증과 관련해서 커다란 발견을 했다. ‘금을 맡긴 고객 중 대부분은 금을 찾으러 오지 않는다.’ 보관증을 가지고 금을 되찾으러 오는 고객은 전체 중 몇 분의 일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금은 금세공인에게 맡겨진 상태로 방치되었다. 금을 사고팔 때에도 금 자체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금의 보관증만 주고받는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금세공인이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어차피 고객 중 일부만 금을 찾으러 오니, 보관한 금보다 보관증을 더 많이 발행해도 되지 않을까?” 발행한 보관증 중 몇 분의 일만 실제로 금과 교환된다. 그러므로 보관 중인 금보다 보관증을 몇 배 더 많이 발행해도 업무에는 지장이 없다. 그리고 여분의 보관증을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쳐서 받으면 돈을 벌 수 있다. 이 생각을 해낸 금세공인은 자신이 보관하는 금보다 몇 배 많은 보관증을 발행해서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장사를 시작했다. 이 사업은 눈 깜짝할 사이에 퍼져나갔다. 이것이 현재 사용되는 ‘지폐(은행권)’의 시작이다. 금 보관증을 골드스미스 노트(goldsmith’s note)라고 불렀기 때문에 이 이론을 ‘골드스미스 노트 이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국 통화로 국채를 발행하는 나라는 재정 적자를 신경 쓰지 않고 국채의 발행을 늘릴 수 있다. 국채의 발행량을 적절히 조절하면 비정상적인 인플레이션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MMT(현대 화폐 이론, Modern Monetary Theory)라는 경제이론이다. 미국의 바드대학교 교수인 랜덜 레이 등이 1990년대부터 주장한 이론이다. …… 현대 화폐 이론은 기존의 경제학자들에게 황당무계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국채 잔고를 신경 쓰지 않고 국채를 발행해도 된다는 주장은 얼토당토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 현대 통화의 구조는 면밀히 설계된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맞춰서 조금씩 형성된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통화 구조가 정답이다’라고는 누구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현대의 통화는 ‘누군가 빚을 지지 않으면 사회에 통화가 유입되지 않는다’ ‘빚이 계속 늘어나지 않으면 세상의 돈의 흐름이 멈추고 만다’라는 거대한 모순을 안고 있다. MMT는 그 모순을 해소하기 위한 커다란 힌트를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피케티는 ‘1990년을 계기로 빈부 격차가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는데, 1990년 전후로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검증해보면 해답은 간단하다. 바로 소련과 동유럽의 공산주의권 붕괴다. …… 그 후 세계는 단숨에 머니 게임의 방향으로 기울었다. 마치 ‘자본주의야말로 옳다’라는 듯 기업과 투자가들에게 한없는 자유를 주고 편의를 봐주는 정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소련과 공산주의 진영이 건재했을 때 서방 국가들은 이렇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폭주에 나름대로 신경을 썼던 것이다. 상속세와 누진소득세 등으로 부유층에서 확실히 세금을 걷었다. 극단적인 부의 편중이 일어나지 않도록 빈곤층을 나름대로 배려해서, 사회에 불만이 만연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실시했다. 그러나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이 붕괴한 후 상속세는 점차 축소되거나 폐지되었고 누진소득세도 약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