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 : 양효실 이라영 이진실 한우리 황미요조
양효실
여성학자이자 미술비평가. 서울대학교 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현대예술과 문화, 여성주의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으며 미술비평가로도 활동 중이다. 여성, 청년, 동성애자 등을 재현하는 미적인 혹은 윤리적인 방법의 복수성과 다양성을 전달하는 데 주된 관심을 갖고 있다. 《불구의 삶, 사랑의 말》 《권력에 맞선 상상력, 문화운동 연대기》 등을 썼고, 주디스 버틀러의 《윤리적 폭력 비판》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라영
예술사회학 연구자. 모든 종류의 예술을 사랑한다. 미술과 예술 경영을 공부한 후 문화 기획과 문화 교육 분야에서 일했다. 개별의 작품보다 작품을 둘러싼 사회구조와 역사에 관심이 많아 프랑스에서 예술사회학을 공부했다.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타락한 저항》 《정치적인 식탁》 《폭력의 진부함》 《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가 있다. 《비거닝》의 공저자로, 연극 <식사>에 공동창작자로 참여했다.
이진실
미술평론가이자 큐레이터. 대학원에서 독일미학을 공부하고 시각 매체와 미술에서 의미 있는 실천 방식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또 큐레이토리얼&에디토리얼 콜렉티브 아그라파 소사이어티의 멤버로서 페미니즘, 퀴어, 그리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타자적 전망 안에서 텍스트를 생산하고 수행성을 실험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
한우리
여성주의 문학연구자. 근대국가의 형성에 얽힌 젠더 및 섹슈얼리티 규율과 유색여성 페미니즘 정치/인식론에 관심 있다. 현재 중앙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강의하고,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함께 공부하며, 페미니즘과 퀴어 비평에 관한 강의를 기획하고 책을 번역하고 있다. 《교차성×페미니즘》을 함께 썼으며, 《페미니즘 선언》 《모두에게 페미니즘》 《시스터즈-만화로 보는 여성 투쟁의 역사》 《아우슈비츠의 여자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황미요조
여성주의 영화연구자. 영화이론, 문화연구, 동아시아학, 비교문학을 공부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페미니스트 영화비평과 동아시아 영화연구를 강의하며,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카라동물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다. 《남성됨과 정치》 《성차별주의는 전쟁을 불러온다》를 우리말로 옮겼다.
엮은이 : 브리앤 파스
여성학자.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여성과젠더연구소 설립자이자 소장이다. 옥시덴털 대학에서 여성학 및 심리학 학사, 미시건 대학교에서 여성학 및 임상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다섯 권의 책을 저술했고, 네 권의 책을 공동 편집했다. 저서로는 여성 ‘성 해방’ 역설을 분석한 《퍼포밍 섹스》(2011), 작가이자 암살자 밸러리 솔라나스의 전기 《밸러리 솔라나스》(2014), 생리 행동주의를 다룬 《아웃 포 블러드》(2016), 래디컬 페미니스트 역사와 성, 정의, 여성 현대 문제의 연결고리를 파헤친 《파이어브랜드 페미니즘》(2018), 여성의 성애에 대한 에세이 《성과 광기》(2019)가 있다. 현재 체모의 변덕스러운 정치에 대한 에세이 《면도하지 않은》을 집필하고 있다.
저자소개
옮긴이 : 양효실 이라영 이진실 한우리 황미요조
여성학자이자 미술비평가. 서울대학교 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현대예술과 문화, 여성주의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으며 미술비평가로도 활동 중이다. 여성, 청년, 동성애자 등을 재현하는 미적인 혹은 윤리적인 방법의 복수성과 다양성을 전달하는 데 주된 관심을 갖고 있다. 《불구의 삶, 사랑의 말》 《권력에 맞선 상상력, 문화운동 연대기》 등을 썼고, 주디스 버틀러의 《윤리적 폭력 비판》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라영
예술사회학 연구자. 모든 종류의 예술을 사랑한다. 미술과 예술 경영을 공부한 후 문화 기획과 문화 교육 분야에서 일했다. 개별의 작품보다 작품을 둘러싼 사회구조와 역사에 관심이 많아 프랑스에서 예술사회학을 공부했다.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타락한 저항》 《정치적인 식탁》 《폭력의 진부함》 《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가 있다. 《비거닝》의 공저자로, 연극 <식사>에 공동창작자로 참여했다.
이진실
미술평론가이자 큐레이터. 대학원에서 독일미학을 공부하고 시각 매체와 미술에서 의미 있는 실천 방식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또 큐레이토리얼&에디토리얼 콜렉티브 아그라파 소사이어티의 멤버로서 페미니즘, 퀴어, 그리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타자적 전망 안에서 텍스트를 생산하고 수행성을 실험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
한우리
여성주의 문학연구자. 근대국가의 형성에 얽힌 젠더 및 섹슈얼리티 규율과 유색여성 페미니즘 정치/인식론에 관심 있다. 현재 중앙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강의하고,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함께 공부하며, 페미니즘과 퀴어 비평에 관한 강의를 기획하고 책을 번역하고 있다. 《교차성×페미니즘》을 함께 썼으며, 《페미니즘 선언》 《모두에게 페미니즘》 《시스터즈-만화로 보는 여성 투쟁의 역사》 《아우슈비츠의 여자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황미요조
여성주의 영화연구자. 영화이론, 문화연구, 동아시아학, 비교문학을 공부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페미니스트 영화비평과 동아시아 영화연구를 강의하며,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카라동물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다. 《남성됨과 정치》 《성차별주의는 전쟁을 불러온다》를 우리말로 옮겼다.
엮은이 : 브리앤 파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이 책의 제목 《우리는 다 태워버릴 것이다》는 선언문이 가진 폭발적인 힘을 응집한다. 선언문은 절박함의 문학, 생의 최전선에서 쓰인 문학이자 훼손된 존엄성, 위협받는 생명, 소외와 차별을 낳는 불의에 견딜 수 없어 외치는 목소리다. 선언문은 우리의 눈을 헤집어 열어 비열하고 더럽고 무시무시한 진실을 똑바로 보게 만든다. 이 책에 실린 페미니즘 선언문을 읽을 때 불에 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남성 중심적 권력을 되찾고 분노와 광포함을 표현하는 혁명 수단으로서의 선언문, 페미니스트의 목소리를 세상의 중심으로 이동시키려는 이상적인 소통 방식으로서의 선언문을 통해, 이 세상 가장자리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더욱 환해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목차
서문 | 피 흘리는 가장자리: 페미니즘 선언문의 필요성 * 7
Part 1 퀴어/트랜스
나는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 * 49
퀴어 네이션 선언문: 퀴어들이여, 이 글을 읽으시라 * 52
여성이 여성을 정체화했다 * 76
다이크 선언문 * 86
먼저 다가서라 * 98
게이해방전선 선언문(발췌) * 100
이페미니스트 선언문 * 128
국경 허물기: 퀴어 선언문(발췌) * 137
트랜스페미니스트 선언문 * 152
파자마 펨 선언문 * 172
레즈비언 마피아 선언문 * 175
보이펑크 선언문 * 191
새로운 페미니스트 등장을 위한 선언문 * 194
Part 2 반자본주의/무정부주의
무정부주의와 생물학적 성의 문제 * 205
여성들의 국제 파업 촉구 * 212
가사 노동 반대 * 216
싱글 선언문 * 231
제노페미니즘: 소외를 위한 정치(발췌) * 235
무정부주의 페미니즘 선언문 * 250
미국의 짐승들 * 254
급진적 여성들의 선언문(발췌) * 263
레퓨지아: 자치구되기 선언문 * 300
깨시민-대안 선언문 * 303
21세기를 위한 페미니즘 선언문 * 326
Part 3 분노/폭력
나는 어떤 남자만큼이나 강합니다 * 333
레드스타킹스 선언문 * 335
페미니스트 선언문 * 340
SCUM 선언문 * 352
성의 변증법: 페미니스트 혁명을 위하여(발췌) * 399
성교(발췌) * 416
아니오 선언문 * 423
그랜드캐니언 * 426
Part 4 선주민/유색인 여성
컴바히강 집단 선언문 * 435
이중의 위험: 흑인이면서 여성되기 * 449
자매들의 응답 * 460
페미니스트 선언문 * 469
사파티스타 여성 혁명법 * 477
흑인해방운동과 여성해방 * 479
살해당하지 않고, 실종되지도 않는:
식민적 젠더 폭력에 대항하기 * 495
삭제된 자들의 선언문:
무헤레스,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자, 신과 같은 미국인 * 500
야생의 시인 선언문 * 516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 525
Part 5 성/신체
집단 히스테리 생존 반응으로서 질 오르가즘 * 533
비만 해방 선언문 * 543
343 선언문 * 545
탐폰을 잘라내라 시 선언문 * 552
생리를 점거하라 * 554
나를 강간하려 했던 남자에게 보내는 편지 * 558
왜 나는 ‘프로-초이스’가 아니라 ‘낙태’를 지지하는 사람인가 * 574
대항성별 선언문(발췌) * 585
성 노동자의 권리를 지지하기 위한 페미니스트 선언문 * 587
자위 선언문 * 593
GINK 선언문 * 597
욕망의 미래주의 선언문 * 607
Part 6 해커/사이보그
사이보그 선언문(발췌) * 617
21세기를 위한 사이버페미니즘 선언문 * 622
사이버트위 선언문 * 624
인터넷의 평화를 도모하며 * 626
해커 선언문 * 640
예스 선언문 * 666
급진적 정신의학 선언문 * 668
Part 7 트래시/펑크
라이엇 걸 선언문 * 675
떠돌이들, 실직자들, 상속권을 박탈당한 자들, 비참한 자들 * 679
트래시 걸즈: 미스핏 토이즈 선언문 * 683
여성 예술 선언문 * 694
예술은 왜 저렴한가? 선언문 * 697
보지 선언문 * 700
나는 먹고 살자고 내 도덕성과 타협해야 한다면 그러고 싶지 않다 * 704
물청소 통 뒤 사람들 * 708
언더커먼스 * 714
왜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닌가: 페미니스트 선언문(발췌) * 722
Part 8 마녀/비치
마녀 선언문 * 729
비치 선언문 * 732
묵시록적 주술 선언문 * 747
전통적인 여성상 매장을 위한 장례식 연설 * 750
트루이즘(발췌) * 757
선언문 * 769
감사의 말 * 772
선언문을 쓴 저자들 * 775
주 * 798
참고문헌 * 804
Appendix 국내 선언문
여권통문 * 811
근우회 선언문 * 814
여성성소수자 궐기 선언 * 817
박근혜 퇴진을 넘어 다른 세상을 향한 페미니스트 시국 선언
페미니스트 비체 시국 선언 * 822
정상성에 도전하는 배제된 이들의 목소리로 새롭게 만드는 민주주의를 위하여 * 826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 시국 선언문 * 829
박근혜 퇴진, 정권교체를 넘어 우리는 ‘다른 세상’을 만들 것이다 * 831
페미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 * 834
이주여성은 ‘아이 낳는 사람’이 아닙니다 * 836
나의 몸은 불법이 아니다—지금 이 자리, 임신중단 치외법권 * 845
처벌의 시대는 끝났다 * 849
‘악마 같은 삶’이 아니다 * 853
지구의날 에코페미니스트 선언문 * 858
여성노동자회를 강화하여 미투운동을 성평등 노동 실현으로 연결한다! * 862
국내 선언문에 대하여 * 868
편집자 추천글
"우리는 우리의 세계를 사납게 확장해나갈 것이다!”
페미니즘 선언문, 폭발적으로 저항하는 언어들
소외되고, 배신당하고, 삭제된 여성의 목소리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의 역사
“당신이 화가 나 있고, 진력이 났고, 싸움에 동지가 필요한 상태라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서문에서
《우리는 다 태워버릴 것이다》는 전 세계 페미니스트들이 강력한 분노의 에너지로 써낸 페미니즘 선언문을 한데 모은 책이다. 1851년 소저너 트루스의 선언문에서부터 2018년 시인 수전 스텐슨의 선언문까지……. 이 책은 75편의 페미니즘 선언문을 선별함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아울러 저마다의 억압에 놓여 있었던 여성들, 그동안 소외되고, 배신당하고, 지치고, 삭제되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복원해낸다.
이 책의 제목 《우리는 다 태워버릴 것이다》는 선언문이 가진 폭발적인 힘을 응집한다. 선언문은 절박함의 문학, 생의 최전선에서 쓰인 문학이자 훼손된 존엄성, 위협받는 생명, 소외와 차별을 낳는 불의에 견딜 수 없어 외치는 목소리다. 선언문은 우리의 눈을 헤집어 열어 비열하고 더럽고 무시무시한 진실을 똑바로 보게 만든다. 이 책에 실린 페미니즘 선언문을 읽을 때 불에 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남성 중심적 권력을 되찾고 분노와 광포함을 표현하는 혁명 수단으로서의 선언문, 페미니스트의 목소리를 세상의 중심으로 이동시키려는 이상적인 소통 방식으로서의 선언문을 통해, 이 세상 가장자리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더욱 환해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왜 페미니즘 선언문인가?
새로운 페미니즘을 상상하는 장소로서의 선언문
“제가 말 좀 해도 될까요? 나는 여성의 권리를 지지해요.
나는 어떤 남자만큼이나 근육이 있고, 어떤 남자만큼이나 일할 수 있어요.
나는 땅을 갈아엎고, 곡식을 거둬들이고, 껍질을 벗기고, 장작을 패왔어요.
어떤 남자가 이보다 더 잘 할 수 있나요?
나는 어떤 남자만큼이나 물건을 나를 수 있고,
할 수만 있다면 그만큼 많이 먹을 수도 있어요.
나는 지금 여기 있는 어떤 남자만큼 강해요.”
―소저너 트루스, <나는 어떤 남자만큼이나 강합니다>(1851) 중에서
인류 최초의 페미니즘 선언문으로 알려진 <나는 어떤 남자만큼이나 강합니다>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자 노예였던 소저너 트루스가 쓴 것이다. 자신의 계급과 성별이 동일한 이들의 해방을 위해 평생 운동을 펼친 그는 이 선언문을 통해, ‘흑인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자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드는 세상을 향해 정당한 분노를 표출한다. 핍박의 역사를 견뎌온 전 세계 다양한 인종 여성, 각기 다른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지닌 여성들이 페미니즘 선언문을 통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은 트루스의 선언문이 여러 층위의 억압에 항거하는 수단으로 작용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다발적이게 등장하고 있는 페미니즘 선언문은 소외된 다양한 목소리를 빠짐없이 담아내기 위해 드넓은 장소로 발전해나간다. 젠더와 섹슈얼리티, 퀴어 정치와 트랜스 신체 등 소외된 다양한 존재들을 새롭게 상상할 언어의 장소로 자리매김한 것. 이는 곧 새로운 젠더의 비전, 여성을 위한 새로운 역할,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새로운 정체성과 태도와 입장을 지지하는 토대로서, 유색인/흑인 여성, 가난한 여성, 쓰레기 여성, 성 노동자, 오만불손한 마녀와 비치의 출구가 된다. 페미니즘 선언문 안에서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자유롭게 미치고 날뛸 수 있는 이유다.
모든 페이지가 폭발한다!
선언문으로 보는 페미니즘의 역사 1851-2018
“우리는 대립과 위협의 맥락 안에서 움직이고 작업한다.
우리들이 서로에 대해 갖는 분노가 그 이유는 아니다.
모든 여성, 유색인, 레즈비언과 게이,
가난한 사람들의 특수성을 검토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우리 모두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매서운 분노에 있다.”
―오드리 로드(본문 33쪽)
이 책은 지난 19세기부터 21세기에 이르는 선언문을 아울러 소개함으로써, 제1-4 물결 페미니즘의 토대를 되짚고 고취시키는 데 집중한다. 이 책에 담긴 75편의 선언문은 다양한 범위의 선언문, 과거의 선언문, 동시대의 선언문을 망라하며, 다음의 여덟 주제로 분류된다. 1장 퀴어/트랜스, 2장 반자본주의/무정부주의, 3장 분노/폭력, 4장 선주민/유색인 여성, 5장 성/신체, 6장 해커/사이보그, 7장 트래시/펑크, 8장 마녀/비치.
연대를 기준 삼지 않고 이와 같은 주제로 선별한 이유는 각각의 페미니즘 선언문이 택한 비판적, 미적,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의 긴장감을 전하기 위함이다. 각 페미니즘 선언문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강조하고 고양함으로써, 페미니즘 내부의 모순을 스스로 드러냄으로써 여성 억압의 표적을 더 넓고 크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1장 퀴어/트랜스에서는 퀴어 권리가 정점에 다다랐던 1970년대 초를 필두로, 지난 50여 년을 관통하는 퀴어 페미니즘의 저항의 힘을 세 가지 시간대(1970년대, 1990년대, 200년대)로 나눠 소개한다. 이 세 시기를 통해 퀴어 페미니즘의 한결같은 거리낌 없는 태도, 분노, 새로운 퀴어의 미래를 받아 안으려는 생각들을 펼쳐낸다.(본문 47쪽)
2장 반자본주의/무정부주의에서는 이 두 이데올로기의 충동이 페미니즘의 비전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 19세기 중엽에 등장한 초기 무정부주의 특징을 간직한 텍스트에서부터 오늘날 후기 자본주의와 제도적 억압의 강제로부터 자유롭게 상상하고 놀고 사랑하고 글을 쓰고 마음껏 숨 쉬는 것을 집단적으로 꿈꿨던 기록을 만날 수 있다.(본문 203쪽)
3장 분노/폭력에 이르면 현실을 파괴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다시 세우기로 작정한 여성들이 여러 페이지에 걸쳐 발산하는 뜨거운 분노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 쓰인 페미니스트 선언문 중 가장 폭력적이라 할 만한 밸러리 솔라나스Valerie Solanas의 〈SCUM 선언문〉을 중심으로, 제2 물결의 래디컬 페미니즘 운동의 핵심적인 내용을 찾을 수 있다.(본문 331쪽)
4장 선주민/유색인은 불평등이 야기하는 감정적 무게를 전달하는 언어, 억압의 시학의 살아 있는 예시로 큰 의미를 갖는다. 검은 피부와 갈색 피부를 지닌 여성의 역사, 선주민의 투쟁, 페미니스트 혁명의 저항과 반란의 가능성들을 마주한다. 특히 모든 글에서 우리는 인종차별주의와 동시에 가부장제를 비판하는 저항적 페미니즘의 상징인 유색인 여성을 눈앞에 그려낼 수 있다.(본문 433쪽)
5장 성/신체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살집 있고, 끈끈하고, 상처 나고, 성적이고, 반항적이고, 맥동하는 여성의 몸에 대해 말한다. 몸과 정치적 맥락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급진적이고 다양한 시도뿐 아니라 페미니스트 신체 정치학을 결집시키는 여러 단편들을 만난다. 또한 재생산과 성적 권리에 관한 다양한 페미니즘적 전망을 폭넓게 발견할 수 있다.(본문 531쪽)
6장 해커/사이보그는 기술과 결합하는 페미니즘을 다룬다. 여성이 어떻게 기술과 통합되고, 분리되고, 저항의 기술을 활용하는지에 대해 분투하는 페미니즘을 제시한다. 어떻게 기술이 페미니즘 정치에 영향을 미치거나 약화시킬 수 있는지, 어떻게 사이보그 형상이 혁명을 주도하는지, 또한 어떻게 해커의 역할이 가부장제를 무너뜨리기에 강력하면서도 필수적인지 묻는다.(본문 615쪽)
7장 트래시/펑크로 분류된 페미니즘 선언문은 쓰레기, 멸시, 무례함, 경솔함, 극악함에 대한 찬가가 된다. 페미니스트 항거의 이면으로서의 역겨움, 쓰레기 같은 여성들과 그들의 싸구려 예술과 범죄 행위를 주장하는 목소리로 안내한다.(본문 673쪽) 마지막으로 8장 마녀/비치에서는 여성에 대한 정의로서 페미니즘 역사에 등장했던 두 비유, 마녀와 비치를 다룰 것이다. 전통적인 여성다움에 반하는 두 개념을 환대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페미니즘을 만날 수 있다는 시선을 제시한다.(본문 727쪽)
국내 여성 연구자 5인의 번역으로 만나는
세상 거의 모든 페미니즘 선언문
“그토록 오랫동안 여자들은 꿈꾸고 희망함으로써 살려고 애썼구나.
이 모든 목소리를 모았다니 정말 대단하다.”
―양효실(여성학자)
“‘선언문’이라는 이름으로 터져 나오는 외침이 주는 시원함뿐 아니라
젠더 권력에 대한 꼼꼼한 분석까지 읽을 수 있다.”
―이라영(예술사회학 연구자)
이 책에 실린 75편의 선언문은 국내 여성 연구자 5인의 참여를 통해 우리말로 옮겨졌다. 《우리는 다 태워버릴 것이다》의 가치와 취지에 공감한 이들은 150년 이상의 세월을 아우르는 기록들을 통해 “여성들이 살아남기 위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애써왔”음에 감탄한다. 특히 페미니즘 내부에서도 입장이 팽팽한 문제들(트랜스젠더, 성 노동 등)을 모두 담아내려는 노력이 곧 페미니즘의 현주소를 보여주기에 의미 있다고 말한다. 또한 전혀 알지 못했던 존재들의 목소리를 발견하는 놀라움과 이를 알리는 사명이 곧 이 책의 출간 의의임을 밝힌다. 페미니즘은 다중적이며, 불협화음을 낸다는 사실을 함께 알아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한국의 페미니즘 선언문을 읽는 기회,
분노의 자리마다 연대해온 한국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
이 책의 부록으로 국내 선언문도 함께 소개한다. 1898년 <여권통문>을 시작으로 2021년에 발표된 한국여성노동자회의 선언문까지 총 14편의 선언문을 담는다. 이 부록은 한국 페미니즘의 역사의 흐름을 한데 보여주는 데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본 책의 주제를 포함하면서도 국내 페미니즘이 한국 사회의 현안에 어떻게 연대해왔는지 살펴보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부록을 통해 소개하는 한국의 페미니즘 선언문은 다음과 같다.
근대 이후 최초로 여성 인권에 대해 공식적으로 주장한 <여권통문>, 항일단체 근우회의 자매 연대를 보여준 <근우회 선언문>, 여성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이들의 분노를 담은 <여성성소수자 궐기 선언>, 박근혜 퇴진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뭉친 페미니스트 단체 및 개인이 발표한 시국 선언문, 이주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대우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한 베트남 여성 한가은(레티마이투)의 글, 임신중단권을 요구하는 125인의 퍼포먼스, 낙태죄 폐지를 위한 집단 성명, 디지털 성범죄 및 강간 문화를 규탄하기 위한 집단 성명, 여성의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녹색사회를 이루기 위한 에코페미니스트 선언문, 미투운동을 성평등 노동 실현으로 연결하려는 여성노동자회의 선언문……. 근대의 끝자락에서부터 현재에 이르는 한국 페미니스트의 목소리는 또한 더욱 활발하고 다양해졌다. 이 기록들이 해당 지면에 수록하지 못한 선언문을 찾아볼 실마리로서 가닿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