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소개
지은이 : 시마무네 사토루 島宗 理
세상에 쓸모 있는 심리학을 연구하고, 심리학으로 세상을 돕겠다는 포부를 지닌 일본의 심리학자. 전문 분야는 행동분석학이다. 1964년 사이타마현에서 태어났고 미국 미시건대학교 심리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호세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수업에서 맞춤별 행동분석학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연구 테마는 학교와 기업, 시설과 지역 등 조직에 관한 행동과학 매니지먼트이다. 연구 방법론은 문제 행동을 제어하는 조건을 찾는 응용 행동분석학이다.
테니스와 클라이밍을 좋아하며 여가와 일 모두에 전력을 다하며 산다. 저서로는 《퍼포먼스 매니지먼트 -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분석학》 《인스트럭션 디자인 - 강사를 위한 룰 북》 《인간은 왜 약속 시간에 늦는가 - 소박한 의문부터 가르치는 행동의 원인》 《행동분석학 입문》 등이 있다.
옮긴이 : 심정명
서울대학교 비교문학과에서 석사를, 오사카 대학교 일본학연구실에서 박사를 마쳤다. 현재 몇몇 대학에 출강하고 있으며,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유착의 사상》(2015), 《스트리트의 사상》(2013), 《발명 마니아》(2010), 《피안 지날 때까지》(2009) 등이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행동을 바꾸는 심리학
행동 패턴을 알면 습관을 고칠 수 있다
행동분석학은 인간 행동의 이유를 분석하는 심리학이다. 흔히 한없이 무수하다고 여겨지는 인간 행동을 과학적 실험을 통해 일반화한 30여 개의 법칙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나를 바꾸는 행동분석학》이 다루는 주제는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문제적 행동, 즉 습관이다. 이 책은 행동분석학 법칙을 응용해 자질구레한 습관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방법을 일러 준다. 저자는 실제로 대학에서 행동분석학을 강의한다. 책에는 저자의 학생들이 스스로의 습관을 고친 사례도 담겨 있다. 여타 심리학과 달리 내면의 문제보다 이미 발생한 물리적 사건에 방점을 두는 행동분석학은 자극과 조절에 의해 곧잘 길들여지는 인간 행동의 속성에 주목한다. 지각, 늦잠, 흡연, 방 청소, 운동, 악기 연습 등 ‘의지’만으로는 좀처럼 꾸준하게 제어되지 않는 일상 속 ‘문제 행동’들은 구조·환경에 약간의 변화를 줌으로써 조절 가능하다. 기업 등에서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행동과학 매니지먼트나 동물 행동 실험인 스키너의 심리상자 또한 행동분석학의 한 줄기이다.
행동분석학에 따르면 인간을 포함한 동물 행동 대부분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물리적 환경이다.(본문 67쪽) 즉 ‘나를 움직이게 하는 환경’은 따로 있다. 우리는 이 원리로 고질적 습관을 다룰 수 있다.
목차
◎ 차례
시작하며
1장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13
이렇다 할 이유가 없어 보여도, 인간 행동에는 보이지 않는 객관적 패턴이 존재한다. 과한 흡연, 항상 늦는 약속 시간, 치워도 그대로인 방…. 이 모든 것이 심리학적 행동 조건에 놓여 있다.
2장 문제는 ‘지속적 행동’ ・39
특출한 능력은 결국 ‘가장 지속적으로, 많이 하는 행동’으로 만들어진다. 영어 공부, 독서…. 하루 10분씩이라도 꾸준히 하고 싶은 행동에 내 마음대로 지속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 버릇을 들이고 싶은 행동을 먼저 정해 보자.
3장 내 버릇은 나만이 고친다 ・81
학생들이 시도한 행동분석학 셀프 프로젝트 ‘나 자신 실험.’ 방 정리를 못하는 여학생과 복근 운동에 자꾸 실패하는 남학생이 각자의 은밀한 게으름을 길들이기 시작한다.
4장 적으면 보인다, 행동 패턴 ・113
일단 종이에 적는다. 바꾸고 싶은 행동을 문장으로 풀어 쓴다. 행동의 전후 관계를 화살표로 이어 다이어그램을 그리다 보면 명료한 인과성이 드러난다. 인과성을 건드리면 무의식적 반복 행동, 즉 버릇이 바뀌기 시작한다.
5장 소소하고 무한한 행동의 법칙 ・185
상습적인 늦잠, 안 읽히는 종이 신문, 장식품으로 전락한 우쿨렐레. 이 모든 일상에 나만의 행동분석학을 적용할 수 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제적 습관들과 행동분석학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후기 / 인용문헌 / 참고문헌
편집자 추천글
의지 부족일까, 방법을 몰랐던 걸까
“습관은 의지로 고치는 것이 아니다”
마음먹은 운동은 언제 할까, 늦은 밤 야식도 끊고 싶다. 사 놓고 읽지 않은 책은 몇 권째인가. 값이 껑충 뛰어도 담배는 계속 피고, 그렇게 욕을 먹어도 또 지각이다. 하루에 약간의 시간만 투자하면 된다는 영어공부도 번번이 실패로 끝난다. 다이어트는 고사하고 소울 푸드로 스트레스를 푸느라 오히려 포동포동 살이 찐다. 누구에게나 하나쯤 있을 법한 ‘문제적 습관.’ 고치지 않는다고 당장 어찌 되는 건 아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행동은 무력감을 불러일으킨다.
심리학의 한 부류인 행동분석학은 내밀한 나만의 습관을 개선하는 데 훌륭한 도구가 된다. 우리의 행동은 특정 자극에 무심코 영향을 받는다. 집에서는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하는 사람도 다른 장소에서는 앉은 자리에서 두어 권의 책을 독파할 수도 있다. 행동분석학의 조언대로 환경에 영향을 받는 인간 행동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당장 변하지 않는 자신에 대한 조바심을 버리면 나만의 행동 패턴이 보인다.
《나를 바꾸는 행동분석학》은 행동분석학 이론을 설명하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이것을 이용해 고치고 싶은 습관을 직접 고칠 수 있는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한다. 일상 속 온갖 자질구레한, 그래서 더 감추고 싶은 개인들의 온갖 게으른 습관들과 그걸 실제로 고치는 과정이 등장한다. 복근 운동을 꾸준히 하는 방법과, 너저분한 방을 항상 깨끗이 유지하는 습관을 들이는 법, 밤마다 맥주 한 캔을 먹는 습관을 버리는 방법까지 저자가 제시하는 ‘나 자신 실험’을 통해 고칠 수 있다. ‘의지’만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게으르다’고 자인하며 스스로에게 제한을 두는 건 금물이다. 행동분석학은 ‘의지’ 문제에 천착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미 발생한 물리적 사건들 사이의 관계와 영향을 객관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단 움직여 보는 것, 당장 바뀌지 않는 나에 대해 성급하게 자책하지 말고 잠시 멈춰 보는 것, 내게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환경과 나의 관계를 객관화하여 되새겨 보는 것,(본문 183쪽) 그러면서 자신을 좀 더 이해하는 것, 이것이 《나를 바꾸는 행동분석학》의 저자 시마무네 사토루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본문 251쪽) 쫓기듯 자신을 궁지로 몰아 극한의 상태에서 경쟁 우위로 올라서도록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과는 다르다. 책에 소개된 ACT 카운슬링 또한 행동분석학에서 파생된 것인데 여기에서도 불충분한 상태를 내버려 두는 연습을 하라고 강조한다.(본문 183쪽) 잣대의 눈금을 내 안에 두는 것이다. 이 책이 상승 욕구를 자극하는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저자에게(본문 162쪽) 행동분석학으로 자신의 ‘문제적 습관’을 다스린다는 의미는 이렇듯 내면의 자아 성숙이라는 코드에 가닿아 있다.
인간은 행동으로 증명된다
문제는 지속성
마음만 먹고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네 정체성도 마찬가지이다.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에(본문 34쪽) 걸맞은 대답은 ‘착한’ ‘나쁜’ ‘듬직한’과 같은 추상적인 의미 부여가 아니라(본문 29쪽)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는 사람, 일주일에 한 번은 주간지를 읽는 사람 등, 한시적 시간 동안 수행한 구체적인 사실을 표현할 때 더 적확하다. 많이 하는 행동(과잉 행동)은 잘 하는 특기가 되고, 좀체 하지 않는 행동(부족 행동)은 약점이 되기 쉽다. 사람의 정체성은 행동으로 증명되는 셈이다. 우리의 인격과 정체성은 우리의 특정 행동 ‘절대 시간량’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행동으로 말한다’라는 관용구가 사람의 진실된 모습을 가리키는 것처럼. 독서 시간, 피아노 연습 시간, 영어 회화 연습시간, 끽연의 시간, 근육 트레이닝 시간 등 내가 할애하는 행동의 시간들이 날 결정한다. 절정의 커리어를 쌓은 스포츠 선수들의 특출한 능력은 선천성 외에도 후천적 노력, 즉 꾸준하고도 지속적인 훈련의 궤도에 스스로 올라 타 무심코 그 행동을 즐기면서 형성된다.(본문 41쪽) 전문가에게 대해 오랫동안 연구한 심리학자 에릭슨은 유년기에 10년 이상 합계 만 시간 이상 수행과 같은 기초 연습을 즐겨 하는 것이 달인을 만들어 내는 기준이라고 보고한다.(본문 42쪽) 행동분석학은 이러한 나만의 ‘행동 지속의 궤도’를 세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나를 통제하고, 움직이게 하는 환경
《나를 바꾸는 행동분석학》에서 다루는 ‘행동’은 죽은 사람은 할 수 없는 모든 것을 일컫는다.(본문 44-45쪽) 깨지고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을 판판하고 널찍하게 새로 조성하면 전보다 ‘걷는 사람’이 많아지고 자연스레 보행 문화권이 형성되는 것처럼, 인간의 행동 패턴은 물리적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받으며 세간의 통념보다는 훨씬 예측 가능한 경로 안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구조와 환경에 심대한 영향을 받는 인간의 행동 속성을 이해하고 이를 이용해 스스로를 개선할 수 있다는 믿는 사고법 자체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스스로에게 맞는 구조와 환경을 직접 세팅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행동반경을 자율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행동분석학의 중핵을 이루는 개념은 ‘수반성’이다. 행동과 환경과의 관계를 말한다.(본문 48쪽) 책에 등장하는 ‘나 자신 실험’은 내 행동의 통제 원인을 내 자신이 아닌 수반성에서 찾는 일종의 방법론이다. 나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수반성은 행동 전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세세하게 관찰·기록함으로써 추정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모든 행동이 특정 맥락과 환경에서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내 행동은 특정 환경에서 통제된다. 바로 이 맥락과 환경이 바로 ‘행동의 이유’가 된다. 저자는 ‘나는 ~할 때,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ABC 분석: 행동과 환경 변화의 관계를 선행 조건Antecedents, 행동Behavior, 결과Consequences로 나누어 행동을 통제하는 수반성을 도출하는 것) 깨달음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본문 251쪽)
구체적 행동의 기저에 깔린 욕구
자극과 조작의 세트장에 스스로 들어가는 ‘나 자신 실험’
행동분석학은 ‘인간이 왜 이 행동을 하는가?’ 혹은 ‘인간이 왜 이 행동을 꺼리는가?’ 질문을 던지고 관찰한 뒤 늘리고 싶은 행동과 줄이고 싶은 행동을 조절하는 조건을 찾는다.
《나를 바꾸는 행동분석학》은 행동분석학 이론에 대한 기본 설명 이외에도 일상에서 바로 행동분석학을 적용해 따라할 수 있는 비법 ‘나 자신 실험’을 제시한다. 3장에는 이 실험으로 저자의 대학 제자들이 행동분석학 과제로 실제로 자신의 습관을 고친 학생들의 사례가 이야기풍으로 담겨 있다. 저자의 말대로 3장부터 바로 읽어도 된다.
‘나 자신 실험’의 첫 단계는 먼저 ‘베이스라인 기간’을 두고 지금 상태를 찬찬히 관찰하는 것이다. 무기력하게 흘러 보내는 매일의 일상을 이성적으로 직시하는 단계이다. 3장에 소개된 방 정리를 못하는 여학생의 경우 먼저 자신의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를 세었더니 25벌이나 있었다.(본문 92쪽) 우선 이 기간 동안 매일 방바닥에 널린 옷의 수를 세어 꺾은선 그래프로 시각화를 하며 사태 파악을 했다. 그리고 나서 청소를 하지 않음으로 인한 여러 자극들을 되새겨 봤다. 발 디딜 틈 없는 방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행동은 고쳐지지 않는다. 저 스트레스 자체는 행동을 바꾸는 ‘자극’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차근차근 원인을 추적하며 옷을 수납공간에 넣지 않는 세세한 행동의 전후(前後)를 본다. 구겨 넣으려 해도 넣을 틈이 작거나 없어서 단박에 넣어지지 않는 옷을 심혈을 기울여 작게 개는 것이 귀찮아져서 바닥에 휙 버리게 되는 무의식적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거였다. 이때 게으름과 의지는 고려하지 않고 행동의 원인과 결과만을 본다. 한정된 공간에 비해 객관적으로 넘치는 양의 물건을 매일같이 ‘정리’하는 행동은 개인의 고군분투만으로 지속되기 쉽지 않다. 단번에 옷을 쉽게 넣을 만한 수납공간을 위해 물건을 버리고 취향에 맞는 정리함을 구비해 다시 입을 옷과 빨 옷을 구분하다 보니, 정리를 잘하는 만족감이 채워졌다. 이 만족감은 ‘자극’으로 작용되어 지속적인 청소 행동을 유발하기에 이른다. 이 여학생이 방 청소를 하게 되는 ‘자극’은 취향에 맞는 정리함이 주는 ‘만족감’과 물리적 공간이었다.
‘왜? 왜? 법’을 통해 내 행동의 기저에 깔린 욕구를 끝까지 추적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날 움직이게 하는 자극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장에 등장하는 복근 운동을 하고 싶은 남학생의 경우 단순히 인기를 끌고 싶어서 목표 행동을 정했다고 말했지만, 사실 유진이라는 여학생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것이 제1의 욕구였다. 신문을 매일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내가 진짜 신문을 읽고 싶은 건지, 신문을 읽고 난 뒤의 지적인 대화를 하고 싶은 건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사사롭고 쓸데없어 보이지만 자기 안의 진짜 욕구를 추적하는 것은 중요하다. 솔직하고 내밀한 자기 욕망을 인정해야 다음 단계가 가능하다.
책에서는 심리학자 매슬로가 제창한 ‘사람의 기본적 욕구 계층구조’를 통해 행동분석학의 강화제와 혐오자극을 설명한다. 물을 마시는 것은 ‘내가 목이 마르기 때문에 물을 마셔야 한다’라는 언어화된 생각이 내 행동을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갈증’이라는 생득성 혐오 자극(결핍 욕구)이 추인하곤 한다. 혹은 새로 나온 상품 생수를 시음할 때는 신기함이라는 자극(존재 욕구)이 추인한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 ‘야식 먹는 습관’이라는 ‘행동’을 예로 들면 일주일에 야식을 먹는 횟수 5번을 ‘행동 빈도’로, 야식을 먹으면서 느끼는 만족감과 포만감이라는 감정은 ‘강화 조건’(특정 행동을 더 하도록 하게 하는 조건)으로 객관적으로 구분해 본다. 더 많이 하는 행동과 더 적게 하는 행동, 행동을 더 많이 하게 하는 조건과 행동을 하지 않게 만드는 조건이라는 단순한 카테고리는 우리의 일상 행동을 객관적 패턴으로 그리는 것을 돕는다.
혐오자극(행동의 빈도수를 낮추는 조건),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강화제(행동의 빈도를 높이는 조건), 확립조작(어떤 사건이 가지고 있는 강화제나 혐오 자극의 효과를 증감시키는 조건)을 통해 세팅할 수 있다. 사소하게는 나를 자극하는 예쁜 디자인의 수납공간을 마련하는 것. 지루한 복근 운동을 견디게 하려면 그보다 훨씬 재밌는 TV프로를 틀어놓는 것, 저녁 목욕 후 맥주를 마시는 습관을 저지하고 싶다면, 목욕 직후의 갈증에 대한 쾌감은 식초 음료로 대체하고, 다른 날 술 약속을 잡아 맥주를 마시는 식으로 한정된 기간의 음주 총량을 조절하고 맥주에 대한 쾌감을 적절하게 채울 수 있다.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자극 세팅은 무궁무진하다. 이 안에 스스로 들어가 내가 원하는 지속적 행동의 사이클을 타면 된다.
◎ 본문 중에서
행동분석학은 심리학의 한 분야로, 눈앞의 행동 자체를 실험을 통해 바꾸고, 그 요인을 찾는 방법론입니다. 다른 많은 심리학과는 달리 무슨 일을 할 수 없을 때 그 원인을 개인의 약한 의지나 능력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본문 7쪽
나 자신 실험을 한다는 것은 내 행동을 바꾸거나 통제 변인을 찾아내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행동의 원리나 연구 방법을 배워 나 스스로가 내 행동을 탐구하는 힘을 기르는 일, 내게 맞는 자기 통제나 자기 관리 절차를 개발하는 방법을 손에 넣는 일입니다.
본문 29쪽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제로 행동해 보기 전까지는 자신의 행동 경향을 잘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중략) 그래도 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까지 나 자신을 깊이 알지 않더라도 아무런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단 나의 가능성을 한정해 버리는 일은 있을지도 모릅니다.
본문 35-36쪽
실험실에서 찾아낸 행동의 법칙은 곧 일상생활에 응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정신 장애나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행동 관리에 적용됐습니다 (중략) 행동의 법칙은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널리 응용되고 있습니다. 스포츠나 음악 지도, 기업의 매니지먼트, 공중위생, 돌봄이나 복지, 재활, 에너지 절약, 우주 비행사 건강 관리 등 응용 영역은 지금도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행동분석학이 발견한 법칙은 하나가 아닙니다. (중략) 자연과학에서는 가능한 한 적은 수의 법칙으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에 가치를 둡니다.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행동분석학의 법칙은 기껏해야 30개 정도입니다.
본문 41쪽
행동분석학은 행동의 통제 변인을 발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다른 심리학보다 행동을 바꾸기 위한 기술 개발에 능합니다. 이를 전문으로 하는 응용 행동분석학이라는 영역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본문 77쪽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남자 친구를 방에 들인 적이 없다. (중략) 현관에는 구두가 몇 켤레씩 나와 있고 옷을 벗으면 그대로 바닥에 둔다. 방 안은 옷이나 패션 잡지, 먹다 남은 감자 칩이나 마시던 페트병, 액세서리나 화장품 샘플 등으로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엄마도 방 안에 대해서는 이미 포기했는지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옛날에는 다 치워 주셨는데. 텔레비전 방송에서 ‘정리를 못하는 여자’ 특집을 보고 덜컹했다. 이거 내 이야기?
본문 89쪽
저자소개
지은이 : 시마무네 사토루 島宗 理
테니스와 클라이밍을 좋아하며 여가와 일 모두에 전력을 다하며 산다. 저서로는 《퍼포먼스 매니지먼트 -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분석학》 《인스트럭션 디자인 - 강사를 위한 룰 북》 《인간은 왜 약속 시간에 늦는가 - 소박한 의문부터 가르치는 행동의 원인》 《행동분석학 입문》 등이 있다.
옮긴이 : 심정명
책정보 및 내용요약
행동 패턴을 알면 습관을 고칠 수 있다
행동분석학은 인간 행동의 이유를 분석하는 심리학이다. 흔히 한없이 무수하다고 여겨지는 인간 행동을 과학적 실험을 통해 일반화한 30여 개의 법칙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나를 바꾸는 행동분석학》이 다루는 주제는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문제적 행동, 즉 습관이다. 이 책은 행동분석학 법칙을 응용해 자질구레한 습관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방법을 일러 준다. 저자는 실제로 대학에서 행동분석학을 강의한다. 책에는 저자의 학생들이 스스로의 습관을 고친 사례도 담겨 있다. 여타 심리학과 달리 내면의 문제보다 이미 발생한 물리적 사건에 방점을 두는 행동분석학은 자극과 조절에 의해 곧잘 길들여지는 인간 행동의 속성에 주목한다. 지각, 늦잠, 흡연, 방 청소, 운동, 악기 연습 등 ‘의지’만으로는 좀처럼 꾸준하게 제어되지 않는 일상 속 ‘문제 행동’들은 구조·환경에 약간의 변화를 줌으로써 조절 가능하다. 기업 등에서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행동과학 매니지먼트나 동물 행동 실험인 스키너의 심리상자 또한 행동분석학의 한 줄기이다.
행동분석학에 따르면 인간을 포함한 동물 행동 대부분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물리적 환경이다.(본문 67쪽) 즉 ‘나를 움직이게 하는 환경’은 따로 있다. 우리는 이 원리로 고질적 습관을 다룰 수 있다.
목차
시작하며
1장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13
이렇다 할 이유가 없어 보여도, 인간 행동에는 보이지 않는 객관적 패턴이 존재한다. 과한 흡연, 항상 늦는 약속 시간, 치워도 그대로인 방…. 이 모든 것이 심리학적 행동 조건에 놓여 있다.
2장 문제는 ‘지속적 행동’ ・39
특출한 능력은 결국 ‘가장 지속적으로, 많이 하는 행동’으로 만들어진다. 영어 공부, 독서…. 하루 10분씩이라도 꾸준히 하고 싶은 행동에 내 마음대로 지속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 버릇을 들이고 싶은 행동을 먼저 정해 보자.
3장 내 버릇은 나만이 고친다 ・81
학생들이 시도한 행동분석학 셀프 프로젝트 ‘나 자신 실험.’ 방 정리를 못하는 여학생과 복근 운동에 자꾸 실패하는 남학생이 각자의 은밀한 게으름을 길들이기 시작한다.
4장 적으면 보인다, 행동 패턴 ・113
일단 종이에 적는다. 바꾸고 싶은 행동을 문장으로 풀어 쓴다. 행동의 전후 관계를 화살표로 이어 다이어그램을 그리다 보면 명료한 인과성이 드러난다. 인과성을 건드리면 무의식적 반복 행동, 즉 버릇이 바뀌기 시작한다.
5장 소소하고 무한한 행동의 법칙 ・185
상습적인 늦잠, 안 읽히는 종이 신문, 장식품으로 전락한 우쿨렐레. 이 모든 일상에 나만의 행동분석학을 적용할 수 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제적 습관들과 행동분석학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후기 / 인용문헌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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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먹은 운동은 언제 할까, 늦은 밤 야식도 끊고 싶다. 사 놓고 읽지 않은 책은 몇 권째인가. 값이 껑충 뛰어도 담배는 계속 피고, 그렇게 욕을 먹어도 또 지각이다. 하루에 약간의 시간만 투자하면 된다는 영어공부도 번번이 실패로 끝난다. 다이어트는 고사하고 소울 푸드로 스트레스를 푸느라 오히려 포동포동 살이 찐다. 누구에게나 하나쯤 있을 법한 ‘문제적 습관.’ 고치지 않는다고 당장 어찌 되는 건 아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행동은 무력감을 불러일으킨다.
심리학의 한 부류인 행동분석학은 내밀한 나만의 습관을 개선하는 데 훌륭한 도구가 된다. 우리의 행동은 특정 자극에 무심코 영향을 받는다. 집에서는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하는 사람도 다른 장소에서는 앉은 자리에서 두어 권의 책을 독파할 수도 있다. 행동분석학의 조언대로 환경에 영향을 받는 인간 행동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당장 변하지 않는 자신에 대한 조바심을 버리면 나만의 행동 패턴이 보인다.
《나를 바꾸는 행동분석학》은 행동분석학 이론을 설명하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이것을 이용해 고치고 싶은 습관을 직접 고칠 수 있는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한다. 일상 속 온갖 자질구레한, 그래서 더 감추고 싶은 개인들의 온갖 게으른 습관들과 그걸 실제로 고치는 과정이 등장한다. 복근 운동을 꾸준히 하는 방법과, 너저분한 방을 항상 깨끗이 유지하는 습관을 들이는 법, 밤마다 맥주 한 캔을 먹는 습관을 버리는 방법까지 저자가 제시하는 ‘나 자신 실험’을 통해 고칠 수 있다. ‘의지’만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게으르다’고 자인하며 스스로에게 제한을 두는 건 금물이다. 행동분석학은 ‘의지’ 문제에 천착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미 발생한 물리적 사건들 사이의 관계와 영향을 객관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단 움직여 보는 것, 당장 바뀌지 않는 나에 대해 성급하게 자책하지 말고 잠시 멈춰 보는 것, 내게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환경과 나의 관계를 객관화하여 되새겨 보는 것,(본문 183쪽) 그러면서 자신을 좀 더 이해하는 것, 이것이 《나를 바꾸는 행동분석학》의 저자 시마무네 사토루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본문 251쪽) 쫓기듯 자신을 궁지로 몰아 극한의 상태에서 경쟁 우위로 올라서도록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과는 다르다. 책에 소개된 ACT 카운슬링 또한 행동분석학에서 파생된 것인데 여기에서도 불충분한 상태를 내버려 두는 연습을 하라고 강조한다.(본문 183쪽) 잣대의 눈금을 내 안에 두는 것이다. 이 책이 상승 욕구를 자극하는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저자에게(본문 162쪽) 행동분석학으로 자신의 ‘문제적 습관’을 다스린다는 의미는 이렇듯 내면의 자아 성숙이라는 코드에 가닿아 있다.
인간은 행동으로 증명된다
문제는 지속성
마음만 먹고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네 정체성도 마찬가지이다.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에(본문 34쪽) 걸맞은 대답은 ‘착한’ ‘나쁜’ ‘듬직한’과 같은 추상적인 의미 부여가 아니라(본문 29쪽)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는 사람, 일주일에 한 번은 주간지를 읽는 사람 등, 한시적 시간 동안 수행한 구체적인 사실을 표현할 때 더 적확하다. 많이 하는 행동(과잉 행동)은 잘 하는 특기가 되고, 좀체 하지 않는 행동(부족 행동)은 약점이 되기 쉽다. 사람의 정체성은 행동으로 증명되는 셈이다. 우리의 인격과 정체성은 우리의 특정 행동 ‘절대 시간량’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행동으로 말한다’라는 관용구가 사람의 진실된 모습을 가리키는 것처럼. 독서 시간, 피아노 연습 시간, 영어 회화 연습시간, 끽연의 시간, 근육 트레이닝 시간 등 내가 할애하는 행동의 시간들이 날 결정한다. 절정의 커리어를 쌓은 스포츠 선수들의 특출한 능력은 선천성 외에도 후천적 노력, 즉 꾸준하고도 지속적인 훈련의 궤도에 스스로 올라 타 무심코 그 행동을 즐기면서 형성된다.(본문 41쪽) 전문가에게 대해 오랫동안 연구한 심리학자 에릭슨은 유년기에 10년 이상 합계 만 시간 이상 수행과 같은 기초 연습을 즐겨 하는 것이 달인을 만들어 내는 기준이라고 보고한다.(본문 42쪽) 행동분석학은 이러한 나만의 ‘행동 지속의 궤도’를 세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나를 통제하고, 움직이게 하는 환경
《나를 바꾸는 행동분석학》에서 다루는 ‘행동’은 죽은 사람은 할 수 없는 모든 것을 일컫는다.(본문 44-45쪽) 깨지고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을 판판하고 널찍하게 새로 조성하면 전보다 ‘걷는 사람’이 많아지고 자연스레 보행 문화권이 형성되는 것처럼, 인간의 행동 패턴은 물리적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받으며 세간의 통념보다는 훨씬 예측 가능한 경로 안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구조와 환경에 심대한 영향을 받는 인간의 행동 속성을 이해하고 이를 이용해 스스로를 개선할 수 있다는 믿는 사고법 자체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스스로에게 맞는 구조와 환경을 직접 세팅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행동반경을 자율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행동분석학의 중핵을 이루는 개념은 ‘수반성’이다. 행동과 환경과의 관계를 말한다.(본문 48쪽) 책에 등장하는 ‘나 자신 실험’은 내 행동의 통제 원인을 내 자신이 아닌 수반성에서 찾는 일종의 방법론이다. 나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수반성은 행동 전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세세하게 관찰·기록함으로써 추정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모든 행동이 특정 맥락과 환경에서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내 행동은 특정 환경에서 통제된다. 바로 이 맥락과 환경이 바로 ‘행동의 이유’가 된다. 저자는 ‘나는 ~할 때,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ABC 분석: 행동과 환경 변화의 관계를 선행 조건Antecedents, 행동Behavior, 결과Consequences로 나누어 행동을 통제하는 수반성을 도출하는 것) 깨달음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본문 251쪽)
구체적 행동의 기저에 깔린 욕구
자극과 조작의 세트장에 스스로 들어가는 ‘나 자신 실험’
행동분석학은 ‘인간이 왜 이 행동을 하는가?’ 혹은 ‘인간이 왜 이 행동을 꺼리는가?’ 질문을 던지고 관찰한 뒤 늘리고 싶은 행동과 줄이고 싶은 행동을 조절하는 조건을 찾는다.
《나를 바꾸는 행동분석학》은 행동분석학 이론에 대한 기본 설명 이외에도 일상에서 바로 행동분석학을 적용해 따라할 수 있는 비법 ‘나 자신 실험’을 제시한다. 3장에는 이 실험으로 저자의 대학 제자들이 행동분석학 과제로 실제로 자신의 습관을 고친 학생들의 사례가 이야기풍으로 담겨 있다. 저자의 말대로 3장부터 바로 읽어도 된다.
‘나 자신 실험’의 첫 단계는 먼저 ‘베이스라인 기간’을 두고 지금 상태를 찬찬히 관찰하는 것이다. 무기력하게 흘러 보내는 매일의 일상을 이성적으로 직시하는 단계이다. 3장에 소개된 방 정리를 못하는 여학생의 경우 먼저 자신의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를 세었더니 25벌이나 있었다.(본문 92쪽) 우선 이 기간 동안 매일 방바닥에 널린 옷의 수를 세어 꺾은선 그래프로 시각화를 하며 사태 파악을 했다. 그리고 나서 청소를 하지 않음으로 인한 여러 자극들을 되새겨 봤다. 발 디딜 틈 없는 방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행동은 고쳐지지 않는다. 저 스트레스 자체는 행동을 바꾸는 ‘자극’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차근차근 원인을 추적하며 옷을 수납공간에 넣지 않는 세세한 행동의 전후(前後)를 본다. 구겨 넣으려 해도 넣을 틈이 작거나 없어서 단박에 넣어지지 않는 옷을 심혈을 기울여 작게 개는 것이 귀찮아져서 바닥에 휙 버리게 되는 무의식적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거였다. 이때 게으름과 의지는 고려하지 않고 행동의 원인과 결과만을 본다. 한정된 공간에 비해 객관적으로 넘치는 양의 물건을 매일같이 ‘정리’하는 행동은 개인의 고군분투만으로 지속되기 쉽지 않다. 단번에 옷을 쉽게 넣을 만한 수납공간을 위해 물건을 버리고 취향에 맞는 정리함을 구비해 다시 입을 옷과 빨 옷을 구분하다 보니, 정리를 잘하는 만족감이 채워졌다. 이 만족감은 ‘자극’으로 작용되어 지속적인 청소 행동을 유발하기에 이른다. 이 여학생이 방 청소를 하게 되는 ‘자극’은 취향에 맞는 정리함이 주는 ‘만족감’과 물리적 공간이었다.
‘왜? 왜? 법’을 통해 내 행동의 기저에 깔린 욕구를 끝까지 추적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날 움직이게 하는 자극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장에 등장하는 복근 운동을 하고 싶은 남학생의 경우 단순히 인기를 끌고 싶어서 목표 행동을 정했다고 말했지만, 사실 유진이라는 여학생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것이 제1의 욕구였다. 신문을 매일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내가 진짜 신문을 읽고 싶은 건지, 신문을 읽고 난 뒤의 지적인 대화를 하고 싶은 건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사사롭고 쓸데없어 보이지만 자기 안의 진짜 욕구를 추적하는 것은 중요하다. 솔직하고 내밀한 자기 욕망을 인정해야 다음 단계가 가능하다.
책에서는 심리학자 매슬로가 제창한 ‘사람의 기본적 욕구 계층구조’를 통해 행동분석학의 강화제와 혐오자극을 설명한다. 물을 마시는 것은 ‘내가 목이 마르기 때문에 물을 마셔야 한다’라는 언어화된 생각이 내 행동을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갈증’이라는 생득성 혐오 자극(결핍 욕구)이 추인하곤 한다. 혹은 새로 나온 상품 생수를 시음할 때는 신기함이라는 자극(존재 욕구)이 추인한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 ‘야식 먹는 습관’이라는 ‘행동’을 예로 들면 일주일에 야식을 먹는 횟수 5번을 ‘행동 빈도’로, 야식을 먹으면서 느끼는 만족감과 포만감이라는 감정은 ‘강화 조건’(특정 행동을 더 하도록 하게 하는 조건)으로 객관적으로 구분해 본다. 더 많이 하는 행동과 더 적게 하는 행동, 행동을 더 많이 하게 하는 조건과 행동을 하지 않게 만드는 조건이라는 단순한 카테고리는 우리의 일상 행동을 객관적 패턴으로 그리는 것을 돕는다.
혐오자극(행동의 빈도수를 낮추는 조건),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강화제(행동의 빈도를 높이는 조건), 확립조작(어떤 사건이 가지고 있는 강화제나 혐오 자극의 효과를 증감시키는 조건)을 통해 세팅할 수 있다. 사소하게는 나를 자극하는 예쁜 디자인의 수납공간을 마련하는 것. 지루한 복근 운동을 견디게 하려면 그보다 훨씬 재밌는 TV프로를 틀어놓는 것, 저녁 목욕 후 맥주를 마시는 습관을 저지하고 싶다면, 목욕 직후의 갈증에 대한 쾌감은 식초 음료로 대체하고, 다른 날 술 약속을 잡아 맥주를 마시는 식으로 한정된 기간의 음주 총량을 조절하고 맥주에 대한 쾌감을 적절하게 채울 수 있다.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자극 세팅은 무궁무진하다. 이 안에 스스로 들어가 내가 원하는 지속적 행동의 사이클을 타면 된다.
◎ 본문 중에서
행동분석학은 심리학의 한 분야로, 눈앞의 행동 자체를 실험을 통해 바꾸고, 그 요인을 찾는 방법론입니다. 다른 많은 심리학과는 달리 무슨 일을 할 수 없을 때 그 원인을 개인의 약한 의지나 능력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본문 7쪽
나 자신 실험을 한다는 것은 내 행동을 바꾸거나 통제 변인을 찾아내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행동의 원리나 연구 방법을 배워 나 스스로가 내 행동을 탐구하는 힘을 기르는 일, 내게 맞는 자기 통제나 자기 관리 절차를 개발하는 방법을 손에 넣는 일입니다.
본문 29쪽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제로 행동해 보기 전까지는 자신의 행동 경향을 잘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중략) 그래도 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까지 나 자신을 깊이 알지 않더라도 아무런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단 나의 가능성을 한정해 버리는 일은 있을지도 모릅니다.
본문 35-36쪽
실험실에서 찾아낸 행동의 법칙은 곧 일상생활에 응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정신 장애나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행동 관리에 적용됐습니다 (중략) 행동의 법칙은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널리 응용되고 있습니다. 스포츠나 음악 지도, 기업의 매니지먼트, 공중위생, 돌봄이나 복지, 재활, 에너지 절약, 우주 비행사 건강 관리 등 응용 영역은 지금도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행동분석학이 발견한 법칙은 하나가 아닙니다. (중략) 자연과학에서는 가능한 한 적은 수의 법칙으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에 가치를 둡니다.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행동분석학의 법칙은 기껏해야 30개 정도입니다.
본문 41쪽
행동분석학은 행동의 통제 변인을 발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다른 심리학보다 행동을 바꾸기 위한 기술 개발에 능합니다. 이를 전문으로 하는 응용 행동분석학이라는 영역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본문 77쪽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남자 친구를 방에 들인 적이 없다. (중략) 현관에는 구두가 몇 켤레씩 나와 있고 옷을 벗으면 그대로 바닥에 둔다. 방 안은 옷이나 패션 잡지, 먹다 남은 감자 칩이나 마시던 페트병, 액세서리나 화장품 샘플 등으로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엄마도 방 안에 대해서는 이미 포기했는지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옛날에는 다 치워 주셨는데. 텔레비전 방송에서 ‘정리를 못하는 여자’ 특집을 보고 덜컹했다. 이거 내 이야기?
본문 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