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추천글
《소니의 야망》은
세계적인 전자 왕국 소니의 최근 행보를 추적한 책이다. 독창적인 제품 컨셉과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AV업계의 제왕으로 군림해온 소니는 최근 디지털 네트워크로의 변신을 대대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소니의 변신 과정을 통해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업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지”를 상세히 살펴보고 있다.
과연 소니의 변신은 성공할 것인가. 아날로그 시대의 워크맨 신화가 디지털과 네트워크라는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도 계속 이어질 것인가. 소니는 미래의 디지털 네트워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어떠한 사업계획서와 기술로 무장하고 있는가.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에도 소니는 이제까지의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업계를 선도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우리 기업은 이러한 소니의 변신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유효적절한 해답을 제시해준다.
주요 내용
왜 지금 네트워크 만들기에 주력하는가
1995년 제6대 사장에 취임한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는 취임 직후부터 제2의 창업을 부르짖으며 ‘디지털 드림 키즈(Digital Dream Kids)’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아, 정말 이런 제품을 갖고 싶었어”라고 말할 수 있는 디지털 상품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세계 전자업계의 선두를 달리는 소니는 이때부터 발빠른 변신을 시작한다. 최근 소니를 움직이고 있는 화두는 “연결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연결한다”는 디지털 네트워크 구상이다.
사실 그때까지 소니는 연결, 호환성, 확장성을 중시하는 네트워크와는 거리가 먼 회사였다. 기존 시장에 이미 표준이 있을 때에도 이를 무시하고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철저하게 자신만의 독자성을 고집해온 것이 바로 소니의 스타일이었다. VHS에 대해서 8㎜ 비디오를, ZIP 드라이브에 대해서 HiFD를 만들어낸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런 소니가 새삼스레 ‘연결’과 ‘네트워크’를 들고나선 데는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 전체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급속하게 묶여가는 시대의 추세를 더 이상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전을 갖춘 리더가 목표를 제시하자 어떠한 망설임 없이 일선의 연구기술자들이 그러한 의도에 걸맞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속속 개발해낼 수 있다는 것이 또한 소니의 강점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불과 몇 년 사이 소니는 디지털 네트워크 선도 기업으로의 성공적인 변신을 이룰 수 있었다.
‘연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연결한다’는 소니의 현 네트워크 전략의 밑바탕에 있는 것이 바로 ‘메모리 스틱’이다. 이 껌 모양의 조그만 플래시 메모리 디바이스가 어떻게 그러한 변화를 몰고왔을까.
메모리 스틱이 개발되기 전까지 소니의 엔지니어들을 무의식중에 지배했던 것은 “하나의 컨텐츠에는 하나의 미디어”라는 대원칙이었다. 즉, 소니 스타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단순함’의 원칙 아래 다양한 컨텐츠를 섞지 말고 서로 다른 미디어에 기록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는 생각이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MD다. 기술적으로는 음악과 영상, 각종 데이터를 디스켓 한 장에 모두 담을 수 있었지만, 각각의 용도에 맞춰 다른 포맷으로 제품을 각각 개발했다. 그러나 이 원칙을 깸으로써, 각종 오디오, 비디오 기기는 물론, PC, 휴대폰, 워크맨, 카 내비게이션 등에 자유자재로 정보를 실어나르는 꿈의 저장매체, 메모리 스틱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이것은 소니의 기술자와 경영진이 디지털이 가지는 최고의 장점인 ‘유연성’을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디지털이 아날로그와 비교해 뛰어난 점은 단순히 품질이 더 좋다거나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거나 하는 점이 아니라 바로 유연성이 있다는 점이다. 즉 컨텐츠를 모두 0과 1이라는 두 신호로 바꿈으로써 동일한 미디어에 다양한 컨텐츠를 담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여러 종류의 컨텐츠를 하나의 비트에 담아 전달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디지털에서만 가능한 네트워크의 차원인 것이다.
소니는 이러한 디지털의 본질을 재빨리 이해하고, 디지털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네트워크 환경 속에서 계속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변화할 것을 선택했던 것이다.
어떻게 네트워크를 만들 것인가
소니는 컨텐츠, 컨텐츠를 실어나르는 유통 수단인 플랫폼, 사용자가 컨텐츠를 보는 단말기, 이 세 가지를 모두 확보한 세계에서 유일한 기업이다. 컨텐츠로는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의 음악,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의 영화 등이 있다. 플랫폼으로는 ‘스카이 퍼펙트 TV!’라는 위성방송, ‘소네트’로 대표되는 광대역 인터넷 , 플레이스테이션2에서 활용할 케이블 TV 등이 있다. 그리고 단말기로는 소니의 전통적 강점인 TV, 단순한 게임기를 넘어 네트워크 기능까지 갖춘 플레이스테이션2, VAIO라는 첨단 PC 등이 있다.
소니는 컨텐츠와 플랫폼, 단말기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수직적 네트워크와 함께, 사용자와 사용자, 단말기와 단말기를 연결하는 수평적 네트워크도 추진하고 있다. 즉 오프라인에서는 메모리 스틱을, 온라인에서는 i․LINK를 인터페이스로 하여 AV와 IT를 자유자재로 연결하는 홈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수직적 네트워크와 수평적 네트워크를 동시에 추진하는 회사 역시 세계에서 소니가 유일하다.
소니는 “네트워크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1999년 4월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그 골자는 TV를 중심으로 하는 네트워크는 홈 네트워크 컴퍼니가, VAIO를 중심으로 하는 네트워크는 퍼스널 IT 네트워크 컴퍼니가, 플레이스테이션2를 중심으로 하는 네트워크는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가 각각 담당한다는 것이다. 가정이라는 최대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자사의 세 네트워크 컴퍼니를 서로 경쟁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소니의 조직 원칙은 일반 회사와 정반대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자회사를 만들어 본사에서 분리한 다음 회사를 키워 상장하는 전략을 취하지만, 소니는 회사 외부에 자회사 형태의 벤처 회사를 만들어 그 회사가 성공하면 소니 내부의 하나의 사업부로 편입시킨다. 소프트웨어, 컨텐츠, 네트워크를 함께 유기적으로 연결하면서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각각의 기능들을 모두 모아 한 지붕 아래에서 운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이른바 ‘버추얼 컴퍼니’라는 임시 조직이다. 즉 어느 특정 컴퍼니에 맡기기에는 적절치 않은 중간 영역에 존재하면서 수익이 예상되는 분야에 대해 여러 컴퍼니의 협조를 얻어가면서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중간 지대의 임시 컴퍼니를 만드는 것으로, 그 자체 네트워크적 성격이 강한 조직이라 할 수 있다. 버추얼 컴퍼니의 성공 사례 중 하나가 바로 메모리 스틱을 개발한 ‘VAIO 센터’다. 이 프로젝트 팀은 1997년 12월 2년간의 시한부 조직으로 출범하여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후, 2000년 3월 본사 직할의 메모리 스틱 사업 센터로 공식 조직이 되었다.
디지털 시대, 소니만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디지털의 본질이 유연성이라면, 네트워크의 본질은 개방성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오픈된 환경을 지향한다. 이러한 공통의 프로토콜, 공통의 포맷 아래서는 부품도 공통화되며, 소프트웨어도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어려워진다. 그렇게 되면 인텔의 CPU와 마이크로소프트의 OS를 탑재한 모든 PC가 그렇듯이, 모든 기업의 제품들은 같은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소니는 이러한 오픈 네트워크 환경에서 어떻게 자사의 제품을 차별화할 것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해답은 소니가 이제까지 해왔던 것에 있다. 소니만의 강점, 소니다운 것을 계속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소니다운 것인가. 그것은 기술자마다 조금씩 다르다. 홈 네트워크 컴퍼니의 다카시노는 ‘소비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현재 주력하는 1․1․1 프로젝트는 ‘하나의 선, 하나의 리모콘으로 컨트롤되는 쾌적한 가전환경을 2001년까지 만든다’는 것이다.
한편 슈프라스트럭처 센터에서는 네트워크 OS인 아페리오스를 개발 중이며, 알고리즘 연구소에서는 디지털 화질을 개선하는 혁신적인 방법인 DRC(Digital Reality Creation) 기술을 응용 중이다. 컴퓨터 사이언스 연구소에서는 ‘사이버 코드’라는 현실사회 인터페이스를 개발 중이며, 소네트에서는 PAW라는 가상사회를 서비스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컨텐츠와 플랫폼, 모두에서 소니의 엔지니어들은 모두 나름대로 일정한 소니다움을 추구한다. 그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만든다”는 신념일 수도 있고, 단순히 생활에 즐거움을 주겠다는 ‘디지털 드림 키즈’다운 발상일 수도 있다.
“소니의 강점은 단순함과 새로운 발상이다. 단순하고 명확한 컨셉을 세우기 때문에(작은 것이 휴대하기 좋다라든지 선은 하나가 좋다는 식의) 거기에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데서 즐거움을 느낀다. 소니는 기본적으로 어린이의 마음을 소유한 회사다.”(네트워크 TV 디비전 컴퍼니 총괄과장 나가시마 도시미치)
“즐거움을 기술화할 수 있다는 것이 소니의 강점이다. ‘디지털 드림 키즈’란 디지털을 재미있게 다루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슈프라스트럭처 센터 주임연구원 마쓰다 고이치)
“소니의 강점은 이전의 고정관념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는 장인정신이다. 소니의 엔지니어들은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만들 수 있다.”(IT 컴퍼니 모바일 프로덕트 3부 1과 총괄과장 시부야 노보루)
“아무리 디지털 시대가 되었다 해도 물건을 만드는 감각은 흉내낼 수 없다. 우리 제품을 분해해서 어떤 부품을 사용하고 있는가를 알게 되더라도 여기에 담겨 있는 만드는 사람의 사고방식을 모방할 수 없는 한 제품의 차별화는 계속 유지될 것이다.”(퍼스널 오디오 디비전 컴퍼니 총괄부장 후쿠시마 다카시)
저자소개
지은이 : 아사쿠라 레이지
1950년생. 요코하마 시립대학 졸업 후 일본경제신문사를 거쳐 ≪프레지던트≫지 부편집장, ≪노트북 PC 연구≫ 편집장을 역임했다. 1991년부터 AV 및 멀티미디어 평론가로서 정력적인 집필,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AV 미디어의 미래 동향에 관해 조예가 깊다. 저서로는 『샤프 사 집중 연구』『최첨단 기업 - 승리를 위한 전략』『DVD 12센티 기가 미디어의 꿈과 야망』 『DVD-RAM 혁명』『소니의 혁명가들』 등이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소니를 통해 벤치마킹하는 오프라인 기업의 온라인화 전략의 모든 것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에 소니만의 장점과 차별화 전략을 탐색한다
목차
- 소니를 움직이는 사람들
- 들어가는 말
1부. 디지털 네트워크로 변신하라
1. 네트워크 만들기에 나선 소니
2. 네트워크 혁명이 조직을 바꾼다
2부.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라
1. 오프라인 네트워크 인프라-메모리 스틱
2. 온라인 네트워크 인프라-i . LINK
3부. 오픈 네트워크 시대의 차별화 전략
1. 홈 네트워크 컴퍼니의 1. 1 . 1 프로젝트
2. OS로 차별화를 시도하다-아페리오스
3. 컨텐츠 창조의 알고리즘-DRC
4부. It's SONY Style
1. 소니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2. PC의 차별화-VAIO 노트북 C1
3. 사용자의 마음을 읽어내는 인터페이스
5부. 네트워크의 미래를 창조한다
1. 휴먼 인터페이스를 만든다
2. 네트워크로 가상세계를 만든다
3.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을 만든다-컴퓨터 사이언스 연구소
4. 네트워크 시대의 디지털 크리에이션
6부. 인간 중심의 네트워크 플랫폼
1. 소니만의 플랫폼 비즈니스
2. 소네트의 비밀
3. 소니의 방송 플랫폼 전략
4. 차세대 게임 플랫폼-플레이스테이션 2
5. 개인의 기호에 맞추는 네트워크 서비스
- 맺는 말
편집자 추천글
세계적인 전자 왕국 소니의 최근 행보를 추적한 책이다. 독창적인 제품 컨셉과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AV업계의 제왕으로 군림해온 소니는 최근 디지털 네트워크로의 변신을 대대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소니의 변신 과정을 통해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업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지”를 상세히 살펴보고 있다.
과연 소니의 변신은 성공할 것인가. 아날로그 시대의 워크맨 신화가 디지털과 네트워크라는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도 계속 이어질 것인가. 소니는 미래의 디지털 네트워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어떠한 사업계획서와 기술로 무장하고 있는가.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에도 소니는 이제까지의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업계를 선도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우리 기업은 이러한 소니의 변신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유효적절한 해답을 제시해준다.
주요 내용
왜 지금 네트워크 만들기에 주력하는가
1995년 제6대 사장에 취임한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는 취임 직후부터 제2의 창업을 부르짖으며 ‘디지털 드림 키즈(Digital Dream Kids)’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아, 정말 이런 제품을 갖고 싶었어”라고 말할 수 있는 디지털 상품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세계 전자업계의 선두를 달리는 소니는 이때부터 발빠른 변신을 시작한다. 최근 소니를 움직이고 있는 화두는 “연결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연결한다”는 디지털 네트워크 구상이다.
사실 그때까지 소니는 연결, 호환성, 확장성을 중시하는 네트워크와는 거리가 먼 회사였다. 기존 시장에 이미 표준이 있을 때에도 이를 무시하고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철저하게 자신만의 독자성을 고집해온 것이 바로 소니의 스타일이었다. VHS에 대해서 8㎜ 비디오를, ZIP 드라이브에 대해서 HiFD를 만들어낸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런 소니가 새삼스레 ‘연결’과 ‘네트워크’를 들고나선 데는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 전체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급속하게 묶여가는 시대의 추세를 더 이상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전을 갖춘 리더가 목표를 제시하자 어떠한 망설임 없이 일선의 연구기술자들이 그러한 의도에 걸맞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속속 개발해낼 수 있다는 것이 또한 소니의 강점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불과 몇 년 사이 소니는 디지털 네트워크 선도 기업으로의 성공적인 변신을 이룰 수 있었다.
‘연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연결한다’는 소니의 현 네트워크 전략의 밑바탕에 있는 것이 바로 ‘메모리 스틱’이다. 이 껌 모양의 조그만 플래시 메모리 디바이스가 어떻게 그러한 변화를 몰고왔을까.
메모리 스틱이 개발되기 전까지 소니의 엔지니어들을 무의식중에 지배했던 것은 “하나의 컨텐츠에는 하나의 미디어”라는 대원칙이었다. 즉, 소니 스타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단순함’의 원칙 아래 다양한 컨텐츠를 섞지 말고 서로 다른 미디어에 기록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는 생각이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MD다. 기술적으로는 음악과 영상, 각종 데이터를 디스켓 한 장에 모두 담을 수 있었지만, 각각의 용도에 맞춰 다른 포맷으로 제품을 각각 개발했다. 그러나 이 원칙을 깸으로써, 각종 오디오, 비디오 기기는 물론, PC, 휴대폰, 워크맨, 카 내비게이션 등에 자유자재로 정보를 실어나르는 꿈의 저장매체, 메모리 스틱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이것은 소니의 기술자와 경영진이 디지털이 가지는 최고의 장점인 ‘유연성’을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디지털이 아날로그와 비교해 뛰어난 점은 단순히 품질이 더 좋다거나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거나 하는 점이 아니라 바로 유연성이 있다는 점이다. 즉 컨텐츠를 모두 0과 1이라는 두 신호로 바꿈으로써 동일한 미디어에 다양한 컨텐츠를 담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여러 종류의 컨텐츠를 하나의 비트에 담아 전달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디지털에서만 가능한 네트워크의 차원인 것이다.
소니는 이러한 디지털의 본질을 재빨리 이해하고, 디지털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네트워크 환경 속에서 계속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변화할 것을 선택했던 것이다.
어떻게 네트워크를 만들 것인가
소니는 컨텐츠, 컨텐츠를 실어나르는 유통 수단인 플랫폼, 사용자가 컨텐츠를 보는 단말기, 이 세 가지를 모두 확보한 세계에서 유일한 기업이다. 컨텐츠로는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의 음악,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의 영화 등이 있다. 플랫폼으로는 ‘스카이 퍼펙트 TV!’라는 위성방송, ‘소네트’로 대표되는 광대역 인터넷 , 플레이스테이션2에서 활용할 케이블 TV 등이 있다. 그리고 단말기로는 소니의 전통적 강점인 TV, 단순한 게임기를 넘어 네트워크 기능까지 갖춘 플레이스테이션2, VAIO라는 첨단 PC 등이 있다.
소니는 컨텐츠와 플랫폼, 단말기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수직적 네트워크와 함께, 사용자와 사용자, 단말기와 단말기를 연결하는 수평적 네트워크도 추진하고 있다. 즉 오프라인에서는 메모리 스틱을, 온라인에서는 i․LINK를 인터페이스로 하여 AV와 IT를 자유자재로 연결하는 홈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수직적 네트워크와 수평적 네트워크를 동시에 추진하는 회사 역시 세계에서 소니가 유일하다.
소니는 “네트워크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1999년 4월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그 골자는 TV를 중심으로 하는 네트워크는 홈 네트워크 컴퍼니가, VAIO를 중심으로 하는 네트워크는 퍼스널 IT 네트워크 컴퍼니가, 플레이스테이션2를 중심으로 하는 네트워크는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가 각각 담당한다는 것이다. 가정이라는 최대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자사의 세 네트워크 컴퍼니를 서로 경쟁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소니의 조직 원칙은 일반 회사와 정반대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자회사를 만들어 본사에서 분리한 다음 회사를 키워 상장하는 전략을 취하지만, 소니는 회사 외부에 자회사 형태의 벤처 회사를 만들어 그 회사가 성공하면 소니 내부의 하나의 사업부로 편입시킨다. 소프트웨어, 컨텐츠, 네트워크를 함께 유기적으로 연결하면서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각각의 기능들을 모두 모아 한 지붕 아래에서 운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이른바 ‘버추얼 컴퍼니’라는 임시 조직이다. 즉 어느 특정 컴퍼니에 맡기기에는 적절치 않은 중간 영역에 존재하면서 수익이 예상되는 분야에 대해 여러 컴퍼니의 협조를 얻어가면서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중간 지대의 임시 컴퍼니를 만드는 것으로, 그 자체 네트워크적 성격이 강한 조직이라 할 수 있다. 버추얼 컴퍼니의 성공 사례 중 하나가 바로 메모리 스틱을 개발한 ‘VAIO 센터’다. 이 프로젝트 팀은 1997년 12월 2년간의 시한부 조직으로 출범하여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후, 2000년 3월 본사 직할의 메모리 스틱 사업 센터로 공식 조직이 되었다.
디지털 시대, 소니만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디지털의 본질이 유연성이라면, 네트워크의 본질은 개방성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오픈된 환경을 지향한다. 이러한 공통의 프로토콜, 공통의 포맷 아래서는 부품도 공통화되며, 소프트웨어도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어려워진다. 그렇게 되면 인텔의 CPU와 마이크로소프트의 OS를 탑재한 모든 PC가 그렇듯이, 모든 기업의 제품들은 같은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소니는 이러한 오픈 네트워크 환경에서 어떻게 자사의 제품을 차별화할 것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해답은 소니가 이제까지 해왔던 것에 있다. 소니만의 강점, 소니다운 것을 계속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소니다운 것인가. 그것은 기술자마다 조금씩 다르다. 홈 네트워크 컴퍼니의 다카시노는 ‘소비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현재 주력하는 1․1․1 프로젝트는 ‘하나의 선, 하나의 리모콘으로 컨트롤되는 쾌적한 가전환경을 2001년까지 만든다’는 것이다.
한편 슈프라스트럭처 센터에서는 네트워크 OS인 아페리오스를 개발 중이며, 알고리즘 연구소에서는 디지털 화질을 개선하는 혁신적인 방법인 DRC(Digital Reality Creation) 기술을 응용 중이다. 컴퓨터 사이언스 연구소에서는 ‘사이버 코드’라는 현실사회 인터페이스를 개발 중이며, 소네트에서는 PAW라는 가상사회를 서비스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컨텐츠와 플랫폼, 모두에서 소니의 엔지니어들은 모두 나름대로 일정한 소니다움을 추구한다. 그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만든다”는 신념일 수도 있고, 단순히 생활에 즐거움을 주겠다는 ‘디지털 드림 키즈’다운 발상일 수도 있다.
“소니의 강점은 단순함과 새로운 발상이다. 단순하고 명확한 컨셉을 세우기 때문에(작은 것이 휴대하기 좋다라든지 선은 하나가 좋다는 식의) 거기에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데서 즐거움을 느낀다. 소니는 기본적으로 어린이의 마음을 소유한 회사다.”(네트워크 TV 디비전 컴퍼니 총괄과장 나가시마 도시미치)
“즐거움을 기술화할 수 있다는 것이 소니의 강점이다. ‘디지털 드림 키즈’란 디지털을 재미있게 다루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슈프라스트럭처 센터 주임연구원 마쓰다 고이치)
“소니의 강점은 이전의 고정관념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는 장인정신이다. 소니의 엔지니어들은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만들 수 있다.”(IT 컴퍼니 모바일 프로덕트 3부 1과 총괄과장 시부야 노보루)
“아무리 디지털 시대가 되었다 해도 물건을 만드는 감각은 흉내낼 수 없다. 우리 제품을 분해해서 어떤 부품을 사용하고 있는가를 알게 되더라도 여기에 담겨 있는 만드는 사람의 사고방식을 모방할 수 없는 한 제품의 차별화는 계속 유지될 것이다.”(퍼스널 오디오 디비전 컴퍼니 총괄부장 후쿠시마 다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