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이기는 심리학
최고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한소원 지음
길어진 내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스마트 에이징smart aging은 단순히 ‘현명하게 나이 들기’라는 단어적 의미를 넘어 훨씬 복잡하고 폭넓은 연구와 가이드가 뒤따르는 분야다. 이 책은 서울대 심리학과 한소원 교수가 그의 주된 연구분야인 ‘뇌과학과 인지노화’를 설명함에 있어 학술적인 이론의 무게를 모두 걷어내고, 가장 쉬운 설명과 지극히 현실적인 사례와 어드바이스로 꽉 채운 실용 산문이다.
뇌 인지기능의 오랜 보존을 위해, 혹은 건강과 장수를 위해 실천해야 하는 여러 매뉴얼이 있지만, 특히 저자는 ‘관계적 행복론’에 근거해 에이징의 해법을 풀어간다. 즉 현재 50살인 사람이 30년 후의 자신을 예측함에 있어 가장 큰 변화 인자로 꼽는 것은 콜레스테롤 레벨이나 자산의 수치가 아니라, 다름 아닌 현재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의 만족도였다. 그리고 이 판단은 주관적 행복론이 아니라 무려 84년간 이어진 대규모 심리학 연구에서 밝혀진 바이다.
▮ 나이 듦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젊을 때 일해서 노후를 대비한다는 상식, 지금도 유효할까?
저자 한소원 교수의 전작 《변화하는 뇌》는 죽기 직전까지도 변화를 거듭하는 뇌의 가소성을 대 주제로 하여 전개한 뇌 심리학서이다. 그리고 2년 만에 출간하는 두 번째 책이자 신간 《나이를 이기는 심리학》은 인지심리학자인 저자가 가장 집중적으로 장기간 연구한 ‘인지노화’의 연구결과에 기반해, 이제 막 나이 듦의 시작점에 선 이들에게 보내는 현명하고 현실적인 나이 듦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노화의 두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그저 관념적인 위로만 건네는 것이 아니다. 무수히 진행된 실제 심리학 연구와, 수십 년간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치를 기반으로, 가장 과학적이고 신뢰할 만한 나이 듦의 해법을 소개한다.
인생의 ‘남아 있는 시간’에 대한 고찰을 시작으로, 감정, 뇌기능, 생체리듬, 호기심, 사회적 커뮤니티 등 삶의 필수 카테고리들로 스마트 에이징의 길을 설명하고 있지만 시종일관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일관된 정신은 ‘나이 듦에 얽매이지 않는 삶’이다. 세상의 흐름도 젊음과 노후의 경계가 허물어져 버린 현장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더 이상 젊을 때 돈 벌어서 예순이 넘어 편히 살 수 있는 구조가 아니게 되었다.
개미와 베짱이 우화처럼 나중을 위해 지금을 희생하는 삶의 원리가 꼭 맞다고 할 수 없다. 무엇을 향해 살아가는가 하는 생각에 모순점을 던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 준비하는 삶은 분명 필요하지만, 단지 나중에 ‘쉬기 위해’ 인생을 달려가는 것만은 아니라고 역설하는 저자는, 젊을 때 일해서 노후를 대비한다는 개념에 우려를 비친다. “대체 언제가 젊은 시절이고, 언제가 노후인가?” 우리는 사는 내내 ‘지금 현재’ 행복해야 하며, 이는 젊을 때나 나이 든 후에나 마찬가지다. 직장에서의 은퇴는 피할 수 없어도 삶 곳곳의 현장에서는 은퇴하지 않음을, 만나는 사람이 몇 명이라도 사회적 관계는 절대 끊지 않을 것을, 암기의 속도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결코 배움을 멀리 하지 않을 것을 저자는 강권하고 또 부탁한다.
인생의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정해진 스포츠와 달라서 이 경기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심지어 전반전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전반전에서 열심히 뛰었다고 해서 후반전은 가만히 벤치에 앉아 경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 (본문 22쪽)
▮ 노화도 엄연한 성인발달 과정
“나이 들수록 더 움직이고, 더 배우고, 더 만나야 한다”
1938년부터 시작되어 무려 84년 이상, 게다가 현재도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인 하버드 성인발달 연구는 세계에서 가장 장기간 이루어진 행복에 관한 추적 연구다. 하버드대 남학생 268명과, 보스턴의 가난한 지역에 사는 남학생 456명을 평생 동안 추적한 연구인데, 아직 생존해 있는 연구 참여자들은 아흔 살을 넘긴 고령자이며,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팀 역시 세대를 바꿔가며 지속하고 있다. 이 연구의 네 번째 총괄책임자인 정신과 의사 로버트 월딩어는 연구 75년째 되는 해에 연구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긴 보고서를 한 문장으로 아우르는 건 다름 아닌 “만족스럽고 좋은 인간관계가 행복과 건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11개의 카테고리로 이뤄진 이 책의 본문에는 시간, 공간, 뇌기능, 자아, 호기심 등 정신적 신체적 변화를 가장 건강하게 다스릴 만한 이야기들을 여러 각도에서 다양하게 다루고 있지만, 모든 챕터에서 빠지지 않는 강조점은 ‘현재에의 즐거움’과 ‘타인과의 끊임없는 교류’이다. 혈압과 혈당의 수치에 민감하고, 노후 준비란 경제적 든든함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에게, 각종 조사와 장기간의 연구 끝에 발견한 장수의 비결에는 ‘현재 느끼는 삶의 만족감’이라는 인자가 가장 중요했다는 얘기다.
세계적인 심리학 연구의 결과 데이터를 가지고 스마트 에이징을 풀어가는 저자는, 그렇기에 더 객관성과 신뢰성이 담보된 가이드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다. 살날이 한창 남은 젊은이보다 노인들의 행복지수가 더 높다는 통계를 통해 삶의 유한성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소중히 행복하게 살게 하는 이유라 말한다. 지병을 앓고 있는 요양원 환자들을 찾아, 화초를 돌보는 책임을 준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어서 지켜보았더니 작은 의무감이라도 느끼며 소소한 노동을 지속한 그룹의 노인들에게서 건강 회복과 수명 연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아이’라는 평생 공동체 그룹을 만들어 한 동네에서 삶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한 친구를 소유하며 사는 일본 오키나와 사람들, 그 오키나와가 세계에서 가장 장수마을이라 꼽히는 것도 사회적 관계의 지속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 인지 노화를 연구하는 50대 심리학자의 실용 에세이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최고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나이 듦의 운명 앞에서, 저자 한소원 교수는 되도록 많은 이들이 행복한 스마트 에이징 수업을 받기를 원한다. 뇌 기능과 심리학 연구 결과에 대한 해설이 불가피한 에이징 강의라는 특성 앞에서, 그는 책에서 복잡한 이론 설명은 아주 필요한 경우를 빼고는 거의 생략하였다. 대신 삶의 가치와 행복에 관한 각종 특이한 연구 조사, 혹은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주변 지인들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수시로 들려주면서 잠시도 지루할 틈 없이 독자들을 설명과 결론의 목적지에 이르게 한다.
72세의 나이에 남미의 험지로 출장을 떠나는 친구 아버지, 육십의 나이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테이블 딱 하나 놓인 카페를 차린 주인, 퇴직 후 자식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공구 스토어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전직 공대 교수님, 심리학자지만 곧 고향인 독일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난민 구호를 위해 살겠다는 예순이 넘은 독일인 친구 등은 저자가 말하는 가장 이상적인 스마트 에이징의 길을 걷는 인물들이다.
그런가 하면, 은퇴한 지 얼마 안 된 종합병원의 한 의사는 자신의 은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진료실 방을 빼지 않아서 병원측으로부터 내용증명까지 받는다. 80평짜리 아파트에 홀로 살며 자주 찾아오지 않는 자식들을 둔 할머니의 고독과, 은퇴한 친구들끼리 오피스텔 하나를 렌트해 그곳에서 시간을 때우겠다는 예비 은퇴자의 미래 계획을 들으면 씁쓸한 노후의 단면을 목도하는 것 같아 생각이 깊어진다. 결국 이런 갖가지 사례들에 뒤따르는 긍정과 현명함의 실천 매뉴얼이 독자들에게 더 절실히 다가올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어서 뇌가 굳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하지 않아서 뇌가 굳어지는 것이다.”
직업에서 은퇴한다고 해서 삶에서 은퇴하는 것이 아니다. 직업을 자신의 정체성과 동일시하며 살아온 사람에게는 은퇴야말로 삶이 끝난 듯 절망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저자는 그 점을 크게 경계하며, 부디 두 번째 막을 걷고 또 다른 도전과 경험 속으로 들어가기를 권한다. 50대라는 길 한가운데를 걷고 있는 저자 스스로도 본문의 곳곳에서 다짐의 흔적을 새겨 넣는다.
“나는 은퇴하지 않을 생각이다. 지금 하는 일을 그대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지금보다 더 나이 들었을 때에 또 다른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기대한다.”
▮지은이 한소원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에서 인지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0여 년간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학 심리학과 교수로 지내다가, 현재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지과학과 인간공학심리학, 정서과학 등을 강의하며, 특히 뇌 가소성, 심리학과 인공지능, 인간-로봇 상호작용, 스마트 에이징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 책은 인지심리학자인 그가 가장 집중적으로 연구한 인지노화를 학문 안에서 맴도는 이론이 아닌, 스마트 에이징smart aging이라는 카테고리에서 현실적, 실용적 매뉴얼로 재탄생시킨 결과물이다. 저자 한소원은 스마트 에이징이 ‘현명하게 나이 들기’라는 애매한 표현을 넘어, 자신의 물리적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과 유리되지 않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임을 밝힌다. 기억력 감소에 좌절하지 말고, 관계와 상황을 경험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통찰력이 젊은이보다 몇 배는 높아진, 인생 후반부를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격려이다.
▮ 본문에서
과학자들은 활발하게 몸을 움직이고 문화와 예술을 가까이 하는 것이 건강한 뇌와 마음을 만드는 길이라고 알려준다. 인생이란 한 가지 길로만 달려서 도달하는 종착점을 위한 준비가 아니다. 순간순간 집중하고 변화를 즐거워하면서 나이 들어간다면 더 의미 있는 삶을 만들 수 있다. _ 본문 12쪽
개미와 베짱이의 교훈은 여름에 일해서 추운 겨울을 대비한다는 것이다. 여유가 있을 때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지만, 젊어서 열심히 일해야 노후에 쉴 수 있다고 적용하는 것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노후를 ‘쉬는 기간’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이다. _ 본문 22쪽
현재의 50대는 길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준비되지 않은 부모세대를 보며 자란 이들이다. 게다가 그들은 현재에 집중하는 디지털 세대를 자녀로 두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의무감을 가지고 살았지만 나의 행복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에 가치를 두기 시작한 최초의 세대인 것이다. 여행을 계획하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무엇보다 혼자 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가정관만이 옳다고 믿지 않고,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원하는 만큼 소비하는 것을 죄악시하지 않는다. _ 본문 106쪽
사회적 관계의 숫자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애정이 없고 갈등이 많은 결혼생활은 이혼한 것보다 건강에 훨씬 더 해롭다. 50세 때 삶의 여러 가지 요인 중에서 훗날 80세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를 가장 잘 예측한 인자는 콜레스테롤 레벨도 아니고 경제적 수준도 아니었다. 50세 무렵의 사회적 관계가 가장 만족스러웠던 사람들이 80세에 가장 건강한 사람들이었다. _ 본문 131쪽
노인들은 단순히 모든 일에 느려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것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뿐이다. 살아온 기간이 길고 쌓아온 경험이 많다는 것은 뇌에 남은 흔적이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동화되어 의식하지 못하는 습관과 생각의 틀이 굳어져 있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노인들이 변화를 원치 않고 이전의 것들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 본문 211쪽
▮ 차례
시작하는 말
1. 시간 최고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2. 뇌기능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3. 생체리듬 아침형 인간만이 정답은 아니다
4. 호기심 호기심을 욕망하라
5. 감정 마음은 뇌가 만들어낸다
6. 사회적 연결 질병보다 외로움이 더 위험하다
7. 커뮤니티 정답 없는 질문, ‘누구와 살 것인가’
8. 자아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
9. 공간 어디에서 나이 들어갈 것인가?
10. 테크놀로지 스마트 시스템을 받아들여야 할 때
11. 세계의 웰에이징 오키나와 노인들은 무엇이 달랐을까
242쪽 | 16,000원 | 판형 140*210㎜ | 2022년 10월 31일 발행 ISBN 979-11-6689-120-5(03180)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287 전화 02-322-3885 담당 박소현
메일 badabooks@daum.net 홈페이지 www.badabooks.co.kr 문의 02-322-3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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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이기는 심리학
최고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한소원 지음
길어진 내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스마트 에이징smart aging은 단순히 ‘현명하게 나이 들기’라는 단어적 의미를 넘어 훨씬 복잡하고 폭넓은 연구와 가이드가 뒤따르는 분야다. 이 책은 서울대 심리학과 한소원 교수가 그의 주된 연구분야인 ‘뇌과학과 인지노화’를 설명함에 있어 학술적인 이론의 무게를 모두 걷어내고, 가장 쉬운 설명과 지극히 현실적인 사례와 어드바이스로 꽉 채운 실용 산문이다.
뇌 인지기능의 오랜 보존을 위해, 혹은 건강과 장수를 위해 실천해야 하는 여러 매뉴얼이 있지만, 특히 저자는 ‘관계적 행복론’에 근거해 에이징의 해법을 풀어간다. 즉 현재 50살인 사람이 30년 후의 자신을 예측함에 있어 가장 큰 변화 인자로 꼽는 것은 콜레스테롤 레벨이나 자산의 수치가 아니라, 다름 아닌 현재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의 만족도였다. 그리고 이 판단은 주관적 행복론이 아니라 무려 84년간 이어진 대규모 심리학 연구에서 밝혀진 바이다.
▮ 나이 듦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젊을 때 일해서 노후를 대비한다는 상식, 지금도 유효할까?
저자 한소원 교수의 전작 《변화하는 뇌》는 죽기 직전까지도 변화를 거듭하는 뇌의 가소성을 대 주제로 하여 전개한 뇌 심리학서이다. 그리고 2년 만에 출간하는 두 번째 책이자 신간 《나이를 이기는 심리학》은 인지심리학자인 저자가 가장 집중적으로 장기간 연구한 ‘인지노화’의 연구결과에 기반해, 이제 막 나이 듦의 시작점에 선 이들에게 보내는 현명하고 현실적인 나이 듦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노화의 두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그저 관념적인 위로만 건네는 것이 아니다. 무수히 진행된 실제 심리학 연구와, 수십 년간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치를 기반으로, 가장 과학적이고 신뢰할 만한 나이 듦의 해법을 소개한다.
인생의 ‘남아 있는 시간’에 대한 고찰을 시작으로, 감정, 뇌기능, 생체리듬, 호기심, 사회적 커뮤니티 등 삶의 필수 카테고리들로 스마트 에이징의 길을 설명하고 있지만 시종일관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일관된 정신은 ‘나이 듦에 얽매이지 않는 삶’이다. 세상의 흐름도 젊음과 노후의 경계가 허물어져 버린 현장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더 이상 젊을 때 돈 벌어서 예순이 넘어 편히 살 수 있는 구조가 아니게 되었다.
개미와 베짱이 우화처럼 나중을 위해 지금을 희생하는 삶의 원리가 꼭 맞다고 할 수 없다. 무엇을 향해 살아가는가 하는 생각에 모순점을 던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 준비하는 삶은 분명 필요하지만, 단지 나중에 ‘쉬기 위해’ 인생을 달려가는 것만은 아니라고 역설하는 저자는, 젊을 때 일해서 노후를 대비한다는 개념에 우려를 비친다. “대체 언제가 젊은 시절이고, 언제가 노후인가?” 우리는 사는 내내 ‘지금 현재’ 행복해야 하며, 이는 젊을 때나 나이 든 후에나 마찬가지다. 직장에서의 은퇴는 피할 수 없어도 삶 곳곳의 현장에서는 은퇴하지 않음을, 만나는 사람이 몇 명이라도 사회적 관계는 절대 끊지 않을 것을, 암기의 속도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결코 배움을 멀리 하지 않을 것을 저자는 강권하고 또 부탁한다.
인생의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정해진 스포츠와 달라서 이 경기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심지어 전반전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전반전에서 열심히 뛰었다고 해서 후반전은 가만히 벤치에 앉아 경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 (본문 22쪽)
▮ 노화도 엄연한 성인발달 과정
“나이 들수록 더 움직이고, 더 배우고, 더 만나야 한다”
1938년부터 시작되어 무려 84년 이상, 게다가 현재도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인 하버드 성인발달 연구는 세계에서 가장 장기간 이루어진 행복에 관한 추적 연구다. 하버드대 남학생 268명과, 보스턴의 가난한 지역에 사는 남학생 456명을 평생 동안 추적한 연구인데, 아직 생존해 있는 연구 참여자들은 아흔 살을 넘긴 고령자이며,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팀 역시 세대를 바꿔가며 지속하고 있다. 이 연구의 네 번째 총괄책임자인 정신과 의사 로버트 월딩어는 연구 75년째 되는 해에 연구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긴 보고서를 한 문장으로 아우르는 건 다름 아닌 “만족스럽고 좋은 인간관계가 행복과 건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11개의 카테고리로 이뤄진 이 책의 본문에는 시간, 공간, 뇌기능, 자아, 호기심 등 정신적 신체적 변화를 가장 건강하게 다스릴 만한 이야기들을 여러 각도에서 다양하게 다루고 있지만, 모든 챕터에서 빠지지 않는 강조점은 ‘현재에의 즐거움’과 ‘타인과의 끊임없는 교류’이다. 혈압과 혈당의 수치에 민감하고, 노후 준비란 경제적 든든함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에게, 각종 조사와 장기간의 연구 끝에 발견한 장수의 비결에는 ‘현재 느끼는 삶의 만족감’이라는 인자가 가장 중요했다는 얘기다.
세계적인 심리학 연구의 결과 데이터를 가지고 스마트 에이징을 풀어가는 저자는, 그렇기에 더 객관성과 신뢰성이 담보된 가이드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다. 살날이 한창 남은 젊은이보다 노인들의 행복지수가 더 높다는 통계를 통해 삶의 유한성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소중히 행복하게 살게 하는 이유라 말한다. 지병을 앓고 있는 요양원 환자들을 찾아, 화초를 돌보는 책임을 준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어서 지켜보았더니 작은 의무감이라도 느끼며 소소한 노동을 지속한 그룹의 노인들에게서 건강 회복과 수명 연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아이’라는 평생 공동체 그룹을 만들어 한 동네에서 삶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한 친구를 소유하며 사는 일본 오키나와 사람들, 그 오키나와가 세계에서 가장 장수마을이라 꼽히는 것도 사회적 관계의 지속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 인지 노화를 연구하는 50대 심리학자의 실용 에세이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최고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나이 듦의 운명 앞에서, 저자 한소원 교수는 되도록 많은 이들이 행복한 스마트 에이징 수업을 받기를 원한다. 뇌 기능과 심리학 연구 결과에 대한 해설이 불가피한 에이징 강의라는 특성 앞에서, 그는 책에서 복잡한 이론 설명은 아주 필요한 경우를 빼고는 거의 생략하였다. 대신 삶의 가치와 행복에 관한 각종 특이한 연구 조사, 혹은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주변 지인들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수시로 들려주면서 잠시도 지루할 틈 없이 독자들을 설명과 결론의 목적지에 이르게 한다.
72세의 나이에 남미의 험지로 출장을 떠나는 친구 아버지, 육십의 나이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테이블 딱 하나 놓인 카페를 차린 주인, 퇴직 후 자식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공구 스토어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전직 공대 교수님, 심리학자지만 곧 고향인 독일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난민 구호를 위해 살겠다는 예순이 넘은 독일인 친구 등은 저자가 말하는 가장 이상적인 스마트 에이징의 길을 걷는 인물들이다.
그런가 하면, 은퇴한 지 얼마 안 된 종합병원의 한 의사는 자신의 은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진료실 방을 빼지 않아서 병원측으로부터 내용증명까지 받는다. 80평짜리 아파트에 홀로 살며 자주 찾아오지 않는 자식들을 둔 할머니의 고독과, 은퇴한 친구들끼리 오피스텔 하나를 렌트해 그곳에서 시간을 때우겠다는 예비 은퇴자의 미래 계획을 들으면 씁쓸한 노후의 단면을 목도하는 것 같아 생각이 깊어진다. 결국 이런 갖가지 사례들에 뒤따르는 긍정과 현명함의 실천 매뉴얼이 독자들에게 더 절실히 다가올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어서 뇌가 굳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하지 않아서 뇌가 굳어지는 것이다.”
직업에서 은퇴한다고 해서 삶에서 은퇴하는 것이 아니다. 직업을 자신의 정체성과 동일시하며 살아온 사람에게는 은퇴야말로 삶이 끝난 듯 절망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저자는 그 점을 크게 경계하며, 부디 두 번째 막을 걷고 또 다른 도전과 경험 속으로 들어가기를 권한다. 50대라는 길 한가운데를 걷고 있는 저자 스스로도 본문의 곳곳에서 다짐의 흔적을 새겨 넣는다.
“나는 은퇴하지 않을 생각이다. 지금 하는 일을 그대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지금보다 더 나이 들었을 때에 또 다른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기대한다.”
▮지은이 한소원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에서 인지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0여 년간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학 심리학과 교수로 지내다가, 현재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지과학과 인간공학심리학, 정서과학 등을 강의하며, 특히 뇌 가소성, 심리학과 인공지능, 인간-로봇 상호작용, 스마트 에이징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 책은 인지심리학자인 그가 가장 집중적으로 연구한 인지노화를 학문 안에서 맴도는 이론이 아닌, 스마트 에이징smart aging이라는 카테고리에서 현실적, 실용적 매뉴얼로 재탄생시킨 결과물이다. 저자 한소원은 스마트 에이징이 ‘현명하게 나이 들기’라는 애매한 표현을 넘어, 자신의 물리적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세상과 유리되지 않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임을 밝힌다. 기억력 감소에 좌절하지 말고, 관계와 상황을 경험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통찰력이 젊은이보다 몇 배는 높아진, 인생 후반부를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격려이다.
▮ 본문에서
과학자들은 활발하게 몸을 움직이고 문화와 예술을 가까이 하는 것이 건강한 뇌와 마음을 만드는 길이라고 알려준다. 인생이란 한 가지 길로만 달려서 도달하는 종착점을 위한 준비가 아니다. 순간순간 집중하고 변화를 즐거워하면서 나이 들어간다면 더 의미 있는 삶을 만들 수 있다. _ 본문 12쪽
개미와 베짱이의 교훈은 여름에 일해서 추운 겨울을 대비한다는 것이다. 여유가 있을 때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지만, 젊어서 열심히 일해야 노후에 쉴 수 있다고 적용하는 것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노후를 ‘쉬는 기간’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이다. _ 본문 22쪽
현재의 50대는 길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준비되지 않은 부모세대를 보며 자란 이들이다. 게다가 그들은 현재에 집중하는 디지털 세대를 자녀로 두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의무감을 가지고 살았지만 나의 행복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에 가치를 두기 시작한 최초의 세대인 것이다. 여행을 계획하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무엇보다 혼자 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가정관만이 옳다고 믿지 않고,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원하는 만큼 소비하는 것을 죄악시하지 않는다. _ 본문 106쪽
사회적 관계의 숫자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애정이 없고 갈등이 많은 결혼생활은 이혼한 것보다 건강에 훨씬 더 해롭다. 50세 때 삶의 여러 가지 요인 중에서 훗날 80세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를 가장 잘 예측한 인자는 콜레스테롤 레벨도 아니고 경제적 수준도 아니었다. 50세 무렵의 사회적 관계가 가장 만족스러웠던 사람들이 80세에 가장 건강한 사람들이었다. _ 본문 131쪽
노인들은 단순히 모든 일에 느려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것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뿐이다. 살아온 기간이 길고 쌓아온 경험이 많다는 것은 뇌에 남은 흔적이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동화되어 의식하지 못하는 습관과 생각의 틀이 굳어져 있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노인들이 변화를 원치 않고 이전의 것들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 본문 211쪽
▮ 차례
시작하는 말
1. 시간 최고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2. 뇌기능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3. 생체리듬 아침형 인간만이 정답은 아니다
4. 호기심 호기심을 욕망하라
5. 감정 마음은 뇌가 만들어낸다
6. 사회적 연결 질병보다 외로움이 더 위험하다
7. 커뮤니티 정답 없는 질문, ‘누구와 살 것인가’
8. 자아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
9. 공간 어디에서 나이 들어갈 것인가?
10. 테크놀로지 스마트 시스템을 받아들여야 할 때
11. 세계의 웰에이징 오키나와 노인들은 무엇이 달랐을까
242쪽 | 16,000원 | 판형 140*210㎜ | 2022년 10월 31일 발행 ISBN 979-11-6689-120-5(0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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