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적 삶에 대한 고민의 결정체, 『장자』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신선처럼 소리 소문 없이 살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수 있었음에도 인간의 길을 선택한 장자. 이 책 『왕보의 장자 강의』는 장자라는 한 인물의 철학 사상을 밝히는 데 역점을 두지만, 기존의 해석과는 달리 마치 장자의 의식의 흐름을 좇듯 감성적이고 치밀한 해석을 제시한다.
저자 왕보王博는 문명을 비판하면서도 문명사회 속에서 살아야 했고, 사회와 정치권력을 비판하면서도 그 사회를 떠날 수 없었던 자기 모순적 인간 장자를 만나려면 기존 해석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장자』에 대한 주석이 자유롭게 노닐며逍遙遊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절대 자유의 경험이라는 궁극의 깨달음과 도통道通에 무게중심을 두었다면, 왕보는 장자가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해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싸워야 했던 과정과 거기에서 드러나는 인간 장자의 맨얼굴에 초점을 맞춘다.
장자에 대한 왕보의 새로운 독법은, 장자에게 신선의 탈을 씌운 「소요유」를 전략적으로 해석의 끝에 배치하고, 대신에 「인간세」로 포문을 여는 것이다. 한 인간의 실존적 삶에 대한 고민의 결정체이자 이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애착의 결과로 탄생한 『장자』. 장자가 「인간세」에서 표현하고 있는 것은 그가 보고 느낀 “이 세상과 사람들”이다. 왕보는 다른 일반적인 철인들이 정치 질서를 사고의 중심에 둔 것과 달리, 장자의 사고는 주로 난세 속에서의 생명의 안정에 중심을 두었다고 본다. 왕보가 장자를 「인간세」로 시작해서 다시 읽고자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새로운 독법으로 만나는 인간 장자
▪ 왜 내편만을 다루는가? _ 장자 사상의 핵심, 생명
왕보가 이 책에서 검토한 것은 인간 장자와 그의 철학이지, 『장자』 철학에 대한 것이 아니다. 즉, 그의 관심은 사람이지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대 중국에서 사상가와 그 사람의 이름을 딴 책의 관계는 항상 복잡했다. 예를 들어 『묵자』나 『장자』라고 이름 붙여진 책들은 묵학총서 및 장학총서로 보아야지, 묵자나 장자 한 사람의 저작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장자와 『장자』 사이에는 등호를 붙일 수 없다.
왕보는 장자의 내면과 철학에 좀 더 밀착하기 위해 『장자』에서 장자가 직접 썼다고 알려진 내편 일곱 편(「소요유」, 「제물론」, 「양생주」, 「인간세」, 「덕충부」, 「대종사」, 「응제왕」)만을 다룬다. 장자에 대한 가장 유명한 주석자인 곽상郭象에 따르면, 『장자』는 총 33편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것은 다시 내편, 외편, 잡편으로 나뉜다.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편은 장자 철학의 원형을 반영하고 있고, 외편과 잡편은 장자의 후학들이 썼다는 것이 거의 정설이다.
왕보는 『장자』 내편이 장자의 사상을 담은 것이라는 기존의 애매한 태도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그것은 장자가 직접 쓴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내편은 각 편의 구성이 치밀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작품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하다고 믿는다. 그는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각 편에 대한 분석과 내편 전체의 유기적 연관성을 찾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예를 들어 그는 내편 각 편의 편명은 모두 세 글자로 되어 있고, 편명은 해당 편의 대의를 개괄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각 편 처음에 나오는 글자를 가지고 건성으로 이름을 붙인 외편, 잡편과 비교했을 때 다른 점이다. 무엇보다 내편 일곱 편은 분명하게 하나의 주제, 즉 생명이라는 주제를 둘러싸고 전개된다는 것에 방점을 둔다. 왕보는 이 “생명”이라는 주제가 장자 사상의 핵심을 관통하는 이해의 지점이라고 말한다.
▪ 왜 「인간세」에서 시작하는가? _ 인간 장자를 만나기 위한 첫 번째 문, 「인간세」
일반적으로 내편의 순서는 「소요유」로 시작하여 「제물론」, 「양생주」, 「인간세」, 「덕충부」, 「대종사」, 「응제왕」으로 끝을 맺는다. 그리하여 「소요유」는 장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취지이자 『장자』라는 책의 지향점이라고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왕보는 지금까지 자연적으로 정해진 순서, 즉 「소요유」로 시작하는 순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해를 찾는다. 왕보는 “소요는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 같이 보인다. 그것은 마치 하늘의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종점이지 출발점이나 시발점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새로운 기점에서 장자를 다시 이해하는 것. 왕보가 이 책의 시작을 「인간세」로 여는 것은 「소요유」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사실적이고, 실제적으로 장자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왕보는 「인간세」가 일곱 편의 중심에 위치하여 중심축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하나의 기가 관통하듯 중심부가 돌아가면서 온몸에 두루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왕보가 볼 때 「인간세」는 내편 일곱 편을 관통하는 하나의 혈류이고, 중심 고리이다.
왕보는 「인간세」의 서술 구조를 분석하면서, 그것이 장자의 사고와 해결의 논리적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세」는 적극적으로 이 세상에 진입하려고 하는 인물 안회顔回로 시작하여, 세상의 고난과 어찌할 수 없음을 발견하는 인물 섭공葉公 자고子高와 안합顔闔를 거쳐, 이 세계와 거리를 유지하려는 초나라의 광인 접여接輿의 우화로 끝을 맺는다. 왕보는 장자에게 있어서 “세상을 구하는 것은 개인의 생명을 온전히 보존하는 것으로 바뀌고, 열정은 냉철함으로 바뀌며, 늠름함은 어찌할 수 없음으로 바뀌고, 안회는 초나라 광인으로 바뀐다”고 말한다. 유가와 마찬가지로 장자는 “현실 속의 사람”을 분명하게 의식했고, 이 점은 장자 사상의 배경을 이룬다. 그러나 유자들과 달리 장자는 의식적으로 세상의 부름을 거절했다. 이것은 적극적으로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도피하는 것도 아니고, 또 들어가는 것도 아닌 것. 이 세상에 있으면서도 그것과 거리를 유지하는 것. 이것이 세상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장자가 선택한 방식이다.
세속과 함께 살아가는 부득이함을 발견한 장자. 몸은 여전히 인간 세상에 있고, 여전히 운명의 제약을 받는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은 장자. 장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 세계에 뿌리박고 있었다. 왕보는 어떤 좋은 철학도 공허한 상상으로부터 나올 수 없고, 생명을 주제로 하는 철학은 더욱더 그렇다고 말한다. 생명에 관한 철학은 반드시 생존이라는 절실한 느낌으로부터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순수한 상상 속에서가 아니라 오직 인간 세상 속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왕보는 소요나 제물 등을 너무 강조하면 독자들이 종종 장자를 너무 대범하게 볼 것이라고 우려한다. 중요한 것은 대범함의 배후에 있는 것, 그 육중하고 또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바로 그 육중하고 어찌할 수 없는 것 때문에 대범함에 대한 추구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왕보가 장자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인간세」부터 시작한 이유이다.
저자소개
지은이 : 왕보王博
옮긴이 : 김갑수
책정보 및 내용요약
마음을 수양하는 수신서 『장자』에 대한 독창적인 독법
“『장자』는 「소요유」가 아닌 「인간세」부터 읽어야 한다!”
『왕보의 장자 강의』는 천의 얼굴을 가진 『장자』에 대해 도발적 해석을 시도한 책이다. 북경대학교 부총장이자 철학과 교수인 왕보는 『장자』를 낱낱이 분해한 후 새롭게 조립하고,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을 대하듯 감성적이면서도 치밀한 해석을 보여 준다. 그는 인간 장자의 순수한 내면세계를 조명하는 데 좀 더 설득력 있는 판단을 제공하기 위해, 「소요유」에서 시작하는 기존의 순서를 버리고 「인간세」를 장자 사상의 중심고리로 삼는다. 우리는 이 책에서 신선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보통 사람 장자를 발견할 수 있다.
목차
一 광인과 광언 ・37
二 인간세 ・67
三 양생주 ・127
四 덕충부 ・163
五 제물론 ・203
六 대종사 ・249
七 소요유 ・305
八 응제왕 ・351
九 장자와 내편 ・387
후기 ・422
옮긴이의 글: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장자, 그리고 『장자』・425
편집자 추천글
실존적 삶에 대한 고민의 결정체, 『장자』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신선처럼 소리 소문 없이 살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수 있었음에도 인간의 길을 선택한 장자. 이 책 『왕보의 장자 강의』는 장자라는 한 인물의 철학 사상을 밝히는 데 역점을 두지만, 기존의 해석과는 달리 마치 장자의 의식의 흐름을 좇듯 감성적이고 치밀한 해석을 제시한다.
저자 왕보王博는 문명을 비판하면서도 문명사회 속에서 살아야 했고, 사회와 정치권력을 비판하면서도 그 사회를 떠날 수 없었던 자기 모순적 인간 장자를 만나려면 기존 해석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장자』에 대한 주석이 자유롭게 노닐며逍遙遊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절대 자유의 경험이라는 궁극의 깨달음과 도통道通에 무게중심을 두었다면, 왕보는 장자가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해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싸워야 했던 과정과 거기에서 드러나는 인간 장자의 맨얼굴에 초점을 맞춘다.
장자에 대한 왕보의 새로운 독법은, 장자에게 신선의 탈을 씌운 「소요유」를 전략적으로 해석의 끝에 배치하고, 대신에 「인간세」로 포문을 여는 것이다. 한 인간의 실존적 삶에 대한 고민의 결정체이자 이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애착의 결과로 탄생한 『장자』. 장자가 「인간세」에서 표현하고 있는 것은 그가 보고 느낀 “이 세상과 사람들”이다. 왕보는 다른 일반적인 철인들이 정치 질서를 사고의 중심에 둔 것과 달리, 장자의 사고는 주로 난세 속에서의 생명의 안정에 중심을 두었다고 본다. 왕보가 장자를 「인간세」로 시작해서 다시 읽고자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새로운 독법으로 만나는 인간 장자
▪ 왜 내편만을 다루는가? _ 장자 사상의 핵심, 생명
왕보가 이 책에서 검토한 것은 인간 장자와 그의 철학이지, 『장자』 철학에 대한 것이 아니다. 즉, 그의 관심은 사람이지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대 중국에서 사상가와 그 사람의 이름을 딴 책의 관계는 항상 복잡했다. 예를 들어 『묵자』나 『장자』라고 이름 붙여진 책들은 묵학총서 및 장학총서로 보아야지, 묵자나 장자 한 사람의 저작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장자와 『장자』 사이에는 등호를 붙일 수 없다.
왕보는 장자의 내면과 철학에 좀 더 밀착하기 위해 『장자』에서 장자가 직접 썼다고 알려진 내편 일곱 편(「소요유」, 「제물론」, 「양생주」, 「인간세」, 「덕충부」, 「대종사」, 「응제왕」)만을 다룬다. 장자에 대한 가장 유명한 주석자인 곽상郭象에 따르면, 『장자』는 총 33편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것은 다시 내편, 외편, 잡편으로 나뉜다.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편은 장자 철학의 원형을 반영하고 있고, 외편과 잡편은 장자의 후학들이 썼다는 것이 거의 정설이다.
왕보는 『장자』 내편이 장자의 사상을 담은 것이라는 기존의 애매한 태도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그것은 장자가 직접 쓴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내편은 각 편의 구성이 치밀할 뿐만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작품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하다고 믿는다. 그는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각 편에 대한 분석과 내편 전체의 유기적 연관성을 찾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예를 들어 그는 내편 각 편의 편명은 모두 세 글자로 되어 있고, 편명은 해당 편의 대의를 개괄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각 편 처음에 나오는 글자를 가지고 건성으로 이름을 붙인 외편, 잡편과 비교했을 때 다른 점이다. 무엇보다 내편 일곱 편은 분명하게 하나의 주제, 즉 생명이라는 주제를 둘러싸고 전개된다는 것에 방점을 둔다. 왕보는 이 “생명”이라는 주제가 장자 사상의 핵심을 관통하는 이해의 지점이라고 말한다.
▪ 왜 「인간세」에서 시작하는가? _ 인간 장자를 만나기 위한 첫 번째 문, 「인간세」
일반적으로 내편의 순서는 「소요유」로 시작하여 「제물론」, 「양생주」, 「인간세」, 「덕충부」, 「대종사」, 「응제왕」으로 끝을 맺는다. 그리하여 「소요유」는 장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취지이자 『장자』라는 책의 지향점이라고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왕보는 지금까지 자연적으로 정해진 순서, 즉 「소요유」로 시작하는 순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해를 찾는다. 왕보는 “소요는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 같이 보인다. 그것은 마치 하늘의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종점이지 출발점이나 시발점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새로운 기점에서 장자를 다시 이해하는 것. 왕보가 이 책의 시작을 「인간세」로 여는 것은 「소요유」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사실적이고, 실제적으로 장자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왕보는 「인간세」가 일곱 편의 중심에 위치하여 중심축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하나의 기가 관통하듯 중심부가 돌아가면서 온몸에 두루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왕보가 볼 때 「인간세」는 내편 일곱 편을 관통하는 하나의 혈류이고, 중심 고리이다.
왕보는 「인간세」의 서술 구조를 분석하면서, 그것이 장자의 사고와 해결의 논리적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세」는 적극적으로 이 세상에 진입하려고 하는 인물 안회顔回로 시작하여, 세상의 고난과 어찌할 수 없음을 발견하는 인물 섭공葉公 자고子高와 안합顔闔를 거쳐, 이 세계와 거리를 유지하려는 초나라의 광인 접여接輿의 우화로 끝을 맺는다. 왕보는 장자에게 있어서 “세상을 구하는 것은 개인의 생명을 온전히 보존하는 것으로 바뀌고, 열정은 냉철함으로 바뀌며, 늠름함은 어찌할 수 없음으로 바뀌고, 안회는 초나라 광인으로 바뀐다”고 말한다. 유가와 마찬가지로 장자는 “현실 속의 사람”을 분명하게 의식했고, 이 점은 장자 사상의 배경을 이룬다. 그러나 유자들과 달리 장자는 의식적으로 세상의 부름을 거절했다. 이것은 적극적으로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도피하는 것도 아니고, 또 들어가는 것도 아닌 것. 이 세상에 있으면서도 그것과 거리를 유지하는 것. 이것이 세상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장자가 선택한 방식이다.
세속과 함께 살아가는 부득이함을 발견한 장자. 몸은 여전히 인간 세상에 있고, 여전히 운명의 제약을 받는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은 장자. 장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 세계에 뿌리박고 있었다. 왕보는 어떤 좋은 철학도 공허한 상상으로부터 나올 수 없고, 생명을 주제로 하는 철학은 더욱더 그렇다고 말한다. 생명에 관한 철학은 반드시 생존이라는 절실한 느낌으로부터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순수한 상상 속에서가 아니라 오직 인간 세상 속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왕보는 소요나 제물 등을 너무 강조하면 독자들이 종종 장자를 너무 대범하게 볼 것이라고 우려한다. 중요한 것은 대범함의 배후에 있는 것, 그 육중하고 또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바로 그 육중하고 어찌할 수 없는 것 때문에 대범함에 대한 추구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왕보가 장자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인간세」부터 시작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