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와 한계에 맞닥뜨린 모든 부모를 위한 치유의 매뉴얼
현재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대상을 판단하기보다 존재물 자체로만 인식하는 마음챙김 기법. 저자는 인간 필연의 과업이라 할 수 있는 자녀 양육문제에 이 마음챙김을 적용하였다. 희생과 모성이라는 이름 하에 자녀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것이 부모의 본능이라 여겨졌지만, 아이를 낳아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는 그 어마어마한 과정 속에서 수시로 찾아오는 스트레스와, 한 개인으로서의 삶을 잠시 포기해야 하는 단절의 시간 등 양육은 행복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양육 스트레스와 신체적 정신적 한계에 부딪힌 부모들을 위해 마음챙김 기법에 기반한 부모 치유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심리적 치유를 넘어 자녀와의 상호작용이 개선되고, 한 개인으로서의 자존감 회복까지 돕는 체계적인 프로세스들이 소개되어 있다. 무엇보다 치유의 매뉴얼을 넘어서, 지극히 현실적인 사례와 조언을 수시로 소개함으로써 부모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 ‘판단하지 않는’ 부모, ‘있는 그대로 봐야 하는’ 자녀
_ 마음챙김 양육이란 무엇인가?
마음챙김(Mindfulness)이란 불교의 전통에 기반을 둔 명상의 한 형태로, 현실에 집중하면서 대상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바로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현재는 마음수련이나 심리치료 분야에까지 적용되는 등 그 기반의 장점이 대중 속으로 널리 퍼지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들은 그들의 본업인 가족심리상담의 중요 훈련기법으로 이 마음챙김을 본격 활용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우울증이 있는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으로서 이 마음챙김을 적용했으나, 점차 그 실효성이 입증되면서 자녀 양육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스트레스와 한계를 느끼는 부모들의 치유 프로그램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양육은 어린아이를 키우는 물리적 양육뿐만 아니라 반항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청소년 자녀, 더 나아가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부모의 가슴을 할퀴기 일쑤인 자녀 등, 전반적인 부모 자식 간의 상호작용을 그 대상으로 삼고 있다. 조언과 설명만으로 가득한 여타 양육관련 서적과는 달리, 이 책은 임상심리학자들의 실제 수업 내용과 참가자들의 눈물 겨운 체험기를 수시로 들으며 현실감을 적나라하게 느끼도록 만든다. 마치 독자들도 이 수업의 참가자가 되어 내 아들, 내 딸의 사례와 비교 대조하는 간접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음챙김의 기본 내용이 ‘있는 그대로’와 ‘존재 그 자체’라고 했듯, 이 책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제시 키워드는 ‘판단하지 않기’와 ‘존재모드로써 보기’이다. 사람들은 자기의 기대대로 맞추어 살지 못하면 스스로를 가혹한 잣대로 판단하거나 비판한다. 그 판단이 가장 최측근의 자녀에게 옮겨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미리 판단하고, 일어난 일을 부모의 주관대로 판단하며, 부모 스스로 아이의 존재 자체를 판단해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당신이 두 자녀의 부모라면 만약 한 아이를 ‘쉬운 아이’로, 다른 아이를 ‘어려운 아이’로 딱지를 붙여본 적이 있는가? 또는 똑똑한 아이와 운동 잘하는 아이? 자녀를 비교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지만, 때로는 아이가 스스로 자아를 찾아볼 여지를 주지 않고 부모가 부여한 딱지를 문자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 만약 부모가 아이를 향해 “너는 학문적인 스타일은 아니야”라고 판단해버리면 이 판단에 부합하는 것만 믿고, 그것에 반하는 것은 간과하지 않겠는가? (본문 171쪽)
마음챙김의 또다른 강조점은 경험하는 순간순간마다 주의를 기울이는 ‘존재모드(being mode)’로의 삶이다. 앞으로의 목표라던지 일어날 일을 예상하는 대신에, 현재 일어나는 일 그대로에만 집중하는 태도이다. 이 존재모드일 때는 현재 일어나는 어떤 일이든 완전하게 경험할 수 있다 하는데, 가령 한 손에 아기를 안고 다른 손으로는 큰아이의 입에 밥을 떠 먹이며, 머리로는 직장 회의에 올릴 문서내용을 떠올리고 있다면 어떠한가? 이 경우는 존재모드에 완전히 반대되는 행위모드(doing mode)의 전형인 것이다.
결국 목표에 집중하기보다는 그저 아이와 같이 있다는 사실만을 염두에 두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 그것은 실제로 1초도 더 걸리지 않으며, 단지 일어나고 있는 일과 함께 존재하는 것뿐이다. 최종 결과가 아닌 과정에 주의를 기울이는 일이다. 만약 아이와 함께 온전히 존재하는 쪽으로 태도를 전환하면 부모는 아이의 눈빛을 알아보거나 호흡이 다소 느려지는 등의 변화를 알아챌 것이다. 이 존재모드를 수시로 양육 가운데 취한다면 갈등과 스트레스가 발생할 여지가 한층 더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 프로그램 매뉴얼, 그 이상의 깨달음과 카운셀링
_ 8주 프로그램 속에 담긴 ‘진짜 부모 되기’의 모든 것
이 책의 제목 <마인드풀 페어런팅(Mindful Parenting)>은 글자 그대로 ‘마음챙김 양육’을 의미한다. 그리고 부제인 ‘부모를 위한 마음챙김 양육 8주 프로그램’에서 보듯 실제 임상심리치료에 활용된 프로그램을 주제로 자세한 매뉴얼이 소개되어 있다. 양육 스트레스가 언제 어디에서부터 기인하였는지를 문화인류와 진화사적으로 고찰한 서두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저자들이 실제 진행했던 양육 프로그램이 등장한다. 마음챙김과 정반대의 방식인 ‘자동적 양육’을 행하고 있는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1차 회기를 시작으로, 총 8차 회기까지 긴 호흡으로 과정을 소개해나간다.
2차 회기에서는 초심자의 시선과 마음으로 자녀를 바라보는 훈련을, 3차 회기에서는 스트레스의 과부하로 자신의 몸에서 어떤 고장 신호를 보내는지 수시로 귀기울이는 법을, 4차 회기에서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분노 앞에 이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호흡법과 마음챙김 인식법으로 반응이 아닌 ‘응답’을 보낼 수 있도록 시도해본다. 부모가 겪은 과거 유년기 때의 경험이 그대로 성인이 되어 같은 패턴과 도식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깨닫는 5차 회기, 부모 자식간 갈등 속에서 스스로에게, 혹은 상대에게 ‘자비’라는 감정을 이입하여 마음을 전환시키는 6차 회기, 최선의 노력은 하되 스스로에게 닥쳐온 한계 시점을 인정하고 자녀에게도 부모 역할의 경계선을 알려줘야 한다는 주장의 7차 회기를 거치면, 마지막 8차 회기에서는 그간의 경로를 되돌아보고 영향받은 점, 영향받지 않은 점 등을 솔직히 진술하면서 이를 각 가정에서 실천해볼 것을 다짐한다.
그러나 부제와 앞서 소개에서 보듯 이 책이 프로그램 매뉴얼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막상 본문을 훑다 보면 매뉴얼로 읽히지 않을 만큼 깨달음의 문장과 실제 상담자의 카운슬링처럼 현실감 가득한 조언으로 가득하다. 그렇기에 이 책이 양육 관련업무나 임상심리 전문가들에게 도움이 될 매뉴얼을 넘어, 고된 양육과 가족 갈등 등으로 고통받는 실제 부모들이 찾을 수밖에 없는 책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각 회기와 주제마다 수시로 등장하는 프로그램 참가 부모들의 절절한 고백과 사례들을 읽으며 특히 독자들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그들의 고백 속에 동화될 것이다.
▮ 전문가적 진단 + 경험자적 공감, 최고의 카운슬러로
_ 프로그램 지도자와 현실 엄마, 이 모두를 사는 저자의 조언들
수전 뵈겔스와 캐슬린 레스티포, 이 두 명의 공저자는 모두 임상심리학자로서, 그리고 상담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지도자로서 가정문제 및 자녀문제를 집중적으로 진단 치료하는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치유 방법과 조언이 이론가의 그것에 머물러 있지 않은 이유는 ‘지도자와 참가자가 전적으로 같이 풀어가는’ 마음챙김 기반의 자세도 한몫 하지만, 무엇보다 두 저자 모두 양육과 일을 병행하며 스트레스와 갈등 속에 매여 살고 있는 워킹맘이기 때문이다.
어느날 참가자 중 한 여자가 울면서 말했다. “저는 별다른 직업도 경력도 없이 하루종일 아이와 씨름만 하며 무기력하게 살고 있는데, 선생님은 교수에 센터소장에, 거기에다 가정까지 든든히 꾸려가시는 걸 보니, 저 자신과 너무 비교되고 초라하게 느껴져요.” 이 말을 듣고 저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저는 재혼한 사람이에요. 그런 와중에 자녀들과의 관계가 최근에 망가졌지요. 당신은 두 자녀를 함께 양육할 수 있는 배우자가 있지 않으신가요?”
저자이자 이 프로그램의 지도자들은 수직관계로서 참가자를 가르치거나 판단내리는 식의 말을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안내를 하고, 도움말을 주며,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깨닫도록 중간중간 힌트를 던져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정 사이사이에 수시로 지도자 자신의 진솔한 경험과 이야기를 나눈다(물론 그것이 지도자로서의 위치를 망각할 만큼 사적인 수다가 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하지만). 참가자들은 부모로서 느끼는 지금의 스트레스와 방황이, 내 아이에게 행한 이 실수가, 현재 처한 수많은 트러블들이 비단 ‘나 자신에게만 있는 것은 아님’을 느끼며 커다란 위안과 힘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 책을 번역한 역자도 국내에서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마음챙김 기반의 상담센터인 ‘마인드풀 상담심리연구소’를 직접 운영하며 상담심리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 “자녀에겐 목적지보다 여정이 더 중요하다”
_ 많은 부모들이 간과했던, 진정한 ‘마인드풀 페어런팅’의 구절들
혹 독자들 중에는 순차적인 프로그램 진행 과정과 맥을 같이 하는 본문 형식으로 인해 책 읽기에 조금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본문을 읽다 보면 수시로 등장하는 깨달음의 문장들, 특히 아이에 대해, 부모인 자기 자신에 대해 간과했던 상식들이 깨지는 인식 전환의 글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무엇보다 촌철살인의 깨달음보다 더 큰 선물은 한껏 한계지점에 도달해 정신적으로 지쳐 있는 부모(독자)들에게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그리고 ‘당신부터 챙겨라’라고 말해주는 위로와 공감의 글들일 것이다.
멋진 북미 원주민의 민속설화가 그 예를 쉽게 보여준다. 한 노인이 손자에게 자신의 지혜를 가르치고 싶어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손자야, 내 속에서 두 마리의 늑대가 싸우고 있는 느낌이 있다. 한 마리는 분노한 늑대이고, 다른 한 마리는 평화로운 늑대다.” 손자는 이렇게 묻는다. “할아버지, 어떤 놈이 이길까요?” 할아버지가 대답을 한다. “내가 기르는 놈.”
항공사 승무원의 지혜를 기억할 것 : 자녀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우기 전에 당신의 산소마스크를 먼저 착용한다. 만일 당신이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다른 누군가를 돌볼 수 있겠는가? 만일 당신이 자신을 위해서 당신 자신의 요구를 돌보는 데 대해 너무나도 죄책감을 느낀다면, 당신의 자녀를 위해 그것을 하라.
일부 부모는 자녀에게 분노를 느끼거나 자녀에 대한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수 있다. 어떤 부모들은 자녀에게 전혀 사랑을 느껴본 경험이 없을 수도 있으며, 특히 다른 부모들이 자녀에 대한 사랑을 마구 표현하는 걸 보면서 매우 고통스러울 수 있다. 비록 이런 느낌이 자주 떠오르는 건 아니라 할지라도, 그런 경험에 대하여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다. 여러 가지 마음이 들 수 있다는 개방성이 필요하다.
자녀도 완벽해야 하고 부모도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은 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걸까? 때로 부모들은 그러한 압력을 자기 자신에게 부과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들을 돕기 위해서 존재하는 학교, 심리학자, 기타 기관들로부터 그 압력이 기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문가들은 종종 도움을 준다는 취지 아래, 자녀의 부정적인 행동에 집중함으로써 부모로 하여금 비난받았다는 느낌을 갖도록 만든다. 역설적이게도 부모들은 이런 기관으로부터 압력을 받게 되면 그 반응으로서 자기 자녀에게 압력을 가한다. ‘정상적으로 행동하도록’ 말이다.
“내 아이는 학교성적이 좋지 못합니다. TV를 보고 있을 때 내가 그것에 대해 뭐라고 잔소리를 하면 버럭 화를 냅니다. 나의 자동적인 반응은 여러 가지 사건들, 즉 낮은 성적, 텔레비전, 버릇 없는 것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이전에 나는 훨씬 빨리 이런 생각에 반응하였으며, 그것도 분노한 방식으로였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또한 알고 있습니다. 내 아이가 집중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호르몬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내가 아이를 이러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는 같은 상황이라도 다른 반응이 나옵니다. 자동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오후에는 점점 더 엇나가기만 한 아이에게 화를 내며 반응하게 된다면, 밤에는 아이의 나쁜 면을 보지 못했기에 그저 미안하기만 한 것, 이것이 자동적인 반응이라고 생각됩니다.”
저자소개
지은이 : 수전 뵈겔스(Susan Bögels)
지은이 : 캐슬린 레스티포(Kathleen Restifo)
옮긴이 : 김잔디
책정보 및 내용요약
희생과 모성이라는 이름 하에 자녀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것이 부모의 본능이라 여겨졌지만, 아이를 낳아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는 그 어마어마한 과정 속에서 수시로 찾아오는 스트레스와, 한 개인으로서의 삶을 잠시 포기해야 하는 단절의 시간 등 양육은 행복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양육 스트레스와 신체적 정신적 한계에 부딪힌 부모들을 위해 마음챙김 기법에 기반한 부모 치유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심리적 치유를 넘어 자녀와의 상호작용이 개선되고, 한 개인으로서의 자존감 회복까지 돕는 체계적인 프로세스들이 소개되어 있다. 무엇보다 치유의 매뉴얼을 넘어서, 지극히 현실적인 사례와 조언을 수시로 소개함으로써 부모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목차
Ⅰ부 함께여서 가능한 양육
1장 양육 스트레스, 진화론 관점으로 보기
2장 마음챙김 양육과정의 효과
Ⅱ부 마음챙김 양육 8주 프로그램
3장 프로그램을 위한 서론
4장 1차 회기∷자동적 양육
5장 2차 회기∷초심자의 마음 양육
6장 3차 회기∷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기울여라
7장 4차 회기∷양육 스트레스에 응답하기 vs 반응하기
8장 5차 회기∷양육 패턴과 도식
9장 6차 회기∷갈등과 양육
10장 7차 회기∷사랑, 그리고 사랑의 한계
11장 8차 회기∷목적지에 도착하였는가?
12장 후속 확인 회기∷매번 새로운 시작
후기 과정이 끝난 후 부모들의 이야기
고백글 먼저 내 자신의 엄마가 되자
편집자 추천글
현재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대상을 판단하기보다 존재물 자체로만 인식하는 마음챙김 기법. 저자는 인간 필연의 과업이라 할 수 있는 자녀 양육문제에 이 마음챙김을 적용하였다. 희생과 모성이라는 이름 하에 자녀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것이 부모의 본능이라 여겨졌지만, 아이를 낳아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는 그 어마어마한 과정 속에서 수시로 찾아오는 스트레스와, 한 개인으로서의 삶을 잠시 포기해야 하는 단절의 시간 등 양육은 행복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양육 스트레스와 신체적 정신적 한계에 부딪힌 부모들을 위해 마음챙김 기법에 기반한 부모 치유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심리적 치유를 넘어 자녀와의 상호작용이 개선되고, 한 개인으로서의 자존감 회복까지 돕는 체계적인 프로세스들이 소개되어 있다. 무엇보다 치유의 매뉴얼을 넘어서, 지극히 현실적인 사례와 조언을 수시로 소개함으로써 부모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 ‘판단하지 않는’ 부모, ‘있는 그대로 봐야 하는’ 자녀
_ 마음챙김 양육이란 무엇인가?
마음챙김(Mindfulness)이란 불교의 전통에 기반을 둔 명상의 한 형태로, 현실에 집중하면서 대상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바로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현재는 마음수련이나 심리치료 분야에까지 적용되는 등 그 기반의 장점이 대중 속으로 널리 퍼지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들은 그들의 본업인 가족심리상담의 중요 훈련기법으로 이 마음챙김을 본격 활용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우울증이 있는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으로서 이 마음챙김을 적용했으나, 점차 그 실효성이 입증되면서 자녀 양육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스트레스와 한계를 느끼는 부모들의 치유 프로그램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양육은 어린아이를 키우는 물리적 양육뿐만 아니라 반항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청소년 자녀, 더 나아가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부모의 가슴을 할퀴기 일쑤인 자녀 등, 전반적인 부모 자식 간의 상호작용을 그 대상으로 삼고 있다. 조언과 설명만으로 가득한 여타 양육관련 서적과는 달리, 이 책은 임상심리학자들의 실제 수업 내용과 참가자들의 눈물 겨운 체험기를 수시로 들으며 현실감을 적나라하게 느끼도록 만든다. 마치 독자들도 이 수업의 참가자가 되어 내 아들, 내 딸의 사례와 비교 대조하는 간접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음챙김의 기본 내용이 ‘있는 그대로’와 ‘존재 그 자체’라고 했듯, 이 책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제시 키워드는 ‘판단하지 않기’와 ‘존재모드로써 보기’이다. 사람들은 자기의 기대대로 맞추어 살지 못하면 스스로를 가혹한 잣대로 판단하거나 비판한다. 그 판단이 가장 최측근의 자녀에게 옮겨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미리 판단하고, 일어난 일을 부모의 주관대로 판단하며, 부모 스스로 아이의 존재 자체를 판단해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마음챙김의 또다른 강조점은 경험하는 순간순간마다 주의를 기울이는 ‘존재모드(being mode)’로의 삶이다. 앞으로의 목표라던지 일어날 일을 예상하는 대신에, 현재 일어나는 일 그대로에만 집중하는 태도이다. 이 존재모드일 때는 현재 일어나는 어떤 일이든 완전하게 경험할 수 있다 하는데, 가령 한 손에 아기를 안고 다른 손으로는 큰아이의 입에 밥을 떠 먹이며, 머리로는 직장 회의에 올릴 문서내용을 떠올리고 있다면 어떠한가? 이 경우는 존재모드에 완전히 반대되는 행위모드(doing mode)의 전형인 것이다.
결국 목표에 집중하기보다는 그저 아이와 같이 있다는 사실만을 염두에 두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 그것은 실제로 1초도 더 걸리지 않으며, 단지 일어나고 있는 일과 함께 존재하는 것뿐이다. 최종 결과가 아닌 과정에 주의를 기울이는 일이다. 만약 아이와 함께 온전히 존재하는 쪽으로 태도를 전환하면 부모는 아이의 눈빛을 알아보거나 호흡이 다소 느려지는 등의 변화를 알아챌 것이다. 이 존재모드를 수시로 양육 가운데 취한다면 갈등과 스트레스가 발생할 여지가 한층 더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 프로그램 매뉴얼, 그 이상의 깨달음과 카운셀링
_ 8주 프로그램 속에 담긴 ‘진짜 부모 되기’의 모든 것
이 책의 제목 <마인드풀 페어런팅(Mindful Parenting)>은 글자 그대로 ‘마음챙김 양육’을 의미한다. 그리고 부제인 ‘부모를 위한 마음챙김 양육 8주 프로그램’에서 보듯 실제 임상심리치료에 활용된 프로그램을 주제로 자세한 매뉴얼이 소개되어 있다. 양육 스트레스가 언제 어디에서부터 기인하였는지를 문화인류와 진화사적으로 고찰한 서두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저자들이 실제 진행했던 양육 프로그램이 등장한다. 마음챙김과 정반대의 방식인 ‘자동적 양육’을 행하고 있는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1차 회기를 시작으로, 총 8차 회기까지 긴 호흡으로 과정을 소개해나간다.
2차 회기에서는 초심자의 시선과 마음으로 자녀를 바라보는 훈련을, 3차 회기에서는 스트레스의 과부하로 자신의 몸에서 어떤 고장 신호를 보내는지 수시로 귀기울이는 법을, 4차 회기에서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분노 앞에 이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호흡법과 마음챙김 인식법으로 반응이 아닌 ‘응답’을 보낼 수 있도록 시도해본다. 부모가 겪은 과거 유년기 때의 경험이 그대로 성인이 되어 같은 패턴과 도식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깨닫는 5차 회기, 부모 자식간 갈등 속에서 스스로에게, 혹은 상대에게 ‘자비’라는 감정을 이입하여 마음을 전환시키는 6차 회기, 최선의 노력은 하되 스스로에게 닥쳐온 한계 시점을 인정하고 자녀에게도 부모 역할의 경계선을 알려줘야 한다는 주장의 7차 회기를 거치면, 마지막 8차 회기에서는 그간의 경로를 되돌아보고 영향받은 점, 영향받지 않은 점 등을 솔직히 진술하면서 이를 각 가정에서 실천해볼 것을 다짐한다.
그러나 부제와 앞서 소개에서 보듯 이 책이 프로그램 매뉴얼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막상 본문을 훑다 보면 매뉴얼로 읽히지 않을 만큼 깨달음의 문장과 실제 상담자의 카운슬링처럼 현실감 가득한 조언으로 가득하다. 그렇기에 이 책이 양육 관련업무나 임상심리 전문가들에게 도움이 될 매뉴얼을 넘어, 고된 양육과 가족 갈등 등으로 고통받는 실제 부모들이 찾을 수밖에 없는 책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각 회기와 주제마다 수시로 등장하는 프로그램 참가 부모들의 절절한 고백과 사례들을 읽으며 특히 독자들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그들의 고백 속에 동화될 것이다.
▮ 전문가적 진단 + 경험자적 공감, 최고의 카운슬러로
_ 프로그램 지도자와 현실 엄마, 이 모두를 사는 저자의 조언들
수전 뵈겔스와 캐슬린 레스티포, 이 두 명의 공저자는 모두 임상심리학자로서, 그리고 상담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지도자로서 가정문제 및 자녀문제를 집중적으로 진단 치료하는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치유 방법과 조언이 이론가의 그것에 머물러 있지 않은 이유는 ‘지도자와 참가자가 전적으로 같이 풀어가는’ 마음챙김 기반의 자세도 한몫 하지만, 무엇보다 두 저자 모두 양육과 일을 병행하며 스트레스와 갈등 속에 매여 살고 있는 워킹맘이기 때문이다.
어느날 참가자 중 한 여자가 울면서 말했다. “저는 별다른 직업도 경력도 없이 하루종일 아이와 씨름만 하며 무기력하게 살고 있는데, 선생님은 교수에 센터소장에, 거기에다 가정까지 든든히 꾸려가시는 걸 보니, 저 자신과 너무 비교되고 초라하게 느껴져요.” 이 말을 듣고 저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저는 재혼한 사람이에요. 그런 와중에 자녀들과의 관계가 최근에 망가졌지요. 당신은 두 자녀를 함께 양육할 수 있는 배우자가 있지 않으신가요?”
저자이자 이 프로그램의 지도자들은 수직관계로서 참가자를 가르치거나 판단내리는 식의 말을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안내를 하고, 도움말을 주며,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깨닫도록 중간중간 힌트를 던져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정 사이사이에 수시로 지도자 자신의 진솔한 경험과 이야기를 나눈다(물론 그것이 지도자로서의 위치를 망각할 만큼 사적인 수다가 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하지만). 참가자들은 부모로서 느끼는 지금의 스트레스와 방황이, 내 아이에게 행한 이 실수가, 현재 처한 수많은 트러블들이 비단 ‘나 자신에게만 있는 것은 아님’을 느끼며 커다란 위안과 힘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 책을 번역한 역자도 국내에서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마음챙김 기반의 상담센터인 ‘마인드풀 상담심리연구소’를 직접 운영하며 상담심리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 “자녀에겐 목적지보다 여정이 더 중요하다”
_ 많은 부모들이 간과했던, 진정한 ‘마인드풀 페어런팅’의 구절들
혹 독자들 중에는 순차적인 프로그램 진행 과정과 맥을 같이 하는 본문 형식으로 인해 책 읽기에 조금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본문을 읽다 보면 수시로 등장하는 깨달음의 문장들, 특히 아이에 대해, 부모인 자기 자신에 대해 간과했던 상식들이 깨지는 인식 전환의 글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무엇보다 촌철살인의 깨달음보다 더 큰 선물은 한껏 한계지점에 도달해 정신적으로 지쳐 있는 부모(독자)들에게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그리고 ‘당신부터 챙겨라’라고 말해주는 위로와 공감의 글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