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미야자와 겐지 걸작선


미야자와 겐지 걸작선


미야자와 겐지 지음 │ 이선희 옮김


교보 예스24 알라딘



우주의 마음으로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동화작가 미야자와 겐지의 깊고 푸른 눈
환상과 희망의 세계로 초대하는 14편의 이야기

일본의 대표적 환상동화 작가,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 14편을 엄선했다. 미야자와 겐지가 살던 시대는 제2차 세계대전과 만주사변 같은 침략전쟁이 발발하던 시기였기에 생명존중과 공생共生의 세계관을 담아낸 그의 작품들은 일본 주류 문학계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그러나 그가 1933년에 타계한 이후 약 90년이 지나면서 ‘겐지 붐’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일본과 전 세계에는 열광적인 독자군이 형성되었다.|
또한 그의 작품은 후대의 문화, 예술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는데 <은하철도 999>를 만든 일본만화의 거장 마츠모토 레이지부터 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 그리고 현대 일본의 환상문학과 일본문학 작가들의 대부분이 겐지의 영향을 받았을 정도이다. <아사히신문>은 미야자와 겐지를 ‘지난 1천 년간 일본 최고의 문인 10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책에 담긴 두 작품은 만화영화로 재탄생되기도 했는데, 〈은하철도 999〉는 겐지의 대표작 〈은하철도의 밤〉이 모티프가 되었으며, 방영 이후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마에스트로라 불리는 스이기 기사부로가 연출한 장편 애니메이션 〈부도리의 꿈〉 역시 겐지의 자전적 동화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그가 남긴 100여 편의 작품들 중에서도 인류의 보편적 정서를 건드리는 주제와, 독특한 심상을 형상화한 14편을 선별한 것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우주, 삶과 죽음, 현실과 이상 등을 재정립한 겐지의 세계관의 정수, 다시 말해 일본문학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일본의 국민 작가 미야자와 겐지 걸작선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
모티프 단편 <은하철도의 밤> 수록

 《미야자와 겐지 걸작선》은 그만의 철학을 담은 환상적인 동화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작품들은 기후 위기, 자연 파괴 등으로 상처받은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한결같은 위로와 용기를 전하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국가와 세대를 불문하고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꾸준히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국가와 세대를 뛰어넘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면서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애니메이션과 그림책 등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그의 작품들을 《미야자와 겐지 걸작선》을 통해 만나보자.

 

영원한 동심을 추구한 ‘거인’, 미야자와 겐지
어학과 학문에 능통한 수수께끼 같은 인재
자연과 인간을 사랑한 시대의 작가 

미야자와 겐지는 ‘일본의 국민 작가’라고 불릴 만큼 세대를 불문하고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이며, 동화작가다. 그러나 그는 살아 있을 당시에 주류 문단의 철저한 배격을 받았고, 사후에야 인정받게 된 비운의 작가였다.
겐지는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썼고, 환상적이고 불가사의한 세계를 아름답게 그려냈다. 게다가 시인과 작가라는 명함 이외에 농업기술자, 지질학자, 불교도, 교사라는 다양한 얼굴을 지녔다. 영어와 독일어, 이탈리아어, 에스페란토어 같은 어학과 지질학, 화학, 천문학, 물리학, 수학 같은 학문에도 능통했던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었다.
1896년 일본 이와테岩手 현 하나마키花卷에서 ‘미야자와 재벌’이라고 불릴 만큼 유복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농촌 현실에 심한 자책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헌신적으로 농민을 위해 봉사하게 되었으며, 죽기 직전에도 농민과 비료상담을 할 정도로 일생을 농촌에 바쳤다. 그러는 한편, 자연에 묻혀 살면서 광물이나 식물을 자세히 관찰하고 사소한 자연의 변화도 민감하게 느꼈다. 생명과 자연의 신비에 이끌려 마음속에서 자연스레 형성된 여러 감정들이나 교감을 성찰하여 시와 동화로 그려냈다.
그는 자신만의 이런 독특한 방법을 ‘심상 스케치’라고 불렀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맑은 눈으로 외부세계의 생명을 보고, 그들과 호흡하며,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미래를 묘사하고 있다. 제약 없이 다른 차원을 넘나들며 묘사하는 동화 장르가 겐지에 의해 성립된 것이다.

 

사람, 고양이, 새, 개구리, 바람, 구름, 별, 태양…
삼라만상이 대화하고 교감하는 이상향 

일반적으로 겐지의 작품은 난해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것은 그만의 환상세계를 그렸으므로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며, 시는 물론 동화조차 시적인 문체를 사용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동화들은 마음속에서 이는 심상을 그대로 그려낸 것이므로,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다. 다만 욕심 가득한 눈으로 보았을 때는 난해하게만 보이는 묘한 비밀을 갖고 있다.
겐지의 이야기에서는 공통적으로 사람과 동물, 식물, 바람, 구름, 빛, 별, 태양 등의 삼라만상이 서로 대화하거나 교감하고 있다. 그의 작품의 주인공들은 자신들과 다르거나 이질적인 인물들과 열려 있으며,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대화를 한다(〈쌍둥이별1〉 〈쌍둥이별2〉 〈용과 시인〉 〈튤립의 환술〉 〈첼로 연주자 고슈〉 〈마음 착한 화산탄〉). 살아 있는 생물은 모두 한 형제이며, 그 전체의 행복을 추구하지 않으면 개인이 진정한 행복에 도달할 수 없다는 메시지(〈구스코 부도리의 전기〉)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생명존중 사상, 공생의 행복관이며, 평등사상인 것이다. 이런 점이 다른 우화와 겐지의 동화가 다른 점이다.
겐지는 주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썼다. 하나는 자연에 대한 인간들의 오만함을 우화적으로 비판했으며(〈노송나무와 개양귀비〉 〈재두루미와 달리아〉), 따돌림을 받는 열등한 존재가 결국은 가장 가치 있는 존재로 반전되어 표현하기도 했다( 〈마음 착한 화산탄〉 〈쏙독새의 별〉). 또한 사악한 인간군상을 풍자하기도 하고(〈주문이 많은 요리점〉), 생존경쟁에 의한 인간들의 질투, 선망, 오만을 통렬히 지적하기도 했다( 〈재두루미와 달리아〉) 이 외에도 자연과 하나 되는 흥겨운 조화를 뛰어난 정경묘사로 그려냈기도 했다(〈똘배〉 〈튤립의 환술〉).
그는 특히 색감에 민감하여 인간이 늘 지니고 다니는 어두운 숙명과 죄의식을 까만 밤으로 나타내고, 모든 욕심을 버렸을 때 보이는 진실한 인간적 빛깔을 푸른색으로 상징해냈다.
그의 동화들은 구성이 단순 명쾌하지만, 문체가 미려하고 은유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시인만이 가지는 독특한 운율성이 의성어와 의태어로 나타나, 동화를 읽는 재미를 톡톡히 준다. 그래서 아동문학으로 많이 읽히는 게 그런 이유다.

 

 

일상에 몸을 움츠린 어른들에게 주는 신선한 충격과 감동
세대를 아우르는 걸작선, 14편의 이야기

대표작인 〈은하철도의 밤〉은 어느 소년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 소년의 환상적 은하계 여행록이라 할 수 있다. 소년이 북두칠보성에서 남십자성에 이르는 천상공간의 기행을 떠나면서 만나는 여러 사람과 지구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는 구스코 부도리라는 소년의 성장과 죽음에 관한 현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이야기로, 미야자와 겐지의 자전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여기서 겐지는 구스코 부도리의 삶을 통해 지식인·기술자의 사회적 역할과 존재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주문이 많은 요리점〉은 아동문학 장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도시의 두 신사가 사냥하러 갔다가 겪게 된 사건을 우화적으로 보여 주는데, 신사를 희극적으로 묘사하여 사악한 인간을 탁월하게 풍자하고 있다.
〈첼로 연주자 고슈〉는 예술이란 어떤 것인지를 표현한 보편적인 주제를 갖는다. 그러나 이 작품은 겐지 동화의 주류를 이루는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 라스치진 협회를 배경으로 했으며, 동물우화 중 인수人獸 교환담으로 고슈의 예술적 의지가 성공하는 것을 보여 준다. 겐지의 만년작의 하나로 예술을 표현하려는 뜻을 듬뿍 담고 있는데, 이는 곧 그의 유토피아 건설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삼색고양이, 뻐꾸기, 너구리, 쥐 등과의 교환담에서 표현되는 유머도 인상적이다.
〈쏙독새의 별〉은 일본의 초·중학교에서 교재로 채택된 동화 중의 하나다. 못생긴 쏙독새는 늘 다른 새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 쏙독새는 그런 비애감과 고민에서 탈출하기 위해 승천昇天의 원력을 세워 진력해서 별이 된다. 이 동화에 대해 우메하라 다케시梅原猛는 “근대 일본 문학이 낳은 가장 아름답고, 깊이 있으며 높은 정신을 표현”했다고 평했다. 쏙독새의 승천의 원력과 사력의 노력으로 성취된 원력(별이 됨)은 구도자의 길과 그 성취를 감동적으로 보여 준다.
〈쌍둥이별 1〉과 〈쌍둥이별 2〉는 저학년용으로 알려진 데뷔작이다. 겐지는 이 동화를 가족들에게 들려주었다고 한다. 작품의 무대는 하늘나라이고, 주제는 순진무구한 것에 대한 동경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춘세와 포세 동자의 티 없는 맑음과 믿음을 통해서 순수의 미를 찾아간다.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풍부한 묘사와 단순명료한 전개, 음율적인 문체로 서술되어 있다.
〈쏙독새의 별〉, 〈개미와 버섯〉, 〈똘배〉, 〈재두루미와 달리아〉, 〈노송나무와 개양귀비〉는 소소한 동·식물을 주인공으로 한 동화다. 〈노송나무와 개양귀비〉는 종교적 사고에 기초해 형이상학적 사념을 주제로 한 화조花鳥동화이면서, 〈재두루미와 달리아〉와 같은 계열의 우화다. 여왕이 되고픈 개양귀비와 악마와 노송을 통해 생존경쟁에 의한 질투, 선망, 오만을 통렬히 지적하고 있다. 또 다른 화조동화인 〈똘배〉는 작은 생명의 기쁨, 슬픔, 놀람, 두려움 등을 묘사한 산문시 풍으로, 정경묘사가 주를 이루는 단편에 속한다. 새끼 게의 순수함과 아빠 게의 인내를 보여주며, 깊은 강물 속의 환경과 게의 생태에 대한 서술이 밝고 선명하게 묘사된 점이 뛰어나다.
〈튤립의 환술〉은 인간을 이미지화한 소설에 가까운 심상 스케치다. 양산 수리공과 정원사 간에 이루어지는 계산법은 〈노란 토마토〉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그 둘은 시인의 분신이며 튤립과 종달새, 나무들, 즉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된 흥겨운 조화를 엿볼 수 있다.
〈마음 착한 화산탄〉에서는 베고라는 못생긴 둥근 돌이 놀림을 받고 심지어 모기한테도 바보 취급당하지만, 온순하고 성낼 줄도 모른다. 그러나 지질학자로부터 전형적인 화산탄이라 인정받아 동경 대학으로 가게 된다는 스토리다. 이는 입신출세의 형식에서 관료 모델이 아닌 서민 모델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용과 시인〉은 자연을 존중함으로써 일어나는 심상을 꾸밈없이 서술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즉 겐지의 심상 스케치가 이 작품 속에 단순화되어 있다고 보인다. 용에 의해 표현된 고대 인도의 분위기에, 그리스 정취를 결합한 고대적 창달과 남국적 분위기로 작품의 테마를 나타내는 수작이다.

 

 

지은이 미야자와 겐지宮澤賢治

세대와 국적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작가 미야자와 겐지는 일본 근대문학사에서 독자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시인이자 동화작가이다. 1896년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태어난 겐지는 중학교 때부터 일본의 시조인 단가를 짓기 시작해 열여덟 살 무렵부터 동화를 지어 형제들에게 읽어 주었다고 한다. 모리오카 고등농림학교를 졸업하고 히에누카 농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와 동화를 썼다. 그 사이 1921년에 무작정 도쿄에 가서 동화를 썼는데, 겐지의 동화 대부분의 초고는 이 시기에 쓴 것이다.
그의 작품은 인간과 동물과 자연의 모든 사물이 한데 뒤엉켜 서로 대화하고 교감하는 환상적인 세계를 그리고 있다. 이는 배타적인 약육강식의 세계에 대한 겐지 방식의 저항이자 겐지가 그린 이상향이기도 하다.
겐지는 환상적인 세계에만 빠져든 게 아니라 처참한 농촌 현실에 관심을 가져 농업과학 연구에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농민예술의 필요성도 역설하였다. 37세의 젊은 나이에 급성 폐렴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종교와 자연, 과학을 융합시킨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현해냈다.
대표작으로 동화집 《쥐돌이 쳇》, 《주문 많은 음식점》과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은하철도의 밤〉, 〈바람 소년 마타사부로〉, 〈첼로 연주자 고슈〉, 〈카이로 단장〉 등이 있다.

 

옮긴이 이선희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일어일문학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 교육대학원을 중퇴했다. 현재 나카타니 아키히로 한국사무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외화 및 출판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나카타니 아키히로의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 《3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 이케이도 준의 《한자와 나오키(1, 2, 3, 4, 5)》, 《민왕》, 《루스벨트 게임》, 간다 마사노리의 《누구에게나 세 번의 기회는 있다》,《전뇌 사고》, 스즈키 도시오의 《지브리의 천재들》,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 《신세계에서》, 아사다 지로의 《겨울이 지나간 세계》 등이 있다.

 

책 속으로

그때 어디에선가 "은하 정거장, 은하 정거장" 하는 신비로운 목소리가 들리더니, 수억만 개의 불똥꼴뚜기 불을 한꺼번에 화석으로 만들어 하늘에 박아 놓은 듯이 갑자기 눈앞이 밝아졌습니다. 다이아몬드 가격이 더 이상 낮아지지 않아 일부러 캐지 않는 척하며 회사에서 숨겨 놓은 다이아몬드를 누군가가 온통 흩뿌려놓은 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조반니는 몇 번이나 눈을 비벼야 했습니다. 26쪽 <은하철도의 밤>

 

마침내 숲을 다 빠져나왔을 때 부도리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휘둥그레 떴습니다. 눈앞에서 저 멀리 새하얀 구름이 있는 곳까지 들녘에는 꼭 아름다운 연분홍색과 초록색, 회색의 카드가 펼쳐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연분홍색인 곳에는 키 작은 꽃들이 옹기종기 피어 있고, 꿀벌이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바쁘게 돌아다녔습니다. 초록색인 곳에는 작은 이삭을 매단 풀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빼곡히 자라고, 회색인 곳에는 얕은 흙 수렁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폭이 좁은 나지막한 둑이 그 사이를 가로막고, 사람들은 말을 몰아 땅을 일구거나 파헤치고 있었습니다. 97쪽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정말 이상한 집이야. 왜 이리 문이 많을까?"

"러시아식이라서 그래. 추운 곳이나 산속은 거의 다 이렇지."

문을 열려고 하자 문 위에 샛노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저희 집은 주문이 많은 요리점이니까, 부디 양해해주십시오.' 140쪽 <주문이 많은 요리점>

 

"음악을 배우고 싶어요."

고슈는 조심스럽게 말하는 뻐꾸기의 말을 비웃었습니다.

"음악이라구? 네 노래는 뻐꾹 뻐꾹 하는 소리만 낼 뿐이잖아?"

뻐꾸기는 더할 수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예, 그래요. 하지만 뻐꾹 소리를 내는 것도 아주 어려워요."

"어렵다구? 오랫동안 우는 게 힘들지, 노랫소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잖아?"

"그렇지 않아요. 예를 들어 '뻐꾹' 하고 우는 것과 '뻐꾹' 하고 우는 건 소리가 다르거든요." 159쪽 <첼로 연주자 고슈>

 

"해님, 해님. 부디 당신이 있는 곳으로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불에 타서 죽어도 상관없습니다. 저처럼 흉측하게 생긴 새라도, 불에 타오를 때에는 희미한 빛을 내뿜겠지요. 부디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183쪽 <쏙독새의 별>

 

동자들은 심한 현기증으로 머리가 어지러워서 서 있는지 걷고 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지만, 한마디도 불평하지 않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벌써 여섯 시간이나 지났지만, 전갈의 집에 도착하려면 아직 한 시간 반은 더 가야 합니다. 그러나 붉게 타오르던 태양은 이미 서쪽으로 넘어가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200쪽 <쌍둥이별 1>

 

그때 발밑에서 별처럼 생긴, 붉은빛의 작은 불가사리가 끼어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바다에서 오셨나요? 두 분 모두 푸른 불가사리라는 표시를 달고 있군요."

"우리는 불가사리가 아닙니다. 별이라고 하지요." 211쪽 <쌍둥이별 2>

 

"이 빨간 튤립과 하얀 튤립을 쳐다보면, 옛날에 해적이 입던 조끼가 생각나지요. 그리고 이 새빨간 꽃잎이 두 겹 달린 튤립을 보십시오. 이 꽃잎보다 투명한 꽃잎은 없다는 소문이 자자해서, 사람들이 모두 갖고 싶어 한답니다."

"정말 굉장합니다! 붉은 튤립은 바람에 살랑거릴 때보다 가만히 있을 때가 더 아름다운 것 같군요." 233쪽 <튤립의 환술>

 

"존경하는 시인 알타께 행운이 있기를! 스루닷타여. 그 시야말로 나의 시이며 동시에 너의 시다. 애당초 나는 이 동굴 안에서 시를 읊은 것일까? 너는 이 동굴 위에서 그 시를 들었을까? 오오, 스루닷타여! 그때 나는 구름이며 바람이었다. 그리고 너 또한 구름이며 바람이었다. 시인 알타가 만약에 그때 명상을 했다면 아마 똑같은 시를 읊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루닷타여, 알타의 말과 네 말이 똑같지 않고, 너의 말과 나의 말이 똑같지 않듯이 시의 운韻도 아마 그러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 시야말로 너의 시이며, 또한 구름과 바람을 다루는 정신의 시다."

"오오, 차나타시여. 그렇다면 저는 용서를 받은 겁니까?" 290쪽 <용과 시인>

 

 

목차

 

은하철도의 밤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주문이 많은 요리점

첼로 연주자 고슈

쏙독새의 별

쌍둥이별 1

쌍둥이별 2

개미와 버섯

튤립의 환술

똘배

마음 착한 화산탄

재두루미와 달리아

노송나무와 개양귀비

용과 시인


미야자와 겐지 지음 │ 이선희 옮김 │ 304쪽 | 13,800원 | 138*213mm | 2022년 12월 20일 발행

ISBN 979-11-6689-127-4 (03830)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287 전화 02-322-3675 담당자 양하경 02-322-3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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