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소개
지은이 :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
동물행동학자인 그는 1948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위트레흐트 대학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에모리 대학에서 영장류 행동 및 심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여키즈 영장류연구소 리빙링크 센터의 소장이다. 『선한 본능(Good Natured)』, 『보노보 : 잊혀진 유인원(Bonobos: The Forgotten Ape)』, 『영장류 사이의 평화구축(Peacemaking among Primates)』 등의 저서가 있다. 그의 최근 관심은 인간 사회에서 통용되는 도덕과 정의의 기원을 바탕으로 하여 이를 영장류 사이의 평화구축, 다름 아닌 음식 나누기, 사회적 호혜성, 기타 충돌에 대한 해결방법 등을 모색하려는 데 있다.
옮긴이 : 황상익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사학 교실 주임교수(의사학 및 의료윤리 전공)와 동 대학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겸임교수. 한국과학사학회 회장, 한국생명윤리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와 사회 속의 의학』, 『문명과 질병으로 보는 인간의 역사』, 『의학개론』(공저), 『현대 과학문명과 사회정의』(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는 『세계 의학의 역사』 등이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20년 만에 다시 만나는 아넴의 침팬지들
네덜란드 출신의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 3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초보과학자였던 그는, 1976년 영장류(침팬지)들이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와 그 안의 정치적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관찰하기 위해 네덜란드 아넴 지방에 있는 부르거스 동물원 야외사육장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소름끼칠 정도로 ‘인간스럽게’ 정치적 관계, 사회적 우열 관계를 형성해가는 침팬지들을 목격하였고, 그 놀라운 관찰과 기록의 결과물로 『침팬지 폴리틱스(Chimpanzee Politics)』라는 한 권의 책을 완성하게 된다. 이때가 1982년이다. 이 책이 발간되었을 때, 희화적 동물로서의 원숭이라는 대표물로 영장류의 이미지를 떠올렸던 일반 독자들은 침팬지에게도 고등의 정치 행위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당시 대중적 관심으로도, 학술적 가치로도 큰 주목을 받은 본 저서가 2004년 봄, 한국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선보이게 되었다. 바다출판사 ‘21세기 뉴 클래식’ 시리즈의 첫번째 주자로 나서는 『침팬지 폴리틱스』가 그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이번의 출간물이 단지 새로운 편집으로 재발행된 원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1982년 초판을 발행한 저자 프란스 드 발이 1990년 이후 다시 몇 차례 부르거스 야외사육장을 방문하여 초판 그 이후의 이야기들을 이번 개정판에 온전히 담아놓았다.
하지만 초고의 내용을 보완하였고 이후의 사연들을 알려주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인간과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일개 동물일 뿐인 침팬지 개체마다의 행위와 사고력이 합하여 만들어진 사회적 행위들이, 실제로 ‘정치를 하고 있다’는 표현이 절대 의인화와 과장의 표현이 아님을 알게 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결국 사람답게 정치한다는 것이 무언지를 자연스럽게 귀납하도록 만들고 있다.
초판에서 담지 못했던 수많은 사진들은 텍스트를 100% 파악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준다. 거의 매 페이지마다 담긴 흑백의 사진과 칼라 화보들을 보면, 그네들의 실제 일상사가 영화를 관람하듯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싸우고, 사랑을 나누고, 견제하고, 눈치를 보는 일련의 표정과 몸짓의 사진은, 텍스트와는 또 다른 보존 가치와 감상의 즐거움을 선사해줄 것이다.
편집자 추천글
20년 만에 다시 만나는 아넴의 침팬지들
네덜란드 출신의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 3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초보과학자였던 그는, 1976년 영장류(침팬지)들이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와 그 안의 정치적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관찰하기 위해 네덜란드 아넴 지방에 있는 부르거스 동물원 야외사육장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소름끼칠 정도로 ‘인간스럽게’ 정치적 관계, 사회적 우열 관계를 형성해가는 침팬지들을 목격하였고, 그 놀라운 관찰과 기록의 결과물로 『침팬지 폴리틱스(Chimpanzee Politics)』라는 한 권의 책을 완성하게 된다. 이때가 1982년이다. 이 책이 발간되었을 때, 희화적 동물로서의 원숭이라는 대표물로 영장류의 이미지를 떠올렸던 일반 독자들은 침팬지에게도 고등의 정치 행위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당시 대중적 관심으로도, 학술적 가치로도 큰 주목을 받은 본 저서가 2004년 봄, 한국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선보이게 되었다. 바다출판사 ‘21세기 뉴 클래식’ 시리즈의 첫번째 주자로 나서는 『침팬지 폴리틱스』가 그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이번의 출간물이 단지 새로운 편집으로 재발행된 원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1982년 초판을 발행한 저자 프란스 드 발이 1990년 이후 다시 몇 차례 부르거스 야외사육장을 방문하여 초판 그 이후의 이야기들을 이번 개정판에 온전히 담아놓았다.
하지만 초고의 내용을 보완하였고 이후의 사연들을 알려주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인간과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일개 동물일 뿐인 침팬지 개체마다의 행위와 사고력이 합하여 만들어진 사회적 행위들이, 실제로 ‘정치를 하고 있다’는 표현이 절대 의인화와 과장의 표현이 아님을 알게 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결국 사람답게 정치한다는 것이 무언지를 자연스럽게 귀납하도록 만들고 있다.
초판에서 담지 못했던 수많은 사진들은 텍스트를 100% 파악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준다. 거의 매 페이지마다 담긴 흑백의 사진과 칼라 화보들을 보면, 그네들의 실제 일상사가 영화를 관람하듯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싸우고, 사랑을 나누고, 견제하고, 눈치를 보는 일련의 표정과 몸짓의 사진은, 텍스트와는 또 다른 보존 가치와 감상의 즐거움을 선사해줄 것이다.
고도의 정치 기술을 보여주는 침팬지
이에론
오랫동안 침팬지 집단의 제1인자로 군림해왔다가,
이후 힘과 완력으로 부상하는 젊은 수컷에게 일인자 자리를 뺏겨야만 했다.
루이트
사교적이며 개방적인 성격을 가졌고, 다른 개체들 사이에서도 신뢰감을 주는 행동 을 통해 성공적으로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마마
암컷이라는 한계로 집단의 우두머리는 되지 못했지만 내부의 긴장이 극에 달할 때 면 모든 침팬지들이 몰려와 조언을 바라며 의지하곤 한다.
푸이스트
정작 본인은 암컷이면서도 수놈들과 더욱 친밀하고, 그러면서도 같은 암놈의 몸을 만지는 등 레즈비언의 정체성을 가졌다.
아넴의 침팬지 집단에는 어른 수컷 네 마리가 있다. 저자가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까지만 해도 이들 무리의 일인자는 이에론이었다. 오랜 기간 집단의 우두머리로 군림해 온데다, 자신의 지위에 위협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채고 대처해가는 능력이 상당한 녀석이다. 그러나 ‘권력 교체’의 장을 보면, 드디어 이 노장 앞에서 감히 젊음과 패기로 쿠데타를 일으켜 성공에 이르는 두 번째 집권자 루이트가 나타난다. 젊은이로의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물론 이 둘의 대면으로 끝나진 않는다. 그 뒤에는 또 다시 전투력과 욕심으로 무장한 니키가 앞으로 닥쳐올 자신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집권자를 넘어뜨리기 위해 두 녀석이 세력을 합하고, 그렇게 세력 교체에 성공했지만 그 두 녀석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실익(實益)을 위한 연합을 끝내고 하루아침에 적수가 되어버린다. 연합에서 배신당한 녀석은 이미 넘어져버린 과거 일인자를 다시 찾아가 손을 내밀고 친밀감을 표시한다. 그럼 또 이들 둘의 친분을 질투하며 사사건건 방해하는 새 집권자……
언뜻 보면 서로 왕위를 차지하려고 다투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역사책이 떠오르거나, 아니, 당장 오늘 신문만 펼쳐도 정치면에 빼곡이 씌여 있는 기사를 읽어도 무릎을 칠 만큼 일치하는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가. 그러나 분명히 이것은 사람의 얘기가 아니다. 엄연히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인간이 아닌 침팬지들의 생활사인 것이다.
일반인이라면 침팬지들의 행동 방식을 ‘사람과 비슷해!’ 하고 감탄하며 바라보겠지만, 동물행동학자인 저자는 그들의 행위 속에 일정하고도 고정된 방식이 있음을 발견했다. 중요한 점은 그 행위가 그네들이 펼치는 정치행위의 한 요소요소가 되고 있는데, 그 행위 패턴을 통해 상대를 제압, 혹은 상대와 화해, 혹은 겉핥기 식의 제스쳐 등등의 의미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사례들을 몇 가지 살펴보자.
연합
침팬지 두 마리가 서로 때리거나 위협을 하기 시작하면 제3의 침팬지가 개입해서 한쪽 편을 들어준다. 그 결과 두 마리가 제휴해 한 마리와 싸우게 된다. 많은 경우, 싸움이 더욱 확대되고, 더 큰 연합이 형성된다. 모든 것이 매우 빠르게 이뤄지는 바람에 침팬지들은 다른 놈들의 공격에 의해 그저 맹목적으로 싸움에 가담하는 것처럼 보이기 쉽겠지만, 침팬지들은 절대로 계산 없이 행동하지 않는다. 저자는 1년에 1,000~1,500회 정도의 연합 행위를 목격했다고 전한다.
화해
저자는 침팬지들이 벌이는 싸움의 끝에는 희한하게도 자석처럼 서로에게 이끌린다는 특이성을 발견했다. 싸움이 벌어진 후 서로를 회피하기보다는 접촉행동이 여기저기 이뤄지기 때문이다. 간혹 화해의 전략이 아주 명백한 경우도 있었다. 싸움이 끝난 지 1분도 안되어서 두 적수가 서로 껴안고 오랫동안 키스에 몰두하고는 서로 털을 골라주기도 한다. 물론 이 화해의 행위가 진심인지 가식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침팬지들도 누군가와의 갈등을 해소할 필요성을 늘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추김
의사소통이 동시에 두 방향으로 일어나는 경우다. 대개의 경우 암놈이 다른 암놈을 공격하려고 제3자인 수놈을 끌어들일 때다. 위협을 받은 암놈은 분노에 찬 소리를 지르며 그녀의 적에게 맞서면서, 동시에 끌어들일 수놈에게 키스를 하거나 애교를 부린다. 그리곤 그녀의 적수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이 부추김의 특징은, 수놈이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되면 그를 선동했던 암놈은 더 이상 관여하지 않고, 사건을 몽땅 수놈에게 위임한다.
정치는 인간만의 영역인가?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에게 유인원이라는 존재는 영화 <킹콩>에서 보듯 거대하고 포악한 괴물의 이미지로 굳었고, 그후 일반 대중의 눈요기를 충족시키기 위해 동물원 우리 속에서 곡예를 하는 원숭이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저자와 같은 동물행동학자들이 철제우리 속의 유인원이 아닌, 드넓은 야외사육장 안에 직접 들어가 땅 위에서 그들과 함께, 때로는 사육장 한켠 높은 관찰대 위에 올라 그네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며 연구를 시작했다. 동물의 생태나 단순 특징 등을 연구하는 것과는 달리, 한 종의 집단에서 일어나는 사회관계, 사회성, 집단 경영의 법칙 등을 연구하는 것은 그 무리 속에 섞여 있지 않으면 절대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젊은 수컷 루이트는 노장 이에론으로부터 권력 교체를 이뤄내기 위해 동물적 본성으로 처음부터 곧바로 그를 공격하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서서히 이에론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거나, 이에론 앞에서 다른 암놈들과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등 그의 화를 돋운다. 또 다른 수컷 니키와 간접 연합까지 이룬다. 조금씩 트러블이 생기고 다툼이 생기지만, 그럴 때마다 끝머리에 가서는 상대의 털을 골라주며 화해 행위를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면 노장 이에론은 서서히 기가 죽어가는 자신을 느낄 것이고, 일련의 사건들을 목격한 자잘한 개체들은 현재의 집권자가 아닌 차기 집권자 후보쪽으로 마음이 기울게 된다. (귀뺨을 후려치는 행위 등)서서히 강도를 높여 공격해 오는 루이트, 얼마 후 이에론은 루이트에게 ‘인사’ 행위를 함으로써 자신의 지배가 끝났음을 시인한다.
혹자는 침팬지들이 리더의 자리를 다투고 사회적인 우열관계를 갖는 것에 대해서, 다만 조금 영민한 동물로 부를 순 있어도 인간과 동급의 정치 행위를 한다고까지 설명해도 되겠느냐는 반감을 가질 것이다. ‘사람이 원숭이와 똑같다니’ 하면서……. 더구나 책의 내용을 샅샅이 훑어봐도 어디 한 군데 사람과 원숭이를 직접 비교하거나, ‘이토록 유사하다’고 쓰여 있지 않다. 인간에 대한 발언은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난 독자라면 누구라도 ‘정치는 인간만의 고유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권력에 따라 움직이는 섹슈얼리티
침팬지들 사이의 성행위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본능의 욕구라는 점에서는 여느 동물과 다름없겠지만, 권력의 이동에 따라 성행위의 빈도가 늘어난다는 통계에서는 권력과 성이 한 몸뚱이로 이뤄진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눈치채게 한다. 해당 시기에 권력을 잡았던 수컷이 전체 성행위의 절반 이상을 독식했던 사례를 보면, 성이 권력의 한 형태로 자리잡는 인류 사회학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정치는 국회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가정에서도, 그룹에서도, 직장에서도 지금 현재 정치는 끊임없이 진행중이다. 그 정치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지지자와 경쟁자가 있고, 서로의 편익을 위해 매일매일 친분을 다져나간다. 물론 그 친분의 대상은 빠른 속도로 변할 것이다.
아넴에서의 연구가 내게 가르쳐 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정치의 기원이 인류의 역사보다 더 오래됐다는 사실이다. 혹자는 내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인간의 행동 패턴을 침팬지에게 투영한 것이 아니냐고 비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옳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가 진실에 가깝다. 침팬지들의 행동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인간을 또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프란스 드 발은 책의 말미에서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는 ‘드러내지 않음’과 ‘드러냄’ 그것뿐이라고 말한다. 권력에 대한 끓어오르는 열망이 있어도 인간은 그것을 은폐할 줄 아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 정치인들은 그들의 공약과 이상에 대한 주장은 목소리를 높이지만, 결국 자신이 권력을 장악하고 싶다는 바람은 끝내 입으로 내뱉지 못한다. 하지만 침팬지는 자신의 욕망을 너무나 ‘뻔뻔스럽게’ 알린다. 섹스를 하고 싶으면 남이 보고 있는 장소에서도 과감히 상대를 유혹한다. 이는 침팬지의 권력에 대한, 성에 대한 욕망이 인간의 그것에 비해 더욱 강해서가 아니다. 단지 조금 더 ‘적나라하기’ 때문이다. 단지 그 차이뿐이다.
권력탈취, 계급구조, 권력투쟁, 동맹, 분할지배 전략, 연합, 조정, 특권, 거래 등등, 인간 세계의 권력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가운데 침팬지 집단의 사회생활 속에서 싹튼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현상은 거의 없다. 더이상 동물은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원리에 따라 살고 있다고 정의 내릴 수 있겠는가? 저자가 원고의 처음과 끝에서 거듭 발언하고 있는 ‘정치의 기원은 인류 역사보다 오래됐다’라는 사실은, 그래서 인간이 동물에 비해 과연 우월의식을 가질 자격이 있는냐는 자연주의 캠페인이 아니다. 사람보다 낫다느니 못하다느니 하는 생각은 독자 스스로의 생각에 따르면 그만이다.
저자소개
지은이 :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
옮긴이 : 황상익
책정보 및 내용요약
네덜란드 출신의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 3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초보과학자였던 그는, 1976년 영장류(침팬지)들이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와 그 안의 정치적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관찰하기 위해 네덜란드 아넴 지방에 있는 부르거스 동물원 야외사육장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소름끼칠 정도로 ‘인간스럽게’ 정치적 관계, 사회적 우열 관계를 형성해가는 침팬지들을 목격하였고, 그 놀라운 관찰과 기록의 결과물로 『침팬지 폴리틱스(Chimpanzee Politics)』라는 한 권의 책을 완성하게 된다. 이때가 1982년이다. 이 책이 발간되었을 때, 희화적 동물로서의 원숭이라는 대표물로 영장류의 이미지를 떠올렸던 일반 독자들은 침팬지에게도 고등의 정치 행위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당시 대중적 관심으로도, 학술적 가치로도 큰 주목을 받은 본 저서가 2004년 봄, 한국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선보이게 되었다. 바다출판사 ‘21세기 뉴 클래식’ 시리즈의 첫번째 주자로 나서는 『침팬지 폴리틱스』가 그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이번의 출간물이 단지 새로운 편집으로 재발행된 원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1982년 초판을 발행한 저자 프란스 드 발이 1990년 이후 다시 몇 차례 부르거스 야외사육장을 방문하여 초판 그 이후의 이야기들을 이번 개정판에 온전히 담아놓았다.
하지만 초고의 내용을 보완하였고 이후의 사연들을 알려주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인간과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일개 동물일 뿐인 침팬지 개체마다의 행위와 사고력이 합하여 만들어진 사회적 행위들이, 실제로 ‘정치를 하고 있다’는 표현이 절대 의인화와 과장의 표현이 아님을 알게 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결국 사람답게 정치한다는 것이 무언지를 자연스럽게 귀납하도록 만들고 있다.
초판에서 담지 못했던 수많은 사진들은 텍스트를 100% 파악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준다. 거의 매 페이지마다 담긴 흑백의 사진과 칼라 화보들을 보면, 그네들의 실제 일상사가 영화를 관람하듯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싸우고, 사랑을 나누고, 견제하고, 눈치를 보는 일련의 표정과 몸짓의 사진은, 텍스트와는 또 다른 보존 가치와 감상의 즐거움을 선사해줄 것이다.
편집자 추천글
네덜란드 출신의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 3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초보과학자였던 그는, 1976년 영장류(침팬지)들이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와 그 안의 정치적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관찰하기 위해 네덜란드 아넴 지방에 있는 부르거스 동물원 야외사육장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소름끼칠 정도로 ‘인간스럽게’ 정치적 관계, 사회적 우열 관계를 형성해가는 침팬지들을 목격하였고, 그 놀라운 관찰과 기록의 결과물로 『침팬지 폴리틱스(Chimpanzee Politics)』라는 한 권의 책을 완성하게 된다. 이때가 1982년이다. 이 책이 발간되었을 때, 희화적 동물로서의 원숭이라는 대표물로 영장류의 이미지를 떠올렸던 일반 독자들은 침팬지에게도 고등의 정치 행위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당시 대중적 관심으로도, 학술적 가치로도 큰 주목을 받은 본 저서가 2004년 봄, 한국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선보이게 되었다. 바다출판사 ‘21세기 뉴 클래식’ 시리즈의 첫번째 주자로 나서는 『침팬지 폴리틱스』가 그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이번의 출간물이 단지 새로운 편집으로 재발행된 원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1982년 초판을 발행한 저자 프란스 드 발이 1990년 이후 다시 몇 차례 부르거스 야외사육장을 방문하여 초판 그 이후의 이야기들을 이번 개정판에 온전히 담아놓았다.
하지만 초고의 내용을 보완하였고 이후의 사연들을 알려주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인간과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일개 동물일 뿐인 침팬지 개체마다의 행위와 사고력이 합하여 만들어진 사회적 행위들이, 실제로 ‘정치를 하고 있다’는 표현이 절대 의인화와 과장의 표현이 아님을 알게 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결국 사람답게 정치한다는 것이 무언지를 자연스럽게 귀납하도록 만들고 있다.
초판에서 담지 못했던 수많은 사진들은 텍스트를 100% 파악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준다. 거의 매 페이지마다 담긴 흑백의 사진과 칼라 화보들을 보면, 그네들의 실제 일상사가 영화를 관람하듯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싸우고, 사랑을 나누고, 견제하고, 눈치를 보는 일련의 표정과 몸짓의 사진은, 텍스트와는 또 다른 보존 가치와 감상의 즐거움을 선사해줄 것이다.
고도의 정치 기술을 보여주는 침팬지
이에론
오랫동안 침팬지 집단의 제1인자로 군림해왔다가,
이후 힘과 완력으로 부상하는 젊은 수컷에게 일인자 자리를 뺏겨야만 했다.
루이트
사교적이며 개방적인 성격을 가졌고, 다른 개체들 사이에서도 신뢰감을 주는 행동 을 통해 성공적으로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마마
암컷이라는 한계로 집단의 우두머리는 되지 못했지만 내부의 긴장이 극에 달할 때 면 모든 침팬지들이 몰려와 조언을 바라며 의지하곤 한다.
푸이스트
정작 본인은 암컷이면서도 수놈들과 더욱 친밀하고, 그러면서도 같은 암놈의 몸을 만지는 등 레즈비언의 정체성을 가졌다.
아넴의 침팬지 집단에는 어른 수컷 네 마리가 있다. 저자가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까지만 해도 이들 무리의 일인자는 이에론이었다. 오랜 기간 집단의 우두머리로 군림해 온데다, 자신의 지위에 위협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채고 대처해가는 능력이 상당한 녀석이다. 그러나 ‘권력 교체’의 장을 보면, 드디어 이 노장 앞에서 감히 젊음과 패기로 쿠데타를 일으켜 성공에 이르는 두 번째 집권자 루이트가 나타난다. 젊은이로의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물론 이 둘의 대면으로 끝나진 않는다. 그 뒤에는 또 다시 전투력과 욕심으로 무장한 니키가 앞으로 닥쳐올 자신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집권자를 넘어뜨리기 위해 두 녀석이 세력을 합하고, 그렇게 세력 교체에 성공했지만 그 두 녀석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실익(實益)을 위한 연합을 끝내고 하루아침에 적수가 되어버린다. 연합에서 배신당한 녀석은 이미 넘어져버린 과거 일인자를 다시 찾아가 손을 내밀고 친밀감을 표시한다. 그럼 또 이들 둘의 친분을 질투하며 사사건건 방해하는 새 집권자……
언뜻 보면 서로 왕위를 차지하려고 다투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역사책이 떠오르거나, 아니, 당장 오늘 신문만 펼쳐도 정치면에 빼곡이 씌여 있는 기사를 읽어도 무릎을 칠 만큼 일치하는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가. 그러나 분명히 이것은 사람의 얘기가 아니다. 엄연히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인간이 아닌 침팬지들의 생활사인 것이다.
일반인이라면 침팬지들의 행동 방식을 ‘사람과 비슷해!’ 하고 감탄하며 바라보겠지만, 동물행동학자인 저자는 그들의 행위 속에 일정하고도 고정된 방식이 있음을 발견했다. 중요한 점은 그 행위가 그네들이 펼치는 정치행위의 한 요소요소가 되고 있는데, 그 행위 패턴을 통해 상대를 제압, 혹은 상대와 화해, 혹은 겉핥기 식의 제스쳐 등등의 의미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사례들을 몇 가지 살펴보자.
연합
침팬지 두 마리가 서로 때리거나 위협을 하기 시작하면 제3의 침팬지가 개입해서 한쪽 편을 들어준다. 그 결과 두 마리가 제휴해 한 마리와 싸우게 된다. 많은 경우, 싸움이 더욱 확대되고, 더 큰 연합이 형성된다. 모든 것이 매우 빠르게 이뤄지는 바람에 침팬지들은 다른 놈들의 공격에 의해 그저 맹목적으로 싸움에 가담하는 것처럼 보이기 쉽겠지만, 침팬지들은 절대로 계산 없이 행동하지 않는다. 저자는 1년에 1,000~1,500회 정도의 연합 행위를 목격했다고 전한다.
화해
저자는 침팬지들이 벌이는 싸움의 끝에는 희한하게도 자석처럼 서로에게 이끌린다는 특이성을 발견했다. 싸움이 벌어진 후 서로를 회피하기보다는 접촉행동이 여기저기 이뤄지기 때문이다. 간혹 화해의 전략이 아주 명백한 경우도 있었다. 싸움이 끝난 지 1분도 안되어서 두 적수가 서로 껴안고 오랫동안 키스에 몰두하고는 서로 털을 골라주기도 한다. 물론 이 화해의 행위가 진심인지 가식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침팬지들도 누군가와의 갈등을 해소할 필요성을 늘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추김
의사소통이 동시에 두 방향으로 일어나는 경우다. 대개의 경우 암놈이 다른 암놈을 공격하려고 제3자인 수놈을 끌어들일 때다. 위협을 받은 암놈은 분노에 찬 소리를 지르며 그녀의 적에게 맞서면서, 동시에 끌어들일 수놈에게 키스를 하거나 애교를 부린다. 그리곤 그녀의 적수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이 부추김의 특징은, 수놈이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되면 그를 선동했던 암놈은 더 이상 관여하지 않고, 사건을 몽땅 수놈에게 위임한다.
정치는 인간만의 영역인가?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에게 유인원이라는 존재는 영화 <킹콩>에서 보듯 거대하고 포악한 괴물의 이미지로 굳었고, 그후 일반 대중의 눈요기를 충족시키기 위해 동물원 우리 속에서 곡예를 하는 원숭이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저자와 같은 동물행동학자들이 철제우리 속의 유인원이 아닌, 드넓은 야외사육장 안에 직접 들어가 땅 위에서 그들과 함께, 때로는 사육장 한켠 높은 관찰대 위에 올라 그네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며 연구를 시작했다. 동물의 생태나 단순 특징 등을 연구하는 것과는 달리, 한 종의 집단에서 일어나는 사회관계, 사회성, 집단 경영의 법칙 등을 연구하는 것은 그 무리 속에 섞여 있지 않으면 절대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젊은 수컷 루이트는 노장 이에론으로부터 권력 교체를 이뤄내기 위해 동물적 본성으로 처음부터 곧바로 그를 공격하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서서히 이에론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거나, 이에론 앞에서 다른 암놈들과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등 그의 화를 돋운다. 또 다른 수컷 니키와 간접 연합까지 이룬다. 조금씩 트러블이 생기고 다툼이 생기지만, 그럴 때마다 끝머리에 가서는 상대의 털을 골라주며 화해 행위를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면 노장 이에론은 서서히 기가 죽어가는 자신을 느낄 것이고, 일련의 사건들을 목격한 자잘한 개체들은 현재의 집권자가 아닌 차기 집권자 후보쪽으로 마음이 기울게 된다. (귀뺨을 후려치는 행위 등)서서히 강도를 높여 공격해 오는 루이트, 얼마 후 이에론은 루이트에게 ‘인사’ 행위를 함으로써 자신의 지배가 끝났음을 시인한다.
혹자는 침팬지들이 리더의 자리를 다투고 사회적인 우열관계를 갖는 것에 대해서, 다만 조금 영민한 동물로 부를 순 있어도 인간과 동급의 정치 행위를 한다고까지 설명해도 되겠느냐는 반감을 가질 것이다. ‘사람이 원숭이와 똑같다니’ 하면서……. 더구나 책의 내용을 샅샅이 훑어봐도 어디 한 군데 사람과 원숭이를 직접 비교하거나, ‘이토록 유사하다’고 쓰여 있지 않다. 인간에 대한 발언은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난 독자라면 누구라도 ‘정치는 인간만의 고유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권력에 따라 움직이는 섹슈얼리티
침팬지들 사이의 성행위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본능의 욕구라는 점에서는 여느 동물과 다름없겠지만, 권력의 이동에 따라 성행위의 빈도가 늘어난다는 통계에서는 권력과 성이 한 몸뚱이로 이뤄진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눈치채게 한다. 해당 시기에 권력을 잡았던 수컷이 전체 성행위의 절반 이상을 독식했던 사례를 보면, 성이 권력의 한 형태로 자리잡는 인류 사회학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정치는 국회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가정에서도, 그룹에서도, 직장에서도 지금 현재 정치는 끊임없이 진행중이다. 그 정치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지지자와 경쟁자가 있고, 서로의 편익을 위해 매일매일 친분을 다져나간다. 물론 그 친분의 대상은 빠른 속도로 변할 것이다.
아넴에서의 연구가 내게 가르쳐 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정치의 기원이 인류의 역사보다 더 오래됐다는 사실이다. 혹자는 내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인간의 행동 패턴을 침팬지에게 투영한 것이 아니냐고 비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옳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가 진실에 가깝다. 침팬지들의 행동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인간을 또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프란스 드 발은 책의 말미에서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는 ‘드러내지 않음’과 ‘드러냄’ 그것뿐이라고 말한다. 권력에 대한 끓어오르는 열망이 있어도 인간은 그것을 은폐할 줄 아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 정치인들은 그들의 공약과 이상에 대한 주장은 목소리를 높이지만, 결국 자신이 권력을 장악하고 싶다는 바람은 끝내 입으로 내뱉지 못한다. 하지만 침팬지는 자신의 욕망을 너무나 ‘뻔뻔스럽게’ 알린다. 섹스를 하고 싶으면 남이 보고 있는 장소에서도 과감히 상대를 유혹한다. 이는 침팬지의 권력에 대한, 성에 대한 욕망이 인간의 그것에 비해 더욱 강해서가 아니다. 단지 조금 더 ‘적나라하기’ 때문이다. 단지 그 차이뿐이다.
권력탈취, 계급구조, 권력투쟁, 동맹, 분할지배 전략, 연합, 조정, 특권, 거래 등등, 인간 세계의 권력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가운데 침팬지 집단의 사회생활 속에서 싹튼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현상은 거의 없다. 더이상 동물은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원리에 따라 살고 있다고 정의 내릴 수 있겠는가? 저자가 원고의 처음과 끝에서 거듭 발언하고 있는 ‘정치의 기원은 인류 역사보다 오래됐다’라는 사실은, 그래서 인간이 동물에 비해 과연 우월의식을 가질 자격이 있는냐는 자연주의 캠페인이 아니다. 사람보다 낫다느니 못하다느니 하는 생각은 독자 스스로의 생각에 따르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