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소개
지은이 : 마틴 가드너Martin Gardner
“미국의 국보”(아서 C. 클라크), “20세기 미국이 배출한 가장 위대한 지식인 중 한 사람”(더글라스 홉스태터)으로 평가받는 마틴 가드너에게는 세 가지 명함이 있다.
우선, 그는 어려운 과학이론을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쓰는 과학 전문 저술가이다. 『마틴 가드너의 양손잡이 자연세계』 『상대성 폭발』 등은 과학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쓴 명저로 손꼽힌다. 그를 오늘날 과학 대중화의 선구자로 평가하는 것은 이러한 그의 과학책들을 읽으며 장차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운 청소년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그의 글들은 두 세대의 저명한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평가된다). “현 세대의 지적 문화에 대한 마틴 가드너의 공헌은 그 영역의 넓이와 이해의 깊이, 통찰력에서 가히 독보적이다”라고 노엄 촘스키는 말한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마틴 가드너의 또 다른 이력은 <워싱턴포스트>의 표현대로 그가 “2차대전 이후 가장 저명한 사이비과학의 폭로자”라는 사실이다. 그는 1976년 결성된 ‘초상현상 주장들에 관한 과학조사위원회(CSICOP)’의 창립 멤버로 활약하며 줄곧 우리 시대의 모든 과학적 사기에 맞서 싸워왔다. 특히, 이 단체가 발행하는 격월간지 <회의적 탐구자(Skeptical Inquirer)>에 1986년부터 지금까지 ‘어느 주변과학 감시자의 노트(Notes of a Fringe-Watcher)’라는 칼럼을 연재하면서, 뉴에이지 심리학, 사이언톨로지, 기독교 근본주의, 대체의학 등 스스로를 진리로 자처하며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사이비 이론들의 기만과 허위를 고발해왔다. 스티븐 제이 굴드가 말했듯이, “반세기 이상 마틴 가드너는 우리를 둘러싼 신비주의, 반(反)지성주의에 맞서 합리성과 선한 과학(good science)을 수호하는 가장 빛나는 외로운 횃불이었다.”
옮긴이 : 강윤재
없음
책정보 및 내용요약
『아담과 이브에게는 배꼽이 있었을까』는
평생 동안 사이비과학에 맞서 좋은 과학(good science)을 지켜온 미국의 대표적 지성 마틴 가드너(Martin Gardner)의 최신작이다. 가드너는 이 책에서 창조론에서 UFO까지 각종 사이비과학, 가짜과학, 주변과학의 행태와 주장들의 허위성을 조목조목 폭로한다. 여기에는 뉴에이지 심리학과 인류학, 사이언톨로지, 기독교 근본주의, 프로이트의 꿈 이론, 소변요법이나 반사학(反射學) 같은 의심스런 대체의학, 수비학(數秘學), UFO학, 초상현상(paranormal) 등이 총망라된다. 과학과 합리성의 시대에도 더욱 기승을 부리는 사이비과학의 백태를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과학’과 ‘과학 아닌 것’의 기준에 대해, 그리고 우리의 일상 곳곳에 숨어 있는 온갖 비과학적 유혹과 맹신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숙고하게 된다.
편집자 추천글
왜 사이비과학인가 - 회의주의자의 입장
<워싱턴포스트>는 마틴 가드너를 가리켜 “2차대전 이후 가장 저명한 사이비과학의 폭로자”라고 평가했다. 그의 첫 책부터 가장 최근의 이 책까지 그는 사이비과학을 공격하는 다섯 권의 책을 썼다. 특히, 그는 1976년 결성된 ‘초상현상 주장들에 관한 과학조사위원회’, 일명 CSICOP의 창립 멤버로 활약하였고, 이 단체가 발행하는 격월간지 <회의적 탐구자(Skeptical Inquirer)>에 1986년부터 지금까지 ‘어느 주변과학 감시자의 노트(Notes of a Fringe- Watcher)’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이 책은 대부분 이 칼럼의 최근 꼭지들을 모은 것이다). 말년에 칼 세이건이 뒤늦게 사이비 과학의 폭로에 동참한 것도(『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가드너의 노고에 화답하기 위해서였다.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어느 나라나 천문학자보다 점성술사가 더 많다(우리나라의 역술인 인구를 알았다면 아마 가드너는 기절했을 것이다). 미국인의 절반이 UFO가 인간을 납치한다고 믿고 있으며, 진화론보다는 창조론이 더 옳다고 믿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이비과학을 그저 무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가드너는 “나쁜 과학의 오류를 지속적으로 폭로하는 것이 과학자와 과학저술가 모두의 의무”라고 말한다. 그것은 온갖 초능력(ESP)이나 UFO 연구처럼 아까운 예산을 낭비하거나 대체의학의 잘못된 믿음처럼 불필요한 고통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거짓 과학은 더욱더 창궐하고 있다(p.203~205 참조). 수십만 개(정확한 숫자는 아무도 모른다)의 쓰레기 과학 사이트들이 지금도 혹세무민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이에 비하면 건강한 회의주의자들의 사이트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해마다 개악되는 과학교육정책, 수익에만 눈먼 탐욕스런 출판사와 각종 매스미디어는 자신들이 만드는 위험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과학’과 ‘과학 아닌 것’을 구분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초끈이론이나 안내파동이론처럼 아직 입증되지 않은 과학적 이론들도 상당히 많다. 하지만 건전한 상식과 합리성에 비추어볼 때 의심스런 이론들이 대중의 열광을 자아내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오늘의 운세로 하루를 시작하고 온갖 다이어트법이 난무하고 발마사지, 뇌호흡이 인기를 끄는 우리 사회가 가장 슬퍼해야 할 것은 마틴 가드너 같은, 사이비과학의 컨텍스트를 꿰뚫어보며 그것이 얼마나 엉터리인가를 말해줄 수 있는 용기 있는 지식인이 없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폭로할 것인가 - 텍스트주의자의 방법론
이 책의 글들은 <회의적 탐구자>에 실렸던 칼럼과 이후 그 칼럼에 대한 반응이나 추가 사항을 ‘덧붙이기’라는 형태로 보탠 형식을 취하고 있다.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지만, 대부분의 주제에서 거친 반론을 받았고 가드너는 이에 일일이 답하고 있다.
글들의 수위나 성격은 대단히 다양하다. 어떤 데서는 조롱의 수법을 사용하기도 하고 어떤 데서는 직접적으로 이론적 반론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곧 사건의 전말을 잡지나 신문, 책이나 논문 등의 문헌기록을 통해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가드너의 독서량, DB관리 방법도 놀랍지만, 친절하게(구차하게?)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지적 토양이 더 부럽다. 즉 얼마나 어처구니없는지 직접 읽고 판단해보라는 것이다. 그는 직접 대놓고 프로이트는 사기꾼, 에디슨은 미친놈, 뉴턴은 광신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독자 스스로가 그러한 사실을 깨달을 뿐이다.
물론 그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한다. 그는 진화를 믿지만 무신론자는 아니다(그는 범신론자나 불가지론자에 가깝다). 그는 지적 설계(Intellectual Design, 창조론의 새 버전) 운동을 반박하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일종의 신앙의 정서적 비약에 힘입어, 작고 한정된 우리의 정신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신적 존재를 믿는다. 나는 미적분학이 고양이의 이해범위 너머에 있듯이 우리의 이해범위를 넘어서는 진리들이 있다고 믿는다.”
우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텍스트에 기초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전략은 사이비과학의 횡설수설에 맞서 불필요한 난투극을 차단하는 방법으로서 대단히 효과적이다.
사이비과학의 천태만상
황당함 베스트5
어떤 사이비과학이 이보다 더 황당할 수 있을까. 이 책에 소개된 온갖 해괴한 이론과 주장들 중 황당함의 극치들을 임의로 순위를 매겨보았다.
5위 : 춘분에 달걀세우기 - 해마다 뉴욕에서는 춘분 때 달걀을 세우는 일단의 사람들이 있다. 다른 때는 아무리 해도 안 세워지던 달걀이 그때만은 유독 잘 세워진다는 것. 별자리가 중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나. 이러한 풍습은 원래 중국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시기가 입춘이었다(대만은 단오 때라고 한다^.^). 미국에는 입춘이 없으니 비슷한 춘분으로 융통성을 발휘한 것. 어쨌든 할 일 없는 사람들이 달걀을 세우며 스스로 기적에 놀라고, 세계평화를 기원하고, <타임>지는 그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하지만 이 정도는 해프닝에 불과하다.
4위 : 반사학(reflexology) - 손발에는 우리 몸의 각 부분들과 연결돼 있는 ‘반사점’들이 있다. 그 부분들을 누르거나 주무름으로써 적당히 자극을 주면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국제학회까지 있고 5,000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반사학은 치통은 물론 암이나 에이즈의 통증도 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축농증, 신경통, 천식, 위궤양…… 심지어 귀머거리가 정상인이 되었다는 주장에 접하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3위 : 소변요법 - 소변을 약으로 먹거나 바르는 사람들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예부터 인체의 분비물(침, 똥, 오줌)의 약효를 믿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지금도 소변이 최고의 만병통치약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보일의 법칙’으로 유명한 과학자 로버트 보일도 주변사람으로부터 소변요법에 대해 듣고 관심을 가졌다. 물론 그들의 책은 『당신 자신의 완벽한 약 : 의학이 결코 밝힐 수 없었던 완벽하게 증명된 자연 기적 요법』 등으로 포장돼 있다. 소변의 약효에 대해서는 책 한 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각종 암, 말라리아, 관절염, 에이즈, 임질, 황달, 결핵, 간염, 우울증, 당뇨병…….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병명이 포함돼 있다.
2위 : 카를로스 카스타네다 - 이 희대의 사기꾼은 저명한 뉴에이지 인류학자로 지금도 존경받고 있다. 그가 주장한 요체는 무엇인가? ‘자신이 멕시코를 여행하다 아직도 살아 있는 돈 후안을 만났다, 그는 멕시코 인디안 주술사로 마약을 제조해 팔고 있었다, 돈 후안은 조수가 된 자신을 까마귀로 변신시키기도 했다.’ 이 무슨 정신나간 흰소린가 하겠지만, 미국 유수의 대학 교수들이 그를 주제로 학회를 구성하고 세미나를 열고 있다(그 중에는 마가렛 미드도 포함돼 있다).
1위 : 커트니 브라운 - 그러나 1위는 단연 이 사람이다. 그는 원격투시로 화성의 우주인을 보았다(책 제목이 ‘우주 여행’이다). 생김새는 물론 그들의 역사를 모두 꿰뚫어 보았고(그는 무려 수백만 년을 거슬러 올라갔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우주선이 산타페의 어느 산의 동굴에 있는지도 보았다. 그는 원격투시로 아담과 이브를 만났으며, 남북전쟁도 보았다. 웬 미친놈의 헛소린가 하겠지만, 그는 애틀랜타에 있는 애모리 대학교의 교수다. 종신교수이기 때문에 대학으로서는 그를 자를 수 없다.
해럴드 푸도프와 영점에너지
정지 상태에 있는 입자라도 가벼운 떨림 현상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이를 ‘진공상태의 양자요동’이라고 한다. 이러한 요동에서 에너지(통상 ‘영점에너지’라 부른다)를 모을 수 있느냐를 놓고 많은 과학자들이 격론을 벌여왔다(많은 이들이 이를 영구기관처럼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PBS와 함께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프론티어들’이라는 기획물을 만들면서 첫 회에 영점에너지를 개발하려 하는 해럴드 푸도프를 다루었다.
가드너는 그 푸도프가 바로 유리 겔러의 염력을 입증하려 했던 인물이며, 사이언톨로지 교도였으며, 원자의 내부구조를 투시하는 초능력자들을 찬양했던 이임을 환기시킨다. 가드너의 칼럼과 푸도프의 반박, 다시 가드너의 답변은 교묘히 위장한 사이비과학의 정체를 폭로하는 가드너다운 날카로움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시한 끝난 프로이트의 꿈 이론
아마도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꼭지라면 프로이트를 다룬 부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비엔나의 돌팔이의사를 아직도 대단한 사람으로 아는 이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일 것이다. 그의 문학적 소질은 인정하지만 본질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없었던 사이비 과학자라는 게 가드너의 판단이다. 특히 그의 꿈 이론은 온갖 성적 상징의 말장난으로 도배된 기괴한 구조물이다. 이 책을 순차적으로 읽다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다른 사이비과학들의 헛소리만큼이나 그의 온갖 성 상징 분석은 실소를 자아낸다. 프로이트주의자들 사이에서도 프로이트는 이제 더 이상 과학자가 아니라 ‘상상력이 풍부했던 예술가’로 취급된다.
그럼 꿈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가드너는 프로이트 이후의 꿈 이론들 중 대표적인 세 가지를 예시한다. 그것들은 모두 우연적인 뉴런의 흥분과 무의미한 장면들을 그럴듯한 시나리오로 연결하려는 뇌의 노력으로 설명한다. 보존할 가치가 없는 단기 기억들을 뇌가 청소하는 과정에서 뉴런들이 만드는 임의적 패턴과 그것을 정합적으로 묶으려는 뇌의 활동이 앨리스의 모험 같은 꿈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앨런 소칼의 유쾌한 ‘지적 사기’ 스캔들의 전말, 식인주의는 신화에 불과하다는 파격적인 주장의 파문, 템플 대학교의 <프론티어 퍼스펙티브>가 행하는 온갖 사이비과학의 잡동사니, 성경과 코란 속에서 숨어 있는 신의 의도를 찾아내려는 눈물겨운 노력 등 여러 흥미로운 주제들이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저자소개
지은이 : 마틴 가드너Martin Gardner
우선, 그는 어려운 과학이론을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쓰는 과학 전문 저술가이다. 『마틴 가드너의 양손잡이 자연세계』 『상대성 폭발』 등은 과학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쓴 명저로 손꼽힌다. 그를 오늘날 과학 대중화의 선구자로 평가하는 것은 이러한 그의 과학책들을 읽으며 장차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운 청소년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그의 글들은 두 세대의 저명한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평가된다). “현 세대의 지적 문화에 대한 마틴 가드너의 공헌은 그 영역의 넓이와 이해의 깊이, 통찰력에서 가히 독보적이다”라고 노엄 촘스키는 말한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마틴 가드너의 또 다른 이력은 <워싱턴포스트>의 표현대로 그가 “2차대전 이후 가장 저명한 사이비과학의 폭로자”라는 사실이다. 그는 1976년 결성된 ‘초상현상 주장들에 관한 과학조사위원회(CSICOP)’의 창립 멤버로 활약하며 줄곧 우리 시대의 모든 과학적 사기에 맞서 싸워왔다. 특히, 이 단체가 발행하는 격월간지 <회의적 탐구자(Skeptical Inquirer)>에 1986년부터 지금까지 ‘어느 주변과학 감시자의 노트(Notes of a Fringe-Watcher)’라는 칼럼을 연재하면서, 뉴에이지 심리학, 사이언톨로지, 기독교 근본주의, 대체의학 등 스스로를 진리로 자처하며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사이비 이론들의 기만과 허위를 고발해왔다. 스티븐 제이 굴드가 말했듯이, “반세기 이상 마틴 가드너는 우리를 둘러싼 신비주의, 반(反)지성주의에 맞서 합리성과 선한 과학(good science)을 수호하는 가장 빛나는 외로운 횃불이었다.”
옮긴이 : 강윤재
책정보 및 내용요약
평생 동안 사이비과학에 맞서 좋은 과학(good science)을 지켜온 미국의 대표적 지성 마틴 가드너(Martin Gardner)의 최신작이다. 가드너는 이 책에서 창조론에서 UFO까지 각종 사이비과학, 가짜과학, 주변과학의 행태와 주장들의 허위성을 조목조목 폭로한다. 여기에는 뉴에이지 심리학과 인류학, 사이언톨로지, 기독교 근본주의, 프로이트의 꿈 이론, 소변요법이나 반사학(反射學) 같은 의심스런 대체의학, 수비학(數秘學), UFO학, 초상현상(paranormal) 등이 총망라된다. 과학과 합리성의 시대에도 더욱 기승을 부리는 사이비과학의 백태를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과학’과 ‘과학 아닌 것’의 기준에 대해, 그리고 우리의 일상 곳곳에 숨어 있는 온갖 비과학적 유혹과 맹신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숙고하게 된다.
편집자 추천글
<워싱턴포스트>는 마틴 가드너를 가리켜 “2차대전 이후 가장 저명한 사이비과학의 폭로자”라고 평가했다. 그의 첫 책부터 가장 최근의 이 책까지 그는 사이비과학을 공격하는 다섯 권의 책을 썼다. 특히, 그는 1976년 결성된 ‘초상현상 주장들에 관한 과학조사위원회’, 일명 CSICOP의 창립 멤버로 활약하였고, 이 단체가 발행하는 격월간지 <회의적 탐구자(Skeptical Inquirer)>에 1986년부터 지금까지 ‘어느 주변과학 감시자의 노트(Notes of a Fringe- Watcher)’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이 책은 대부분 이 칼럼의 최근 꼭지들을 모은 것이다). 말년에 칼 세이건이 뒤늦게 사이비 과학의 폭로에 동참한 것도(『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가드너의 노고에 화답하기 위해서였다.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어느 나라나 천문학자보다 점성술사가 더 많다(우리나라의 역술인 인구를 알았다면 아마 가드너는 기절했을 것이다). 미국인의 절반이 UFO가 인간을 납치한다고 믿고 있으며, 진화론보다는 창조론이 더 옳다고 믿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이비과학을 그저 무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가드너는 “나쁜 과학의 오류를 지속적으로 폭로하는 것이 과학자와 과학저술가 모두의 의무”라고 말한다. 그것은 온갖 초능력(ESP)이나 UFO 연구처럼 아까운 예산을 낭비하거나 대체의학의 잘못된 믿음처럼 불필요한 고통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거짓 과학은 더욱더 창궐하고 있다(p.203~205 참조). 수십만 개(정확한 숫자는 아무도 모른다)의 쓰레기 과학 사이트들이 지금도 혹세무민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이에 비하면 건강한 회의주의자들의 사이트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해마다 개악되는 과학교육정책, 수익에만 눈먼 탐욕스런 출판사와 각종 매스미디어는 자신들이 만드는 위험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과학’과 ‘과학 아닌 것’을 구분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초끈이론이나 안내파동이론처럼 아직 입증되지 않은 과학적 이론들도 상당히 많다. 하지만 건전한 상식과 합리성에 비추어볼 때 의심스런 이론들이 대중의 열광을 자아내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오늘의 운세로 하루를 시작하고 온갖 다이어트법이 난무하고 발마사지, 뇌호흡이 인기를 끄는 우리 사회가 가장 슬퍼해야 할 것은 마틴 가드너 같은, 사이비과학의 컨텍스트를 꿰뚫어보며 그것이 얼마나 엉터리인가를 말해줄 수 있는 용기 있는 지식인이 없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폭로할 것인가 - 텍스트주의자의 방법론
이 책의 글들은 <회의적 탐구자>에 실렸던 칼럼과 이후 그 칼럼에 대한 반응이나 추가 사항을 ‘덧붙이기’라는 형태로 보탠 형식을 취하고 있다.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지만, 대부분의 주제에서 거친 반론을 받았고 가드너는 이에 일일이 답하고 있다.
글들의 수위나 성격은 대단히 다양하다. 어떤 데서는 조롱의 수법을 사용하기도 하고 어떤 데서는 직접적으로 이론적 반론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곧 사건의 전말을 잡지나 신문, 책이나 논문 등의 문헌기록을 통해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가드너의 독서량, DB관리 방법도 놀랍지만, 친절하게(구차하게?)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지적 토양이 더 부럽다. 즉 얼마나 어처구니없는지 직접 읽고 판단해보라는 것이다. 그는 직접 대놓고 프로이트는 사기꾼, 에디슨은 미친놈, 뉴턴은 광신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독자 스스로가 그러한 사실을 깨달을 뿐이다.
물론 그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한다. 그는 진화를 믿지만 무신론자는 아니다(그는 범신론자나 불가지론자에 가깝다). 그는 지적 설계(Intellectual Design, 창조론의 새 버전) 운동을 반박하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일종의 신앙의 정서적 비약에 힘입어, 작고 한정된 우리의 정신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신적 존재를 믿는다. 나는 미적분학이 고양이의 이해범위 너머에 있듯이 우리의 이해범위를 넘어서는 진리들이 있다고 믿는다.”
우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텍스트에 기초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전략은 사이비과학의 횡설수설에 맞서 불필요한 난투극을 차단하는 방법으로서 대단히 효과적이다.
사이비과학의 천태만상
황당함 베스트5
어떤 사이비과학이 이보다 더 황당할 수 있을까. 이 책에 소개된 온갖 해괴한 이론과 주장들 중 황당함의 극치들을 임의로 순위를 매겨보았다.
5위 : 춘분에 달걀세우기 - 해마다 뉴욕에서는 춘분 때 달걀을 세우는 일단의 사람들이 있다. 다른 때는 아무리 해도 안 세워지던 달걀이 그때만은 유독 잘 세워진다는 것. 별자리가 중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나. 이러한 풍습은 원래 중국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시기가 입춘이었다(대만은 단오 때라고 한다^.^). 미국에는 입춘이 없으니 비슷한 춘분으로 융통성을 발휘한 것. 어쨌든 할 일 없는 사람들이 달걀을 세우며 스스로 기적에 놀라고, 세계평화를 기원하고, <타임>지는 그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하지만 이 정도는 해프닝에 불과하다.
4위 : 반사학(reflexology) - 손발에는 우리 몸의 각 부분들과 연결돼 있는 ‘반사점’들이 있다. 그 부분들을 누르거나 주무름으로써 적당히 자극을 주면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국제학회까지 있고 5,000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반사학은 치통은 물론 암이나 에이즈의 통증도 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축농증, 신경통, 천식, 위궤양…… 심지어 귀머거리가 정상인이 되었다는 주장에 접하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3위 : 소변요법 - 소변을 약으로 먹거나 바르는 사람들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예부터 인체의 분비물(침, 똥, 오줌)의 약효를 믿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지금도 소변이 최고의 만병통치약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보일의 법칙’으로 유명한 과학자 로버트 보일도 주변사람으로부터 소변요법에 대해 듣고 관심을 가졌다. 물론 그들의 책은 『당신 자신의 완벽한 약 : 의학이 결코 밝힐 수 없었던 완벽하게 증명된 자연 기적 요법』 등으로 포장돼 있다. 소변의 약효에 대해서는 책 한 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각종 암, 말라리아, 관절염, 에이즈, 임질, 황달, 결핵, 간염, 우울증, 당뇨병…….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병명이 포함돼 있다.
2위 : 카를로스 카스타네다 - 이 희대의 사기꾼은 저명한 뉴에이지 인류학자로 지금도 존경받고 있다. 그가 주장한 요체는 무엇인가? ‘자신이 멕시코를 여행하다 아직도 살아 있는 돈 후안을 만났다, 그는 멕시코 인디안 주술사로 마약을 제조해 팔고 있었다, 돈 후안은 조수가 된 자신을 까마귀로 변신시키기도 했다.’ 이 무슨 정신나간 흰소린가 하겠지만, 미국 유수의 대학 교수들이 그를 주제로 학회를 구성하고 세미나를 열고 있다(그 중에는 마가렛 미드도 포함돼 있다).
1위 : 커트니 브라운 - 그러나 1위는 단연 이 사람이다. 그는 원격투시로 화성의 우주인을 보았다(책 제목이 ‘우주 여행’이다). 생김새는 물론 그들의 역사를 모두 꿰뚫어 보았고(그는 무려 수백만 년을 거슬러 올라갔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우주선이 산타페의 어느 산의 동굴에 있는지도 보았다. 그는 원격투시로 아담과 이브를 만났으며, 남북전쟁도 보았다. 웬 미친놈의 헛소린가 하겠지만, 그는 애틀랜타에 있는 애모리 대학교의 교수다. 종신교수이기 때문에 대학으로서는 그를 자를 수 없다.
해럴드 푸도프와 영점에너지
정지 상태에 있는 입자라도 가벼운 떨림 현상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이를 ‘진공상태의 양자요동’이라고 한다. 이러한 요동에서 에너지(통상 ‘영점에너지’라 부른다)를 모을 수 있느냐를 놓고 많은 과학자들이 격론을 벌여왔다(많은 이들이 이를 영구기관처럼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PBS와 함께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프론티어들’이라는 기획물을 만들면서 첫 회에 영점에너지를 개발하려 하는 해럴드 푸도프를 다루었다.
가드너는 그 푸도프가 바로 유리 겔러의 염력을 입증하려 했던 인물이며, 사이언톨로지 교도였으며, 원자의 내부구조를 투시하는 초능력자들을 찬양했던 이임을 환기시킨다. 가드너의 칼럼과 푸도프의 반박, 다시 가드너의 답변은 교묘히 위장한 사이비과학의 정체를 폭로하는 가드너다운 날카로움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시한 끝난 프로이트의 꿈 이론
아마도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꼭지라면 프로이트를 다룬 부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비엔나의 돌팔이의사를 아직도 대단한 사람으로 아는 이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일 것이다. 그의 문학적 소질은 인정하지만 본질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없었던 사이비 과학자라는 게 가드너의 판단이다. 특히 그의 꿈 이론은 온갖 성적 상징의 말장난으로 도배된 기괴한 구조물이다. 이 책을 순차적으로 읽다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다른 사이비과학들의 헛소리만큼이나 그의 온갖 성 상징 분석은 실소를 자아낸다. 프로이트주의자들 사이에서도 프로이트는 이제 더 이상 과학자가 아니라 ‘상상력이 풍부했던 예술가’로 취급된다.
그럼 꿈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가드너는 프로이트 이후의 꿈 이론들 중 대표적인 세 가지를 예시한다. 그것들은 모두 우연적인 뉴런의 흥분과 무의미한 장면들을 그럴듯한 시나리오로 연결하려는 뇌의 노력으로 설명한다. 보존할 가치가 없는 단기 기억들을 뇌가 청소하는 과정에서 뉴런들이 만드는 임의적 패턴과 그것을 정합적으로 묶으려는 뇌의 활동이 앨리스의 모험 같은 꿈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앨런 소칼의 유쾌한 ‘지적 사기’ 스캔들의 전말, 식인주의는 신화에 불과하다는 파격적인 주장의 파문, 템플 대학교의 <프론티어 퍼스펙티브>가 행하는 온갖 사이비과학의 잡동사니, 성경과 코란 속에서 숨어 있는 신의 의도를 찾아내려는 눈물겨운 노력 등 여러 흥미로운 주제들이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