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인생에 대해 조언하는 구루에게서 도망쳐라, 너무 늦기 전에

인생에 대해 조언하는 구루에게서 도망쳐라, 너무 늦기 전에

우리를 미혹하는 유행, 가짜, 사기 격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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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시 비트코프스키 지음 |남길영 옮김

과학 > 기초과학/교양과학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교양 심리학

 

288쪽 | 17,500원 | 판형 145*215mm | 2024년 05월 30일 발행 | ISBN 979-11-6689-250-9 03400


제발 삶을 바꿔주겠다는 자기 계발 구루에게서 도망치세요

인생에 과학적 정답 같은 건 없으니까

심리학자이자 과학적 회의론자로 현대 문화, 심리학, 심리 치료에 도사린 사이비 과학을 폭로하는 토마시 비트코프스키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믿음에 거침없는 펀치를 날린다. 그에 따르면 좋은 삶의 기준을 결정하는 건 ‘진실’이 아니다. 우리 문화의 이데올로기다.

비트코프스키는 ‘모든 사람은 다르다’라고 떠벌리는 자들을 가짜 휴머니스트라고 일갈한다. 스스로 피해자가 되어 관심을 구하는 미친 경쟁을 폭로한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자기 계발 방법을 제시하는 우리 시대의 인플루언서 구루들을 끌어내린다. 자살을 비겁으로 낙인찍는 문화와 성범죄에 무죄 따윈 없다는 정의로운 폭도들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비트코프스키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심리 치료의 사기 역시 까발린다. 치료 문화의 부상과 가짜 휴머니스트의 합작으로 600가지가 넘는 치료 학파가 난립하게 된 기괴한 현실과 성격이 암을 만든다고 사기를 치는 위대한 심리학자를 조명한다.

비트코프스키는 왜 안전한 현실의 장막을 벗겨내는가? 삶의 기준은 의심하고 회의하는 당신이 직접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생명이 죽음을 향해 가는 그 마지막 순간에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만의 척도에 따라 삶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사람은 바로 당신 자신이다. 어떤 전문가도 당신을 대신할 수 없다.”


사회심리학의 대가, 로이 F. 바우마이스터의 서문 수록

“토마시 비트코프스키의 책은 문화란 세상에 대한 진실된 비전을 만들고 공유하는 것이라는 안일한 개념을 맹렬히 비판한다.” -로이 F. 바우마이스터

 

신경과학의 거장, 조지프 르두의 추천

“독자가 든 이 책은 심리학의 어두운 측면에 초점을 두어 과거와 현재의 권위자에 의해 형성된 독단적 믿음과 학설이 현장에서 의심 없이 받아들여진 방식을 파헤친다,” -조지프 르두

 

과학 실험의 재현성에 의문을 던진, 심리학의 거장 브라이언 노섹 추천

“이 도발적인 책에서 토마시 비트코프스키는 과학과 사이비 과학 사이의 투쟁, 특히 의미와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조명한다. 비트코프스키는 필력이 뛰어나고 증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쫓아가는 열정으로 피해자 되기, 자살, 거짓 고발과 같은 도전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브라이언 노섹


그놈의 ‘갓생’은 누가 만들었을까

사기를 쳐도 과학으로 포장해 치는 자기 계발 구루들

단 한순간도 인생을 낭비하지 않으려는 이른바 ‘갓생’살이가 열풍이다. 소셜 미디어와 언론에서는 심리학자, 심리상담가, 정신과 의사, 인플루언서 들, 이른바 ‘구루’들이 출연해 어떻게 사는 게 잘사는 것인지, 어떤 방법을 쓰면 자신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고 멋진 성취를 이룬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설파한다. 그들의 셀링 포인트는 ‘과학’이다. 이른바 근거 기반 자기 계발. 유행하는 다이어트 기법보다는 과학에 근거한 다이어트 조언을 따르는 것, 엄마의 조언보다는 정신과 의사가 알려주는 육아법, 친구보다는 심리학자가 알려주는 공부법이 훨씬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토마시 비트코프스키는 단호히 말한다. 과학은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며 그럴 수도 없다고. 과학은 자아 실현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왜 그럴까? 좋은 삶을 결정하는 것은 과학적 진리가 아니라 우리 문화의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자. 구루들이 설파하는 조언 중에서 짧지만 굵게 사는 법을 알려주는 조언은 찾아볼 수 없다. 우리 문화는 장수하는 삶이 굵게 사는 삶보다 더 가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하나의 목표에서 다음 목표를 성취하는 방법을 찾을 뿐 놀랍고도 파격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이 사회가 우리에게 내리는 문화적 명령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사색이나 휴식, 기타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건 내 ‘집중력을 도둑맞는’ 것이라 여기며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으려 한다. 그런 행동은 치료가 필요한 일종의 장애, 일중독으로 정의되는데도 말이다. 그것은 모두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보이는 조언이 특정 이데올로기를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오직 그 이데올로기와 관련해서만 우리의 삶이 좋은 삶인지 평가할 수 있다.

과학은 사실만 얘기할 수 있을 뿐 어떤 규범적 판단도 할 수 없다. 과학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받으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얘기할 수 있어도 “그러므로 우리는 스트레스를 피해야 한다”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극한의 감정을 경험하며 혼자서 전 세계를 항해한 사람의 삶이 최상의 건강을 유지하며 일상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삶보다 더 나쁘다고 판단할 수 있는가?

과학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규범을 제시하는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그리고 심리학의 세례를 받은 동기 부여 연사는 그저 자신의 부를 위해 가짜 믿음을 파는 것일 뿐이다. 그들은 점점 미디어가 주는 후광을 통해 종교적인 색채를 띠고 사는 법에 관한 조언을 독점하는 ‘구루’가 되어가고 있으며 그들의 조언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시대착오적인 부적응자로 낙인찍히고 있다. 그러나 실은 구루들도 어떤 게 올바른 삶인지 알지 못한다. 그리하여 토마시 비트코프스키는 말한다. “여러분에게 사는 법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나이, 직위, 학력, 지위, 성별, 재산, 직책에 관계없이 무조건 조심하라. 여러분의 생명이 죽음을 향해 가는 그 마지막 순간에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만의 척도에 따라 삶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사람은 바로 당신 자신이다. 어떤 전문가도 당신을 대신할 수 없다. 그러니 너무 늦기 전에 그들을 거부하라.”(54쪽)

 

이제 인정하세요, 가짜 피해자와 날조된 가해자가 있다는 것을

2013년 8월 2일, 영국 레스터셔에 사는 14세 소녀 해나 스미스가 인터넷에서 괴롭힘을 당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해나가 이용하던 소셜 미디어 측에서 조사를 방해했다는 사실 때문에 사이버 괴롭힘이 자살의 원인인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얼마 후 해나가 받았던 공격적인 메시지가 바로 자기 자신이 보낸 것이었다는 증거가 드러났다.

흑인 배우 주시 스몰렛은 남성 2명을 고용해 자신을 공격하게 한 후 2019년 1월 29일 자신을 인종차별 및 동성애 혐오 공격의 피해자로 경찰에 직접 거짓 신고를 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전주에 받은 협박 편지 역시 스몰렛이 보낸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이런 일이 소수의 사례처럼 보이는가? 미국의 정치학자 윌프레드 라일리는 미국에서 벌어진 346건의 증오 범죄 혐의를 분석했는데 그 결과 진짜 증오 범죄는 3분의 1 미만임을 밝혀냈다. 2012년 미국 브리지워터주립대학교의 엘리자베스 잉글랜더는 617명의 고등학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10%에 달하는 10대 청소년(여학생 8%, 남학생 17%)이 온라인상에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히 피해자가 되려는 미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는 피해자 문화의 부상으로 인간의 어두운 충동에 대해 눈 감고 있다. 우리 중 누군가는 그저 관심을 받기 위해, 다른 사람으로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 피해자 행세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을 감히 입에 담으려 하지 않으며 피해자를 의심한다는 것조차 불경한 일로 생각한다. 피해자에게 도덕적, 사회적 특권이 주어진다는 사실 자체를 보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지지를 얻기 위해 부당한 방식으로 피해자 역할을 악용하는 것은 아주 널리 사용되는 조작이다. 우리가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진짜로 상처를 받아서 다른 사람의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빼앗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심리학자를 비롯한 전문가 집단이 피해자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고귀한 역할을 자임하면서 오히려 날조된 피해자를 양산하고 거기서 이득을 취하고 있다. 비트코프스키는 다음과 같이 일갈한다. “오늘날, 우리 삶에서 무언가 잘못되면 우리는 현대 심리 비즈니스가 제공하는 역할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그건 모든 사람이 스스로 무언가를 찾을 수 있는 거대하고 다채로운 시장 매대를 떠올리게 한다. 만약 부모가 알코올을 남용했다면 알코올 중독자 가정에서 자란 성인 아이로서 알코올 중독의 피해자로 살 수 있다(정신 질환 진단 교과서에서는 찾을 수 없다). 그러나 부모님이 술을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 당신이 여전히 잘 풀리지 않는 삶의 이유에 대한 설명을 찾고 있다면 당신은 역기능 가족의 성인 아이 증후군에 해당할 수 있다. 그래도 효과가 없다면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가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면 된다.”

피해자가 있다면 가해자가 있게 마련이다. 날조된 피해자 못지않게 날조된 가해자도 양산되고 있다. 사람들은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최후의 보루를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성희롱 고소의 최대 10%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혼 소송의 경우 전체 고소의 최대 30%까지 허위일 수 있다고 한다. 1987년에서 1995년 사이에 미국에서 수행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보고된 아동 성학대 사례 중 허위 고소의 비율은 6%에서 35%에 달했다. 1992년 메타 분석에 따르면 성희롱에 대한 허위 신고가 전체 신고의 2%에서 10%를 차지했다. 캐나다에서는 교사에 대한 성희롱 고발이 유행처럼 번진 후 10년 만에 전체 남성 교사의 거의 절반이 교직을 떠났다. 특히나 소아 성범죄 같은 혐오스러운 범죄는 여론의 불같은 분노를 이끌어 내고 사법기관은 신속하게 희생양을 찾는다. “무고한 사람 몇 명을 유죄로 판결해 버리는 편이 더 낫다…”

비트코프스키는 이러한 우리 사회가 정말 문명화된 사회라고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심리학자 같은 과학자는 이런 분위기를 비판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편승해 버렸다. 그들은 법정에서 잉크 반점을 주관적으로 해석하여 사람의 깊은 심리를 들여다보는, 그러나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고 아무런 공신력도 없는 ‘로르샤흐 잉크 반점 검사’의 전문가 증인으로 참석한다. 그들은 목격자의 기억이 얼마나 취약하고 신뢰할 수 없는지 알면서도 스스로 어린 시절, 부모에게 성범죄를 당했다는 거짓 기억을 심어 무고한 부모들의 평생을 망쳐버렸다. 비트코프스키는 되묻는다. 혹시 당신은 그러한 억울한 누명을 쓴 당사자가 될 리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안온, 무해, 다정하지만 하등 쓸모없는 말, 모든 사람은 달라요!

모든 사람은 다르다고 떠벌려야 돈을 버는 가짜 휴머니스트들

이처럼 비트코프스키는 아주 그럴듯하고 정의롭고 자명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문명과 사회를 퇴행시키는 거짓 믿음의 구조를 들춰낸다. 제발, 당신은, 이런 믿음이 정말로 근거가 있는지 생각해 보라. 비트코프스키가 가장 경멸하는 건 다양성을 찬양하며 “모든 사람은 다르다”라고 떠벌리는 휴머니스트다. 그들은 가짜 휴머니스트다. “모든 사람은 다르다”라는 선언은 심오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각자를 그 자체로 존중하는 따뜻한 말처럼 들리지만 관용 이외에 이 말이 실제로 과학적 발견에 기여한 건 없다.

비트코프스키는 가상의 사례 하나를 든다. 성적을 향상할 수 있는 최선의 교육 방법에 관해 대화를 나누다 한 사람이 말한다. “교육에서는 XYZ 접근법이 결과가 가장 좋아. 통계적으로 많은 학생의 성적이 짧은 기간 동안 최소 20%씩이나 향상되었거든.” 이에 두 번째 사람이 말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모든 학생은 다르고 각자의 상황도 다르다는 점이야. 그러니 우리는 무턱대고 한 가지 방법을 모두에게 적용할 수는 없어.” 두 번째 사람은 아무런 새로운 의견을 내지 않았음에도 심리적으로 우위를 차지한다. 첫 번째 사람은 모든 사람을 똑같은 서랍 안에 쑤셔 넣으려는 사람이지만 두 번째는 이해심 많고 관대해서 학생들의 다양성을 인지하고 인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첫 번째 사람은 성적이 20% 향상되는 결과를 낳는 해결책을 제시한 반면에 두 번째는 그를 비웃었을 뿐 응당한 해결책은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했다.

“가짜 휴머니스트는 정책적 제안이나 치료 방법, 심리 치료 요법, 협상 방법, 직원의 사기 진작법, 재활 기술을 포함해 수백 개가 넘는 다른 효과적인 방법을 다 부정해 버린다. 가짜 휴머니스트가 이렇듯 묵살을 일삼는 근거는 그런 제안이 한 명을 넘는 사람에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 몇몇 가짜 휴머니스트가 “나는 수학을 몰라”라는 말을 그토록 자주 반복하는가 보다.“(29쪽)

가짜 휴머니스트는 무엇보다 심리 치료에서 엄청난 사기를 쳤다. 모든 사람은 다르다는 믿음으로 600개가 넘는 심리 치료 학파를 창조한 것. 심리 치료사는 심리 치료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라고 궤변을 펼치며 자신들도 그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심리 치료 접근법을 지금도 만들어 내고 있다. 피해는 온전히 환자들이 뒤집어 쓴 채 말이다.

 

어쩌면 냉혈한으로 욕먹을까 봐 던지지 못했던 그 질문

심리 치료는 효과가 있는가?

오늘날, 심리 치료는 우리 문화의 필수적인 의료적 개입으로 자리 잡았다. 트라우마 같은 용어가 일상화되고,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어떤 사람이 일상에서 크고 작은 사건을 겪고 힘들어 하면 너무나 당연하게 심리 치료를 권한다.

그러나 토마시 비트코프스키는 심리학자로서 심리 치료라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통렬히 비판한다. 누구도 묻지 못했던 그 질문. 심리 치료는 효과가 있는가?

심리 치료 분야의 제일 큰 문제는 600가지가 넘는, 때로는 그 방식이 24개 손가락으로 머리를 감겨주는 파나소닉의 로봇처럼 기괴하고 쓸모없는 치료법이 계속 생산되는 데도 그 효과에 대한 연구는 너무나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는 활동 중인 심리 치료사가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하고 또한 얼마나 많은 환자가 심리 치료를 받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환자가 심리 치료를 완료했는지, 또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도 알 수가 없다. 치료 기법과 이를 가르치는 학파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데도 전 세계 어디에도 그 수에 대한 면밀한 자료가 없다. 어떤 심리 치료 방법은 학위를 요구하는 반면, 어떤 심리 치료 방법은 온라인 교육 수료만으로 활동이 가능하다.

2017년 심리 치료의 효과에 대한 메타 연구가 발표되었다. 그리스의 심리학자 에반겔로스 에반겔루Evangelos Evangelou와 연구진은 가장 높은 방법론적 기준을 충족하는 심리 치료의 효과에 대한 5000건 이상의 연구를 분석했다. 그 연구들을 정밀하게 살펴본 결과 심리 치료의 긍정적 효과가 확인된 연구는 그중 단 7%뿐이었다.

독립적으로 수행된 여러 분석에서 정규 치료사는 심리 치료 지침이 명시된 교재를 알고 있고 어떤 방법이 과학적으로 문서화되어 있는지도 알고 있으며 그런 방법을 사용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지만 실제로는 몰래 자기가 선호하는 방식을 시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환자들이 정규 지침에 따라 심리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그 실행 방법이 교재에 나와 있는 것과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더구나 심리 치료 후에 명백히 부작용이 있을 것임에도 이에 대한 연구 결과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치료사와 환자 사이에는 책임의 비대칭성이 너무나 크다. 치료사는 자신의 치료로 환자가 잘못된 경우에도 치료의 주관성 때문에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모르쇠하고 있으며 실제로 의료 소송으로 재판을 받아 책임을 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들은 권위를 통해 사제와 같은 역할을 맡아 우리에게 좋고 나쁜 것, 우리가 따라야 할 길을 결정하지만 무언가 잘못되면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도망간다. 이런 현실은 환자에게 또 다른 낙인을 찍어버린다. “내가 인터뷰한 환자 중 일부는 치료사협회와 윤리위원회뿐만 아니라 검찰과 법원에도 불만을 제기했다. 내가 아는 모든 사례에서 이 환자들의 주장은 정신 질환 환자가 쏟아내는 이야기로 간주되어 신뢰를 얻지 못했다. 그들이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았다면 치료를 받으러 오지 않았을 테니까!”(228쪽)

2012년 미국심리학회는 투표를 통해 심리 치료는 효과가 있으며 비용 효율성도 높아 의료 서비스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비트코프스키는 이렇게 말한다.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심리치료사협회에서 이 결의안을 인용하고 있다. 이 결의안을 만든 사람 중에는 저명한 심리 치료사와 과학자도 있었는데 아무리 순화해 표현해도 이런 행태는 오만하기 짝이 없다.”(231쪽)

 

과학도 미신 숭배나 다를 바 없을 때가 있어요

자살을 막지 못하는 과학

토마시 비트코프스키가 멀쩡한 듯 보이는 현실의 엉망진창인 뒷면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까닭은 구루들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신만의 시각을 기르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회자되는 대중 심리학의 사실들은 대부분은 특정한 부분만을 부각하거나 정작 보여줘야 할 것을 숨기고 있다. ‘과학’이라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지금까지 사회과학은 응급 처치, 정신역동적 심리 치료, 동료 지원, 사회적 돌봄, 약물 치료, 입원, 외부 통제 방법, 인지 및 행동 접근법, 변증법적 행동 심리 치료뿐만 아니라 기타 심리 치료 방법을 통해 자살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자살 예방 방법에 대한 연구는 점점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오늘날 그 효과는 50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낮다는 것이다. 다양한 접근 방식 가운데 개입의 효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렇다 할 지표는 발견되지 않았다.”(88쪽)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노력이 없다면 자살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지금까지 자살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누구나 들으면 허탈할 만한 작은 것이다. 그것은 농약, 번개탄, 옥상, 지하철, 철도 플랫폼에 대한 접근 등 자살 수단을 이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스리랑카는 농약 사용을 통제했다. 이런 제품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정부의 노력 덕분에 스리랑카에서 자살 건수가 70%까지 감소했다. 방글라데시에서도 독성 농약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한 이후 비슷한 감소세가 나타났고 한국에서는 독극물로 지정된 제초제 판매가 금지되면서 이러한 유형의 자살 및 전반적인 자살률이 즉각적으로 감소했다.”(91쪽)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이런 방식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미봉책이라며 비난한다. 미디어도 마찬가지이다. 미디어는 그동안 자살 보도를 보고 자살을 결심하는 ‘베르테르 효과’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말하지만 미디어 보도가 오히려 자살을 낮추는 ‘파파게노 효과’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는다. 과학에는 이런 비효율적이고 전근대적이고 미신에 가깝지만 여전히 유지되고 지지받는 이상한 관행이 넘쳐난다.

 

대중 심리학이 노리는 건 당신이라는 상품

외로우면 안 되니까 돈 쓰시고, 암 걸리니까 성격 바꾸세요

외로움과의 전쟁도 마찬가지이다. 오늘날 사회는 외로움을 코로나19 만큼이나 무서운 질병으로 정의하며 ‘외로움부’라는 정부 부처를 만들면서 외로움을 박멸해야 할 무서운 박테리아로 취급한다. 그러나 이런 외로움 유행병 역시 과학을 참칭하는 프로파간다일 뿐이다. “외로움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연구는 거의 예외 없이 그런 연구는 상관관계 연구로서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데이터에서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의 가치는 아이스크림과 탄산수를 많이 섭취하면 폭염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정도의 진술과 같다. 외로운 사람의 수명이 짧다는 사실이 반드시 외로움이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170쪽)

오히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연구 결과는 외로움에도 많은 장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외로움은 집중력과 인지 기능을 향상하고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주고 창의력을 강화해 준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홀로 살면서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것이 외로움을 없애려고 더 많은 사람과 늘 함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홀로 있으면서 홀로 있지 않으려는 존재이다.

과학을 이렇게 일면적으로 해석하고 프로파간다로 만드는 것은 과학의 대가가 치는 사기에 취약하게 한다. 비트코프스키는 한스 아이젱크라는, 프로이트와 마르크스와 더불어 가장 많이 인용되는 학자가 친 최악의 사기를 추적한다. 아이젱크는 자신만의 성격 유형론을 만들고 사람들의 특정 성격이 암 발병률을 예측한다는 이른바 ‘정신종양학’을 창시했다. 그러나 정신종양학은 그럴듯하기만 할 뿐, 데이터 조작으로 만들어진 사기에 불과하다. 정신종양학 “서비스는 불치병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자신의 성격이나 믿음 때문에 불치병에 걸렸다는 말을 하여 불필요한 고통을 안길 수 있다. 또 환자가 질병이 낫는 데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 영향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암 발병의 원인을 환자 개인의 믿음이나 성격 문제로 돌리는 것은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킹스칼리지런던의 보고서를 보면 우리의 우려가 정당함을 알 수 있다. 그 연구들은 한 마디로 다 틀렸다.”(204쪽)

비트코프스키는 아이젱크뿐만 아니라 데이터 사기로 대가가 된 과학자들의 추악한 뒷면과 그런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하고 권위를 유지하려고만 하는 과학계의 몰상식함을 수면에 드러낸다. 그러면서 권위에 빠진 과학자의 장례식을 치러야 하며 저장강박증자와 똑같은 양태를 보이는 과학에서 무언가 연구를 추가하는 ‘더하기’의 방법보다 기괴하고 이상한 연구들을 비판하고 몰아내는 ‘빼기’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과학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의도적으로 모호함을 찬양하면서 그 이면에서는 자신들의 최악의 사기를 감추고 대중들에게 지식이 아니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비트코프스키의 이 모든 논의들은 세상이 맞다고 하는 것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그를 바탕으로 진정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스스로 판단 기준을 마련하는 사유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우리에게 이런 능력이 있을 때 우리는 나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신뢰할 만한 전문가를 알아보고 사람들과의 사회적 교류에서 진짜 삶의 가치를 발견하며 자신의 목적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

토마시 비트코프스키의 책은 문화란 세상에 대한 진실된 비전을 만들고 공유하는 것이라는 안일한 개념을 맹렬히 비판한다. 이는 진실은 결국 승리한다는 희망을 붙잡고 옳은 방향으로 가기를 열망하는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 심리학자, 플로리다주립대학교 교수

 

독자가 든 이 책은 심리학의 어두운 측면에 초점을 두어 과거와 현재의 권위자에 의해 형성된 독단적 믿음과 학설이 현장에서 의심 없이 받아들여진 방식뿐만 아니라 재현 연구의 어려움, 심리학이 고심하는 다른 중요한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간결하게 잘 쓰여진 이 책은 최신의 사례를 많이 싣고 있으며 관련된 역사적 사실도 풍부하다.

—조지프 르두Joseph LeDoux, 신경과학자, 뉴욕대학교 교수

 

여러분은 혁신적인 심리학자 토마시 비트코프스키가 거짓이 어떻게 우리의 집단적 의식에 침투했는지에 대해 제시하는 모든 사례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의 글은 생동감 있고 도발적이다. 유행, 가짜, 사기를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의 광범위한 경향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은 물론 그와 가까운 사람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여러분이 비판적인 사고를 위한 그의 호소에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

—엘리자베스 F. 로프터스Elizabeth F. Loftus, 심리학자,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

 

이 책을 ‘사지 말아야 할’ 한 가지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토마시 비트코프스키가 대안적 의견을 강력하게 내세우며 독자가 지닌 소중한 믿음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책을 사야만 하는 이유는 이 책이 대화를 나눌 때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다. 이 책을 주의 깊게 읽거나 가까이 두고 참고하는 사람은 이 책을 접하지 않은 사람보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훨씬 더 똑똑하게 말할 수 있다.

—제임스 코인James Coyne, 심리학자,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교수

 

우리는 배우는 모든 것을 너무 쉽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토마시 비트코프스키는 다르다! 그는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심리학, 문화, 심지어 과학 자체의 상당 부분이 신뢰할 만한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해리엇 홀Harriet Hall, 회의주의 의사

 

 

 

저·역자 약력

 

토마시 비트코프스키 Tomasz Witkowski

 

토마시 비트코프스키는 폴란드의 심리학자이자 과학적 회의론자로 심리학, 심리 치료, 정신 질환 진단에 도사린 사이비 과학을 폭로하는 작업을 주로 해 왔다. 열정적인 회의주의 활동가이기도 해 ‘폴란드 회의주의 클럽’을 창립하고 심리학에서 오랫동안 사용해 온 ‘로르샤흐 잉크 반점 검사’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임상 진단과 법적 절차에서 이 검사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2007년에는 심리학계의 ‘소칼 사기’를 일으키기도 했다. 생물학자 루퍼트 셸드레이크가 주장한, 생물의 모든 정보가 담긴 에너지장인 ‘형태 공명’이라는 사이비 과학을 주제로 심리학 논문을 써서 학술지에 게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처럼 비트코프스키는 우리가 별 의문 없이 믿는 믿음들에 펀치를 가하고 신화를 부수는,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라고 외치는 아이의 역할을 자임해 왔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결정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우리 문화의 이데올로기라고 선언하는 그의 말은 우리가 자명하다고 생각한 많은 관념이 사실은 가짜일 수 있음을 생각해 보게 한다.

1995년 폴란드 브로츠와프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교수직을 지냈으며 지금까지 10여 권의 책과 수십 편의 논문, 200여 편의 대중 과학 기사를 저술했다. 영어로 출판된 대표적인 저서로는 《심리학의 잘못Psychology GoneWrong》 《타락한 심리학Psychology Led Astray》 《심리학의 형성Shaping Psychology》 그리고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인생에 대해조언하는 구루에게서 도망쳐라, 너무 늦기 전에Fads, Fakes, andFrauds》가 있다.

 

 

옮긴이 남길영

 

숙명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기업체 및 대학에서 강의를 해오며 전문 번역가의 길을 걷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내 속에는 나무가 자란다》(공역) 《캐릭터의 탄생》 《교황 연대기》 《Dear Dad: 아빠 사랑해요》 《남자의 고전》 《내 이름은 버터》 《토니 스피어스의 천하무적 우주선》 《토니 스피어스와 수상한 물방울》 《잭과 천재들1: 지구의 끝 남극에 가다》 《잭과 천재들2: 깊고 어두운 바다 밑에서》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심리 치료사들은 600개가 넘는 치료법(학파)을 고안해 냈다. 이 치료법을 연구하고 그 유용함을 평가하는 일은 차치하고 모든 접근법의 이름이라도 기억할 수 있는 치료사가 있을까? 그건 어느 누구의 능력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심리 치료사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접근법을 만들고 있다. 그들은 처음부터 ‘모든 사람은 다르다’라고 상정했으니 600개의 접근법은 치료를 청하는 환자의 수와 비교하면 별로 대단치도 않다.

-1장 가짜 휴머니스트를 조심하라 / 27~28쪽

 

“연구는 과도한 스트레스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이를 피해야 함을 보여준다.” 이것은 어디에선가 들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무심코 만들어 본 일반적인 권고 사항의 한 예시다. 여기에 그 어떤 과학적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단지 첫 번째 (설명적인) 부분일 뿐이다. 과학에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발견하는 도구 같은 것은 없으며 그것에 대해 가르쳐 주지도 않는다. 몇몇 사상가는 과학의 이런 특성에 주목하여 과학자들이 소위 규범적 판단(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판단)을 내리는 것에 대해 경고한다. 이 문제에 대한 가장 잘 알려진 해결책 중 하나는 설명적 진술과 규범적 판단을 근본적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흄의 단두대Hume’s guillotine’다.

-3장 인생에 대해 조언하는 구루에게서 도망쳐라, 너무 늦기 전에 / 51~52쪽

 

피해자 문화를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피해자 역할을 맡아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의 고통을 더 자주 알리는 사람들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사기를 칠 수 있으며 목표 달성을 위해 다른 사람을 깎아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또한 이러한 행동은 나르시시즘(자기애), 마키아벨리즘(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조종하고 이용하는 경향), 사이코패스(냉소주의와 계산적 사고)로 구성된 소위 어둠의 성격 3요소와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장 피해자가 됨으로써 승리하는 사람들 / 64~65쪽

 

우리가 가정 폭력을 비롯하여 인신매매, 괴롭힘, 부정부패, 세금 사기, 의료 과실 및 기타 유사한 범죄의 실제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것처럼 억울하게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실제 규모도 알 수 없다. 무고 가해자는 통계청에 신고를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숫자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우리도 언젠가 근거 없이 형사 피의자가우리가 가정 폭력을 비롯하여 인신매매, 괴롭힘, 부정부패, 세금 사기, 의료 과실 및 기타 유사한 범죄의 실제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것처럼 억울하게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실제 규모도 알 수 없다. 무고 가해자는 통계청에 신고를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숫자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우리도 언젠가 근거 없이 형사 피의자가

-8장 "그래도 네가 했어", 정의로운 폭도를 막아라 / 116-117쪽

 

‘쓰레기 과학’이라는 용어는 일부 과학 분야에서 점점 증식하는 특성을 잘 반영한다. 이 용어는 두 가지 유형의 활동을 정의한다. 하나는 의뢰자가 제시한 가설을 확인하고자 맞춤 제작된 과학 활동(예를 들어 제약 회사에서 연구를 의뢰해 약의 효과를 확인하려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아무도 읽지 않고 누구도 자기 연구에 사용하지 않는 과학 활동이다. 전자에 해당하는 과학 활동은 그 사기성을 간파하기 어려울 때가 있지만 후자에 해당하는 과학은 전체 과학적 성과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파악하고 설명하기가 상당히 쉽다. 5년 동안 아무도, 심지어 저자 자신도 인용하지 않은 출판물이라면 아무도 읽지 않았으며 어디에도 유용하지 않다는 뜻이다. 쓰레기 과학의 비중은 학문 분야마다 다르다. 현재 인문학은 약 82%, 사회과학은 32%, 자연과학은 27%, 의학은 12%로 추정된다.

-11장 뺌으로써 더하기, 지식 저장강박증의 치료 / 152쪽

 

체코 작가 보후밀 흐라발Bohumil Hrabal의 소설에서 한 여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자기 아버지는 항상 똑똑한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냈다고. 작가의 이런 이율배반적인 통찰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있다. 2016년 싱가포르경영대학교와 런던정치경제대학교의 진화심리학자, 가나자와 사토시Satoshi Kanazawa와 노마 리Norma Li는 1만 5000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조사했다. 학구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보다 외로움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장 외로움을 박멸해야 한다는 이 시대의 프로파간다 / 173쪽

 

나는 환자가 처한 불리한 상황에서 전문가의 책임을 입증하려는 시도가 많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실제로 책임을 입증해 낸 사건이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환자에게 저지른 잘못에 대해 치료사가 받을 수 있는 가장 심각한 처벌은 소속된 협회에서 제명되거나 견책 처분을 받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처벌조차도 매우 드물게 적용되며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지 못한다. 미국심리학회에 따르면 심리학자의 약 2%만이 의료 과실 소송을 당한다고 한다. 이는 치료사의 98%가 신뢰를 받거나 혹은 과실 있는 치료사 중 상당수가 법의 심판을 받지 않거나 둘 중 하나를 뜻할 것이다. 의료 과실 소송이 제기된 후에도 치료사는 대개 자유롭게 자기 일을 할 수 있다.

-16장 근본적 물음을 던져라, 심리 치료는 효과가 있는가? / 230쪽


목차


로이 F. 바우마이스터의 서문 10
들어가며 16

1부 현실의 장막 벗기기

1 가짜 휴머니스트를 조심하라 23
2 닭장 속 관점에서 벗어나라 31
3 인생에 대해 조언하는 구루에게서 도망쳐라,
너무 늦기 전에 42
4 피해자가 됨으로써 승리하는 사람들 55

2부 삶과 죽음의 경계 흐리기
5 누가 자살이라는 자유를 선택할 수 없게 하는가 77
6 자살을 막지 못하는 화물 숭배적 과학 86
7 칭찬받는 자살, 비난받는 자살, 죽을 권리 96
8 “그래도 네가 했어”, 정의로운 폭도를 막아라 108

3부 과학의 제단 무너뜨리기
9 권위에 빠진 과학자의 장례식 치르기 127
10 모호함을 찬양하다, 책임을 피하려고 139
11 뺌으로써 더하기, 지식 저장강박증의 치료 148

4부 대중 심리학의 풍경 헤집기
12 외로움을 박멸해야 한다는 이 시대의 프로파간다 163
13 우리 머리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 체화된 인지 178
14 약을 팔기 위해 숨긴 것, 노세보 효과 188
15 심리학의 대가가 친 최악의 사기, 정신종양학 199

5부 치료 문화의 허상 까발리기
16 근본적 물음을 던져라, 심리 치료는 효과가 있는가? 217
17 상식이 작동하지 않는 기괴한 심리 치료 232
18 심리 치료,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나을까? 246

주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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