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이란 무엇인가
마이클 셔머 지음 | 이병철 옮김|
과학 > 기초과학/교양과학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교양 심리학
404쪽 | 22,000원 | 판형 152*225mm | 2024년 04월 05일 발행 | ISBN 979-11-6689-229-5 0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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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회의주의의 대부 마이클 셔머, 음모론의 모든 것을 해부하다
“모든 음모론은 더 깊은 진실을 숨긴 ‘대리’ 진실이다!”
열렬한 과학적 회의주의자이자 회의주의 운동가 마이클 셔머가 이번에는 음모론의 본질을 낱낱이 파헤친다. 왜 사람들은 음모론을 믿을까? 우리를 위협하는 진짜 음모와 그저 누군가를 기만하려는 가짜 음모를 구별할 수 있을까? 내 가족과 친구가 음모론에 빠져 있을 때 그들과 어떻게 대화할 수 있을까? 셔머는 ‘음모론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주제를 다루기 위해 이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자신만의 답을 제시한다. 놀랍게도 셔머는 외계인, UFO, 비밀조직 일루미나티, 달 착륙 조작, 9/11 테러 자작극, 선거 조작 세력, 코로나19 백신 사기, 지구 온난화 사기 등 황당무계한 음모론을 맹신하는 건 바보라서가 아니라 똑똑해서라고 주장한다. 모든 음모론은 그 속에 더 깊은 진실을 숨긴 대리 진실로서 세계를 이해하려는 합리적 반응이기 때문이다. 또한 셔머는 역사상 수많은 음모론이 진짜 음모로 밝혀진 사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진짜 음모와 가짜 음모를 구별하는 기준을 제시하고자 노력한다. 음모론자를 비합리적인 사람으로 경멸하는 것은 오늘날 양극단으로 나뉜 정치적 분열을 더 심화할 수 있다. 우리는 음모론자와 더불어 대화하며 그들과 함께 과학과 회의주의를 바탕으로 가짜 음모를 가려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공통의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음모론을 믿는 건 바보라서가 아니라 사실 똑똑해서다
“음모론의 더 깊은 곳에는 세상을 이해하려는 우리만의 진실이 숨어 있다”
독단적 주장과 초자연적 설명을 과학적 방법으로 평가하는 과학적 회의주의 사상가이자 사이비 과학, 미신, 창조론에 맞서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 온 회의주의 운동가 마이클 셔머가 이번에는 음모론의 본질을 낱낱이 파헤치기 위해 나섰다. 회의주의자 협회의 창립자이자 회의주의 잡지 <스켑틱>의 편집장으로 셔머는 그동안 수많은 음모론자의 때로는 날선, 때로는 조롱하는, 때로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듣고, 반박하고, 설득해 왔다. “나는 평생 음모와 음모론을 연구해 왔다. 수돗물 불소화는 시민을 중독시키고 대기업에게 이득을 주었기 때문에 수돗물 불소화가 대중에게 저지른 가장 큰 사기라고 믿는다는 정치인을 만난 적이 있다. 나는 알카에다의 공격이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내부자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9/11 트루서와 맞닥뜨린 적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존 F. 케네디, 로버트 F. 케네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지미 호파, 다이애나 왕세자비, 그리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신세계 질서, 삼극위원회, 외교관계위원회, 300인위원회, 템플기사단,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빌더버그 그룹, 로스차일드 가문, 록펠 러 가문, 그리고 비밀리에 미국을 운영하는 시오니스트 점령 정부의 사악한 행적에 대한 이야기를 몇 시간이고 들려주었다. 세계 정복을 꿈꾸는 모든 음모주의자를 가두려면 매디슨스퀘어가든이 필요할 것이다.”(79쪽)
셔머는 오랜 경험을 통해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그저 순진해서 음모론에 빠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음모론은 음모론자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자신의 정체성 및 세계에 대한 이해와 연결된 더 깊은 진실을 숨기는 대리 진실이다.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에 무단으로 침범해 테러를 저지른 큐어넌 음모론자를 보며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큐어넌 음모론자는 미국 정부가 그림자 정부의 꼭두각시이며 버락 오마바와 톰 행크스가 소아성애 조직을 운영한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그들은 이 나라를 위해서 자랑스럽게 국기를 들고 한치의 의심도 없이 국회의사당 테러를 자행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이런 황당한 음모론을 믿는 큐어넌 지지자들의 마음속에는 숨어 있는 그 깊은 진실이란 무엇인가? 큐어넌 지지자가 품은 진실이란 특정 주장의 경험적 진실 여부가 아니다. 그들은 정부를 신뢰할 수 없고, 정치인들은 이득을 위해 전쟁을 벌이려 하며, 자유 민주주의에서 시민의 발언권은 실제로는 아주 제한적이라는 그들의 더 깊은 믿음, 이른바 신화적 진실을 음모론으로 대리하고 있다.
오늘날의 음모주의의 문제는 우리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문제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대한민국 역시 정치적 음모론이 횡행하여 테러가 벌어지고 자신의 이득과 헤게모니를 위해 음모론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이 세상이 당신을 공격하려고 거대한 음모를 획책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를 극단화하고 있다. 이제 누가 왜 음모론을 믿는지, 어떤 진화적,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조건이 음모론을 부추기는지, 음모론을 분류하고 체계화하여 서로 다른 원인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과 어떤 음모론이 진실인지 결정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제 우리 모두 음모론자라고 생각하자.”
믿지 않으면 혼란한 세상에 대처할 수 없다
음모론에 빠지는 세 가지 주요 요인
2016년 12월 4일, 에드거 웰치는 소총을 들고 워싱턴 DC에 있는 ‘코멧 핑퐁’이라는 작은 피자집에 쳐들어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세상을 구할 구세주로서 신봉하는 ‘큐어넌’ 음모론자였는데 큐어넌은 그 어떤 증거도 없이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비욘세, 레이디 가가, 톰 행크스 등 유명 정치인과 연예인이 피자집 지하에서 악마를 숭배하는 의식을 펼치고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소아성애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믿었다. 에드거 웰치는 이 현장을 확인하고 극악무도한 성도착자를 처단하겠다는 정의로운 의식을 치르러 간 것이다. 피자집에 도착한 웰치는 총기를 난사했다. 주변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그러나 코멧 핑퐁에는 작은 식자재 창고만 있을 뿐 지하실이 없었다. 당연히 사탄숭배자와 소아성애자도 없었다.
여기서 드러나고 있는 사실은 무엇일까? 음모론자의 믿음이 터무니없다는 것? 그런 괴상한 소문을 믿는 사람은 당연히 비합리적이고 우매한 사람일 것이라는 점? 그렇지 않다. 이런 비이성적인 믿음은 부모 집에 얹혀살며 전자파를 막기 위해 은박지 모자를 쓰고 극단적 견해를 표출하는 정치 블로그를 운영하는 20대 백수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시민, 직장 동료, 심지어는 유력 정치인도 갖고 있다. 그들은 2020년 미국 대선이 조작된 사기극일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총기 난사 사건은 정부가 꾸민 위장 작전이었으며, 클린턴 부부가 존 F. 케네디 주니어를 살해했고, 9/11 테러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내부 소행이었으며, 2001년 9월 11일 펜타곤이 여객기가 아닌 순항 미사일에 맞았다고 선언했다고 믿는다.
마이클 셔머는 과학적 회의주의자로 활동해 온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런 기상천외한 믿음을 가진 음모론자를 수없이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음모와 음모론, 음모주의 같은 용어의 기원과 역사를 추적하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모론을 유형별로 분류했다. 이를 통해 그는 도대체 멀쩡한 사람이 왜 음모론에 빠져드는지 그 답을 제시한다. 바로 음모론을 믿는 이유를 설명하는 세 가지 모델, ‘대리 음모주의’, ‘부족 음모주의’, ‘건설적 음모주의’이다. 모든 음모론은 그 속에 더 깊은 진실을 담고 있는 대리 진실이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거기 심은 컴퓨터칩으로 빌 게이츠가 우리를 조종할 것이라는 음모론의 심연에는 거대 제약 회사의 증거 조작, 이익 추구를 이유로 그런 회사를 신뢰하지 않는 두려움이 숨어 있다. 제약 회사의 사기와 횡포는 과거에도 지금도 실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리 음모주의다. 또한 백신에 대한 음모론을 굳게 믿고 퍼뜨리는 사람은 자신의 부족원들, 즉 같은 집단의 사회 구성원에게 충성심을 드러내는 신호로 작용한다. 이것이 음모론이 그토록 공고한 이유를 설명하는 부족 음모주의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세 번째 이유는 많은 경우 음모론이 진실로 판명되기에 믿지 않는 것보다는 믿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인간의 진화적 역사를 반영한다. 나뭇가지가 뱀이라고 착각하고 도망갔던 우리 조상은 그렇지 않은 조상보다 더 잘 생존하고 번식했다. 우리 마음속에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자동 알고리듬이 들어 있다.
셔머는 이 세 가지 요인이 음모론을 믿는 핵심 이유이며 그 위에 인지 부조화, 확증 편향, 우리편 편향, 패턴 만들기 같은 다양한 심리적 요인이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일단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음모론자를 바보가 아니라 복잡하고 위험한 세계를 자기 나름대로 이해해 보려고 하는 동료 시민으로서 말이다. 음모론자는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전쟁, 범죄, 빈곤 같은 큰 문제를 알고 이해하고 해결하고 싶기에 음모론을 믿는 것이다.
가짜 음모 판별하는 10가지 인지 도구
헛소리 탐지 키트와 음모 탐지 키트
1932년부터 1972년 사이, 미국 공중보건국은 앨라배마 터스키기 대학에서 매독을 치료하는 연구에 참여하면 의료 서비스, 식사, 무료 장례 보험을 제공한다는 약속을 하고 가난한 흑인을 모집했다. 무료로 치료해 준다는 소식에 많은 흑인이 모였다. 그러나 약속은 거짓이었다. 보건당국은 실제로 환자들을 치료해주지 않았고 아스피린과 철분제만 주며 매독이 사람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알기 위해 지금으로서는 끔찍하고 비윤리적인 생체 실험을 자행했다. 1972년에 연구가 끝날 때까지 실험 참여자 600명의 남성 중 74명만이 생존했다. 대부분은 매독이나 매독 합병증으로 사망했으며 남편에게서 매독에 감염된 아내 40명 이상과 선천성 매독을 갖고서 태어난 자녀 19명 이상이 사망했다. 1966년 이 실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있었지만 묵살되었고 6년 후인 1972년에 <뉴욕 타임스>에서 이를 폭로해 마침내 이 실험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때까지 ‘설마 정부가 생체 실험을 하겠어’하며 음모론으로만 떠돌던 사건의 실체가 밝혀진 것이다. 터스키기 매독 사건은 미국 흑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흑인 사회가 정부와 학계를 불신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백신 음모론이 흑인 사회에 널리 퍼진 이유도 정부의 이런 끔찍한 악행의 역사 때문이었다.
이렇듯 아무리 황당무계한 음모론이라 하더라도 나중에 사실로 드러난 진짜 음모가 있기 때문에 음모론을 믿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정부와 정치인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며 나중에 밝혀져도 사과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다. 어떻게 그들을 믿겠는가?
셔머는 9/11 테러가 미국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믿는 음모론자, 일명 ‘9/11 트루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고 믿는 음모론자, ‘오바마 버서’, 또한 가장 논란이 많이 됐고 그 영향력이 오늘까지도 이어지는, 셔머가 ‘모든 음모론의 어머니’라고 표현한 ‘JFK 암살 사건’, 즉 존 F. 케네디 암살과 리 하비 오스왈드 음모론과 같이 수많은 증거로 반박된 가짜 음모론을 치밀하게 분석한다. 이어 그는 실제 역사 내내 반복되었던 수많은 정치적 암살을 추동한 진짜 음모,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음모’인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진 진짜 음모의 작동 방식을 비교 분석하며 우리 손에 진짜 음모를 가려낼 수 있는 헛소리 탐지 키트와 음모 탐지 키트를 들려준다.
헛소리 탐지 키트는 “주장자의 주장이 우리고 아는 사실과 어떻게 부합하는가?” “주장자가 기존의 설명을 그저 부정하기만 하는가 아니면 다른 설명을 제시하는가?” 등 여러 질문으로 구성되어 체크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다. 음모 탐지 키트는 ‘패턴성’, ‘행위자성’, ‘복잡성’ 등 10가지 목록으로 구성되며 10가지 특성을 많이 갖추면 갖출수록 우리를 현혹하는 가짜 음모일 가능성이 높다.
음모 탐지 능력은 점점 더 중요한 능력이 되어가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는 그래도 자기만의 논리를 갖춘 과거 음모론과 다르게 그저 자신만이 진실이라는 공포를 주입하고 있으며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시민들은 지구 온난화는 사기이며 내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의 당선은 선거가 조작된 것이고 이 세상에 실제로 젠더 차별 것은 없다고 믿는다. 그저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진실이라는 것이다. “음모론의 확산에서 가장 불안스러운 것은 인터넷 트롤과 봇이며 이것은 특정 음모론을 지지하는 사람이 실제보다 훨씬 더 많다는 잘못된 인상을 준다. 2016년 이후 등장한 새로운 음모주의자에게 (…) 음모는 ‘많은 사람이 말하고 있다’라는 주장에 의한 진실이다. 그리고 만약 증거를 요구하는 것에 정치적 또는 사회적 결과가 따른다면, 그렇지 않다고 목소리를 냄으로써 침묵의 나선을 끊을 수 있는 권력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두려움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대부분의 개별 구성원이 지지하지 않는 특정 아이디어가 여전히 집단을 장악할 수 있다. (…) 지구 온난화를 중국의 음모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부족에게 자신이 확고한 팀 플레이어라는 것을 알리는 하나의 방법이다. 큐어넌과 ‘조작된 선거’라는 큰 거짓말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을 지지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279~280쪽)
그렇기에 우리는 지식과 투명성을 무기로 음모론과 싸워야 한다.
내 가족과 친구가 음모론에 빠져 있을 때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
음모주의자와 대화하고 진실에 대한 신뢰 회복하기
음모론은 단순한 믿음이 아니다. 내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를 파탄낼 수 있는 실질적인 위험이다. 셔머는 책 속에서 그런 안타까운 사례를 들려준다. 큐어넌 음모론에 빠진 한 여성의 남편은 결국 결혼 생활을 끝장냈다. “그녀의 남편은 음모론을 주장하는 알렉스 존스의 인터넷 라디오 쇼 <인포워즈>를 청취하기 시작했고 토끼굴에 빠져들었다. ‘남편은 수많은 학교 총격 사건과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가 위기 연출가들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믿었습니다’라고 그녀는 회상했다. (…) 결국 그녀는 음모주의자 남편의 망상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녀의 실패한 결혼 생활은 음모 효과로 인해 분열된 다른 많은 가족의 운명과 비슷하다. 파크랜드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생존자 중에는 자신의 아버지가 큐어넌에 의해 모든 것이 사기라고 확신하여 가족이 붕괴된 사례가 있다.”(22쪽)
셔머는 회의주의 잡지 <스켑틱>을 발행하고 회의주의자 연구 센터를 설립한 과학적 회의주의 운동가답게 어떤 주제이든 수많은 사람과 논쟁하고, 메일을 주고받고, 대담하고, 인터뷰하며 때로는 그들에게 설득되고, 때로는 기적적으로 그들의 마음을 바꾸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니 절대로 절망하거나 미리 실망하지 말자. 우리는 음모론자와 효과적으로 대화하고 그들과 함께 진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셔머는 경험에서 나온 귀중한 조언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기이한 음모론에 빠진 맹신자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셔머의 말마따나 상대방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상대방을 노골적으로 ‘히틀러’나 ‘나치’라고 낙인 찍는 순간 대화는 끝이 나버리고 만다. 총 13가지로 이루어진. ‘음모론자와 대화하는 기술’에서 오늘날 가장 필요한 덕목은 어떤 지식이든 절대적 확실성은 없으므로 총기 규제, 사형제, 기후 변화 같은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첨예한 주제에서 내가 모르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기꺼이 몰랐음을 인정하고 상대를 칭찬하며 의견을 바꾸라는 조언이다. 의견을 바꾸는 것에는 어떤 모순도 없으며 오히려 미덕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것은 상대방의 의견 역시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셔머는 개인 생활과 공공 생활에서 점점 더 정부를 비롯한 국가 기관에 대한 신뢰가 약화하는 암울한 현실을 지적한다. 진실의 쇠퇴와 불신의 확산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뻔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양극단으로 나뉜 정치적 분열과 가짜 뉴스의 범람은 이미 도래한 현실이다.
이제 다시금 이성과 합리성에 바탕을 둔, 다른 의견을 포용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공동체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셔머는 국가의 헌법에 기반한 가치를 넘어 지식이라는 헌법으로 새로이 인류의 가치를 정초하자고 주장한다. 지식의 한법은 언론의 자유와 열린 대화의 규범을 강화하고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침묵시키거나 말살하는 검열적 행동을 약화하라는 계몽적 인본주의의 귀환이다. 그것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 토머스 제퍼슨의 말을 되살리는 것이다. “나는 결코 정치, 종교, 철학에 대한 의견 차이를 친구를 멀리하는 이유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지은이 마이클 셔머
미국의 과학 저술가이자 과학적 회의주의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커 등과 함께 사이비 과학, 창조론, 미신, 음모론에 맞서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려고 노력하는 회의주의 운동 최전선에서 활동해 왔다. 1997년 과학적 회의주의 운동의 중심인 ‘스켑틱 소사이어티’를 창립하고, 회의주의 과학 저널 <스켑틱Skeptic>을 창간하여 현재까지 발행인과 편집장을 맡고 있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에서 스켑틱 소사이어티가 주관하는 과학 강연 시리즈를 주최했으며, 이 강연은 <마이클 셔머 쇼> 팟캐스트로 이어져 현재 셔머는 저명한 과학자 및 지식인과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고 있다. 또한 셔머는 18년 동안 미국의 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월간 칼럼니스트로서 음모론을 비롯한 수많은 주제에 대해 214편의 칼럼을 썼다. 2006년과 2010년에는 학술 강연회 테드에서 인간의 자기 기만과 사람들이 이상한 것을 믿는 이유에 관한 두 차례 강연을 했고 이 강연은 천만 회 이상 조회되었다.
셔머는 풀러턴의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에서 실험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클레어몬트대학원에서 과학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여 년 동안 옥시덴탈칼리지,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글렌데일칼리지에서 심리학, 진화론, 과학사를 가르쳤다. 현재 미국과학및건강위원회ACSH의 과학고문이며, 채프먼대학교의 겸임교수이다. 저서로는《도덕의 궤적》《스켑틱》《왜 사람들은이상한 것을 믿는가》《왜 다윈이 중요한가》《믿음의 탄생》《진화경제학》《과학의 변경지대》 등이 있다.
이처럼 마이클 셔머는 저술, 강연, 기고, 매체 출연 등을 통해 사이비 주장을 펼치는 음모론자, 심령술사, 창조론자, 컬트 집단과 맞서는 과학적 전사를 자임하며 우리 세계에 회의주의적 시각을 전파하고자 앞장서 왔다. 음모론과 음모론자에 대해 다루는 이 책에서는 똑똑한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는 이유와 진짜 음모를 가려내는 방법, 음모론자와 대화하고 함께 진실을 탐구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책 속으로
음모론과 사람들이 그것을 믿는 이유를 이해하려고 할 때, 거기에는 다양한 인지적,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역사적 요인이 개입하기에 어떤 설명이라도 다소 복잡하고 중층적일 것이다. 이어지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의 내용을 좀 더 세부적으로 요약하겠지만, 여기서는 내 이론 모델에서 중요한 세 가지 요인을 간단히 설명하겠다. 이 세 요인은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는 이유를 설명하며 내가 음모 효과라고 부르는 것, 즉 왜 똑똑한 사람들이 겉보
기에 합리적인 이유로 뻔히 틀린 것을 믿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대리 음모주의Proxy conspiracism 많은 음모론은 다양한 형태의 음모론적 진실, 즉 더 심오한 신화적, 심리적, 실제 경험적 진실의 대리자이다. (중략) 부족 음모주의Tribal conspiracism 많은 음모론에는 오랫동안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 부족적 정체성의 핵심 요소로 여겨져 온 다른 믿음, 교리, 과거의 음모론이 숨어 있다. 따라서 현재의 음모론은 대리 진실과 마찬가지로 역사에 깊이 뿌리박은 이전의 음모론을 대신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중략) 건설적 음모주의Constructive conspiracism 대부분의 음모론 연구자와 논평자의 가정에 따르면 음모론은 거짓된 믿음을 나타내며 이것이 음모론이라는 용어가 경멸적인 표현이 돼버린 이유이다. 이런 인식은 실수이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볼 때 음모론의 상당수가 실제 음모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일에 대비하여 불신의 편에 서는 것보다는 믿는 편에 서는 것이 더 낫다.
/ 변론 10~11쪽
만약 큐어넌/딥스테이트 음모론 신봉자 또는 더 신랄하게는 테드 크루즈, 조시 홀리, 마조리
테일러 그린과 같은 선출직 공직자(모두 조작 선거 음모론을 믿는다)와 일대일로 마주 앉아 “힐러리 클린턴과 톰 행크스가 워싱턴 DC의 피자집을 이끌고 여기에 비밀리에 아동을 인신매매하는 사탄 숭배 소아성애자들이 있다고 정말로 믿습니까?”라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아니오’일 것이다. 나는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 같고 심지어 ‘당연히 아니죠’라고 대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큐어넌 음모론을 진정으로 믿는 사람은 멍청이거나 망상에 빠진 사람이라고 비하해도 욕먹지 않을 것 같다. 전체 공화당 지지자의 3분의 1이 이런 음모론에 빠져 있을리 없다. 이는 상식과 정보 분포의 인구 통계를 무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 프롤로그 음모 효과 26쪽
만일 여러분에게 5G 다코타 추락 사고에 대한 음모론이 낯설다면 이는 베이더와 동료들이 존재하지 않는 이 사건을 사람들이 믿는다고 말할지 알아보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응답자의 3분의 1이 정보를 은폐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당국(이 경우 미국 정부)에 대한 깊고 근본적인 불신이라는 문제가 있음을 나타낸다. 아무도 들어본 적 없고 존재하지 않는 음모를 믿는다는 칸에 체크 표시를 했다는 것은 그러한 믿음이 특정 사건의 기저에
있는 더 큰 무언가를 대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당국에 대한 불신은 그러한 중대한 이유 중 하나이다.
/ 1장 음모와 음모론 50쪽
누가 그런 음모를 믿는가? 부모님의 지하실에 사는 중년의 과체중 괴짜 백인 남성만 음모론을 믿는다는 생각은 신화이다. 정치학자 조지프 우신스키와 조지프 페어런트는 《미국 음모론American Conspiracy Theories》에서 음모론자는 “성별, 나이, 인종, 소득, 정치적 성향, 교육 수준, 직업적 지위를 가리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정치적 성향을 살펴보자. 보수주의자가 집권하면 진보주의자가 음모론자가 될 가능성이 더 높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특정 음모론을 믿는지도 정당 성향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유전자변형생물체GMO 음모론은 주로 좌파(농업기업 몬산토가 소규모 농가를 파괴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비난)가 받아들이는 반면 기후 변화 음모론은 주로 우파(미국 경제를 파괴하기 위해 데이터를 조작하고 자본주의 자체를 비난하는 기후 과학자를 비난)가 지지하는 이론이다.
/ 2장 음모론과 음모주의자의 간략한 역사 67쪽
통속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위험한 세상에 살며 건설적 음모주의를 기본 태도로 여길 수 있다. 위험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면 해를 입지 않은 것에 더해 약간의 편집증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 위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건설적 편집증을 갖는 것은 보상을 받는다. 다시 말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보라! 이 모델에서 건설적 음모주의는 일종의 패턴으로 우리 조상들이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에 더 집중함으로써 이득을 얻었
던 세상에 대한 믿음이다. 따라서 이 모델은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더 강한 세계관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을 제공한다. 특히 누군가 또는 무언가가 나를 해치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을 경우, 존재하지 않는 음모를 찾는 것은 음모가 있을 때 음모를 찾지 않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오류이다.
/ 4장 건설적 음모주의 122쪽
이 맥락에서 말하자면 특별한 주장—예를 들어 UFO는 정부가 숨긴 외계의 지적 존재를 대표한다는 음모론—은 증거의 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사전 확률이 낮다. 따라서 더 나은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UFO = 외계인이라는 가설에 대한 신뢰도는 여전히 낮다. 그때까지 우리는 외계인이 방문했다는 주장에 대한 신뢰도를 낮춰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열린 마음을 유지해야 하므로 우리의 사전 확률을 바꿀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면 그러한 새로운 증거가 특별하다고 가정하여 음모론의 진리치에 대한 신뢰도도 기꺼이 바꿔야 한다. 그러니 계속 찾아보되, 그 증거가 특별하지 않다면 회의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위의 헛소리 탐지 키트와 유사하게 다음은 음모 탐지 키트를 위한 10가지 목록이다. 음모론이 다음과 같은 특징을 많이 나타낼 수록 진짜 음모일 가능성은 낮아진다.
1. 패턴성 음모의 증거는 인과적으로 연결될 필요가 없는 사건 사이의 ‘점 잇기’ 패턴에서 드러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음모라는 주장 외에는 이러한 연결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거나 증거가 다른 패턴—또는 무작위성—과 똑같이 잘 맞는다면 그 음모론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후략)
/ 6장 음모 탐지 키트 165~166쪽
증거는 압도적으로 리 하비 오즈월드의 단독 범행에 의해 JFK가 날아가 버렸다는 결론을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도 이 명백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증거와 논리에도 불구하고 아주 많은 사람이 동의하지 않는다. 정치학자이자 JFK 암살 음모 연구자인 존 맥아담스John McAdams가 《JFK 암살 논리: 음모 주장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JFK Assassination Logic: How to Think About Claims of Conspiracy》에서 주장했듯이, 우리가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사람들에게 음모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칠 때 “사람들이 특정 증거 조각이나 은밀한 속임수의 단서가 될 수 있는, 감질나는 ‘답이 없는 질문’을 붙잡고 있을 때에도 많은 가짜 음모 주장과 증거를 거부하기를 바라는 것”이다.36
이 지점에서 음모론자는 ‘단순히 의문을 제기하는’ 방식의 변칙 사냥이 아니라 두 번째 저격범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입증의 부담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왜 고독한 암살자라는 사실에 대해 회의론, 심지어 편집증까지 제기되는 것일까? 이 장을 마무리하면서 다룰 이 특정 음모론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네 가지 이유가 있고, 다음 장을 시작하면서 다루게 될 진짜 음모와 관련된 또 다른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이 모든 것은 지난 반세기 동
안 음모론이 왜 그렇게 주류가 되었는지 이해하기 위한 발견술 역할을 한다.
1. 인지 부조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지 부조화는 음모론에서 특히 사건의 규모와 중대성 및 그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 사이에 불일치가 있을 때, 즉 비례성 문제가 있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경우 리 하비 오즈월드와 같은 고독한 사이코패스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 중 한 명을 암살했다는 주장은 구체성이 없다. (후략)
/ 8장 날아가 버린 JFK 222~223쪽
UFO론자는 정부가 로스웰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군사 기밀을 UFO 증거로 착각했다는 사실을 중시한다. 그럼에도 당시는 냉전 시대였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소련의 핵 프로그램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일을 당연히 꺼렸다.
51구역은 훨씬 더 신비에 싸여 있는데 그것은 고립되어 있기에 선택된,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북쪽으로 90마일 떨어진 이 장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UFO론자, 호기심 많은 기자, 그리고 나와 같은 회의주의자가 내부를 뒤지는 것을 오랫동안 금지해 온 극비 군사 시설이었기 때문이다. 2013년이 되어서야 정보공개법 요청에 따라 CIA는 51구역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했다. 1955년, 정부는 소련 및 쿠바와 같은 소련 동맹국의 군사 활동을 기록하기 위해 고해상도 카메라를 장착한 고고도 첩보기인 U-2 첩보 비행기의 시험 비행을 위해 마른 호수 바닥에 긴 활주로를 건설했다. 프랜시스 게리 파워스Francis Gary Powers가 조종한 U-2가 소련 상공에서 격추된 후, CIA는 차세대 첩보 비행기—록히드 A-12 —를 개발하기 위한 또 다른 극비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옥스카트’를 시작했고 이는 결국 전설적인 SR-71 ‘블랙버드’가 되었다. 이 비행기는 시속 2000마 일 이상으로 빠르게 날 수 있으며 9만 피트 높이까지 솟아올라 상업용 여객기보다 3배 높은 고도로 비행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51구역과 주변 지역에서 옥스카트 A-12 비행이 2850회 이상 이루어졌기 때문에 경험 많은 상업용 비행기 조종사조차 당황해하고 신비롭게 여기는 목격 사례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 51구역 베테랑은 말했다. “옥스카트의 모양은 전례가 없었는데 원반처럼 생긴 넓은 동체는 방대한 양의 연료를 실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해질녘 네바다 상공을 비행하는 상업용 비행기 조종사들은 고개를 들어 시속 2000마일 이상으로 윙하고 지나가는 옥스카트의 바닥을 보곤 했습니다. 총알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이 항공기의 티타늄 기체는 태양 광선을 반사하여 누구나 UFO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였지요.”
/ 11장 현실의 적과 상상의 적 268~269쪽
최근 몇 년 동안 음모론이 얼마나 논쟁의 대상이 되었는지를 고려할 때, 음모주의자와의 대화, 특히 가족이나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과의 대화에 관한 조언은 미국의 3대 대통령이자 독립선언서의 작성자인 토머스 제퍼슨의 많은 업적 중에서 나온 것이다. 제퍼슨은 오랜 공직 생활 동안 수천 명의 사람과 서신을 주고받았고, 미국 건국 당시 당대 최고의 지성들과 교류한 이성적인 대화의 모델이다. 정치적으로 적대적이었던 사람들과 어떻게 우정을 유지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제퍼슨은 “나는 결코 정치, 종교, 철학에 대한 의견 차이를 친구를 멀리하는 이유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제퍼슨이 국가 수립과 관련된 가장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 대화할 때 그 길을 따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는 것이 음모주의자와 논쟁적인 대화를 이끌어가는 열쇠이다. 여기서 원칙은 우정과 의견을 분리하는 것이다. 즉 대화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든, 상대방이 어떤 의견이나 입장을 밝히든, 친구인 사람은 여전히 친구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점을 자기 자신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우정은 합의가 아니라 상호 존중, 상호 관심사,
친절, 정직, 공감, 신뢰에 관한 것이다. 반면에 아이디어에 대한 의견은 단지 의견일 뿐이며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공리는 ‘사람은 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하는 일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요점이다.
/ 12장 음모론자와 대화하는 방법 296~297쪽
과학적 자연주의는 세계는 이해될 수 있는 자연 법칙과 힘에 의해 지배되며 모든 현상은 자연의 일부이고 인간의 인지적, 도덕적, 사회적 현상까지도 그런 근본적 원인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원칙이다. 과학혁명 이후 수 세기에 걸쳐 종교적 독단주의, 권위, 초자연주의가 점진적이지만 체계적으로 과학적 자연주의로 대체되면서—특히 인간 세계를 설명하는 데 그것이 적용되면서—계몽주의적 인본주의가 널리 채택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과학과 이성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고, 초자연적인 것을 완전히 배제하며, 입자에서 사람에 이르기까지 우주와 그 안의 모든 것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인간의 근본적인 특성, 우리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법칙과 힘을 포함한—자연과 자연의 법칙에만 의존하는 범세계적 세계관이다.
과학적 자연주의와 계몽주의적 인본주의가 현대 세계를 만들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교리와 권위의 사슬로 우리의 마음을 묶어두는 사람들의 지적 노예가 될 필요가 없다. 그 대신에 우리는 이성과 과학을 진리와 지식의 중재자로 활용한다
/ 13장 어떻게 진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315쪽
차례
변론 9
프롤로그 음모 효과 15
왜 똑똑한 사람이 겉보기에 합리적인 이유로 틀린 것을 믿는가
1부 왜 사람들은 음모론을 믿는가
1장 음모와 음모론 37
사고의 차이와 작동 방식의 차이
2장 음모론과 음모주의자의 간략한 역사 59
음모주의의 과학을 향하여
3장 대리 음모주의와 부족 음모주의 79
음모 믿음은 어떻게 진실로서 강화되는가
4장 건설적 음모주의 107
편집증, 비관주의, 음모 인식의 진화적 기원
5장 음모주의의 사례 연구 131
주권 시민 음모론
2부 어떤 음모론이 진짜인지 어떻게 결정하는가
6장 음모 탐지 키트 151
음모론이 참인지 거짓인지 어떻게 구별하는가
7장 트루서와 버서 173
9/11과 오바마 출생에 대한 음모론
8장 날아가 버린 JFK 199
모든 음모론의 어머니
9장 진짜 음모 225
그들이 정말 당신을 노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0장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음모 243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과 음모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
11장 현실의 적과 상상의 적 259
현실에서의 음모와 우리 상상의 음모
3부 음모주의자와 대화하고 진실에 대한 신뢰 회복하기
12장 음모론자와 대화하는 방법 285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과 관계 맺기
13장 어떻게 진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299
현실에 기반한 공동체에서의 이성, 합리성, 경험주의
종결부 사람들은 음모론에 관해 무엇을 믿고 왜 믿는가 319
회의주의자 연구 센터의 설문 조사 결과
감사의 말 357 │ 미주 360 │ 찾아보기 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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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이란 무엇인가
마이클 셔머 지음 | 이병철 옮김|
과학 > 기초과학/교양과학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교양 심리학
404쪽 | 22,000원 | 판형 152*225mm | 2024년 04월 05일 발행 | ISBN 979-11-6689-229-5 03400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과학적 회의주의의 대부 마이클 셔머, 음모론의 모든 것을 해부하다
“모든 음모론은 더 깊은 진실을 숨긴 ‘대리’ 진실이다!”
열렬한 과학적 회의주의자이자 회의주의 운동가 마이클 셔머가 이번에는 음모론의 본질을 낱낱이 파헤친다. 왜 사람들은 음모론을 믿을까? 우리를 위협하는 진짜 음모와 그저 누군가를 기만하려는 가짜 음모를 구별할 수 있을까? 내 가족과 친구가 음모론에 빠져 있을 때 그들과 어떻게 대화할 수 있을까? 셔머는 ‘음모론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주제를 다루기 위해 이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자신만의 답을 제시한다. 놀랍게도 셔머는 외계인, UFO, 비밀조직 일루미나티, 달 착륙 조작, 9/11 테러 자작극, 선거 조작 세력, 코로나19 백신 사기, 지구 온난화 사기 등 황당무계한 음모론을 맹신하는 건 바보라서가 아니라 똑똑해서라고 주장한다. 모든 음모론은 그 속에 더 깊은 진실을 숨긴 대리 진실로서 세계를 이해하려는 합리적 반응이기 때문이다. 또한 셔머는 역사상 수많은 음모론이 진짜 음모로 밝혀진 사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진짜 음모와 가짜 음모를 구별하는 기준을 제시하고자 노력한다. 음모론자를 비합리적인 사람으로 경멸하는 것은 오늘날 양극단으로 나뉜 정치적 분열을 더 심화할 수 있다. 우리는 음모론자와 더불어 대화하며 그들과 함께 과학과 회의주의를 바탕으로 가짜 음모를 가려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공통의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음모론을 믿는 건 바보라서가 아니라 사실 똑똑해서다
“음모론의 더 깊은 곳에는 세상을 이해하려는 우리만의 진실이 숨어 있다”
독단적 주장과 초자연적 설명을 과학적 방법으로 평가하는 과학적 회의주의 사상가이자 사이비 과학, 미신, 창조론에 맞서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 온 회의주의 운동가 마이클 셔머가 이번에는 음모론의 본질을 낱낱이 파헤치기 위해 나섰다. 회의주의자 협회의 창립자이자 회의주의 잡지 <스켑틱>의 편집장으로 셔머는 그동안 수많은 음모론자의 때로는 날선, 때로는 조롱하는, 때로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듣고, 반박하고, 설득해 왔다. “나는 평생 음모와 음모론을 연구해 왔다. 수돗물 불소화는 시민을 중독시키고 대기업에게 이득을 주었기 때문에 수돗물 불소화가 대중에게 저지른 가장 큰 사기라고 믿는다는 정치인을 만난 적이 있다. 나는 알카에다의 공격이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내부자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9/11 트루서와 맞닥뜨린 적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존 F. 케네디, 로버트 F. 케네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지미 호파, 다이애나 왕세자비, 그리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신세계 질서, 삼극위원회, 외교관계위원회, 300인위원회, 템플기사단,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빌더버그 그룹, 로스차일드 가문, 록펠 러 가문, 그리고 비밀리에 미국을 운영하는 시오니스트 점령 정부의 사악한 행적에 대한 이야기를 몇 시간이고 들려주었다. 세계 정복을 꿈꾸는 모든 음모주의자를 가두려면 매디슨스퀘어가든이 필요할 것이다.”(79쪽)
셔머는 오랜 경험을 통해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그저 순진해서 음모론에 빠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음모론은 음모론자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자신의 정체성 및 세계에 대한 이해와 연결된 더 깊은 진실을 숨기는 대리 진실이다.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에 무단으로 침범해 테러를 저지른 큐어넌 음모론자를 보며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큐어넌 음모론자는 미국 정부가 그림자 정부의 꼭두각시이며 버락 오마바와 톰 행크스가 소아성애 조직을 운영한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그들은 이 나라를 위해서 자랑스럽게 국기를 들고 한치의 의심도 없이 국회의사당 테러를 자행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이런 황당한 음모론을 믿는 큐어넌 지지자들의 마음속에는 숨어 있는 그 깊은 진실이란 무엇인가? 큐어넌 지지자가 품은 진실이란 특정 주장의 경험적 진실 여부가 아니다. 그들은 정부를 신뢰할 수 없고, 정치인들은 이득을 위해 전쟁을 벌이려 하며, 자유 민주주의에서 시민의 발언권은 실제로는 아주 제한적이라는 그들의 더 깊은 믿음, 이른바 신화적 진실을 음모론으로 대리하고 있다.
오늘날의 음모주의의 문제는 우리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문제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대한민국 역시 정치적 음모론이 횡행하여 테러가 벌어지고 자신의 이득과 헤게모니를 위해 음모론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이 세상이 당신을 공격하려고 거대한 음모를 획책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를 극단화하고 있다. 이제 누가 왜 음모론을 믿는지, 어떤 진화적,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조건이 음모론을 부추기는지, 음모론을 분류하고 체계화하여 서로 다른 원인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과 어떤 음모론이 진실인지 결정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제 우리 모두 음모론자라고 생각하자.”
믿지 않으면 혼란한 세상에 대처할 수 없다
음모론에 빠지는 세 가지 주요 요인
2016년 12월 4일, 에드거 웰치는 소총을 들고 워싱턴 DC에 있는 ‘코멧 핑퐁’이라는 작은 피자집에 쳐들어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세상을 구할 구세주로서 신봉하는 ‘큐어넌’ 음모론자였는데 큐어넌은 그 어떤 증거도 없이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비욘세, 레이디 가가, 톰 행크스 등 유명 정치인과 연예인이 피자집 지하에서 악마를 숭배하는 의식을 펼치고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소아성애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믿었다. 에드거 웰치는 이 현장을 확인하고 극악무도한 성도착자를 처단하겠다는 정의로운 의식을 치르러 간 것이다. 피자집에 도착한 웰치는 총기를 난사했다. 주변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그러나 코멧 핑퐁에는 작은 식자재 창고만 있을 뿐 지하실이 없었다. 당연히 사탄숭배자와 소아성애자도 없었다.
여기서 드러나고 있는 사실은 무엇일까? 음모론자의 믿음이 터무니없다는 것? 그런 괴상한 소문을 믿는 사람은 당연히 비합리적이고 우매한 사람일 것이라는 점? 그렇지 않다. 이런 비이성적인 믿음은 부모 집에 얹혀살며 전자파를 막기 위해 은박지 모자를 쓰고 극단적 견해를 표출하는 정치 블로그를 운영하는 20대 백수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시민, 직장 동료, 심지어는 유력 정치인도 갖고 있다. 그들은 2020년 미국 대선이 조작된 사기극일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총기 난사 사건은 정부가 꾸민 위장 작전이었으며, 클린턴 부부가 존 F. 케네디 주니어를 살해했고, 9/11 테러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내부 소행이었으며, 2001년 9월 11일 펜타곤이 여객기가 아닌 순항 미사일에 맞았다고 선언했다고 믿는다.
마이클 셔머는 과학적 회의주의자로 활동해 온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런 기상천외한 믿음을 가진 음모론자를 수없이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음모와 음모론, 음모주의 같은 용어의 기원과 역사를 추적하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모론을 유형별로 분류했다. 이를 통해 그는 도대체 멀쩡한 사람이 왜 음모론에 빠져드는지 그 답을 제시한다. 바로 음모론을 믿는 이유를 설명하는 세 가지 모델, ‘대리 음모주의’, ‘부족 음모주의’, ‘건설적 음모주의’이다. 모든 음모론은 그 속에 더 깊은 진실을 담고 있는 대리 진실이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거기 심은 컴퓨터칩으로 빌 게이츠가 우리를 조종할 것이라는 음모론의 심연에는 거대 제약 회사의 증거 조작, 이익 추구를 이유로 그런 회사를 신뢰하지 않는 두려움이 숨어 있다. 제약 회사의 사기와 횡포는 과거에도 지금도 실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리 음모주의다. 또한 백신에 대한 음모론을 굳게 믿고 퍼뜨리는 사람은 자신의 부족원들, 즉 같은 집단의 사회 구성원에게 충성심을 드러내는 신호로 작용한다. 이것이 음모론이 그토록 공고한 이유를 설명하는 부족 음모주의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세 번째 이유는 많은 경우 음모론이 진실로 판명되기에 믿지 않는 것보다는 믿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인간의 진화적 역사를 반영한다. 나뭇가지가 뱀이라고 착각하고 도망갔던 우리 조상은 그렇지 않은 조상보다 더 잘 생존하고 번식했다. 우리 마음속에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자동 알고리듬이 들어 있다.
셔머는 이 세 가지 요인이 음모론을 믿는 핵심 이유이며 그 위에 인지 부조화, 확증 편향, 우리편 편향, 패턴 만들기 같은 다양한 심리적 요인이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일단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음모론자를 바보가 아니라 복잡하고 위험한 세계를 자기 나름대로 이해해 보려고 하는 동료 시민으로서 말이다. 음모론자는 우리 모두와 마찬가지로 전쟁, 범죄, 빈곤 같은 큰 문제를 알고 이해하고 해결하고 싶기에 음모론을 믿는 것이다.
가짜 음모 판별하는 10가지 인지 도구
헛소리 탐지 키트와 음모 탐지 키트
1932년부터 1972년 사이, 미국 공중보건국은 앨라배마 터스키기 대학에서 매독을 치료하는 연구에 참여하면 의료 서비스, 식사, 무료 장례 보험을 제공한다는 약속을 하고 가난한 흑인을 모집했다. 무료로 치료해 준다는 소식에 많은 흑인이 모였다. 그러나 약속은 거짓이었다. 보건당국은 실제로 환자들을 치료해주지 않았고 아스피린과 철분제만 주며 매독이 사람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알기 위해 지금으로서는 끔찍하고 비윤리적인 생체 실험을 자행했다. 1972년에 연구가 끝날 때까지 실험 참여자 600명의 남성 중 74명만이 생존했다. 대부분은 매독이나 매독 합병증으로 사망했으며 남편에게서 매독에 감염된 아내 40명 이상과 선천성 매독을 갖고서 태어난 자녀 19명 이상이 사망했다. 1966년 이 실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있었지만 묵살되었고 6년 후인 1972년에 <뉴욕 타임스>에서 이를 폭로해 마침내 이 실험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때까지 ‘설마 정부가 생체 실험을 하겠어’하며 음모론으로만 떠돌던 사건의 실체가 밝혀진 것이다. 터스키기 매독 사건은 미국 흑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흑인 사회가 정부와 학계를 불신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백신 음모론이 흑인 사회에 널리 퍼진 이유도 정부의 이런 끔찍한 악행의 역사 때문이었다.
이렇듯 아무리 황당무계한 음모론이라 하더라도 나중에 사실로 드러난 진짜 음모가 있기 때문에 음모론을 믿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정부와 정치인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며 나중에 밝혀져도 사과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다. 어떻게 그들을 믿겠는가?
셔머는 9/11 테러가 미국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믿는 음모론자, 일명 ‘9/11 트루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고 믿는 음모론자, ‘오바마 버서’, 또한 가장 논란이 많이 됐고 그 영향력이 오늘까지도 이어지는, 셔머가 ‘모든 음모론의 어머니’라고 표현한 ‘JFK 암살 사건’, 즉 존 F. 케네디 암살과 리 하비 오스왈드 음모론과 같이 수많은 증거로 반박된 가짜 음모론을 치밀하게 분석한다. 이어 그는 실제 역사 내내 반복되었던 수많은 정치적 암살을 추동한 진짜 음모,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음모’인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진 진짜 음모의 작동 방식을 비교 분석하며 우리 손에 진짜 음모를 가려낼 수 있는 헛소리 탐지 키트와 음모 탐지 키트를 들려준다.
헛소리 탐지 키트는 “주장자의 주장이 우리고 아는 사실과 어떻게 부합하는가?” “주장자가 기존의 설명을 그저 부정하기만 하는가 아니면 다른 설명을 제시하는가?” 등 여러 질문으로 구성되어 체크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다. 음모 탐지 키트는 ‘패턴성’, ‘행위자성’, ‘복잡성’ 등 10가지 목록으로 구성되며 10가지 특성을 많이 갖추면 갖출수록 우리를 현혹하는 가짜 음모일 가능성이 높다.
음모 탐지 능력은 점점 더 중요한 능력이 되어가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는 그래도 자기만의 논리를 갖춘 과거 음모론과 다르게 그저 자신만이 진실이라는 공포를 주입하고 있으며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시민들은 지구 온난화는 사기이며 내가 지지하지 않는 후보의 당선은 선거가 조작된 것이고 이 세상에 실제로 젠더 차별 것은 없다고 믿는다. 그저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진실이라는 것이다. “음모론의 확산에서 가장 불안스러운 것은 인터넷 트롤과 봇이며 이것은 특정 음모론을 지지하는 사람이 실제보다 훨씬 더 많다는 잘못된 인상을 준다. 2016년 이후 등장한 새로운 음모주의자에게 (…) 음모는 ‘많은 사람이 말하고 있다’라는 주장에 의한 진실이다. 그리고 만약 증거를 요구하는 것에 정치적 또는 사회적 결과가 따른다면, 그렇지 않다고 목소리를 냄으로써 침묵의 나선을 끊을 수 있는 권력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두려움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대부분의 개별 구성원이 지지하지 않는 특정 아이디어가 여전히 집단을 장악할 수 있다. (…) 지구 온난화를 중국의 음모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부족에게 자신이 확고한 팀 플레이어라는 것을 알리는 하나의 방법이다. 큐어넌과 ‘조작된 선거’라는 큰 거짓말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을 지지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279~280쪽)
그렇기에 우리는 지식과 투명성을 무기로 음모론과 싸워야 한다.
내 가족과 친구가 음모론에 빠져 있을 때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
음모주의자와 대화하고 진실에 대한 신뢰 회복하기
음모론은 단순한 믿음이 아니다. 내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를 파탄낼 수 있는 실질적인 위험이다. 셔머는 책 속에서 그런 안타까운 사례를 들려준다. 큐어넌 음모론에 빠진 한 여성의 남편은 결국 결혼 생활을 끝장냈다. “그녀의 남편은 음모론을 주장하는 알렉스 존스의 인터넷 라디오 쇼 <인포워즈>를 청취하기 시작했고 토끼굴에 빠져들었다. ‘남편은 수많은 학교 총격 사건과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가 위기 연출가들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믿었습니다’라고 그녀는 회상했다. (…) 결국 그녀는 음모주의자 남편의 망상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녀의 실패한 결혼 생활은 음모 효과로 인해 분열된 다른 많은 가족의 운명과 비슷하다. 파크랜드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생존자 중에는 자신의 아버지가 큐어넌에 의해 모든 것이 사기라고 확신하여 가족이 붕괴된 사례가 있다.”(22쪽)
셔머는 회의주의 잡지 <스켑틱>을 발행하고 회의주의자 연구 센터를 설립한 과학적 회의주의 운동가답게 어떤 주제이든 수많은 사람과 논쟁하고, 메일을 주고받고, 대담하고, 인터뷰하며 때로는 그들에게 설득되고, 때로는 기적적으로 그들의 마음을 바꾸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니 절대로 절망하거나 미리 실망하지 말자. 우리는 음모론자와 효과적으로 대화하고 그들과 함께 진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셔머는 경험에서 나온 귀중한 조언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기이한 음모론에 빠진 맹신자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셔머의 말마따나 상대방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상대방을 노골적으로 ‘히틀러’나 ‘나치’라고 낙인 찍는 순간 대화는 끝이 나버리고 만다. 총 13가지로 이루어진. ‘음모론자와 대화하는 기술’에서 오늘날 가장 필요한 덕목은 어떤 지식이든 절대적 확실성은 없으므로 총기 규제, 사형제, 기후 변화 같은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첨예한 주제에서 내가 모르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기꺼이 몰랐음을 인정하고 상대를 칭찬하며 의견을 바꾸라는 조언이다. 의견을 바꾸는 것에는 어떤 모순도 없으며 오히려 미덕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것은 상대방의 의견 역시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셔머는 개인 생활과 공공 생활에서 점점 더 정부를 비롯한 국가 기관에 대한 신뢰가 약화하는 암울한 현실을 지적한다. 진실의 쇠퇴와 불신의 확산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뻔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양극단으로 나뉜 정치적 분열과 가짜 뉴스의 범람은 이미 도래한 현실이다.
이제 다시금 이성과 합리성에 바탕을 둔, 다른 의견을 포용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공동체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셔머는 국가의 헌법에 기반한 가치를 넘어 지식이라는 헌법으로 새로이 인류의 가치를 정초하자고 주장한다. 지식의 한법은 언론의 자유와 열린 대화의 규범을 강화하고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침묵시키거나 말살하는 검열적 행동을 약화하라는 계몽적 인본주의의 귀환이다. 그것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 토머스 제퍼슨의 말을 되살리는 것이다. “나는 결코 정치, 종교, 철학에 대한 의견 차이를 친구를 멀리하는 이유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지은이 마이클 셔머
미국의 과학 저술가이자 과학적 회의주의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핑커 등과 함께 사이비 과학, 창조론, 미신, 음모론에 맞서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려고 노력하는 회의주의 운동 최전선에서 활동해 왔다. 1997년 과학적 회의주의 운동의 중심인 ‘스켑틱 소사이어티’를 창립하고, 회의주의 과학 저널 <스켑틱Skeptic>을 창간하여 현재까지 발행인과 편집장을 맡고 있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에서 스켑틱 소사이어티가 주관하는 과학 강연 시리즈를 주최했으며, 이 강연은 <마이클 셔머 쇼> 팟캐스트로 이어져 현재 셔머는 저명한 과학자 및 지식인과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고 있다. 또한 셔머는 18년 동안 미국의 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월간 칼럼니스트로서 음모론을 비롯한 수많은 주제에 대해 214편의 칼럼을 썼다. 2006년과 2010년에는 학술 강연회 테드에서 인간의 자기 기만과 사람들이 이상한 것을 믿는 이유에 관한 두 차례 강연을 했고 이 강연은 천만 회 이상 조회되었다.
셔머는 풀러턴의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에서 실험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클레어몬트대학원에서 과학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여 년 동안 옥시덴탈칼리지,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글렌데일칼리지에서 심리학, 진화론, 과학사를 가르쳤다. 현재 미국과학및건강위원회ACSH의 과학고문이며, 채프먼대학교의 겸임교수이다. 저서로는《도덕의 궤적》《스켑틱》《왜 사람들은이상한 것을 믿는가》《왜 다윈이 중요한가》《믿음의 탄생》《진화경제학》《과학의 변경지대》 등이 있다.
이처럼 마이클 셔머는 저술, 강연, 기고, 매체 출연 등을 통해 사이비 주장을 펼치는 음모론자, 심령술사, 창조론자, 컬트 집단과 맞서는 과학적 전사를 자임하며 우리 세계에 회의주의적 시각을 전파하고자 앞장서 왔다. 음모론과 음모론자에 대해 다루는 이 책에서는 똑똑한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는 이유와 진짜 음모를 가려내는 방법, 음모론자와 대화하고 함께 진실을 탐구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책 속으로
음모론과 사람들이 그것을 믿는 이유를 이해하려고 할 때, 거기에는 다양한 인지적,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역사적 요인이 개입하기에 어떤 설명이라도 다소 복잡하고 중층적일 것이다. 이어지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의 내용을 좀 더 세부적으로 요약하겠지만, 여기서는 내 이론 모델에서 중요한 세 가지 요인을 간단히 설명하겠다. 이 세 요인은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는 이유를 설명하며 내가 음모 효과라고 부르는 것, 즉 왜 똑똑한 사람들이 겉보
기에 합리적인 이유로 뻔히 틀린 것을 믿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대리 음모주의Proxy conspiracism 많은 음모론은 다양한 형태의 음모론적 진실, 즉 더 심오한 신화적, 심리적, 실제 경험적 진실의 대리자이다. (중략) 부족 음모주의Tribal conspiracism 많은 음모론에는 오랫동안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 부족적 정체성의 핵심 요소로 여겨져 온 다른 믿음, 교리, 과거의 음모론이 숨어 있다. 따라서 현재의 음모론은 대리 진실과 마찬가지로 역사에 깊이 뿌리박은 이전의 음모론을 대신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중략) 건설적 음모주의Constructive conspiracism 대부분의 음모론 연구자와 논평자의 가정에 따르면 음모론은 거짓된 믿음을 나타내며 이것이 음모론이라는 용어가 경멸적인 표현이 돼버린 이유이다. 이런 인식은 실수이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볼 때 음모론의 상당수가 실제 음모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일에 대비하여 불신의 편에 서는 것보다는 믿는 편에 서는 것이 더 낫다.
/ 변론 10~11쪽
만약 큐어넌/딥스테이트 음모론 신봉자 또는 더 신랄하게는 테드 크루즈, 조시 홀리, 마조리
테일러 그린과 같은 선출직 공직자(모두 조작 선거 음모론을 믿는다)와 일대일로 마주 앉아 “힐러리 클린턴과 톰 행크스가 워싱턴 DC의 피자집을 이끌고 여기에 비밀리에 아동을 인신매매하는 사탄 숭배 소아성애자들이 있다고 정말로 믿습니까?”라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아니오’일 것이다. 나는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 같고 심지어 ‘당연히 아니죠’라고 대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큐어넌 음모론을 진정으로 믿는 사람은 멍청이거나 망상에 빠진 사람이라고 비하해도 욕먹지 않을 것 같다. 전체 공화당 지지자의 3분의 1이 이런 음모론에 빠져 있을리 없다. 이는 상식과 정보 분포의 인구 통계를 무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 프롤로그 음모 효과 26쪽
만일 여러분에게 5G 다코타 추락 사고에 대한 음모론이 낯설다면 이는 베이더와 동료들이 존재하지 않는 이 사건을 사람들이 믿는다고 말할지 알아보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응답자의 3분의 1이 정보를 은폐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당국(이 경우 미국 정부)에 대한 깊고 근본적인 불신이라는 문제가 있음을 나타낸다. 아무도 들어본 적 없고 존재하지 않는 음모를 믿는다는 칸에 체크 표시를 했다는 것은 그러한 믿음이 특정 사건의 기저에
있는 더 큰 무언가를 대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당국에 대한 불신은 그러한 중대한 이유 중 하나이다.
/ 1장 음모와 음모론 50쪽
누가 그런 음모를 믿는가? 부모님의 지하실에 사는 중년의 과체중 괴짜 백인 남성만 음모론을 믿는다는 생각은 신화이다. 정치학자 조지프 우신스키와 조지프 페어런트는 《미국 음모론American Conspiracy Theories》에서 음모론자는 “성별, 나이, 인종, 소득, 정치적 성향, 교육 수준, 직업적 지위를 가리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정치적 성향을 살펴보자. 보수주의자가 집권하면 진보주의자가 음모론자가 될 가능성이 더 높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특정 음모론을 믿는지도 정당 성향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유전자변형생물체GMO 음모론은 주로 좌파(농업기업 몬산토가 소규모 농가를 파괴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비난)가 받아들이는 반면 기후 변화 음모론은 주로 우파(미국 경제를 파괴하기 위해 데이터를 조작하고 자본주의 자체를 비난하는 기후 과학자를 비난)가 지지하는 이론이다.
/ 2장 음모론과 음모주의자의 간략한 역사 67쪽
통속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위험한 세상에 살며 건설적 음모주의를 기본 태도로 여길 수 있다. 위험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면 해를 입지 않은 것에 더해 약간의 편집증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 위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건설적 편집증을 갖는 것은 보상을 받는다. 다시 말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보라! 이 모델에서 건설적 음모주의는 일종의 패턴으로 우리 조상들이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에 더 집중함으로써 이득을 얻었
던 세상에 대한 믿음이다. 따라서 이 모델은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더 강한 세계관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을 제공한다. 특히 누군가 또는 무언가가 나를 해치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을 경우, 존재하지 않는 음모를 찾는 것은 음모가 있을 때 음모를 찾지 않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오류이다.
/ 4장 건설적 음모주의 122쪽
이 맥락에서 말하자면 특별한 주장—예를 들어 UFO는 정부가 숨긴 외계의 지적 존재를 대표한다는 음모론—은 증거의 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사전 확률이 낮다. 따라서 더 나은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UFO = 외계인이라는 가설에 대한 신뢰도는 여전히 낮다. 그때까지 우리는 외계인이 방문했다는 주장에 대한 신뢰도를 낮춰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열린 마음을 유지해야 하므로 우리의 사전 확률을 바꿀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면 그러한 새로운 증거가 특별하다고 가정하여 음모론의 진리치에 대한 신뢰도도 기꺼이 바꿔야 한다. 그러니 계속 찾아보되, 그 증거가 특별하지 않다면 회의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위의 헛소리 탐지 키트와 유사하게 다음은 음모 탐지 키트를 위한 10가지 목록이다. 음모론이 다음과 같은 특징을 많이 나타낼 수록 진짜 음모일 가능성은 낮아진다.
1. 패턴성 음모의 증거는 인과적으로 연결될 필요가 없는 사건 사이의 ‘점 잇기’ 패턴에서 드러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음모라는 주장 외에는 이러한 연결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거나 증거가 다른 패턴—또는 무작위성—과 똑같이 잘 맞는다면 그 음모론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후략)
/ 6장 음모 탐지 키트 165~166쪽
증거는 압도적으로 리 하비 오즈월드의 단독 범행에 의해 JFK가 날아가 버렸다는 결론을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도 이 명백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증거와 논리에도 불구하고 아주 많은 사람이 동의하지 않는다. 정치학자이자 JFK 암살 음모 연구자인 존 맥아담스John McAdams가 《JFK 암살 논리: 음모 주장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JFK Assassination Logic: How to Think About Claims of Conspiracy》에서 주장했듯이, 우리가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사람들에게 음모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칠 때 “사람들이 특정 증거 조각이나 은밀한 속임수의 단서가 될 수 있는, 감질나는 ‘답이 없는 질문’을 붙잡고 있을 때에도 많은 가짜 음모 주장과 증거를 거부하기를 바라는 것”이다.36
이 지점에서 음모론자는 ‘단순히 의문을 제기하는’ 방식의 변칙 사냥이 아니라 두 번째 저격범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입증의 부담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왜 고독한 암살자라는 사실에 대해 회의론, 심지어 편집증까지 제기되는 것일까? 이 장을 마무리하면서 다룰 이 특정 음모론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네 가지 이유가 있고, 다음 장을 시작하면서 다루게 될 진짜 음모와 관련된 또 다른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이 모든 것은 지난 반세기 동
안 음모론이 왜 그렇게 주류가 되었는지 이해하기 위한 발견술 역할을 한다.
1. 인지 부조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지 부조화는 음모론에서 특히 사건의 규모와 중대성 및 그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 사이에 불일치가 있을 때, 즉 비례성 문제가 있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경우 리 하비 오즈월드와 같은 고독한 사이코패스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 중 한 명을 암살했다는 주장은 구체성이 없다. (후략)
/ 8장 날아가 버린 JFK 222~223쪽
UFO론자는 정부가 로스웰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군사 기밀을 UFO 증거로 착각했다는 사실을 중시한다. 그럼에도 당시는 냉전 시대였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소련의 핵 프로그램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일을 당연히 꺼렸다.
51구역은 훨씬 더 신비에 싸여 있는데 그것은 고립되어 있기에 선택된,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북쪽으로 90마일 떨어진 이 장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UFO론자, 호기심 많은 기자, 그리고 나와 같은 회의주의자가 내부를 뒤지는 것을 오랫동안 금지해 온 극비 군사 시설이었기 때문이다. 2013년이 되어서야 정보공개법 요청에 따라 CIA는 51구역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했다. 1955년, 정부는 소련 및 쿠바와 같은 소련 동맹국의 군사 활동을 기록하기 위해 고해상도 카메라를 장착한 고고도 첩보기인 U-2 첩보 비행기의 시험 비행을 위해 마른 호수 바닥에 긴 활주로를 건설했다. 프랜시스 게리 파워스Francis Gary Powers가 조종한 U-2가 소련 상공에서 격추된 후, CIA는 차세대 첩보 비행기—록히드 A-12 —를 개발하기 위한 또 다른 극비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옥스카트’를 시작했고 이는 결국 전설적인 SR-71 ‘블랙버드’가 되었다. 이 비행기는 시속 2000마 일 이상으로 빠르게 날 수 있으며 9만 피트 높이까지 솟아올라 상업용 여객기보다 3배 높은 고도로 비행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51구역과 주변 지역에서 옥스카트 A-12 비행이 2850회 이상 이루어졌기 때문에 경험 많은 상업용 비행기 조종사조차 당황해하고 신비롭게 여기는 목격 사례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 51구역 베테랑은 말했다. “옥스카트의 모양은 전례가 없었는데 원반처럼 생긴 넓은 동체는 방대한 양의 연료를 실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해질녘 네바다 상공을 비행하는 상업용 비행기 조종사들은 고개를 들어 시속 2000마일 이상으로 윙하고 지나가는 옥스카트의 바닥을 보곤 했습니다. 총알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이 항공기의 티타늄 기체는 태양 광선을 반사하여 누구나 UFO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였지요.”
/ 11장 현실의 적과 상상의 적 268~269쪽
최근 몇 년 동안 음모론이 얼마나 논쟁의 대상이 되었는지를 고려할 때, 음모주의자와의 대화, 특히 가족이나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과의 대화에 관한 조언은 미국의 3대 대통령이자 독립선언서의 작성자인 토머스 제퍼슨의 많은 업적 중에서 나온 것이다. 제퍼슨은 오랜 공직 생활 동안 수천 명의 사람과 서신을 주고받았고, 미국 건국 당시 당대 최고의 지성들과 교류한 이성적인 대화의 모델이다. 정치적으로 적대적이었던 사람들과 어떻게 우정을 유지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제퍼슨은 “나는 결코 정치, 종교, 철학에 대한 의견 차이를 친구를 멀리하는 이유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제퍼슨이 국가 수립과 관련된 가장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 대화할 때 그 길을 따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는 것이 음모주의자와 논쟁적인 대화를 이끌어가는 열쇠이다. 여기서 원칙은 우정과 의견을 분리하는 것이다. 즉 대화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든, 상대방이 어떤 의견이나 입장을 밝히든, 친구인 사람은 여전히 친구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점을 자기 자신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우정은 합의가 아니라 상호 존중, 상호 관심사,
친절, 정직, 공감, 신뢰에 관한 것이다. 반면에 아이디어에 대한 의견은 단지 의견일 뿐이며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공리는 ‘사람은 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하는 일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요점이다.
/ 12장 음모론자와 대화하는 방법 296~297쪽
과학적 자연주의는 세계는 이해될 수 있는 자연 법칙과 힘에 의해 지배되며 모든 현상은 자연의 일부이고 인간의 인지적, 도덕적, 사회적 현상까지도 그런 근본적 원인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원칙이다. 과학혁명 이후 수 세기에 걸쳐 종교적 독단주의, 권위, 초자연주의가 점진적이지만 체계적으로 과학적 자연주의로 대체되면서—특히 인간 세계를 설명하는 데 그것이 적용되면서—계몽주의적 인본주의가 널리 채택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과학과 이성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고, 초자연적인 것을 완전히 배제하며, 입자에서 사람에 이르기까지 우주와 그 안의 모든 것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인간의 근본적인 특성, 우리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법칙과 힘을 포함한—자연과 자연의 법칙에만 의존하는 범세계적 세계관이다.
과학적 자연주의와 계몽주의적 인본주의가 현대 세계를 만들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교리와 권위의 사슬로 우리의 마음을 묶어두는 사람들의 지적 노예가 될 필요가 없다. 그 대신에 우리는 이성과 과학을 진리와 지식의 중재자로 활용한다
/ 13장 어떻게 진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315쪽
차례
변론 9
프롤로그 음모 효과 15
왜 똑똑한 사람이 겉보기에 합리적인 이유로 틀린 것을 믿는가
1부 왜 사람들은 음모론을 믿는가
1장 음모와 음모론 37
사고의 차이와 작동 방식의 차이
2장 음모론과 음모주의자의 간략한 역사 59
음모주의의 과학을 향하여
3장 대리 음모주의와 부족 음모주의 79
음모 믿음은 어떻게 진실로서 강화되는가
4장 건설적 음모주의 107
편집증, 비관주의, 음모 인식의 진화적 기원
5장 음모주의의 사례 연구 131
주권 시민 음모론
2부 어떤 음모론이 진짜인지 어떻게 결정하는가
6장 음모 탐지 키트 151
음모론이 참인지 거짓인지 어떻게 구별하는가
7장 트루서와 버서 173
9/11과 오바마 출생에 대한 음모론
8장 날아가 버린 JFK 199
모든 음모론의 어머니
9장 진짜 음모 225
그들이 정말 당신을 노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0장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음모 243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과 음모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
11장 현실의 적과 상상의 적 259
현실에서의 음모와 우리 상상의 음모
3부 음모주의자와 대화하고 진실에 대한 신뢰 회복하기
12장 음모론자와 대화하는 방법 285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과 관계 맺기
13장 어떻게 진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299
현실에 기반한 공동체에서의 이성, 합리성, 경험주의
종결부 사람들은 음모론에 관해 무엇을 믿고 왜 믿는가 319
회의주의자 연구 센터의 설문 조사 결과
감사의 말 357 │ 미주 360 │ 찾아보기 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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