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주역 공부
인문학 > 동양철학 > 유교철학/주역 > 주역
인문학 > 동양철학 > 동양철학 일반
이철 지음│240쪽│17,000원│138*214mm│2024년 3월 15일 │ ISBN 979-11-6689-226-4 03140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공자, 칼 융, 다산 정약용이 천착한 《주역》
나도 그들처럼 읽고 이해할 수 있을까?
한 권으로 정리한 주역의 원리!
사람들은 《주역》이 난해하고 어렵다고 한다. 그 이유는 괘를 풀이하는 괘효사의 앞뒤 맥락을 읽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괘와 효에 필요 이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문제다. 어떤 이들은 《주역》을 읽고 운명론을 따르거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많은 고전이 그렇듯 《주역》 역시 삶의 의미를 깨닫기 위한 연구와 고민의 흔적이 담긴 책이며, 기초적인 배경 지식을 안다면 시대를 뛰어넘어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고전이다.
이 책은 《주역》을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주역》의 기본 단위인 음효와 양효, 64괘의 의미, 괘를 풀이한 글을 쉬운 예시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또한 《주역》이 점술서의 한계를 벗고 어떻게 철학서와 도덕책으로 입지를 굳히게 되었는지 그 역사를 유쾌한 문장들로 되짚고 있다. 《주역》을 제대로 알고 공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가 이 책으로 고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을 것이다.
64괘의 기원과 의미, 괘효사 읽는 법…
알고 읽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기본기가 철저한 《주역》 안내서
‘위편삼절(韋編三絶)’은 ‘책을 열심히 읽어 가죽끈이 끊어졌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로, 공자가 《주역》을 즐겨 읽어 생긴 일화에서 비롯되었다. 심리학자 칼 융은 《주역》을 통해서 인간 무의식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비인과율적인 공시성의 세계를 통해 서양의 합리적 사고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자 《주역》을 연구했다. 조선의 대표적 실학자인 정약용은 역학적 방법으로 격물치지의 세계를 이해하고자 《주역사전》이라는 주석서를 세상에 내놓았다.
인류의 지성들이 점술서 《주역》에 천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그 옛날 사람들이 주역점을 쳐서 알고 싶었던 것이 본질적으로 삶의 의미였고, 이는 그들에게나,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나 끊임없이 연구할 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기호와 상징으로 가득 차 있는 《주역》을 이해하기란 여전히 너무 어렵다.
이에 이 책은 첫 시작부터 《주역》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들을 따로 정리하여 독자들이 길을 헤매지 않게 돕는다. 또한 갑골문부터 시작하는 음효와 양효, 그리고 괘의 기원과 의미를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예시들을 통해 설명한다. 주역점 치는 법, 《주역》의 본문인 64괘의 풀이 글 읽는 법, 《주역》의 세계관을 표현하는 음양과 강유, 대대의 원리 등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저자는 독자들이 어느 부분에서 《주역》 읽기를 포기하는지, 어디서 지루해하고 어려워하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 적절한 지점에서 친절한 묘사와 재치있는 입담으로 가독성을 돕는다. 덕분에 독자들은 길을 잃지 않고 《주역》의 원리에 가닿게 된다. 그 결과 어떤 미래가 눈앞에 닥치든, 정해진 운명이 나를 기다리든 상관없이, 인류의 지성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삶을 살아갈 때 취해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이 《주역》이 우리에게 던지는 근본적인 메시지이자, 우리가 《주역》을 스스로 읽고 이해해야 할 이유이다.
자복혜백은 아무리 길한 점괘를 얻어도 일을 하는 자가 덕이 없고, 하고자 하는 일이 충신공에 어긋나면 길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해석하였습니다. 즉 여기서 핵심은 점이 아니라 인간의 덕입니다. 169쪽
《주역》에서 신비함을 걷어내고
철학의 근간을 발견하는 방법
주역점은 예정된 운명론을 따르는 타로나, 사주팔자 같은 점범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주역점은 50개의 대나무 가지를 일련의 방법으로 계산하는데, “이 세계가 생성된 이후 사계절 즉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계산해서 현시점의 상태를 알아내고, 미래를 예측한다. 현시점의 상태는 괘 하나로 나타난다.”(23쪽) 점치는 과정마다 자연의 순리를 표현하고, 그 원리를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주역점을 쳐서 얻은 괘는 64괘를 벗어날 수가 없으며, 미래에 일어날 모든 사건은 64괘라는 기호 속에 미리 확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주역점을 운명론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주역점을 쳐서 나오는 괘는 예순네 개이지만, 효의 상태에 따라서 괘의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주역점을 쳐서 얻은 괘를 해석하는 방식은 수만가지다.”(40쪽)
주역점법에는 수많은 우연이 녹아있고, 해석의 여지도 다양하다. 어떤 상황에서 누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괘에 과도한 의미부여를 해서 기호 그 이상의 것을 보려고 한다. 또 ‘길’이나 ‘흉’으로 나의 미래나 현재를 확인받고 싶어 한다.
《주역》은 서로 반대되는 것을 일컫는 음양, 강유, 대대 이론에 중심축을 두고 있다. 서로 반대되는 것은 ‘변한 것’ ‘변한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음효와 양효, 길과 흉 등. 주역점을 치는 방식도, 점괘도 모두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낮이 지나면 밤이 오고, 밤이 지나면 낮이 오듯 우리는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길한 일이 있다가도 흉한 일이 있고, 강할 때가 있는가 하면 한없이 나약해지는 때가 온다. 중요한 것은 변한 상황이 아니라 변하는 상황 속에서 나는 어디에 어떻게 서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미래나 운명이라는 미지의 세계보다 중요한 것은 미지의 세계를 대하는 나의 자세일 것이다.
때문에 이 책은 《주역》을 논리와 이성의 철학으로 대하고, 세계와 현재를 스스로 사유하기를 권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장 기본적인 지식부터 성실하게 배워나가 얻고자 한 것이 있다면 끝내 얻어내는 ‘행함’을 잃지 말라는 《주역》의 가르침을 전달한다.
용은 이처럼 반대되는 것 사이를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면서 변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건괘에서 용을 등장시킨 이유는 용이 궁즉변을 능수능란하게 행하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뜻이냐면 왕과 대통령이 용이 아니라, 대립쌍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변화하는 사람이 용인 겁니다. 127쪽
지은이 이철
동양 고전을 연구하고 있는 독립연구자이다.
십수 년 동안 《주역》 《시경》 《서경》 《춘추》 《한비자》 《논어》 《장자》 《맹자》 《공자가어》 《사기》 《백서 노자》 《백서 주역》 등 고전을 공부했다. 그중에서도 《주역》을 ‘서로 반대되는 것들이 하나의 쌍, 짝’을 이루고 있다는 ‘대립쌍’의 원리로 파악하여, 《주역》에 대한 일목요연한 이해를 대중들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해 왔다. 공무원 노동운동을 할 때 주경야독 하고, 이후 출판
사에 다니다 쓴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으로 뜻하지 않게 작가의 길로 들어선 이래, 두 번째 저서 《조선의 백과사전을 읽는다》가 문체부가 뽑은 우수출판콘텐츠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 밖에 《가슴에는 논어를, 머리에는 한비자를 담아라》 《논어 암송》 《맞얽힘: 맞선 둘은 하나다》 등의 저술이 있다.
이메일: commple@naver.com
책 속으로
효나 괘를 신비롭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니 신비로운 것이지, 알면 신비로울 것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하면서 나온 밝음[양]과 어둠[음], 짝수와 홀수, 양효와 음효는 모두 서로 반대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주역》에서 서로 반대되는 것들로 만들어진 단어와 기호를 사용하는 이유는 서로 반대되는 것들이 있어야 사물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46쪽
효의 위치는 효가 괘 안에서 어느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 초初, 이, 삼, 사, 오, 상上을 붙입니다. 만물이 아래에서 위로 자라는 것처럼 괘도 아래에서 위로 읽는데, 제일 아래에 있는 효는 ‘초’로 시작합니다. 초는 ‘처음’ ‘시작’이라는 뜻으로, 괘의 시작을 알립니다. 제일 위에 있는 효는 ‘꼭대기’라는 뜻의 ‘상’자를 붙여 읽습니다. 73쪽
익괘 초구는 길하여 재앙이 없습니다. 육이도 길하고, 육삼도 포로를 사로잡았으니 길합니다. 육사도 길하고, 구오는 크게 길합니다. 그런데 마지막 상구에서 궁즉변이 일어납니다. 상구 효사는 적의 공격을 받았는데 내 편이 아무도 없어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니 배신하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흉합니다. 계속 길하고 이롭다가 마지막 상구에서 흉으로 전환하는 궁즉변의 원리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130쪽
공자가 말했다. “글은 말을 다 드러내지 못하고, 말은 뜻을 다 드러내지 못한다. 성인의 뜻은 말과 글로는 다 드러낼 수 없다. 이에 성인이 상象을 세워서 뜻을 드러내었고, 괘를 만들어 참과 거짓을 드러내었다.” 137쪽
《주역》에서 정자는 혼자 쓰이지 않습니다. ‘정’자가 등장하는 대표적인 문장으로는 앞에서도 말한 ‘원형이정’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이정利貞, 정길貞吉, 가정可貞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문장에 포함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정’은 ‘곧다’는 뜻이니 ‘이정’은 ‘곧으니 이롭다’가 되고, ‘정길’은 ‘곧으니 길하다’는 뜻이 됩니다. 187쪽
〈설괘전〉에서 “옛날에 장차 본성과 명命의 이치를 따르게 하고자 성인이 주역을 지었다”는 것은 《주역》을 통해 우리가 중中에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하고 나아가 중을 숭상하는 삶을 살게 하고자 《주역》을 지었다는 뜻입니다. 중을 숭상하는 것, 그것은 우리의 운명입니다. 219쪽
목차
들어가는 말: 신비함을 버리면 철학의 근간이 보인다 5
《주역》 용어 해설 12
1장 8괘와 64괘의 기원과 의미 15
2장 태극기로 이해하는 효와 괘 41
3장 《주역》의 본문, 괘효사 읽는 법 68
4장 각 괘가 지닌 사물의 성질 88
5장 시간과 공간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101
6장 궁극의 순간에 변한다 118
7장 순환하는 우주를 담은 64괘 133
8장 《주역》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 153
9장 점치는 책이 도덕책으로 바뀌다 186
10장 중中을 숭상하다 198
11장 길흉은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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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주역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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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 동양철학 > 동양철학 일반
이철 지음│240쪽│17,000원│138*214mm│2024년 3월 15일 │ ISBN 979-11-6689-226-4 0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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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칼 융, 다산 정약용이 천착한 《주역》
나도 그들처럼 읽고 이해할 수 있을까?
한 권으로 정리한 주역의 원리!
사람들은 《주역》이 난해하고 어렵다고 한다. 그 이유는 괘를 풀이하는 괘효사의 앞뒤 맥락을 읽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괘와 효에 필요 이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문제다. 어떤 이들은 《주역》을 읽고 운명론을 따르거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많은 고전이 그렇듯 《주역》 역시 삶의 의미를 깨닫기 위한 연구와 고민의 흔적이 담긴 책이며, 기초적인 배경 지식을 안다면 시대를 뛰어넘어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고전이다.
이 책은 《주역》을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주역》의 기본 단위인 음효와 양효, 64괘의 의미, 괘를 풀이한 글을 쉬운 예시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또한 《주역》이 점술서의 한계를 벗고 어떻게 철학서와 도덕책으로 입지를 굳히게 되었는지 그 역사를 유쾌한 문장들로 되짚고 있다. 《주역》을 제대로 알고 공부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가 이 책으로 고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을 것이다.
64괘의 기원과 의미, 괘효사 읽는 법…
알고 읽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기본기가 철저한 《주역》 안내서
‘위편삼절(韋編三絶)’은 ‘책을 열심히 읽어 가죽끈이 끊어졌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로, 공자가 《주역》을 즐겨 읽어 생긴 일화에서 비롯되었다. 심리학자 칼 융은 《주역》을 통해서 인간 무의식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비인과율적인 공시성의 세계를 통해 서양의 합리적 사고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자 《주역》을 연구했다. 조선의 대표적 실학자인 정약용은 역학적 방법으로 격물치지의 세계를 이해하고자 《주역사전》이라는 주석서를 세상에 내놓았다.
인류의 지성들이 점술서 《주역》에 천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그 옛날 사람들이 주역점을 쳐서 알고 싶었던 것이 본질적으로 삶의 의미였고, 이는 그들에게나,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나 끊임없이 연구할 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기호와 상징으로 가득 차 있는 《주역》을 이해하기란 여전히 너무 어렵다.
이에 이 책은 첫 시작부터 《주역》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들을 따로 정리하여 독자들이 길을 헤매지 않게 돕는다. 또한 갑골문부터 시작하는 음효와 양효, 그리고 괘의 기원과 의미를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예시들을 통해 설명한다. 주역점 치는 법, 《주역》의 본문인 64괘의 풀이 글 읽는 법, 《주역》의 세계관을 표현하는 음양과 강유, 대대의 원리 등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저자는 독자들이 어느 부분에서 《주역》 읽기를 포기하는지, 어디서 지루해하고 어려워하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 적절한 지점에서 친절한 묘사와 재치있는 입담으로 가독성을 돕는다. 덕분에 독자들은 길을 잃지 않고 《주역》의 원리에 가닿게 된다. 그 결과 어떤 미래가 눈앞에 닥치든, 정해진 운명이 나를 기다리든 상관없이, 인류의 지성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삶을 살아갈 때 취해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이 《주역》이 우리에게 던지는 근본적인 메시지이자, 우리가 《주역》을 스스로 읽고 이해해야 할 이유이다.
자복혜백은 아무리 길한 점괘를 얻어도 일을 하는 자가 덕이 없고, 하고자 하는 일이 충신공에 어긋나면 길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해석하였습니다. 즉 여기서 핵심은 점이 아니라 인간의 덕입니다. 169쪽
《주역》에서 신비함을 걷어내고
철학의 근간을 발견하는 방법
주역점은 예정된 운명론을 따르는 타로나, 사주팔자 같은 점범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주역점은 50개의 대나무 가지를 일련의 방법으로 계산하는데, “이 세계가 생성된 이후 사계절 즉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계산해서 현시점의 상태를 알아내고, 미래를 예측한다. 현시점의 상태는 괘 하나로 나타난다.”(23쪽) 점치는 과정마다 자연의 순리를 표현하고, 그 원리를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주역점을 쳐서 얻은 괘는 64괘를 벗어날 수가 없으며, 미래에 일어날 모든 사건은 64괘라는 기호 속에 미리 확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주역점을 운명론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주역점을 쳐서 나오는 괘는 예순네 개이지만, 효의 상태에 따라서 괘의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주역점을 쳐서 얻은 괘를 해석하는 방식은 수만가지다.”(40쪽)
주역점법에는 수많은 우연이 녹아있고, 해석의 여지도 다양하다. 어떤 상황에서 누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괘에 과도한 의미부여를 해서 기호 그 이상의 것을 보려고 한다. 또 ‘길’이나 ‘흉’으로 나의 미래나 현재를 확인받고 싶어 한다.
《주역》은 서로 반대되는 것을 일컫는 음양, 강유, 대대 이론에 중심축을 두고 있다. 서로 반대되는 것은 ‘변한 것’ ‘변한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음효와 양효, 길과 흉 등. 주역점을 치는 방식도, 점괘도 모두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낮이 지나면 밤이 오고, 밤이 지나면 낮이 오듯 우리는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길한 일이 있다가도 흉한 일이 있고, 강할 때가 있는가 하면 한없이 나약해지는 때가 온다. 중요한 것은 변한 상황이 아니라 변하는 상황 속에서 나는 어디에 어떻게 서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미래나 운명이라는 미지의 세계보다 중요한 것은 미지의 세계를 대하는 나의 자세일 것이다.
때문에 이 책은 《주역》을 논리와 이성의 철학으로 대하고, 세계와 현재를 스스로 사유하기를 권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장 기본적인 지식부터 성실하게 배워나가 얻고자 한 것이 있다면 끝내 얻어내는 ‘행함’을 잃지 말라는 《주역》의 가르침을 전달한다.
용은 이처럼 반대되는 것 사이를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면서 변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건괘에서 용을 등장시킨 이유는 용이 궁즉변을 능수능란하게 행하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뜻이냐면 왕과 대통령이 용이 아니라, 대립쌍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변화하는 사람이 용인 겁니다. 127쪽
지은이 이철
동양 고전을 연구하고 있는 독립연구자이다.
십수 년 동안 《주역》 《시경》 《서경》 《춘추》 《한비자》 《논어》 《장자》 《맹자》 《공자가어》 《사기》 《백서 노자》 《백서 주역》 등 고전을 공부했다. 그중에서도 《주역》을 ‘서로 반대되는 것들이 하나의 쌍, 짝’을 이루고 있다는 ‘대립쌍’의 원리로 파악하여, 《주역》에 대한 일목요연한 이해를 대중들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해 왔다. 공무원 노동운동을 할 때 주경야독 하고, 이후 출판
사에 다니다 쓴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으로 뜻하지 않게 작가의 길로 들어선 이래, 두 번째 저서 《조선의 백과사전을 읽는다》가 문체부가 뽑은 우수출판콘텐츠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 밖에 《가슴에는 논어를, 머리에는 한비자를 담아라》 《논어 암송》 《맞얽힘: 맞선 둘은 하나다》 등의 저술이 있다.
이메일: commple@naver.com
책 속으로
효나 괘를 신비롭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니 신비로운 것이지, 알면 신비로울 것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하면서 나온 밝음[양]과 어둠[음], 짝수와 홀수, 양효와 음효는 모두 서로 반대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주역》에서 서로 반대되는 것들로 만들어진 단어와 기호를 사용하는 이유는 서로 반대되는 것들이 있어야 사물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46쪽
효의 위치는 효가 괘 안에서 어느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 초初, 이, 삼, 사, 오, 상上을 붙입니다. 만물이 아래에서 위로 자라는 것처럼 괘도 아래에서 위로 읽는데, 제일 아래에 있는 효는 ‘초’로 시작합니다. 초는 ‘처음’ ‘시작’이라는 뜻으로, 괘의 시작을 알립니다. 제일 위에 있는 효는 ‘꼭대기’라는 뜻의 ‘상’자를 붙여 읽습니다. 73쪽
익괘 초구는 길하여 재앙이 없습니다. 육이도 길하고, 육삼도 포로를 사로잡았으니 길합니다. 육사도 길하고, 구오는 크게 길합니다. 그런데 마지막 상구에서 궁즉변이 일어납니다. 상구 효사는 적의 공격을 받았는데 내 편이 아무도 없어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니 배신하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흉합니다. 계속 길하고 이롭다가 마지막 상구에서 흉으로 전환하는 궁즉변의 원리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130쪽
공자가 말했다. “글은 말을 다 드러내지 못하고, 말은 뜻을 다 드러내지 못한다. 성인의 뜻은 말과 글로는 다 드러낼 수 없다. 이에 성인이 상象을 세워서 뜻을 드러내었고, 괘를 만들어 참과 거짓을 드러내었다.” 137쪽
《주역》에서 정자는 혼자 쓰이지 않습니다. ‘정’자가 등장하는 대표적인 문장으로는 앞에서도 말한 ‘원형이정’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이정利貞, 정길貞吉, 가정可貞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문장에 포함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정’은 ‘곧다’는 뜻이니 ‘이정’은 ‘곧으니 이롭다’가 되고, ‘정길’은 ‘곧으니 길하다’는 뜻이 됩니다. 187쪽
〈설괘전〉에서 “옛날에 장차 본성과 명命의 이치를 따르게 하고자 성인이 주역을 지었다”는 것은 《주역》을 통해 우리가 중中에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하고 나아가 중을 숭상하는 삶을 살게 하고자 《주역》을 지었다는 뜻입니다. 중을 숭상하는 것, 그것은 우리의 운명입니다. 219쪽
목차
들어가는 말: 신비함을 버리면 철학의 근간이 보인다 5
《주역》 용어 해설 12
1장 8괘와 64괘의 기원과 의미 15
2장 태극기로 이해하는 효와 괘 41
3장 《주역》의 본문, 괘효사 읽는 법 68
4장 각 괘가 지닌 사물의 성질 88
5장 시간과 공간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101
6장 궁극의 순간에 변한다 118
7장 순환하는 우주를 담은 64괘 133
8장 《주역》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 153
9장 점치는 책이 도덕책으로 바뀌다 186
10장 중中을 숭상하다 198
11장 길흉은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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