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는 데도 예의가 필요하다
오래오래 사랑하고 존중하며 사는 법
국내도서 > 인문학 > 노년 에세이
고광애 지음│276쪽│16,800원│153*216│2024년 2월 13일
ISBN 979-11-6689-208-0 03810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나이 든 내가 참 좋다!”
80대에도 멋진 할머니의
오래오래 사랑하고 존중하며 사는 법
이 책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네 삶에 유연함과 유쾌함을 더할 인생 가이드이다. 저자 고광애는 인생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보다 혼자서도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수록 눈치 볼 일도, 자존심 상할 일도 늘어나지만 아닌 척하지 않고 솔직하게 현실을 털어놓았더니 나이 든 이들은 공감하고, 나이 들 이들은 고개를 숙였다. 홀로서기를 잘하자는 다짐으로 쓰기 시작한 일상 이야기가 세대 갈등, 노인문제 등 고질적인 사회적 이슈를 건드리는 예리한 칼날이 되었다.
저자는 마지막까지 배워 성숙하고 싶었다. 혼자라도 영화관을 찾아 새로 개봉한 영화를 보았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그것이 사회와 가족, 나 자신을 위한 배려이자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랑, 독립, 취미 생활 이야기
노인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유쾌함에 유연함까지 더했다!
저자는 1950년대 최초로 《한국일보》 정규 채용에 합격한 여성 기자였다. 하지만 입사 1년 만에 결혼하고 가정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누가 뭐래도 행복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오래가지 않았다. 항상 품에 안겨 있을 것만 같던 세 자식이 떠나고 늙은 엄마와 남편, 셋이 방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여기가 무덤이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때가 고작 50대였다. 이런 모습으로 죽는 날만 기다리겠구나 싶어 노년, 죽음, 철학과 관련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좋은 글귀가 있으면 필사하거나 등사기로 밀어 가족들에게 나눠주었다. 여기에 저자의 한마디가 조금씩 덧붙여져 모인 글이 어느새 5권의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저자는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부터 했다. 처음에는 사회 문제보다는 내 주변 사람들 이야기가 더 궁금했기 때문이다. 가족 모임, 여행 등 3번 이상 ‘간절히’ 초청하는 자리에만 참석하는 저자(30쪽), 의사에게 엄살 많은 수다쟁이 노인으로 찍히고 싶지 않아, 말없이 증상을 적은 쪽지 내밀어 ‘말씀 못 하시는 할아버지’로 오해받는 선배(47쪽), 지하철 일반석 앞에 서 있으면 얼른 자리 내놓으라는 할머니처럼 보일까 봐 출입문 옆에 다소곳이 서 있는 언니(54쪽) 등등.
노인들이 겪는 애로사항에 한번은 웃음을 참고, 그들의 노련함에 다시 한번 미소를 짓게 된다. 노인이라서 배려하고, 노인이라서 피하고, 노인이라서 말을 아꼈던 이들의 모습을 어찌 미워할 수 있을까. 솔직한 그들의 속내를 들을 수 있는 장면들에서는 뒤통수를 크게 맞기도 한다. 시대에 뒤처진 이야기라고, 너무 큰 소리로 말해서 귀가 아프다고, 했던 말 또 한다고 듣기 싫어했던 과거의 내 모습도 덩달아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간다. 혹여 그때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생각이 된다면, 이 책을 통해 그들과 마주 본 채 맘껏 웃고, 맘껏 그리워하고, 고개를 끄덕여 줄 수 있을 것이다.
20년 동안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넷플릭스보다 영화관이 좋은 할머니의
가슴 뛰는 일상 다이어리
저자의 나이가 어느덧 80대 후반으로 향하고 있지만, 새로운 영화와 책 소식에 여전히 가슴이 설렌다. 넷플릭스로 보는 영화는 영화 같지도 않아서 꼭 영화관을 찾는다. 두세 시간 앉아 있기 버거워하는 또래들을 영화관에 억지로 끌고 갈 수 없어 이제는 혼자 다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취미 생활이다.
노인들만 모아놓고 운영해 온 독서 모임 ‘메멘토 모리’도 별 탈 없이 20년을 지켜왔다. 같은 연령대의 노인이라도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 삶을 돌아보게 되고, 거기서부터 또다시 새로운 사유가 출발한다. 이들의 삶의 경력을 무시할 수 없다. 영화를 보고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나면, 집에서는 글을 쓴다. 책 5권을 출간한 만큼 글쓰기는 일상과도 같다.
저자는 “비록 아마추어로서의 지식이나 예술 혹은 기술이더라도 몰두할 수 있는 자기만의 일”(273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가족을 위해, 직업에서 나를 소진하며 살다가 ‘전환기’를 맞아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새로운 노년들에게 전하는 저자의 애정 어린 조언이기도 하다.
저자 역시 약 9년 만에 개정판을 준비하면서 새 글을 쓰고, 지난 글들을 처음부터 훑어보았다. 지나고 보니 부끄러운 생각도 있었고, 지우고 싶은 문장들도 계속 눈에 밟혔다. 새로 쓴 글은 여전히 맘에 안 드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죽음을 앞두고 새로운 물건을 집에 들이지 않겠다는 다짐에, 낡은 노트북을 부여잡고 씨름하느라 진을 빼기도 했다. 그럼에도 저자 고광애는 이 과정 역시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라며 반가워했다.
어른의 잔소리가 아닌
어른들에게 하는 쓴소리
“삶의 태도를 ‘홱’ 바꿔라!”
그리스 속담에 “집안에 노인이 없으면 꿔라도 오라”는 말이 있다. 먼저 산 노인이 뒤에 오는 젊은이들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스마트폰 하나면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도 알 수 있다. 오히려 늙은이들이 젊은이들에게 배울 것투성이다.(94쪽) 이때 자존심이 상한다고 배우지 않고, 고집부리면 안 된다. 배움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노인도 마냥 배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삶의 지혜’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먼저 산 사람의 특권이자 책임 아닐까.
저자는 마지막으로 노인들에게 한 가지 더 제안한다. 바로 ‘회심’이다.(95쪽) 나와 생판 다른 생각이라고 무시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나의 경험만 옳다고 강요해서도 안 되고, 생각을 그대로 말로 뱉어서도 안 된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적용되는 이 규칙이 왜 젊은이들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느냐 이 말이다. 어른들은 “권위나 체면을 버리고 마음을 돌려 먹어” 삶의 태도를 ‘홱’ 바꿔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지켜낸 민주주의 시민의 자격이 아니겠는가.(123쪽)
또한 그렇지 않아도 배울 것이 많은 시대에 “마지막까지 배워 성숙하자”고 말한다.(209쪽) 나이가 많다고 다 배운 것이 아니고, 다 알지 못한다. 내 속에서 낳은 자식 마음도 모르는 게 우리 아닌가. 지금은 배우고자 하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배울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배움이 많아지고 마음이 넓어지면 그만큼 노인들의 발 디딜 곳도 넓어지지 않을까. 나이 든 이들의 노력에 나이 들 이들도 감동하지 않을까. 저자는 이러한 변화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참하기를 바라며, 지금도 ‘홀로서기’와 ‘더불어 살기’ 위해 분투 중이다.
지은이 고광애
1950년대 당시 여성 기자 최초로《 한국일보》에 정규 채용되었다. 입사 후 1년 만에 결혼한 후 줄곧 어머니와 남편, 그리고 2남 1녀를 뒷바라지하며 살았다. 50세에 노년 공부를 시작한 후 써 온 글을 영화감독인 둘째 아들 임상수가 ‘발굴’해 출판을 주선한 책이 인기를 모았다. 이를 계기로 방송, 출판에서 노인문제 전문가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아름다운 노년을 위하여》 이후 꾸준히 글을 써 《실버들을 위한 유쾌한 수다》《 마흔과 일흔이 함께 쓰는 인생노트》(공저) 《나의 아름다운 죽음을 위하여》를 출간했으며, 예리한 문제의식을 소탈하고 유쾌하게 담아내 남녀노소의 공감을 얻었다.
20년 동안 운영한 독서 모임 ‘메멘토 모리’에서 발표한 발제문을 책으로 엮어 펴내며 은퇴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독서와 칼럼 쓰기를 쉬지 않고, 혼자서라도 영화관을 찾아 영화를 봐야 하는 80대 대표 시네필이다.
책 속으로
인류 역사 이래 최초로 100년 하고도 몇십 년을 더 살아내야 할 이들이 맞이할 새로운 삶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얘네들, 다 산 늙은이들에게 한가로이 지적질이나 하고 있기에는 너무 너무 급박한 세대다. 중심세대로써 누렸던 황금시절은 머잖아 지나가 버릴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에 많은 노인들이 하던 대로 풀 죽어서 무위도식을 한다거나 가진 걸 야금야금 먹어 들어가는 메뚜기 떼처럼 살 수는 없잖은가. 38쪽
요즘은 낮에는 외려 일반석이 비어 있을 때가 있다. 그쪽에 가서 앉아 있다가도 젊은이가 앞에 서면, 우리 언니는 마치 젊은이의 권리라도 뺏은 듯 미안해한다. 그럼, 서 있으면 된다? 아니다. 일반석의 젊은이들 앞에 서 있자면, 마치 “너, 내게 자리양보 안 할 거냐?”라고 유세하는 것 같아서 싫단다. 이런 형편이니, 지하철 안에서 우리 언니는 출입문 옆에 다소곳이 서 있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 54쪽
호기심도 호기심 나름이다. 우리 노년들의 호기심은 소위 지적인 호기심과는 상관이 없다. 다 자라서 하나의 인격체가 된 자식들에 대한 지나친 관심일 뿐이다. 지나친 관심은 우리를, 우리 노년들을 너저분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너저분한 호기심에 찬 우리네들과 말을 섞고 싶어 하지 않는 젊은이들이었고 우리네 자식들이었을 뿐인 거다. 98쪽
나도 이 나이에 거창한 미래의 청사진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다. 그저 또래 친구들과 그리고 모교 사이트에서 알게 된 후배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고 그리고 공연 관람하는 그런 재미를 즐길 따름이다. 과거 얘기는 안 한다. 어제? 어제도 과거는 과거다. 과거, 추억 그런 데 빠져 있다 보면, 80여 년간 쌓인 얘기가 끝이 없게 된다. 먼지 풀풀 나는 그 얘기를 뉘라서, 더구나 젊은이들이 좋아하겠는가. 114쪽
“이쁘다” “아름답다”에서 50이 지나고 60을 넘어가면서 듣는 말은 “고우시다”이다. 그리고 여기에 꼭 부연해서 하는 말인즉슨 “젊어서는 참 예쁘셨겠네요”다. 그럼, 지금은? 곱다는 소리를 듣기까지 난 늙어 가면서도 쉬운 말로 모양을 좀 내려 노력하는 편이다. 화장도 옷차림도 젊었을 적보다 엄청 정성을 들이고 공을 들인 덕분에 듣는 소리려니 했다. 그런데, 이런 정성도 시효가 다 됐나 보다. 그러기에 만나는 젊은이들 마다 약속이나 한 듯이 “정정하다”고 하니, 원~.
생각해 보면, ‘정정하다’는 형용사를 듣던 그때가 행복했구나 할 때가 앞으로 다가올 것은 명약관화하다. “에이구, 아직 숨을 쉬시네~”라는 소리를 들을 날도 분명 있을 터이니. 208쪽
지금처럼 나 홀로 내 방에서 지내는 지금이 나는 행복하다. 그러고 보니 저녁을 안 먹었네. 느지막이 먹은 솥밥과 팥빵 반 조각으로 저녁은 생략. 언젠지도 모르게 깊이 한잠 자고 깜작 깨어 보니 새벽 3시 반. 문밖을 나가 보니 신문이 나란히. 그것도 3개 신문을 훑어보고 나니 배가 고프다. ‘아, 어제저녁을 안 먹었구나’ 깨닫고 조심성 하나도 없이 덜그럭거려 가며 부산히 아침밥상을 내왔다. 새벽 4시에 아침을 먹으면서 젊은 애들과 함께 살았다면 이 새벽에 저 노인은 무엇을 하는가? 라고 했겠지. 241쪽
저들이 말을 안 들으면 어쩌나. 그때는 할 수 없이 ‘무식한 나이의 유리벽’이란 놈을 무시해 가며 살아갈 배짱을 우리 노년들은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야 이래저래 정신 차려 노년기를 잘 살아내야 저들, 젊은 저들에게 본(本)을 보일 수 있으리라. 저들이 알아서 스스로 나이의 벽을 깨기까지. 257쪽
목차
내게도 인생의 전환기가 아직 더 남았다 • 5
1 나이가 벼슬이기는커녕
“할아버지” “할머니” 소리 마땅찮다 • 17
니들도 나이 들어 봐라 • 20
누굴 위한 건강관린데 • 24
‘삼고초려’에만 응하기로 • 27
우린 다 살았다마는 • 31
너흰 모두 미생이야 • 37
노년의 ‘유리벽’을 폐하라 • 43
우리를 슬프게 하는 편견 선입견 • 47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았으면 • 50
맘만 불편한 지하철 노인석 • 53
‘노인공화국’은 바라지도 않지만 • 57
서둘러야 할 ‘나이 상관 않는 사회’ • 63
2 나이 들며 알아야 할 것들
‘효심 총량 불변의 법칙’ • 69
같이 늙는 남녀, 각기 다른 처지 • 73
치사랑 내리사랑 그리고 옛 사랑 • 76
남정네들이여, 동료애를 발휘하라 • 79
‘노후 준비 1호’는 홀로 서기 훈련 • 83
자식네와 따로 또 같이 살기 • 88
권위는 버리고 마음은 비우고 • 93
호기심을 업그레이드 하자 • 97
배움에 늦은 때는 없다 • 100
독서 중에 울리는 ‘까꿍’ • 104
‘돌아가는 삼각지’는 알아야 • 109
젊은이들이 싫어하는 말버릇 세 가지 • 113
노부부의 진정한 사랑법 • 117
생각이 다르다고 미워하지 말자 • 122
3 빛 나는 황혼을 위하여
내 집에서 나이 들기 • 129
장수를 축복으로 만들려면 • 133
만병을 막는 건강법은 없다 • 137
떠날 때까지 차곡차곡, 차근차근 • 141
건강염려증은 병, 건강무심증은 무례 • 145
‘장수에 효자 없는 시대’를 살아내기 • 149
건강한 장수는 자기 하기 나름 • 153
건강 챙기는 데 눈치 볼 일 있나 • 157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생각한다 • 161
‘넘어지는 기술’ 덕을 보다니 • 165
몸에 맞춰 생활도 바꿔야 • 169
4 여유로운 노년을 위하여
돈 모으기보다 사람 가꾸기를 • 175
공부하기 딱 좋은 때, ‘제2의 청춘기’ • 180
지갑이 얇아도 즐기는 여유 • 184
기대수명은 넉넉히 잡아야 • 188
용돈 주기, 용돈 받기 • 192
칭찬과 공짜에 홀려 깨춤 추다가는 • 196
탈 없이, 아름답게 유산 남기기 • 201
5 깔끔한 마무리를 위하여
떠나는 순간까지 성숙을 향해 • 207
즐길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 210
바로 지금, 여기를 즐기자 • 214
피할 수 없는 슬픈 ‘줄서기’ • 218
“나 죽거들랑” 이후는 없지만 • 222
삶은 즐겁게! 임종은 깔끔하게! • 227
‘젖은 낙엽’을 붙인 채 다니는 아내들에게 • 231
6 차마 하기 힘든 말
혼자 사는 즐거움 • 237
효도는 ‘요금’도 ‘세금’도 아닌 것을 • 242
노인 배려도 세대교체도 정도껏 • 247
마흔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지라는데 • 251
늙었어도 예쁘고 싶은 마음은 있다 • 255
사랑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 258
나이 든 내가 나는 참 좋다 1 • 262
나이 든 내가 나는 참 좋다 2 • 266
모두 나이 든다, 누구나 혼자이다 • 270
▼도서 자료 다운로드▼
나이 드는 데도 예의가 필요하다
오래오래 사랑하고 존중하며 사는 법
국내도서 > 인문학 > 노년 에세이
고광애 지음│276쪽│16,800원│153*216│2024년 2월 13일
ISBN 979-11-6689-208-0 03810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나이 든 내가 참 좋다!”
80대에도 멋진 할머니의
오래오래 사랑하고 존중하며 사는 법
이 책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네 삶에 유연함과 유쾌함을 더할 인생 가이드이다. 저자 고광애는 인생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보다 혼자서도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수록 눈치 볼 일도, 자존심 상할 일도 늘어나지만 아닌 척하지 않고 솔직하게 현실을 털어놓았더니 나이 든 이들은 공감하고, 나이 들 이들은 고개를 숙였다. 홀로서기를 잘하자는 다짐으로 쓰기 시작한 일상 이야기가 세대 갈등, 노인문제 등 고질적인 사회적 이슈를 건드리는 예리한 칼날이 되었다.
저자는 마지막까지 배워 성숙하고 싶었다. 혼자라도 영화관을 찾아 새로 개봉한 영화를 보았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그것이 사회와 가족, 나 자신을 위한 배려이자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랑, 독립, 취미 생활 이야기
노인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유쾌함에 유연함까지 더했다!
저자는 1950년대 최초로 《한국일보》 정규 채용에 합격한 여성 기자였다. 하지만 입사 1년 만에 결혼하고 가정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누가 뭐래도 행복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오래가지 않았다. 항상 품에 안겨 있을 것만 같던 세 자식이 떠나고 늙은 엄마와 남편, 셋이 방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여기가 무덤이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때가 고작 50대였다. 이런 모습으로 죽는 날만 기다리겠구나 싶어 노년, 죽음, 철학과 관련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좋은 글귀가 있으면 필사하거나 등사기로 밀어 가족들에게 나눠주었다. 여기에 저자의 한마디가 조금씩 덧붙여져 모인 글이 어느새 5권의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저자는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부터 했다. 처음에는 사회 문제보다는 내 주변 사람들 이야기가 더 궁금했기 때문이다. 가족 모임, 여행 등 3번 이상 ‘간절히’ 초청하는 자리에만 참석하는 저자(30쪽), 의사에게 엄살 많은 수다쟁이 노인으로 찍히고 싶지 않아, 말없이 증상을 적은 쪽지 내밀어 ‘말씀 못 하시는 할아버지’로 오해받는 선배(47쪽), 지하철 일반석 앞에 서 있으면 얼른 자리 내놓으라는 할머니처럼 보일까 봐 출입문 옆에 다소곳이 서 있는 언니(54쪽) 등등.
노인들이 겪는 애로사항에 한번은 웃음을 참고, 그들의 노련함에 다시 한번 미소를 짓게 된다. 노인이라서 배려하고, 노인이라서 피하고, 노인이라서 말을 아꼈던 이들의 모습을 어찌 미워할 수 있을까. 솔직한 그들의 속내를 들을 수 있는 장면들에서는 뒤통수를 크게 맞기도 한다. 시대에 뒤처진 이야기라고, 너무 큰 소리로 말해서 귀가 아프다고, 했던 말 또 한다고 듣기 싫어했던 과거의 내 모습도 덩달아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간다. 혹여 그때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생각이 된다면, 이 책을 통해 그들과 마주 본 채 맘껏 웃고, 맘껏 그리워하고, 고개를 끄덕여 줄 수 있을 것이다.
20년 동안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넷플릭스보다 영화관이 좋은 할머니의
가슴 뛰는 일상 다이어리
저자의 나이가 어느덧 80대 후반으로 향하고 있지만, 새로운 영화와 책 소식에 여전히 가슴이 설렌다. 넷플릭스로 보는 영화는 영화 같지도 않아서 꼭 영화관을 찾는다. 두세 시간 앉아 있기 버거워하는 또래들을 영화관에 억지로 끌고 갈 수 없어 이제는 혼자 다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취미 생활이다.
노인들만 모아놓고 운영해 온 독서 모임 ‘메멘토 모리’도 별 탈 없이 20년을 지켜왔다. 같은 연령대의 노인이라도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 삶을 돌아보게 되고, 거기서부터 또다시 새로운 사유가 출발한다. 이들의 삶의 경력을 무시할 수 없다. 영화를 보고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나면, 집에서는 글을 쓴다. 책 5권을 출간한 만큼 글쓰기는 일상과도 같다.
저자는 “비록 아마추어로서의 지식이나 예술 혹은 기술이더라도 몰두할 수 있는 자기만의 일”(273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가족을 위해, 직업에서 나를 소진하며 살다가 ‘전환기’를 맞아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새로운 노년들에게 전하는 저자의 애정 어린 조언이기도 하다.
저자 역시 약 9년 만에 개정판을 준비하면서 새 글을 쓰고, 지난 글들을 처음부터 훑어보았다. 지나고 보니 부끄러운 생각도 있었고, 지우고 싶은 문장들도 계속 눈에 밟혔다. 새로 쓴 글은 여전히 맘에 안 드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죽음을 앞두고 새로운 물건을 집에 들이지 않겠다는 다짐에, 낡은 노트북을 부여잡고 씨름하느라 진을 빼기도 했다. 그럼에도 저자 고광애는 이 과정 역시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라며 반가워했다.
어른의 잔소리가 아닌
어른들에게 하는 쓴소리
“삶의 태도를 ‘홱’ 바꿔라!”
그리스 속담에 “집안에 노인이 없으면 꿔라도 오라”는 말이 있다. 먼저 산 노인이 뒤에 오는 젊은이들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스마트폰 하나면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도 알 수 있다. 오히려 늙은이들이 젊은이들에게 배울 것투성이다.(94쪽) 이때 자존심이 상한다고 배우지 않고, 고집부리면 안 된다. 배움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노인도 마냥 배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삶의 지혜’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먼저 산 사람의 특권이자 책임 아닐까.
저자는 마지막으로 노인들에게 한 가지 더 제안한다. 바로 ‘회심’이다.(95쪽) 나와 생판 다른 생각이라고 무시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나의 경험만 옳다고 강요해서도 안 되고, 생각을 그대로 말로 뱉어서도 안 된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적용되는 이 규칙이 왜 젊은이들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느냐 이 말이다. 어른들은 “권위나 체면을 버리고 마음을 돌려 먹어” 삶의 태도를 ‘홱’ 바꿔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지켜낸 민주주의 시민의 자격이 아니겠는가.(123쪽)
또한 그렇지 않아도 배울 것이 많은 시대에 “마지막까지 배워 성숙하자”고 말한다.(209쪽) 나이가 많다고 다 배운 것이 아니고, 다 알지 못한다. 내 속에서 낳은 자식 마음도 모르는 게 우리 아닌가. 지금은 배우고자 하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배울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배움이 많아지고 마음이 넓어지면 그만큼 노인들의 발 디딜 곳도 넓어지지 않을까. 나이 든 이들의 노력에 나이 들 이들도 감동하지 않을까. 저자는 이러한 변화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참하기를 바라며, 지금도 ‘홀로서기’와 ‘더불어 살기’ 위해 분투 중이다.
지은이 고광애
1950년대 당시 여성 기자 최초로《 한국일보》에 정규 채용되었다. 입사 후 1년 만에 결혼한 후 줄곧 어머니와 남편, 그리고 2남 1녀를 뒷바라지하며 살았다. 50세에 노년 공부를 시작한 후 써 온 글을 영화감독인 둘째 아들 임상수가 ‘발굴’해 출판을 주선한 책이 인기를 모았다. 이를 계기로 방송, 출판에서 노인문제 전문가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아름다운 노년을 위하여》 이후 꾸준히 글을 써 《실버들을 위한 유쾌한 수다》《 마흔과 일흔이 함께 쓰는 인생노트》(공저) 《나의 아름다운 죽음을 위하여》를 출간했으며, 예리한 문제의식을 소탈하고 유쾌하게 담아내 남녀노소의 공감을 얻었다.
20년 동안 운영한 독서 모임 ‘메멘토 모리’에서 발표한 발제문을 책으로 엮어 펴내며 은퇴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독서와 칼럼 쓰기를 쉬지 않고, 혼자서라도 영화관을 찾아 영화를 봐야 하는 80대 대표 시네필이다.
책 속으로
인류 역사 이래 최초로 100년 하고도 몇십 년을 더 살아내야 할 이들이 맞이할 새로운 삶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얘네들, 다 산 늙은이들에게 한가로이 지적질이나 하고 있기에는 너무 너무 급박한 세대다. 중심세대로써 누렸던 황금시절은 머잖아 지나가 버릴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에 많은 노인들이 하던 대로 풀 죽어서 무위도식을 한다거나 가진 걸 야금야금 먹어 들어가는 메뚜기 떼처럼 살 수는 없잖은가. 38쪽
요즘은 낮에는 외려 일반석이 비어 있을 때가 있다. 그쪽에 가서 앉아 있다가도 젊은이가 앞에 서면, 우리 언니는 마치 젊은이의 권리라도 뺏은 듯 미안해한다. 그럼, 서 있으면 된다? 아니다. 일반석의 젊은이들 앞에 서 있자면, 마치 “너, 내게 자리양보 안 할 거냐?”라고 유세하는 것 같아서 싫단다. 이런 형편이니, 지하철 안에서 우리 언니는 출입문 옆에 다소곳이 서 있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 54쪽
호기심도 호기심 나름이다. 우리 노년들의 호기심은 소위 지적인 호기심과는 상관이 없다. 다 자라서 하나의 인격체가 된 자식들에 대한 지나친 관심일 뿐이다. 지나친 관심은 우리를, 우리 노년들을 너저분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너저분한 호기심에 찬 우리네들과 말을 섞고 싶어 하지 않는 젊은이들이었고 우리네 자식들이었을 뿐인 거다. 98쪽
나도 이 나이에 거창한 미래의 청사진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다. 그저 또래 친구들과 그리고 모교 사이트에서 알게 된 후배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고 그리고 공연 관람하는 그런 재미를 즐길 따름이다. 과거 얘기는 안 한다. 어제? 어제도 과거는 과거다. 과거, 추억 그런 데 빠져 있다 보면, 80여 년간 쌓인 얘기가 끝이 없게 된다. 먼지 풀풀 나는 그 얘기를 뉘라서, 더구나 젊은이들이 좋아하겠는가. 114쪽
“이쁘다” “아름답다”에서 50이 지나고 60을 넘어가면서 듣는 말은 “고우시다”이다. 그리고 여기에 꼭 부연해서 하는 말인즉슨 “젊어서는 참 예쁘셨겠네요”다. 그럼, 지금은? 곱다는 소리를 듣기까지 난 늙어 가면서도 쉬운 말로 모양을 좀 내려 노력하는 편이다. 화장도 옷차림도 젊었을 적보다 엄청 정성을 들이고 공을 들인 덕분에 듣는 소리려니 했다. 그런데, 이런 정성도 시효가 다 됐나 보다. 그러기에 만나는 젊은이들 마다 약속이나 한 듯이 “정정하다”고 하니, 원~.
생각해 보면, ‘정정하다’는 형용사를 듣던 그때가 행복했구나 할 때가 앞으로 다가올 것은 명약관화하다. “에이구, 아직 숨을 쉬시네~”라는 소리를 들을 날도 분명 있을 터이니. 208쪽
지금처럼 나 홀로 내 방에서 지내는 지금이 나는 행복하다. 그러고 보니 저녁을 안 먹었네. 느지막이 먹은 솥밥과 팥빵 반 조각으로 저녁은 생략. 언젠지도 모르게 깊이 한잠 자고 깜작 깨어 보니 새벽 3시 반. 문밖을 나가 보니 신문이 나란히. 그것도 3개 신문을 훑어보고 나니 배가 고프다. ‘아, 어제저녁을 안 먹었구나’ 깨닫고 조심성 하나도 없이 덜그럭거려 가며 부산히 아침밥상을 내왔다. 새벽 4시에 아침을 먹으면서 젊은 애들과 함께 살았다면 이 새벽에 저 노인은 무엇을 하는가? 라고 했겠지. 241쪽
저들이 말을 안 들으면 어쩌나. 그때는 할 수 없이 ‘무식한 나이의 유리벽’이란 놈을 무시해 가며 살아갈 배짱을 우리 노년들은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야 이래저래 정신 차려 노년기를 잘 살아내야 저들, 젊은 저들에게 본(本)을 보일 수 있으리라. 저들이 알아서 스스로 나이의 벽을 깨기까지. 257쪽
목차
내게도 인생의 전환기가 아직 더 남았다 • 5
1 나이가 벼슬이기는커녕
“할아버지” “할머니” 소리 마땅찮다 • 17
니들도 나이 들어 봐라 • 20
누굴 위한 건강관린데 • 24
‘삼고초려’에만 응하기로 • 27
우린 다 살았다마는 • 31
너흰 모두 미생이야 • 37
노년의 ‘유리벽’을 폐하라 • 43
우리를 슬프게 하는 편견 선입견 • 47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았으면 • 50
맘만 불편한 지하철 노인석 • 53
‘노인공화국’은 바라지도 않지만 • 57
서둘러야 할 ‘나이 상관 않는 사회’ • 63
2 나이 들며 알아야 할 것들
‘효심 총량 불변의 법칙’ • 69
같이 늙는 남녀, 각기 다른 처지 • 73
치사랑 내리사랑 그리고 옛 사랑 • 76
남정네들이여, 동료애를 발휘하라 • 79
‘노후 준비 1호’는 홀로 서기 훈련 • 83
자식네와 따로 또 같이 살기 • 88
권위는 버리고 마음은 비우고 • 93
호기심을 업그레이드 하자 • 97
배움에 늦은 때는 없다 • 100
독서 중에 울리는 ‘까꿍’ • 104
‘돌아가는 삼각지’는 알아야 • 109
젊은이들이 싫어하는 말버릇 세 가지 • 113
노부부의 진정한 사랑법 • 117
생각이 다르다고 미워하지 말자 • 122
3 빛 나는 황혼을 위하여
내 집에서 나이 들기 • 129
장수를 축복으로 만들려면 • 133
만병을 막는 건강법은 없다 • 137
떠날 때까지 차곡차곡, 차근차근 • 141
건강염려증은 병, 건강무심증은 무례 • 145
‘장수에 효자 없는 시대’를 살아내기 • 149
건강한 장수는 자기 하기 나름 • 153
건강 챙기는 데 눈치 볼 일 있나 • 157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생각한다 • 161
‘넘어지는 기술’ 덕을 보다니 • 165
몸에 맞춰 생활도 바꿔야 • 169
4 여유로운 노년을 위하여
돈 모으기보다 사람 가꾸기를 • 175
공부하기 딱 좋은 때, ‘제2의 청춘기’ • 180
지갑이 얇아도 즐기는 여유 • 184
기대수명은 넉넉히 잡아야 • 188
용돈 주기, 용돈 받기 • 192
칭찬과 공짜에 홀려 깨춤 추다가는 • 196
탈 없이, 아름답게 유산 남기기 • 201
5 깔끔한 마무리를 위하여
떠나는 순간까지 성숙을 향해 • 207
즐길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 210
바로 지금, 여기를 즐기자 • 214
피할 수 없는 슬픈 ‘줄서기’ • 218
“나 죽거들랑” 이후는 없지만 • 222
삶은 즐겁게! 임종은 깔끔하게! • 227
‘젖은 낙엽’을 붙인 채 다니는 아내들에게 • 231
6 차마 하기 힘든 말
혼자 사는 즐거움 • 237
효도는 ‘요금’도 ‘세금’도 아닌 것을 • 242
노인 배려도 세대교체도 정도껏 • 247
마흔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지라는데 • 251
늙었어도 예쁘고 싶은 마음은 있다 • 255
사랑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 258
나이 든 내가 나는 참 좋다 1 • 262
나이 든 내가 나는 참 좋다 2 • 266
모두 나이 든다, 누구나 혼자이다 • 270
▼도서 자료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