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과학세상은 왜 다른 모습이 아니라 이런 모습일까?

세상은 왜 다른 모습이 아니라 이런 모습일까?

김범준 지음

과학 > 물리학 > 물리학 일반

과학 > 기초과학/교양과학

 

216쪽 | 16,800원 | 판형 138*214mm | 2023년 12월 26일 발행 | ISBN 979-11-6689-195-3 0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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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라도 달랐다면 세상은 바뀌었을 것이다”

우주의 수가 한 치라도 달랐다면?

존재의 이유를 찾는 흥미진진한 사고 실험

세상은 왜 다른 모습이 아니라 바로 이런 모습일까? 왜 우리가 살기 좋게 되어 있을까? 과학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신이 아니라 우주를 만든 보편적인 수, 즉 상수에서 찾는다. 상수가 어떻게? 이를 위해 김범준은 거꾸로 시작한다. 바로 우주를 구성하는 상수가 한 치라도 달랐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상상하는 사고 실험을 펼치는 것. 만약 빛의 속도가 내가 걷는 속도, 즉 시속 5km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중력 상수가 100배나 크다면? 플랑크 상수가 관찰 가능한 거시적인 크기라면? 볼츠만 상수가 10배가 된다면?

광속이 시속 5km라면 이것은 역시나 우주의 모든 존재가 따라야 할 엄격한 제한 조건이어서 내가 시속 5km에 다가갈수록 나의 질량은 무한대가 되고 내가 걷는 방향에서 나를 향해 정면으로 도달하는 광자(빛알)가 늘어나 마치 서치라이트를 비춘 것처럼 내 눈앞이 엄청 밝아보인다. 특수상대성이론을 떠올리면 더 기막힌 일이 일어난다. 부모님이 출근하면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에게 일하는 시간 8시간은 일주일이 될 것이다. 친구와 아침 8시에 만나자고 약속하고 약속 장소에 도착하면 친구는 한참을 기다려야 올 것이다. 내 시계와 친구 시계가 가리키는 시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빛의 속도가 느린 세상에서는 언제, 어디서 만나자고 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그곳을 향해 얼마의 속도로 가야 하는지도 약속해야 한다.

상수가 한 치라도 달라지면 이런 기상천외한 일이 마구 벌어진다. 중력 상수가 100배가 되면 모든 생명체는 바닥에 펼쳐진 부침개 모양이 되고 플랑크 상수가 거시적인 값이 되면 축구공은 파동으로 날아오고 공을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양자역학의 확률로 결정된다. 초능력자처럼 벽을 스르륵 통과하는 일도 가능하다.

그렇다.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존재의 이유를 찾는 놀라운 이성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상수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 값이기 때문이다. 우주의 작은 점인 이 지구에서 태어나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사랑할 수 있는 이유가 말이다. 정말 상수가 그 값인 것이 다행일 지경이다. “중력 상수가 100배가 되면 지구의 중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 속도는 10배가 된다. 화학적인 에너지를 주로 이용하는 로켓을 지구 밖으로 발사하기도 어려워진다. 인간이 만든 비행기도 지금 모습대로면 공중을 날기 어렵다. 더 커진 추진력과 더 넓은 날개를 가진 모습이어야 날 수 있다. 지구의 대기 조성도 바뀐다. 현재 지구의 대기에 수소와 헬륨 같은 원소가 극히 드물게 존재하는 이유는 가벼운 원소의 열운동으로 인한 속력이 무척 커서 지구의 중력이 가벼운 원소를 대기 안에 머금고 있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력 상수가 훨씬 큰 세상이라면 ‘중력 상수가 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고민하는 우리도 이곳에 없다.”(53~54쪽)

저자 김범준의 이런 사고 실험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한 과학적 탐구의 방법일 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우연성을 우주의 필연성과 연관 짓는 철학적 사유이다.

 

영원하고 보편적인 것을 향한 인간의 갈망

세상을 만든 자연 법칙과 상수 찾기

인간이 이성적 존재인 이유는 세상의 기원과 자기 존재의 이유를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원한 우주의 생성을 이해함으로써 생의 덧없음을 견디고 영원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닿으려고 한다. 그때 고대의 자연철학자부터 오늘날의 과학자를 사로잡은 것은 우주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된 것만 같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발견한 법칙과 특정한 값은 규칙적이고 보편적이며 우주 어디에서나 동일했다. 과학자들은 깨달았다. 세상이 다른 모습이 아니라 바로 이런 모습이고 우리가 여기에 존재하며 우주를 이해하려는 이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특별한 값, 상수 때문임을 말이다.

어떤 측면에서 과학의 역사는 상수를 더 정확하게 결정하는 역사라고도 볼 수 있다. 17세기의 뢰머는 목성의 위성 이오의 공전 주기가 언제 측정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이 빛의 속도가 유한하기 때문이라는 합리적인 예측을 하고 그 속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시도를 했다. 지구의 공전 궤도 반지름과 이오의 공전 주기의 차이를 이용해 뢰머가 구한 빛의 속도는 약 20만 km/s로 현재 하는 값과 근접하다. 그 이후 빛의 속도를 더 정확하게 구하려는 수많은 노력이 이어졌고 과학자들은 빛이 진공에서 299 792 458 m/s로 이동한다고 합의했다. 이 빛의 속도 c는 세상을 이해하는 물리학의 여러 혁신적인 사고의 토대가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다. 빛의 속도는 누구에게나 동일하다는 가정으로 전개되는 특수상대성이론은 내가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는 결론으로 시간에 대한 인간의 통속적 관념을 근본부터 바꿔버렸다.

그렇기에 상수를 정하는 과학적 탐구는 곧 세상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과 같다. 중력 상수, 플랑크 상수, 볼츠만 상수, 전하량 상수, 원주율, 보어 반지름, 보어 마그네톤, 파이겐바움 상수 등 물리학의 핵심적인 상수들은 필멸하는 보잘것없는 존재인 우리가 우주를 이하게 만들었다. “물리학이 우주 어디에서나 같기 때문에 우리는 우주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의 이해 불가능한 이해 가능성은 물리학이 우주 어디서나 같기 때문입니다.”(12쪽)

 

인간이 창조한 우주적 보편성

상수로 만드는 단위의 세계

정확한 상수를 찾는 것은 또한 서로 다른 것을 공통의 기준으로 비교해볼 수 있게 하는 단위의 보편성을 창조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이제 너무나 자연스럽지만 사실 저자의 표현대로 “길고 짧은 것을 대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과 당신이 생각하는 기준이 일치하기가 어렵고, 서울의 롯데월드타워의 길이를 재려고 평양의 류경호텔을 뽑아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과학적 탐구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의 편리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단위의 통일은 상수 덕분에 가능했다. 다시 말하면 단위의 역사도 상수의 역사처럼 좌충우돌이었다. 거리를 예로 들면 처음에는 원시적으로 발의 크기를 기준으로 삼는 피트가 있었다. 그러다가 지구의 크기를 활용하여 1 m에 해당하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금속 막대를 만들어 대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 금속 막대는 편리함 덕분에 국제적 표준이 되었지만 아무리 단단한 금속이어도 물체의 길이는 미세하게 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빛이 진공에서 정확히 1/299 792 458 s 동안 진행한 거리를 1 m로 하자는 제안이다. 빛의 속도는 우주 어디에서나 동일하므로 양자역학을 아는 외계인도 이해하는 진정한 보편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가 있다. 1 s(초)는 또 어떻게 정할까? 이 역시 외계인에게도 설명할 수 있는 양자역학적 방식을 이용한다.

저자 김범준은 시간, 거리, 질량, 온도, 압력 등 우리가 공기처럼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보편 단위의 역사를 추적한다. 더 나아가 이 단위들이 진정으로 보편성을 획득한 것은 우주 어디서나 같은 법칙, 상수를 이용해서였음을 보여준다. “과학에서 단위의 발전사는 바로 물리학의 보편 상수를 우리가 더 정확히 측정한 역사”(12쪽)이다.

단위의 보편성은 그 의미가 깊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천부적인 권리 같은 보편 인권의 추구와 보편 단위는 그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세상의 일이 제대로 돌아가고 우리 인류가 후손의 복지와 지구의 지속성을 고민하는 것이 가능한 것도 비교 가능한 단위 덕분이다. 질량과 부피를 재고 기온을 측정하는 단위 없이 어떻게 정확성과 지속 가능성을 말하겠는가. 단위는 곧 인간 삶이다.


지은이 김범준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초전도 배열에 대한 이론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물리학자의 눈으로 본 세상사와 사람 이야기에 관한 다수의 책과 칼럼을 썼다. 한국출판문화상(2015)을 받은 《세상물정의 물리학》외에도《관계의 과학》《김범준 선생님이 들려주는 빅데이터와 물리학》《내가 누구인지 뉴턴에게 물었다》《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김범준의 과학 상자》《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등을 썼다.《한국 스켑틱》등의 매체에 칼럼을 연재하고〈어쩌다 어른>〈책 읽어드립니다〉같은 방송에 출연했으며 현재 유튜브 채널 <범준에 물리다>를 운영하며 과학의 즐거움을 알리는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작디작은 티끌 같은 인간이 과학이라는 도구로 광막한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에 경외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특히 오늘날 우리 우주를 바로 이런 모습으로 만든 물리학의 상수들을 연구하며 보편성과 영원에 대해 사유하게 됐다. 과학은 세상의 중심이 인간이 아니라는 교훈을 주지만 우주 어디에서나 같은 값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평범하고 외로운 인간에게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보편적인 진리를 향한 열정을 독자의 마음에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책 속으로

우리 사는 세상이 저런 모습이 아니라 바로 이런 모습인 이유는 물리학의 상수가 딱 이 값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저도, 그리고 당신도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든 존재의 근원에는 물리학의 자연 법칙과 보편 상수가 있습니다. 물리학이 우주 어디에서나 같기 때문에 우리는 우주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의 이해 불가능한 이해 가능성은 물리학이 우주 어디서나 같기 때문입니다.

/ 들어가는 말 10쪽

 

항상 약속을 칼같이 지키는 친구와 아침 8시에 만나자고 약속하고 내가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본 시계가 8시 정각을 가리키는데 아직 친구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내 시계로 9시에 도착한 친구가 보여준 친구 시계는 8시를 가리킨다. 그러니까 빛의 속도가 느린 세상에서 언제 어디서 만나자고 약속을 정하려면 그곳을 향해 도대체 얼마의 속도로 가야 하는지도 함께 약속해야 한다.

빛의 속도가 빠른 세상, 아니 빛의 속도보다 우리가 무척 느리게 움직이는 지금 세상이 아무래도 우리에게는 무척 편리한 세상이다. 약속 시간을 정하기도 쉽고 매일 어딘가를 움직여도 우리 모두에게 시간의 흐름이 같은 지금 세상이 난 더 좋다.

/ 1장 빛의 속도가 내가 가는 속도와 같다면 28~29쪽

 

중력은 당기기만 할 뿐 밀어내지는 않는다. 전자기력은 중력보다 크지만 많은 전하가 들어 있는 커다란 물체의 경우에는 서로 미는 힘과 당기는 힘이 더해지고 빼져서 전체 전자기력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중력은 많은 물질이 모이고 모여 커다란 물체가 되면 더해지기만 해서 그 크기가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 지구 주위를 도는 달의 궤도에 전자기력은 거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우리는 중력만을 이용해서 달의 운동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다.

우주를 이루는 큰 물체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중력만 생각하면 된다. 티끌 모아 태산이 되듯 중력은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 중력은 약하지만 큰 힘이다.

/ 2장 중력이 100배나 큰 세상에서 우리는 45쪽

 

숭늉은 따뜻하게, 식혜는 차갑게 마셔야 제맛이다. 입을 대보면 뜨거움이나 차가움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분명한 차이라도 ‘온도ʼ라 불리는 정량적인 숫자의 형태로 표현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과학철학자 장하석 교수의 《온도계의 철학》이라는 책에는 온도를 표준화하기 위한 수많은 과학자의 고군분투가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1 m의 길이는 이만큼이다ʼ라는 표준적인 약속이 있어야 서로 다른 길이를 비교할 수 있듯이 온도도 마찬가지로 어떤 약속이 필요했다.

돌이켜 보면 흥미로운 제안이 많았다. 버터의 녹는점, 여름철 가장 더운 날의 기온, 혹은 프랑스 파리 관측소 지하실의 온도 등이 제안됐다. 심지어는 손을 넣고 견딜 수 있는 가장 뜨거운 물의 온도를 기준으로 사용하자는 엽기적인 제안도 있었다. 모든 물리학자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뉴턴조차도 사람의 피의 온도라는, 지금 보면 시시각각 변해 신뢰할 수 없는 기준점을 제안하기도 했다. 누구나 체온은 하루에도 조금씩 변하고 여성의 경우는 생리 주기에 따라 체온이 규칙적으로 변한다.

/ 4장 물은 언제 끓고 피는 언제 뜨거운가 78쪽

 

이 패러독스를 해결한 것이 바로 볼츠만의 엔트로피다.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말의 의미는 이제 너무 자명해 보인다. S=kBlogW에 의하면 거시적인 세계에서 S가 증가한다는 뜻은 더 일어날 가능성이 큰 사건(즉 W가 큰 사건)은 일어나기 마련이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유리 조각이 바닥에 흩어진 상태에 해당하는 W는, 정확히 같은 유리 조각이 예쁘게 모여 컵을 이룬 상태에 해당하는 W보다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거시적인 세계에서는 컵이 깨지는 방향의 변화만 관찰된다는 말이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열역학의 둘째 법칙은 ‘일어날 가능성이 큰 일은 일어나게 마련이다ʼ로 바꿔 부를 수 있다. 바로 이것이 볼츠만이 우리로 하여금 깨닫게 해준 것이다.

/ 6장 왜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가 118쪽

 

대학생 때 전자의 전하량에 대해 기억나는 실험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밀리컨이 기름 방울을 이용해서 한 실험이다. 전하를 띤 기름 방울에 작용하는 중력, 걸어준 전기장에 의한 전기력, 그리고 움직이는 기름 방울에 작용하는 공기의 저항력을 함께 이용해서 기름 방울의 전하량을 측정한다. 대전된 기름 방울들의 전하량을 재보면 어떤 값의 정수배라는 점을 알 수 있고 이를 이용해서 전자의 기본 전하량 e를 계산했다. 이 실험에 관한 나의 결론은 ‘밀리컨은 정말 눈이 좋았다ʼ였다. 눈에 보이는 그 많은 기름 방울 중 하나를 추적하면서 그 속도를 잰다는 것이 정말 어려웠기 때문이다. 나처럼 실험에 영 소질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물론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 8장 우리 사이를 멀어지게 한 건 전자다 150~151쪽

 

원주율은 한 바퀴 빙 둘러 원의 둘레 C를 재고 이를 원의 지름 D로 나누어 얻어지는 숫자(𝝅=C/D)다. 원주율 p가 두 길이 C와 D의 비로 주어진다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바로 이 이유로 둘레와 지름을, 현재의 국제 표준 길이의 단위인 ‘미터ʼ로 재든, 아직도 국제 표준을 따르지 않고 있는 미국의 ‘인치ʼ로 재든, 조선 시대의 ‘자ʼ의 단위로 재든, 기독교의 구약 성서에 나오는 길이의 단위인 ‘규빗ʼ으로 재든, 원주율 𝝅는 항상 같은 값을 얻는다. (길이의 단위는 𝝅=C/D의 분모와 분자 모두에 같이 있어서 약분되고 따라서 𝝅는 단위가 없는, 즉 ‘차원ʼ이 없는 수다.) 이처럼 원주율 𝝅가 차원이 없는 수이기 때문에 수학적인 지식을 충분히 갖춘 문명이라면 지구의 고대 문명이든 우주 어딘가에 살고 있을 외계 문명이든 모두 𝝅가 얼마인지는 알고 있음에 틀림없다. 2시 방향을 𝝅/3의 각이라고 알려주면 외계인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 9장 우주보다 먼저 존재한? 165쪽

 

원자의 크기를 결정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보어 반지름인데 보어 반지름은 전자 질량의 역수에 비례한다. 즉 만약 전자의 질량이 1030배 정도 늘어난다면 보어 반지름은 10-30배로 줄어든다. 모든 원자의 크기가 이처럼 줄어들게 되므로 전자의 전하량이 줄어든 경우와 마찬가지로 모든 물체의 크기가 급격히 줄어든다. 지구의 크기가 양성자의 크기보다 더 작아진 세상이다.

/ 10장 지구가 원자보다 커서 다행 183쪽

 

초전도체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온도와 압력에서 실현된다면 어떨까? 초전도체는 이미 우리 곁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병원에서 이용하는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은 아주 큰 자기장 안에 인체를 두고 인체 안 물 분자의 자기 모멘트가 어떻게 운동하는지를 측정해서 영상을 만든다. MRI 장치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아주 큰 자기장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MRI는 전자석의 원리를 이용한다. 큰 전류를 흘려서 자기장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의 물질로 강력한 전자석을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물질이 가진 전기 저항 때문에 큰 전류를 흘리면 엄청난 에너지가 열로 소모될 뿐 아니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엄청난 규모의 냉각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 많은 MRI 장치가 초전도 자석을 이용해 강력한 자기장을 만드는 이유다. 초전도체를 이용하면 전기 저항이 정확히 0이어서 열로 인한 에너지 소모가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주 낮은 온도를 구현해야 초전도 현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현대의 MRI 장치는 값비싼 액체 상태의 헬륨으로 낮은 온도를 유지한다.

/ 11장 벽을 뚫고 공중부양하는 물리학 197~198쪽

 

차례

들어가는 말

세상을 이렇게 만든 변하지 않는 수에 대하여 7

1장 빛의 속도가 내가 가는 속도와 같다면 11

2장 중력이 100배나 큰 세상에서 우리는 31

3장 길고 짧은 걸 대본다는 건 사실 놀라운 일이다 53

4장 물은 언제 끓고 피는 언제 뜨거운가 75

5장 축구공이 파동으로 날아간다면 95

6장 왜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가 109

7장 나는 저항하지 못한다, 전압에 125

8장 우리 사이를 멀어지게 한 건 전자다 141

9장 우주보다 먼저 존재한? 157

10장 지구가 원자보다 커서 다행 173

11장 벽을 뚫고 공중부양하는 물리학 185

12장 혼돈을 두려워하지 마라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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