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란 무엇인가
마음과 자유의지, 그리고 삶의 의미에 관하여

대니얼 데닛 지음 / 신광복 옮김
인문학 > 서양철학
과학 > 기초 과학
576쪽 | 38,000원 | 판형 152*223mm | 2026년 1월 23일 발행 | ISBN 979-11-6689-387-2 (03100)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지구에서 가장 독창적인 철학자
대니얼 데닛의 80년 사상적 회고록
《생각이란 무엇인가》는 2024년 4월 세상을 떠난 철학자 대니얼 데닛의 자서전이자 그의 마지막 단독 저서이다. 이 책에서 데닛은 평생 자신을 매혹했던 마음, 자유의지, 종교, 인공지능, 의미 등 인간에 관한 아주 근본적인 탐구에 관한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해 왔는가 기록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라일, 스트로슨, 그라이스, 콰인, 네이글, 설, 포더, 차머스, 호프스태터, 로티, 굴드, 르원틴, 도킨스, 민스키, 촘스키, 브룩스, 에덜먼 등 철학과 과학의 저명한 인물들이 총출동하는 20세기 지성사를 만나게 된다. 철저한 유물론자이자 기능주의자로서 인간 마음을 비물리적으로 보는 존 설 및 데이비드 차머스와 평생 대립했던 일, 학계의 깡패로 사람들을 괴롭히고 다녔던 굴드와의 싸움, 인지과학자로서 고전 인공지능부터 현대 LLM까지 인공지능에 대한 비판적 회고, 인공지능 디지댄과 진짜 데닛과의 대결 등 흥미진진한 일화와 더불어 데닛이라는 독창적 사상가의 학계 밖 삶까지, 한 마디로 이 책은 데닛과 현대 철학의 모든 것이다.
“생각하는 나란 무엇인가, 실체인가 환영인가?”
우리 시대의 가장 독창적인 철학자 대니얼 데닛의 자서전
심리철학, 언어철학, 생물철학, 인지과학, 인공지능,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 사고로 지적 충격을 안겼던 대니얼 데닛 사상의 발전 과정
데닛 철학의 입문서이자 20세기 철학자 및 인공지능 연구자가 총출동하는 지적 향연의 기록
나는 생각해 왔다
현대철학과 인공지능 역사의 화신으로서의 데닛
철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대니얼 데닛은 연구 경력 내내 인간에 관한 아주 근본적이고 까다로운 질문을 탐구해 왔다. 의식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발생했는가? 인간의 마음과 동물의 마음은 어떻게 다른가? 인간은 자유의지를 갖고 있는가? 종교는 인간 뇌에 기생하는 밈인가? 인공지능과 인간의 지능은 어떻게 다른가? 진화론은 우주와 인간 삶의 의미를 어떻게 혁명적으로 바꾸었는가? 이런 질문에 데닛은 항상 우리가 소중히 생각하는 개념과 가치를 거꾸로 뒤집으며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하는 충격적 답을 내놨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윈의 위험한 생각》《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같은 그의 주저는 기상천외한 비유, 다양한 맥락에 걸친 생각의 약동으로 읽기가 매우 어려웠다. 이럴 때 데닛의 마지막 저서인 자서전 《생각이란 무엇인가》는 데닛이라는 한 철학자, 그의 사상, 그가 살았던 시대를 위한 훌륭한 입문서다.
이 책에서 데닛은 자신의 어린 시절과 대학 시절의 모험, 학계에 뛰어들어 대가들과 날카로운 지적 대결을 펼친 기억, 과학과 철학 역사에서 중요한 업적을 담긴 인물들과의 사적 에피소드, 오늘날의 학계 및 인공지능이 장악한 사회에 대한 통렬한 평가까지 온갖 기억을 종횡무진하며 자신의 사상이 어떻게 무르익었는지 보여 준다. 따라서 이 책은 데닛이 들려 주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20세기 철학과 인지과학, 인공지능의 지성사이자 철학의 거인으로 우뚝 선 데닛 사상의 모든 것이다. 데닛은 말한다. 나는 평생을 생각해 왔다. 그리고 생각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답해 왔다.
마음, 자유의지, 진화론의 철학, 종교……
데닛의 혁명적 사상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데닛의 사상은 홀로 발전하지 않았다. 그 역시 수많은 인물에게 영향을 받고 자신의 의견을 수정하고 때로는 폐기했다. 데닛과 함께 생각을 주고받은 인물들은 그야말로 분석철학과 인지과학의 올스타이다.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마빈 민스키, 윌러드 반 오먼 콰인, 길버트 라일, 리처드 로티, 놈 촘스키, 토머스 네이글, 존 설, 제럴드 에델만, 스티븐 제이 굴드, 리처드 르원틴, 제리 포더, 로드니 브룩스, 제럴드 에덜먼 등등. 데닛은 그들의 어떤 사상에 동의하거나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마음과 의식에 대한 자신만의 이론을 형성했다.
예를 들어 데닛은 자신의 의식 이론을 다져 나갈 때 자신의 마음 ‘내부’에서 출발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뒤집었다. “과거의 철학적 사고는 다른 사람의 마음(철학자뿐 아니라 과학자의 마음)의 도움을 받아 마음을 연구한다는 전망을 무시했다. 대학원 재학 시절, ‘타자의 마음 문제’—나 자신 말고 타인의 마음이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그 다른 마음은 어떤 면에서 내 마음과 같아야 하는가? 그것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는가?—가 주요 논쟁거리로 대두되긴 했지만 그 논의는 과학적으로 빈약한 환경에서 수행되었다. 그동안 우리 각각은 우리 자신의 마음을 ‘내부로부터’, 과학이 발견할 수 있는 것보다도 더 권위 있게 알 수 있다고 단순하게 가정했다. 나의 행보와 통찰은 그 질문을 뒤집는 것이었다. 나 자신의 마음을 혼자서 성찰하는 방식으로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이는 데카르트의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거스르는 발언이다).”(216쪽)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데닛은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인간 마음의 중앙에 있는 의미부여자, 통제자는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실험을 설계하고 그것을 수행하기까지 한다. 이런 방식은 전통적인 심리철학자와의 엄청난 반목을 가져왔다. 인간의 의식과 마음을 비물리적으로 보는 존 설과 데이비드 차머스는 중국어 방 논증, 철학적 좀비 논증 등 여러 사고 실험을 전개하며 데닛의 의식 이론이 지금까지 제기된 의식 이론 중 가장 빈약하다며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다. 데닛은 그럴 때마다 그들의 사고 실험에 있는 허점을 물고 늘어졌으며 이러한 지적 대결이야말로 데닛의 철학이 안락의자에서 하는 철학이 아니라 몸으로 움직이는 철학이었음을 보여 준다.
그 밖에도 자유의지, 종교의 진화, 무신론 운동, 인공지능 등 데닛이 건드린 지적 주제들은 언제나 해당 분야의 대가 및 떠오르는 신진 학자들과의 대결로 철학계의 엄청난 지적 유산과 자양분을 남겼으며 그 전모를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전 인공지능과 현대 대형 언어 모델까지
인지과학자로서 인공지능 발전에 기여한 데닛
지능과 의식이라는 근본 문제를 다루고, 실험을 하는 철학자라는 독특한 위치 덕분에 데닛은 고전 인공지능부터 오늘날의 대형 언어 모델(LLM)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 발전에서 그 나름의 역할을 했다. 데닛은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를 만든 존 매카시와 함께 스탠퍼드인공지능연구소를 만들어 인공지능의 철학에 대해서 경력 내내 숙고해 왔다. 데닛은 튜링 테스트 대회의 심사위원장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데닛은 인공지능에 관한 이 모든 호들갑과 공포는 사실 인공지능 역사에서 반복되어 왔던 것임을 잘 알며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함의하는 바에 대해서 무엇이 논의할 만하고 무엇이 거품인지를 예리하게 간파한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데닛의 모든 철학적 지식을 습득한 인공지능 디지댄과 진짜 데닛 가리기 실험이다. 딥마인드의 알파고, 오픈AI의 GPT 시리즈는 고전 인공지능을 아득히 넘어서 인간에게 일반인공지능이 가능하다는 흥분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 주었다. 인간은 또 다시 대형 언어 모델이 의식을 갖고 있거나 가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튜링 테스트적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데닛은 묻는다. 이런 발전이 인간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디지댄은 나의 연구 및 사상과 관련하여 으스스할 정도의 핍진성과 정확성으로 인터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프로그램이다. 안나는 내게 내 저작들의 중심 아이디어에 관한 열 개의 질문을 했고 나는 제2회 뢰브너상 대회에 참가했던 인간 공모자와는 다르게 꾸밈없이 솔직하게 답했다. 그런 다음 안나는 똑같은 질문을 디지댄에게 네 차례씩 했고 (답변을 선별하지 않고) 질문당 내 답변과 디지댄이 한 네 개의 답변, 총 다섯 개의 답변을 수백 명의 심사위원에게 온라인으로 보내어 진짜 데닛이 한 답변이 무엇인지 선택하게 하고 또 각 답변에 대해서 ‘데닛이 말했을 법한 정도’에 따라 순위를 매기게 했다. 또한 그녀는 수십 명의 ‘데닛 전문가(나의 저작을 천 페이지 이상 읽은 철학자나 인지과학자, 또는 나의 동료이거나 공저자인 사람들)’를 시험에 초대했고 철학자와 철학과 학생으로 구성된 집단도 참여했다.”(393쪽) 그 결과와 의미에 대해서 데닛은 아주 독창적인 답변을 한다.
또한 데닛은 LLM이라는 대형 언어 모델이 아직은 인간의 마음과 동일한 수준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그것을 가르는 기준이 바로 ‘생산과 시험의 탑’이다. 생산과 시험의 탑은 맨 아래층의 다윈생물부터 시작한다. 다윈생물은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하면서 영리한 본능을 많이 타고난 생물이다. 그 위의 층은 스키너생물이 차지하는데 이 생물은 환경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참신한 행위를 진화시킨다. 그 위층의 포퍼생물은 시행착오를 실제 환경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머릿속에서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맨 위층의 그레고리생물은 문화적으로 대물림된 수천 개의 생각도구의 도움을 얻어 가능한 해결책의 광대한 공간을 탐험할 수 있는 존재이다. 여전히 그레고리 생물은 인간 뿐이며 인공지능은 이해력 없는 능력을 갖춘 껍데기일 뿐이다. 데닛이 대형 언어 모델이 초래할 가장 큰 문제라고 걱정한 건 따로 있다. 바로 우리 인간이 인공지능을 마음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면서 생기는 ‘모조 인간의 문제’이다.
거들먹거리는 학계의 깡패와 싸우다
전투적 철학자로서 데닛과 그 대결자들
논쟁을 자처하고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 덕에 데닛은 수많은 학자와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대립해 왔다. 데닛은 그중에서도 우리가 익히 아는 이미지와 달리 비열함으로 무장한 채 다른 학자를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는 이른바 학계의 깡패, 괴롭힘꾼에 대해서도 한 장을 할애한다. 중국어 방 논증에 집착하는 존 설, 진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진화를 논하는 제리 포더 등의 일화도 흥미롭지만 가장 충격적인 것은 자연선택의 함의에 대해 평생 데닛과 평행선을 달린 스티븐 제이 굴드와의 일화이다. 데닛은 자연선택의 핵심은 ‘적응주의’에 있다고 보았고 굴드는 르원틴과 함께 그런 인식을 모든 것에서 이유를 찾는 ‘팡글로스 패러다임’이라고 경멸하는 유명한 논문을 썼다. 데닛은 아주 관대하게도 진화와 자연선택의 혁명성을 철학적으로 논한 《다윈의 위험한 생각》을 쓸 때 미리 굴드와 르원틴의 논문을 비판한 장에 대한 의견을 달라며 굴드에게 초고를 보냈다. 하지만 데닛은 그 어떤 응답도 받지 못했다. 이후 데닛은 굴드와 직접 만나 초고를 놓고 논의했고 굴드는 자신에 대한 오해와 몇 가지 불평을 말했다. 이 역시 데닛은 성실히 반영하여 책을 출판했지만 굴드는 《다윈의 위험한 생각》과 데닛이라는 인간을 조롱하는 서평을 썼고 그 사달로 벌어진 이른바 ‘다윈 전쟁’은 굴드라는 대학자에 대한 독자의 존경심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이 밖에도 존 설과 제리 포더와의 논쟁,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이지만 끝을 모르는 명예욕과 지배욕으로 생물학에 관한 데닛의 철학적 논증을 깎아내리며 사석에서도 교활한 술수를 써 데닛을 무시한 제럴드 에덜먼과의 일화까지 학계 거장들의 어두운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데닛은 그들을 비판하며 폐쇄적이고 음습한 학계를 폭로하고 그곳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곳으로 만들려 했던 대중적 지식인의 면모를 드러낸다.
이 거대한 우주에서,
생각하는 존재로서 인간 삶의 의미
데닛은 강의실에만 있지 않았다. 피아노를 연주하고, 요트 항해를 하고, 농장을 만들고, 작물을 재배하고,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여행을 다니며 기상천외한 일들을 겪었다. 이 모든 경험이 데닛이라는 사람과 데닛의 철학을 형성했다. 데닛의 궁극적인 주제는 자연선택으로 형성된 이 우주와 우주 속에 인간이라는 존재의 의미였다. 데닛은 묻는다. 이 모든 설계는 다 어디에서 왔을까?
“의미의 원천이 되는 ‘중앙 의미부여자’, 의식 평가자이자 의식 향유자인 ‘자아’, 물리학을 거스르면서 결정을 내리는 ‘영혼’ 같은 것을 상상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빈틈없는 경계심이 필요하다. 그런 아이디어는 익숙한 데다가 저항할 수 없는 것이라서 많은 사상가가 이를 버려야 한다는 생각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이 중 하나라도 버리기 주저된다면 뭐, 괜찮다. 다른 훌륭한 사상가도 많이들 그러니까.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런 아이디어가 모두 장구한 시간에 걸친 다양한 자연선택에 의해 형성된 매우 무해한 사용자 환각의 일부라는 것을 기억하라. 생명은 이유와 의미를 존재하게 하며 우주의 우리 구역에서는 오직 인간만이 그것을 이해할 생각도구—언어에 기반한—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이 행성의 유일한 이유추론자—설명자라는 강한 의미에서—이다.”(543쪽)
데닛에게 인간을 자연의 다른 동물과 구별하는 것은 이해하고, 느끼고, 사랑하고, 두려워하는 마법 같은 영혼이 아니라 왜-질문을 만들고 그 가능한 답안들을 평가하는 우리의 능력에 있다. 데닛은 평생 그 답안들을 생각해 왔다.
지은이
대니얼 C. 데닛 Daniel C. Dennett
과학과 철학을 가로지르는 우리 시대의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이자 심리철학, 인지과학, 생물철학의 선구자로 마음, 종교, 인공지능 연구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1942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났으며 하버드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철학계의 대가 길버트 라일의 지도를 받으며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터프츠대학교에서 가장 저명한 교수직인 유니버시티 프로페서십을 보유했으며 오스틴 B. 플래처 철학 교수와 인지연구센터 소장을 맡았다.
철학과 과학, 이론과 실험, 학문과 예술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약 20권의 책과 수백 편의 논문을 통해 의식, 인공지능, 자유의지, 진화, 종교 등 다양한 철학적 난제들에 대한 독창적 해법을 제시해 왔다.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와 《의식이라는 꿈》 《다윈의 위험한 생각》 《마음의 진화》 《주문을 깨다》 《자유는 진화한다》 《직관펌프, 생각을 열다》, 인간 마음 연구의 결정판인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 등을 펴냈다. 2023년에 마지막 저서인 자서전 《생각이란 무엇인가》를 출판한 뒤 2024년 4월 19일 세상을 떠났다. 《생각이란 무엇인가》는 그토록 다양한 주제를 매번 논쟁적으로 세상에 내놓은 데닛 사상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보여 주며 그 과정에서 현대 철학과 인공지능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수많은 학자와 데닛의 만남,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옮긴이
신광복
연세대학교 지질학과(부전공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현 과학학과)에서 과학철학으로 박사 학위 과정을 수료했다. 박사 학위 과정 수업에서 데닛의 논문을 접하고 데닛의 대담한 발상과 문장에 흥미를 느끼다가, 그의 책과 논문들을 더 찾아 읽으면서 철학과 인지과학, 생물학 등 여러 분야를 다채롭게 넘나드는 그의 비범한 생각과 글쓰기 방식에 강하게 매료되었다. 2010년에는 대학원 학생들과 독자적인 세미나 팀을 꾸려 데닛의 저작들을 차례차례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데닛의 주저인 《다윈의 위험한 생각》과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를 번역하는 데 이르렀고 데닛의 마지막 책인 자서전 《생각이란 무엇인가》까지 번역하며 데닛 3부작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서울대학교에서 ‘과학과 비판적 사고’를 오래 가르쳐 왔다. 강의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도서출판 성우 편집장 및 객원 주간, 《동아사이언스》 출판 팀장 등을 지내며 다양한 과학 책을 기획했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후에는 청소년 및 성인을 위한 과학 책과 철학 책의 집필과 번역을 병행하고 있다. 《모두 다르게 보여!》 《과학적 생각》 《돌고 돌아 돌이야》 《질문하는 우주 사전》 《과학이란 무엇인가》(공저) 《줄기세포: 생명공학의 위대한 도전》(공저) 등 10여 권의 책을 썼고, 대니얼 데닛의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 《다윈의 위험한 생각》을 번역했다.
책 속으로
‘2+2=4’와 같은 참인 문장은 선험적, 필연적으로 참이며 그것의 참임은 그 문장의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결정할 수 있다. 안락의자에서 일어나 경험적 조사를 할 필요 없이 말이다. 다른 참인 문장, 이를테면 ‘접시 위에 치즈가 있다’는 후험적이거나 종합적인 문장이라서 문장이 참임을 알려면 세계를 살펴보아야 한다. 콰인은 이것이 어떤 목적에는 간단하고 쓸 만한 구별이지만 철학자와 논리학자가 생각하는 것만큼 날카롭지는 않다고 주장한다. 이 점이 내게는 놀라울 만큼 전복적인 아이디어였고 한 대 맞은 느낌까지 들었지만 나는 그가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방식 중 일부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대학 신입생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버드로 가서 이 사람과 맞상대를 하면서 그의 오류를 내가 바로잡아야 한다! 나는 곧 하버드로의 편입 지원서를 작성했고 하버드는 나를 받아 주었다. - 3장 웨슬리언, 그리고 하버드로 (1959~1963) / 78쪽
옥스퍼드에서 첫해를 보내던 어느 날, 나는 철학 전공 대학원생들과 함께 팔이 ‘잠에 빠진다’는 이상한 현상에 관해 긴 토론을 한 적이 있다. ‘팔이 잠에 빠진다’는 것은 팔이 몇 분 동안 무감각해지고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어깨에 그저 매달려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을 일컬었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우리는 각자의 경험을 비교해 보았다. 실로 놀랍게도 우리 모두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었고 나는 무엇이 그 현상을 유발했는지 궁금한 것을 떠들었다. 혈관에 가해진 압력이 신경을 마비시킨 것일까? 아니면 (외부적 요인에 의해) 신경에 가해진 직접적인 압박이 일시적으로 신경을 눌러 버린 것일까? 다른 학생들은 제정신 아닌 사람을 보듯 나를 쳐다보았다. 그런 현상과 해부학, 신경생리학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표정으로 말이다. 그들에게 그것은 해부학 지식이 아니라 분석을 필요로 하는 철학적 퍼즐이었고 나는 학생들이 물리적 현상에 그토록 관심이 없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 토론이 끝난 후 도서관으로 가서 내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찾아보았다. 그것이 내 과학 공부의 시작이었다.
- 5장 자연주의의 발견—철학자가 되는 다른 방식? / 116쪽
돌이켜보면 논문 출판보다 중요했던 것은 내가 곧 AI의 많은 신생 분야에서 AI에 관한 한 신뢰할 수 있는 철학자로 여겨졌다는 사실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드레이퍼스는 AI를 증오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첫 책 《컴퓨터는 할 수 없는 것What Computers Can’t Do》(1972)은 컴퓨터가 체스에서 인간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체스를 두는 데는 ‘직관’이 필요한데 직관은 컴퓨터의 능력을 넘어서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러나 컴퓨터는 곧 드레이퍼스를 체스에서 이겼고 그때 AI 분야에는 성공의 기쁨이 넘쳐흘렀으나 그 사건이 드레이퍼스의 마음을 바꾸지는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드레이퍼스를 꽤 잘 알게 되었고 우리는 그 논제를 놓고 종종 전투를 벌였음에도 전투는 우호적이었고 둘 다 상대방이 연구하는 것의 진가를 알아보았다. 내가 AI 실험실에서 말할 때 자주 사용한 슬라이드가 기억난다. “버트 드레이퍼스가 그렇게 말했다고 해서 그것이 틀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 6장 UC 어바인, 1965~1971 / 158~159쪽
그 당시의 AI(존 호지랜드는 고전 인공지능, 고파이Good-Old Fashioned Artificial Intelligence, GOFAI라고 불렀다)를 둘러싼 과도한 흥분은 부분적으로는 교수나 엔지니어가 아닌 미디어가 만든 것이다. 미디어는 좋은 이야기를, 미디어가 말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과학소설 같은 놀라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AI 창조자들도 매스컴의 그런 홍보에 저항할 수 없었고 그리하여 실질적으로 거의 모든 관계자가 대중에게 제품을 과잉 판매하게 되었다. 그런 일은 AI의 역사와 함께 계속 반복해 발생했다. 현재의 대중은 GPT-3을 위시한 거대한 생성 언어 시스템에 열광하고 있다. 그것은 더 많은 사람이 깊이 오도되기 전에 우리가 터뜨려야 할 최신 거품이다.
- 8장 하버드에서의 1년, 제리 포더를 만나다 / 193쪽
과거의 철학적 사고는 다른 사람의 마음(철학자뿐 아니라 과학자의 마음)의 도움을 받아 마음을 연구한다는 전망을 무시했다. 대학원 재학 시절, ‘타자의 마음 문제’—나 자신 말고 타인의 마음이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그 다른 마음은 어떤 면에서 내 마음과 같아야 하는가? 그것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는가?—가 주요 논쟁거리로 대두되긴 했지만 그 논의는 과학적으로 빈약한 환경에서 수행되었다. 그동안 우리 각각은 우리 자신의 마음을 ‘내부로부터’, 과학이 발견할 수 있는 것보다도 더 권위 있게 알 수 있다고 단순하게 가정했다. 나의 행보와 통찰은 그 질문을 뒤집는 것이었다. 나 자신의 마음을 혼자서 성찰하는 방식으로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이는 데카르트의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거스르는 발언이다). 한데 다른 사람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면 나 자신의 마음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나를 비판하는 많은 이가 이런 이유로 나를 ‘행동주의자’라고 여겼다. 행동주의자라는 용어는 B. F. 스키너를 악평한 놈 촘스키 덕분에 경멸스러운 표현으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과학은 일종의 행동주의이다. 어떤 현상이든 거기서 일어나는 모든 행위—내면적이든 외면적이든, 거시적이든 미시적이든—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얻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왜 일부 사람이 당신의 설명을 불편해하는지 설명하는 일을 제외하면 말이다! 1982년, 나는 3인칭 연구 방법을 일컫는 ‘타자현상학heterophenomenology(다른 마음에 대한 현상학)’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 10장 나는 어디에 있는가? / 216쪽
닉과 나는 자기(자신)self 또는 자아ego가 몸의 장기가 아니고, 전통적으로 생각하듯 비물질적 영혼도 아니며, 뇌에서 일어나는 여러 힘과 과정이 조직되어 생긴 추상적인 가상 기계virtual machine라고 생각했다. 내가 말했다시피 자기란 서사의 무게 중심center of narrative gravity이다. 아마도 비정상적 다중 자아를 연구해 보면 정상적인 단일 자아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물론 다중 인격 환자를 만나고 그들과 교류하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의료 기밀 문제를 해결하기가 매우 까다로웠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보조 인격’(‘주 인격’과 육체를 공유하는 다른 인격들)도 모두 동의서에 서명해야 하는가? 정신의학계의 몇몇 동료가 세심하게 협력해 준 덕분에—우리는 몇 명의 다중 인격자를 (비록 그들의 치료사가 함께하는 공간에서이기는 하지만) 만날 수 있었다. 한 최면 치료사가 치료 시간에 녹화한 비디오테이프를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 21장 인지연구센터, 니컬러스 험프리와의 모험 / 337쪽
나는 2018년에 인지연구센터의 방문연구원으로 왔던 독일 철학자 안나 슈트라서Anna Strasser 덕분에 이 논쟁에 다시 뛰어들게 되었다. 그녀와 철학자 에릭 슈비츠게벨Eric Schwitzgebel은 내 허락하에 GPT-3에게 내 거의 모든 저작—백만 단어는 족히 넘는—을 학습시켜서 디지댄DigiDan(작명은 스티브 바니의 솜씨이다)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디지댄은 나의 연구 및 사상과 관련하여 으스스할 정도의 핍진성과 정확성으로 인터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프로그램이다. 안나는 내게 내 저작들의 중심 아이디어에 관한 열 개의 질문을 했고 나는 제2회 뢰브너상 대회에 참가했던 인간 공모자와는 다르게 꾸밈없이 솔직하게 답했다. 그런 다음 안나는 똑같은 질문을 디지댄에게 네 차례씩 했고 (답변을 선별하지 않고) 질문당 내 답변과 디지댄이 한 네 개의 답변, 총 다섯 개의 답변을 수백 명의 심사위원에게 온라인으로 보내어 진짜 데닛이 한 답변이 무엇인지 선택하게 하고 또 각 답변에 대해서 ‘데닛이 말했을 법한 정도’에 따라 순위를 매기게 했다. 또한 그녀는 수십 명의 ‘데닛 전문가(나의 저작을 천 페이지 이상 읽은 철학자나 인지과학자, 또는 나의 동료이거나 공저자인 사람들)’를 시험에 초대했고 철학자와 철학과 학생으로 구성된 집단도 참여했다.
- 24장 사고 실험에만 머물지 않는 튜링 테스트 / 393쪽
1989년 MIT 학회는 나를 깊이 자극하여 《다윈의 위험한 생각》을 쓰게 한 촉발제가 되었다. 그 책은 굴드의 이상한 진화론적 사고에 현혹될 위험에 처한, 교양 있는 일반인과 생물학 전공이 아닌 학자에게 자연선택의 위력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굴드가 가진, 미국 ‘진화론의 대표 지성’이라는 위상이 많은 해악을 야기하고 있음을 깨달았고 그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해악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미국인은 왜 영국에서 나오는 훌륭한 진화 다큐멘터리를 볼 수없을까? BBC의 유명한 과학 다큐멘터리 시리즈인 <지평선Horizon>은 (PBS의 보스턴 거점 방송국인) WGBH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지평선>이 WGBH 채널에서 방영되리라고 다들 기대하고 있었다. 1980년대 중반에 리처드 도킨스는 <지평선> 두 편의 진행을 맡았다. 하나는 (진화적 게임 이론에 대한)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 한다Nice Guys Finish First>이고 다른 하나는 <눈먼 시계공>이었는데 WGBH에서 구입을 거절했다. 당시 <지평선>의 제작 총괄인[그리고 나의 이론을 처음으로 드라마화 한 <나는 어디에 있는가?>(10장 참조)의 감독이었던] 로빈 브라이트웰을 비롯한 BBC 관계자들은 깊은 당혹감을 숨길 수 없었다. 진상은 나중에 나의 항해 친구이자 당시 WGBH 국장인 헨리 벡턴Henry Becton이 알려 주었다. 그때 방송국 자문위원이었던 굴드가 리처드 도킨스가 진행했다는 이유로 구입을 거부했다고.
34장 학계의 깡패와 우상 파괴자 / 514-515쪽
요즘 들어 내가 반세기 넘게 연구해 온 여러 문제에 대한 안정적인 해결책에 우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유물론이 지배적이며 의식, 의미, 자유의지 등의 철학적 문제는 모두 물리학보다는 생물학에 더 많은 빚을 진 설명을 갖게 되었다. 이를테면 생명의 시작은 이유와 의미, 정보(정보의 의미도 여러 가지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의미에서)의 시작이다, 인간의 뇌는 유전자가 아니라 밈이라는 문화적 진화의 산물에 의해 마음으로 변모했다, 의식은 ‘자아’나 ‘중앙 의미부여자’라는 사용자 환각을 만들어 냈고 이는 뇌의 일부가 아니라 (존 에클스 경이 주장했듯이 뇌의 건반을 연주하는 불멸의 영혼은 분명히 아니다) 유용한 추상화—서사의 무게 중심—로 보는 편이 훨씬 낫다 등등이 그렇다. 우리는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는데—다른 종의 구성원은 할 수 없다—그에 대한 우리의 답변은 절대 오류가 없거나 내성에 비추어 완벽하게 확인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누구라도 ‘진정으로 의미하는 것’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답이다. 콰인은 원초적 번역이 단 하나의 올바른 해석을 찾아내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옳다. 밀리컨은 우리가 의미하는 것에 대해, 심지어 우리가 의미하는지 아닌지조차에 대해 우리가 특권적으로 접근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옳다. 헤이그 또한—마찬가지로 데리다도—옳다. 해석과 해석에 대한 더 심화된 해석만이 있을 뿐이며 그것 중 무언가를 ‘절대적 진리’라고 일컬을 좋은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과학과 함께 ‘채식주의적’ 진리 개념을 받아들여야 한다.
35장 생각도구를 역설계하기/ 545쪽
차례
옮긴이의 글 11
프롤로그・행운아 댄 19
제1부 · 순조로운 출발
1장 어린 시절 41
2장 음악—꼭 필요한 옆길 51
3장 웨슬리언, 그리고 하버드로 (1959~1963) 76
4장 옥스퍼드, 1963~1965 97
5장 자연주의의 발견—철학자가 되는 다른 방식? 116
제2부 · 다른 마음들
6장 UC 어바인, 1965~1971 149
7장 동부로 돌아가다 171
8장 하버드에서의 1년, 제리 포더를 만나다 187
9장 터프츠에서의 학내 정치 200
10장 나는 어디에 있는가? 209
11장 한편, 농장에서는 218
12장 크산티페를 찾아서, 농장을 떠나며 237
13장 명예 가족 회원, 《행동과학과 뇌과학》 248
제3부 · 나의 지적 항해
14장 브리스톨과 옥스퍼드 올소울스칼리지, 1978~1979 257
15장 행동과학고등연구센터 1979~1980, 그리고 더글러스 호프스태터를 만나다 273
16장 루빅스 큐브, 프라하, 달렘 290
17장 “토끼는 새입니까?” 그리고 잊을 수 없는 통화들 299
18장 루스 밀리컨, 불합리한 벽을 뚫고 나아가다 306
19장 큰 조지와 커리큘라 소프트웨어 스튜디오 311
20장 로크 강의와 암보셀리의 버빗원숭이 324
21장 인지연구센터, 니컬러스 험프리와의 모험 332
22장 이탈리안 커넥션, 그 후폭풍 345
23장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 358
24장 사고 실험에만 머물지 않는 튜링 테스트 387
25장 로봇과 함께한 모험—온전한 이구아나, 코그, 타티 397
26장 시모어 페퍼트와 마빈 민스키 411
27장 《주문을 깨다》 421
28장 조너선 밀러, 매튜 헐리와 함께 유머 감각을 찾아 나서다 435
29장 러시아에서의 세 가지 모험 447
30장 테드 459
31장 오, 왜…… 왜 나는 사랑하는가…… 470
32장 또 하나의 에덴동산, 산타페연구소 484
제4부 · 학문적 전투들
33장 철학의 역사 그리고 리처드 로티 491
34장 학계의 깡패와 우상 파괴자 505
35장 생각도구를 역설계하기 535
36장 내가 틀렸다면 어쩌지? 546
감사의 글 552
주 554
찾아보기 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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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란 무엇인가
마음과 자유의지, 그리고 삶의 의미에 관하여
대니얼 데닛 지음 / 신광복 옮김
인문학 > 서양철학
과학 > 기초 과학
576쪽 | 38,000원 | 판형 152*223mm | 2026년 1월 23일 발행 | ISBN 979-11-6689-387-2 (03100)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지구에서 가장 독창적인 철학자
대니얼 데닛의 80년 사상적 회고록
《생각이란 무엇인가》는 2024년 4월 세상을 떠난 철학자 대니얼 데닛의 자서전이자 그의 마지막 단독 저서이다. 이 책에서 데닛은 평생 자신을 매혹했던 마음, 자유의지, 종교, 인공지능, 의미 등 인간에 관한 아주 근본적인 탐구에 관한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해 왔는가 기록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라일, 스트로슨, 그라이스, 콰인, 네이글, 설, 포더, 차머스, 호프스태터, 로티, 굴드, 르원틴, 도킨스, 민스키, 촘스키, 브룩스, 에덜먼 등 철학과 과학의 저명한 인물들이 총출동하는 20세기 지성사를 만나게 된다. 철저한 유물론자이자 기능주의자로서 인간 마음을 비물리적으로 보는 존 설 및 데이비드 차머스와 평생 대립했던 일, 학계의 깡패로 사람들을 괴롭히고 다녔던 굴드와의 싸움, 인지과학자로서 고전 인공지능부터 현대 LLM까지 인공지능에 대한 비판적 회고, 인공지능 디지댄과 진짜 데닛과의 대결 등 흥미진진한 일화와 더불어 데닛이라는 독창적 사상가의 학계 밖 삶까지, 한 마디로 이 책은 데닛과 현대 철학의 모든 것이다.
“생각하는 나란 무엇인가, 실체인가 환영인가?”
우리 시대의 가장 독창적인 철학자 대니얼 데닛의 자서전
심리철학, 언어철학, 생물철학, 인지과학, 인공지능,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 사고로 지적 충격을 안겼던 대니얼 데닛 사상의 발전 과정
데닛 철학의 입문서이자 20세기 철학자 및 인공지능 연구자가 총출동하는 지적 향연의 기록
나는 생각해 왔다
현대철학과 인공지능 역사의 화신으로서의 데닛
철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대니얼 데닛은 연구 경력 내내 인간에 관한 아주 근본적이고 까다로운 질문을 탐구해 왔다. 의식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발생했는가? 인간의 마음과 동물의 마음은 어떻게 다른가? 인간은 자유의지를 갖고 있는가? 종교는 인간 뇌에 기생하는 밈인가? 인공지능과 인간의 지능은 어떻게 다른가? 진화론은 우주와 인간 삶의 의미를 어떻게 혁명적으로 바꾸었는가? 이런 질문에 데닛은 항상 우리가 소중히 생각하는 개념과 가치를 거꾸로 뒤집으며 사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하는 충격적 답을 내놨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윈의 위험한 생각》《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같은 그의 주저는 기상천외한 비유, 다양한 맥락에 걸친 생각의 약동으로 읽기가 매우 어려웠다. 이럴 때 데닛의 마지막 저서인 자서전 《생각이란 무엇인가》는 데닛이라는 한 철학자, 그의 사상, 그가 살았던 시대를 위한 훌륭한 입문서다.
이 책에서 데닛은 자신의 어린 시절과 대학 시절의 모험, 학계에 뛰어들어 대가들과 날카로운 지적 대결을 펼친 기억, 과학과 철학 역사에서 중요한 업적을 담긴 인물들과의 사적 에피소드, 오늘날의 학계 및 인공지능이 장악한 사회에 대한 통렬한 평가까지 온갖 기억을 종횡무진하며 자신의 사상이 어떻게 무르익었는지 보여 준다. 따라서 이 책은 데닛이 들려 주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20세기 철학과 인지과학, 인공지능의 지성사이자 철학의 거인으로 우뚝 선 데닛 사상의 모든 것이다. 데닛은 말한다. 나는 평생을 생각해 왔다. 그리고 생각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답해 왔다.
마음, 자유의지, 진화론의 철학, 종교……
데닛의 혁명적 사상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데닛의 사상은 홀로 발전하지 않았다. 그 역시 수많은 인물에게 영향을 받고 자신의 의견을 수정하고 때로는 폐기했다. 데닛과 함께 생각을 주고받은 인물들은 그야말로 분석철학과 인지과학의 올스타이다.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마빈 민스키, 윌러드 반 오먼 콰인, 길버트 라일, 리처드 로티, 놈 촘스키, 토머스 네이글, 존 설, 제럴드 에델만, 스티븐 제이 굴드, 리처드 르원틴, 제리 포더, 로드니 브룩스, 제럴드 에덜먼 등등. 데닛은 그들의 어떤 사상에 동의하거나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마음과 의식에 대한 자신만의 이론을 형성했다.
예를 들어 데닛은 자신의 의식 이론을 다져 나갈 때 자신의 마음 ‘내부’에서 출발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뒤집었다. “과거의 철학적 사고는 다른 사람의 마음(철학자뿐 아니라 과학자의 마음)의 도움을 받아 마음을 연구한다는 전망을 무시했다. 대학원 재학 시절, ‘타자의 마음 문제’—나 자신 말고 타인의 마음이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그 다른 마음은 어떤 면에서 내 마음과 같아야 하는가? 그것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는가?—가 주요 논쟁거리로 대두되긴 했지만 그 논의는 과학적으로 빈약한 환경에서 수행되었다. 그동안 우리 각각은 우리 자신의 마음을 ‘내부로부터’, 과학이 발견할 수 있는 것보다도 더 권위 있게 알 수 있다고 단순하게 가정했다. 나의 행보와 통찰은 그 질문을 뒤집는 것이었다. 나 자신의 마음을 혼자서 성찰하는 방식으로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이는 데카르트의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거스르는 발언이다).”(216쪽)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데닛은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인간 마음의 중앙에 있는 의미부여자, 통제자는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실험을 설계하고 그것을 수행하기까지 한다. 이런 방식은 전통적인 심리철학자와의 엄청난 반목을 가져왔다. 인간의 의식과 마음을 비물리적으로 보는 존 설과 데이비드 차머스는 중국어 방 논증, 철학적 좀비 논증 등 여러 사고 실험을 전개하며 데닛의 의식 이론이 지금까지 제기된 의식 이론 중 가장 빈약하다며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다. 데닛은 그럴 때마다 그들의 사고 실험에 있는 허점을 물고 늘어졌으며 이러한 지적 대결이야말로 데닛의 철학이 안락의자에서 하는 철학이 아니라 몸으로 움직이는 철학이었음을 보여 준다.
그 밖에도 자유의지, 종교의 진화, 무신론 운동, 인공지능 등 데닛이 건드린 지적 주제들은 언제나 해당 분야의 대가 및 떠오르는 신진 학자들과의 대결로 철학계의 엄청난 지적 유산과 자양분을 남겼으며 그 전모를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전 인공지능과 현대 대형 언어 모델까지
인지과학자로서 인공지능 발전에 기여한 데닛
지능과 의식이라는 근본 문제를 다루고, 실험을 하는 철학자라는 독특한 위치 덕분에 데닛은 고전 인공지능부터 오늘날의 대형 언어 모델(LLM)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 발전에서 그 나름의 역할을 했다. 데닛은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를 만든 존 매카시와 함께 스탠퍼드인공지능연구소를 만들어 인공지능의 철학에 대해서 경력 내내 숙고해 왔다. 데닛은 튜링 테스트 대회의 심사위원장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데닛은 인공지능에 관한 이 모든 호들갑과 공포는 사실 인공지능 역사에서 반복되어 왔던 것임을 잘 알며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함의하는 바에 대해서 무엇이 논의할 만하고 무엇이 거품인지를 예리하게 간파한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데닛의 모든 철학적 지식을 습득한 인공지능 디지댄과 진짜 데닛 가리기 실험이다. 딥마인드의 알파고, 오픈AI의 GPT 시리즈는 고전 인공지능을 아득히 넘어서 인간에게 일반인공지능이 가능하다는 흥분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 주었다. 인간은 또 다시 대형 언어 모델이 의식을 갖고 있거나 가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튜링 테스트적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데닛은 묻는다. 이런 발전이 인간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디지댄은 나의 연구 및 사상과 관련하여 으스스할 정도의 핍진성과 정확성으로 인터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프로그램이다. 안나는 내게 내 저작들의 중심 아이디어에 관한 열 개의 질문을 했고 나는 제2회 뢰브너상 대회에 참가했던 인간 공모자와는 다르게 꾸밈없이 솔직하게 답했다. 그런 다음 안나는 똑같은 질문을 디지댄에게 네 차례씩 했고 (답변을 선별하지 않고) 질문당 내 답변과 디지댄이 한 네 개의 답변, 총 다섯 개의 답변을 수백 명의 심사위원에게 온라인으로 보내어 진짜 데닛이 한 답변이 무엇인지 선택하게 하고 또 각 답변에 대해서 ‘데닛이 말했을 법한 정도’에 따라 순위를 매기게 했다. 또한 그녀는 수십 명의 ‘데닛 전문가(나의 저작을 천 페이지 이상 읽은 철학자나 인지과학자, 또는 나의 동료이거나 공저자인 사람들)’를 시험에 초대했고 철학자와 철학과 학생으로 구성된 집단도 참여했다.”(393쪽) 그 결과와 의미에 대해서 데닛은 아주 독창적인 답변을 한다.
또한 데닛은 LLM이라는 대형 언어 모델이 아직은 인간의 마음과 동일한 수준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그것을 가르는 기준이 바로 ‘생산과 시험의 탑’이다. 생산과 시험의 탑은 맨 아래층의 다윈생물부터 시작한다. 다윈생물은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하면서 영리한 본능을 많이 타고난 생물이다. 그 위의 층은 스키너생물이 차지하는데 이 생물은 환경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참신한 행위를 진화시킨다. 그 위층의 포퍼생물은 시행착오를 실제 환경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머릿속에서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맨 위층의 그레고리생물은 문화적으로 대물림된 수천 개의 생각도구의 도움을 얻어 가능한 해결책의 광대한 공간을 탐험할 수 있는 존재이다. 여전히 그레고리 생물은 인간 뿐이며 인공지능은 이해력 없는 능력을 갖춘 껍데기일 뿐이다. 데닛이 대형 언어 모델이 초래할 가장 큰 문제라고 걱정한 건 따로 있다. 바로 우리 인간이 인공지능을 마음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면서 생기는 ‘모조 인간의 문제’이다.
거들먹거리는 학계의 깡패와 싸우다
전투적 철학자로서 데닛과 그 대결자들
논쟁을 자처하고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 덕에 데닛은 수많은 학자와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대립해 왔다. 데닛은 그중에서도 우리가 익히 아는 이미지와 달리 비열함으로 무장한 채 다른 학자를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는 이른바 학계의 깡패, 괴롭힘꾼에 대해서도 한 장을 할애한다. 중국어 방 논증에 집착하는 존 설, 진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진화를 논하는 제리 포더 등의 일화도 흥미롭지만 가장 충격적인 것은 자연선택의 함의에 대해 평생 데닛과 평행선을 달린 스티븐 제이 굴드와의 일화이다. 데닛은 자연선택의 핵심은 ‘적응주의’에 있다고 보았고 굴드는 르원틴과 함께 그런 인식을 모든 것에서 이유를 찾는 ‘팡글로스 패러다임’이라고 경멸하는 유명한 논문을 썼다. 데닛은 아주 관대하게도 진화와 자연선택의 혁명성을 철학적으로 논한 《다윈의 위험한 생각》을 쓸 때 미리 굴드와 르원틴의 논문을 비판한 장에 대한 의견을 달라며 굴드에게 초고를 보냈다. 하지만 데닛은 그 어떤 응답도 받지 못했다. 이후 데닛은 굴드와 직접 만나 초고를 놓고 논의했고 굴드는 자신에 대한 오해와 몇 가지 불평을 말했다. 이 역시 데닛은 성실히 반영하여 책을 출판했지만 굴드는 《다윈의 위험한 생각》과 데닛이라는 인간을 조롱하는 서평을 썼고 그 사달로 벌어진 이른바 ‘다윈 전쟁’은 굴드라는 대학자에 대한 독자의 존경심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이 밖에도 존 설과 제리 포더와의 논쟁,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이지만 끝을 모르는 명예욕과 지배욕으로 생물학에 관한 데닛의 철학적 논증을 깎아내리며 사석에서도 교활한 술수를 써 데닛을 무시한 제럴드 에덜먼과의 일화까지 학계 거장들의 어두운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데닛은 그들을 비판하며 폐쇄적이고 음습한 학계를 폭로하고 그곳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곳으로 만들려 했던 대중적 지식인의 면모를 드러낸다.
이 거대한 우주에서,
생각하는 존재로서 인간 삶의 의미
데닛은 강의실에만 있지 않았다. 피아노를 연주하고, 요트 항해를 하고, 농장을 만들고, 작물을 재배하고,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여행을 다니며 기상천외한 일들을 겪었다. 이 모든 경험이 데닛이라는 사람과 데닛의 철학을 형성했다. 데닛의 궁극적인 주제는 자연선택으로 형성된 이 우주와 우주 속에 인간이라는 존재의 의미였다. 데닛은 묻는다. 이 모든 설계는 다 어디에서 왔을까?
“의미의 원천이 되는 ‘중앙 의미부여자’, 의식 평가자이자 의식 향유자인 ‘자아’, 물리학을 거스르면서 결정을 내리는 ‘영혼’ 같은 것을 상상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빈틈없는 경계심이 필요하다. 그런 아이디어는 익숙한 데다가 저항할 수 없는 것이라서 많은 사상가가 이를 버려야 한다는 생각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이 중 하나라도 버리기 주저된다면 뭐, 괜찮다. 다른 훌륭한 사상가도 많이들 그러니까.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런 아이디어가 모두 장구한 시간에 걸친 다양한 자연선택에 의해 형성된 매우 무해한 사용자 환각의 일부라는 것을 기억하라. 생명은 이유와 의미를 존재하게 하며 우주의 우리 구역에서는 오직 인간만이 그것을 이해할 생각도구—언어에 기반한—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이 행성의 유일한 이유추론자—설명자라는 강한 의미에서—이다.”(543쪽)
데닛에게 인간을 자연의 다른 동물과 구별하는 것은 이해하고, 느끼고, 사랑하고, 두려워하는 마법 같은 영혼이 아니라 왜-질문을 만들고 그 가능한 답안들을 평가하는 우리의 능력에 있다. 데닛은 평생 그 답안들을 생각해 왔다.
지은이
대니얼 C. 데닛 Daniel C. Dennett
과학과 철학을 가로지르는 우리 시대의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이자 심리철학, 인지과학, 생물철학의 선구자로 마음, 종교, 인공지능 연구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1942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났으며 하버드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철학계의 대가 길버트 라일의 지도를 받으며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터프츠대학교에서 가장 저명한 교수직인 유니버시티 프로페서십을 보유했으며 오스틴 B. 플래처 철학 교수와 인지연구센터 소장을 맡았다.
철학과 과학, 이론과 실험, 학문과 예술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약 20권의 책과 수백 편의 논문을 통해 의식, 인공지능, 자유의지, 진화, 종교 등 다양한 철학적 난제들에 대한 독창적 해법을 제시해 왔다.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와 《의식이라는 꿈》 《다윈의 위험한 생각》 《마음의 진화》 《주문을 깨다》 《자유는 진화한다》 《직관펌프, 생각을 열다》, 인간 마음 연구의 결정판인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 등을 펴냈다. 2023년에 마지막 저서인 자서전 《생각이란 무엇인가》를 출판한 뒤 2024년 4월 19일 세상을 떠났다. 《생각이란 무엇인가》는 그토록 다양한 주제를 매번 논쟁적으로 세상에 내놓은 데닛 사상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보여 주며 그 과정에서 현대 철학과 인공지능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수많은 학자와 데닛의 만남,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옮긴이
신광복
연세대학교 지질학과(부전공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현 과학학과)에서 과학철학으로 박사 학위 과정을 수료했다. 박사 학위 과정 수업에서 데닛의 논문을 접하고 데닛의 대담한 발상과 문장에 흥미를 느끼다가, 그의 책과 논문들을 더 찾아 읽으면서 철학과 인지과학, 생물학 등 여러 분야를 다채롭게 넘나드는 그의 비범한 생각과 글쓰기 방식에 강하게 매료되었다. 2010년에는 대학원 학생들과 독자적인 세미나 팀을 꾸려 데닛의 저작들을 차례차례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데닛의 주저인 《다윈의 위험한 생각》과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를 번역하는 데 이르렀고 데닛의 마지막 책인 자서전 《생각이란 무엇인가》까지 번역하며 데닛 3부작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서울대학교에서 ‘과학과 비판적 사고’를 오래 가르쳐 왔다. 강의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도서출판 성우 편집장 및 객원 주간, 《동아사이언스》 출판 팀장 등을 지내며 다양한 과학 책을 기획했다. 다시 학교로 돌아온 후에는 청소년 및 성인을 위한 과학 책과 철학 책의 집필과 번역을 병행하고 있다. 《모두 다르게 보여!》 《과학적 생각》 《돌고 돌아 돌이야》 《질문하는 우주 사전》 《과학이란 무엇인가》(공저) 《줄기세포: 생명공학의 위대한 도전》(공저) 등 10여 권의 책을 썼고, 대니얼 데닛의 《박테리아에서 바흐까지, 그리고 다시 박테리아로》 《다윈의 위험한 생각》을 번역했다.
책 속으로
‘2+2=4’와 같은 참인 문장은 선험적, 필연적으로 참이며 그것의 참임은 그 문장의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결정할 수 있다. 안락의자에서 일어나 경험적 조사를 할 필요 없이 말이다. 다른 참인 문장, 이를테면 ‘접시 위에 치즈가 있다’는 후험적이거나 종합적인 문장이라서 문장이 참임을 알려면 세계를 살펴보아야 한다. 콰인은 이것이 어떤 목적에는 간단하고 쓸 만한 구별이지만 철학자와 논리학자가 생각하는 것만큼 날카롭지는 않다고 주장한다. 이 점이 내게는 놀라울 만큼 전복적인 아이디어였고 한 대 맞은 느낌까지 들었지만 나는 그가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방식 중 일부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대학 신입생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버드로 가서 이 사람과 맞상대를 하면서 그의 오류를 내가 바로잡아야 한다! 나는 곧 하버드로의 편입 지원서를 작성했고 하버드는 나를 받아 주었다. - 3장 웨슬리언, 그리고 하버드로 (1959~1963) / 78쪽
옥스퍼드에서 첫해를 보내던 어느 날, 나는 철학 전공 대학원생들과 함께 팔이 ‘잠에 빠진다’는 이상한 현상에 관해 긴 토론을 한 적이 있다. ‘팔이 잠에 빠진다’는 것은 팔이 몇 분 동안 무감각해지고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어깨에 그저 매달려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을 일컬었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우리는 각자의 경험을 비교해 보았다. 실로 놀랍게도 우리 모두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었고 나는 무엇이 그 현상을 유발했는지 궁금한 것을 떠들었다. 혈관에 가해진 압력이 신경을 마비시킨 것일까? 아니면 (외부적 요인에 의해) 신경에 가해진 직접적인 압박이 일시적으로 신경을 눌러 버린 것일까? 다른 학생들은 제정신 아닌 사람을 보듯 나를 쳐다보았다. 그런 현상과 해부학, 신경생리학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표정으로 말이다. 그들에게 그것은 해부학 지식이 아니라 분석을 필요로 하는 철학적 퍼즐이었고 나는 학생들이 물리적 현상에 그토록 관심이 없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 토론이 끝난 후 도서관으로 가서 내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찾아보았다. 그것이 내 과학 공부의 시작이었다.
- 5장 자연주의의 발견—철학자가 되는 다른 방식? / 116쪽
돌이켜보면 논문 출판보다 중요했던 것은 내가 곧 AI의 많은 신생 분야에서 AI에 관한 한 신뢰할 수 있는 철학자로 여겨졌다는 사실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드레이퍼스는 AI를 증오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첫 책 《컴퓨터는 할 수 없는 것What Computers Can’t Do》(1972)은 컴퓨터가 체스에서 인간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체스를 두는 데는 ‘직관’이 필요한데 직관은 컴퓨터의 능력을 넘어서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러나 컴퓨터는 곧 드레이퍼스를 체스에서 이겼고 그때 AI 분야에는 성공의 기쁨이 넘쳐흘렀으나 그 사건이 드레이퍼스의 마음을 바꾸지는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드레이퍼스를 꽤 잘 알게 되었고 우리는 그 논제를 놓고 종종 전투를 벌였음에도 전투는 우호적이었고 둘 다 상대방이 연구하는 것의 진가를 알아보았다. 내가 AI 실험실에서 말할 때 자주 사용한 슬라이드가 기억난다. “버트 드레이퍼스가 그렇게 말했다고 해서 그것이 틀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 6장 UC 어바인, 1965~1971 / 158~159쪽
그 당시의 AI(존 호지랜드는 고전 인공지능, 고파이Good-Old Fashioned Artificial Intelligence, GOFAI라고 불렀다)를 둘러싼 과도한 흥분은 부분적으로는 교수나 엔지니어가 아닌 미디어가 만든 것이다. 미디어는 좋은 이야기를, 미디어가 말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과학소설 같은 놀라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AI 창조자들도 매스컴의 그런 홍보에 저항할 수 없었고 그리하여 실질적으로 거의 모든 관계자가 대중에게 제품을 과잉 판매하게 되었다. 그런 일은 AI의 역사와 함께 계속 반복해 발생했다. 현재의 대중은 GPT-3을 위시한 거대한 생성 언어 시스템에 열광하고 있다. 그것은 더 많은 사람이 깊이 오도되기 전에 우리가 터뜨려야 할 최신 거품이다.
- 8장 하버드에서의 1년, 제리 포더를 만나다 / 193쪽
과거의 철학적 사고는 다른 사람의 마음(철학자뿐 아니라 과학자의 마음)의 도움을 받아 마음을 연구한다는 전망을 무시했다. 대학원 재학 시절, ‘타자의 마음 문제’—나 자신 말고 타인의 마음이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그 다른 마음은 어떤 면에서 내 마음과 같아야 하는가? 그것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는가?—가 주요 논쟁거리로 대두되긴 했지만 그 논의는 과학적으로 빈약한 환경에서 수행되었다. 그동안 우리 각각은 우리 자신의 마음을 ‘내부로부터’, 과학이 발견할 수 있는 것보다도 더 권위 있게 알 수 있다고 단순하게 가정했다. 나의 행보와 통찰은 그 질문을 뒤집는 것이었다. 나 자신의 마음을 혼자서 성찰하는 방식으로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이는 데카르트의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거스르는 발언이다). 한데 다른 사람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면 나 자신의 마음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나를 비판하는 많은 이가 이런 이유로 나를 ‘행동주의자’라고 여겼다. 행동주의자라는 용어는 B. F. 스키너를 악평한 놈 촘스키 덕분에 경멸스러운 표현으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과학은 일종의 행동주의이다. 어떤 현상이든 거기서 일어나는 모든 행위—내면적이든 외면적이든, 거시적이든 미시적이든—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얻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왜 일부 사람이 당신의 설명을 불편해하는지 설명하는 일을 제외하면 말이다! 1982년, 나는 3인칭 연구 방법을 일컫는 ‘타자현상학heterophenomenology(다른 마음에 대한 현상학)’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 10장 나는 어디에 있는가? / 216쪽
닉과 나는 자기(자신)self 또는 자아ego가 몸의 장기가 아니고, 전통적으로 생각하듯 비물질적 영혼도 아니며, 뇌에서 일어나는 여러 힘과 과정이 조직되어 생긴 추상적인 가상 기계virtual machine라고 생각했다. 내가 말했다시피 자기란 서사의 무게 중심center of narrative gravity이다. 아마도 비정상적 다중 자아를 연구해 보면 정상적인 단일 자아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물론 다중 인격 환자를 만나고 그들과 교류하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의료 기밀 문제를 해결하기가 매우 까다로웠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보조 인격’(‘주 인격’과 육체를 공유하는 다른 인격들)도 모두 동의서에 서명해야 하는가? 정신의학계의 몇몇 동료가 세심하게 협력해 준 덕분에—우리는 몇 명의 다중 인격자를 (비록 그들의 치료사가 함께하는 공간에서이기는 하지만) 만날 수 있었다. 한 최면 치료사가 치료 시간에 녹화한 비디오테이프를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 21장 인지연구센터, 니컬러스 험프리와의 모험 / 337쪽
나는 2018년에 인지연구센터의 방문연구원으로 왔던 독일 철학자 안나 슈트라서Anna Strasser 덕분에 이 논쟁에 다시 뛰어들게 되었다. 그녀와 철학자 에릭 슈비츠게벨Eric Schwitzgebel은 내 허락하에 GPT-3에게 내 거의 모든 저작—백만 단어는 족히 넘는—을 학습시켜서 디지댄DigiDan(작명은 스티브 바니의 솜씨이다)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디지댄은 나의 연구 및 사상과 관련하여 으스스할 정도의 핍진성과 정확성으로 인터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프로그램이다. 안나는 내게 내 저작들의 중심 아이디어에 관한 열 개의 질문을 했고 나는 제2회 뢰브너상 대회에 참가했던 인간 공모자와는 다르게 꾸밈없이 솔직하게 답했다. 그런 다음 안나는 똑같은 질문을 디지댄에게 네 차례씩 했고 (답변을 선별하지 않고) 질문당 내 답변과 디지댄이 한 네 개의 답변, 총 다섯 개의 답변을 수백 명의 심사위원에게 온라인으로 보내어 진짜 데닛이 한 답변이 무엇인지 선택하게 하고 또 각 답변에 대해서 ‘데닛이 말했을 법한 정도’에 따라 순위를 매기게 했다. 또한 그녀는 수십 명의 ‘데닛 전문가(나의 저작을 천 페이지 이상 읽은 철학자나 인지과학자, 또는 나의 동료이거나 공저자인 사람들)’를 시험에 초대했고 철학자와 철학과 학생으로 구성된 집단도 참여했다.
- 24장 사고 실험에만 머물지 않는 튜링 테스트 / 393쪽
1989년 MIT 학회는 나를 깊이 자극하여 《다윈의 위험한 생각》을 쓰게 한 촉발제가 되었다. 그 책은 굴드의 이상한 진화론적 사고에 현혹될 위험에 처한, 교양 있는 일반인과 생물학 전공이 아닌 학자에게 자연선택의 위력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었다. 나는 굴드가 가진, 미국 ‘진화론의 대표 지성’이라는 위상이 많은 해악을 야기하고 있음을 깨달았고 그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해악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미국인은 왜 영국에서 나오는 훌륭한 진화 다큐멘터리를 볼 수없을까? BBC의 유명한 과학 다큐멘터리 시리즈인 <지평선Horizon>은 (PBS의 보스턴 거점 방송국인) WGBH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지평선>이 WGBH 채널에서 방영되리라고 다들 기대하고 있었다. 1980년대 중반에 리처드 도킨스는 <지평선> 두 편의 진행을 맡았다. 하나는 (진화적 게임 이론에 대한)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 한다Nice Guys Finish First>이고 다른 하나는 <눈먼 시계공>이었는데 WGBH에서 구입을 거절했다. 당시 <지평선>의 제작 총괄인[그리고 나의 이론을 처음으로 드라마화 한 <나는 어디에 있는가?>(10장 참조)의 감독이었던] 로빈 브라이트웰을 비롯한 BBC 관계자들은 깊은 당혹감을 숨길 수 없었다. 진상은 나중에 나의 항해 친구이자 당시 WGBH 국장인 헨리 벡턴Henry Becton이 알려 주었다. 그때 방송국 자문위원이었던 굴드가 리처드 도킨스가 진행했다는 이유로 구입을 거부했다고.
34장 학계의 깡패와 우상 파괴자 / 514-515쪽
요즘 들어 내가 반세기 넘게 연구해 온 여러 문제에 대한 안정적인 해결책에 우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유물론이 지배적이며 의식, 의미, 자유의지 등의 철학적 문제는 모두 물리학보다는 생물학에 더 많은 빚을 진 설명을 갖게 되었다. 이를테면 생명의 시작은 이유와 의미, 정보(정보의 의미도 여러 가지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의미에서)의 시작이다, 인간의 뇌는 유전자가 아니라 밈이라는 문화적 진화의 산물에 의해 마음으로 변모했다, 의식은 ‘자아’나 ‘중앙 의미부여자’라는 사용자 환각을 만들어 냈고 이는 뇌의 일부가 아니라 (존 에클스 경이 주장했듯이 뇌의 건반을 연주하는 불멸의 영혼은 분명히 아니다) 유용한 추상화—서사의 무게 중심—로 보는 편이 훨씬 낫다 등등이 그렇다. 우리는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는데—다른 종의 구성원은 할 수 없다—그에 대한 우리의 답변은 절대 오류가 없거나 내성에 비추어 완벽하게 확인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누구라도 ‘진정으로 의미하는 것’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답이다. 콰인은 원초적 번역이 단 하나의 올바른 해석을 찾아내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옳다. 밀리컨은 우리가 의미하는 것에 대해, 심지어 우리가 의미하는지 아닌지조차에 대해 우리가 특권적으로 접근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옳다. 헤이그 또한—마찬가지로 데리다도—옳다. 해석과 해석에 대한 더 심화된 해석만이 있을 뿐이며 그것 중 무언가를 ‘절대적 진리’라고 일컬을 좋은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과학과 함께 ‘채식주의적’ 진리 개념을 받아들여야 한다.
35장 생각도구를 역설계하기/ 545쪽
차례
옮긴이의 글 11
프롤로그・행운아 댄 19
제1부 · 순조로운 출발
1장 어린 시절 41
2장 음악—꼭 필요한 옆길 51
3장 웨슬리언, 그리고 하버드로 (1959~1963) 76
4장 옥스퍼드, 1963~1965 97
5장 자연주의의 발견—철학자가 되는 다른 방식? 116
제2부 · 다른 마음들
6장 UC 어바인, 1965~1971 149
7장 동부로 돌아가다 171
8장 하버드에서의 1년, 제리 포더를 만나다 187
9장 터프츠에서의 학내 정치 200
10장 나는 어디에 있는가? 209
11장 한편, 농장에서는 218
12장 크산티페를 찾아서, 농장을 떠나며 237
13장 명예 가족 회원, 《행동과학과 뇌과학》 248
제3부 · 나의 지적 항해
14장 브리스톨과 옥스퍼드 올소울스칼리지, 1978~1979 257
15장 행동과학고등연구센터 1979~1980, 그리고 더글러스 호프스태터를 만나다 273
16장 루빅스 큐브, 프라하, 달렘 290
17장 “토끼는 새입니까?” 그리고 잊을 수 없는 통화들 299
18장 루스 밀리컨, 불합리한 벽을 뚫고 나아가다 306
19장 큰 조지와 커리큘라 소프트웨어 스튜디오 311
20장 로크 강의와 암보셀리의 버빗원숭이 324
21장 인지연구센터, 니컬러스 험프리와의 모험 332
22장 이탈리안 커넥션, 그 후폭풍 345
23장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 358
24장 사고 실험에만 머물지 않는 튜링 테스트 387
25장 로봇과 함께한 모험—온전한 이구아나, 코그, 타티 397
26장 시모어 페퍼트와 마빈 민스키 411
27장 《주문을 깨다》 421
28장 조너선 밀러, 매튜 헐리와 함께 유머 감각을 찾아 나서다 435
29장 러시아에서의 세 가지 모험 447
30장 테드 459
31장 오, 왜…… 왜 나는 사랑하는가…… 470
32장 또 하나의 에덴동산, 산타페연구소 484
제4부 · 학문적 전투들
33장 철학의 역사 그리고 리처드 로티 491
34장 학계의 깡패와 우상 파괴자 505
35장 생각도구를 역설계하기 535
36장 내가 틀렸다면 어쩌지? 546
감사의 글 552
주 554
찾아보기 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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