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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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겐지 지음│김난주 옮김│216쪽│15,000원│112*190mm│2025년 10월 17일│ISBN 979-11-6689-374-2 03800 (개정판)


“당신은 정말 소설을 쓰고 싶은가?”

고독과 은둔의 작가 마루야마 겐지가

다가올 소설가들에게 건네는 조언

마루야마 겐지는 문단과 일절 교류하지 않고 오직 집필에 전념해 온 ‘고독’과 ‘은둔’의 작가다. 그런 그가 소설에 전념한다는 철칙을 깨고 다른 사람을 위해 펜을 들었다. 이 책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는 겐지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미래의 소설가들에게 건네는 조언이다. 그들이 펜을 쥐고 글을 쓰게 될 때를 위해서, 그리고 그들이 문학의 세계에 뛰어들었다가 실망하고 도망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꼭 해 주고 싶었던 말들을 지난 30여 년간 쌓아 왔다.

겐지가 쏟아내는 말들은 거침없고 냉철하지만, 동시에 거기에는 깊은 애정이 담겨 있다. 후배들이 고민하지 않고 이 길을 똑바로 갈 수 있도록, 문학이라는 무한히 너른 바다 한가운데로 용감히 뛰어들 수 있도록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단순히 소설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인 요소뿐 아니라 소설을 쓴다는 것, 문학을 한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묻는다.


“이 책을 쓴 것은 오직 당신 같은 소설가가

나타나 주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를 향한 기대와 당부

 

소설가가 소설 집필에 전념해야 한다는 이 최소한의 상식이 이상적이거나 금욕적으로 보인다면, 당신이 진짜 노리는 것은 소설이 아닌 것에 있으므로 펜을 들기 전에 이렇게 자문하십시오. ‘정말 소설을 쓰고 싶은가’ 하고. (8~9쪽, ‘머리말’ 중)

 

이 책은 막연하게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문학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그럴싸한 말은 찾아볼 수 없다. 마루야마 겐지가 기다리는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는 문학계의 구원자다. 안이하고 한심한 현실을 딛고 “똑바로 소설가의 길을 헤쳐 나갈” 자다. 이에 먼저 그 길을 걸은 선배로서 고독과 은둔, 그리고 창작과 자립으로 가득 찬 소설가의 생활은 무엇인지 낱낱이 밝힌다. 즉 소설가의 식습관, 돈 관리와 건강 관리, 인간관계, 거주 환경에 대해, 퇴고 방법과 장편 소설 쓰는 법, 재능과 노력 등 전방위적인 조언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겐지의 조언은 명료하다. 소설가라면 소설에 전념할 것, 전념하기 위해 걸림돌이 되는 것이 있다면 정리하고 포기할 것.

첫 번째 장 〈내가 기다리는 소설가〉에서는 소설가를 지망하는 ‘세 가지 유형’에 대해 말한다. 첫째, ‘누구의 무슨 작품 같은 소설을 나도 쓰고 싶다’고 하는 동경 유형. 둘째, ‘이 정도라면 나도 어떻게든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유형. 셋째, ‘이 정도 수준을 문학이라 할 수 있는가’ 하고 의심하다가 ‘이런 건 문학이 아니다’라고 부정하고, 마침내 ‘훨씬 더 엄청난 소설을 쓰겠다’라는 다짐으로 펜을 드는 유형이다. 이 중에서 겐지가 고대하는 소설가는 ‘세 번째 유형’이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소설가가 될 수 있는 진짜 재능을 소유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장 〈쓰면서 쓰는 법을 터득한다〉에서는 소설가로 데뷔하기 위해 어떻게 원고를 준비하는지, 세 번째 장 〈소설가로 데뷔하고 나서〉에서는 등단 이후 현실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조언한다.

네 번째 장 〈펜 한 자루로 살아간다는 것〉과 다섯 번째 장 〈문학의 너른 바다 한가운데로〉에서는 본격적으로 소설가의 자세에 대해 언급한다. 소설 쓴다는 것, 문학 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소설을 벗어나 돌아갈 곳이 있는지 되묻는다. 또한, 미래의 문학을 짊어질 새로운 소설가, 즉 아직 오지 않은 ‘당신’이 나타나 주기를 고대한다.

 

 

“쇠퇴한 것은 문학이 아니라

문학에 관계한 사람이다”

진실한 소설가가 경계하는 것

 

인간이 언어를 소통의 도구로 사용하며 살아가는 한, 문학의 생명은 영원합니다. 쇠퇴한 것은 문학이 아니라 문학에 관계하는 인간입니다. (209쪽, ‘미래의 문학을 짊어질 사람’ 중)

 

겐지는 지금까지의 문학이 추락하고 있다고 외친다. 정확히는 문학이 아니라 문학과 관계 맺고 있는 모든 ‘인간’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소설가뿐 아니라 편집자, 독자, 평론가도 포함된다. 소설이 아닌 것에 기웃거리면서 한눈파는 소설가, 문학에 대한 애정 없이 회삿돈으로 소설가와 친목을 도모하기 급급한 편집자, 소설가에게 작품 외적인 것을 기대하는 안목 없는 독자, 청춘 시절 읽고 감명받은 작품을 지상 최고라고 여긴 채 더는 나아가지 않는 평론가. 이들이 세력을 이루어 문단의 주류가 되고, 자신들과 다른 가치관을 비문학적인 것으로 배제하여, 결국 문학을 추락의 길로 내몬 것이다.

그는 오늘날의 문학이 ‘다 큰 어른들이 모여 예술가인 척하는 놀이’에 불과하다고 일갈한다. 특히 기존의 소설가, 개중에서도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강연을 하고, 어느 정도 알려진 유명세로 원고료의 몇 배나 높은 몸값을 주는 일을 척척 하는 소설가들, 밥벌이를 핑계로 의뢰받은 족족 ‘쓰나 마나 한’ 글을 쓰는 소설가들을 강하게 비판한다. 문단의 권위나 국가의 권력에 다가가는 소설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야말로 진정한 문학의 시대가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고 안 되고는 기존의 소설가들과는 정반대인 소설가의 등장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 소설가들이 나타나지 않는 한, 문학은 언제까지고 부상하지 못한 채 침몰선 같은 운명을 밟게 될 겁니다. (25쪽, ‘편히 살 수 있는 시대의 소설가’ 중)

 

그렇다면 진정한 문학의 시대의 소설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겐지는 지구력과 자립심, 성실함, 뒤돌아보지 않는 것 등이다. 그는 일관되게 소설 외에 다른 것 보기를 경계한다. 즉 스스로 의욕을 가지고, 스스로 쓰며, 몇 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자신이 쓴 소설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언어를 붙잡아 헤엄치는 것을 배우고 마침내 저 먼바다를 향해 나아” 가게 될 것이다.

 

 

‘이 책을 비웃고,

나를 깜짝 놀라게 할 미래의 소설가에게’

말이 아닌 작품으로 보여 주기를

 

문학의 무한히 너른 바다 한가운데에서, 당신이 언젠가 수평선 저 너머에서 홀연히 나타나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나와는 정반대되는 자세로, 이 책을 비웃으면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 작품을 들고 나타날 당신을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215쪽, ‘미래의 문학을 짊어질 사람’ 중)

 

겐지가 기다리는 소설가는 ‘자립한 삶’을 사는 소설가다. 자립했거나 자립하려는 소설가만이 미래의 문학을 짊어질 수 있다. 안정된 시대에 태어나 모든 것이 너무 풍족한 사람, 어린아이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 권위주의자, 사대주의자는 새로운 작품을 창조해 낼 수 없다. 적게 먹고, 적게 벌고, 적게 만나는 최소한의 삶을 영위하며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30년 만에 큰마음을 먹고 새로운 젊은 소설가들에게 삶을 바친 조언을 쏟아 내면서도 ‘이 책을 비웃고, 자신을 깜짝 놀라게 할 작품을 들고 자신 앞에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이는 겐지가 이 책에서 수없이 강조하는 소설가의 자세와 일맥상통한 조언이다. 자신의 조언 역시 부정하고 부디 그만의 길을 가기 바라는 응원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겐지가 지향하는 자립이 고립과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주위 관계를 정리하고 타인에게 기대지 않는다고 해서, 고독과 맞서 싸운다고 해서 마음을 완전히 닫고 사는 것이 아니다. 자립한 소설가의 자세는 자신의 본질을 깊이 천착하고, 타인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이 세상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마음을 여는 고고한 자세다. 끝없이 안으로 틀어박히는 삶의 방식과는 반대되는, 미래지향적인 자세다. 그리하여 하고 싶은 모든 말을 오로지 ‘작품’으로 쏟아내는 자세다.

 

 

지은이 마루야마 겐지 丸山健二

1943년 나가노현 이야마시에서 태어났다. 1964년부터 도쿄의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다가 1966년 〈여름의 흐름〉으로 《문학계》 신인상을 받았다. 이 작품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1968년에 나가노현 아즈미노로 이주했으며, 이후 문단과 선을 긋고 집필 활동에만 매진하고 있다. 소설 《원숭이의 시집》 《잠들라, 나쁜 아이여》를 냈고, 산문집으로는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길들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등이 있다. 사진문집으로는 《초정화전草情花傳》과 동일본대지진 피해지 르포 《목걸이를 풀 때》가 있다. 트위터와 블로그에 쓴 글을 재구성한 《분노하라, 일본》이 있다.

 

옮긴이 김난주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을 수료했다. 1987년 쇼와여자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표적인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책으로 마루야마 겐지의 《천 일의 유리》 《천 년 동안에》 《소설가의 각오》를 비롯해 《하느님의 보트》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사우스포인트의 연인》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이 책에서 말하는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는 그저 단순하고 막연하게 소설가가 되기를 꿈꾸거나 희망하는 무수한 무명의 신인을 뜻하지 않습니다. 17쪽

 

쓰면서 쓰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은 삼류 소설가가 강의하는 문화센터 수업에 다니는 것보다 훨씬 빨리 숙달됩니다. 게다가 기성 문학에 영향을 받는 일도 없으니 독자적으로 문학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 쓴 소설을 완성하고 나면, 자신이 그저 스스로를 높이 평가해 세상을 등진 사람인지, 아니면 진짜 재능이라 할 만한 것을 지닌 사람인지가 분명해질 겁니다. 재능의 유무가 분명해지는 것만으로도 시도해 볼 가치는 있습니다. 37~38쪽

 

새로운 문학은 기존의 소설가 유형이나 그들의 삶과 쓰는 방식에서는 절대 태어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독립적인 정신과 홀로 가는 자세를 유지하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99쪽

 

예술가의 고뇌 따위는 어쩌면 땀을 쭉 흘리고 나면 사라지는 정도의 것인지도 모릅니다. 육체를 방치하고서 소설의 주제로 고뇌를 위한 고뇌를 대대적으로 다루는 것은 정말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141쪽

 

쓰고 싶은 소설은 이런 게 아니다, 내가 목적하는 소설은 훨씬 더 엄청난 것이다, 하는 고뇌가 언젠가는 찾아옵니다. 이는 실력보다 안목이 점차 높아진 것에 따른 결과입니다. 진지하게 쓰면 쓸수록, 현재 오르고 있는 산이 낮게 느껴지고 그 정상에 올라서도 큰 감동이 없는가 하면 주위에 훨씬 더 높고 매력적인 산봉우리가 솟아 있다는 것을 알고 실망하게 됩니다. 그러나 절대 초조해하지 마십시오.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을 내동댕이치고 다른 작품을 시도하는 따위의 짓은 하지 마십시오. 200쪽

 

 

목차

 

머리말·소설가가 잃어버린 것

 

1장 내가 기다리는 소설가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

이상한 세계

편히 살 수 있는 시대의 소설가

문학적 재능

소설가를 지망하는 세 가지 유형

내가 고대하는 세 번째 유형

 

2장 쓰면서 쓰는 방법을 터득한다

일단 쓴다

쓰기 시작했다면 뒤돌아보지 않는다

재능이 있으면 자기혐오에 빠진다

언어로 바꾸면 맛이 안 사는 이미지

적어도 일곱 번은 고쳐 쓴다

한 작품을 완성해도 투고하지 않는다

노트를 준비한다

작품을 낳는 꿈

영상에 지지 않는 표현력을 기른다

소설가의 도구

침묵을 지킨다

교우 관계를 정리한다

 

3장 소설가로 데뷔하고 나서

소설가로서의 첫걸음

편집자를 너무 믿지 마라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원고료는 작품에 대한 평가와는 다른 것 9

자립이야말로 소설가로 가는 길

시상식에서

원고료만으로 생활한다

눈앞의 욕망을 채우고 만족하지 마라

아무리 쪼들려도 선인세는 요구하지 않는다

소설가들과의 교류

‘고독’과 ‘개인성’을 관철한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소설

자기 작품을 설명하지 마라

직장을 떠난다

 

4장 펜 한 자루로 살아간다는 것

소설가에게 작품이란

다가오는 자들

영혼을 들여다보는 예술

정신의 피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체력 관리도 중요하다

뇌세포를 죽이는 술과 마약

뇌는 굶주려 있을 때 가장 빛난다

자신을 엄격하게 통제하라

내려놓을 때가 있고 달려들 때가 있다

도시에 살 것인가 시골에 살 것인가

생활 수준을 낮춘다

창조를 위한 지식

시골이야말로 문학의 부활에 가장 적합한 장소

권력에 다가가지 마라

굶주린 아이 앞에서 뭘 할 수 있을까

 

5장 문학의 너른 바다 한가운데로

나이에 걸맞은 작품인가

당신이 필요하다

장편소설의 늪

해변을 돌아보지 마라

써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당신의 안목에 휘둘리지 마라

고독에 넌더리가 났을 때

소설로 돌아와 도전해야 할 일

전작소설을 쓴다

미래의 문학을 짊어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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