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기계전사109 + 인조반려인간

대한민국 SF 명작 

기계전사109

기계전사109

김준범 지음|720쪽|값 45,000원| 발행일 2025년 5월 30일

세트 ISBN 979-11-6689-342-1 07810

1권 ISBN 979-11-6689-343-8 07810

2권 ISBN 979-11-6689-344-5 07810

3권 ISBN 979-11-6689-345-2 07810

인조반려인간

김준범 지음|176쪽|값 15,000원| 발행일 2025년 5월 30일 

발행일 2025년 5월 30일|ISBN 979-11-6689-346-9 07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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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SF 명작 《기계전사109》 35년 만 재출간!

기계인간, 기계화되어 가는 인간에게 전쟁을 선포하다

대한민국 SF 걸작 《기계전사109》가 출간 35년 만에 돌아왔다. 1989년에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한국 사회의 모순과 투쟁에 기반한 사이보그의 계급투쟁이라는 한국형 SF로 큰 호평을 받아왔다. 민주주의 투쟁과 노동 운동의 기억이 생생히 배어 있는 1980년대 한국 사회를 사이버펑크 장르 안에 녹여낸 이 작품은 독재와 억압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풀어내며 시대를 꿰뚫는 메시지를 던진다. 하지만 이 작품은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죽은 아내를 사이보그로 되살리며 전개되는 이 작품의 이야기는 오늘날 AGI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이 일상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상황에서, 35년 전 예견된 통찰은 더욱 날카롭게 다가온다. 기계화되어 가는 사회에서 인간다움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기술과 윤리의 균형을 모색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임을 이 작품은 소리 없이 증언한다. 이번 재출간은 한국 만화사에 남은 자산을 되살리는 일이자, 미래 기술 담론에 깊이를 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시대를 앞서간 메시지가 오늘의 독자에게 새로운 사유의 장을 열어 줄 것이다.


투쟁, 혁명 그리고 자유와 민주주의⋯

SF의 세계관으로 구축해 낸 한국 현대사의 도도한 흐름

《기계전사109》는 단순한 SF 만화가 아닌, 1980년대 한국 사회의 역사적 현실을 사이보그와 인간의 갈등이라는 프레임으로 치밀하게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사이보그 해방 전선과 인간의 대립을 그리고 있지만, 이면에는 당시 한국 사회의 노동 운동과 민주화 운동, 인권 탄압의 역사가 생생하게 투영되어 있다.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장성진 교수는 “《기계전사109》는 1980년대 한국 사회를 풍자 및 고발하는 만화 기록서였다”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작품 속 사이보그 등록증 검사 장면은 당시 일상적이었던 불심검문을, 등록증을 제시하지 못한 사이보그들이 끌려가는 장면은 삼청교육대를 연상시킨다. 사이보그 해방을 위한 자유 사이보그들의 투쟁과 그리핀 특공대의 학살 장면은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군인들이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던 모습을 강렬하게 상기시킨다. 또한 안드로이드 밀매 공장의 노동 로봇 테레비의 죽음을 추모하는 장면은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목숨을 건 노동운동가들의 투쟁과 순교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박선영 교수는 “사이보그의 계급투쟁은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었던 역사적 시기에 할리우드의 환상적 표현 양식을 사용해서 민주화를 위한 당대의 투쟁을 상징적으로 재현한다”라고 설명한다. 이 작품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당시 한국의 정치적 현실을 강력하게 반영하고 있다.

더불어 만화평론가 박석환 교수는 “할리우드 SF 영화가 담아냈던 근미래사회의 불안과 1980년대 한국사회의 계급투쟁에 대해 이야기한다”라고 평가하며, 이 작품이 보편적 SF 장르의 문법을 활용하면서도 한국적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한 점을 강조했다.

작가가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기계전사109》는 원래 당시 노동 운동과 민주화 운동을 직접적으로 다루려 했으나,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 인간과 사이보그의 갈등으로 소재를 변경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곳곳에서 당시 한국 사회의 정치적 현실을 향한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과 비판 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러한 이유로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을 SF라는 장르를 통해 기록한 귀중한 문화적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간 같은 사이보그, 기계 같은 인간

누가 더 ‘인간’적인가?

지금 시대에도 유효한 《기계전사109》의 진정한 가치는 인간과 기계의 경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통해 ‘인간성’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있다. 특히 2025년 현재,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AGI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시점에서, 35년 전 《기계전사109》가 던진 질문들은 놀라울 정도로 시의적절하다.

역설적으로 《기계전사109》에서는 인간이 더 비인간적이고, 기계가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리핀 특공대원인 MX-16호는 인간이지만 사이보그를 향해 냉혹하고 폭력적인 태도를 보인다. 반면 사이보그들은 동료와 인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인다. “몸은 기계지만 머릿속은 당신의 아내예요. 생각하는 것,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 다른 게 뭐가 있어요?”라는 셰어의 절규는 인간성의 기준이 생물학적 신체로만 한정되지 않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기존의 기억을 완벽히 가지고 사이보그로 부활한 셰어는 자신이 인간인지 기계인지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한다. 손목을 면도칼로 그어 자신이 기계임을 확인하는 장면은 《기계전사109》의 핵심 장면 중 하나로, 육체적 실체와 정신적 정체성 사이의 괴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현재 AGI 개발과 인공지능 윤리에 관한 논의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인공지능이 자아의식을 갖게 된다면, 그것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하도록 설계된 존재가 자유의지를 추구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에 '인간성'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기계전사109》에서 MX-16호가 사이보그 셰어에게 가하는 억압과 통제는 오늘날 인공지능을 인간의 도구로만 바라보는 시각과 닮아 있다. “언제든지 널 폐기 처분해 버릴 수 있어”라는 MX-16호의 위협은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인간의 책임과 윤리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기계전사109》가 단순히 기술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경고에 그치지 않고, 셰어의 아들인 건이와 같은 인물을 통해 공존과 이해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인간과 사이보그의 경계에서 성장하는 건이를 통해 이 작품은 이질적 존재들 간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다.

35년 전 《기계전사109》가 던진 물음은 오늘날 더욱 절실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작물을 모방하고, 인간처럼 대화하며, 심지어 감정을 표현하는 현시대에, 우리는 무엇으로 인간과 기계를 구분할 수 있을까? 이는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윤리적 화두를 던진다.

 

“우리가 해방되어야 그들도 해방된다”

기계인간, 해방을 선포하다

사이보그 해방 전선의 리더 데이모스의 이 외침은 단순한 반란의 구호가 아닌,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향한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억압받는 사이보그들의 자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낸 비인간성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함을 역설한다.

작품에서 사이보그 해방의 의미는 단순히 기계가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 사이의 인위적 경계를 허물고 상호 존중과 공존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데이모스가 “나는 기계와 인간의 벽을 허물어트리기 위하여 싸우는 것이다”라고 선언할 때, 그는 단순한 계급투쟁이 아닌 이분법적 세계관의 해체를 주장한다.

이러한 해방의 가능성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건이다. 인간 아버지 MX-16호와 사이보그 어머니 셰어 사이에서 갈등하는 건이는 두 세계의 경계에 서 있는 존재다. 처음에는 인간과 기계를 명확히 구분하던 건이는 “세상이 온통 기계투성이”라며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나 점차 사이보그 어머니 셰어를 통해 사이보그들의 인간적인 면을 발견하게 된다.

건이에게 인간 아빠와 사이보그 엄마로 이루어진 가족은 ‘평범한’ 가족이었다. 인간과 같은 의식을 가진 기계와 인간의 구분이 결국 인위적이며, 진정한 공존을 위해서는 이러한 구분을 해체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결국 데이모스의 외침은 건이를 통해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계전사109》는 보편적인 인간성과 자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어쩌면 자신일 수도 있는 우리 사이보그를 노예로 부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데이모스의 말처럼, 타자에 대한 억압이 결국 자신에 대한 억압으로 돌아온다는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건이라는 인물을 통해 《기계전사109》는 단순한 이항 대립을 넘어, 인간과 기계의 경계에서 새로운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것은 오늘날 인공지능과 공존해야 하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다. 기계인간의 해방은 결국 인간 자신이 만들어낸 편견과 억압의 사슬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며, 건이의 여정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희망의 상징이다.

 

각 권별 소개

《기계전사109》 1권

그리핀 요원 MX-16호는 아들 건이를 위해 사이보그 해방 전선 진압 작전 중 사망한 아내 셰어를 사이보그로 복제하는데…….

 

《기계전사109》 2권

데이모스를 필두로 사이보그 해방 전선이 에너지 과학 단지를 점령하고 기계 해방 구역을 선포한다. 한편 최고의 기계 전사 캐시와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던 셰어가 사이보그 해방 전선에 합류하는데…….

 

《기계전사109》 3권

사이보그 토벌군의 총 공격이 시작된다. 셰어를 찾아 사이보그 해방 전선에 합류한 건이. 토벌군의 공격에 맞서 아들을 구하기 위해 전장에 뛰어든 MX-16호. 절체절명의 순간, MX-16호는 마침내 셰어와 조우한다.

 

명대사로 보는 《기계전사109》

“기계 생쥐, 기계 고양이... 세상이 온통 기계투성이야!” - 건이 (1권 56쪽)

“나는 내 얼굴이 이렇게 생기길 원하지 않았어. 정말이야. 내 얼굴이 싫어. 화면을 확 깨버리고 싶어. 그런데 끌 수가 없어. 나의 브라운관은 조정이 안 돼.” - 테레비 (1권 150쪽)

“테레비는 탈출하려던 게 아니야. 탈출을 할 수 있다는 자기 자신을 우리에게 보여준 거다” - CB-105 (1권 175쪽)

“몸은 기계지만 머릿속은 당신의 아내예요. 생각하는 것,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 다른 게 뭐가 있어요?" - 셰어 (1권 187쪽)

“기계와 인간은 운명이 같을 수 없다!: - MX-16호 (1권 236쪽)

“쓰레기 같은 인간에게 말해 줄 이름 따위는 없다!" - 캐시 (2권 8쪽)

“우리 엄마는 기계 인간이었어. 아빠는 내가 어리고 잘 몰라서 그런다고 하지만 난 죽은 진짜 엄마보다 살아 있는 기계 엄마가 더 불쌍해!” - 건이 (2권 99쪽)

“말소리… 행동… 생각… 웃음 그리고 잠자는 모습까지도 완벽하게 죽은 네 엄마였어. 난 그게 미치도록 싫었다.” - MX-16호 (2권 108쪽)

“기계에게 자유는 없다!” - MX-16호 (2권 162쪽)

“나는 사이보그 밑에서 자랐다. 사이보그를 아버지라 불렀다. 하지만 인간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 데이모스 (2권 164쪽)

“나는 기계와 인간의 벽을 허물어트리기 위하여 싸우는 것이다.” - 데이모스 (2권 165쪽)

“우리가 해방돼야 그들도 해방된다.” - 데이모스 (2권 166쪽)

“인간 셰어는 죽었어. 바로 너희 인간이 죽인 거야!” - 셰어 (2권 180쪽)

“인간은 참 나빠요! 실컷 부려먹다가 망가지면 아무 데나 막 갖다 버려요.” - 부바 (2권 203쪽)

“억압하는 인간보다 이렇게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여러분 편에 서게 된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 셰어(3권 150쪽)

“인간이 존재하는 한⋯ 사이보그도 존재한다⋯. 서로의⋯ 분신 같은⋯ 존재이기에⋯” - 데이모스(3권 210쪽)

“죽음⋯ 희생⋯ 사랑⋯ 그런 단어는⋯ 인간에게나⋯ 쓰는⋯ 거야.” - MX-16호(3권 217쪽)

“그래서⋯ 너희 사이보그는 안 되는 거야!” - MX-16호(3권 225쪽)

“사이보그 해방 전선 만세⋯!” - 건이(3권 238쪽)


《기계전사109》35년 만의 시리즈 신작 ‘인터퀄’ 인조반려인간

한국형 사이버펑크 장르의 개척자이자 대표 SF 만화가 김준범 작가가 35년 만에 《기계전사109》 시리즈 인터퀄 《인조반려인간》으로 돌아왔다. 《기계전사109》가 사이보그 해방 전선의 투쟁을 통해 인간과 기계의 대립을 그렸다면, 《인조반려인간》은 인간과 기계의 경계라는 문제를 더욱 내밀한 정체성의 문제로 확장한다. 삶의 의미와 자신의 구원에 대해 묻는 이상 행동을 보이는 불법 복제 인조반려인간 무영, 무영의 이상 행동에 대해 경계하지만 무영을 자식처럼 대하는 주인 김금자 교수, 인간이지만 자신을 인조반려인간으로 여기는 김금자 교수의 딸 서유리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인간과 기계의 경계, 가족의 의미, 그리고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이야기를 통해 김준범 작가는 자신의 존재에 질문을 던지는 기계 무영이 오히려 욕심으로 가득한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진리를 추구할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제기한다.


인간에게 소유당한 삶, 그러나 스스로 사유하는 기계

‘가족애’라는 명령어로 인해 자신의 주인 김금자 교수를 ‘엄마’라고 부르는 무영. 인간들 사이에서는 평범한 반려로봇에 불과하지만, 무영의 내면은 그 어떤 인간보다 깊은 철학적 사유로 가득 차 있다. “내가 보잘것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참으로 귀한 성찰이었다”라고 고백하는 그는 좌뇌와 우뇌의 균형을 통해 자신만의 의식 세계를 만들어간다.

사실 무영은 상생전자의 정규 제품이 아닌, 전자상가의 제페토 영감이 만든 불법 복제품이다. 이 때문에 소각팀의 타겟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존재지만, 김금자 교수는 무영을 소유물이 아닌 가족처럼 대한다. 모순적이게도 김금자 교수의 친딸인 서유리는 자신이 인간이 아닌 ‘인조반려인간 9호’라고 굳게 믿고 있다. 어릴 적부터 다양한 양육 로봇에 의해 자라난 서유리의 기묘한 정체성 혼란이 이야기에 또 다른 층위를 더한다.

어느 날, 산책을 나간 무영은 “도를 아시나요?”라고 묻는 낯선 인조인간 하루를 만난다. 안드로이드교 장로 티피는 무영이 기계 해방을 이끌 《안드로이드 바이블》의 예언자라고 확신한다. 이 사이, 상생전자 법무팀은 불법 복제 인조인간 색출 작전을 본격화하고, 사설 수사관 칼 레넌이 무영의 행방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불법 인조인간 소각팀이 김금자 교수의 집을 찾아오며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무영은 자신의 존재 의미와 김금자 교수와 서유리라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의 기로에 선다.

 

피노키오의 전복, 기계가 되고 싶은 인간

《피노키오》는 나무 인형이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그리며 인간됨을 최고 가치로 설정한다. 그러나 김준범 작가의 《인조반려인간》은 이 고전적 서사를 뒤집는다.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장성진 교수는 “《인조반려인간》은 전자상가의 제페토와 기계가 되고 싶어 하는 ‘인간’ 서유리를 통해 인간 우월주의를 뒤엎는다”라고 평가한다.

“아무리 자기 딸인 척 연기해도 난 안 속아요! 김금자 교수님”이라고 외치는 서유리. 김금자 교수가 “유리야! 너는 사랑하는 내 딸이 틀림없다”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유리는 자신의 ‘기계적’ 정체성을 고수한다. 흥미로운 것은 서유리가 인간임을 거부하는 이유다. “사람으로 사는 동안 늘 불행했어”라는 그녀의 고백은 인간 존재의 고통과 복잡성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낸다. 기계라는 정체성은 역설적으로 그녀에게 위안과 안정을 제공한다. 인간이 되고 싶은 피노키오와 달리, 기계가 되고 싶은 서유리의 역전된 열망은 인간중심주의적 세계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읽을 수 있다.

서유리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은 아이러니하게도 무영이 추구하는 존재론적 탐구와 병렬된다. 인간인 서유리가 기계의 정체성을 갈망하는 동안, 기계인 무영은 ‘엄마’라는 인간적 관계를 통해 자신만의 인간성을 구축해간다. 이러한 교차되는 욕망은 인간과 기계의 이분법적 구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미래 사회의 복잡성을 암시하는 듯하다.

 

기계는 고요하며 인간의 속은 복잡하고 폭력적이다

《인조반려인간》을 관통하는 명제 “기계는 고요하며, 인간의 속은 복잡하고 폭력적이다”는 표면적으로는 기계와 인간의 대비를 나타내는 듯하지만 더 깊은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인간은 끝없는 욕망과 집착, 폭력성으로 가득 차 있지만, 절차적이고 논리적인 기계인 무영은 오히려 우주와 연결된 고요함을 추구한다. 이는 심사숙고하는 기계가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일 수 있다는, 즉 인간이 추구해야 할 정신적 가치(평화, 균형, 자기 인식)를 기계가 더 잘 구현할 수 있다는 역설을 제시한다.

《인조반려인간》은 표면적으로는 미래 기술에 관한 SF 작품이지만, 그 본질은 인간 본성과 정신적 성장에 관한 깊은 철학적 사유를 담은 작품이다. 35년 만에 돌아온 김준범 작가의 통찰력은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현대 사회에서 더욱 큰 울림을 준다. 장성진 교수의 말처럼 “겹겹이 쌓인 의미의 층계들은 오르면 오를수록 의미가 더해지는”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단순한 오락이 아닌 심오한 사유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지은이 김준범

만화가. 한국형 사이버펑크 장르의 개척자이자 독창적인 세계관과 깊이 있는 서사를 선보여온 작가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주제와 인물들을 한국적 정서에 맞춰 파격적이고 미래 지향적으로 그려왔다.

1989년 10월 《월간만화》에 <나를 부르는 소리>를 연재하며 데뷔하였다. 같은 해 12월 《아이큐점프》에 <기계전사109>를 연재하였고, 한국 사회의 모순과 투쟁에 기반한 사이보그의 계급투쟁이라는 한국형 SF로 큰 호평을 받았다. 1994년 단행본으로 출간한 《기계전사109》로 제2회 한국만화가협회상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1995년 한국의 대표 작가 30인 중 한 사람으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초대되었다. 이후 SF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소재와 독자층을 아우르는 작업을 해왔다. 연재물로는 <BUG> <아니타 레바> <필승아 놀자> <cosmoroad> 등이 있으며, 출간작으로는 《만화로 보는 피스톨 스토리》 《네모가 동산으로 간 까닭은》 독립운동가 만화 프로젝트 《조선 비밀결사 대동단》 등이 있다. 1998년 YWCA 선정 좋은 만화상, 2021년 광복회 선정 역사정의실천 만화가상을 수상했다.

2019년 《기계전사109》의 프리퀄 《프로토109》로 《기계전사109》의 세계관을 확장했으며, 2025년 인터퀄 《인조반려인간》으로 인간과 기계의 대립을 다룬 《기계전사109》 시리즈를 완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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