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과학뇌는 어떻게 세상을 보는가

뇌는 어떻게 세상을 보는가

라마찬드란 박사의 BBC 리스 강의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지음 / 이충 옮김 / 216쪽 / 15,000원 / 분야> 뇌과학 일반, 순수 과학 일반

ISBN 979-11-6689-179-3(03400) / 2023년 9월 22일 출간

 

이 책은 2016년 바다출판사에서 출간된 <뇌는 어떻게 세상을 보는가>의 개정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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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찬드란 박사의 BBC 리스 강의
우리 뇌에 대한 놀랍고도 가장 간결한 안내서

<뇌는 어떻게 세상을 보는가>는 세계 최고의 뇌 과학자 중 한 명인 라마찬드란 박사가 BBC의 ‘리스 강연’에서 행한 내용을 담고 있다. 1948년 버트런드 러셀로부터 시작된 권위 있는 영국 BBC의 리스 강의에 의사이자 실험심리학자로서는 최초로 라마찬드란이 초대되었다. 5회로 진행된 이 강연에서 그는 뇌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에서부터 시지각과 같은 인지 그리고 예술과 같은 고차원 인식에 이르기까지 뇌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제공한다. 여기에서 그는 뇌가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는지 밝히며 인간에 대해 던져졌던 전통적인 철학적 문제가 이제는 뇌과학의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이 강의를 기초로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이 책에서 라마찬드란 박사는 환상사지나 공감각 같은 희귀한 신경이상 사례들을 통해 우리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흥미롭게 설명한다. 더 나아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자유의지란 무엇인가’ ‘자아란 무엇인가’ 같이 이제까지 철학의 영역에 속한다고 여겨졌던 질문들에 뇌과학자로서 새로운 해답을 제시하며, 과학과 인문학이라는 두 문화의 연결을 시도한다.


신경과학이 분석한 마음의 세계

마음과 신체의 관계는 오래전부터 철학의 주요한 물음이었다. 마음과 몸을 분리된 실체로, 또는 어느 한쪽이 주된 것으로 설명하는 수많은 주장이 있었다. 일체유심조나 영혼불멸, 자아는 환상이라거나 모든 것은 꿈이라는 등등 온갖 이론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과학은 심적 과정은 신체적 활동의 부산물일 뿐으로, 별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부수현상설(epiphenomenalism)로 기우는 듯싶다. “우리는 천사가 아니고 단지 지적인 유인원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우리는 영원히 초월적인 것을 갈망하면서 우리의 날개를 펴고 날아가기를 시도하는, 괴물 몸속에 갇힌 천사처럼 느낀다.”라고 말한 다윈이 옳았던 것일까? 라마찬드란은 성급한 예단을 삼가면서 다각도의 관점에서 자아나 자유의지와 같은 전통적인 철학적 주제였던 마음의 문제가 이제는 뇌과학의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라마찬드란은 마음의 문제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주관적 감각을 의미하는 퀄리아이고, 다른 하나는 자아이다. 퀄리아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우리 뇌의 수많은 젤리 같은 뉴런들에서 일어나는 이온의 흐름만으로 어떻게 붉은색으로부터 붉음, 각종 향신료나 와인의 향을 인지하는 것일까?” 라마찬드란은 퀄리아가 특정한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진화한 것으로, 신경 활동의 부산물, 즉 단순한 부수현상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빛이 파동이면서 동시에 입자이듯이, 물질과 정신, 뇌 속에서 일어나는 정신적인 활동이나 육체적인 활동도 어느 하나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라마찬드란은 자아의 5가지 속성(연속성, 일체성, 구체성, 자유의지, 반성성)을 분석하면서, 생물학자가 더 이상 ‘생명’이 무엇인지 묻지 않듯이(생명이란 DNA 복제와 전사, 크렙스 회로, 젖산 회로 등의 일련의 과정들에 느슨하게 적용되는 단어에 불과함을 이제 모두 알고 있으므로), 자아의 각각의 특성과 뇌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연관지어 설명한다면 ‘자아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퀄리아와 자아는 인간에게만 고유한 것으로 유인원과 구별되는 인간의 특징, 언어와 추상적 사고를 가능케 했다. 라마찬드란은 이러한 능력을 담당하는 부위로 우리 뇌 속의 편도와 왼쪽 측두엽-두정엽-후두엽 연결점 주위에 위치하고 있는 방추회 및 베르니케영역, 그리고 ‘의도'와 관련 있는 앞띠고랑에 주목한다.

 

카프그라 망상과 신경미학

교통사고를 당하고 머리에 충격을 받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환자가 있다. 얼마 후 혼수상태에서 벗어난 그 환자의 신경계는 완전히 정상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보고는 “이 여자는 우리 엄마와 똑같이 생겼지만 우리 엄마가 아니라 사기꾼이다”라고 말한다. 왜 그는 그렇게 말했을까?

다소 생소한 이 카프그라 증후군(Capgras syndrome) 환자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본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보고 눈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는 방추이랑이라는 뇌의 영역에서 해석되어 지금 바라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이 영역이 손상된 환자들은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안면인식장애(prosopagnosia) 증세를 나타낸다. 일단 형상이 인식되면 그 정보는 편도에 전달되는데, 편도는 바로 감정중추로서, 지금 보고 있는 사물의 감정적인 중요성을 가늠한다.

카프그라 망상을 앓는 앞의 환자는 방추이랑과 다른 모든 시각영역이 정상이기 때문에 그의 뇌는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어머니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고로 시각중추와 편도, 감정중추를 연결하는 전선이 끊어졌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보고 있으면서도 ‘어머니와 똑같이 생겼지만 그녀가 정말 내 어머니라면 왜 내가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것일까? 아니, 어머니일 리가 없어. 그녀는 단지 어머니 흉내를 내는 사기꾼일 뿐이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뇌의 시각중추와 감정중추 사이에 이러한 연결고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예술의 정체성에 관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시각 이미지에 대한 미적 감정의 반응이 바로 예술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신경미학(neuroaesthetics)이라는 이 새로운 학문 분야는 전통적인 철학자들을 불쾌하게 만들며 논쟁을 낳고 있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아름다움 혹은 예술이란 우리 뇌가 진화의 과정에서 우연히 얻게 된 뉴런의 과다 활성화 상태에 불과하다. 수많은 사회과학자들은 아름다움, 자선, 경건, 사랑이 뇌 속의 신경세포의 활동 산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분개한다. 그러나 그들의 분노는 환원주의라는 그들의 잘못된 가정에서 기인한다.

 

환상사지를 통해 본 뇌의 재배치 가설

악성 종양이나 불의의 사고로 팔을 잃은 환자가 절단된 팔의 존재를 계속 느끼는 현상을 가리키는 환상사지(phantom limbs)는 익히 알려져 있다. 어느 날 라마찬드란은 왼쪽 팔을 잃은 한 환자를 진찰하다가 그의 오른쪽 뺨을 만지자 그 환자는 “제기랄! 당신은 지금 나의 왼쪽 엄지손가락을 만지고 있소”라고 외쳤다. 이어진 실험에서 라마찬드란은 환자의 얼굴 표면에 잃어버린 환상 손이 완벽히 표현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까?

해답은 바로 뇌 속에 있다. 신체의 왼쪽 피부 표면에서 발생하는 촉각 신호는 오른쪽 대뇌반구의 겉질(피질)에 지도처럼 표현될 수 있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손과 입을 가진 난쟁이처럼 보이는데, 펜필드 호문쿨루스(Penfield homunculus)라 불리는 이 지도는 대부분 연속적이다. 그러나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얼굴을 대표하는 곳이 목 근처가 아니라 손을 대표하는 곳 바로 다음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위 환자의 경우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팔이 절단되면, 손에 상응하는 뇌겉질의 일부는 아무런 신호를 받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뇌겉질은 감각이 입력되기를 바라며, 얼굴 피부에서 나오는 감각은 인접한, 잃어버린 손에 상응하는 빈 영역을 침투한다. 그런 다음 얼굴에서 나오는 신호는 잃어버린 손으로부터 나오는 것처럼 뇌의 상위 중추에 의해 잘못 해석되는 것이다. 라마찬드란은 이러한 뇌의 재배치(remapping)/혼선(crosswiring) 가설을 MEG라는 뇌 영상 기술을 사용해 증명했다.

이러한 발견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뇌 속의 모든 조직은 태아기나 유아기 초기에 형성되며, 일단 한번 형성되고 나면 성인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뇌놀중처럼 신경계가 한번 손상을 입으면 거의 그 기능이 회복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라마찬드란은 성인의 뇌에도 엄청난 유연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팔을 잃기 전 마비를 경험했던 환자 중에는 팔을 잃은 후에도 마비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있지도 않은 환상 팔의 마비(그러나 실제로 고통을 느낀다)를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만일 팔이 뇌의 명령대로 움직인다는 시각적 피드백을 줄 수 있다면 이 의사 마비는 사라질 것이다. 라마찬드란은 거울을 이용해 성한 오른쪽 팔의 움직이는 이미지를 환상 팔과 중첩시킴으로써 그 치료에 성공했다.

 

추천의 말

〈옵서버〉

모든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들이 그의 발밑에 앉아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행운을 갖기를 바랄 정도로 카리스마 넘치는 라마찬드란 교수의 뛰어난 업적. 뇌의 복잡한 진화 발달에 대한 그의 최근 연구는 너무나 강력하고 격정적이어서 여러분은 그의 손가락 끝에서 발산되는 빛을 감히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가디언〉

마음 설레게 하는 책. 라마찬드란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신경과학자이다. 그의 학식은 명쾌하고, 유익하며, 재기 넘치는 자신의 능력과 결합되어 뇌의 기능에 대한 그의 연구결과는 일종의 혁명을 초래하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라마찬드란은 기이하고 황홀한 마음의 제국으로 과학의 실크로드를 여행하는 당대의 마르코 폴로다. 그는 우리가 저녁만찬에 초대해 듣고 싶을 여행자의 기이한 이야기, 현상학적 보물들을 잔뜩 가지고 돌아왔다. 그의 세밀하고 전문적인 이야기 솜씨는 우리의 과학적 이해를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올리버 색스(Oliver Sacks)

라마찬드란은 우리 시대 가장 재능 있는 의사이자 해설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환상사지란 무엇인가, 뇌는 어떻게 환영과 망상을 만들어내는가, 공감각은 무엇이고 은유, 창조성, 예술과 어떤 관계인가, 뇌는 마음과 어떻게 관련되는가 등과 같은 질문에 그가 손대기만 해도 해답이 밝혀진다. 보기 드문 과학서로서, 깊이가 있으면서도 이해하기 쉽다.

 

로제 귀유맹(Roger Guillemin), 노벨상 수상자

뇌의 다양한 위치 간의 기능적 관계를 관찰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방법론은 신경학과 신경정신학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례를 비범한 신경과학자가 설명할 수 있도록 만들며, 이제 뇌 과학으로 철학자의 오래된 골칫거리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을 유도하고 있다. 시사하는 바가 많은 훌륭한 책.

 

데이비드 허블(David Hubel), 노벨상 수상자

이 책은 대담하고 불경하며 또한 독창적이고 재치 있는 아이디어로 가득한 라마찬드란의 걸작이다. 뇌에 대해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물론 나와 같이 뇌에 관한 연구로 일생을 살아온 이들에게도 흥미를 안겨줄 것이다. 이 책은 가뭄에 내리는 소나기와도 같다.

 

앨런 코웨이(Alan Cowey), 옥스퍼드 대학 교수, 왕립협회 회원

과학은 정보를 제공하며, 교육시키고, 영감을 불어넣어주며 우리를 즐겁게 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작품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과학자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라마찬드란은 이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거장 가운데 한 사람이다.

 

지은이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Vilayanur S. Ramachandran

신경과학자로 캘리포니아대학교
의 심리학과 석좌 교수이자 뇌인지
연구소 소장이다. 인간 시지각의 신
경 메커니즘에서 환상사지, 질병인
식불능증, 카프그라 증후군, 공감
각 등 당시 널리 알려지기는 했지만 과학적 연구 대상이 아 니라고 여겨지던 신경 이상 현상으로 연구를 확장해 인간 뇌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 받는다. 《뉴스위크》는 21세기 가장 주목해야 할 뛰어난 인 물 100인 중 한 명으로 그를 선정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 등이 있다.

 

영국 BBC 리스 뇌과학 강연

1948년 버트런드 러셀로부터 시작된 권위 있는 영국 BBC 의 리스 강의Reith Lectures에 의사이자 실험심리학자로서는 최초로 2003년에 라마찬드란이 초대되었다. 5회로 진행된 이 강연에서 그는 뇌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에서부터 시지각 과 같은 인지 그리고 예술과 같은 고차원 인식에 이르기까지 뇌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제공한다. 여기에서 그는 뇌가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는지를 밝히며 인간에 대해 던져졌던 전통적인 철학적 문제가 이제는 뇌과학의 영역이라고 주장 한다. 이 책 《뇌는 어떻게 세상을 보는가》는 이 강의를 기초로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옮긴이 이충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국립환경연구원, 국제특허 법률사무소 등에서 근무하였고,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우리들은 닮았다》 《진화의 역사》 《티코와 케플러》 《전염병 시대》 등이 있다.


목차


서문
뇌 속의 환상
뇌는 어떻게 세상을 보는가
뇌는 어떻게 아름다움을 판단할까
공감각, 진화하는 우리 마음의 메타포
뇌과학 – 마음의 비밀을 푸는 21세기의 철학

용어설명
참고문헌